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4P(포썸)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매하시기 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물여섯 유세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입사 시험에 합격했고 어느새 3년차가 됐다. 허둥지둥 시키는 일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시간이 지나 아주 약간의 여유를 얻었다. 그때부터 시시한 일상의 반복이 지긋지긋해서 자극적인 쾌락을 탐미하게 되었다.
일탈은 지극히 소소했다. 바를 찾아 혼자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 춤이나 추는 정도였다.
분명 그랬었는데…….
“자리선정 좋은데요?”
“네?”
“여기서 섹스하고 있으면 삼촌이 볼 수밖에 없잖아요. 들어오다가 깜짝 놀랄 얼굴이 궁금하네. 인간이라면 안 놀랄 수는 없겠죠?”
“그야 당연히…….”
집에 들어왔는데 조카 둘이 여자 하나와 섹스를 하고 있다. 그걸 정면으로 보게 된 삼촌은…….
얼굴이 하얘진 세아가 생각을 휙휙 털어냈다.
아니지. 조카 둘이 4P를 제안할 정도면 정상적인 삼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둘이 말하는 것만 들어서는 어떤 사람인지 당최 짐작이 안 갔다. 꽤 권위적인 사람 같으면서도 유대와 친밀이 존재했다.
오늘만 볼 건데 뭐.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
“아! 삼촌이 기혼은 아니죠?”
“뭐요?”
“결혼했냐고요!”
불륜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해줘.
간절히 매달리는 쪽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그 사실에 흥미를 느낀 듯 한겸의 얼굴에 장난기가 번졌다.
“어떨 것 같…… 악!”
퍽! 커다란 손이 가차 없이 형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미혼입니다. 31살이에요.”
한결이 오렌지주스가 담긴 컵을 건네주며 단정했다. 결혼했는데 ‘집’에 여자를 데려왔을 리는 없었다. 당장 뛰쳐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세아는 긴장했던 어깨를 풀었다.
“삼촌이라면서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네요. 젊다고 하기는 했지만…….”
“막내 삼촌입니다.”
“아하.”
쪼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주스가 차고 달았다. 펜트하우스에서 나오는 주스는 뭐가 다른지 꽤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셨다. 그러나 한 컵 가득 담겨있던 주스를 반 이상 마셨을 때쯤에도 강렬한 시선은 계속 부딪혀왔고 차게 식은 목은 칼칼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한가하게 주스나 마실 상황은 아니었다.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대범하게 굴었을까. 그깟 섹스판타지가 뭐라고.
어이가 없어 웃었는데 기분이 좋다고 착각이라도 했는지 한겸이 몸을 바짝 붙여왔다.
“다 마셨어요?”
컵을 내려놓던 손끝이 테이블로 미끄러졌다.
“정말 여기서 하려고?”
“침대 필요해요?”
“그건 아니지만…….”
우연히 본 영화에서 두 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여자를 본 이후로 몇 번 상상했다. 아니, 꽤 자주 상상했다. 그럴 때마다 안쪽이 시큰하게 달아올라서 손가락이 희게 질리도록 움켜쥐고 참아야 했다.
이건 참아야했던 일이다. 아무리 하고 싶었다고 한들 상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이 되었고 이제야 그 현실감이 닥쳐왔다. 긴장과 일그러진 배덕감으로 가슴이 타오르는 것 같다.
아. 해보고 싶다.
입가에 마른 침이 반드르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