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33화 (13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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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수업시간

[133]

조슈아는 도서관에서 전대 신관들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아리스텔라로부터 신전의 지하를 탐방한 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속에 미심쩍은 구석이 생겨,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은 탓이었다.

신성 마법 수업은 저녁까지 계속된다. 조슈아는 노엘이 미덥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수업 중에 문을 두드리고 안을 확인하게 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일을 하기로 했다.

음욕의 여신을 그 몸에 봉인한 성녀는 욕구를 참을 수 없게 되고, 그녀를 섬기는 사제와 성기사들 또한 여신의 힘에 이끌려 그녀를 범하게 된다.

성녀를 신전으로 데려와 치르는 대미사는 새로운 성녀의 탄생을 각 신전에 공표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그러나 대미사의 목적은 비단 그것 하나뿐이 아니었다. 성녀가 여신의 현신으로 인정받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전대 대신관의 일기에는 분명, 성녀는 대미사를 치른 이후로 인간이 아닌 <신>이 되었기에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 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쩌면 말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이 신전에 갇혀 성녀로 있는 내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게 되는데, 만약 성녀가 회임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성서에는 낙태가 중죄였고, 아무리 건강한 육신을 가졌다 한들 유산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몸에 무리가 온다. 그렇다고 아이를 가질 때마다 낳는다면 그 아이들의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제된 몸으로 태어난 아이를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폐쇄된 신전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조슈아도 히페리온도 성녀가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이라는 기록을 믿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 분명 그렇게 나와 있지만……. ’

전대 성녀인 밀리아리아는 매음굴의 창녀였다. 처녀에게밖에 반응하지 않는 성령석이 반응했다는 이유로 성녀가 되었고, 이 신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력을 잃고 걸을 수 없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약 성녀가 진정으로 여신의 현신이라면 그러한 일이 일어날까. 여신의 현신이 여신의 저주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조슈아는 의구심이 들었다.

“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

딱딱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조슈아는 구태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무감정하고 건조하면서도 귀에 또렷하게 꽂히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어제 지하 탐방을 나가셨을 때, 성녀님이 벽에 그려진 전대 성녀님들의 그림을 보았다고 하시더군요. ”

“ 그랬습니까. ”

“ 전대 성녀님에 대한 것을 궁금해 하시기에, 제가 대신 조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론 신관. ”

조슈아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긴 갈색머리가 그가 몸을 돌리는 방향으로 흔들렸다가 다시 사락사락 가라앉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조슈아와는 달리 아론은 상당히 건장한 체격이었다. 어지간한 성기사의 옆에 있어도 덩치로는 주눅이 들지 않을 터였다. 그 다부진 몸과 날카로운 눈빛, 힘 있는 목소리가 주는 신뢰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행동거지가 바르고 야무진 히페리온이 웃어른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라면,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인상의 아론은 동기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비록 사제 무리에 어울리지는 않았어도, 관찰을 좋아하는 조슈아는 늘 두 사람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 전대 성녀님은 역대 성녀님들 가운데 유일한 예외입니다. 순결하지 않은 분이 성녀가 되셨으니, 타락하실 수밖에 없던 것이겠지요. ”

담담한 목소리로 전대 성녀를 매도하는 아론의 말에, 조슈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 성녀가 되어 신전에 들어오신 후에는 다른 성녀님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느 대의 기록을 보아도, <성녀는 결국 타락하여, 사제들과 성기사들로 하여금 정화의 의식을 치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나와 있으니까요. ”

순결하지 않다는 이유로 신의 저주를 받아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은 밀리아리아 뿐이지만, 결국 음욕에 물들어 신전의 남자들과 관계를 가진 것은 모두가 같았다. 역대 성녀들은 모두 욕망에 잠식당해, 사내들과 음란한 관계를 가졌다.

“ 예. 단 한 명의 성녀님도, 타락하지 않은 분이 없으셨지요. ”

아론은 조슈아의 말에 수긍한 뒤,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슈아를 쏘아보았다.

“ 이번 대의 성녀님만이 특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 눈빛을 보고 조슈아는 확신했다. 이 남자는 성녀를 믿지 않는다. 그녀가 순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조슈아는 아리스텔라와 몇 번의 성관계를 가졌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성녀가 순결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신성성은 조금도 더러워지는 일 없이, 날로 깨끗하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아론 신관의 예상이 빗나가겠군요. ”

욕망의 구렁텅이에 던져져도 아리스텔라는 늘 해답을 찾으려 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힘들고 무서워도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리고 애처로운 그녀는 사실 이 신전 안에서 가장 강한 존재일 것이다. 그들의 주인으로서 군림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 성녀님은 특별한 분이니까요. ”

◇ ◆ ◇ ◆ ◇

“ 으응, 크리스, 흣……. ”

바닥에 엎드린 채로 크리스를 받아들이면서, 아리스텔라는 신음했다. 이미 원래 피부의 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한 분홍빛으로 물든 피부는 땀으로 반들거렸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는 이 온실 안의 어느 꽃보다도 향기로웠다.

