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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수업시간
[130] 세 사람의 수업시간
기형적으로 커져버린 나팔꽃의 덩굴에 감겨 공중을 배회하다가 떨어진 충격으로 아리스텔라와 노엘은 함께 신음했다. 꽃무리 위로 떨어져 충격이 크지는 않았으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정신적인 충격과, 줄기와 잎사귀에 긁힌 자극은 생각 외로 쓰라렸다.
“ 아으윽……. ”
몸을 보호하는 성의를 입고 있다고는 하나 덩굴에 말려 올라가 맨 다리가 다 드러난 상태였다. 긁힌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아리스텔라는 제 얼굴에 달라붙은 작은 가루를 털어버리려고 손을 들었다.
“ 성녀님! ”
크리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크리스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제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르는 아리스텔라는 가루 때문에 따가운 눈을 깜박거리며 어떻게든 눈을 뜨려 했다.
“ 크리스? 왜……. ”
“ 파토스티아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갔어요! 비비시면 안 돼요! ”
파토스티아. 그 말에 아리스텔라의 몸이 움찔 굳었다. 조슈아는 이 꽃의 꽃가루에는 독이 있다고 말했다. 눈에 잘못 들어갔다고 비비기라도 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랬지.
“ 크리스, 어쩌죠? 가루가, 눈에……! ”
“ 얼른 털어내면 괜찮을 거예요. 제가 불어서 떨어드릴게요. ”
창백한 얼굴로 당황하는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크리스가 부여잡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잠시 후, 훅 하는 소리와 함께 눈가에 가벼운 바람이 닿았다. 크리스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가루를 떨어내려는 것일까. 독성이 있는 꽃가루라는데 혹 피부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나지는 않았을까, 시력이 나빠지거나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리스텔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크리스의 옷소매를 꼭 붙잡고 얌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이제 거의 다 떨어냈어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
“ 네, 크리스……. ”
꽃가루에 독이 있다는 파토스티아. 하필이면 나팔꽃의 덩굴이 그쪽에 두 사람을 떨어뜨릴 것은 뭐란 말인가. 노엘도 꽃가루를 뒤집어썼을 테지만 크리스에게는 아리스텔라가 언제나 1순위였다.
크리스는 꽃가루가 제게 날리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 아리스텔라의 얼굴에 붙은 꽃가루를 털어내었다.
파토스티아의 독 때문일까, 크리스는 어째서인지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에 얌전히 몸을 내맡긴 채 가늘게 떨고 있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을 보자 가슴 안쪽이 시큰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그녀의 몸에 닿은 손바닥이 간질간질했다. 이것도 꽃가루 때문일까.
“ 크리스. 아직인가요? ”
“ ……. ”
“ 크리스, 저……. 으읍! ”
부드러운 입술이 겹쳐졌다. 촉촉한 혀가 제 입술을 훑고 지나간 자리를 날카로운 치아가 살짝 깨물어 잡아당겼다. 당황한 아리스텔라가 눈을 떴지만 보이는 것은 뭔가에 홀린 듯한 크리스의 붉은 눈동자뿐이었다.
“ 흐응, 응……. ”
나비가 꽃의 꿀을 빠는 것이 이와 같을까,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입술을 빨면서 그녀의 어깨를 더듬었다. 그 동작이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명백한 성욕의 표현임을 눈치챈 아리스텔라는 당혹감에 허리를 뒤로 뺐다.
“ 커흡! ”
“ 으으응! ”
크리스가 아리스텔라만 챙긴 탓에 두 사람 모두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으나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밑에 깔려있던 상태였다.
덩굴에 매달렸을 때는 말랑한 가슴에 폭 파묻혀 있다가 떨어질 때는 아리스텔라가 저를 깔고 앉은 탓에 부딪친 충격과 아리스텔라의 무게 때문에 가볍게 기절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아리스텔라가 당황하여 허리를 뒤로 빼니 이번에는 그녀의 엉덩이에 얼굴이 파묻힌 셈이었다.
노엘이 숨이 막혀 컥컥거리며 고개를 흔들자, 엉덩이 밑에서 뭔가 움직이는 감각에 화들짝 놀란 아리스텔라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 제 밑에서 움직이는 것을 꽉 붙들었다.
“ 콜록! 서, 성녀님! ”
“ 으응, 아흣! ”
노엘이 소리를 높이며 아리스텔라의 몸을 밀어내자, 그녀는 크리스의 품으로 쓰러졌다.
온실 천장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진데다 성녀의 엉덩이에 깔리는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를 사고까지 당한 노엘은 켁켁거리며 숨을 몰아쉬느라 제가 파토스티아의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 썼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무의식중에 얼굴에 묻은 뭔가를 슥슥 닦아내고 눈을 뜬 노엘이 본 것은, 양 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 크리스의 품에 안겨 키스하고 있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이었다.
“ 서, 성녀님? ”
“ 우응, 크리스, 그만……! ”
노엘이 당혹스럽다는 듯 저를 부르는 소리에 아리스텔라가 크리스의 가슴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제 품으로 끌어당기며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 응, 흣, 제발……! ”
“ 야, 크리스! ”
수습사제가 성녀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다니, 이런 하극상이 어디 있단 말인가. 노엘이 기겁하며 크리스를 말리려 소리를 지르자, 크리스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쪽 소리가 나도록 아리스텔라의 입술을 빨고는 겨우 그녀를 해방해주었다.
“ 후우. 방해하지 마세요, 노엘 사제님. ”
“ 야, 방해라니 너 지금 무슨, 대체……. ”
전 수업시간과 전전 수업시간에 성녀의 몸을 탐한 전적이 있으나 제 잘못은 까맣게 잊어버린 노엘은 크리스의 행동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을 더듬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난 것도 아닌데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어째서인지 열이 나는 것도 같다.
