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11화 (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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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의 성녀, 정화의 조건

[111]

“ 앗, 하읏, 으응! ”

음부에 닿는 촉촉한 혀의 감촉에 아리스텔라는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공중에 띄웠다.

“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성녀님. 제가 괴로움을 덜어드리겠습니다. ”

남자의 혀놀림이 빨라졌다. 아리스텔라가 움찔거리며 자극을 피하려 해도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고 더욱 집요하게 핥아댈 뿐이었다. 클리토리스를 살짝 깨물고 음순을 따라 훑어 내리더니, 애액을 흘리기 시작하는 입구에 제 혀를 밀어 넣었다.

“ 흐아앙! ”

집요한 자극을 버티지 못하고 아리스텔라가 울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비록 자극에 약하고 쾌감을 느끼기 쉬운 몸이긴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입구를 들락거리던 혀가 후르륵 말리며 애액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자, 아리스텔라는 수치심에 몸부림쳤다. 그런데도 저절로 벌어진 입에서는 야릇하고 색스러운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 응, 아흐, 아아아앙……. ”

혀를 내민 채로 할딱거리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남자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턱에 입을 맞췄다.

“ 귀여우시네요, 이런 모습도. ”

“ 아앙, 시, 싫……, 하으응! ”

아래서 질척거리는 액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회음부를 지나 엉덩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이 간이침대의 시트를 적셨다. 엉덩이에 닿는 천이 축축해진 것을 느낀 아리스텔라는 눈물을 흘리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찰싹.

남자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엉덩이를 때렸다.

“ 단정하지 못하게 이 무슨 추태란 말입니까. ”

“ 하응, 하으으응……. ”

항변을 하고 싶은데,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찰싹. 찰싹.

남자의 손이 몇 번 더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엉덩이가 화끈거리며 빨갛게 부어올랐다.

“ 아, 아아, 아아앙……. ”

“ 저는 지금 당신을 꾸짖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좋아하시는지 모르겠군요? ”

남자가 아리스텔라를 매도하며 실룩거리는 그녀의 입구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 아으응! ”

천천히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뜨겁고 눅진눅진한 그녀의 속살을 희롱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어쩐지 익숙했다. 마치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희롱당했던 것 같다.

그것은 아리스텔라의 몸 안에 잠들어있는 여신의, 위그멘타르의 기억일까.

“ 아앙, 좋, 좋아요, 으응! ”

“ 정말 못 말리는 분이로군요. ”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안아 일으켰다. 상체가 살짝 들리자,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남자의 손이 보였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넘어 손목까지 그녀의 애액으로 범벅이 된 남자의 손은 희고 매끈하면서도 남자답게 마디가 굵었다.

“ 하아, 하응, 아……. ”

“ 기분이 좋으십니까, 성녀님? ”

“ 으응, 네. 좋……. 아으응! ”

그녀의 안을 범하던 남자의 손가락이 세 개로 늘었다. 압박감이 느껴지는데도, 그 이상으로 강렬한 쾌감에 허리가 저절로 앞뒤로 흔들렸다. 마치 안쪽이 뜨겁게 녹아내리는 것 같아, 아리스텔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신음했다.

“ 아아, 아아아! 아앙! ”

손가락으로 애무해주는 것뿐인데, 그의 손길이 너무나도 기분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저절로 고개가 앞뒤로 흔들리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요동쳤다. 하얗고 말랑말랑한 아리스텔라의 가슴이 리드미컬한 곡선을 그리며 흔들렸다.

“ 기분이 좋으시다면, 성녀님. 저를 선택해 주십시오. ”

“ 아응, 으읏, 네……? ”

“ 더 기분 좋게 해드리겠습니다. 계속, 계속……. ”

“ 아읏, 뭘……! ”

그녀를 바라보는 강렬한 금색 눈동자를 보고, 아리스텔라는 순간 아론을 떠올렸다. 아론처럼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남자의 얼굴은 분명 아론을 닮아 있었다.

“ 하읏, 하……. 아론……? ”

엉겁결에 이름을 부르자, 남자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리고는 음부에서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짜릿한 쾌감이 퍼져나갔다.

“ 아앙, 하아! 아아아앙! ”

쏟아지는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었다.

◇ ◆ ◇ ◆ ◇

“ ……님. ”

코끝에 감돌던 달콤한 향기가 사라졌다. 어디선가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 성녀님! ”

“ 꺄악! ”

근저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아리스텔라가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눈앞에는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히페리온이었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 ”

“ 후우……. ”

아리스텔라가 간신히 그의 이름을 부르자, 히페리온이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 ”

아리스텔라는 창백한 얼굴로 제 상태를 살폈다. 꿈속에서 아론을 닮은 남자에게 범해지던 것과는 달리, 아리스텔라는 성의로 빈틈없이 몸을 감싼 상태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꿈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앉아있는 방은 아리스텔라가 처음 눈을 떴던 거울의 방이었다. 처음 그녀의 모습과 다른 이들의 모습을 비췄던 거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하얀 벽만이 두 사람의 주위로 빙 둘러져 있었다.

