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4 / 0219 ----------------------------------------------
욕망의 꽃이 맺은 열매는
[134] 욕망의 꽃이 맺은 열매는
“ 하응, 아, 하아……. ”
바닥에 옆으로 누운 채, 아리스텔라는 계속해서 밭은 숨을 내쉬며 신음했다. 두 남자에 의한 연이은 절정으로 몸은 예민해지고, 피부가 간질거렸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야릇한 기분을 느꼈다.
“ 성녀님……. ”
땀과 애액으로 흠뻑 젖은 분홍빛의 허벅지를 붙잡고 벌리자, 붉은 입구가 뻐끔거리며 남자의 정액을 토해냈다. 제 것이 흘러나오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크리스는 손끝으로 그녀의 질구를 천천히 문질렀다.
“ 아읏, 아으응……. ”
“ 성녀님. 아직도 부족하신가요? ”
“ 아, 아니……에, 으응……. ”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아리스텔라의 음부에 간질거리는 자극이 가해졌다. 그녀의 질구를 문지르던 손가락이 음순을 더듬어 올라와 클리토리스를 굴려대자 아리스텔라의 몸이 저절로 들썩이면서 간헐적인 교성이 새어나왔다.
“ 응, 아흐, 그마, 아, 아응……! ”
절정 후에도 주어지는 연속적인 쾌감은 고통에 가까웠다. 얼굴을 찡그린채 헐떡거리는 아리스텔라를 내려다보며 크리스가 물었다.
“ 성녀님. 저와 노엘 사제님,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셨나요? ”
“ 크리스, 뭘 묻는 거야? ”
“ 노엘 사제님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
“ 그, 그건……. ”
사람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제 위치를 확인하는 생물이다.
이제까지 크리스에게 사소한 도움을 받아왔으면서도, 노엘은 늘 크리스를 동생 취급했다. 나이도 어리고 서품도 받지 못한 크리스는 노엘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편하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가 성녀와 육체관계를 맺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노엘도 충격을 받았다. 그저 어리고 만만하기만 했던 동생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저만치 앞질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성교에 서투른 노엘로서는 성녀의 매혹적인 몸에 기절하지 않는 것도 고작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는 그녀를 능숙하게 조련하며 절정으로 이끌었다.
노엘은 섹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아리스텔라가 온몸을 덜덜 떨면서 비명을 지르던 것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거 봐요. 노엘 사제님도 궁금하다고 하시잖아요, 성녀님. ”
“ 아, 아읏, 그, 만……. ”
“ 대답을 못하시겠어요? 그럼 대답하실 때까지 이렇게 할 거예요. ”
“ 아아아앙! ”
크리스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잡고 비틀자, 아리스텔라의 허리가 위로 튀어올랐다.
“ 아, 아, 아! 그마, 그만, 제발……! ”
지나친 자극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치 뭔가가 무너져 내리듯 오열하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을 본 노엘이 크리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 크리스. 그만 해! 내가 졌으니까! ”
“ 어라, 결과 고지를 듣기도 전에 기권하시는 거예요? ”
“ 너 진짜 이상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
“ 그럴지도요. ”
어깨를 으쓱하며 크리스가 물러나자,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안아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아직도 쾌감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리스텔라는 노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흐느꼈다. 두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이느라 잔뜩 충혈된 음부가 욱신거렸다. 아직도 누군가 클리토리스를 만져주는 것처럼 그곳이 따끔거리며 찌르르한 쾌감이 피부 위를 기어 다녔다.
“ 흐윽, 흑……. ”
“ 성녀님, 울지 마세요……. ”
파토스티아의 꽃가루에 사로잡혀 성녀를 범하긴 했으나 노엘은 여자에 대해서도 섹스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성녀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제 죄를 깨달은 노엘은 조심조심 아리스텔라의 몸을 닦아주었다.
“ 으응……. ”
“ 조금만 참으세요, 성녀님. ”
하얀 정액을 흘리는 음부에 깨끗한 수건이 닿았다. 여전히 예민한 그곳에 무언가가 닿는 것이 괴로웠던 아리스텔라는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제가 들쑤시던 음란한 구멍이 깨끗해져가는 것을, 크리스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이제 옷을 입혀드릴게요. ”
“ 흣, 응……. 네에……. ”
겨우 진정한 듯, 아리스텔라의 훌쩍거림이 잦아들었다. 노엘은 어쩐지 그녀의 반응에 가슴이 뜨끔했다. 정말로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았다.
그야 물론 성녀를 모시는 종이 그녀를 범했다는 것은 중죄였으나, 적어도 처음 그녀의 몸을 더듬었을 때는 이처럼 죄책감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노엘은 아리스텔라에게 성의를 입혀주면서,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 다 되었습니다. ”
성녀의 옷자락을 여며주고 허리띠를 둘러준 다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대충 빗어준 뒤 노엘이 뒤로 물러났다.
