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89화 (18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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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진실을 비춘다

[189]

처음에는 섹스가 무서웠고, 쾌감을 느낄 때 제 입에서 이상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 부끄러웠다. 어릴 적 이후로 한 번도 타인에게 보인 적 없는 알몸을 보이고, 스스로도 만져본 일이 거의 없는 은밀한 부위를 남자가 비비고 핥고 가볍게 깨물 때마다 수치심이 일었다. 욕망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는 상대에게 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음란한 자태는 너무나도 생소했다.

그녀 자신도 이런 표정을 지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남자가 몸을 만져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스스로 파악해본 적이 없었다. 늘 금방 이성을 잃어서였기도 했지만, 제 모습을 스스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쾌감을 느끼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절정에 이를 때 어떻게 흐트러지는지, 그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은 섹스를 하는 상대방뿐이라는 것이 그녀를 안도하게 했으니까.

그 모습을 거울을 통해 목도한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 아아, 클로비스, 제발……. ”

클로비스의 손가락이 음순 사이를 문지르고 엄지의 배로 클리토리스를 슬슬 문지를 때마다 오싹오싹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다리에는 점점 힘이 풀리는데 의지할 곳이라고는 저를 괴롭히는 클로비스의 팔과 제 모습을 비춘 거울뿐이었다.

“ 보이십니까, 성녀님?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이. ”

“ 아응, 하, 클로비스……! ”

“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넋을 잃을 만큼. ”

“ 으응, 싫……우웁! ”

아리스텔라의 입안으로 남자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내내 음부를 문지르던 남자의 손에서는 새콤한 맛이 났다. 아리스텔라는 생소한 맛과 혀를 억누르는 손가락의 감촉에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자 클로비스는 살짝 손가락에 힘을 빼고,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한숨을 불어넣었다.

“ 흐으응……. ”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남자의 손가락을 빨면서 움찔거리는 모습은 분명 우스꽝스러울 터인데도,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선정적으로만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흥분하다니,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어째서일까,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리고 혀를 써서 클로비스의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 후후. 귀여우신 분. ”

귓전에 클로비스의 혀가 파고들었다. 순간 정신이 아찔해져 아리스텔라는 무심코 클로비스의 손가락을 깨물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의 손가락을 혀로 감싸 제 타액으로 적셨다. 두 사람의 혀가 서로 다른 신체부위를 적셔가는 행위는, 참으로 기묘하고도 야릇했다.

“ 응, 으응, 응……. ”

한손은 입가에, 한손은 넘어지지 않도록 허리에. 음부를 만져주는 손길은 더 이상 없는데도 아리스텔라의 음부는 멋대로 실룩거리며 애액을 흘렸다.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를 타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거울은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 흐응, 응……. ”

조금 숨이 막혔는지 아리스텔라가 코로 기침하자, 클로비스는 그녀의 입안에 넣었던 손가락을 빼냈다.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마찬가지로 또 다른 타액에 젖어 축축해진 음부로 가져갔다.

“ 아응! ”

액체를 가득 채운 좁은 병 안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 물이 흘러넘치듯, 그녀의 음부에 남자의 손가락이 파고들자 입구에 고여 있던 애액이 흘러넘쳤다.

“ 응, 흐아, 클로비스……! ”

“ 후우. 굉장히 젖었네요……. ”

그의 손가락이 입구를 들락거리며 조금씩 각도를 바꿀 때마다, 질 내벽이 꽉 조여들면서 추접스러운 물소리를 차츰 키워갔다.

“ 보이십니까, 성녀님?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습니다. ”

“ 흐으, 흐……. ”

“ 당신이 흘린 거예요. ”

“ 그만, 흐아앙……. ”

아리스텔라는 너무 부끄러워서 귀를 막고 싶었지만, 양손을 묶여 고정된 상태로는 귀를 막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눈을 감아 시야를 차단하면 나아질까.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이상하게도 거울 속의 자신과 클로비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홍색으로 물든 여자의 몸을 안고 있는 단단한 구릿빛 팔. 작은 배를 한손에 가릴 만큼 커다란 손. 좁은 성기에 들어와 안쪽을 비비고 찌르면서도, 상처를 내지 않도록 섬세하게 움직이는 긴 손가락.

클로비스의 품안에서 흐트러지는 자신의 모습이 생소한데도 싫지가 않았다. 울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헉헉거리면서도 거울 속의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클로비스는 만족스러운 듯이 낮게 웃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 여신을 봉인한 성녀가, 사제도 성기사도 아닌 외간남자의 손에 이토록 저속하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기분이, 어떠신지요? ”

“ 아으, 그만. 말하지, 마세요……. ”

“ 후후. 너무 괴롭힌 걸까요? 그럼. ”

긴장과 수치심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가녀린 몸을 끌어안은 채로, 클로비스는 제 성기를 꺼냈다. 어제 그녀가 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딱딱해져 진정시키는 것만으로 한참이 걸렸던 성기는, 이번에는 정말 무슨 짓을 해도 가라앉지 않겠다는 듯이 꼿꼿하게 서있었다.

