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22화 (12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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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2]

“ 나, 나를…….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 제발 멈추지 마세요……! ”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 그녀의 안 가장 깊은 곳까지 단숨에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 아아아앙! ”

더 이상 밀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억눌린 느낌이었다. 이렇게 깊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다. 혹 그녀가 아파하지 않을까, 히페리온은 꼭 끌어안았던 팔의 힘을 조금 느슨하게 하고는 아리스텔라의 안색을 살폈다.

“ 흣, 아, 아아, 아으으……. ”

제 안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린 느낌이었다. 아리스텔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바르르 떨면서 히페리온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았다.

“ 성녀님. 괴로우시면……. ”

“ 싫어요! ”

히페리온의 말을 자르며 아리스텔라가 단박에 외쳤다. 아찔하고 무섭지만, 그렇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허리를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도 무언가가 울컥거리면서 제 안을 이리저리 휘젓는 것 같았다.

‘ 이게, 대체 뭘까……? ’

아리스텔라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히페리온의 머리카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 아프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신호였다.

움직여도 좋다. 아니, 움직여달라는 신호를 알아차린 히페리온은 느슨하게 풀었던 팔에 다시 힘을 주어 가녀린 여자의 몸을 안았다. 혹 제 것이 그녀의 안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히페리온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느릿한 속도로 그녀의 안을 왕복했다.

“ 흐읏, 아, 아아! ”

“ 읏, 성녀님……. ”

오싹오싹한 쾌감에 어깨와 팔이 덜덜 떨려, 아리스텔라는 히페리온의 머리카락을 놓쳐버렸다. 분명 그에게 안겨있는데도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아찔했다.

“ 천천, 히……! 대신관님, 천천히……! ”

아리스텔라는 평소에 이 < 천천히 >라는 말을, 성급하게 파고들지 말고 마음에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슬금슬금 그녀의 안으로 파고드는 남자의 성기가 전해주는 쾌감이, 빠른 속도로 그녀의 안을 왕복할 때보다 더욱 큰 쾌감을 주었다.

감질날 정도로 천천히 들어오던 성기가 완전히 제 안을 가득 채웠을 때, 커다란 귀두 끝이 제 안쪽을 꾸욱, 하고 눌러주는 것이 미쳐버릴 만큼 기분이 좋았다.

“ 아, 아아악……! ”

고통스러운 듯이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고 히페리온이 몸을 뒤로 빼려 해도, 꽉 조여드는 속살이 그의 것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안쪽으로 더욱 강하게 빨아당겨, 히페리온은 마치 억지로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아리스텔라의 안쪽 깊숙한 곳까지 제 것을 밀어 넣는 수밖에 없었다.

“ 흐으, 그, 그대로……! ”

“ 이, 이대로……말씀, 이십니까……? ”

“ 읏, 더……. 조금만, 더……. ”

제 안을 깊숙이 파고든 남자의 성기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자, 아리스텔라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움직이지도 않는데 시야가 흔들렸다.

“ 흐아, 아, 아아아앙! ”

무서울 정도로 짜릿한 감각이 내달렸다. 온몸의 신경이 끊어졌다가 다시 수복되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처음, 그 다음은 관계의 절정에서 느꼈던 아찔한 쾌감, 그리고 잠시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멍해졌다가…….

“ ……! ”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의 허리가 갑자기 튀어 오르며 제멋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흐르고, 숨이 멎을 것처럼 턱 밑이 부들부들 떨렸다가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아니, 막힌 것을 터뜨렸다기보다는 안을 꽉 채운 무언가가 억지로 밀어냈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 아읏, 성녀님……! ”

“ 아, 앗……! ”

알몸으로 전신을 겹친 두 남녀가 서로를 끌어안고 신음했다. 이성의 말을 듣지 않는, 욕망에 잠식된 몸은 제멋대로 쾌감의 파도를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 아아, 성녀, 님……! ”

“ ……아악! ”

가느다란 목소리로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아리스텔라는 히페리온의 등에 제 손톱자국을 남겼다. 흉터 하나 없이 매끄럽기만 한 아름다운 남자의 피부에 여자의 날카로운 손톱이 파고들었다.

“ 읏……! ”

아리스텔라가 제 등을 할퀴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프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와 연결된 성이 이외의 모든 감각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허리를 움직여 추삽질을 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 성녀님, 성녀님……. ”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몸을 일으켜, 욕조 벽에 그녀의 등을 기대게 했다. 벽과 히페리온 사이에 억눌린 아리스텔라는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자 당황해서 다리를 허우적거렸지만, 발끝에 욕조 물이 스쳐 참방거리는 소리를 내며 튀어오를 뿐이었다.

