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여자는 하나
유세아는 평범한 현대직장인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며 퇴근과 동시에 내일의 출근을 걱정하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입사 시험에 합격했고 어느새 3년 차가 됐다. 허둥지둥 시키는 일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시간이 지나 아주 약간의 여유를 얻었다.
그녀의 일상은 반복됐다. 아주 오래전부터. 딱 남들 하는 만큼만.
좋은 고등학교를 향해서. 우수한 대학을 향해서. 대기업을 향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쳇바퀴 위에 올라탄 햄스터가 되어 뛰고 또 뛰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퀴의 홈은 일정시각에 맞추어 그녀의 발을 턱턱 건드렸다. 피로는 쌓였고 평범한 자극에는 익숙해졌다. 햄스터라면 쳇바퀴에서 재미라도 찾을 테지만 인간인 그녀는 죽을 맛이었다.
시시한 일상의 반복이 지긋지긋해서 자극적인 쾌락을 탐미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아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쾌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여럿 있었다. 이를테면 인간의 윤리와 사회의 잣대 같은 것들.
세아의 일탈은 지극히 소소했다. 바를 찾아 혼자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 춤이나 추는 정도였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도록 스타일에 과한 변화를 주는 건 일종의 옵션이었다. 회사원 유세아와 일탈자 유세아를 철저히 분리해야 했으니까.
두 개의 유세아 중 중요시되어야 하는 건 당연히 회사원 유세아였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본체임을 잊지 않았다.
“괜찮아요.”
일탈자 유세아가 다가오는 사람을 피하는 건 당연했다. 여기서 맺은 사소한 관계 하나가 그녀의 일상을 박살 낼지도 모르니 말이다.
원하는 건 일탈이지 일상의 붕괴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묘한 남자였다. 소년의 쾌활함과 수컷의 페로몬을 동시에 풍겼다. 키가 까마득하게 높아 내려다보는 시선이 위협적이면서도 단내가 일게 했다. 언뜻 보면 갓 대학에 입학한 운동소년 같았다. 운동만 아는 멋모르는 어린애로 치부하기에는 그 시선에 순진함이 덜했지만.
그러나 흔히 보기 어려운 매혹적인 남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해요. 이만 돌아가야…….”
“여러 명이랑 하는 섹스에 관심 있죠?”
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대체 어떻게?’
끼익. 높다란 스틸레토 힐이 오싹한 소음을 내며 긁혔다.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땀으로 반들거리는 오금을 간신히 펴는데 클럽 조명이 푸른 불꽃처럼 번뜩였다.
‘안경……?’
남자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첫인상을 ‘운동소년’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했는데 안경이라니. 얼굴은 같지만 눈앞의 남자는 보다 지적인 느낌이었다. 체격과 얼굴은 흡사했으나 다른 사람이었다.
떨리는 눈이 옆으로 돌아간다. 클럽 조명이 노도처럼 밀려와 두 남자의 얼굴을 철퍽 휩쓸었다. 깜깜하여 분별이 어렵지만 분명 두 사람이었다. 소름 끼치게 닮아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할 뻔했을 뿐.
“뭐 하는 거야?”
안경을 낀 남자가 쌍둥이로 추정되는 남자를 나무랐다.
“눈치만 빨라서. 너랑 내 취향은 같으니 그 문제는 됐잖아.”
쌍둥이. 취향이 같다. 여럿이서 하는 섹스.
단편적인 정보가 노골적이라 모를 수가 없다. 그녀는 멋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실례야.”
“아직 한마디밖에 안 했는데 뭐가. 그리고 분명 관심 있다니까?”
그가 안경 낀 남자를 밀어내며 세아에게 다가왔다.
“내 말이 맞죠, 누나? 아까부터 힐끔거렸잖아요. 여자 한 명과 남자 여럿이 있는 테이블만 줄곧.”
입술 안쪽의 여린 살이 잘근 깨물렸다. 그건 일종의 취미였다. 대리만족이랄까? 그러나 직접 할 용기는 없는데 야살스럽게 휘는 눈동자가 너무나 짓궂고 가까웠다.
“악!”
높게 솟은 머리가 아래로 곤두박질쳐졌다. 힘으로 쌍둥이의 목덜미를 잡아채 누른 안경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제 형이 실례했습니다.”
안경 쪽이 동생이었어? 이 와중에도 그게 놀라웠고 놀라움을 느낄 정신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사람 많은 클럽이라서 안심한 건 아니었다. 짓궂음은 있어도 악의나 추한 번들거림이 없다는 것.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아주 조금씩 누르고 건드렸다.
“넌 삼촌이 불쌍하지도 않아?”
“삼촌 앞에서 그 말 그대로 해보지 그래.”
“네가 형을 죽이고도 멀쩡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
“존나 매정한 새끼. 좆에 곰팡이가 폈을지도 모른다니까!”
“상스러운 소리 하지 마. 나까지 창피하니까.”
힘의 우위는 명확하지 않았다. 쾌활한 형 쪽이 동생의 손을 뿌리쳤고 형제의 난은 계속됐다. 이곳에서 치정극은 흔하지만 더 이상 눈에 띄는 건 사양이었다.
세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려 했다.
“누나! 꼰대라고 실망한 거 아니죠?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삼촌 잘생겼다니까? 나이도 젊어! 좆도 크고 돈도 많아! 거기 누나! 흰 티에 청바지가 긴 머리랑 잘 어울…….”
“제발…… 조용히 해요…….”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목소리와 점점 더 모여드는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세아가 뛰어가 그의 입을 막았다.
“쉿.”
입을 막고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는 세아를 따라오며 손바닥에 막힌 입술이 방긋 올라갔다. 착하게 있겠다는 듯 생글거리는 눈동자가 맑았다. 이런 놈에게서 어떻게 저런 눈빛이 나올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계속 그러고 있을 순 없어서 손을 떼어줬고 그는 다시 얄미운 입술을 움직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합의 없는 섹스는 짐승도 안 한다고 배웠거든.”
“……이왕 가르쳐줄 거 동의 없이 소란 떨지 말라고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거 봐. 우리 취향이라니까.”
잘하지 않았냐고 너스레 떠는 말에 응당 뒤따르던 나무람이 없었다. 말간 눈동자와 유리알 너머의 시선이 합해져 그녀를 꿰뚫었다.
“난교(亂交)는 질색이에요.”
발을 담가도 될 호수일까. 즉시 발을 빼야 할 늪일까.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문란한 성행위는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여럿이라는 점에서 이미 난교죠.”
“가렸다는 점에서 이미 아닙니다.”
동생 쪽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형만큼이나 오싹하게 속삭였다.
이제야 알았다. 선을 넘어갈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단지, 그 선을 넘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끌리는 게 없었다. 이토록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안이 두 번이나 있을 리는 없으니 한 번쯤은 넘어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몇인가요? 취향이 같다는 그…… 우리라는 건.”
“셋.”
단 한 번. 그것이 유일할 거라고 믿었다. 위험에는 딱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임에도.
* * *
동생의 이름은 서한결. 형의 이름은 서한겸이었다.
서한결이 찬 시계는 억이 넘는 물건이었고 서한겸의 운동화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이었다. 그녀 같은 소시민을 고를 수준의 사기꾼이 억대가 넘는 시계를 찰 리는 없었다. 돈을 노린 사기일 확률이 그렇게 배제되었다.
“민증 보여줘요.”
“우리 사이에 그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미성년자예요?”
“당연히 아니죠!”
그래. 미성년자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폴폴 풍기는 색기부터가 그랬다. 이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둘은 세아에게 운전면허증을 보여줬고 나이는 22살이었다. 생년월일이 완전히 같은 걸 봐서는 쌍둥이라는 게 확실했다.
