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71화 (171/219)

0171 / 0219 ----------------------------------------------

위그멘타르와 아리스텔라

[171] 위그멘타르와 아리스텔라

맑고 투명한 보라색의 눈동자에 음탕한 빛이 떠오르고, 가냘픈 신음이 점점 농염해졌다. 잔뜩 찌푸렸던 표정이 풀리고,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근육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제 음부를 핥는 남자를 감싸 안았다.

“ 아응, 아으응……! ”

여신 위그멘타르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넓게 벌린 채,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발레리아누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구불구불한 은발이 손가락에 감겼다. 보들보들한 그 머리카락이 기분 좋아, 위그멘타르는 손끝으로 살며시 머리카락을 집어 올렸다가 흐트러뜨렸다.

“ 하응, 좀 더……. 날 기쁘게 해봐……. ”

꿀처럼 짙고 달콤한 목소리에 발레리아누스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성녀의 얼굴을 보았다. 표정이 달라졌다. 눈앞의 여자는 <성녀 아리스텔라>가 아니었다. 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종, 교황 발레리아누스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여신 위그멘타르임을 알아보았다.

“ 위대한 여신이시여, 당신의 종에게 명령하십시오. ”

“ 으응, 뭐니. 직접 말로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

위그멘타르는 풋 하고 작게 웃으면서 침대 옆에 서있는 클로비스를 바라보았다. 위그멘타르가 손을 까딱하자 그가 가까이 다가온다. 한 번이라도 몸을 섞었던 남자는 손짓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해서 편리했다. 위그멘타르가 클로비스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보이자, 그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키스하고는 손끝을 입에 물고 살짝 깨물었다.

“ 하으응! ”

클로비스가 위그멘타르의 손을 핥는 것을 보고 깨달은 듯, 발레리아누스가 붉은 클리토리스를 쭉 빨아 당기며 혀끝으로 끝을 간질였다.

“ 으응, 으으응! ”

과연 신의 첫 번째 종. 깊고도 풍부한 신성력을 가진 교황 발레리아누스는 그저 점막을 접촉하는 것만으로 서로의 신성력을 교환하며 여신 위그멘타르에게 쾌감을 전하고 있었다.

위그멘타르가 허리를 움찔거리면서 애액을 흘리자, 발레리아누스는 쪽 소리가 나도록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키스하고는 입술을 아래로 내려 흘러넘치는 애액을 들이마셨다.

추접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남자의 혀가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민감한 그녀의 문을 몇 번이고 두드렸다.

“ 아앙! 흣, 그렇게, 혓바닥 전체로 감싸서……, 아으응! ”

단단히 선 젖꼭지에 촉촉한 것이 닿았다. 어느새 손과 팔을 지나 가슴까지 기어온 클로비스의 혀가 그곳을 핥고 있었다. 위그멘타르는 클로비스의 머리를 끌어안고 허리를 흔들었다. 두 남자의 혀가 제 몸을 핥아주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그 쾌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싫어, 이러지 마세요……! ’

클로비스와 이자크 형제와의 관계를 마지막으로, 위그멘타르가 또다시 아리스텔라의 몸을 지배하는 일은 없었다. 굳이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제 욕망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아리스텔라가 자신의 성욕을 충실히 채웠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아리스텔라와 위그멘타르의 의식이 공존했던 적은 없었다. 아리스텔라가 잠들거나 의식을 잃으면 위그멘타르가 불려나왔다. 그러나 신성력의 혼란으로 인해 억지로 위그멘타르가 불려나온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아리스텔라의 의식은 잠들지 않았다.

제 의지로 움직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지만, 아리스텔라는 분명 깨어있었으며, 위그멘타르가 하는 행위에 따라 착실하게 쾌감 또한 느끼고 있었다.

“ 아아, 너무 좋아. 더……! ”

헉헉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여자의 몸을 두 남자의 손이 더듬어간다. 싸늘하던 방안의 공기가 어느새 덥게 느껴졌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의 클로비스와, 은발에 하늘빛 눈동자의 발레리아누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자신의 몸을 한 여신 위그멘타르를.

