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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멘타르와 아리스텔라
[172]
클로비스는 사제가 아니었다. 검술의 재능은 뛰어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그는 기사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훈련소의 교관으로 잠시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제 배다른 동생이 신경 쓰였던 탓이다. 애초에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그는 신성력을 느낄 수도 없었다.
클로비스가 교황 발레리아누스와 가까워진 것은 그가 정치적 야욕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속물적인 인간을 그는 싫어하지 않았다. 저만의 지고한 정의와 신념을 가지고,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한평생을 바치는 이들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교황 발레리아누스는 이해하기 쉬운 남자였고, 협상하기 쉬운 상대였다.
그래서 클로비스는 발레리아누스에게 교황청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벌이는 조건으로, 교황의 수행인으로서 이 신전에 다시 출입할 수 있었다.
클로비스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성력을 느끼지도 못한다. 명확하게 증명해낼 수 없는 애매모호한 것을 그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쾌감에 신음하는 성녀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분명 쾌락에 빠진 얼굴로 헐떡대고 있는데, 어쩐지 그녀가 발레리아누스를 거부하는 듯 보였다. 반쯤 풀린 눈으로 신음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신에게 안겨있던 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근거는 없었다. 클로비스는 처음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
“ 으응, 멈추지, 마아……. ”
“ 읏……! ”
제 속살을 비비던 울퉁불퉁한 성기의 움직임이 멈춘 것에 기갈이 난 듯 위그멘타르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발레리아누스의 얼굴이 쾌감으로 일그러졌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서서히 풀어졌다. 발레리아누스가 위그멘타르의 아랫배를 살짝 쓰다듬자 그만큼의 자극에도 느껴버렸는지 그녀가 부르르 떨면서 침대 시트를 꽉 붙잡았다.
“ 클로비스 경. 혹시 지금, 질투하는 겁니까? ”
“ 질투라니요? ”
“ 성녀님께서 당신을 거부하고 저를 받아들이시는 것에, 질투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
발레리아누스의 말에 클로비스의 왼쪽 눈썹이 올라갔다. 그 표정에 살짝 불쾌감이 서렸으나 곧 지워졌다. 위그멘타르가 그의 중심으로 손을 뻗은 때문이었다.
“ 성녀님? ”
아직 옷을 입고 있다고는 해도, 그의 성기는 단단하게 발기한 상태였다. 위그멘타르는 마치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풀어진 눈으로 클로비스의 성기를 쓰다듬었다.
“ 흐응, 단단해……. ”
“ 아무래도 성녀님께서는, 그만두실 생각이 없으신 듯합니다만. ”
발레리아누스가 쿡 웃으며 허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위그멘타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크게 뜨고 높은 교성을 흘렸다. 발레리아누스는 위그멘타르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녀의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쳐올렸다.
“ 하윽! 흐으응! ”
남자의 성기가 몸 안 깊숙한 곳의 성감대를 자극할 때마다, 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 올랐다. 클로비스는 성녀가 몸부림치다 혹 다치기라도 할까 염려되어 그녀의 양 손목을 모아 쥐어 침대 위에 억눌렀다.
“ 성녀님……. ”
“ 흐윽! 좋아! 좋아아! ”
착각이었던 것일까. 분명 성녀가 발레리아누스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허리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클로비스는 혼란스러웠다.
‘ 대체, 뭐지? 방금은 분명……. ’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성녀가 싫어한다는 반응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클로비스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클로비스는 근거도 없는 제 느낌에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봉긋하고 말랑한 가슴이 흔들리며 아랫배가 들썩였다. 흠뻑 젖은 여자의 성기 사이로 단단하게 곧추선 남자의 성기가 출입하는 것이 보였다. 그저 목도하는 것만으로 아플 만큼 성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껴 클로비스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서 제 사랑스러운 성녀가 교황에게 범해지는 것을 보고 있는데, 가슴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울컥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다리 사이의 분신은 팽팽해진 채 날뛰고 있다.
클로비스의 검은 눈동자가 자신과 성녀의 결합부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것을 눈치챈 발레리아누스는 성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더듬어 내려가 엉덩이를 붙잡고 살며시 들어올렸다.
“ 흐아아앙! ”
안쪽을 찌르는 각도가 바뀌자 위그멘타르는 온몸을 경련했다.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주륵 흘러내렸다. 두 사람의 허벅지를 적시는 말간 액체가 무엇인지 그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럴 겨를도 없었다.
‘ 아, 안 돼……. ’
쾌감을 부정하고 싶어도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너무나 짜릿했다. 아리스텔라의 의지는 몸에 전달되지 않아도 몸이 느끼는 쾌감은 그녀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단단한 살덩이가 그녀의 안에 파고들어 내벽을 문지를 때마다 문 안 구석구석의 신성력이 요동쳤다.
“ 흐아! 흐아아아! ”
뱃속을 가득 채우는 성기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가느다란 허리가 흔들렸다. 저절로 다리가 벌벌 떨린다. 쾌감과 불쾌감이 뒤섞이는 야릇한 느낌을 참기 힘들어, 아리스텔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발레리아누스는 멈추지 않았다.
