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04화 (10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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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의 결심

[104] 로이드의 결심

케인이 현 기사단장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불행으로 여겨야 할까.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해진 연무장 안에서 누구도 케인의 행동을 문제 삼지 못했다. 정확히는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주인인 성녀 아리스텔라뿐이지만, 그녀가 케인을 밀어내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기에, 성기사들은 어느 누구도 감히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 아, 음……. 저기, 다들 수고했어요. ”

케인이 이렇게 대놓고 남들 앞에서 키스할 줄 몰라 당황한 아리스텔라는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케인이 그녀의 어깨를 안고 있던 탓에 넘어지는 일은 면했다.

“ 순찰을 마치고 이렇게 저녁 훈련까지 하느라 다들 지쳤죠? 이제 돌아가서 편히 쉬도록 하세요. ”

“ ……. ”

“ 저기……. 다들, 제 말 듣고 있나요? ”

“ 예, 예! ”

불안한 눈치로 한 번 더 질문하자, 한 발 늦은 대답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성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뻣뻣한 자세로 연무장을 나가는 성기사들의 모습은 확실히 어제와는 달라 보였다. 아리스텔라는 성기사들이 완전히 빠져나간 후에야 간신히 케인을 향해 말을 걸 수 있었다.

“ 케인. 왜 이런 짓을 했어요? 다른 성기사들이 당신을 오해하면……. ”

“ 오해할만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

“ 성녀가 성기사에게 내리는 축복의 입맞춤은 이런 게 아니잖아요. 저는 당신이 무릎을 꿇고……. ”

“ 제가 성녀님을 사모하고, 당신께 입 맞추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

“ 케인! ”

아무리 성기사들이 빠져나간 상태라 할지라도 시종인 로이드가 남아 있다. 대담한 소리를 하는 케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로이드의 눈치를 살폈지만 이미 한 발 늦은 듯했다. 로이드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가, 가까스로 표정을 풀고는 아리스텔라를 향해 다가왔다.

“ 훈련이 끝났으니 더는 연무장에 계실 이유가 없습니다.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

“ 네? 아, 네……. ”

아리스텔라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케인을 향해 입모양만으로 인사를 건넸다.

‘ 다음에는 사람들 보는 곳에서 이러면 안 돼요. ’

아리스텔라를 곤란하게 한 것을 사과하려는 걸까. 케인은 살며시 눈을 내리깔고 아리스텔라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 ◇ ◆ ◇

평소보다 조금 일찍 방으로 돌아온 아리스텔라는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에 보고 나간 제 방이니 변한 것이 있을 리 없는데도, 어쩐지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방의 공기가 변한 탓이 아니라, 제 곁에 있는 남자의 분위기가 변한 탓이리라.

“ 으음, 로이드. 오늘 수고했어요. ”

훈련에서 진 때문일까, 로이드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위로하는 것도 그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아리스텔라는 로이드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로이드. ”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

“ 물론이죠. 당신이 제 시종이라서 얼마나 든든한데요. ”

비록 오늘 훈련에서는 케인에게 졌다 하더라도, 로이드는 분명 최강의 성기사일 터였다. 그가 명예를 회복하면 기사단으로 돌려보내, 기사단장으로 복직시킬 셈이었다. 훈련에서 한 번 패배했다고 자신감을 잃기를 바라지 않았다. 뭐라 해도 로이드는 아리스텔라를 처음 구해준 은인이었으니까.

“ 그렇다면 곁에 있게 해주십시오. ”

로이드가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만져도 좋다는 허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아리스텔라의 방이었고 시간은 밤이었다. 시종으로서의 업무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그렇다는 건……. ’

오늘 밤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뜻일까. 조금 부끄러워진 아리스텔라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로이드의 자줏빛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기분 탓일까. 그의 눈빛이 평소 아리스텔라를 바라보던 부드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 로이드……? ”

어깨를 감싸던 손이 아래로 내려와 허리를 슥 문지르자, 아리스텔라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 지난밤에는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지요. ”

“ 아읏, 로이드……. ”

“ 오늘 밤에도, 저를 거부하실 겁니까? ”

로이드의 커다란 손이 음부를 감싸고 천천히 주무르자, 아리스텔라는 정신이 아찔해져 로이드의 팔을 붙잡았다. 얇은 성의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손바닥의 감촉에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성녀님. 밑이 젖어 있습니다. ”

“ 아, 아아……. ”

“ 제가 만져서 젖은 것일까요? 아니면……. ”

케인과의 입맞춤에 흥분해서 젖은 것이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질투하는 남자만큼 추한 것은 없다. 종의 신분으로서 주인에게 저만 사랑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로이드는 아리스텔라의 음부를 애무하면서, 다른 한손으로 아리스텔라의 말랑한 가슴을 주물렀다.

“ 로이드, 아응……. ”

“ 거부하신다면, 바로 그만두겠습니다. ”

“ 읏, 그건……. ”

만지기 전이라면 모를까, 발동이 걸려버린 이상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육욕에 길들여져 버린 몸은 그만큼의 자극에도 벌써 참지 못하고 액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붉히며 로이드의 손에 손을 얹었다.

“ 거부는, 하지 않아요……. ”

“ 오늘밤 제가 성녀님을 안아도 괜찮겠습니까? ”

정중하게 묻는 로이드의 질문에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드를 거부하고 케인과 관계를 가지고, 그 몰래 조슈아와 노엘과 몸을 겹쳤다. 죄책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 사랑받고 싶어. ’

제 안의 탐욕스러운 본심을 자각해버린 이상, 자신을 기만하고 싶지 않았다. 제 안의 음란한 욕망을 깨닫고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처럼, 탐욕스러운 본성도 받아들이고 싶었다. 거부하는 기색이 사라진 것을 감지한 로이드는 아리스텔라의 옷자락을 벌리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맨살은 여전히 보드랍고도 매끈했다.

