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70화 (170/219)

0170 / 0219 ----------------------------------------------

교황, 발레리아누스

[170]

“ 아론 신관이 보낸 사제와 세 번의 밤을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

“ ! ”

아리스텔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과 아론이 나눈 대화를 발레리아누스가 알고 있다.

아니, 발레리아누스는 분명 처음에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모두가 모여 있던 미사실에서 선포한 것이니 아론이 아닌 누구라도 교황청에 보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당황하고 있었다. 설마 그런 일을 교황청에 보고하는 사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누, 누가, 누가……. ”

교황청에 직접 보고를 올리는 것은 대신관인 히페리온의 역할이다. 그러나 히페리온이 아리스텔라의 사생활에 대한 보고를 올렸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 글쎄요. 짐작이 가지 않으시는 건 아닐 텐데요. ”

“ 설마, 아론이……? ”

발레리아누스는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분명 부드러운 미소인데도 남자의 표정에는 전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점이 아론을 연상하게 했다.

아론은 수도원에 있을 때부터 동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그를 따르는 어린 사제들도 많았다. 발레리아누스는 아론과는 나이 차가 좀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아론을 더 따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아흣……! ”

클로비스의 커다란 손이 가슴을 움켜쥐자 거기서 생각이 끊겼다.

“ 읏, 아. 클로비스, 그만 하세요……. ”

아리스텔라는 몸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클로비스와는 한 번 몸을 섞은 적이 있지만, 교황 발레리아누스는 오늘 처음 만나는 남자다. 그의 앞에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스텔라는 성욕을 느껴 흥분하는 모습을 섹스하는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보이는 일에 저항이 있었다.

“ 클로비스 경. 보고를 듣기로 성녀님은 무척 대담한 분이라고 하던데, 어쩐지 저항이 심한걸. ”

“ 아무래도 교황 성하의 앞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

클로비스의 손가락이 단단히 닫혀 있던 허벅지 사이를 꾹 누르자, 야릇한 쾌감이 음부를 자극했다. 성의 너머로 문지르기만 할 뿐이지만 유달리 뜨겁게 느껴지는 손의 감촉과, 낯선 남자의 앞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각에 음부가 속절없이 젖어 들어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 제발, 으응, 하지 마세요……! ”

“ 누구를 보내든 관계를 가지겠다고, 아론 신관과 약속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까? ”

“ 으읏, 하, 하지만……. ”

입에서 절로 신음이 샌다. 아리스텔라는 헉헉거리며 뜨거운 숨을 뱉었다.

여전히 욕망에 약한 그녀의 몸은 옷 위로 남자가 음부를 만져주는 정도로도 미끈미끈한 애액을 흘려댔다. 음욕의 여신을 품은 몸으로 욕구를 참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서 옷자락을 벌리고 그 손이 안으로 들어와 제 음부를 희롱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하지만 몸이 흥분하는 것과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였다.

고개를 가로젓는데도 저절로 허벅지가 벌어지고 허리가 앞뒤로 움직였다. 클로비스의 손이 조금 더 음부에 밀착했다. 아리스텔라는 쾌감에 신음하면서도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를 끊어내듯 뱉었다.

“ 제가 싫어하면, 강제로 하지 않겠다고, 으응, 약속을 했단, 말이에요……! ”

“ 이런, 확실히 그랬지요. ”

발레리아누스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눈을 깜박이며, 뻔뻔스러운 얼굴로 지껄였다.

“ 클로비스 경이 마음에 안 드신다니 어쩔 수 없지요. ”

“ 교황 성하. 너무 신랄하시군요. ”

“ 성녀님의 뜻이 그러한 것을 제가 어쩌겠습니까. 자, 성녀님. 이리로. ”

침대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온 발레리아누스가 양팔을 벌리자, 클로비스는 아쉬운 듯이 아리스텔라를 놓아주었다.

저를 구속하던 남자의 팔에서 벗어났는데도 아리스텔라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몸을 서늘한 팔이 안아들었다.