성인끼리 합의하에 맺는 하룻밤의 성관계는 그것이 설령 여럿이라고 해도 범법행위는 아니었다.
“사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낼 거예요. 사고 방지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손으로 가릴 거니까 괜찮죠?”
한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했고 한결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말았다. 둘 다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아서 세아는 사진을 찍었다.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경쾌했다.
사진은 세아가 실종되었을 경우 곧바로 실종신고를 해줄 만큼 믿음직한 친구에게 전송했다. 뜬금없이 낯선 쌍둥이의 면허증을 카톡으로 보게 된 친구는 당황스러울 테지만.
“모쪼록 잘 부탁해요.”
그녀가 여기서 잘못되면 너희들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으리라는 협박이었다.
“와…… 너무 멋있어서 나 진짜 반할 것 같아.”
감탄하는 한겸을 지나친 한결이 하얀색 벤츠의 문을 열었다.
“안전 운전하겠습니다.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게.”
“고마워요.”
높은 구두 굽이 단정한 시트를 밟고 올라섰다. 차내에서는 한결의 눈동자만큼이나 시린 향이 났다.
한결이 허리를 숙여 안전벨트를 하게 했다. 친절은 과하지 않았고 그의 얼굴은 두 뼘 이상 떨어져 있었다. 세아는 세웠던 허리를 시트에 편안히 기대며 빡빡한 눈을 조금 깜빡였다.
“서한결! 왜 네 차에 태우는데?”
“네 드라이빙이 거치니까.”
드라이빙(driving). 습관적으로 들리는 영어발음이 우아했다. 영국의 포쉬 악센트를 구분할 재주는 없으나 저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야!”
“집이 그렇게 멀지는 않습니다.”
형을 무시한 동생의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선수를 뺏겼음에 분노하며 붉은 스포츠카로 뛰어가는 한겸이 보였다. 쌍둥이라지만 취향이 참 다르다 싶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같다지만.
“집이요?”
“호텔은 너무 눈에 띄어서요.”
뭐가 눈에 띈다는 말인지 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외삼촌이라는 사람에게는 말했나요? 따로 연락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게 현명합니다.”
“저 맨몸으로 쫓겨나는 건 아니죠?”
“……물론 아닙니다.”
“…….”
이 남자, 방금 분명 대답을 망설였다. 세아는 자기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살짝 두려워졌다. 쌍둥이는 그렇다고 해도 그 삼촌이라는 사람은 알지도 못하지 않나. 세아가 살짝 후회할 무렵이었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분은 아닙니다. 먼저 잘못하지 않는 한은.”
뒤에 건 조건이 몹시 껄끄러웠다. 조카 둘과 섹스하겠다고 찾아온 여자를 삼촌이라는 자가 어찌 볼 것인가 하여서.
‘꼬드긴 건 쌍둥이들 쪽이지만 드라마 보면 그런 변명은 안 통하던데…….’
시작도 안 했건만 현자타임이라는 게 찾아올 뻔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몹시 다행히도 집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채 다 고민해보기도 전에 도착하고 말았다.
‘돈 많은 애들인 줄은 알았는데…… 집이라는 게 설마 펜트하우스일 줄이야.’
왜 호텔이 눈에 띈다고 했는지 알겠다. 펜트하우스의 목적은 뭐니 해도 사생활보호가 최우선 아니었던가. 소문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고급 아파트의 꼭대기 층 전체를 차지한 ‘집’은 컸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을 정도였다.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회사원 유세아와 절대 엮일 리 없는 인물들’이라는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지만 막상 들어서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럴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순진한 새내기를 꼬드겨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 된 기분이랄까?
“편하게 앉아 계세요. 삼촌은 곧 올 겁니다.”
세아는 현관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소파에 앉았다. 한결은 마실 것을 내오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금방 다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서한결!”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던 한겸이 세아를 보고 멈칫했다. 표정을 숨기는 법이 없는 그의 얼굴에 갈등이 보였다. 주방에 들어가서 따질 것인가. 소파에 앉아 세아를 차지할 것인가.
씩 웃으며 그가 택한 건 후자였다.
“자리선정 좋은데요?”
“네?”
“여기서 섹스하고 있으면 삼촌이 볼 수밖에 없잖아요. 들어오다가 깜짝 놀랄 얼굴이 궁금하네. 인간이라면 안 놀랄 수는 없겠죠?”
“그야 당연히…….”
집에 들어왔는데 조카 둘이 여자 하나와 섹스를 하고 있다. 그걸 정면으로 보게 된 삼촌은…….
얼굴이 하얘진 세아가 생각을 휙휙 털어냈다.
아니지. 조카 둘이 4P를 제안할 정도면 정상적인 삼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둘이 말하는 것만 들어서는 어떤 사람인지 당최 짐작이 안 갔다. 꽤 권위적인 사람 같으면서도 유대와 친밀이 존재했다.
오늘만 볼 건데 뭐.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
“아! 삼촌이 기혼은 아니죠?”
“뭐요?”
“결혼했냐고요!”
불륜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해줘.
간절히 매달리는 쪽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그 사실에 흥미를 느낀 듯 한겸의 얼굴에 장난기가 번졌다.
“어떨 것 같…… 악!”
퍽! 커다란 손이 가차 없이 형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미혼입니다. 31살이에요.”
한결이 오렌지주스가 담긴 컵을 건네주며 단정했다. 결혼했는데 ‘집’에 여자를 데려왔을 리는 없었다. 당장 뛰쳐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세아는 긴장했던 어깨를 풀었다.
“삼촌이라면서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네요. 젊다고 하기는 했지만…….”
“막내 삼촌입니다.”
“아하.”
쪼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주스가 차고 달았다. 펜트하우스에서 나오는 주스는 뭐가 다른지 꽤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셨다. 그러나 한 컵 가득 담겨있던 주스를 반 이상 마셨을 때쯤에도 강렬한 시선은 계속 부딪혀왔고 차게 식은 목은 칼칼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한가하게 주스나 마실 상황은 아니었다.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대범하게 굴었을까. 그깟 섹스 판타지가 뭐라고.
어이가 없어 웃었는데 기분이 좋다고 착각이라도 했는지 한겸이 몸을 바짝 붙여왔다.
“다 마셨어요?”
컵을 내려놓던 손끝이 테이블로 미끄러졌다.
“정말 여기서 하려고?”
“침대 필요해요?”
“그건 아니지만…….”
남자가 둘이었다. 그녀는 샤워 가운 하나만을 입고 있는데 그걸 보는 성인 남자가 둘이나 있었다. 외출복을 입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현실감이 녹록지 않았다.
우연히 본 영화에서 두 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여자를 본 이후로 몇 번 상상했다. 아니, 꽤 자주 상상했다. 그럴 때마다 안쪽이 시큰하게 달아올라서 손가락이 희게 질리도록 움켜쥐고 참아야 했다.
이건 참아야 했던 일이다. 아무리 하고 싶었다고 한들 상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이 되었고 이제야 그 현실감이 닥쳐왔다. 긴장과 일그러진 배덕감으로 가슴이 타오르는 것 같다.
아. 해보고 싶다.
입가에 마른 침이 반드르르 고였다.
“엄청 야한 얼굴인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한결이 세아의 뺨을 가볍게 문질렀다. 형의 거침없는 스킨십과는 분위기가 다른 야릇한 것이었다. 다른 두 남자의 눈이 그녀의 반응을 좇으며 살폈다. 두 개의 시선. 질구가 뻐끔거리며 내벽이 찌릿 울렸다.
무슨 목적인지 분명하게 하고 왔는데 여기서 몸을 빼는 건 아니다 싶었다. 빼고 싶지 않기도 했고.
