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80화 (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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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락의 밤

[180] 열락의 밤

얇은 성의 너머로 따스한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기사들처럼 단단한 손은 아니지만, 역시 남자이기 때문일까. 노엘의 손은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다 감싸고도 조금 남을 만큼 컸다. 손가락으로 움켜쥐고 손바닥으로 첨단을 자극하자, 아리스텔라는 가늘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 으응, 부드럽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

“ 아, 아프신가요? ”

“ 그건 아니지만요……. ”

아리스텔라가 새초롬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리자, 노엘의 뺨이 붉어졌다. 동그란 녹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더니 그녀에게 사과하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니,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었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가슴 위로 흘러내렸다.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뺨을 슬슬 문질렀다.

“ 간지러, 으응, 노엘……! ”

“ 이, 입으로 하면, 더 부드럽지 않을까요? ”

양손으로 그녀의 겨드랑이 밑부터 옆구리까지 천천히 더듬어 내려가며, 노엘은 입으로 옷섶을 물고 잡아당겼다. 옷깃이 벌어지며 드러난 맨가슴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 하읏, 응……. ”

“ 후우, 성녀님. 여기서 달콤한 냄새가 나요……. ”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가슴 밑을 핥으면서 향기에 취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체향은 본래 달달했지만, 가슴 부위에서는 한층 더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 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걸까요……? ”

“ 으응, 몰라요……. ”

여자의 가슴에는 유선과 지방이 발달해 있어 남자의 것보다 크고 튀어나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부드러울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을 처음 만졌을 때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다음에는 손에 잡히는 말랑한 살결이 기분 좋다고 느꼈다.

옷 위로 만질 때도 저절로 움직이는 손을 멈추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옷을 벗고 그녀의 몽실몽실한 맨가슴을 주무를 때면 정말로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 뭐가 있는지,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

“ 흣, 핥지, 마세, 하응……! ”

노엘의 혀가 가슴 밑의 매끄러운 살을 천천히 훑자, 아리스텔라가 몸을 조금 뒤척였다.

어쩐지 향기만 달콤한 것이 아니라 살결 또한 달콤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술김에 그리 느끼는 것인지, 진짜로 성녀의 피부가 달콤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노엘은 그 기분 좋은 향기와 맛에 홀린 듯이 그녀의 가슴을 탐했다.

“ 흐응, 정말, 계속 가슴만, 읏, 핥고……. ”

“ 제가 이곳을 핥는 게, 싫으신가요? ”

“ 하으으……. ”

노엘의 질문에 아리스텔라는 대답하지 못하고 가냘픈 신음만 흘렸다. 거부하는 기색은 없었다.

“ 저는 엄청 기분이 좋은데요. 이렇게……. ”

처음에는 혀로 할짝거리기만 하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입술로 여린 피부를 쯥 빨아들여 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옷자락을 더 넓게 벌리고 붉게 단단히 선 젖꼭지를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이면서, 다른 쪽 젖꼭지는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문질렀다.

“ 앗, 노엘……. ”

“ 정말로 달콤해요. 계속, 맛보고 싶어질 만큼……. ”

날카로운 치아가 한쪽 유두를 아프지 않을 만큼 살짝 깨물고, 매끄럽고 섬세한 손가락이 다른 쪽 유두를 붙잡고 천천히 굴리며 희롱했다. 아리스텔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참았다가, 다시 입을 벌리고 더운 숨을 토해내며 신음했다.

“ 아아, 아아아……. ”

가슴을 핥고 만지고 있을 뿐인데 허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술 때문인지 흥분한 때문인지 열이 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어느새 피부는 땀에 흠뻑 젖어버려, 달라붙는 옷자락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아리스텔라가 불편한 듯 몸을 움찔거리는 것을 눈치챈 노엘은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옷자락을 벌려주었다.

“ 흐, 더워……. ”

아리스텔라가 몸을 움찔거리며 마저 소매를 벗자, 노엘은 그녀의 옷자락을 걷어 침대 구석으로 치우고는 자신의 옷도 벗었다.

달빛에 드러난 남자의 몸은 희고 매끈했다. 사제들은 다 저렇게 미끈한 체형인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입가를 핥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 노엘. 우리, 자세를 바꿔요. ”

“ 예? 어, 어떻게요? ”

아리스텔라는 얼굴이 보이는 자세를 좋아했다. 침대와 상대방 사이에 폭 감싸인 채로 절정에 오르는 것이 안도감이 들어 기분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들떴다가 분노로 요동쳤다가, 술을 마시는 작은 일탈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무척 고양된 상태였다.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말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용기를 내 다른 체위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노엘. 여기 누우세요. ”

“ 어, 음……. 네. ”

노엘이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며 자리에 눕자, 아리스텔라는 흐트러진 머리를 한쪽으로 정리해 넘기고는 노엘의 몸 위로 올라갔다.

