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51화 (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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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험의 밤

[151]

아론의 커다란 손이 가녀린 신체를 더듬어나가자, 새하얗기만 하던 피부가 서서히 분홍빛을 띠며 달콤한 향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아리스텔라의 몸짓에서 저항의 기색이 약해진 것을 파악한 아론은 왼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보드랍고 촉촉한 입술 사이에서 따스한 숨이 흘러나왔다.

“ 충분히 적셔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

그 말과 함께 입 안으로 아론의 손가락이 밀려 들어왔다.

“ 우응, 응……. ”

아리스텔라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 작은 혀를 움직여 아론의 손가락을 핥았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다. 기사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다소 억세고 마디가 굵은 손이었다. 사제들의 고행은 대체로 단식과 철야로 버티는 것이었고 힘을 쓰는 일은 그다지 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째서일까.

“ 혀 전체를 쓰셔야 합니다. ”

“ 흐응……! ”

생각에 잠겨 아리스텔라의 혀가 멈춰 있던 것을 눈치챘는지, 아론이 스스로 손가락을 움직여 손끝으로 아리스텔라의 혀를 눌렀다.

순간 울컥 토기가 치밀어 아리스텔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먹은 것이 없어서 넘어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고통을 참느라 그녀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아론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검지와 중지를 함께 밀어 넣었다. 두 개의 긴 손가락이 도망치는 혀를 붙잡았다.

아리스텔라는 낯설고 어색한 감각에 눈썹을 찡그렸지만, 아론은 무감정한 얼굴로 그녀의 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살짝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손가락을 적셨다. 이어서 혀뿌리 부분을 살짝 눌렀다가, 손가락을 빙글 돌려 입천장과 치아 안쪽을 더듬었다.

“ 응, 후응, 읍……. ”

“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

타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빼내자, 붉어진 입술과 손가락 사이에서 은빛의 실이 길게 늘어졌다. 방금까지 점막을 유린하던 남자의 손이 빠져나가자,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아쉬운 듯이 한숨을 흘렸다. 그 표정을 바라보던 아론의 황금색 눈동자에 살짝 고통스러운 빛이 일렁였다가, 곧 사라졌다.

“ 아론……? 저기, 아으응! ”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를 물어보려던 아리스텔라의 말은 미끈거리는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자극에 끊어졌다. 붉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 위로 원을 그리듯 문지르다가, 두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위아래로 비비기 시작하자 아리스텔라의 음성이 짧게 끊어지며 튀어 올랐다.

“ 아응, 아, 아론, 응, 거기, 천천히……. ”

“ 천천히 비비고 있습니다만. ”

“ 으, 당신 손가락이, 단단해서……. 읏, 아아! ”

음순을 벌리고 파고든 손가락이 벌어져 클리토리스를 감쌌다. 그대로 꾹 누르자, 아리스텔라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 흐, 그렇게 누르지, 마세요……! ”

“ 이렇게 손가락 사이에 음핵을 끼우고 주물러드리면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

“ 누, 누가, 그런……. 으응! ”

그런 지식은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의문이 떠올랐으나 곧 날카로운 쾌감에 삼켜져 버렸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하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압박하며, 아론은 손바닥 전체로 아리스텔라의 음부를 감싸 주무르기 시작했다.

단단한 손바닥이 붉은 성기를 꽉 압박했다가 힘을 풀 때마다 츄푹거리며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미끈거리는 손가락을 감싼 것이 타액인지 애액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그녀의 체액일 테지만.

“ 상당히 젖어 있군요. ”

“ 흥분, 했으니까, 하, 그런 거죠……. ”

“ 이렇게 음액이 흘러나오니, 성수로 정화할 수 없었던 거겠지요. ”

“ 흐앙, 그건, 아니, 아, 아아응! ”

클리토리스를 주물럭거리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아리스텔라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손톱에 뭔가가 긁혔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던 가느다란 팔을 단단한 손이 잡아 제 어깨로 이끌었다. 아리스텔라는 아론의 넓은 어깨를 부여잡았다. 성의 너머로 느껴지는 아론의 살갗은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했다. 아리스텔라가 성의를 움켜쥐자 아론은 또다시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음부를 애무하던 손을 뒤집어 손끝으로 신성력을 흘려보낸 아론은 그대로 질구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아리스텔라의 입구가 움찔거리더니 속살이 확 조여들어 손가락을 감쌌다. 접촉한 점막 속으로 스며든 신성력이 내부를 쥐어짜는 것 같아,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아, 아아아! ”

“ 이렇게 음란한 소리를 내시면서, 아직도 타락하지 않았다고 하시는 겁니까? ”

아랫배가 욱신거리면서 내부에서 무언가가 꾸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굵고 단단한 손가락은 놀라울 만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보채듯이 달라붙는 내벽을 넓히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 하으, 앗, 좋아……! ”

잔뜩 흥분한 채로 조슈아의 성기를 받아들였던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군침을 흘리며 손가락을 탐하는 제 성기를 아리스텔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또한 아론이 신성력을 응용하기 때문일까.

“ 마음이 이끌리는 자에게 몸을 허락하시고, 그 남자와 몸을 섞으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 ”

“ 흐, 으, 아으응……! ”

“ 저와는 마음을 나누지도 않으셨는데, 어찌 이리 좋아하십니까? ”

“ 아흣, 몸이 반응하는 거랑, 마음은……. 읏, 다르, 잖아요……. ”

“ 제 눈에는 음욕에 타락하신 성녀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

아론은 손가락을 빙글 돌려 신경이 흐르는 부위에 손가락을 접촉한 뒤, 내벽을 휘젓도록 손목을 크게 움직였다.

