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48화 (14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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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어도

[148]

처음 조슈아와 몸을 겹쳤을 때는, 몸이 달아올라 어쩌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끄러워서 울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안을 누비는 것이 전해주는 짜릿한 쾌감에 들떠 신음했다.

두 번째로 몸을 겹쳤을 때는,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행위가 끝나 있었다. 어찌나 흥분해 있었는지 그의 성기가 빠져나가는 자극만으로 또다시 가버릴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는 감옥에 갇혀있는 로이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또 그 다음에는 그의 진료실을 찾아가 고민 상담을 하던 중에 봉사를 받았다. 조슈아는 입술과 혀로 그녀에게 봉사했을 뿐, 삽입은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특별하게 생각했던 남자와 하나가 되는 이 순간을, 자신은 얼마나 기다렸던 것일까. 욱신거리는 음부에서 타고 올라온 야릇한 감각이 마치 꽃이 피듯이 곳곳에 피어올랐다.

어디선가 달콤한 꽃향기가 났다. 지금 이곳은 아리스텔라의 방이고, 그녀는 지금 의자 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활짝 벌린 부끄러운 자세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마치 향기 가득한 꽃밭에서 몸을 섞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아, 흐, 조슈아……, 아아! ”

“ 성녀님……. ”

늘 부드럽고 상냥하던 음성이 거칠어졌다. 조슈아는 의자의 등받이 가장자리를 쥐고 허리를 움직였다.

단정한 턱선을 따라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녀의 가슴 위로 똑, 똑 떨어졌다.

달아오른 피부에는 도리어 차갑게 느껴질 터인데, 아리스텔라는 제 몸을 타고 흐르는 조슈아의 땀방울이 뜨겁게 느껴졌다. 마치 불에 덴 것 같았다. 의자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던 그녀가 호소했다.

“ 조슈아, 안아주세요……. ”

“ 안 됩니다. 이 이상 닿으면 버티기 힘드실 겁니다. ”

아리스텔라는 의자에 앉아 손잡이에 다리를 걸치고 있고, 조슈아는 그녀의 앞에서 의자 등받이의 가장자리를 쥔 채로 몸을 기울여 삽입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를 만지는 일 없이 성기만을 연결한 채로 쾌감을 좇았다.

“ 성녀님, 눈을 뜨세요. ”

“ 하으, 아, 조슈아……. ”

눈을 몇 번이나 깜박여 흐려진 시야를 정리하고, 조슈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안경을 벗지 않은 조슈아의 눈동자는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늘 평온하던 연녹색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했다.

이 남자의 이런 눈빛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 눈을 뜨시고, 당신을 안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확인하십시오. ”

“ 조, 조슈아……. ”

조슈아는 늘 자신을 <종>이라고 불렀다. 그녀에게 봉사하는 행위를 <섬긴다>고 표현했다.

헌신적인 성품의 그는 늘 아리스텔라를 기쁘게 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아무리 봉사할 뿐이라 하더라도 그녀에게 봉사하는 중 그 자신도 흥분할 때가 있을 터인데도, 조슈아는 자신의 욕망을 감추는 일에 능숙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성녀와 사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서, 봉사가 아니라 서로 쾌락을 나누기 위해 그녀와 몸을 겹치고 있었다.

잔잔하던 호수에 파문이 일고, 맑고 투명하던 물빛에 욕망이 뒤섞여 흘러넘친다. 이성적이고 올곧은 남자를 자신에게 미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라도 짜릿하다.

“ 조슈아, 너무, 기분 좋아요……. ”

더 사랑받고 싶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그녀를 원하길 바란다.

학문에 열중하는 자는 연구에 미쳐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몇 날 며칠을 해답을 찾아내는 일에 열중한다고 들었다.

아리스텔라는 자기를 연구대상 취급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 순간만은 조슈아가 자신을 탐구하는 일에 매진해주길 원했다.

이성도 도덕도 날려버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충족감에 흠뻑 젖어있기를 바란다.

“ 성녀님의 안은, 몹시 뜨겁네요……. ”

“ 아, 으응……! 저도, 당신이, 느껴져요. ”

열기를 띤 눈으로 조슈아를 바라보던 아리스텔라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허리를 앞으로 내밀고 다리를 벌린 자세로는,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조슈아의 성기가 잘 보였다.

붉게 물든 음순 사이로 왕복하는 옅은 선홍색의 성기는 조슈아를 닮아 단정한 생김새였다.

이제까지 아리스텔라가 보아온 남자의 성기는 하나같이 흉악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겨 무서웠는데, 조슈아의 성기는 굵고 매끈하면서도 부드럽게 휘어 있어, 추잡한 물소리를 내며 그녀의 안을 왕복하는데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리스텔라가 다리를 조금 더 넓게 벌리며 자세를 낮추자, 조슈아의 성기가 안을 찌르는 각도가 바뀌었다.

“ 아으응! ”

“ 으읏……! ”

뒤섞인 신음이 귓전을 간지럽혔다. 조슈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올리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신성력이 흐트러진 성녀의 몸을 치료하기 위한 행위는 어느새 자신과 그녀 모두에게 쾌감을 주기 위한 행위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조슈아는 목적이 전도된 지금의 상황이 싫지 않았다.