하룻밤으로 끝나는 관계는 처음이라 어색해서 그렇지 싫은 건 아니었다. 컵을 내려놓고 일어난 세아가 입고 있던 티를 붙잡았다.
“아…… 샤워할 시간은 줄 거지?”
배꼽 위로 말린 티셔츠는 하얀 살결을 드러내다 말고 내려갔다.
“……오른쪽입니다.”
실망하는 형을 밀고 이번에도 동생이 그녀를 안내했다.
* * *
여자가 사는 집이 아니라는 말이 맞는지 여성용 화장품은 없었다. 얼굴에 바디로션을 대충 펴 바르고 나오니 둘의 머리칼은 이미 젖어있었다. 다른 욕실에서 씻고 나온 모양이었다.
“이미지가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순해져서 못 알아볼 뻔했네.”
피부가 좋은 편이라 화장을 두껍게 하지는 않지만 클럽에 갈 때면 아이라이너를 짙게 그리는 편이었다. 회사원 유세아를 떠올리기 쉬울 민얼굴을 보인 게 껄끄러웠지만 다시 만날 인연은 아니니 괜찮았다.
“속은 기분이야?”
“약간? 나쁜 의미는 아니고. 이쪽저쪽 다 매력 있어서 홀리는 기분인걸.”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누나 진짜 잔인하네.”
“그러는 본인이야말로 진지한 것도 아닐 텐데.”
잔말 말고 할 일이나 하자는 의미로 한겸을 소파로 밀었다.
씻으면서 몸이 너무 달아올라 버렸다. 아래를 꼼꼼하게 씻었는데 물로 숨기고 감춰도 액이 질척거려서 소용없었다. 뜨거운 안쪽은 맞대고 비벼주지 않으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세아는 쓰러져준 한겸의 몸에 엎어져 허리를 달싹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하아…….”
“몸도 마음도 아픈데.”
별것도 아닌데 능청 떨며 올려다보는 게 같잖았다. 뜨거운 물에 씻고 나오니 술기운이 되살아났는지 손길에 거침이 없었다.
“빨리 하자…… 응?”
“엄청 흥분했네. 그렇게 기대돼요?”
“응. 나 얼른 넣어보고 싶어요. 뜨거워서 아플 정도야.”
그의 가운 끈을 붙잡아 풀자 탄탄한 맨살이 드러났다. 한겸의 허벅지 옆으로 내려섰던 무릎이 움찔거렸다.
170cm 초반의 전남친과 190cm에 가까워 보이는 쌍둥이의 체격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거기도 차이 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흉기…….”
“나 진짜 상처받았어요.”
거의 어린애 손목만 하면서 양심도 없이 상처라니.
“상처는 내가 받을 것 같은데. 찢어놓지는 않을 거지?”
위협적으로 불뚝 솟은 성기를 보고도 물러날 생각을 못 한다는 게 놀라웠다. 세아는 한겸의 허벅지 사이로 기어가 혀로 핥아보고 싶었다. 먼저 남자를 빨아줄 생각을 한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식욕이 돋았고 어디로든 받아보고 싶었다.
상상만 해보던 자극적인 상황은 너무 쉽게 견고한 성을 밀어버렸다. 그녀는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떠밀려 살갗이 다 부르트도록 젖었다.
“우리가 쓰레기예요? 그런 짓을 하게.”
“아…….”
그의 턱 주위를 비비적거리던 입술이 머뭇거리며 떨어졌다.
당황스럽고 미안했다. 낯선 사람이고 잘 모르니까 경계한 건데 그녀에게는 당연한 생각이 상대에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얼굴 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한겸이 부드럽게 속삭이며 세아를 끌어안았다. 뜨거운 체온이 이대로 그녀의 녹여버릴 것 같았다. 세아는 한겸의 가슴을 손으로 쓸며 저도 모르게 뒤를 흘끔 돌아봤다. 피를 나눈 쌍둥이의 시선에 양쪽으로 꿰뚫려 복부가 얼얼했다.
“원하는 게 뭐예요?”
“뭘…….”
“원하는 게 있으니까 힐끔힐끔 봤을 거 아니에요. 좆 두 개 다 넣고 흔들어주는 거?”
“찢어질 거야!”
“살살 하면 괜찮아요.”
“나는 그냥…….”
소소하게 위랑 아래랑 동시에 박혀봤으면 하고 바랐던 것뿐이라고는 절대 말 못 해.
세아가 빨개진 얼굴을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말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가 분명한데 한겸은 그녀의 귓바퀴를 짓궂게 핥으며 추궁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어요? 아니면 긍정인가? 두 개를 동시에 넣는 쪽이 가장 평범하긴 하죠?”
다정하고 살가운 목소리로 희롱했다. 그러나 세아는 알았다. 그가 저러는 건 그녀의 몸이 흥분하고 있어서임을.
찢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는 착실히 그 상황을 상상했다. 남성의 성기 두 개를 정말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하나도 벅찰 것 같은데 두 개를 물면 기분이 어떨 것인지.
아. 모르겠다. 미쳐버린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만은 여러 남자를 소유했다는 천박한 소유욕이 뇌를 태웠다.
“설마…… 세 개? 세 개 다 넣고 싶어요?”
“뭐?”
잊고 있던 그들의 외삼촌의 존재가 생각났다. 오늘 세아가 받을 남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성기 세 개를 넣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망상을 들었음에도 세 번째 남자가 궁금해졌다. 성기 세 개를 손과 입과 아래로 받아들이며 엉망진창 망가지고 싶었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이성을 완전히 놓고 흔들리고 싶었다. 세아는 진부한 일상을 오늘 하루만큼은 파괴하고 싶었다. 그런 충동이 일었다.
“야한 얼굴. 좆 욕심이 많아도 세 개를 한꺼번에 넣는 건 인간의 신체구조상 불가능해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축축이 젖어 든 음부를 굵은 손가락이 할퀴었다. 음순과 클리토리스 전체를 뭉개고 지나가는 손길에 등골이 소름으로 내달렸다.
“하앙!”
“말 안 해요? 아아. 알았어요. 몸으로 맞춰보죠.”
“아니, 난…… 앗!”
커다란 손 여럿이 옷을 벗기고 양쪽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한겸인 줄 알았는데 그의 손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입술을 가르고 말캉한 혀가 들어왔다. 뜨거워서 입천장이 다 델 듯 화끈거렸다. 불꽃을 삼킨 것 같아 눈가까지 열이 오르는데 곧바로 혀뿌리가 긁혔다.
“흐……!”
긴장하지 말라는 듯 한겸이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다른 쌍둥이 하나는 활짝 벌린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처박고 있었다.
길쭉한 손가락이 하나, 둘, 셋. 순식간에 부피를 늘려갔다. 찔걱거리는 소리가 입술을 비벼 나는 소리인지 음부의 음란함인지 헷갈렸다. 뜨거워서 머릿속이 붕붕 도는데 손 여럿이 살갗 여러 곳을 비비며 오금을 바싹 조여들게 했다.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서늘함에 엉덩이를 추켜세우자 젖은 숨결이 그곳에 닿았다.
“히익! 자, 잠깐……!”
“괜찮아요.”
한겸이 아랫입술을 빨고 턱을 잘근거리며 달랬다. 같은 체온을 가진 두 개의 입술이 위와 아래를 동시에 찔러왔다.
쭈웁. 안쪽을 헤집어 빨아먹는 소리가 났다. 얼마 되지 않는 꽃의 꿀을 빨아먹는 벌처럼 탐욕스러웠다. 얼얼할 정도로 빨리고 난 다음에야 몸이 벌벌 떨리고 있음을 알았다. 몰아친 자극에 클리토리스는 남자의 성기만큼 벌떡 솟아났고 붉은 돌기가 야금야금 뭉크러졌다.