“ 성녀님? ”

“ 후후. 이번에는 제가 위네요. ”

침대에서 관계를 가질 때는, 대부분 그녀가 밑에 눕고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위를 덮었다. 엎드려서 뒤로 범해진 적도 있지만 그래서는 주도권을 쥘 수 없었다.

“ 노엘. 얌전히 있으세요. ”

조용히 미소 지은 아리스텔라는 노엘의 위에 올라탄 채로 천천히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 읏, 성녀님……. ”

매끈한 피부 아래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아리스텔라가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고 허리를 뒤로 빼자, 엉덩이 골에 따뜻하고 굵은 것이 닿았다.

“ 으응, 응……. ”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섹스에서는 늘 상대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아리스텔라가 하는 일은 그저 상대의 몸을 만지거나, 성기를 조심스레 쓰다듬는 것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해놓고, 자신이 스스로 위에 올라타서 움직였던 적은 없었다. 아니, 분명 없을 터인데.

“ 이상한 기분이네요.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아……. ”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라면, 아마도 자신이 여신 위그멘타르에게 의식을 빼앗긴 사이에 경험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는 누구였을까.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제 안의 여신의 존재를 느끼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읏, 성녀님……. ”

아리스텔라의 몸은 가녀렸다. 목도 허리도 가늘고 팔다리도 연약했다. 그런데 허벅지 안쪽은 은근히 살집이 있어, 따스하고 통통한 허벅지가 올라앉은 자세대로 살짝 눌리는 것이 느껴져 기분 좋았다.

노엘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쓰다듬자, 그녀가 조금 몸을 움찔거리다가 배시시 웃었다.

“ 노엘. 기분 좋은가요? ”

“ 흐으, 예. 엄청……. ”

“ 후후후. ”

제 손에 닿는 성녀의 보드라운 허벅지의 감촉과, 피부 너머로 약동하는 맥이 느껴졌다. 옷을 입고 있을 때의 그녀는 훅 불면 날아갈 것처럼 덧없는데, 이렇게 알몸으로 피부를 맞대고 있으면 사르르 녹아버릴 것처럼 초조해진다.

“ 흐응, 하아……. ”

제 허벅지를 주무르는 노엘의 손길에 아리스텔라도 흥분했는지, 작게 신음하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촉촉한 음부가 아랫배에 문질러지는 감각이 야릇해서 참기 힘들었다. 노엘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허리를 부여잡고 삽입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의 필사적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고 작게 입을 벌린 채로 노엘의 이름을 불렀다.

“ 으응, 노엘. 당신……게, 내 엉덩이를 찌르고 있는데요. ”

“ 죄, 죄송합니다! ”

“ 정말, 기다리는 것도 못하고……. 노엘은 안 되겠네요. ”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스텔라는 살짝 몸을 굽혀 노엘의 몸 위에 엎드렸다. 말랑한 가슴이 남자의 가슴 위에 밀착하고 단단히 선 젖꼭지가 피부 위에 억눌리자, 노엘은 숨이 턱 막혀서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려 공기를 들이마셔야 했다.

“ 노엘, 왜 그래요? ”

“ 커헉, 콜록!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숨이, 막혀서……. ”

“ 네? 설마 제가 무거워서 그런 건가요? ”

“ 그럴 리가요! ”

노엘이 소리를 높여 부정했지만, 방금까지 요염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리스텔라의 눈썹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 힘들면 내려갈게요. ”

“ 아니,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

사랑스러운 여인이 제 몸 위에서 음란한 얼굴로 허리를 흔드는 모습이 너무 선정적이라 숨이 막히는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가 위에 올라탄 때문에 무거워서 노엘이 숨막혀하는 줄 알았으리라.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노엘은 차마 지금 자신이 느끼는 바를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말하는 대로, 아리스텔라가 또 화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는 노엘을 내려다보며, 아리스텔라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 노엘. 체력을 좀 더 기르는 편이 좋겠어요. ”

“ 그, 그러니까 저는 성녀님이……. ”

“ 있잖아요, 노엘. 저는……. ”

아리스텔라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사르르 떨렸다.

“ 만족을 모르는 여자거든요. ”

성적인 것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듯했던 보랏빛의 투명한 눈동자에 욕망이 차올랐다. 눈을 감지 않고, 그대로 입술이 겹쳐졌다.

============================ 작품 후기 ============================

180, 181화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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