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50화 (1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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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험의 밤

[150]

처음 대미사가 있던 날, 아침 준비를 도우러 방문한 것도 아론이었다. 의식을 위해 몸을 정결히 해야 한다며 그가 직접 아리스텔라의 몸을 씻겨주었다. 그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제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고, 은밀한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당시에는 흥분해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다가 가버렸지만, 낯선 남자의 손가락에 그렇게 이성을 잃고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이 아리스텔라를 부끄럽게 했다.

로이드에게 강제로 범해지고 악몽을 꾸던 날, 낯선 남자들에게 범해지던 <정화의 의식>의 마지막에 나타난 것도 아론이었다. 그날 아리스텔라는 꿈속에서 처음으로 아론과 몸을 섞었다. 그의 신성력이 제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쾌감에 헐떡이며 몇 번이나 가 버렸다.

그 다음은 오늘 새벽이었다. 꿈속에서 그녀의 시종으로 나타난 아론이 목욕을 시켜주겠다며 성수를 적신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몸을 만져주고 음부를 핥아주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져, 음욕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그의 혀와 손가락에 몸을 맡겨 절정에 올랐다.

처음 목욕 준비를 도울 때야 자극에 민감한 몸이라 그랬다 치더라도, 어째서 몸을 섞은 적도 없는 아론에게 범해지는 꿈을 두 번이나 꾼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그것이 궁금했다.

아리스텔라가 모르는, 전대 성녀를 모시던 사제들이 정화의 의식을 베푸는 꿈을 꾸었던 것처럼, 자신 안에 있는 여신 위그멘타르가 어린 시절의 아론을 기억하고 있어 꿈에 등장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 아론은 제가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

“ 예. ”

“ 타락한 여자를 어째서 안고 싶어 하시나요? ”

“ 성녀님의 안에 봉인되어 있는 여신 위그멘타르를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신관인 저의 역할이니까요. ”

세상에 대 재앙을 퍼뜨린 여신 위그멘타르가 인간 여인의 몸에 봉인되어있는 것은 그녀가 순결한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아론은 성녀가 순결을 잃는 순간 타락한다고 생각했다. 타락한 성녀가 재앙의 여신을 제대로 봉인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유혹에 약한 그녀의 육체가 욕망에 흐믈흐믈하게 풀어지는 것처럼, 더럽혀진 신성력의 강제력을 뚫고 여신이 뛰쳐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 당신과 섹스하면, 제가 타락했다 하더라도 정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 한 번으로는 무리겠지요. 전대 성녀님은 제가 이 신전을 나서기 전까지 매일 정화를 받으셨으니까요. ”

“ 그러고 보니 이곳은 폐쇄된 신전인데, 아론은 어떻게 밖으로 나갔던 거예요? ”

아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정하면서도 남자다운 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폐쇄된 신전을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섣불리 말했다가는 그녀에게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 셈이니 입을 다무는 것도 당연했다. 아리스텔라는 이곳에 들어온 이상 신전에서 도망칠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의심하는 한 말로는 제 뜻을 이해하게 만들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 아뇨.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

아리스텔라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긴 의자에 몸을 기댔다.

피로한 것은 아니었다. 체력이 강한 것은 아니었으나, 음욕의 여신을 봉인한 그녀의 몸은 몇 번이든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으로 변해버렸다. 적절히 휴식을 취한다면 온종일 섹스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육체의 이야기였다. 저녁에 조슈아와 몸을 섞었는데 또다시 남자에게 안겨야 한다니, 정신적으로는 지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 당신은 저를 정화할 수 있다고 믿고, 저는 정화될 필요가 없다고 믿으니……. 말로는 서로를 설득하는 게 무리겠죠? ”

“ 응하시는 겁니까? ”

“ 당신이 누구를 보내든 밤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

두 사람 사이에 성적인 긴장감은 없었다. 아론은 정화를 위해, 아리스텔라는 증명을 위해. 의무감으로 몸을 섞는 기분은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고, 아론은 처음부터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 성녀님의 신성력이 흐트러져있지 않은지, 확인해야겠군요. ”

아론의 커다란 손이 아리스텔라의 가슴 위로 올라왔다. 옷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은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 뼘에 가슴이 다 잡힐 정도로 가녀렸다.

새하얀 성의를 입고 있는 아리스텔라는 무척 가녀렸다. 아론은 그녀의 몸을 씻기면서 만졌을 때를 떠올렸다. 몸은 조금 힘주어 잡은 것만으로 부러질 만큼 가냘프고, 보드랍고 여린 피부는 세게 문질렀다간 상처가 날 것 같았다.

“ 으응……. ”

“ 맥이 뛰는 것이 느껴집니다. ”

타락한 성녀를 정화하는 일이니만큼 다소 강제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아프게 하려는 기색이 보이면 저항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아리스텔라는 아론의 손길이 무척 조심스러운 것에 조금 당황했다.

긴 손가락이 목 중앙을 따라 흘러내려 옷깃을 벌렸다. 단추도 매듭도 없는 옷자락은 남자의 손가락이 한 번 훑어준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벌어지며 뽀얀 피부를 드러냈다. 아론은 아리스텔라의 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고, 벌어진 옷깃 사이로 보이는 흰 피부를 손끝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 아, 아론……? ”

전대 성녀를 모시던 사제들은 타락한 성녀를 정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매일 그녀를 범했다. 성녀였던 어머니는 새하얀 성의를 입고 기도할 때보다 발가벗고 남자의 품안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어머니의 신성력은 강력하지만 늘 불안정했다.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요동쳤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기가 빨리는 것 같아 아론은 늘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어머니에게는 안겨본 기억조차 없었다.