“아아! 아, 흐아! 흐아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흐트러져 비명이 터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자극이 찌릿해서 전기라도 흠뻑 맞은 것 같았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바르작거렸으나 단단한 손이 허리를 붙잡아 쓰러지지 못하게 막았다.
애무하는 손과 입이 여러 개니 더 자극적인 건 당연했다. 그러나 시각적인 자극도 무시할 수 없었다. 똑같이 생긴 형과 동생이 한 여자를 탐하며 움직이는데 그것이 자신이라는 생각. 두 형제를 먹어치운 요녀가 되어 꽉 삼키고 싶었다.
“꺄흐읏! 더, 얼른……!”
“보채지 말아요. 안도 엄청 작으면서.”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기어온 혀가 클리토리스를 똬리를 튼 뱀처럼 감쌌다. 알의 부화를 고대하는 뱀처럼 살갑지는 않았다. 목을 조여 죽일 기세였다. 있는 힘껏 꽉 짜부라트렸고 빳빳하게 솟아났던 클리토리스는 힘없이 일그러졌다. 조이고 풀고. 반복되지만 매번 다른 강도에 안은 정신없이 발씬거리며 음액을 줄줄 쏟았다.
동생이 애무하는 음핵 아래를 형의 손가락이 찔렀다.
“아, 아앙! 아으응!”
“기분 좋은가 봐. 엄청 조여.”
“남자가 둘이라는 것에 흥분하고 있어. 계속 번갈아 쳐다보잖아.”
한결의 담담한 목소리가 사실을 읊었다. 겨냥한 것도 아닌데 뾰족한 창살에 몸이 후려 맞는 것 같았다. 찔려서 따갑고 긁혀서 아프고 차가워서 짜릿했다. 비난인지 뭔지 모를 그것에 흥분했다는 사실에 세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눈이 야해가지고. 유혹하는 거예요? 얼른 넣고 싶다고?”
“아흣!”
그는 검지와 중지를 넣고 흔들었다. 질벽 깊게 찔렀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안이 아가미처럼 뻐끔거렸다. 마찰에 돋아난 공기방울이 뽀르르 소리를 내며 터졌다.
“으, 힛! 흐아아!”
몸을 완전히 무너트린 세아가 젖은 얼굴을 한겸의 어깨에 비비며 울었다. 집요하기가 말로 못다 할 수준이었다. 도망치고 기어올라도 두 사람 사이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범람하는 쾌락을 맨몸으로 맞아야 했다.
“하아아앙!”
세아가 도리질 치며 자지러졌다.
“바로 넣어도 될 것 같아?”
“하나쯤은.”
한결의 허락에 한겸이 빙긋 웃으면 세아를 일으켰다. 포장지를 찢어 콘돔을 성기에 씌우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힘 하나 없어 늘어져 있던 세아가 엉거주춤 자세를 잡자 뜨거운 성기가 미끄덩거리며 몸을 비벼왔다. 선득한 마찰에 머리끝까지 쭈뼛 섰다.
“으…… 미끄럽고 뜨거워.”
귀두를 반만 머금게 하고 허리를 살살 흔들었다. 가장 예민한 선단을 쥐어짜는 감각을 즐기는 듯 한동안 그렇게 했다. 맞추기는 했어도 쑤셔 넣지는 않는 행동에 여린 팔뚝 위로 돋아났던 소름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때마침 허리에 커다란 손 두 개가 닿았고 힘을 조금 뺀 안으로 성기를 완전히 처박았다.
“아윽…… 아아……!”
“누나. 나 터지겠어요. 내 요도가 뻐끔거리는 거 느껴져요? 누나 액이 흘러들어 와서 안쪽이 타는 것 같아. 바로 쌀 것 같다고.”
삽입을 허락한 건 몇 년 만이었다. 안이 잘 벌어지지 않는 듯 한겸이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살살 달랬다. 뿌리 끝까지 처박을 때는 언제고 다정한 척 굴었다. 세아가 입술을 꼭 깨물고 한겸을 돌아봤다.
젖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하, 조루로 낙인찍히면 자존심이 상해서 못된 짓 할지도.”
그가 허리를 잘게 흔들었다. 나이는 어려도 요령은 좋은지 그는 금세 세아가 느끼는 곳을 찾았다. 뭉근하게 비벼오는 불덩이에 몸이 발갛게 물들었다.
“여기 좋아요?”
풀어헤친 가운이 펄럭거리며 엉덩이를 때렸다. 치닫는 자극에 눈꼬리에 울음기가 번졌다. 세아는 더 노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랐던 대로 씩 웃은 그가 치덕거려왔다.
“아응…… 하아아.”
벌어진 입술 사이로 쾌감에 절은 신음이 흘렀다. 입가로 타액이 슬그미 흐르려는 걸 아는데 좋아서 단숨이 자꾸 빠져나왔다. 무릎을 모으며 끙끙거리던 세아가 뺨을 한결의 허벅지 사이로 비볐다. 두꺼운 허벅지에 몸이 함몰될 것 같았다.
“힘듭니까?”
한결의 가운 끈은 아직도 단정히 묶인 채였다. 전라의 세아와 망나니처럼 옷깃만 벌린 한겸과는 또 달랐다.
세아가 고개를 젓자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문지른 한결이 가운을 젖혀 뻣뻣하게 선 성기를 내보였다.
“그럼 빨아줘요.”
부드러운 부탁이 못내 권위적이었다. 그런데도 침샘이 고였다. 하나는 아래에 박고. 하나는 위에 박고. 딱 그녀가 원하던 상황이었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눈꺼풀이 얌전히 수그러들었다. 어설프게 숨긴 욕망을 꿰뚫어 보는 시선이 있었으나 잠재울 순 없었다. 벌어진 입술을 그대로 맞췄다.
“으흥!”
한겸이 세아의 허리를 찍어 누르며 성기를 꽂은 채로 허리를 치켜들었다. 자궁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뒤꿈치까지 최대한 치켜든 발가락 끝이 새하얗게 질렸다. 눈앞이 하얗게 부서지는데 목구멍 끝까지 염화가 차올랐다.
굵은 성기 두 개가 입과 내벽을 채웠다. 빨갛게 들끓은 속살이 뻐근하게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세아의 몸을 압박했다. 미치도록 자극적이라 눈물이 계속 흘렀다.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엉망이 되어 다시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 망가…… 으읍!”
한결은 애원하려는 목소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멋대로 도망치던 걸 힐난하듯 거세게 들어찬 성기가 목구멍 안쪽까지 침입했다. 뚝뚝 떨어진 눈물이 그의 성기를 타고 흘러내리자 그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반짝였다.
“혀 내밀어서 휘감고 안쪽까지 넣게 해줘요. 끝에 닿을 때마다 억세게 조이는 게 좋거든요.”
숨이 턱 막히도록 성기를 쑤셔 넣은 남자의 턱이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선이 전에 없이 젖어있어 흥분을 일게 했다.
한결은 손으로 성기를 붙잡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오로지 입으로 조이고 빨기를 바랐다. 그의 허벅지만 겨우 움켜쥐고 입안이 부르트도록 흔들렸다. 분홍빛 입술이 음부처럼 새빨갛게 변할 때까지 흔들려서야 그의 단정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으…… 으읍!”
더운 숨이 눈앞을 부옇게 간질였다. 질척이는 공기로 뒤덮인 폐에 그의 쿠퍼액이 끈끈이 낄 것 같았다. 빳빳하게 선 성기의 경직도를 보아 둘 다 곧 사정할 것 같은데 그 전에 세아가 먼저 쓰러질지도 몰랐다.
