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90화 (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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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진실을 비춘다

[190]

절정에 올랐다 내려온 후에도,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고 몸을 연결한 채 그대로 있었다.

땀으로 반들거리는 말랑한 가슴 사이를 더듬으면, 매끄러운 피부 너머로 팔딱팔딱 뛰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빠르게 뛰는 그 심장의 고동이 좋았다. 클로비스는 느긋하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목덜미를 훑었다.

“ 하읏, 클로비스……. ”

“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군요. ”

“ 으응, 저는, 그렇지만. ”

팔 안에서 아리스텔라가 살짝 몸을 비틀었다. 양손은 구속되어 있고, 클로비스의 품안에 갇혀 삽입까지 당한 채로는 아무래도 움직이기 불편할 것이다. 가느다란 손목을 묶고 있던 허리띠의 매듭을 풀자, 겨우 속박에서 벗어난 아리스텔라의 몸은 아래로 축 늘어졌다.

“ 이런, 성녀님. ”

“ 후우우……. ”

클로비스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추슬러 안고, 허리띠에 묶여 붉은 자국이 난 손목에 입을 맞췄다. 꽤 괴롭힌 탓에 지쳤을 텐데도,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클로비스의 뺨에 키스했다.

“ 당신은 괜찮아요? ”

“ 예? ”

“ 중간에, 너무……. 혼자서 가버린 것 같아서, 당신이 기분이 좋았을지, 모르겠어서. ”

동의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손목을 묶어 거울 앞에 매달아놓고, 저항하지 못하는 그녀를 거칠게 범해버렸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 혼자 절정을 느낀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 바보스러울 만큼 순진하고 상냥한 배려에, 클로비스는 코끝이 약간 찡해졌다.

“ 성녀님께서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몇 번은 간 것 같은데요. ”

“ 무슨 그런……, 아, 아응! ”

아직 연결된 채로 허리를 살짝 진동하자, 안에 들어찬 성기가 살며시 각도를 바꿔 내벽을 짓누른 탓에 그녀의 말소리가 꺾였다.

“ 이렇게 소리의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것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

“ 하응, 몰라요, 응, 대체, 흐앙! ”

잔뜩 민감해진 속살은 남자의 성기가 안쪽을 비벼주는 것만으로 경련하며 찰싹 달라붙어온다. 기둥을 조이며 귀두를 간질이는 그 자극이 기분 좋아서, 클로비스는 이대로 한 번 더 사정해버리고픈 충동을 억누르며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했다.

“ 아흣, 아! 클로비스, 제발, 움직이지, 말, 흐아앙! ”

“ 솔직한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

“ 흐아, 그만, 너, 너무……. ”

“ 제 품안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다가 울어버리는 당신을 보는 건, 상당히 짜릿하거든요. ”

“ 흐, 바보……. ”

울먹거리는 아리스텔라의 귓불을 아프지 않게 깨물면서, 클로비스는 그녀의 아랫배를 살며시 더듬었다. 매끄러운 배를 더듬어보면, 아직 안에 들어있는 성기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 가녀린 몸 안에 흉악스러운 물건을 집어넣고, 지칠 때까지 범해버린 것에 살짝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따끔따끔한 양심의 가책이 도리어 기꺼웠다. 연결된 성기 안에서 제가 뿌린 씨가 그녀의 몸 안을 미끌거리며 흘러 다닐 것도.

“ 아이가……. ”

클로비스는 자극을 참으려 애쓰는 아리스텔라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나직이 속삭였다.

“ 생기면, 좋을 텐데요. ”

“ 으응,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

성녀는 대미사를 치르는 순간부터, 인간을 벗어나 < 신 >이 된다. 비록 전대 성녀 밀리아리아는 여신 위그멘타르의 저주를 받아 강제적인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지만, 정상적으로 신전에 들어온 아리스텔라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안에 사정하는 것을 저어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니까.

“ 그렇지요. 성녀님께서 임신을 하셔서야 곤란해지니까요. ”

“ 클로비스……. ”

“ 하지만 저는 당신을 곤란하게 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말이죠. ”

“ 못됐어, 정말……. ”

“ 칭찬 감사합니다. ”

칭찬이 아닌데, 라고 말하는 듯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슬쩍 피하며, 클로비스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고 그의 혀를 받아들이면서 작게 몸을 비틀었다. 안쪽을 짓누르는 성기의 압박감을 버티기 힘겨워진 것이리라. 클로비스는 아리스텔라의 허리를 붙잡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성기를 빼냈다.