그런데 아리스텔라의 신성력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완전히 안정이 되지는 않았는지 군데군데 흐트러진 부분이 느껴졌지만, 그 일렁임조차 마치 고요한 밤의 숲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처럼 잔잔했다.

“ 낮에 뵈었을 때보다, 확실히 안정되어 있군요. ”

“ 조슈아가 안아주었거든요. ”

아리스텔라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부끄러운 자세로 안겨버렸지만 싫지는 않았다. 자신을 열망하는 조슈아의 눈빛을 본 것만으로 몇 번이나 가버릴 만큼 기분이 좋았다.

“ 확실히 조슈아 신관은 인체에 해박했지요. 여성의 성감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

조슈아는 늘 정성스럽게 그녀를 애무해주곤 했지만, 아리스텔라가 쾌감을 느낀 것은 단지 성감대를 자극해주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리스텔라는 조슈아와 섹스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품에 안기면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도 어딘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 조슈아를 좋아하니까, 안기고 싶었던 거예요. ”

“ 성녀의 몸으로, 신관에게 음욕을 품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

“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몸이 쉬이 반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아리스텔라의 말에 아론이 쿡 하고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조슈아의 것처럼 평온하고 상냥한 미소가 아니었다. 아론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허리띠를 잡아당기고 옷섶을 벌렸다. 새하얀 옷자락이 벌어지며 그녀의 나신이 나타났다.

“ 제가 만져드릴 때도 성녀님은 음란한 소리를 내셨는데 말이지요. ”

“ 아……읏! ”

커다란 손이 가슴을 감쌌다. 그저 감싼 것뿐인데, 아론의 손이 닿은 부위에서 찌르르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닿은 피부 사이에서 뭔가 따끈따끈한 것이 일렁이며 피부를 간지럽혔다. 아리스텔라는 그것이 아론의 신성력임을 감지했다.

“ 아, 아론……! 뭐 하는 거예요……. ”

“ 정화를 하겠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아론은 천천히 그녀의 몸 안에 제 신성력을 불어넣으며 손을 움직였다. 피부 위를 스치기만 하는 것뿐인데, 아리스텔라는 순간 아찔해져 팔을 의자의 쿠션에 받친 채로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 이게, 무슨……. ”

“ 신성력을 나누는 접촉을 해본 적이 없으신가 보군요. ”

히페리온이나 조슈아가 치료해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이런 아찔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조슈아의 신성력은 평온하게 그녀를 감싸주고, 히페리온의 신성력은 기분을 청량하고 맑게 바꾸어주었다. 그런데 아론의 신성력은, 그녀의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아슬아슬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음욕의 여신을 봉인한 몸은 신성력이 강해질수록, 정순해질수록 성감이 발달했다. 전대 성녀의 배에서 태어난 아론의 신성력은 기실 아리스텔라의 신성력과 가장 비슷했다. 몸 안에 스며든 것이 기어다니며 그녀의 안에 잠자고 있던 성감을 하나하나 일깨우는 듯해,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파르르 떨었다.

“ 아, 아아……. ”

“ 여성의 몸을 탐하는 방법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

남자가 여자를 범하는 장면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여러 번 보아왔다. 사제이기에 금욕과 절제를 요구하는 삶을 살아왔으나, 아론은 성녀의 몸이 어떻게 만져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론은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살며시 모아 쥐더니, 단단하게 솟아오른 붉은 젖꼭지를 입술로 감싸 빨아들였다.

“ 흐읏……! ”

엄지로 가슴 밑을 슬슬 문지르면서 탄력 있는 입술이 젖꼭지를 감싸 쯥 하고 빨아들이자, 간지러운 건지 시원한 건지 알 수 없는 쾌감이 가슴을 타고 사르륵 피어올랐다.

이어서 단단한 치아 끝으로 살짝 끝을 물고 촉촉한 혀끝으로 슬슬 문질러주자 아리스텔라의 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커다란 혀가 젖꼭지를 핥아줄 때마다 질척거리는 타액이 덧발라졌다.

젖이 나올 리도 없는데, 아론은 그녀의 젖꼭지를 세게 빨아들이며 가슴을 주물렀다.

꿀꺽. 타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입술과 혀가 움직이는 감촉에 아리스텔라가 가는 신음을 내쉬었다.

“ 하으으……. ”

가슴을 핥아준 것뿐인데 벌써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아리스텔라는 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제 가슴을 빨고 있는 아론의 뒷머리를 더듬었다.

짧고 단정하게 정리한 검은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매끈했다. 손을 더듬어 밑으로 내려가면, 머리카락이 잘린 목덜미 부근에서 까슬까슬한 감각이 느껴진다.

아리스텔라는 아론의 뒷덜미를 더듬다가 손을 앞으로 돌려 그의 귓불을 매만졌다. 가슴을 핥던 아론이 살짝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쳐왔다. 이제까지 그녀에게 욕정하던 남자들과는 달리, 아론의 황금색 눈동자는 방 안의 황금 장식들처럼 건조했다.

“ 아, 론……? 읏……. ”

가슴 위를 더듬던 커다란 손이 배 위로 쭉 미끄러져 내려갔다. 민감한 부위를 스치는 단단한 손의 감촉에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찡그리고 부르르 떨었다.

만져주는 것만으로 느껴버리는 몸이란 너무도 불편했다. 특히 이 남자처럼, 그녀에 대한 욕망 없이 그저 시험하기 위해 더듬는 손길이라면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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