‘ 싫어……! ’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서리쳤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러고 싶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도, 제 가슴을 주무르며 뾰족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빨고 있는 클로비스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 음부를 핥고 있는 발레리아누스의 음란한 혀놀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 하아, 아, 아앙! 좋아……. ”

통통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감싸 꽉 끌어당기며, 그녀의 요청대로 혀 전체로 클리토리스를 감싸 핥아 올리는 발레리아누스의 애무에 여신 위그멘타르는 짧게 끊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휘적거렸다. 발끝까지 구부러들어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 하으으응! ”

또다시 왈칵 애액이 쏟아졌다. 발레리아누스가 채 다 핥아먹지 못한 그녀의 애액이 시트를 축축하게 적셨다.

“ 아무래도 빨아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군요. 클로비스, 성녀님……. 여신님을 안아 일으켜주시길. ”

발레리아누스가 고개를 들고 몸을 조금 일으켜 클로비스를 바라보자, 그가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의 상체를 약간 일으켜 안았다. 클로비스는 아직 하얀 제복을 입은 채였고 발레리아누스 역시 성의를 벗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 앞으로 제 몸에 일어날 일을 감지한 여신은 기쁜 듯 미소 지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 하으, 좋아. 빨리……. ”

“ 다리를 벌리고, 제게 잘 보이도록 얌전히 계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플지도 모릅니다. ”

“ 하으응, 아픈 거, 좋아……. ”

여신은 기대감에 들떠, 제 손끝으로 꽃잎을 잡고 벌렸다.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붉은 성기를 벌리자 또다시 입구가 실룩거리며 애액이 쏟아졌다.

‘ 시, 싫어. 그런 거 보이지 말라고요! ’

아리스텔라는 수치심에 부르르 떨며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발레리아누스에게도 클로비스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위그멘타르는 요염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붉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 넣어줘, 넣어줘, 빨리……. ”

위그멘타르의 보채는 목소리에 그녀의 아랫배를 느긋하게 쓰다듬으며, 발레리아누스가 입을 열었다.

“ 신전의 사제들과도, 이런 관계를 가지셨겠지요. ”

“ 흐응, 글쎄? 나는……. ”

“ 당신은 음욕의 여신이니까요. ”

발레리아누스의 대답에 위그멘타르의 눈이 커졌다. 달콤하게 신음하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렸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피부는 여전히 뜨겁고 음부는 절로 실룩거렸지만, 뜨겁고 농염하기만 하던 방안의 공기에 일순간 날카로운 긴장이 흘렀다.

‘ 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아론이 거기까지 알고서 보고를 한 건가? ’

여신 위그멘타르가 음욕의 여신이라는 것은 대신관 히페리온과 조슈아, 아리스텔라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 생각했다. 히페리온이나 조슈아가 교황청에 보고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역시 아론이 전대 성녀의 일을 알고서 교황 발레리아누스에게 보고한 것일까.

불안한 마음으로 추측을 하는 아리스텔라와는 달리, 여신 위그멘타르는 꿰뚫어보는 시선으로 발레리아누스를 노려보다가 입을 비뚜름하게 미소 지었다.

“ 알고, 있었네……? ”

“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지요. ”

발레리아누스는 빙긋 미소 짓고는, 제 몸을 감싼 성의를 천천히 벗어 내렸다. 금색의 영대가 흘러내리고 망토와 겉옷을 벗어 내리자 정갈하게 단추를 여민 깨끗한 사제복이 드러났다.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에서는 남자의 신성력으로 옷깃을 여미는 특수한 성의를 입지만, 교황청의 성의에는 굳이 그런 기능이 필요하지 않았다.

“ 신의 뜻은 언제나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법. 저는 그저 당신을 섬기는 종일 뿐. ”

여러 개의 단추가 일자로 늘어선 위로 발레리아누스의 손이 미끄러지자, 저절로 단추가 풀어지며 그의 나신이 드러났다.