“ 성녀님. 아름다워요……. ”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등줄기를 따라 쓸어내리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깊게 삽입하면 내벽이 움찔거리면서 자잘하게 떨리며 마치 혀로 핥듯이 기둥을 간질이고, 허리를 뒤로 빼면 속살이 쫄깃하게 조여들면서 가지 말라는 듯이 쭉 빨아들인다.

“ 흣, 으응, 아으응, 크리스……. ”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녀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울고 있겠지. 그 긴 속눈썹에 반짝이는 눈물이 맺히고, 촉촉한 입술로 한숨을 뱉으면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녀 안의 자신이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안을 누비는 움직임이 난폭해지자 아리스텔라가 숨을 삼키며 어깨를 떨었다.

“ 흐윽, 아! 크, 크리스……! ”

“ 노엘 사제님. 성녀님을 안아 일으켜 주세요. 그대로는 바닥에 피부가 쓸려서 아플 거예요. ”

“ 으, 응. ”

못된 마음이 들었다.

그녀를 더욱 곤란하게 하고 싶다. 괴롭히고 싶다. 쾌락과 고통에 허덕이며 정신을 못 차리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노엘이 조심스럽게 아리스텔라를 안아 올리자, 그녀도 포기한 듯 노엘의 목 뒤로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크리스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가느다란 허리가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 성녀님을 기쁘게 하고 있는 것은 저인데, 노엘 사제님께 안겨 있는 건가요? 전 정말 속상하네요. ”

“ 하지만, 이건, 크리스가……, 앗, 아아! ”

노엘에게 매달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아리스텔라의 허리를 쭉 잡아당기더니, 크리스의 손이 그녀의 아랫배를 더듬었다.

“ 느껴지세요, 성녀님? 제가 안쪽을 찌를 때마다……이쪽이 움찔거려요. ”

“ 흐응, 아아……. 말, 하지, 마세요……. ”

이런 얼토당토않은 상황에 놓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지적받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자신을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은 크리스인데, 어째서 이렇게 그녀를 수치스럽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가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노엘의 입술이었다.

위로하려는 것일까.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제 욕구만 채우려 들 때는 언제고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아리스텔라야말로 그가 원망스러워 속이 상했으나 제 안을 누비면서 이곳저곳을 쿡쿡 찔러대는 크리스의 성기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헉헉 숨을 몰아쉬며 노엘의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눈꺼풀을 올리자, 저를 바라보는 녹색 눈동자가 보였다.

노엘을 처음 보았을 때도 크리스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동글동글하고 약간 어린 티가 나는 인상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니 역시 두 사람은 달랐다. 노엘의 눈동자에는 크리스처럼 음험하고 진득한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두려움과 망설임, 그리고 호기심이 뒤섞여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에 아리스텔라의 모습이 비쳤다. 그 모습에 아리스텔라는 어쩐지 이제까지 느낀 수치심이 조금 수그러드는 기분을 느꼈다.

“ 노엘……. ”

“ 성녀님. ”

아리스텔라가 이름을 부르자, 노엘은 마치 크리스를 흉내 내듯, 그녀의 입술에 제 것을 겹쳤다. 키스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 노엘이 성급하게 입술을 비비며 핥아댄 탓에 두 사람의 치아가 부딪혔다.

아프고 숨이 막혀서 아리스텔라가 눈썹을 찡그리자, 숨을 돌리기 위해 잠깐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겹쳤다. 달콤하고 촉촉한 한숨이 겹쳐진 입술 사이를 오갔다.

“ 제 앞에서 다른 남자하고 키스하지 마세요. ”

“ 아으응! ”

아랫배를 문지르던 크리스의 손이 밑으로 내려와 애액으로 흠뻑 젖은 음부를 주물렀다. 제 것이 드나들 때마다 실룩거리며 벌어졌다 오므라드는 동그란 둔덕을 손끝으로 살살 문지르더니, 그 사이로 파고들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툭툭 건드렸다.

“ 으응! 하으, 크리스, 아! ”

손가락 사이에 클리토리스를 끼운 채로, 마치 건반을 연주하듯 손가락을 엇갈리게 움직이자 그녀의 안이 꽉 조여들며 허벅지가 긴장으로 단단해졌다.

“ 아, 크리스, 으, 흐아! ”

“ 야, 크리스, 잠깐……. ”

“ 방해하지 마세요, 노엘 사제님. ”

노엘의 말을 가로막으며 크리스가 허리의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 대체 어떻게 제 안에 들어왔을까 싶을 만큼, 한껏 부풀어 오른 성기가 비좁은 안쪽을 제 몸으로 넓히며 꽉 억눌렀다 빠져나갔다.

“ 읏, 성녀님……. 기분, 좋으신가요? ”

“ 아아! 아아앙! ”

“ 후우, 이젠, 대답도 해 주시지 않는 거예요? ”

아리스텔라를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으나 그것을 이해하기에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온실 안이 열기와 색향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붉은 빛과 초록빛이 꽃과 잎사귀의 것인지, 노엘의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빛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두 남자의 앞에서 엉망으로 흐트러지는 것도, 전부 파토스티아의 독 때문이 아닐까. 아리스텔라는 노엘에게 매달린 채로 크리스에게 범해지면서 두 번째 절정을 맞이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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