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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험의 밤
[152]
“ 아론. 성의를 벗으세요. ”
아리스텔라의 요구에 아론이 불쾌한 듯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남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정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때문일까.
“ 아론은 제 옷을 벗겼는데, 저는 당신 옷을 벗길 수가 없잖아요. ”
“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요. ”
사제의 몸을 가리는 새하얀 성의는, 여인의 손으로는 결코 벗길 수 없다.
히페리온은 이 성의를 만들 때 성녀가 폐쇄된 신전에 감금되어 성녀로서 살아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여 혹 자해라도 할까 하는 우려를 했지만, 아론은 다른 이유로 특수한 성의를 제작하는 일에 찬성했다.
아론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늘 알몸으로 남자들과 몸을 섞었기에, 성녀가 스스로 옷을 벗고 유혹하지 않는 한 사제들이 넘어가는 일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답지 않게 순진한 생각을 해버렸다. 타락한 성녀가 남자를 유혹하는데 알몸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리라.
“ 성의를 벗겠습니다. ”
아론은 목깃을 쥐고 슥 잡아당겼다. 매듭이 없는 옷자락은 옷을 입을 의도로 여미면 달라붙고, 벗을 의도로 잡아당기면 쉬이 벗겨졌다.
허리띠를 풀자 옷자락은 하얀 폭포처럼 스르륵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의는 오염되지 않는 옷이기에, 아론은 벗은 성의를 개어 선반에 올리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내버려두었다.
“ 당신 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
“ 목욕 이외의 이유로 성의를 벗는 것은 저도 처음입니다. ”
알몸을 보이는 일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아리스텔라는 시선으로 아론의 몸을 훑었다. 보기 좋게 근육이 잡혀있는 탄탄한 몸이었다. 매일 기도하고 몸을 정결히 하는 사제의 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 아론. 몸을 단련하기도 하는 건가요? ”
“ 신께서 주신 몸을 가꾸는 것 또한 사제의 의무입니다. ”
큰 키에 넓은 어깨, 탄탄한 근육. 남자다운 뚜렷한 이목구비에 묵직하면서도 수려한 목소리. 아론이 어째서 사제들에게 인기가 많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약 자신이 남자였더라도 아론을 믿고 따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 체격과 인상 때문에 아리스텔라도 아론을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그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녀를 시험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리스텔라는 아론이 무섭지 않았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론의 가슴을 짚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진다. 신에게 육신과 영혼을 모두 바쳤다고 해도 인간의 몸이다.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른다.
“ 제가 이렇게 만지면, 기분이 어떤가요? ”
“ 간지럽군요. ”
감각은 정상이다. 꾹 힘주어 누르면, 매끈한 피부 아래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은 것이 느껴진다. 아론의 몸은 정상을 넘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단련되어 있었다. 넓은 가슴을 더듬어 내려가 단단한 복근을 쓸어보았다. 아리스텔라는 신기한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아론의 복근을 이리저리 쓰다듬고 눌러보다가 손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 읏……! ”
아론의 성기는 아직 발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성기에 닿고 작은 손바닥이 기둥을 감싸자, 아론이 명백하게 불쾌한 얼굴로 아리스텔라에게 물었다.
“ 뭐 하시는 겁니까? ”
“ 저는 분명 당신이 보낸 사제와 밤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어요. ”
방금은 아론의 손길에 절정에 올랐지만, 그뿐이었다. 아론은 아직 흥분한 것도 아니었고, 그녀의 안에 제 것을 삽입하지도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불공평한 것을 싫어했다. 일방적인 봉사를 받는 것은 그녀가 말하는 마음을 나누는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섹스란 두 사람이 함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저 혼자서 흥분해 날뛰다가 가버리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부드럽게 아론의 성기를 감쌌다. 양 손바닥으로 기둥을 살살 비비며 문지르면서, 손끝에 신성력을 집중하여 흘려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읏, 음……. ”
아론의 숨이 조금 더 촉촉해졌다. 작은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제 것을 문지르고 주물러주는 감각이 생소한지, 그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함과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여 떠올랐다 사라진다.
“ 지금 성녀님께서 만지고 계신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
“ 이제부터 이게 제 몸 안에 들어올 거잖아요. 뭐가 들어오려는 건지 알아두려는 건데요? ”
“ 허……. ”
당돌하게 대답하자, 아론의 입에서 조금 기가 질린 듯이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전히 불쾌해하는 기색은 있지만, 아리스텔라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아론은 정말로 아리스텔라가 사제를 타락시키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지 끝으로 말랑한 귀두를 쓰다듬다가 요도구를 살짝 힘주어 누르자, 아론의 목에서 긁힌 신음이 나왔다. 아리스텔라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느꼈다. 그녀의 손이 음낭을 감싸자, 고동이 약간 빨라졌다.