퍽! 퍽! 치대는 힘에 몸이 쭉 밀렸다. 머릿속이 몽롱하여 아무렇게나 소리치고 싶었다.
뜨거워. 좋아. 더 세게.
두 개의 성기는 지지 않고 달려들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함께 해왔을 쌍둥이의 것이 하나였던 태초로 돌아가려는 듯 세아의 몸을 양쪽에서 꿰뚫었다. 너무 거세서 이대로 몸을 뚫고 서로가 맞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형제를 동시에 상대한 것부터가 이미 정상적이지 않았다. 세아는 히잇 히잇 울며 넋을 놓고 흔들렸다.
“우으응! 흐앗…… 흣!”
천박한 비명을 가로막은 성기가 크게 부풀었다. 안을 찰박대는 몸짓도 빨라졌다. 옴찔거리며 조여대는 질벽이 타올랐다. 세아는 눈을 감고 온몸을 발발 떨었다.
띠리리리!
문이 열리는 전자음이 들린 건 그때였다. 사생활 보호가 주목적인 펜트하우스의 방음은 완벽하지만 그건 소음유발원이 밖에 서 있을 때에 한했다. 안에 들어오는 순간 소리가 들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눈꺼풀을 번쩍 들고 올려다보는 세아에게 한결과 한겸이 상냥하게 속삭였다.
“조금만 참아요.”
“쉿. 서프라이즈잖아요.”
이 순간을 위해 참아왔다는 듯 두 사람의 몸짓이 거칠어졌다. 쾌감을 참지 못하고 힘이 바짝 들어간 손이 각각 머리와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도 강하게 처대서 질구를 손바닥으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찰싹찰싹 음부를 때려오는 고환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쇠꼬챙이에 찔려 피가 날 것처럼 긁히는데 눈앞에 쾌락이 번쩍였다.
“아흥. 흐…… 아!”
“서한겸.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지?”
그녀의 신음을 묵직한 목소리가 눌렀다.
“동영상을 그렇게 보고 싶으면 네 방에서 혼자 보라고…….”
터벅터벅.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데 그들의 몸짓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참으라고? 이걸 대체 어떻게?
“하아아앙!”
자지러지며 뱉어낸 성기에서 희뿌연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벌어진 입가로 흘러들어온 정액이 비릿했지만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머릿속이 하얬다. 세아가 사정 중인 성기에 뺨을 비볐다.
응혈된 쾌감이 배 속 끝까지 밀려들어 갔다. 톡 튀어나온 클리토리스에 고여 있던 음액 한 방울이 찬바람을 맞아 떨렸다. 아슬아슬 고인 그것이 아래로 툭 떨어질 때까지 그녀는 울며 허리를 흔들었다.
“사, 살려…… 흐아, 힉…… 히이이잇!”
정액으로 젖은 얼굴을 치켜들며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누가 보고 있든 말든 쾌락에 잠겨 눈앞이 어두웠다. 그러나 바라보고 있다는 건 분명히 인식했다. 두 개의 성기에 박히는 모습을 누군가 보고 있었다. 관음 당하는 것까지 취향일 줄은 몰랐으나 이 순간에는 그것도 좋았다.
일부러 더 음란하게 소리치고 몸을 흔들었다. 새까만 눈동자가 경악으로 일그러지고 충격으로 굳어가는 게 보였다. 그것 뿐은 아니었다. 기이한 열기가 어른거리며 그의 눈이 세아의 음부를 샅샅이 훑었다.
의식한 것 같지는 않았다. 사로잡힌 것처럼 그곳에 박혀 들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그가 절망하고 부서지는 것까지 보았다. 무너지는 사내의 모습에 잔혹한 쾌감이 들었다.
“아. 아아!”
너무 좋아. 좋아!
어둡고 시커먼 땅끝까지 곤두박질쳐졌다가 일깨워지는 감각에 눈앞이 시큰했다. 눈물이 후두두 떨어졌고 젖은 시야에 시커먼 것이 걸렸다.
장승처럼 서 있는 새까만 남자. 입고 있는 옷도 머리칼도 눈도 새까매서 드러난 피부 외에는 오로지 까맣기만 한 남자였다.
“선물이에요, 삼촌.”
서한겸이 제 성기가 꽂힌 음부를 벌려 보이며 속삭였다.
“여기 엄청 귀엽지 않아? 원래는 분홍색이었는데 새빨개졌어. 꼴리는 대로 박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니까?”
세아는 그가 움직이는 대로 아무렇게나 매달려 흔들렸다. 그가 가슴을 부드럽게 매만지든 후희를 즐기며 어깨에 입을 맞추든 빈껍데기처럼 덜렁거렸다.
지독한 쾌락으로 초점을 잃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 하아…….”
가쁜 숨소리가 물방울처럼 맺혀 들었을 때, 나무처럼 우뚝 서 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남자 셋…… 넷이서 같이 하기로 했지, 저 사람이겠지? 으음…… 이번에는 침대에서 하자고 할까? 일어서서 받기는 너무 힘든 것 같은데…….’
세아는 멍하니 서서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좋았고 남자 셋은 또 어떨지 궁금했다. 젖어 든 시야는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고 그래서 벼락같은 노성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어라?
세아가 이상함을 느꼈을 무렵 남자는 이미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철썩! 거센소리와 함께 한겸의 고개가 돌아갔고 그가 주춤 물러나면서 여태 그녀의 안에 박혀있던 성기가 단숨에 뽑혔다.
“하응!”
한겸에게 다가가던 남자는 바닥에 풀썩 미끄러진 세아를 보고 당황했다. 삼촌이 조카 둘을 홀려낸 여자를 맨몸으로 쫓아낼까 하는 걱정은 했어도 조카를 때릴 줄은 몰랐던 세아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누나, 삼촌 잡아요! 안 잡으면 저 죽어요!”
그때 한겸이 소리쳤고 세아는 엉겁결에 그의 다리에 철썩 달라붙었다. 물론 맨몸으로.
* * *
조카 둘의 말에 따르면 그들의 삼촌에게는 특이한 성벽이 있다고 했다.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민망한데…… 삼촌은 한 여자로 만족(?) 못 하는 성벽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여러 여자가 필요한 건 또 아니고 최소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필요하단다.
설명이 점점 더 이상해지는데 아무튼, 그들의 삼촌은 다른 사람이 섹스하는 걸 봐야 발기가 가능한 매우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였다.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타고나기를 그랬다고 한다.
그런 문제 외에는 정상인인 그들의 삼촌은 통상적인 1:1 관계 외의 섹스는 바라지 않았고 지금까지 고자…… 가 아니라 동정으로 살았다.
그런 삼촌을 불쌍하게 여긴 조카1은 삼촌을 상대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아 헤맸고 마침 세아를 발견했다.
하여 희희낙락 섹스하며 삼촌이 발기…… 아니,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받은 건 따귀 한 대였다. 그것도 세아가 다리를 붙잡아 말렸기에 한 대로 그쳤지 지금 이 대화 중에도 그는 몇 번이나 한겸을 노려봤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찢어 죽일 기세로.
“살려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고자남…… 이 아니라 동정남이 세아에게 물었다.
“죽을 것 같아서 그러긴 했는데요…….”
세아가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 그의 고개가 다시 쌍둥이에게로 돌아갔다. 이 일은 서한결과 서한겸이 함께 벌인 일이지만 평소 신뢰도가 다른지 그가 주로 노려보는 건 서한겸이었다.
“누, 누나!”
한겸이 세아를 애타게 부르며 삼촌을 가리켰다. 저 흉흉한 기세가 보이지 않느냐. 빨리 해명해라. 그런 의미였다.