석양이 가라앉고 달이 떠오르는 시각, 등불을 켜지 않아 어두워진 방안에는 두 사람의 젖은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차가운 밤의 공기로 가득 찬 넓은 방 안이 두 사람의 열기로 완전히 가득 찰쯤에야, 욕망에 미쳐버린 사제와 탐욕의 성녀는 크게 신음하며 절정에 다다랐다.

◇ ◆ ◇ ◆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대 위였다.

뒤처리는 조슈아가 해준 것인지 체액과 향유로 흠뻑 젖었던 몸은 깨끗했고, 구김하나 없는 새하얀 성의가 입혀져 있었다.

조슈아가 씻기고 옷을 입혀주었을 텐데, 깨어나지 않고 자고 있었던 것을 보면 혼란스러웠던 신성력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 으음……. ”

“ 깨어나셨나요? ”

아리스텔라의 발을 주무르던 조슈아가 눈을 깜박이는 그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시간은 이미 밤이라 어두웠지만, 발치에 켜진 조명등 덕분에 조슈아의 표정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느새 평소의 단정한 얼굴로 돌아온 조슈아는 아리스텔라의 발을 제 허벅지 위에 얹고, 발바닥을 손끝으로 꾹꾹 눌러가며 피로를 풀어주고 있었다.

“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

“ 내내 불편한 자세로 계셨으니까요.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풀지 않고 주무시면 분명 내일 근육통이 생길 겁니다. ”

결국 조슈아는 아리스텔라가 절정에 이를 때까지 그녀를 안아주지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 뒤처리도 마치고 발마사지도 해주고 있지만, 완전히 평소의 조슈아로 되돌아와 아리스텔라는 조금 아쉬워졌다.

관계 중의 조슈아는 정말로 그녀를 열망하는 눈빛으로 봐주었으니까. 여신의 현신과 그녀를 따르는 종이 아닌, 서로를 탐하는 남자와 여자가 된 순간은 정말로 두근거렸다.

‘ 그 모습을 조금 더 눈여겨 봐뒀으면 좋았을걸. ’

속으로 살짝 후회하면서, 아리스텔라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왼쪽 발은 아직 조슈아의 허벅지 위에 얹힌 채였다.

조슈아의 손은 여전히 따스했다. 발을 문질러주는 것이 기분 좋아서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고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며 발끝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천천히 발목을 문지르던 조슈아가 그녀의 발바닥 중앙을 엄지 끝으로 꾹 눌렀다.

“ 아으! ”

“ 이쪽이 아직 덜 풀린 모양이군요. ”

“ 조슈아. 지금 일부러 그랬죠? ”

“ 푸훗……! ”

쿡쿡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놀릴 셈이었던 것 같다.

심통이 난 아리스텔라는 뒤에 놓여있던 작은 베개를 들어 조슈아를 향해 던졌다. 아직 완전히 기운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는지, 어중간한 속도로 날아간 베개는 조슈아의 어깨에 맞고 침대 위로 떨어졌다.

“ 성녀님. 화가 나셨나요? ”

“ 조슈아가 나를 놀렸잖아요. ”

“ 눈을 감고 계시기에. ”

“ 네? ”

“ 저를 봐주셨으면 했답니다. ”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며 살짝 고개를 기울여 아리스텔라를 바라보는 조슈아의 모습은 어딘가 처연해 보였다. 끌어안거나 키스하지도 못하고 그저 성기만을 연결한 채 섹스한 일로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아리스텔라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조슈아가 자신을 씻기고 옷을 입혀 침대에 눕힌 뒤 발마사지까지 해주는 내내 쿨쿨 자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아리스텔라는 조금 미안해졌다.

그녀가 관계 중에 끌어안고 키스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대화할 때는 조슈아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조슈아는 늘 그녀의 눈을 보며 대화했다.

“ 미안해요, 조슈아. 이젠 잘 보고 있을게요. ”

“ 성녀님. 이젠 제게 닿아도 괜찮으신가요? ”

“ 네. 보다시피. ”

아직 살짝 몸이 나른하긴 하지만, 전처럼 닿기만 해도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되지는 않는다. 아리스텔라는 조슈아의 손에서 발을 빼낸 뒤, 자세를 바꿔 그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 고마워요, 조슈아. ”

“ 방금은 미안하다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고맙다고 하시네요. ”

“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고요. ”

“ 그럼 이제 화는 풀리신 건가요? ”

아까 발마사지를 하다가 발바닥을 찌른 것을 말하는 것일까? 살짝 심통이 났을 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텔라는 조슈아의 팔에 기대며 그의 소매에 뺨을 슬슬 문질렀다.

“ 처음부터 화나 있지 않았어요. ”

“ 그거 다행이네요. ”

사락. 조슈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뺨에 닿았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얼굴이 가까이에 와있었다. 발치에 놓인 조명등 때문일까, 어두운 방안을 비추는 주홍색의 불빛이 조슈아의 갈색머리에 어우러져 따스한 빛을 자아낸다.

조슈아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이마가 닿았다. 안경 때문에 입술이 닿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조슈아의 연녹색 눈에 비치는 주홍색의 불빛은 정말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았다.

닿았던 이마가 떨어지고, 그의 고개가 기울었다. 코끝에 닿는 촉촉한 한숨에 아리스텔라도 눈을 감으며 살며시 입술을 벌렸다.

열락도 흥분도 가라앉아 적막해진 침실 안에서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치려는 순간,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 성녀님, 모시러 왔습니다.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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