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8 / 0219 ----------------------------------------------
생명의 신, 헤시우스
[208] 생명의 신, 헤시우스
아름다운 남신, 헤시우스가 천천히 아리스텔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부드럽기만 한 손길인데도 이상하게 닿은 부위가 찌르르 아팠다.
“ 하아……. ”
“ 힉? ”
귓가에 뜨거운 한숨이 닿았다.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숨결이 닿은 부위의 솜털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아리스텔라가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고 하자, 헤시우스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 이, 이러지 마세요! ”
“ 나를 거부하지 말아다오. ”
남자치고는 가느다란 팔이 몸을 감쌌다. 그저 감싸 안고 있을 뿐인데, 아리스텔라는 마치 주박에라도 걸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귓가가 찌르르 아픈데,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 가엾게도……. 떨고 있구나. ”
헤시우스는 옴짝달싹도 못하고 가늘게 떠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가느다란 허리의 둘레를 가늠하듯 한 바퀴 빙 돌더니, 봉긋한 가슴을 지나 동그란 어깨를 더듬다가 목으로 올라왔다.
“ 흐읏……! ”
남자의 손이 그녀의 목을 쥐었다. 긴 손가락이 가느다란 목 위를 천천히 기어가는 느낌에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목을 조르는 것도 아닌데 숨이 막혔다.
분명 몸이 묶인 것도 아니고 힘으로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꼼짝할 수가 없다. 헤시우스가 신이기 때문일까. 아리스텔라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가 어서 이 이상한 행위를 그만두기를 속으로 비는 수밖에 없었다.
“ 흡, 으응……! ”
긴 손가락이 입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매끄러운 살갗의 감촉이 입안을 배회할 뿐, 사람의 피부를 맛볼 때 느껴지는 짠맛은 없었다. 입안을 휘저으며 혓바닥을 꾹 누르면 불쾌한 감각이 있을 뿐 토기가 일지는 않는다. 목구멍을 찌를 듯이 안쪽으로 밀려드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아리스텔라는 당황해서 몸을 비틀었다.
“ 흐으응, 으응! ”
“ 하하. 얌전히 있으려무나. ”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아리스텔라는 여신 위그멘타르를 봉인하는 그릇일 뿐 여신 자체는 아니었다. 아니, 이미 그녀는 여신의 현신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아리스텔라는 위그멘타르와 소통하지 못했다. 그러니 진짜 신인 헤시우스라면 아리스텔라가 위그멘타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 터인데도, 그는 마치 연인을 대하듯 달콤하게 속삭이며 아리스텔라의 몸을 더듬었다.
“ 아응, 아……. ”
손짓 한 번에 성의가 흘러내렸다. 그것이 헤시우스가 남신이기 때문인지, 신의 권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맨몸을 더듬어가는 남자의 섬세한 손길이 기분 좋았다. 닿은 부위가 간질거리며 열이 피어올랐다.
“ 아, 이러지, 마세요……. ”
“ 내가 만져주는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로구나. 여기가 이렇게……. ”
“ 흐읏! ”
배꼽 아래를 더듬다가 골반뼈를 슥 문질러주자, 아리스텔라가 숨을 삼키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랫배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면서, 몸 안에서 뭔가 꼼질거리며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성욕을 느끼면 언제나 이런 야릇한 기분이 되면서 정신이 몽롱해진다. 아리스텔라는 혀를 깨물어 억지로 정신을 차리면서 몸을 비틀었다.
“ 아아, 안 돼……! ”
“ 응, 그래. 여기를 더 만져달라고? ”
“ 흐아앙! ”
허벅지 안쪽을 더듬어 올라간 손이 음부에 닿자, 아리스텔라는 소스라치게 놀라 휘청거렸다. 그저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 눈앞이 번쩍였다. 헤시우스의 신성력이 그녀의 안에 파고든 탓이다.
“ 잠깐, 그만해요……! ”
위험하다. 이 남자는 정말로 위험하다. 아리스텔라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신성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은 살이 맞닿은 순간 서로의 신성력을 뒤섞을 때 극도로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이러다간 정말 쾌감으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 이거 놔! 놓으라고요! ”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헤시우스를 밀어냈다. 그러나 몸은 멀어지지 않았다. 아리스텔라의 몸은 마치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한 것처럼 뒤집혔다. 현실세계처럼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은 넘어져도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 하하하.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구나. ”
“ 흐으윽……! ”
“ 하지만 이렇게 하기엔, 이 자세도 좋지. ”
따끈하고 촉촉한 혀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을 쓱 훑어 올리더니, 음순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 아아앙! ”
피부가 맞닿은 것만으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점막에 닿는 순간의 쾌감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아리스텔라는 무서워서 무언가를 잡으려 허우적거렸으나 텅 비어버린 빛의 공동에는 잡을 것이 없었다. 헤시우스가 벗겨버린 제 성의가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 앗, 아응, 아! ”
“ 쉬이. 얌전히 있으려무나. 핥아줄 테니까. ”
입구를 간질이던 혀가 애액이 흐르는 곡선을 따라 미끄러졌다.
“ 하윽! ”
어느새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긴 혀가 감쌌다. 마치 작은 공을 손안에 넣고 굴리듯 혓바닥으로 감싸 이리저리 문질러주자 눈앞이 빙글빙글 돌면서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것이 쉴 새 없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 아! 으응, 아으응! ”
“ 하하. 아이처럼 우는구나. ”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는 자극마저 아찔했다. 하반신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덜덜 떨렸다.