“아니. 진짜 목숨이 위협받는 기분이었다는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좋아서 살려달라고 했다는 걸 설명하기 민망하여 잠시 망설이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이봐요! 그것도 못 기다려주시나!
“조, 좋아서 그랬어요! 죽을 만큼 좋아서!”
“…….”
“몇 번을 말해요! 합의! 합의했다고요!”
세아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진심이 통했는지, 발악이 통했는지,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뒤로 한겸이 손하트를 그려 보이며 기뻐했다.
“셋이서 하는 게 괜찮았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군요.”
“넷이 같이하는 것도 괜찮고요.”
그래서 당신은 할 거냐. 말 거냐.
세아가 눈빛으로 말간 물음을 던졌다.
“이도하입니다.”
잠시 뒤 남자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악수라도 하자는 것 같았다. 무슨 의미의 악수일까? 하룻밤 섹스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
세아는 이 상황이 얼떨떨했고 얼결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유세아예요.”
“잘 부탁합니다.”
“아…… 네…….”
섹스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남자의 눈빛이 너무도 침중하여서.
과연 동정남. 잘해드려야겠다.
세아는 첫 섹스부터 4P를 하게 될 남자를 아주 잠깐 동정했다.
* * *
시작하기에 앞서 침대에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도하에게 보여주려 소파를 선택했던 것이지 그 외에는 고집할 이유가 없었기에 네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목적지는 도하의 방이었다. 쌍둥이의 말에 따르면 그의 침대가 가장 크단다.
아무튼 시작은 순조롭고 상쾌했다. 딱 거기까지만.
“히잇! 흐, 아! 주, 죽을 거…… 아아아!”
“내가 박아주잖아요. 세아는 가만히만 있으면 돼요.”
세아는 한결의 성기를 꽂고 앉아있었다. 기승위라고 주로 불리는 자세였는데 이것의 장점은 전혀 살릴 수 없었다. 스스로 박자를 조절하기 위해 올라탔는데 허리를 흔들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자극이 너무 과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한결은 쉬지도 않고 허리를 들썩거리는데 동생이 성기를 꽂은 아래를 형이 힘껏 빨았다. 여성의 신체 중 가장 민감하다는 클리토리스의 색이 새빨간 적빛으로 변할 때까지 빨렸다.
“빨 때마다 조이지 않아?”
“응.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느껴질 정도로 빨아.”
“누나, 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빨아먹어 줘도 계속 흐르는 거 알아요? 박을 때마다 질질 튀는데 꼭 물방울 같아.”
츄읍, 쭙. 고개를 들어 음탕하게 젖은 눈을 숨기지 않고 천박할 정도로 과감하게 혀를 할짝거렸다. 빨리거나 핥아지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 이미 절정에 달해 오감이 쭈뼛 선 경우라 쾌감이 극치를 넘어 죽을 것 같았다.
“아, 아흐, 그, 그만! 그…… 끄하아!”
몸이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커다란 온돌이 내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았다. 속이 화끈하고 얼얼하다가 손발이 차갑게 식고 또 뜨거워서 몸서리쳐졌다.
아랫배가 짜릿하여 힘이 발씬 모였다. 음탕하게 오물거리며 조여드는 게 결코 그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흥분이 한결의 사정을 부추기는지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그녀의 가슴을 큰 손으로 주물렀다.
허연 살결이 커다란 손 틈으로 틀어져 뭉개졌다. 빳빳하게 선 유두도 마찬가지였다. 과실처럼 오동통하게 익은 그곳을 한결이 손가락으로 강하게 비틀었다. 그와 동시에 한겸이 이로 예민한 돌기를 살짝 깨물어버렸다.
“기분 좋아요?”
“히잇! 히이이잇!”
“응. 알아요. 허우적거리면서도 보지는 좆에 꼭 박혀 있잖아. 아, 근데 누나…… ‘보지’ 좋아하나 봐. 불러줄 때마다 이름 불린 것처럼 움찔거리네. 젖꼭지까지 새빨갛게.”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것처럼 끝을 들고 버티던 발이 미끄러졌다. 하얀 시트에 말린 발가락만큼이나 더 깊게 성기가 내벽을 파고들었다. 깊은 안쪽까지 강하게 쑤셔 박는 몸짓에 그대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주, 흐으…… 죽겠어. 흐아! 흐아아아!”
“거짓말 하면 혼나요.”
“아, 아니…… 진짜…… 아흣!”
세아는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단단한 손이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달래듯 젖은 볼을 매만졌다.
“너희들 너무 심하게 하진 마.”
도하의 목소리였다. 정신을 못 차리는 세아가 심히 걱정스러운 듯 그는 세아 옆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핥아주고 눈가에 입을 짧게 맞췄다.
“으응. 누나, 우리 심해요?”
한겸이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마구 뭉개며 샐쭉 웃었다. 안이 팡팡 터지는 감각에 세아가 눈을 반쯤 뒤집고 허리를 뒤틀었다. 뻐끔 벌린 입술을 할딱거리며 숨을 삼킬 뿐 새하얀 숨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이게 다 누나를 위한 건데? 안을 못 조일 만큼 해놔야 2개 넣을 때 안 다치죠. 풀려서 오물거리지도 못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아, 안 돼…… 흐, 아!”
“거짓말 하면 맴매 맞아요, 세아 누나.”
본인의 이름이 언급되자 세아의 눈에 희끄무레한 빛이 돌았다. 그녀의 정신을 일깨우려는 것처럼 한겸이 붉게 부은 클리토리스를 찰싹 때렸다.
“아앗!”
“보지 맴매해요?”
찰싹! 평소라면 숨어들기라도 할 텐데 꼿꼿이 선 음핵은 돌출되어 그의 손짓을 피할 수가 없었다. 작살에 꽂힌 물고기처럼 바들거리던 세아가 고개를 휘저으며 애원했다.
“제발…… 아, 하아앙!”
본능적으로 누가 가장 힘센 수컷인지를 안 것 같았다. 누가 자신을 도와줄지도.
세아의 손톱이 도하의 팔뚝을 마구 할퀴었다. 붙잡으려다가 잘 안 되니 손톱까지 세웠지만 젖은 손은 그대로 미끄러질 뿐 흔한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 도하는 땀과 정액으로 축축한 작은 손을 붙잡아주며 조카를 불렀다.
“서한겸. 적당히 해.”
한겸이 혀를 찼다. 붉은 혀가 매끄럽게 안을 핥았지만 숨이 깔딱 넘어갈 뻔했던 전보다는 나았다. 세아가 호흡을 할딱할딱 고르며 젖은 팔을 쭉 뻗었다. 입가에는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축축한데 안은 바짝 말라 있었다. 온몸의 수분기가 아래로 다 빠진 것 같았다.
“우물거리며 씹어대는데 어떻게 참아요? 핥아주면 좋아하고 빨아줘도 좋아하고. 나보고 어쩌라고.”
“조절 못 하겠으면 잘라.”
“……미쳤어요? 삼촌 때문에 식었잖아요!”
조카를 가뿐히 무시한 도하의 혀가 뜨거운 안쪽을 파고들었다. 언뜻 다정한 것 같지만 그도 같은 핏줄이라 매몰차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의 서투름이 잠시 세아를 즐겁게 했으나 그는 세아가 느끼는 곳을 하나씩 기억해놨고 어느새 혀를 성기처럼 써 입안을 탐닉했다.
입안에도 예민한 곳은 많았다. 세아는 혀뿌리와 입천장 쪽을 약하게 긁어주면 허리를 달달 떨었는데 뜨겁고 굵은 혀가 밧줄처럼 칭칭 감겨 뜨거운 숨을 삼켰다. 비음이 코끝으로 새면 그것도 봐주지 않고 잡아챘다.