상아빛의 피부는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근육으로 덮여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체격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발레리아누스의 몸은 아리스텔라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위그멘타르도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핥으며 미소 지었다.

물론 위그멘타르가 가장 만족한 발레리아누스의 신체부위는 그의 넓은 가슴이나 잘 빠진 복근, 탄탄한 허벅지 따위가 아니었다.

“ 굉장한데……. ”

아랫배에 딱 달라붙을 정도로 발기한 성기는 핏줄과 힘줄이 두드러져 울퉁불퉁해, 얼핏 보면 마치 돌기가 돋아난 통통한 촉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위그멘타르는 처음 보는 모양새의 성기에 입맛을 다셨지만, 아리스텔라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이상한 모양의 성기가 너무 끔찍해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몸의 주도권을 빼앗긴 아리스텔라는 위그멘타르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흉악한 남성기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확실히, 평범한 모양새는 아니로군요. ”

클로비스는 약간의 놀라움과 감탄을 담아 내뱉었다. 남자의 성기 따위엔 관심도 없고 볼 일도 없지만, 설마 이런 자리에서 교황의 성기를 보게 될 줄이야.

“ 저의 사랑스러운 성녀님께서는, 저런 특이한 물건을 좋아하시는 거로군요. ”

클로비스가 위그멘타르의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이자, 발레리아누스가 제 성기를 손끝으로 훑어 보이며 말했다.

“ 신께서 만들어주신 귀한 육신입니다. 좋아하시지 않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

조금도 좋지 않다고 외치고 싶었으나 아리스텔라의 목소리는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위그멘타르가 요염하게 웃으며 단 신음을 흘리자, 클로비스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눌러 제 허벅지 위에 눕혔다. 클로비스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위그멘타르가 다리를 넓게 벌리자, 발레리아누스가 그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 싫어요. 저, 저런 건 싫어……! ’

아무리 외쳐도 아리스텔라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몸의 주도권은 오롯이 위그멘타르에게 있었다. 기괴한 모양의 성기가 입구를 몇 번 문지르며 길을 들이더니, 질퍽거리는 물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 흐아앙! ”

길고 유연한 손가락과 부드러운 혀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내벽에 단단한 성기가 문질러지자, 위그멘타르는 시트를 움켜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흥분한 여자의 몸이 잔뜩 속살을 졸라 압박해도, 발레리아누스의 성기는 움츠러드는 일 없이 그녀의 안을 힘 있게 왕복하며 뜨겁게 젖어든 내벽에 제 것을 문질러 비볐다.

“ 아아! 아아아앙! 좋아! 좋아아아……! ”

“ 당신의 첫 번째 종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육체입니다. 위대하신 여신이여, 당신의 타락한 육욕을 제가 가라앉혀드릴 테니 안심하십시오. ”

음욕의 여신인 위그멘타르의 욕구는 만족한다고 가라앉는 것이 아니었으나, 발레리아누스는 과연 그리 자신한 남자답게 빠른 속도로 깊숙한 곳을 찔러대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 아앙! 아! 아아앙! 너무 좋아! ”

위그멘타르는 허리를 움직이는 것도 잊고 발레리아누스에게 매달려 교성을 질렀다.

‘ 싫어! 내 몸에서 나가라고요! ’

아리스텔라는 끔찍한 불쾌감과 아찔한 쾌감이 마치 나선형으로 꼬여 뻗어나가듯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분명 그 비명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클로비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채로 발레리아누스에게 말했다.

“ 교황 성하. 성녀님께서 싫어하고 계십니다만. ”

“ 흐읏, 무슨……. 소리를……. ”

발레리아누스의 귀에는 그저 위그멘타르가 기분 좋게 신음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쾌감으로 눈이 풀린 채 헐떡거리며 허리를 흔드는 여자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절정을 추구하는 표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아, 아응. 좋아……. ”

“ 좋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

“ 아닙니다. 싫어하고 계십니다. ”

있는 대로 졸라대는 여인의 속살에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든데, 예상 밖의 불만을 듣고 발레리아누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업로드 시간이 불규칙적일 것 같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원고료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