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2 / 0219 ----------------------------------------------
세 사람의 수업시간
[132]
“ 으응……. ”
“ 으헉! ”
애액으로 젖은 입구에 귀두가 감싸인 것만으로 노엘이 비명을 지르며 아리스텔라의 몸 위에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옆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귀가 따끔따끔했다. 이런 감각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관계했을 때는 아리스텔라의 허벅지 사이에 제 것을 끼우고 자위를 했다. 성경험이 없는 노엘은 남녀가 어떻게 교합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신성한 일이었으므로 신전의 인체학 시간에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배우지만, 교재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았기에 수업을 건성으로 들은 노엘은 남녀의 섹스가 서로의 성기가 결합하는 형태라는 것을 몰랐다.
“ 읏, 아아……. ”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성녀의 통통하고 부드러운 허벅지에 제 것을 비비는 것이 최고의 쾌감인 줄로만 알고 있던 노엘에게 뜨겁고 촉촉한 여자의 질에 감싸이는 기분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 했다.
허리를 흔들어 쾌감을 추구하고 싶었으나 자극이 너무 강했다. 제대로 밀어 넣지 못하고, 노엘은 몇 번이나 허리를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의 이마에서 흐른 땀이 뺨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젖가슴에 똑, 똑 떨어졌다.
“ 이게, 대체……. ”
“ 엄청나죠? 저도 처음엔 죽는 줄 알았어요. ”
“ 크리스, 너. 설마……. ”
“ 지도교수가 조교보다 경험이 부족하다니, 이거 안 될 일이네요. ”
붉어진 얼굴로 헐떡거리는 노엘을 향해 크리스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역시 붉어진 얼굴로 헉헉 숨을 내쉬는 아리스텔라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어떠세요, 성녀님. 미덥지 못한 선생에게 계속 배우시겠어요? ”
“ 하읏, 크리스. 나는……. ”
“ 이대로 하고 싶으신가 봐요? 뭐, 괜찮아요. 저는 성녀님이 가는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아하니까. ”
크리스는 킥킥 웃으며 아리스텔라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상체를 일으켰다.
“ 아, 아아! ”
자세가 바뀌면서 내벽을 찌르는 각도가 바뀌자, 아리스텔라가 교성을 지르며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그러자 꿈틀거리는 내벽이 쫄깃하게 달라붙어 성기를 조여, 노엘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 아윽! 으, 크리스……! ”
“ 수업을 보조하는 것이 조교의 일이지요. 노엘 사제님? ”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그녀의 가슴과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땀이 배어나와 촉촉하게 젖은 분홍빛 피부는 마치 손바닥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이 몸을 다시 만지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귓불을 깨물며 그녀의 귓전에 나른한 한숨을 뱉었다.
“ 보여주세요, 성녀님. 노엘 사제님께도. ”
“ 흐읏, 아……. 크, 크리스……. ”
“ 성녀님의 느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요. 미쳐버릴 만큼. ”
지금 크리스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가늠하는 것도 벅찬 아리스텔라에게 크리스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저 크리스의 손이 민감한 부위를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동시에 제 안에 조금씩 깊이 파고드는 노엘의 성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아, 으응, 크리스, 안……. ”
부질없는 거절의 말조차 입술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다.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에게 키스하면서 그녀의 옆구리와 가슴 밑을 더듬었다. 쾌감을 느낀 아리스텔라의 허리가 천천히 앞뒤로 흔들리면서 제 안에 있는 노엘의 성기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 앗, 아……. 성녀님……. ”
노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등이 새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쫄깃한 속살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오물거리며 제 성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잡아먹힌다! ’
이런 짓을 벌이는 주모자 중 하나인 주제에 어이없게도, 노엘은 마치 제가 포식자의 먹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성녀의 몸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아니, 마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삽입한 채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눈앞이 번쩍였다. 세상에 이런 쾌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노엘은 처음 알았다.
이미 그는 이곳이 온실이며, 신전의 의례에 쓰이는 꽃을 가꾸는 꽃의 방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의 시야에는 오로지 가녀린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하는 요염한 성녀와, 그녀의 가슴을 탐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크리스의 손만이 존재했다.
“ 노엘 사제님. 그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성녀님은 괴로울 뿐이라고요? ”
“ 여기서, 뭘 어떻게……. ”
“ 도와 드려요? 자아. ”
크리스가 아리스텔라의 상체를 추슬러 안고 허리를 붙든 채로 살짝 앞으로 밀었다 뒤로 잡아당기자, 노엘의 것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속살이 쓱 비벼지면서 갑자기 짜릿한 감각이 온몸을 덮쳤다.
“ 으윽! ”
“ 하응! ”
노엘이 비명을 지른 것과 동시에 아리스텔라도 신음했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곱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성욕을 느낄 때의 그녀의 신음은 무엇보다도 매혹적이었다.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노엘은 조바심을 견디지 못하고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붙잡고 제 것을 다시 밀어넣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
“ 아, 아응! ”
“ 으흑! ”
달듯이 뜨거운 기운이 성기에서 아랫배를 타고 얼굴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동시에 등줄기에 찌릿하고 야릇한 감각이 달렸다. 조금은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노엘은 깊이 숨을 내쉰 다음 눈을 떴다. 아리스텔라가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면서, 동시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 성녀님, 분명 얼굴을 찡그리고 계신데……. 왜 기분이 좋아 보이지? ’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요염한 한숨을 흘리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애처롭게 흐느끼는 모습을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거린다.