“흐응! 흐…… 으응!”
한겸의 손가락이 이미 빡빡하게 벌어진 안쪽으로 사라졌다. 동생의 성기와 형의 손가락으로 안이 찢어질 것 같았다. 세아가 울음을 와락 터트리며 도하의 입술을 잘근잘근 빨았다. 힘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고 미끄러지는 입술이 힘없는 아기처럼 안타까웠다.
도하가 그녀의 비음을 삼키고 핥아주는 동안 그녀의 안은 차츰 벌어져 한겸의 손가락을 셋이나 물고 있었다.
“나 넣을게요, 누나.”
잠깐. 그렇게 말하려는 것처럼 세아의 고개가 돌아갔으나 단단한 손은 그녀의 턱을 놔주지 않았다.
“내게 집중해요.”
도하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혼을 빼는 힘이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틈에 그의 입술이 깊게 맞물렸다. 홍염이 넘실대며 입천장을 긁었다. 세아의 허리가 탁 튕겨 들고 안의 구멍이 뻐끔 벌어졌다.
“아흥!”
도하가 턱을 놓아주자 세아는 한겸의 위로 엎어졌다. 한결이 그녀의 몸을 엎어놓고 엉덩이 두 짝을 양옆으로 크게 벌렸다. 벌려놓은 구멍으로 한겸의 귀두가 빨려 들어갔다. 언뜻 드러난 붉은 살점이 그의 것을 삼키며 벌건 내벽을 벌렸다.
어중간한 틈에 몸을 맞춘 한겸이 허리를 짓쳐들었다.
퍽!
세아의 눈동자가 벌어지며 동공과 홍채의 구분이 연약해졌다.
“아…… 존나 빡빡해. 손발이 작으면 안도 좁다던데…… 그래서 이래?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놨는데 그만 좀 조여. 나 지금도 겨우, 참고 있는 거 알아요?”
한겸이 열이 바짝 오른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귓가를 씹었다. 이로 콱 물어뜯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도록 일부러 여린 살갗을 질겅였다. 습하게 저민 귓바퀴로 한겸이 내뱉는 탕어가 짓밟혔다.
“크읏!”
그때, 한결이 신음하며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사정을 끝낸 그가 비켜서고 두 개의 성기를 한 번에 물고 있느라 벌어진 속살이 밖으로 뻐끔거렸다. 한결이 비켜선 곳에 자리한 도하가 붉은 거품처럼 몽글거리는 안을 들여다보는 게 느껴졌다.
“거기서 보면 죽이죠? 나 원래 거기가 예쁘다는 생각 별로 안 했거든. 근데…… 흣! 엄청 귀여워. 안에 싸버리고 싶어. 안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싸질러서 쌀 때마다 하얗게 튀면 얼마나 귀여울까 궁금하잖아. 남자 걸 셋이나 머금은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도 궁금하고. 혼자 젖어서도 이렇게 빠끔거리는데.”
“서한겸.”
“섹슈얼 판타지에 대해 뭐라고 지껄이는지는 자유잖아요?”
동생만큼이나 우아하게 발음된 영어가 야했다. 영어라는 게 원래 저렇게 약했나 생각할 무렵 야살스럽게 휘는 한겸의 눈동자가 보였다. 입술을 모은 그가 혀가 마른다는 듯 할짝거렸다. 야릇하게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음산했다.
“뭐해요? 누나가 기다리는데.”
“흐…….”
자극하는 말투에 세아가 울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괜찮아요. 칭얼거리지 않아도 넣어줄게요. 금방 꽉 채워줄 테니까 울지 말아요.”
그의 손이 엉덩이를 톡톡 치며 흔들었다. 앞뒤로 흔들리는 하얀 엉덩이 사이가 음액으로 온통 축축했다. 골까지 반들반들해서 공기가 차가웠다.
“누나 여기에 얼른 넣어줘요, 삼촌.”
선물. 그렇게 말했던 순간처럼 그가 세아의 안을 활짝 벌렸다. 양쪽 허벅지를 붙잡고 보여줄 수 있는 만큼 훤히 드러내 보였다.
“좁아서 물어뜯을 기세로 앙앙거리지만 다 들어가긴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겸의 성기가 안을 느긋이 파고들었다가 빠져나왔다. 딸려오는 살점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보였다.
조카의 성기가 들락거리는 안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허락과는 별개로 수치심이 들어 세아의 눈가가 빨개졌다. 울먹거리던 그녀가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흐…… 흐아!”
한눈판 걸 경고하듯 한겸이 성기를 거칠게 휘둘렀다. 성난 채찍처럼 휘갈기는 전율에 등골이 바르르 떨리며 젖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소름 끼치도록 고요한 검은 눈이 보였다. 조카들과 유일하게 닮은 부위가 있다면 동공이 구분되지 않는 새까만 눈이었다. 까맣게 죽은 것 중 눈만 살아남아 뱀의 동공처럼 오싹하게 빛났다.
천천히 손을 뻗은 도하가 조카들의 손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갓 구운 빵처럼 보들보들한 살점이 그의 손가락에 엉켜 조금씩, 그러나 강렬하게 뭉크러졌다.
도하가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허리를 살짝 밀어 넣었다. 귀두가 미끄럼틀 타듯 미끄러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으, 으응…… 핫!”
“엄청 오물거리지? 기분 좋아서 그래. 발발 떨릴 때 쑤셔서 흔들면 안을 꼼지락거리며 조이는데 그게 진짜 귀여워.”
“그래.”
그의 눈이 번들거린 건 그때였다. 독을 품어 시커멓게 변한 은장도 같은 빛깔로 번뜩이며 포악하게 일그러졌다. 일순 스친 잔인함에 목덜미에 소름이 쭈뼛 돋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세아에게 도하가 점점 더 다가왔다.
콘돔을 씌워놓은 성기에는 핏발이 성성했다. 선득한 색의 검붉은 성기가 천천히 흰 엉덩이 사이로 사라졌다.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두꺼운 성기의 감촉이 선연하게 남았다.
“지금, 넣어도 됩니까?”
“살살…… 으하, 해…….”
모골이 송연하도록 잔혹한 눈빛에 세아가 연약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윽……!”
고개를 끄덕이며 성기를 밀어 넣던 도하의 얼굴이 차츰 무너졌다. 나신이 되어서도 완벽하게 빛나던 조각 같은 남자의 허점이 처음으로 보였다. 열기로 어른거리는 눈가의 작은 점에 붉은 기가 모였다. 날렵하게 단련된 거구가 세아의 어깨로 미끄러져 가냘프게 뺨을 비볐다.
“기분이 정말…… 읏! 좆만 남은 것 같네요. 요도에 심장을 단 것 같습니다. 뜨겁고…… 조여…….”
쾌락을 삼키는 목소리가 가빴다. 뜨거운 숨소리에 살갗이 다 화끈댈 정도였다.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지 궁금했다. 세아는 곁눈질로 젖은 얼굴을 살피며 입술을 할짝였다.
“아…….”
저 커다란 남자를 집어삼킨다는 만족감. 차갑고 오만한 얼굴을 무너트린다는 쾌감. 땀으로 등골이 섬뜩하게 젖었다.
“오물거린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세차게 빠는 게…… 더 달라고 보채는 것 같고…….”
그러나 고개를 천천히 드는 사내의 얼굴은 식욕이 돋아진 날짐승의 것이었다. 그가 세아의 허리를 우악스레 움켜쥐었다. 발달한 팔뚝 위로 시퍼런 핏줄이 솟구쳤다. 눈이 반쯤 돌아간 그가 세아의 몸을 찍어 눌렀다.
