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79화 (17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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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탈

[179]

신이 인간을 사랑하고 사제가 신을 사랑하며 숭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해야 할 일인데, 노엘은 말문이 막혀 대답할 수가 없었다.

“ 노엘. ”

아리스텔라가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노엘은 제가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지 못했다. 투명한 보라색의 눈동자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키스하기 전에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긍정의 대답을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노엘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물거리다가, 결국 가장 멍청한 대답을 뱉어버렸다.

“ 자, 잘 모르겠습니다, 성녀님. ”

노엘은 ‘ 모르겠다 ’고 대답하는 것을 싫어했다.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면 상대가 저를 얕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늘 으스대며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고, 아는 척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을 때 상대가 존경과 흠모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솔직하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노엘은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야기는 성서에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노엘은 그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찌르르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흥분되어, 자꾸만 그녀를 만지고 싶어진다. 가녀린 몸을 끌어안고, 보드랍고 촉촉한 입술에 제 것을 부비면서 탐하고 싶어진다. 야들야들한 살결에 접촉하는 것이 기분 좋다. 그녀의 안에 들어갈 때는, 마치 온몸이 녹아버릴 만큼 뜨거워진다.

그러나 그것은 욕망이다. 성욕과 사랑은 다른 것 아닐까.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면,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터인데.

“ 성녀님. 사랑이라는 건, 대체 뭔가요? ”

“ 글쎄요. 뭘까요? ”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리스텔라는 생긋 웃으며 노엘의 입술에 키스했다. 통통하고 촉촉한 입술이 닿는 순간 또다시 정신이 멍해졌다. 달콤한 냄새와 알코올의 쌉싸름한 향기가 섞였다.

“ 성녀님……. ”

“ 저도 알고 싶어요. ”

아리스텔라의 목소리가 달콤해졌다. 야릇한 기분에 휩싸였다. 침대에 함께 누워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금의 상황이 어쩐지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꿈이 아닐까. 노엘은 조심스레 손을 들어 아리스텔라의 붉은 입술을 매만졌다. 촉촉하고 보드라운 입술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다.

“ 그럼, 같이 알아봐요. ”

“ 노엘? 응……! ”

불시에 노엘의 입술이 아리스텔라의 입술을 감쌌다. 조금 성급하게 달려들었나 싶어 후회한 것도 잠깐, 달콤하고 촉촉한 입술의 감촉에 노엘은 홀린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빨면서 입술 사이를 혀로 훑었다.

“ 하응, 읍……. ”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안고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각도를 바꾸어 작은 입안에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입안은 조금 뜨거웠다. 잠시 머뭇거리던 혀가 곧 경계를 풀며 노엘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왔다. 혀와 혀를 얽은 채로 슬그머니 문지르며 입안을 배회하자, 아리스텔라는 살짝 코로 신음하며 허리를 비틀었다.

“ 후우, 노엘……. 잠깐, 만……. ”

“ 성녀님, 조금만 더요. 그러면 알 것 같아요. ”

“ 으으응……. ”

노엘이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그녀의 입술에 쪼는 듯한 입맞춤을 반복하자 아리스텔라는 곧 포기한 듯 입술을 벌렸다. 또다시 두 사람의 혀가 얽혔다. 이번에는 아리스텔라도 노엘의 목 뒤로 팔을 둘러 그를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제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더듬어 내려가, 쫑쫑 땋은 머리카락을 움켜쥐는 것이 느껴졌다.

“ 흡, 노엘……. 아……. ”

감촉이 기분 좋은 걸까. 아리스텔라는 나른하게 신음하며 노엘의 땋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노엘도 그녀의 어깨를 안던 손을 올려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감아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늘고 매끄러운 물빛의 머리카락은 밤공기 때문인지 조금 차갑고 촉촉했다.

“ 성녀님, 기분 좋아요……. ”

“ 하으……. 저도요. ”

“ 저, 정말요? ”

노엘이 기쁜 듯이 웃으며 말랑한 가슴을 움켜쥐자, 아리스텔라가 신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 으응, 만지지 마세요! ”

“ 네? 하지만 저기, 기분 좋다고……. ”

“ 제 허락 없이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요! ”

키스할 때는 크게 저항하는 기색이 없기에 몸을 만지는 것도 허락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리스텔라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노엘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 그, 그랬지요……. 죄송합니다. ”

사과를 하고는 손을 떼려 했는데, 어쩐지 손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미련이 남은 듯,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천천히 문지르며 손끝으로 첨단을 자극했다. 말과는 달리 남자의 손이 부드럽고도 집요하게 가슴을 주무르자,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신음했다.

