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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01화 (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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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욕망의 미로

[101] 사랑과 욕망의 미로

평생 금욕해야 하는 사제에게 성기란 그저 소변을 보는 기관에 불과했다. 아침에 빳빳이 고개를 쳐들긴 하지만 오전 업무를 보다보면 알아서 수그러들었다. 이렇게 갑자기 흥분한 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누군가의 앞에서 흥분한 제 것을 드러냈던 적도 없었다.

속세의 야한 잡지를 보면서도 자위는 해본 적이 없었던 노엘은 오늘 그녀의 맨다리에 몸을 부빈 것이 말 그대로의 첫경험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 리 없는 아리스텔라는 흥분이 가라앉자 노엘이 자신에게 한 행동에 억울함이 치밀었다.

“ 대체, 지금, 뭘 하는 거예요! ”

“ 예? ”

“ 수업을, 수업을 한다고 해놓고서……. 이게 대체 뭐 하는 거냐고요……! ”

아리스텔라는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노엘을 원망했다. 기분 좋고 흥분되는 행위에 흠뻑 빠져 아직 몽롱한 상태였던 노엘은 아리스텔라가 울기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이 들어 얼른 그녀의 옷자락을 내려주었다. 벗기지 않고 걷어 올린 채로 몸을 겹친 탓인가, 옷자락이 구겨져 있었다.

“ 나는 노엘에게 마법을 배우려고 한 건데, 왜 이런……. ”

“ 서, 성녀님? ”

“ 흐윽……! ”

노엘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아리스텔라는 그가 몸을 만지는 것을 거부하는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도중부터는 노엘이 만져주는 것에 기뻐하지 않았나. 이곳저곳을 만져달라며 허리를 흔들던 것은 아리스텔라가 아닌가. 노엘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내가 혹시 어디를 잘못 만졌나? ’

성녀의 몸은 무척 보드랍고 가녀렸다. 힘을 빼고 조심스럽게 만진다고 생각했지만 여린 피부에는 자극이 심했는지도 모른다. 성욕으로 흥분해 몸이 반응하는 것과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엘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아리스텔라에게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성녀님. 저어……, 많이 아프십니까? ”

“ 흐읏……. 아프지는, 않아요……. ”

아프지 않다니, 아파서 싫어하던 것이 아니었나? 노엘은 점점 더 알 수 없어졌다. 노엘은 작고 말랑하며 보드라운 아리스텔라의 몸을 만지면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는데, 분명 그와 함께 신음했던 아리스텔라는 어째서인지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아. 혹시 그곳이 작은 것을 내게 들킨 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셨을까? ’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에 들어오기 전, 노엘이 교황청에서 일을 할 적에는 종종 고해실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의 내용은 일상적인 것부터 범죄자의 참회까지 다양했으나 간혹 성기가 작아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다며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는 신도들도 있었다.

무슨 이딴 것까지 상담을 들어줘야 하나 싶어서 그냥 제 몸을 사랑하라는 조언을 남기고 상담을 마치긴 했지만, 아리스텔라도 이제까지는 그저 시골 여인이었을 뿐이니 그들처럼 그곳이 작아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의 성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노엘은 제멋대로 넘겨짚고 아리스텔라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 성녀님, 저기…….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아요. ”

이런 짓을 해놓고서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지, 아리스텔라는 훌쩍거리면서 노엘을 쏘아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 신께서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재능을 내리셨습니다. 여신의 현신인 성녀님이시라면 아시겠지요. 육체나 능력의 우열 따위는 성녀님의 영혼의 고결함에는 미치지도 못할 겁니다. ”

“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

“ 성녀님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자신을 사랑하시라 말씀 드리는 겁니다. 게다가 성녀님의 그곳이 작기는 해도 무척 부드럽고 향기롭지 않습니까.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

“ 꺄아아악! ”

위로한답시고 성희롱을 늘어놓는 노엘의 말에 기겁한 아리스텔라가 비명을 질렀다. 혹시라도 그녀의 비명이 밖에 있는 로이드에게 들릴까 깜짝 놀란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 서, 성녀님! 진정하세요! ”

진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노엘이 아닌가. 아무리 아리스텔라도 함께 흥분했다지만 노엘의 행동이나 말은 이제까지 그녀와 몸을 섞었던 다른 이들과는 방향을 달리 했다.

조슈아나 히페리온이 그녀의 욕구에 응하고 로이드나 크리스, 케인과 이자크가 그녀의 몸에 욕정했다면, 노엘은 마치 사탕을 처음 맛본 아이가 제 입안에 욕심껏 머금고서 고집을 부리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나이차 나는 남동생을 둔 아리스텔라가 느끼기에 노엘은 그녀보다 연상임에도 연하 같았다. 오히려 정신연령은 크리스보다도 더 어린 듯했다. 게다가 이상한 방향에서 상식이 없어 보였다.