“ 으음……. ”
성기 윗부분의 음모는 살짝 굵고 거칠었는데, 음낭을 감싼 음모는 부드러웠다. 겉은 말랑한데도 속이 꽉 차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그것의 감촉이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아리스텔라로서도 남자의 이곳을 만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기겁하며 울음을 터뜨렸을 텐데, 새삼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 왜 웃으십니까……? ”
“ 아론의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서요. ”
“ 예? ”
거짓말이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감고 문지르는 기둥이 아까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아리스텔라의 손끝이 신성력을 흘려보낼 때마다 끝이 까딱거렸다. 아무래도 완전히 불감증인 건 아닌 모양이다.
“ 아론. 여자를 안아본 적이 있나요? ”
“ 없습니다. 색을 멀리하는 것은 사제의 기본 계율이니까요. ”
“ 그런데 왜 저를 안을 생각을 하셨나요? ”
“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
대신관 히페리온조차도 그녀가 요구하면 잠자리를 함께 한다. 아론이 히페리온과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아리스텔라를 타락한 성녀라고 확신했다.
‘ 어쩌면 아론은 처음부터 이 신전의 누구도 믿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
전대 성녀를 모시던 사제와 성기사들이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전부 타락한 것을 보았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전대 성녀를 사랑했다는 시종조차 제가 사랑하는 여인을 범하는 사제들에게 분노하여 괴물이 되어 그들을 죽여 버렸다.
‘ 아론은 그 일을 알고 있을까? ’
아론은 언제 신전에서 빠져나온 것일까. 수도원에서 사제 교육을 받고 정식 사제가 된 거라면 아무리 늦어도 성인식을 치르기 전에 이 신전을 탈출했다는 말이 된다. 아론은 이 신전에서 일어난 일을, 그 잔혹한 비밀의 마지막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 아론. 사랑을 해본 적은 있나요? ”
“ 사제에게 그런 감정은……. ”
“ 사랑은 부정한 것이 아니에요. ”
“ 아뇨. 사제가 신 이외의 대상을 사랑하는 것 또한 부정한 일입니다. ”
아론은 진저리치며 부정했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이 남자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여긴 적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아리스텔라는 문득 아론이 안쓰러웠다.
사제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아론이었다. 동료의 추대로 신관이 되었다고 들었다. 무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니. 이렇게 외로운 사람이 또 있을까.
“ 아론. ”
아리스텔라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론을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그녀의 팔이 넓은 등에 둘러졌다. 아론은 그녀가 왜 이러는가 싶어 당황했다가, 천천히 아리스텔라의 등에 팔을 둘렀다.
가녀린 그녀의 몸은 양 날개뼈도 한 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맞닿은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감촉은 생생했다.
아론은 제 안으로 스며드는 성녀의 신성력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리스텔라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알몸으로 끌어안고 서로의 몸을 만지고 있을 뿐인데, 어두운 방에 촛불을 밝힌 것처럼 몸 안에서 뭔가 따뜻하고 반짝이는 것이 아롱졌다.
“ 으으응……. ”
살을 맞대고 신성력을 흘려보낸 덕분일까, 단단해진 아론의 성기가 솟아올라 아리스텔라의 배를 쿡쿡 찔렀다. 살며시 눈동자를 위로 굴려 아론의 표정을 살피자, 그가 시선을 돌렸다.
“ 이렇게 하고 있으면, 아론도 기분이 좋은가요? ”
“ ……. ”
대답이 없다. 그러나 숨이 조금 더 따뜻해진 것은 느낄 수 있었다.
“ 여성의 몸을 탐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셨죠? 저도 마찬가지에요. ”
“ 성녀님? 무슨……, 읏! ”
의자의 발판 위로 올라가 까치발을 뜬 아리스텔라는 아론의 성기를 제 허벅지로 감쌌다. 아무리 남자와 여자의 몸이 다르다 해도 가장 강한 쾌감을 느끼는 부위는 다르지 않았다.
마법이나 주술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감만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면, 발기한 이상 아론도 분명히 이곳에서 쾌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굉장하네요……. 여기까지 불거져 나왔어요. ”
아리스텔라는 엉덩이 아래로 손을 뻗어 허벅지 사이로 튀어나온 남자의 귀두를 매만졌다. 아론의 눈썹이 실룩하더니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 아론. 섹스는 부정한 것이 아니에요. ”
아리스텔라는 아론을 끌어안은 채로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가 불편한 듯이 신음하며 아리스텔라의 몸을 조금 힘주어 끌어안았다. 살짝 숨이 막혔지만 멈추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허벅지에 감싸인 성기는 따뜻했다. 그리고 무척 길고 곧았다. 울퉁불퉁 힘줄이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휘어있지도 않았다. 강직하고 외곬수인 그의 품성을 닮았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한 번 엇나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다.
“ 아흐, 응……. ”
허벅지 사이로 굵고 단단한 것이 문질러지는 감촉에 아리스텔라도 달뜬 한숨을 흘렸다. 절정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음부는 다음 절정을 기대한 듯 애액을 흘리기 시작했다. 단단한 성기와 보드라운 허벅지 사이를 미끈미끈한 액이 적셔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