“ 로이드, 거기……. 천천히……. ”

“ 이곳 말입니까? ”

맨가슴을 쓰다듬던 로이드가 손끝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살며시 잡아당기자, 아리스텔라가 움찔거리며 가는 신음을 흘렸다. 그곳을 만져주는 것이 기분 좋다는 듯이, 살짝살짝 몸을 비틀면서 로이드의 손바닥에 가슴을 문질렀다.

“ 성녀님은 이곳을 만져드리는 것을 좋아하시는군요. ”

“ 네……. ”

“ 그렇다면 이곳은요? ”

로이드의 손이 허리띠 아래의 옷자락을 벌리고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 ……아! ”

옷 위로 만져서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음부는 이미 촉촉하게 젖은 상태였다. 익은 과실처럼 미끈거리는 꿀을 흘리며 부드럽게 남자의 손끝을 감싸는 여린 속살을 느끼며, 로이드는 가슴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그녀의 옆구리를 더듬었다.

“ 아으응, 거기는 그만……. ”

간지럽다는 듯이 아리스텔라가 키득거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로이드는 그녀의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고는 귓바퀴를 핥기 시작했다.

아리스텔라의 몸은 원래부터 예민하고 쾌감에 약했으나, 오늘은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적극적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전에는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것 같았다.

‘ 왜 갑자기 태도가 변하신 거지? ’

그녀의 경계가 무너졌으니 기뻐해야 할 터인데, 로이드는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음부를 문지르는 로이드의 손을 피하기는커녕 기분 좋은 부위에 자극이 닿도록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은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 로이드, 조금 더 위쪽……. ”

“ 이쪽입니까? ”

“ 읏! 으응, 네……. ”

로이드의 손끝이 클리토리스를 굴려주자, 아리스텔라가 기분 좋은 듯 신음하며 그의 팔을 꼭 붙들었다. 이곳이 여성의 성감대이기 때문인가, 아리스텔라는 그가 이곳을 만져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 이렇게 손끝으로 굴리는 것이 좋으십니까? ”

“ 으응, 네에……. ”

“ 그리고 또, 어떻게 해드리는 게 좋으시죠? ”

“ 아, 응……. ”

말하기 곤란한지, 아리스텔라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

“ 으응, 읏……. ”

허리띠를 풀지 않은 탓에 흘러내린 성의가 허리춤에서 거치적거렸다. 그럼에도 로이드는 그녀의 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고, 맨가슴과 다리 사이를 애무하며 귓전에 속삭였다.

“ 아, 하으응, 이……. 입으로……. ”

“ 입으로, 어떻게요? ”

“ 하, 핥거나……. 빨아주거나……. ”

스스로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쾌감을 추구하는 그 모습에, 로이드는 그녀가 사랑스러운 한편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저는 입으로 해드린 적이 없는데, 누가 그런 짓을 했습니까? ”

“ 네……? 아! ”

로이드는 아리스텔라를 안고 있는 팔을 풀고는, 그녀를 살짝 밀었다. 폭신한 침대 위에 쓰러진 성녀는 흐트러진 옷자락도 가누지 못한 채로 놀란 듯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속에서 천불이 인다는 것은 이런 기분을 가리키는 건가. 로이드는 화가 났다. 질투심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전에 한 번 질투에 이성을 잃고 성녀를 강제로 범한 적이 있었다. 기사도를 저버리고, 지켜야 할 성녀를 범한 죄로 처형을 선고받았다가 성녀의 손에 구해졌다.

로이드는 제 몸과 마음을 모두 아리스텔라에게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분노가 치미는 것일까.

“ 성녀님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시종이, 성녀님을 기쁘게 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니……. 한심하네요. ”

“ 로이드, 그게 아니라……. 하으응! ”

로이드는 아리스텔라의 양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 ◆ ◇ ◆ ◇

보들보들한 음순 사이로 혀를 기게 해 위로 올라가 클리토리스를 두드리면, 높은 교성이 새면서 가느다란 허리가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로이드는 벌벌 떨리는 하얀 허벅지를 손으로 감싸 주무르며 입으로는 아리스텔라의 음부를 애무했다.

“ 아, 아응! 로이드! ”

“ 이곳을 핥아드리는 것이 좋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

“ 흐읏, 그건……. 아! 아앙! ”

동그란 클리토리스를 혀끝으로 굴리며 뿌리 부분을 꾹꾹 눌러주자, 아리스텔라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작은 클리토리스가 팽팽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그것을 입술로 감싸 빨아들이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아! 아아앙! ”

고통을 느낄 때마저 애타게 신음했던 아리스텔라다. 욕망에 약한 그녀의 몸은 남자가 주는 자극이라면 무엇에든 쉽게 흥분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을 자극당하는 것만큼 강렬한 쾌감은 없었다.

로이드의 혀끝에서 순식간에 절정에 오른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로이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조슈아나 케인과는 달리 로이드는 머리가 짧아,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나갔다.

아리스텔라는 헉헉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흔들었다. 음부에 닿는 혀의 자극이 유달리 생생하게 느껴져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아직 만져주지도 않은 입구가 멋대로 벌름거리면서 애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알았더라면, 진작 해드렸을 텐데요. ”

“ 흐읏, 아, 아니에요……. ”

부끄러움에 아리스텔라가 고개를 가로저어도, 몸의 반응은 솔직했다. 로이드가 혀끝으로 톡톡 건드려준 것만으로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허리를 흔들며 신음했다.

============================ 작품 후기 ============================

104화부터 106화까지 3화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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