“흐아앗! 커, 너무…… 커, 흐앗!”
퍽! 퍽!
뿌리 끝까지 박는 힘에 그녀의 몸이 앞으로 밀렸다. 세아가 고개를 마구 흔들며 한겸의 목에 눈물을 떨어트렸다.
“아! 아앗! 커서, 너무…… 벌어져, 요! 흐앗! 사, 살려…… 찢어져! 뜨, 뜨거…… 흐아아!”
“으…… 삼촌, 삼촌 게 제일 흉기 아니야? 양심도 없이 너무 세게 하면 누나 보지 망가져요. 적당히…… 흣! 나도 좆 터지겠다고!”
셋 중 가장 자제심이 약했던 건 도하였던 것 같다. 처음이라 참을 수 없을 만큼 좋다는 건 이해해보겠는데 이러다가 진짜 찢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세아가 버둥거리며 도하의 팔을 붙잡았다.
“아, 안 돼! 커, 커서…… 아파! 흐…… 어디까지 들어온…… 그, 그만 벌려……! 제발…… 아아앙!”
도하는 몸이 진짜 돌덩이 같았다. 세아의 말랑한 팔로는 아무리 밀어도 밀려나지 않았다. 딱딱한 복근이 움찔 조여들며 세아의 손가락을 물어버릴 듯 위협했다.
허우적거리던 그녀가 포기하고 엎어져 울음을 터트렸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그만 목소리에 빛이 꺼졌던 도하의 눈에 온기가 살짝 돌았다.
“……하아. 하아.”
“흐…… 흐으…….”
몸을 급하게 멈추어 세운 그가 남자 둘에게 파묻혀 우는 것밖에 못하는 세아를 돌아봤다. 당황하여 주춤거리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미안합니다.”
그가 경직된 엉덩이를 부드럽게 어르며 성기를 반쯤 뽑았다. 서늘한 등가에 따스한 숨을 휘휘 불어넣으며 자근자근 입을 맞추자 세아도 긴장이 풀렸는지 히끅거리는 숨소리가 잔잔해졌다.
“안 찢어졌어요. 예쁜 모양으로 잘 조이고 있습니다. 허리가 뻐근해서 돌아버릴 정도로.”
“왜들 다 입이…… 그런 말을……. 흐, 읏!”
도하는 아까처럼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적응할 시간을 주자 안쪽은 다시 매끄럽게 젖어 들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잉!
옆에서 진동 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엉덩이 살짝만 들어봐요.”
한결의 손에서 나는 소리였다. 영문도 모르고 엉덩이를 들 힘도 없었는데 그녀 대신 누군가 다른 이가 틈을 벌렸다. 한겸의 음모에 거칠게 비벼지던 안쪽으로 뜨거운 손이 쑥 들어왔다. 진동소리가 가까워졌다.
“앗! 꺄흐읏!”
지이이잉!
한결이 웅웅거리는 분홍색 로터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속삭였다.
“안이 찌릿거려서 기분 좋죠? 세아가 많이 싸기는 했지만 젖는다고 감전되는 종류는 아니니 안심해요. 안전한 거거든.”
동그란 상단부가 뻣뻣하게 솟은 살점을 누르고 뭉갰다. 작은 전기 한 가닥이 안으로 빠직 빠직 솟구치는 것 같았다. 작은 홍염 여러 개가 모여 뜨겁고 아팠다. 팡 터져버릴 것 같은데 처음 겪는 로터의 자극에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한결의 손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로터의 모서리가 돌기를 콱콱 찍었다. 살려달라는 애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강한 쾌감이 몰아쳤다. 뜨겁게 달군 인두로 안을 지지는 것 같았다. 발가락이 풀렸다가 조였다가 마음대로 움직였다. 시트를 박박 긁으며 요동치는 것도 모르고 세아가 몸을 마구 뒤틀었다.
뚝. 뚝. 떨어진 음액이 허공으로 솟았다.
“하하. 좆도 아닌데 멀리도 싸네요. 정액이 멀리 분출되면 힘이 좋은 거라던데…… 세아는 정력이 좋은 건가? 셋만큼은 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응?”
한결이 봐줄 필요 없겠다는 것처럼 웃으며 로터의 진동을 최대치로 키웠다.
“힛! 히잇! 흐…… 아앗!”
지이이이이잉!
열이 모인 클리토리스가 성기처럼 발끈거리며 솟아났다. 위로 휙 솟구칠 때마다 차가운 플라스틱 기구에 부딪혀 뭉개지고 부서졌다. 이대로 살점이 뜯겨나갈 것처럼 강한 자극에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마, 망가져…… 모양이, 흐읏! 뭉개…… 히이잇!”
엉덩이가 도하의 치골에 부딪혀 앞으로 철퍽 무너졌다. 비켜나간 로터가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벌어진 음부 사이로 스며든 로터가 징징 울리며 전기선이 음핵을 탁탁 때렸다.
“꺄아아아!”
세아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탁탁 돌아가는 전기선이 꼬여서 클리토리스를 휘감는다. 턱을 번쩍 들고 달달 떠는 그녀를 안타깝게 여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세 남자가 한 여자의 몸에서 쾌락을 탐하며 거칠게 요동쳤다.
“쉬이.”
기묘한 숨소리가 안쪽을 자극했다.
“아…… 아으…… 나, 무, 무서…… 워, 싸, 쌀 것 같아.”
세아가 한결의 손을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의? 이런 식으로 싸본 적이 없어서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이 이 자극을 견뎌낼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 실례를 할 것 같았다.
“싸요, 그럼.”
한결이 입술을 늘어트리며 잔인하게 요구했다.
시야가 허물어져 흔들렸다. 나락이었다. 지옥에 떨어져 몸이 불타고 있었다. 지독한 쾌락. 세아는 허망한 얼굴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일그러졌다. 흐려진 동공은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벌어진 입술에서는 타액이 질질 흘러내렸다. 추스르지 못한 아래에서 올라오는 찔걱거리는 소음이 텅 빈 머릿속을 하얗고 까맣게 점멸시킨다.
“아…… 아흐, 흐으…….”
울음이 섞여 색색거리는 입술에 상냥한 목소리가 닿았다.
“울지 말아요. 괜찮대도요. 부끄럽지 않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빨아먹어 줄게요.”
달래며 입술을 빨았다. 쪽쪽거리며 귀엽게 빠는 게 아니라 음탕하게 분탕질하며 세아의 흔적을 거두고 제 냄새를 묻혔다.
철퍽! 남자의 성기 두 개가 들락거리는 안쪽과 부딪힐 때마다 징징거리며 클리토리스를 뭉개는 로터. 그것만으로도 정신없는데 한결이 사르르 눈웃음치며 흉악한 것을 들이밀었다.
“힘들어요?”
“흐, 흐으! 아, 아, 나, 나는…… 흐아앙!”
대답할 새도 없이 힘없이 쉰 신음이 입안을 채웠다. 고개를 갸웃거린 한결이 이내 다정하게 웃으며 방금 전까지 입으로 애무하던 입술에 좆을 미끄러트렸다.
“귀두 끝에 목구멍이 닿을 때까지 삼켜줘요. 숨 쉴 때마다 할딱거리며 목구멍을 조이는 게 기분 좋아요.”
한 번 사정한 성기는 닦아냈다고 해도 비릿하고 축축했다. 진한 냄새가 몸 안 깊숙이 퍼졌다.
“후…….”
“크읏!”
“하! 하읏!”
헉헉거리며 신음하는 남자가 셋.
“아, 아읍, 으! 으으으! 하웁…… 으아아앙!”
입이 막혀 자지러지는 여자가 하나.
불균등한 성비에서 누가 가장 손해인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