꼴깍.

거울에 비친 그의 성기를 보고 아리스텔라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클로비스는 쿡쿡 웃으며 안쪽을 자극하던 손가락을 빼내고,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성기에 제 것을 문질렀다.

“ 아응! ”

아리스텔라가 사로잡힌 새처럼 파드득 날뛰자, 클로비스는 그녀의 몸을 살짝 안아 올렸다. 발끝만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 있는 높이만큼 몸을 들어 올린 뒤, 기대와 욕망으로 군침을 흘려대는 탐욕스러운 입구에 귀두를 밀어 넣었다.

“ 흐아아앙! ”

“ 읏……! ”

바닥에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질 만큼 질펀하게 젖어있었는데도, 좁은 그녀의 속살은 남자의 성기가 들어오자마자 쥐어 짜내듯 조여들었다. 클로비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아리스텔라의 아랫배를 문질렀다.

“ 성녀님. 긴장을 푸십시오. ”

“ 흐읏, 이상해요, 아랫배가, 자꾸……. ”

아랫배가 욱신거리면서 저절로 조여든다, 클로비스의 성기는 무척 커서, 아무리 충분히 젖은 상태라 하더라도 심하게 조여대는 상태라면 무리해서 삽입하기 어려웠다. 힘으로 밀어붙였다가 안에 상처가 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 쉬이……. 괜찮습니다. ”

어린아이를 달래듯 상냥한 음성으로 귓가에 속삭이며 가슴에서부터 아랫배까지 천천히 쓸어내리자, 팔딱팔딱 날뛰던 가느다란 몸이 조금씩 진정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리스텔라는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내쉬면서, 엉덩이를 뒤로 밀어 클로비스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여전히 빠듯하지만, 처음보다는 삽입감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 거울을 보세요, 성녀님. 아름다운 당신을 안고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

“ 클로비스, 너무, 부끄러워요…………. ”

“ 제 앞입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

당신 앞이니까 부끄러운 거라고 항변하고 싶었으나 말이 나오질 않았다. 엉덩이를 뒤로 빼느라 고개가 앞으로 내려간 자세에서는, 붉은 성기 사이로 드나드는 남자의 굵은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 흐으읏……! ”

벌거벗은 채로 남자와 몸을 겹친 경험이 한, 두 번도 아니건만, 흥분하여 달아오른 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아 그 음란한 모습에서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클로비스는 그녀의 젖꼭지를 잡아 비틀며 성기 끝으로 민감한 부분을 쿡쿡 찔렀다.

“ 흐아앙! 제발, 클로비스……. 넘어질 것, 같아……! ”

“ 위쪽 끈이 단단히 매여 있으니 넘어지지는 않으실 겁니다. 균형을 잃을 것 같으면 말씀하십시오. ”

균형을 잃는지 아닌지, 그런 것 따위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머릿속이 아득하게 흐려지면서 단지 쾌감만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 하윽, 제발……. 아아! ”

“ 성녀님……. ”

“ 흐, 좋아아……. ”

기분이 좋았다. 참으로 식상하고 단조로운 말인데도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뜨거운 한숨을 뱉으면서 아리스텔라는 눈물을 흘렸다.

거울에 더운 김이 서리고, 흐려졌던 표면이 맑아지면서 뺨을 빨갛게 물들인 채 울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 그 모습이 선정적이면서 또한 매혹적이라서, 아리스텔라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뺨을 맞대고 기댔다. 거울의 차가운 감촉은 곧 그녀의 열기에 따뜻해졌다.

“ 후후. 마음에 드시는 것 같네요. ”

“ 흐응, 응! 좋아요……! ”

마치 하나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꽉 맞물린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나는 물소리가 추접스러운데도, 그 소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체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살이 부딪혔다 떨어질 때마다 철썩, 철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의 신음소리,

젖은 숨소리,

젖은 살이 맞붙었다 떨어지는 소리,

여인의 좁은 성기를 비집고 들어와 무참히 안쪽을 범하는 남자의 성기가 내는 끈적하면서도 음란한 소리가 방 안을 채워갔다.

============================ 작품 후기 ============================

한동안 연재를 쉬어서 죄송합니다. 잠시 정리할 일이 있어 집필이 늦어졌습니다.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은 12월 초에 완결될 예정입니다.

완결까지 가능하면 매일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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