“ 하윽, 대신관님……? ”

“ 이대로, 계속하지요……. ”

움직이지 않고 안쪽을 압박하는 것만으로 절정에 올랐다. 그곳이 그녀의 성감대인 것일까.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두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제 성기에 달라붙어 갈증 난 사람처럼 끝을 쪽쪽 빨아당기는 부드러운 속살을 힘주어 꾸욱 눌렀다.

“ 아! 아아아앙! ”

이미 한 번 커다란 쾌감의 파도에 잠식당해 몸도 추스르지 못하고 무방비한 상태였던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저를 덮치는 강한 절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연속으로 절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쾌감이 들이쳤다가 밀려나가면서, 다리 사이가 찌르르 저려왔다. 애액과는 다른, 뭔가가 울컥거리며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 대, 대신관님……! 자, 잠깐……더는……! ”

“ 멈추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

“ 그, 마……아아! ”

몸 안에 가득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아찔한 쾌감에 몸이 망가져버린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해 저절로 올라간 다리를 경련하며, 아리스텔라는 맑은 액체를 분수처럼 쏟아냈다.

◇ ◆ ◇ ◆ ◇

똑.

또옥.

음부에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가 욕조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하아, 하아……. ”

쾌감에 약한 아리스텔라의 몸은 남자와 관계할 때면 쉽게 절정을 느끼고는 했다. 그러나 연속해서 이렇게 몇 번이나 강한 절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아리스텔라는 제가 벽에 기댄 채라는 것도 잊고, 입술을 벌리고 혀를 살짝 내민 채 히페리온에게 키스를 졸랐다.

“ 우웅, 흡……. ”

절정을 느끼고 호흡을 잊고 있던 탓에 폐가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아리스텔라는 조금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면서도 히페리온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 하아……. ”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면 한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입술을 겹쳤다. 그렇게 몇 번의 입맞춤을 반복한 뒤에야 겨우 아리스텔라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다리에는 땅을 딛고 설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히페리온은 깨끗한 타올로 아리스텔라의 몸을 감싸 물기를 닦아준 뒤, 그녀를 안고 욕실을 나왔다. 욕실이 더웠기 때문인지, 방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폭신한 침대 위에 아리스텔라를 눕히고, 히페리온은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성의를 주워들었다. 옷을 입히려는 것일까. 몸을 섞을 때의 격정적인 모습과는 달리, 평소대로 돌아온 히페리온을 보고 아리스텔라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 죄송해요……. ”

“ 성녀님. 왜 사과를 하십니까? ”

히페리온은 분명 아리스텔라를 안지 않겠다고 했다. 시종 임무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그를 불러 목욕 시중을 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욕실 안에서 그를 유혹하는 듯한 말을 해버렸다.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의 몸에 욕정하긴 했지만, 욕구가 동한 것과 마음이 이끌리는 것은 다른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강제로 안길 때 몸이 쾌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은 괴로웠던 것처럼, 그가 의무감에 그녀를 안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대신관님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서요. ”

“ 예? ”

“ 그……렇잖아요. 저는 이렇게, 꼼짝도 못 하는데. ”

남녀의 체력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절정의 여운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리스텔라와는 달리 히페리온은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침실로 안아서 옮겨준 다음 옷을 입혀줄 여유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기력의 차이가 아닌 마음의 차이라고 아리스텔라는 생각했다.

“ 성녀님을 돌보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

“ 일이니까……의무감으로, 저를 안은 건가요? ”

아리스텔라의 질문에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주던 손이 뻣뻣하게 굳었다. 히페리온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정의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아리스텔라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로이드도 케인도, 크리스도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 불이 타오르는 듯한 감정을 담은 눈동자를 마주하면 심장이 아프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받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히페리온의 눈빛은 그들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달랐다. 분명 그녀에 대한 호의를 띄고 있는데, 이상하게 슬픔과 망설임이 담긴 것 같았다.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서로 원해서 몸을 섞었다면, 어째서 그런 눈빛을 하는 것일까.

“ 대신관님. 시종 일이 끝났으니까……. 이제 돌아가실 건가요? ”

“ ……. ”

“ 일이 아니면, 제 곁에 있어주지 않으실 거예요? ”

우스운 말이다. 벌써 자정이 지났고, 히페리온은 새벽 기도를 올려야 하는 몸이다. 지금부터 잠든다고 해도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지 모르는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상전의 권위를 이용한 횡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성녀님. 저는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종.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언제까지고 곁을 지킬 것입니다. ”

명령을 따르는 종. 히페리온은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아리스텔라는 그 < 종 >이라는 표현이 싫었다. 주인을 섬겨야 하는 처지기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존중해주길 바랐다.

참으로 제멋대로인 욕망이다. 이렇게 탐욕스러운 주인을 섬겨야 하는 그는 얼마나 가여운 존재일까.

“ 그럼 한 번 더……할래요? ”

“ ……예? ”

“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침대에서, 안기고 싶어요…….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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