“ 하으아앙! ”

마치 살아있는 미꾸라지가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굵으면서도 미끈한 무언가가 질 속에서 펄떡펄떡 날뛰는 것 같아, 아리스텔라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발가락이 절로 곱아들고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촉촉하게 젖어버린 신음이 한숨처럼 흘러나왔다가 흩어졌다.

“ 하읏, 응, 아론, 그만……. ”

“ 어떠십니까. 기분이 좋으신지요? ”

아래를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가해주는 애무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안을 뒤흔드는 아론의 신성력이 기분 좋았다.

질척하게 들러붙어 무겁게 아래로 잡아끄는 느낌은 분명 불쾌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지를 않았다. 마치 늪에 빠진 것 같았다. 발밑이 닿지 않아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숨통이 조여드는 순간 거짓말처럼 아찔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 흐윽, 흑, 기분, 좋아요……. ”

“ 성녀님께서 좋아하신다면, 그만둘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 무슨, 아, 아아아아! ”

팔 전체를 사용하여 뒤흔들자, 안쪽에 삽입한 손가락이 진동하면서 자극받은 내벽을 타고 후끈한 열기가 꽉 차올랐다. 마치 물풍선이 터져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아리스텔라는 애액을 왈칵 뿜어대며 절정에 달했다.

◇ ◆ ◇ ◆ ◇

아리스텔라는 긴 의자에 누운 채로 숨을 헐떡거렸다. 아론의 손가락에 어이없이 절정을 맞이한 음부가 실룩거릴 때마다 애액이 흘러나왔다. 애액과 땀으로 젖어버린 허벅지는 반질반질 윤이 났다.

아론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애액으로 흠뻑 젖어버린 제 손을 무심한 얼굴로 수건에 닦았다.

“ 타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무리였던 것 같군요. ”

“ 하아. 하아……. ”

아리스텔라는 숨을 몰아쉬면서 아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붉게 물들어 절정의 여운으로 헐떡이는 그녀와는 달리, 아론의 표정은 평소 그대로였다.

알몸인 그녀와는 달리 그는 아직도 새하얀 성의를 빈틈없이 갖춰 입은 상태였다.

“ 아론, 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건가요……? ”

“ 예. ”

“ 나한테, 이런 짓을 하면서도……? ”

“ 어릴 적에 질릴 만큼 보아왔던 것이니까요. ”

이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들은 성녀의 신성력에 감응한다. 성녀가 성욕을 느끼면 그녀를 따르는 이들 또한 강한 유혹에 휩싸인다.

그런데 아리스텔라가 절정에 올랐음에도, 아론의 얼굴은 무뚝뚝하기 짝이 없었다. 흥분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 설마 아론에게는, 성욕이 없는 걸까? ’

어릴 적에 이 방에서, 사내들에게 범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다고 아론은 말했다. 차라리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끔찍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의 충격으로 불감증 비슷한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성녀의 몸이 유혹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몸 안에 잠들어있던 성감을 일깨워 극대화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만약 애초에 일깨울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휩쓸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론. 일으켜 주세요. ”

아리스텔라는 아직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 아론은 그녀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받쳐 상체를 안아올리자, 아리스텔라는 아론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은 규칙적이었다.

“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가요? ”

“ 예. ”

아론이 아리스텔라의 몸 안에 신성력을 흘려보낸 순간, 그녀는 강한 쾌감을 느꼈다. 그녀의 신성성을 믿지 않는 아론에게는, 어쩌면 아리스텔라가 느낀 강렬한 쾌감이 전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리스텔라는 그의 가슴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손끝에 신성력을 모았다.

“ 그럼 방법을 바꿔 봐요. ”

“ 성녀님? ”

아론이 그랬던 것처럼, 아리스텔라는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주위를 문지르자, 아론은 살짝 불쾌한 얼굴을 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그녀의 손가락을 입안에 머금었다.

‘ 아……. ’

아론의 입안은 뜨거우면서도 촉촉했다. 무표정한 얼굴이기에 혹시 입안도 말라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로 목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크고 두툼한 혀가 작은 손가락을 감싸 핥기 시작했다. 아리스텔라는 타액으로 젖어가는 손가락을 움직여 점막 너머로 신성력을 흘려보냈다. 아론의 눈빛에 순간 이질적인 빛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 아론……? ”

불쾌한 건지 고통스러운 건지, 아론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쥐고 손을 빼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 응, 아론, 잠깐……! ”

손가락 사이의 여린 살을 핥아주는 것도 점막을 자극하는 것만큼이나 아찔한 기분이었다. 아리스텔라는 야릇한 쾌감에 부르르 떨면서도, 다시 제 안의 신성력을 그러모았다.

피부에 땀이 배어나는 것처럼, 자극에 따라 피부 안에서 바깥으로 신성력이 흘러나가는 느낌을 상상했다.

“ 후우……. ”

아론의 숨이 조금 더 촉촉해졌다. 그저 건조하기만 했던 동작이 조금 더 끈끈해졌다. 처음 아리스텔라의 몸을 핥아줄 때는 그녀의 육체를 자극하기 위해 그런 거였다면, 이번에는 마치 무언가를 맛보는 듯한 행동이었다.

아론은 타인의 신성력을 감지하는 일에 능숙하다고 했다. 어쩌면 그에게는 단순한 육체의 자극보다는 서로의 신성력을 주고받는 교감이 더욱 큰 자극을 줄지도 모른다.

아리스텔라가 손목에 힘을 주어 빼내자, 닫혀있던 눈꺼풀이 올라가고 황금색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 아론. 성의를 벗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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