“ 성녀님……. 움직이겠, 습니다. ”
노엘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제 것으로 그녀의 안을 문지르자, 아리스텔라도 긴 호흡을 반복하며 입구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서투른 삽입운동에도 아리스텔라는 본능적으로 박자를 맞춰 움직여 쾌락을 추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섹스에 있어서만큼은 그녀가 제일가는 경험자였기에.
“ 아응, 아으으응……. ”
움직임이 서투르긴 하지만, 노엘의 성기가 안쪽을 문질러주는 것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겉이 살짝 말랑하면서도 제 속살에 착 달라붙는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안쪽은 은근히 단단해서 그녀의 안을 무리 없이 치고 들어온다.
“ 아, 아, 아아아……. ”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아리스텔라는 크리스에게 몸을 의지한 채 노엘을 받아들였다.
두 남자가 자신에게 왜 이런 짓을 할까.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녀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저 지금은 아슬아슬한 부위에서 멈칫거리는 이 쾌감을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
“ 으응, 하아. 더……. ”
시선을 내리면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붉어진 얼굴로 거칠게 숨을 내쉬는 노엘이 보이고, 고개를 들면 사랑스럽다는 듯이 저를 바라보는 크리스의 얼굴이 보인다. 눈이 마주치면 크리스는 붉은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웃고는, 아리스텔라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성녀님. 너무 예뻐요. ”
“ 흐응, 읏……. ”
“ 제 앞에서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예쁜 거죠? ”
“ 하읏, 아니……, 아니에요……. ”
“ 뭐가 아닌데요? ”
크리스의 입술이 아리스텔라의 귓가에 닿았다. 파토스티아의 꽃가루에 홀려 이성을 잃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냉랭한 목소리가, 아리스텔라의 귓전에 울렸다.
“ 성녀님을 사랑하는 저를 두고 늘 다른 남자와 이런 짓을 하셨잖아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
“ 흣, 아니, 아니에요……. ”
“ 성녀이신 분이 거짓말을 하면 안 되죠. ”
크리스는 쿡쿡 웃으며 아리스텔라의 입을 제 입술로 틀어막았다. 목소리와 시선은 차가웠으나 입맞춤은 상냥했다.
여전히 핥고 빠는 키스밖에 하지 못하는 그의 입안으로 아리스텔라는 서툴게 혀를 밀어 넣었다. 그러면 감겨 있던 눈꺼풀이 올라가고 붉은 눈동자가 아리스텔라를 바라본다.
같은 붉은 눈이라도 히페리온과 크리스는 눈빛이 전혀 달랐다. 똑같이 욕망의 빛을 띠고 있을 때도, 히페리온의 눈동자에는 서글픔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의 눈동자에는―분노가 섞여 있었다.
“ 으읍, 흐응……. ”
본능인 것인지, 아니면 이 또한 파토스티아의 효과인지, 크리스는 아리스텔라가 가르쳐준 대로 혀를 얽으며 제 입안에 들어온 작고 촉촉한 혀를 멋대로 유린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봉긋한 가슴을 주무르며,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희롱했다.
“ 으응, 응, 응응……! ”
위에서는 크리스가 키스를, 아래서는 노엘이 질 내벽을 부드럽게 비벼주며 왕복운동을 하는 것이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멈칫거리며 저항하던 기색이 사라지고, 욕망에 잠식당한 몸은 본능대로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섹스는 당연히 사랑하는 두 사람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제에, 두 남자 사이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알몸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데도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다.
‘ 나 정말 어떻게 된 걸까. ’
아무리 음욕의 여신을 품은 몸이라 해도 욕구에 집어삼켜지고 싶지는 않았다. 여러 남자에게 몸을 내맡기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 관계가 주는 것은 괴로움뿐일 거라고.
그런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쾌감을 느끼고 있다. 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주도하는 크리스가 미운데, 그가 해주는 입맞춤은 다정하고 상냥하기만 하다. 머릿속이 몽롱해진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 읏, 아……. 성녀님……. ”
사정이 가까워진 것일까, 헉헉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흔들던 노엘이 괴로운 듯 긁힌 신음을 흘렸다.
“ 으응, 응! ”
다급해진 아리스텔라가 크리스의 손등을 찰싹찰싹 때리며 호소하자, 겨우 입술이 해방되었다. 잘 가누어지지 않는 목을 기울여 노엘을 바라본 아리스텔라는 그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마주하고 오싹한 쾌감을 느꼈다.
“ 노엘, 앗, 잠깐만, 요. ”
“ 아읏, 성녀님……! ”
노엘의 초록색 눈동자와 아리스텔라의 보라색 눈동자가 서로 다른 애원의 빛을 띠었지만, 그것은 결코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 으응, 안에는……, 아흣! ”
아리스텔라는 끝까지 거절의 말을 토해내지 못했다.
노엘은 눈을 질끈 감고 아리스텔라의 허리를 붙든 채 정욕을 뿜어냈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쾌감을 느껴버린 아리스텔라는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그대로 절정에 올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