노엘은 그제야 제가 얼굴을 닦은 옷소매에 파토스티아의 꽃가루가 가득한 것을 알아챘다.
“ 으헉? 이런! ”
파토스티아의 꽃가루에는 독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슈아가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걸 그대로 뒤집어써버렸다. 당황한 노엘은 혹 성녀와 크리스도 저와 같이 파토스티아의 꽃가루를 뒤집어쓴 것은 아닌가 살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 성녀님, 제 쪽을 보세요.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
“ 노엘, 저는, 괜찮아요……. ”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살피려던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붙잡는 순간, 제 가슴이 엄청난 소리로 울려대는 것을 느꼈다.
“ 으윽? ”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없고 뭔가 부서지거나 깨진 것도 아닌데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열이 오른다. 뭔가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 노엘은 무심코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아읏, 노엘! 아파요! ”
“ 노엘 사제님, 뭐 하시는 거예요? ”
“ 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
이게 다 크리스가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성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다니 저 녀석이 미쳤구나 싶어 노엘은 아리스텔라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크리스로부터 떨어뜨려,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리스텔라의 몸을 끌어안은 순간,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득한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녀의 몸은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에도 노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분명 옷을 입고 있는데도 그녀의 살이 제 살 위에 찰싹 달라붙는 듯이 느껴졌다. 아니, 마치 사르르 녹는 것 같다고 할까.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몸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무심코 더듬고 말았다.
“ 흐앗, 뭐, 하는……, 아앙! ”
등줄기를 쓰다듬던 손이 앞으로 돌아와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아리스텔라는 몸을 비틀면서 소리를 높였다.
“ 성녀님한테 불경한 짓 하지 마세요! ”
“ 불경한 짓은 네가 하고 있었잖아! ”
노엘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더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크리스가 아리스텔라의 왼팔을 잡아당겼다. 노엘도 성녀를 뺏길 세라 잽싸게 오른팔을 붙잡았다.
“ 꺄아아, 이러지 마세요! ”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팔이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두 남자가 옷소매를 함께 잡아당긴 탓에 성의의 옷섶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피부와 봉긋한 가슴의 윤곽에 두 남자의 눈동자가 강하게 흔들렸다.
“ 노엘 사제님! 손 놓으세요! ”
“ 너나 손 놔, 이 녀석아! ”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남자의 공방에 희생양이 된 성녀의 성의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양쪽으로 갈라져, 성녀의 맨가슴을 햇빛 아래 드러내고 말았다.
“ 꺄아아아! ”
훤한 대낮에 두 남자 앞에서 젖가슴과 허벅지를 드러내게 된 아리스텔라가 수치스러움에 비명을 질렀지만, 몸을 가릴 수는 없었다. 양손을 노엘과 크리스에게 붙들렸기 때문이었다.
“ 싫어요, 두 사람 다, 손 놓으라고요……! ”
새빨개진 얼굴로 울먹거리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을 보자 가슴에 묘한 것이 일렁였다. 성녀가 울면서 호소하고 있다. 분명 손을 놓고 이런 사고를 벌인 것에 대한 사죄를 해야 할 텐데, 노엘도 크리스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느다란 목에 새하얀 피부, 봉긋한 가슴의 첨단은 수줍은 듯 매혹적인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꽃향기보다 달콤하고 상큼한 향기가 성녀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저 향기로운 몸을 만지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꽃잎보다 부드럽고 여린 살결을 탐하고픈 욕구가 두 남자의 가슴에 일었다.
“ 노엘, 크리스. 그만……아! ”
그것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남자는 아리스텔라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바닥에 눕힌 채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 꺄아아아! ”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실수>도 아니었다.
노엘의 초록빛 눈과 크리스의 붉은 눈에는 분명한 욕망의 빛이 서려있었다. 아리스텔라는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남자가 제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고 만지고 비비는 탓에 신음하느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할 수가 없었다.
“ 으응, 아앗! 이러지 마세……, 하읏! ”
가슴을 더듬다가 밑으로 내려가 허리띠를 푼 것은 누구의 손일까. 또 하나의 손이 더 아래로 내려와 가느다란 음모로 덮인 둔덕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당황한 아리스텔라는 두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몸부림쳤다.
“ 노엘, 크리스! 그만 해요! ”
“ 파토스티아의 꽃가루를 뒤집어쓰셨잖아요. 몸에 가루가 묻지 않았는지 제가 봐 드릴게요. ”
크리스가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의 음부를 주물렀다. 그런 곳에 꽃가루가 들어갈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아리스텔라는 항변하려 했으나 그의 손끝이 도톰한 음순 사이에 파묻혀있던 클리토리스를 꺼내 잡아당기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 하으, 아으응! ”
“ 다행히 여기에는 묻지 않은 것 같네요. 안쪽도 봐드릴게요. ”
클리토리스를 슬금슬금 문지르던 손가락이 더 아래쪽의, 꿀을 흘리기 시작하는 입구로 내려갔다.
“ 하지, 마……아, 으응! ”
“ 야, 크리스! 하, 하지 말라고 하시잖아! ”
아리스텔라가 덜덜 떨며 애원하는 소리를 들은 노엘이 크리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것은 특별히 노엘이 크리스보다 자제심이 강해서도, 양심이 깨끗해서도 아니었다.
성교를 모르는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피부와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기에, 굳이 성기에 손을 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토스티아의 꽃가루에 이성을 잃어버린 크리스는 그녀의 몸을 더듬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띠우며 노엘을 흘겨보았다.
“ 흐음, 그럼 노엘 사제님이 해 보시겠어요? ”
“ 뭐, 뭐? ”
“ 성녀님께서 제가 만지는 것은 싫다고 하시니, 노엘 사제님이 하시는 수밖에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