#34.
“읏……!”
갑작스런 입질에 심장이 터지듯 부풀었다.
‘언쟁 아니었어?!’
이연은 허리가 자르르 떨리는 기묘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그를 세게 밀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반전된 몸은 그녀를 더욱 고립시킬 뿐이었다.
권채우는 그녀의 허리를 꽉 붙든 채 늘어져 있던 상체를 즉각 일으켰다. 그녀는 어느새 자세가 바뀌어 욕조 반대편에 눕게 되었다.
촤악, 물이 넘쳐흘렀다.
“권채우 씨, 이, 이런 건…….”
덮치듯 올라온 몸이 모든 조명을 개기일식처럼 가린다. 이연의 작은 몸을 완전히 가둔 남자는 시뻘게진 눈으로 읊조렸다.
“날 팔아 치울 거면 먼저 먹어 봐야 되잖아요.”
“……!”
“이연 씨가 제대로 써 봐야 설명서를 첨부하죠.”
아무래도 마음이 단단히 상한 모양이었다.
“권채우 씨, 그게, 그런 게 아니에요.”
하지만 이연은 그의 병증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했던 거라고,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그녀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권채우의 반응은 참담했다.
“보수적이라면서 스와핑 같은 건 어떻게 알았어요? 관계에 성실한 이연 씨가 이렇게 뒤통수를 때릴 줄은 몰랐는데요.”
“……네?!”
“속으로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책임감 때문에 버리지는 못하겠으니까, 차라리 다른 사람들이랑 뒤섞이자고?”
이연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 모국어도 까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녀는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 어, 아, 만 반복했다.
“물론 나는 이연 씨가 원하면 뭐든지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할게요.”
그의 옅은 동공이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진짜로 다른 여자랑…… 씨발, 떡 치고 와요?”
“……!”
“원하는 게 그거예요?”
아니 누가, ……치고 오라고 했어? 이연은 극단적으로 튀는 그의 생각에, 역시나 의사의 말이 맞나 보다, 하고 우울하게 끄덕였다.
“원한다고?”
“아니요!”
그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가 바르작거릴 때마다 물이 찰랑거렸다.
“제대로 설명해 줘요. 안 그러면 이연 씨가 다른 새끼 좆 맛이 궁금해서 나부터 넘기는 거라고 착각하게 되니까.”
“……!”
“내가 골이 좀 비어서, 자격지심이 있잖아요.”
전혀 그렇지 않은 얼굴로, 그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이연은 순순하던 권채우에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는지, 갑자기 돌변한 모습에 그저 멍할 따름이었다.
그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분자분 얘기했지만, 그 안에 응어리진 감정은 용암을 꾹꾹 뭉쳐 만든 것이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애걸에 이연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언제나 찌꺼기 같은 관심만 받아 왔던 그녀가 감당하기엔 조금 벅찬 면이 있어서.
권채우는 입을 꾹 다물고 간신히 눈꺼풀만 떨고 있는 이연을 보며 사납게 웃었다.
“그게 이연 씨 대답이에요?”
“……아, 아니―”
“그래요. 잘 알아들었어요.”
그가 고개를 숙여 이연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입술 사이로 혀를 헤집고 그 안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잠잠했던 물이 거칠게 출렁거렸다.
“――!”
습기를 머금은 입술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열렸다. 남자는 이연의 혀를 뿌리까지 휘감으며 갈급히 타액을 삼켰다.
그의 촘촘한 속눈썹은 입맞춤을 받는 사람처럼 얌전히 드리워져 있었지만, 강하게 움직이는 턱과 뜨겁게 토해 내는 숨결은 정반대였다.
온몸이 속박되어 갔다. 허리부터, 혀, 얼굴까지 권채우가 꽉 조이고 문대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물이 찰랑거렸다. 그가 거칠게 숨을 들이쉴 때마다 부푸는 흉근이 그녀의 말랑한 젖가슴을 압박했다.
점막이 쫀득하게 부딪쳤다 떨어지고, 미끈한 혀가 잘박하게 입 안을 휘젓고, 속수무책으로 타액을 앗아 가는 소리는 욕실 벽을 때리고 실제보다 더 크게 증폭되어 돌아왔다. 귓불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흐…….”
허벅지 사이를 가르고 불쑥, 남자의 무릎이 들어왔다. 네 다리가 물속에서 엉키고 상체가 마주 붙었다.
확실하게 일어선 남자의 물건이 아랫배를 찔러 왔다. 젖은 옷 너머로 잠깐 스치기만 했는데도 딱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억센 손으로 이연의 가슴을 쥐고 뺨으로, 귀로, 목으로 입술을 점차 내렸다.
살결을 빨아들이고 혀가 그 자리를 되직하게 핥을 때마다 등허리가 오싹했다. 온도를 더해가는 물이 그녀의 얄팍한 몸에 부딪쳤다 부서졌다.
그는 젖을 탐하는 짐승처럼 척 눌어붙은 옷가지를 꾸역꾸역 들추고 팔을 집어넣었다.
하얗고 봉긋한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움켜잡고는 넘치는 술잔을 받아 마시듯 다짜고짜 혀부터 갖다 댔다.
“하아……!”