“ 아흐……! 노엘, 손 떼라니까요……. ”

“ 으, 죄송, 합니다……! ”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본능대로 움켜쥘 것 같아서, 노엘은 혀를 깨물어 몽롱한 정신을 바로잡은 뒤 몸을 뒤로 뺐다.

“ 하으응, 하아……. ”

“ 후우, 성녀님……. ”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누워있는데도, 여전히 그녀의 몸을 만지는 일은 녹록치 않다. 역시 성녀는 성기사를 편애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녀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로이드나 케인이었어도 이렇게 거절했을까. 노엘은 우울해졌다.

계속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살을 맞대고 싶지만 그녀는 노엘이 만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가 싫어하면 그만두어야 하는데 노엘은 그것이 늘 아쉽고 서운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배려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과연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노엘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욕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성녀님, 저기……. 제가 몸을 만지는 게, 싫으신가요? ”

“ 네? ”

“ 저는 성녀님이 제 몸을 만지셔도 싫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만져주시면, 더 기쁜데요. ”

황당한 소리를 필사적으로 하면서, 노엘은 미련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아리스텔라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며 화를 냈을 텐데, 어쩐지 아리스텔라는 별로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비록 그녀의 허락 없이 가슴을 만지긴 했어도, 진심으로 거부하면 노엘은 물러난다. 단지 다른 사람이라면 한 번 말해서 알아들을 것을, 노엘에게는 두 번 말해야 한다는 게 차이일까.

발레리아누스나 클로비스처럼 제멋대로 아리스텔라를 휘두르려는 남자에 비한다면, 그녀를 껴안고 만지고 싶다며 애원하는 노엘은 귀여울 정도다.

“ 노엘. 그렇게 저를 만지고 싶어요? ”

“ 예!! ”

질문을 마치기 무섭게 힘차게 대답하는 노엘을 보고, 아리스텔라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 후후……. 아하하. ”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하지만 별로 불쾌하지는 않았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열망하는 상대의 뜨거운 눈빛을 보는 것은 싫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노엘은 아리스텔라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커녕 제 마음조차 모르겠다는 바보 같은 대답을 했는데. 그녀로부터 허락의 대답이 떨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초롱초롱 빛나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보니 조금 가슴이 설렜다.

이런 두근거림을 ‘ 흥분된다 ’고 하는 것일까.

“ 으음. 어떻게 할까……. ”

아리스텔라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목덜미가 얼핏 드러난 순간, 노엘의 시선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동자. 노엘은 아리스텔라보다 연상임에도 어딘가 소년처럼 느껴졌다. 크리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말이다. 어쩐지 조금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 저를 어떻게 만지고 싶은데요? ”

“ 예, 예? ”

“ 이렇게, 일까……. ”

아리스텔라가 스스로 목 언저리를 더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리자, 노엘의 시선이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쫓아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며 쇄골을 더듬고 아래로 내려가 말랑한 가슴을 감싸 쥐었다. 성의를 입고 있음에도 그녀의 가슴은 무척 부드러워서, 작은 손으로 움켜쥐면 가느다란 손가락이 말랑한 가슴살 사이로 파고드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 우웃……! ”

노엘은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부르르 떨었다. 성녀가 스스로 몸을 만지는 모습은 몹시 선정적이었다. 그저 옷을 입은 채로 목을 더듬고 가슴을 주무를 뿐인데, 마치 그녀가 자위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서, 성녀님……. ”

“ 노엘은 이렇게 부드럽게 만져주지 않잖아요. ”

양손으로 가슴 밑을 감싸 쓸어 올리자, 얇은 성의 너머로 꼿꼿하게 선 젖꼭지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까까지는 열이 오르고 머리가 멍해서 시야도 조금 흐릿했는데, 아리스텔라의 하얀 손이 말랑한 가슴을 더듬는 광경은 또렷하게 보인다. 노엘은 눈조차 깜박이지 못하고 아리스텔라의 손이 움직이는 방향을 시선으로 좇았다. 몸은 꼼짝도 할 수가 없는데, 다리 사이가 욱신거리며 분신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드는 것은 생생하게 느껴진다.

“ 부드럽게, 해 드릴게요. ”

“ 정말요……? ”

노엘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열성적인 모습에 또 웃음이 터져 나와, 아리스텔라는 생긋 웃으며 노엘 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몸이 얇은 성의 너머로 느껴졌다.

“ 그럼 만져도 좋아요. ”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굶주린 남자의 손이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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