아리스텔라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나팔꽃 덩굴이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다. 이리저리 화분이 깨지고 부서지고, 색색의 꽃들이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 것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오색찬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온실이,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
“ 저, 정리는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성녀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이 온실은 제단에 올릴 꽃을 관리하는 방이라고 했는데. ”
“ 괜찮습니다. 관리 사제에게는 저희 잘못이라고 하겠습니다. ”
“ 잘못을 고하고 방을 정리하면, 없던 일이 되는 건가요? ”
“ 예……? ”
슬금슬금 고개를 들어 아리스텔라의 눈치를 살피려다, 눈이 마주치다 노엘은 얼른 도로 고개를 숙였다.
“ 왜 저한테 그런 짓을 했나요? ”
“ 자, 잘못했습니다……. ”
“ 잘못인 줄 알면서, 왜요? ”
아리스텔라의 질문에 노엘은 고개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수그렸다. 그녀를 범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저, 안고 싶었다.
보드랍고 따스한 몸을 껴안는 순간 이성이 날아갔다. 제 온몸의 세포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 듯 날뛰었다.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은밀하고 뜨거우며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을 때는 온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타들어갔다가 수복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강렬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성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그녀를 범한 죄를 모르지 않는다. 그녀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을 준비는 되어 있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노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 노엘, 크리스. ”
아리스텔라는 엉덩이를 살짝 옆으로 옮겨 바닥에 떨어진 가닥나귀풀을 집어 들었다.
화병이 깨진 것인지 저만치에 날카로운 도자기 조각들이 널려있었다. 뿌리에 붙은 흙과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조각을 털어내었다. 가닥나귀풀은 가늘고 단단하면서도 은근히 탄성이 있어, 꽃이 피는 목 부분과 뿌리를 떼어내면 회초리로 쓸 수 있다.
똑. 또옥.
아리스텔라는 가닥나귀풀의 꽃과 뿌리를 떼어내고, 그것을 두 사람을 향해 치켜들었다.
“ 두 사람 모두 종아리 걷어요! ”
◇ ◆ ◇ ◆ ◇
―찰싹!
“ 아윽! ”
―찰싹!
“ 서, 성녀님! ”
“ 피하지 마세요! 피하면 더 세게 때릴 테니까! ”
두 남자의 흰 종아리에 회초리가 지나간 자리가 새빨갛게 남았다. 칼에 베인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닥나귀풀로 종아리를 맞는 것도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따끔했다.
단단히 화가 난 아리스텔라는 두 남자의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회초리질을 한 뒤에야 겨우 손을 거두었다.
“ 두 사람 다, 옷 내리고 저를 보고 서세요. ”
노엘과 크리스는 아직도 따끔따끔한 종아리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발을 비비면서 아리스텔라의 앞에 나란히 섰다.
“ 제가 그만하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 ”
“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성녀님의 신음소리를 들으니까, 자꾸 허벅지가 움찔거리면서 다리 사이가 후끈하고……. ”
“ 꺄아아아! ”
구체적인 상황묘사를 늘어놓는 노엘의 말에 아리스텔라가 비명을 지르자, 크리스는 얼른 노엘의 옆구리를 찔러서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
“ 성녀님을 안고 싶었어요. ”
크리스가 냉큼 대답했다. 우물쭈물하는 노엘과는 달리 크리스의 태도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종아리가 욱신거리고 아플 텐데도 그 눈빛에는 반성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 안고 싶으면, 제 의사를 무시하고 안아도 되는 건가요? 수업 중에, 온실에서, 그것도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데! ”
“ ……. ”
크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할 말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슬쩍 노엘의 눈치를 보고, 다시 아리스텔라를 바라본 그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노엘이 옆에 있기에 말을 삼가는 것일 터였다.
회초리질을 더 해서라도 자백을 받을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방금 두 사람에게 매질을 한 것은 갑자기 두 남자의 앞에서 발가벗고 몸을 섞어야 했던 아리스텔라의 고통을 느껴보라는 취지였다. 매질을 취조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 노엘, 크리스. 나한테 제대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
“ 잘못했습니다, 성녀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
노엘은 아리스텔라가 말하는 대로 넙죽 엎드려 사과했다. 그러나 크리스는 엎드리지도 않고,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 크리스, 반성 안 할 건가요? ”
“ 사과하기를 바라신다면, 할게요. ”
“ 네……? ”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했더니 이건 또 무슨 고자세인가. 불쾌함을 느낀 아리스텔라가 아름다운 미간을 찡그렸다. 납작하게 엎드려서 용서를 빌던 노엘은 크리스가 왜 저러나 싶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불안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 잘못했다고, 성녀님을 괴롭고 아프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기를 원하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어요. 저는 성녀님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
크리스의 턱이 살짝 떨렸다. 그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눈을 천천히 깜박인 뒤 말을 이었다.
“ 앞으로도 저는 기회가 있으면 성녀님을 안을 거예요. 당신께서 싫다고 하셔도 그럴 거예요. 저를 미워하고 매질을 하셔도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
“ 크리스! ”
“ 그럼 저를 버리실 건가요? ”
============================ 작품 후기 ============================
134, 135화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