마침내 신음이 터졌다. 권채우의 다리와 얽혀 있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미끄러져 물에 빠졌을 것이다. 이연이 욕조를 꽉 움켜쥐었다.
“하……, 하아…….”
그때 그녀의 허리가 예고도 없이 들리더니 바지가 쑥 내려갔다. 이연이 놀라 허둥대는 사이 두툼한 손이 들어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잠깐……!”
이연이 힘주어 그의 어깨를 밀었지만 권채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 눈을 마주치며 다시 입술을 찾아 물었다.
그녀가 피하듯 고개를 돌리는 족족 남자는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높은 콧날이 그녀의 뺨을 연신 짓누르며 깊이 결합했다.
“흐읍…….”
팬티 위로 뜨거운 손바닥이 문질러졌다. 그를 밀어내려던 손에서 다시금 힘이 빠졌다. 그건 난생처음 겪어 보는 자극이었다.
그는 툭 튀어나온 음핵을 느리게 문지르고, 살살 긁고, 양옆으로 흔들기까지 했다. 곱아든 발바닥이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하읏, 입술을 깨물며 버티던 소리가 기어코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언뜻 본 그의 팔뚝에는 힘줄이 잔뜩 도드라져 있었다. 정작 이연에게 가해지는 힘은 미약한 수준이었는데도 권채우는 한쪽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허스키한 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그 숨을 받아먹었다.
그가 질척하게 혀를 휘감을 때마다 목에서 신음이 샜다. 이연의 흥분을 알아챈 남자는 뒤통수를 더욱 단단히 잡아 왔다. 혀뿌리를 강하게 당길수록 타액은 물처럼 새어 나왔다. 그건 전부 권채우의 차지였다.
그는 음핵을 연신 문지르면서도 도톰하게 살이 오른 음부 양쪽을 동시에 비비고 눌렀다.
손톱을 세워 성기 모양대로 긁어 주며 젖은 속옷에 선명한 그림을 그렸다. 가슴이 들썩거리고 아랫배가 자글자글 끓었다. 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음부의 은은한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자 권채우는 나지막한 욕을 내뱉으며 성마르게 입술을 핥았다.
그의 손가락이 팬티 테두리를 찢듯이 벌리는 순간, 묵직한 물이 맨 성기로 밀려왔다.
이연은 잠수를 마친 사람처럼 한꺼번에 숨을 토하며 외쳤다.
“권채우 씨, 권채우 씨는 지금 아픈 거예요―!”
그가 우뚝,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이연은 하아, 하아, 가슴팍을 들썩이며 채 추스르지 못한 호흡을 급히 집어넣었다.
번들거리는 붉은 입술, 나른하게 풀린 눈을 한 권채우가 순순히 수긍했다.
“예, 아프네요. 좆이.”
“그게 아니라요……!”
이연은 아랫입술을 물어뜯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권채우는 계속 그녀를 지분거리며 좁은 구멍만 호시탐탐 노렸다.
남자는 희미한 막에 씐 것 같은 귀신 같은 눈깔을 하고 있었다. 이연은 그의 쇄골을 힘껏 밀었다.
“권채우 씨, 착각하면 안 돼요! 병원에서 그랬어요. 잠자는 증후군에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같이 나타나는데―”
이연은 혹여나 남자의 인내심이 닳을까 허겁지겁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공격성, 행동 이상, 과다 성욕 같은 게 동반된다고 했어요. 지금 권채우 씨 모습이랑 흡사해요!”
“…….”
권채우가 표정을 지웠다. 그러자 평소 이연만을 좇으며 양순한 체 숨겨 두었던 본래의 눈초리가 드러났다.
“잠, 잠깐만 숨 좀 고르고, 객관적이 돼 봐요.”
그의 혀를 빠듯하게 받아들였던 입속이 아직도 간질간질하여 이연은 괜스레 시선을 내렸다.
“……권채우 씨는 지금 아픈 걸 수도 있단 말이에요. 나한테 보이는 강박이나, 흥분이나, 그게 다 증상의 일환이래요. 그러니까 잠깐만 멈춰 가요.”
그가 픽,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별 영양가 없는 소릴 듣고 와서는.”
권채우가 그녀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손길은 더없이 다정한데 눈빛이 어둑어둑했다.
“또 이러네.”
그가 몸을 일으켜 다시 반대쪽에 등을 기댔다. 고작 붙였던 몸을 뗀 것에 불과한데도 열기가 식는 건 금방이었다.
“이연 씨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죠.”
“……!”
“의사 말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 이연 씨도 내심 그러길 바라니까 쉽게 납득한 거 아니에요?”
돌연 말뚝이 박힌 듯 흉곽이 아렸다.
마침 그가 한 손으로 물을 퍼 올려 얼굴을 씻어 내렸다. 거기서 앞머리까지 그대로 쓸어 올린 남자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목을 꺾었다.
“……그래요. 내가 뇌 어딘가가 고장이 나서 이연 씨만 보면 좆부터 세운다고 쳐요.”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 연한 핏물이 그의 콧대에 뚝뚝 떨어졌다.
“그럼 정상이 아니니까―”
권채우는 잔뜩 발기된 성기가 불편한지 버클을 간단히 풀어 버렸다.
“심하게 굴어도 된다는 소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