남자의 단단한 성기가 좁은 속살을 밀어젖히며 깊숙이 들어와 신경이 모인 예민한 지점을 쿡 찔렀다. 오싹하고 온몸에 소름이 끼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은 위그멘타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 아아, 너무 좋아아! ”
“ 읏, 성녀님의 안쪽은, 몹시 뜨겁군요……. ”
마치 녹아버릴 듯한 뜨거움에, 성기를 꽉 조이는 탄력 있는 속살이 주는 압박감에 발레리아누스도 쾌감을 참으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그멘타르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
“ 아아, 더 깊이……. 더 세게……. ”
“ 더, 말씀이십니까. ”
“ 으응, 부서져버릴 정도로……! ”
위그멘타르의 애원에 발레리아누스가 그녀의 귓전에 속삭이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상냥한 속삭임과 키스와는 정반대로, 아래서 움직이는 난폭한 성기는 가차 없이 그녀의 안쪽을 비비고 찔렀다.
“ 흐앙! 흐아아앙! ”
몸이 불타버리는 것 같았다. 섹스를 할 때면 늘 쉽게 몸이 달아올랐지만, 이렇게 맞닿은 점막을 통해 상대의 신성력이 흘러들 때면 눈앞이 번쩍이면서 온몸이 떨려온다. 밑에서 찌걱거리는 추접스러운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음부에서 계속해서 왈칵 애액이 쏟아지며, 또다시 말간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절정을 추구하는 위그멘타르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텔라도 몸 안의 열기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 몸인데도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몸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긴 채로 그저 쾌감만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상한 감각은 두려울 정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차라리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조금 더 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야릇한 기분에 몸을 맡기고 싶은 모순을 느꼈다.
“ 아아, 아아아! 거기, 좋아아! ”
“ 큿, 성녀님…………! ”
정신없이 숨을 헐떡거리며 보채는 여신 위그멘타르에게 이끌려, 발레리아누스는 그녀의 안에 파정했다.
사정이 빨랐으나 그의 것은 여전히 발기한 채였다. 잠시 위그멘타르를 끌어안은 채로 숨을 고르던 발레리아누스는 깊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위그멘타르는 끝난 줄 알았던 행위가 더욱 거친 형태로 재개되자 높은 비명을 지르며 발레리아누스에게 엉겨 붙었다.
“ 앗, 너무, 아앙! 아! 깊어! ”
“ 제 등에 팔을 두르시고, 제게 의지하세요. ”
“ 아아! 아아아앙! 미칠 것 같아…………! ”
연결된 부위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어느새 흥건하게 시트를 적셨다. 발레리아누스가 허리를 거세게 튕길 때마다 위그멘타르의 허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지며 방안에 높은 교성이 울려 퍼졌다. 축축해진 침대 시트가 볼썽사납게 구겨졌다.
“ 아! 아아아앙! 너무! 아아, 가, 아앙! 가아아아! ”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부딪쳐오던 남자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추었다.
발레리아누스가 허리를 부르르 떨며 두 번째 사정을 하자 위그멘타르는 발가락을 곱은 채로 바들바들 떨면서 자지러지게 울부짖었고, 아리스텔라 또한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덮치는 것을 느끼며 절정을 맞이했다.
◇ ◆ ◇ ◆ ◇
“ 하으, 하아! 하아! ”
쾌락에 만족한 음욕의 여신이 잠들고 몸의 주도권이 되돌아왔지만 아리스텔라는 여전히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온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심장만이 마구 날뛰었다. 벌벌 떨리는 음부를 두 남자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내보인 채로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 꽤 만족스러우셨던 것 같군요. ”
발레리아누스가 빙긋 웃으며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겨우 그 정도의 접촉에도 과민해진 몸은 부들부들 떨리며 피부를 붉게 물들였다.
“ 흐읏……! ”
“ 교황 성하. 성녀님께 이 이상은 무리입니다. ”
“ 저런. 클로비스 경은 풀지 않으셔도 괜찮겠습니까? ”
발레리아누스의 시선이 아리스텔라에게서 클로비스에게로 옮겨갔다. 바지 위로 불룩 솟아오른 것을 흘긋 보는 시린 하늘색의 눈동자에, 불쾌감을 느낀 클로비스는 망토 자락으로 살며시 아래를 가렸다. 수치심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클로비스는 그저 이 상황이 불쾌했다.
어째서일까. 그는 아리스텔라를 만나기 위해 교황 발레리아누스의 힘을 빌려 이 신전에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녀를 안고 싶었다. 보드랍고 달콤한 살결을 맛보고, 높고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끊어질 듯 말 듯 달콤하게 이어지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명 다리 사이가 아플 만큼 욱신거리고 있는데도 아리스텔라를 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본능과는 다른 어떤 < 감정 >이 그의 욕망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 성녀님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
“ 호오. ”
하늘색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72, 173화 연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