자신 앞에서 거만한 얼굴로 마법을 시연했던 스승과 동일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노엘을 보자, 아리스텔라는 그의 품안에서 흥분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 비켜주세요……. ”

“ 네? ”

“ 저리 가라고요! ”

아리스텔라는 노엘을 밀어내고 몸을 추스렸다. 흥분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다리 사이에 흐르는 끈적한 액체의 감촉 또한 생생했다.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

눈물을 닦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어서 차림새를 다듬는데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엘도 걷어 올렸던 성의를 내리고 옷차림을 가다듬는 모양이었다.

옷을 벗고 몸을 섞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욕에 불타 성급하게 섹스했다기엔 삽입조차 하지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방금 제가 노엘과 한 행위를 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돌아보니 어느새 말끔한 차림이 된 노엘이 그녀의 눈치를 보며 손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직 뺨은 상기된 채였다.

“ 저기, 저어……. 성녀님. ”

“ 왜 불러요? ”

“ ……마법 선생을 바꾸실 겁니까? ”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의 허락도 없이 몸을 만진 일이나, 바닥에 깔아 눌러 옴짝달싹도 못하게 해놓고서 성기를 비비는 짓을 해놓고서, 사과는커녕 한다는 말이 선생을 바꾸겠냐는 말이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께 오늘 노엘이 제게 한 짓을 낱낱이 고할 거예요. ”

“ 예? 그, 그건 안 됩니다! ”

이런 황당한 짓을 당했다고 히페리온에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리스텔라는 그저 화가 나서 한 말이었는데, 발그레했던 노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 성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

“ 잘못한 줄 알면서 왜 그런 짓을 해요? ”

아리스텔라는 분명히 처음에 거부의 의사를 표현했다. 도중부터는 그녀도 불이 붙어서 스스로 노엘을 유혹하긴 했지만, 처음 거절했을 때 그가 멈췄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 하, 하고 싶었으니까요……. ”

“ 허락도 없이 남의 몸을 만지는 게 나쁜 일이라는 걸 모르나요? ”

“ 알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습니다……. ”

노엘이 우물쭈물 소매 속에 손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이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리스텔라는 기가 막혀서 화를 내야할지 벌을 줘야할지 용서를 빌라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제란 금욕과 절제를 신조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 하고 싶었다니, 어린아이라도 하지 않을법한 변명에 아리스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 앞으로 두 번 다시 제 몸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대신관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

“ ……. ”

용서해줘서 감사하다면서 넙죽 응할 줄 알았는데, 노엘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애꿎은 소맷자락만 구겨 쥐었다.

“ 못……하겠습니다. ”

“ 뭐라고요? ”

“ 그런 약속은 할 수 없습니다. ”

노엘은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을 처음 만졌을 때는 마치 홀린 것처럼 그 부드러운 감촉을 탐닉했다. 아리스텔라가 강하게 거부하여 물러나긴 했지만, 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내내 그 말랑한 감촉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아, 알고 있습니다. 성녀님께서는 저의 주인이시고 저는 당신의 종이니, 당신의 명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

그 달콤한 몸을 가까이서 느끼는 순간 상식도 도덕도 날아갔다. 사제이며 종이라는 제 신분조차 망각해버렸다. 아리스텔라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마치 누군가가 제 몸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성격이 허당이라고는 해도 노엘은 서품을 받은 정식 사제였다. 금욕에도 고행에도 익숙한 몸이, 성녀의 몸에 닿은 순간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 모르겠습니다, 성녀님. 제 몸이 왜 이러는 거죠? ”

제멋대로 그녀의 몸을 더듬고 실컷 욕구를 채운 주제에, 노엘은 마치 궁지에 몰린 아이처럼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아리스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절실한 눈빛에서 아리스텔라는 처음 조슈아와 관계를 가졌을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대미사 중에 몸이 달아 어쩌지도 못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을 치료하러 온 조슈아에게 매달려 관계를 가졌다. 그때 조슈아는 그 행위를 ‘ 치료 ’라고 불렀다. 성녀가 원하는데 그녀를 모시는 사제가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이 없는 관계를 강요한 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가 한 행동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노엘의 어이없는 변명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음욕의 여신을 품은 아리스텔라와 마찬가지로, 노엘이 모시는 신은 그녀 안의 위그멘타르였다.

신에게 육신과 영혼을 바친 사제가 신의 영향을 받지 않을 리가 없다. 노엘이 이성을 잃고 욕망에 몸을 맡겼던 것은, 그녀 안의 여신의 힘이 사제에게 그만큼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 내 욕구만 자제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니……. ’

살짝 현기증이 일어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 성녀님. 머리가 아프십니까? 찬 바닥에 오래 누워계셔서 그런 건가요? ”

“ 당신 때문이잖아요……! ”

정황을 이해했다고 해서 노엘의 행동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텔라는 살짝 몸을 움츠리며 노엘로부터 한발 멀어졌다. 노엘도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알았는지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난처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 아무튼, 약속을 할 수 없다면―. ”

마법 선생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자신에게 성욕을 품는 사제가 늘어나면 감당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 아리스텔라가 노엘의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말하려던 그때.

“ 늦어서 죄송합니다, 성녀님. 노엘 사제님. ”

돌의 방의 문이 벌컥 열리며, 크리스가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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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매일연재를 지향하고 있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가끔 하루 정도 쉴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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