“ 죄송해요. 제가 깜박…….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히페리온이 그녀를 걱정하여 찾아다니다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사과의 말을 잇지 못했다.

히페리온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끌어당겨, 시야가 어두워지고 부드러운 옷자락이 뺨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쏟아져 내릴 듯한 감정을 간신히 막아내며 힘들게 토한 한 마디에, 아리스텔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남자의 이런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걱정과 긴장과 초조함, 그리고 간절한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안은 히페리온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늘 조용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분위기의 대신관이 어째서 이렇게 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제가 어지간히 히페리온을 걱정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단지 그것 때문……일까? ’

아리스텔라가 살며시 몸을 움찔거리자, 히페리온은 그녀를 꼭 안고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평소라면 그녀가 불편해하는 줄 알고 놓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히페리온은, 마치 손을 놓으면 사라져버릴 듯한 존재를 안고 있는 것처럼 필사적이었다.

손안의 모래가 흘러 떨어질까 무서워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어린아이 같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눈을 감고 히페리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부드러운 그의 성의에서는, 청량한 향기가 난다. 더운 여름, 걷다가 지친 발을 계곡의 물에 담그고 한껏 숨을 들이켰을 때 느껴지는 청량한 숲의 향기. 그것보다 약간 더 부드러운 향기였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 ”

“ ……죄송합니다. ”

아리스텔라가 부르는 소리에 간신히 정신이 든 듯, 히페리온이 흠칫 어깨를 떨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먹고 싶은데 먹으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손안에 쥐고 있던 사탕을 뺏긴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아리스텔라의 가슴이 콕콕 쑤셨다.

“ 저어, 어떻게 저를 찾으신 거예요? 그쪽에선 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던데……. ”

“ 어디에 계시든, 찾을 수 있습니다. ”

“ 네? ”

아리스텔라가 되묻자, 히페리온이 눈가를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 그나저나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로군요. ”

빈틈하나 없이 꼭 맞물려 있는 벽과 천장을 바라보며 히페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 이 방은 강력한 결계로 둘러져 있습니다. 들어오는 것은 가능해도, 나가는 것은 어렵겠군요. ”

“ 그럴 수가……! ”

아리스텔라는 오싹 소름이 끼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은 히페리온이 함께 있으니 그나마 낫지만, 또다시 저 새하얀 벽에 거울 속의 성녀와 사제들이 나타나 두 사람을 다른 공간으로 끌어들일지 모르는 일이다.

“ 대, 대신관님. 우리 같이 있어요. ”

“ 성녀님? ”

벽화에 그려진 사제들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도, 거울 속의 성녀들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도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꿈속에서 또다시 모르는 남자에게 범해지는 것도 무서웠다.

아리스텔라가 히페리온의 소매를 붙들고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댔다. 히페리온은 조금 당황했으나, 성녀가 안에서 혼자 버티느라 무서운 생각을 한 탓이라 여겨 그녀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 괜찮습니다, 성녀님.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

“ 대신관님……. ”

“ 오늘의 저는, 당신의 시종이니까요. ”

로이드처럼 낮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저음이나 케인처럼 묵직하게 울리는 저음은 아니지만, 히페리온의 목소리는 낮은데도 이상하게 또렷했다.

대신관으로서 사제들을 대표해 기도를 올리고 미사를 진행하기 때문일까. 평범하게 말하는 것 같은데도 묘하게 리듬이 있었다.

듣기 좋게 말한다고 하면 대체로 말씨가 부드럽고 상냥한 것을 일컫지만, 히페리온에 한정해서는 말 그대로 <어떤 말을 해도 지루하지 않아 듣기 쉬운> 어조에 가까웠다.

“ 대신관님. ”

“ 예, 성녀님. ”

“ 뭐라도……, 좋으니까, 말씀해 주세요. ”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아리스텔라는 순수하게 히페리온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음. 그러면……. ”

히페리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곤조곤하게 성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읊기 시작했다. 대신관에 모범적인 사제인 그다운 행동이었다.

‘ 그 두꺼운 성서의 내용을 이렇게 술술 외다니, 대신관님은 성서를 엄청 여러 번 읽으셨나 봐. ’

아리스텔라는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론도 발음이 분명하지만 그의 어조는 딱딱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히페리온의 말은 참으로 낭랑하게 들린다.

특히 이렇게 가까이에서 속삭일 때는, 마치 유리잔에 따른 투명한 물이 흘러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처럼 맑으면서도 시원하게 귓가에 스며든다.

‘ 기분 좋아……. ’

몸을 만져주는 것도 기분 좋지만, 좋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주는 것도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고 히페리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성녀님……. ”

조금 곤란한 듯이 그녀를 불렀다가, 히페리온은 다시 성서의 뒷내용을 마저 외면서 아리스텔라의 등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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