“ 으으응, 하아……. ”

삽입했을 때는 압박감을 느껴도, 막상 빠져나갈 때면 아쉬움을 느껴버린다. 그 아쉬운 듯한 한숨을 들은 클로비스는 입구에 귀두가 걸릴 정도까지 성기를 빼냈다가, 불시에 다시 삽입했다.

“ 아아아앙! ”

“ 이런 식으로, 괴롭히고 싶어진단 말이죠. ”

“ 앙, 그만해요! ”

아리스텔라가 자극을 버티지 못하고 클로비스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자, 그제야 그가 쿡쿡 웃으면서 성기를 완전히 빼냈다. 안에 꽉 들어찼던 것이 빠져나가고, 뜨겁기만 했던 음부에 찬 공기가 닿자 질은 도로 수축해버렸다. 손가락 하나 넣기 힘들 만큼 아주 살짝 벌어진 입구에서 하얀 정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꽤 오랜만에 사정한 때문인지,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정액은 좀 더 진했다. 그것을 닦아내는 것이 아쉬워 클로비스는 붉은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클로비스……? ”

대답이 없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거울에 상체를 기댄 채로 숨을 몰아쉬던 아리스텔라가 불안한 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클로비스는 거울에 비친 그녀를 향해 씩 웃어보이고는, 애액과 정액으로 질척해져 실룩거리는 그녀의 입구에 혀를 기게 했다.

“ 하응! 클로비스, 뭐 하는 거예요! ”

“ 뒤처리를 해 드려야지요. ”

“ 흐으, 입으로는, 아으응! ”

새콤달콤한 그녀의 애액에 비해 제 것은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할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클로비스는 일부러 추접스러운 소리를 내며 체액을 들이마셨다.

아리스텔라의 곤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듣기 좋았다. 그녀를 독차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거울에 기댄 채로 가녀린 몸을 바르르 떠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자신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즐거웠다.

결국 아리스텔라는 그의 혀끝에서 한 번 더 절정에 오르고 말았다.

◇ ◆ ◇ ◆ ◇

“ ……다시는 당신이랑 안 할 거예요. ”

깨끗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성의를 입혀주는데, 아리스텔라가 불퉁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 이런, 다음이 있었습니까?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

“ 마,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

클로비스는 교황 발레리아누스의 수행인으로서 이곳에 왔다. 아무리 대공이 황제에 비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처지라고는 해도 또다시 교황의 수행인으로서 이 신전에 발을 들이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사제도 성기사도 아닌, < 외부인 >이었으니까.

‘ 납치해 버릴까. ’

클로비스는 이미 한 번 신전의 결계를 깨고 침입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결계는 그때보다 단단해졌겠지만, 마법과 검술 양쪽에 모두 탁월한 재능을 가진 클로비스라면 이번 결계도 깰 수 있을 것이다.

싫다는 그녀를 기절시켜서, 이 신전을 탈출해 제 성에 가두고, 성문을 닫아걸고 농성을 벌이면 어떨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 성녀님. ”

“ 네? ”

“ 원래 저는 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

그렇게 말하며, 클로비스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용 방은 성녀의 방보다는 작지만, 어차피 방의 구조는 거의 같았다. 그녀도 이런 곳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생활을 하는 거겠지. 귀족들의 화려한 침실과는 다른 하얗고 깨끗한 침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반투명한 차양마저도 새하얀 색이었다.

어떠한 더러움이라도 정화해버리는 순결한 하얀색. 이것이 이 신전의 정체성일까.

“ 하지만 이제부터는, 믿어보려고 합니다. ”

성녀의 하얀 성의와 마찬가지로, 클로비스도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화해버리는 그녀의 하얀색과는 달리, 자신의 색은 어떤 색에든 쉽게 물들어버리는 하얀색이다.

“ 성녀님. 당신께서 한 남자의 아내로 살기보다 여신으로서 이 신전의 종들을 보듬어 살피고자 하신다면. ”

그의 흰색은 온통, 그녀의 흰색으로 물들어 있다.

“ 다음 생에는 부디, 저를 당신의 종으로 삼아주시길. ”

클로비스는 아리스텔라를 끌어안고,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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