“ 아, 아아……. ”

접촉한 부위에서 흘러든 서늘한 신성력에 아리스텔라는 몸서리쳤다. 또다시 현기증이 일었다.

흐트러진 신성력은 분명 안정되었을 터인데, 간질간질한 쾌감이 온몸을 뒤덮어, 아리스텔라는 몸의 힘이 빠진 상태임에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바르작거렸다.

“ 성녀님의 몸은 신성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이군요. ”

“ 흐아, 흐아아아……. ”

“ 거부하지 마십시오, 성녀님. 저 발레리아누스는 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인간. 당신의 첫 번째 종입니다. ”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텔라를 침대에 눕힌 발레리아누스는,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벌려 심장 부위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커다란 파도와도 같은 것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덮쳤다.

“ 흣, 아아! ”

발레리아누스의 손에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아리스텔라의 신성력을 어지럽혔다.

아니, 단지 어지럽히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의 신성력이 그녀의 몸안을 탐색하듯 곳곳을 훑었다. 이리저리 문지르고 비비고 찌르는 남자의 신성력은 분명 서늘한데, 아리스텔라의 몸은 마치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

“ 아응, 아아! 그만! ”

몸이 덜덜 떨리면서 허벅지가 점점 크게 벌어졌다. 발레리아누스는 그녀가 다리를 벌리기 쉽도록 옷자락을 벌려주었다.

두 남자 앞에서 알몸을 드러낸 아리스텔라의 몸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다리 사이에서 흐르던 미끈미끈한 액체는 어느새 흥건하게 고여,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 이건……. 정말로 기대 이상이군요. ”

“ 흐, 보지, 마세요……. ”

다리를 모으고 싶은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제 안에서 날뛰는 신성력이 점점 그녀의 몸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 성녀님, 신성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신에 가깝다는 뜻이고, 신성력을 나누는 행위는 신과 교감하는 일이랍니다. ”

낮고도 부드러운 발레리아누스의 음성은 마치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 같았다.

보통 사제들이 말하는 < 신 >이란 생명과 평화의 신인 헤시우스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곳은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 이곳에서 말하는 신은 오직 위그멘타르를 의미했다.

비록 두 신이 부부로 일심동체라고는 하나 관장하는 바는 달랐다. 음욕의 여신을 품은 몸으로, 음욕의 여신과 교감하는 행위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음란하게 만들었다.

“ 흐아앙! ”

남자의 입술이 음부에 닿았다. 따스한 숨결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붉게 충혈되어 실룩거리는 입구를 지나간다. 이윽고 팽팽하게 부푼 클리토리스에 닿자, 반사적으로 몸이 들썩였다.

“ 아앙! 안 돼, 흐아, 제발, 아아앙! ”

아무리 몸부림쳐도, 제 의지를 무시한 채 크게 벌어져 위로 올라간 다리는 하늘을 향해 뻗은 채로 부들거릴 뿐이었다. 저절로 아랫배가 들썩이며 애액이 쏟아졌다.

남자의 입술이 클리토리스를 감싸 빨아들이자, 아리스텔라는 누워있는데도 어딘가로 뚝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 아아! 싫어! 하지 마세요! ”

촉촉한 혀가 민감해진 클리토리스를 살살 훑다가 혀끝을 세워 꾹꾹 누르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점막을 통해 흘러드는 신성력이 소용돌이치며 아리스텔라의 몸 안을 훑었다.

뜨거운 음부에서 애액이 왈칵 쏟아졌다. 성녀의 음액을 남김없이 들이마신 발레리아누스가 하늘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 위대한 여신이시여, 부디 당신의 종에게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

쾌락과 수치로 뒤섞여 흐믈흐믈해진 머릿속에서 울리는 발레리아누스의 목소리는 마치 교회의 종소리와도 같았다.

깊은 물속에서 무언가 부글거리듯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눈앞이 일순 새햐얘졌다가 새까맣게 변했다.

아리스텔라의 의식이 침잠하고, 그녀 안의 여신 위그멘타르가 불려나오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원고료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