“ 자, 그럼―. ”
헤시우스가 질척해진 입구를 몇 번 문지르더니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자지러졌다.
“ 꺄아아아아아! ”
교황 발레리아누스와 관계했을 때만큼…… 아니,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쾌감이었다. 이것이 쾌감인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강력한 신성력이 흘러들어오자 몸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하반신 전체가 벌벌 떨린다. 질 내벽이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애액을 내뿜었다.
“ 하하하. 네 이곳은 여전히 음란하구나. ”
“ 아, 아아아아! 싫어어어! ”
“ 싫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지금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것은 네가 아니냐? ”
날카로운 말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그 섬뜩한 목소리마저 달콤했다. 입에서 끊임없이 간드러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긴 손가락이 제 기분 좋은 곳을 건드리도록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깊이와 각도를 조절했다.
“ 아응, 아으응! ”
울음 섞인 한숨을 토하면서 원을 그리듯 허리를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기구로 자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헤시우스가 손가락을 살짝 돌릴 때마다 아리스텔라는 온몸을 경련했다. 쾌감에 온몸이 잠식당해, 마치 끝이 없는 늪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싫어, 그만……! ”
“ 이리도 좋아하면서,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
“ 흐아아앙! ”
헤시우스의 손가락이 약한 부위를 찔러주자 참지 못하고 아리스텔라가 버둥거렸다. 또다시 몸이 뒤집혔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로 무릎을 꿇고 엉덩이만 높이 쳐든 자세가 되었다. 그 수치스러운 자세에도 입구는 여전히 움찔거리며 애액을 흘려댔고, 내벽은 헤시우스의 손가락을 빨아들이며 제 기분 좋은 곳으로 손끝을 이끌었다.
“ 그래. 여기를 눌러주는 것을 좋아했지. ”
“ 하으응! ”
손가락만으로 닿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지점을 꾹 눌러주자, 전신의 힘이 쭉 빠졌다. 마치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리스텔라는 바닥에 얼굴을 비비면서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생명의 신이라 한들 아리스텔라에게 헤시우스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무리 그녀의 몸을 익숙하게 여기며 애무해준다 할지라도.
낯선 남자의 손가락은 마치 그녀의 몸에 쾌락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부드럽게 안쪽을 유영했다. 비좁은 안쪽을 더듬어 올라간 손가락이 빙글 돌아갈 때마다 시야가 회전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앞이 뒤집힌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알 것 같았다.
제 안의 음욕을 인정하고 나면 쾌락을 느끼면서 비참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헤시우스의 애무는 미쳐버릴 만큼 기분이 좋은데도 거부감이 일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은 이미 본능의 영역을 벗어났다.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 하으, 아, 아으응! ”
이성이 마비될 만큼 강렬한 쾌감에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는 이제 거절의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 흐읏, 흐아아……. ”
헤시우스의 손가락이 성감대를 눌러주는 것이 기분 좋았다. 더 깊은 곳까지 찔러서,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미쳐버리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느끼면서도, 아리스텔라는 헤시우스가 제발 이 이상한 애무를 그만두길 원했다. 그의 손길에 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 아으, 시르, 응, 흐으……. ”
시야가 흐린 것이 눈물 때문인지 감각이 멀어진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빛의 공동, 이제는 빛조차 멀어진 그곳에는 선명한 쾌감만이 자리했다.
“ 입으로는 거짓을 말하면서 음란한 몸으로 엉겨 붙는 네 모습도 사랑스럽다만. ”
헤시우스는 반대쪽 손으로 살그머니 그녀의 아랫배를 더듬으면서,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 이제 슬슬 나를 받아들여다오. ”
“ 하아. 하아아……. ”
“ 응? 대답해주지 않을 셈이냐? ”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답할 힘이 있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욕망에 약한 것 이상으로 몸은 그를 거부했다. 헤시우스가 선사하는 아찔한 쾌락은 좋았지만 헤시우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 그녀 」의 진실한 심정이었다.
“ 나는 항상 너를 존중하고 있단다. 이 순간에도 네 허락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 ”
이런 짓을 하는 주제에 뭘 기다리고 있느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정말 그리 말했을 것이다. 아리스텔라는 숨을 헐떡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말이 나오지 않는 그녀로서는 이렇게밖에 의사표현을 할 수 없을 뿐이다.
“ 것 참. 이리도 고집이 세서야. ”
헤시우스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두려는 것일까. 그의 손길이 멀어지자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안도감 때문인지 아쉬움 때문인지는 몰랐다. 여전히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린 채로 아리스텔라는 훌쩍훌쩍 울면서 한숨만 내뱉었다.
“ 자아, 이렇게. ”
“ 꺄아! ”
헤시우스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더니, 허벅지 사이에 단단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자신이 거절하면 그만두는 것이 아니었나.
아리스텔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흐느끼기만 했다. 그를 거부하는 이 순간에도 몸은 허벅지 사이로 들어온 굵고 단단한 남자의 성기가 탐이 난다는 듯 날뛰고 있었다. 애액으로 질척해진 허벅지 사이로 남자의 단단한 성기가 비벼졌다.
“ 아, 아아아앙! ”
“ 하아. 정말 좋구나……. 네 몸은 최고야. ”
“ 아으응! 싫어! 흐아! ”
“ 사랑한단다, 나의 위그멘타르. ”
============================ 작품 후기 ============================
후반부 집필과 앞부분 수정을 같이하느라 계속 연재가 지연되네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음주 중에 후일담도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
알려주신 오타를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