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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85화 (8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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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마법을 배우다

[85]

평사제인 노엘에게 성녀의 칭찬을 받는 일은 큰 영광이었다.

사교적인 성격의 성녀라면 사제들을 모아놓고 함께 기도하거나 성가를 연습하기도 하지만, 아리스텔라는 자신의 시종 외에는 그다지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노엘은 아리스텔라가 남자를 어려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녀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성기사들을 데리고 미사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을 때는 진정으로 놀랐다.

성녀가 내성적이고 겁이 많아서 신전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바깥 경험이 많은 성기사들을 친근하게 느낀 것이 아닐까. 노엘은 아리스텔라가 성기사를 편애하는 이유를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아리스텔라는 갑자기 여러 남자를 거느리게 된 제 처지가 익숙하지 않았을 뿐 성격이 내성적인 것도 성기사를 친근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었으나, 노엘은 제 판단이 옳다고 확신하고 아리스텔라에 대해 깊이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제가 성녀님을 잘 가르쳐 드릴 테니까,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

그녀에게 사제의 현숙함을 가르쳐준다면 분명 이제까지 성기사를 가까이 한 과오를 깨닫고 사제들을 곁에 둘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녀의 마술 선생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운 노엘 또한 사제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어쩌면 젊은 나이에 신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수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노엘은 벌써 성녀의 스승으로서 사제들의 존경을 받는 신관에 올라 신관복을 입은 제 모습을 떠올리고는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 노엘, 제 말 듣고 있어요? ”

“ 예, 예? ”

아리스텔라의 말에 정신이 든 노엘은 눈을 깜박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신성력으로 빛의 구슬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하느냐고요. 알려주셔야 제가 따라할 수 있죠. ”

“ 아, 예! 그렇지요. ”

노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안에 있던 빛의 구슬을 위로 띄워 보냈다. 붉은 빛의 구슬은 서서히 위로 올라가 천장에 늘어서 있던 종유석에 닿자, 팟 하고 터져버렸다.

두 사람이 있던 돌의 방은 다시 어두워지고, 파르스름한 신전 공기가 방안을 채웠다.

“ 먼저 손을 가슴에 모으세요. ”

“ 네. ”

아리스텔라는 노엘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자세를 잡았다.

“ 그리고 눈을 감으시고요, 몸 안의 기운이 모두 손끝에 있는 한 점에 모인다고 생각하십시오. ”

“ 네……. ”

“ 형태를 그려나가는 겁니다. 손끝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작게 반짝이는 공의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고 상상하세요. ”

“ 으음……. ”

아리스텔라는 두 손을 가슴 위치에 모으고는 눈을 감았다. 손안에 빛이 모이는 형태를 그리며 정신을 집중하자, 손바닥 안에 뭔가 따스한 기운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 신전을 가득 채운 성스러운 기운은 차가웠는데, 내 것은 이상하게 따뜻하네. ’

손안에 모인 따스한 신성력은 동글동글한 형태로 모여 갔다.

뭔가 따스하며 보들보들한 것이 손안에서 움직이는 감각은 조금 간지럽기도 했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를 손바닥 위에 올린 감각과 비슷하다고 할까. 아리스텔라는 살며시 눈을 떠 제 손바닥 안에 모인 빛의 구슬을 살폈다.

“ 앗! ”

그러나 눈꺼풀이 올라가고 그녀의 시선이 닿는 것과 동시에, 노란 빛의 따스한 신성력은 곧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 이런, 집중을 하셔야죠. ”

“ 집중 했는데요……. ”

아리스텔라가 우물거리자 노엘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가 그녀에게 다가와 뒤에 서서 팔을 붙잡았다.

“ 손끝에 모이는 기운에만 집중을 하신 것 아닌가요? 그렇게 하면 성녀님의 신성력과의 연결이 약해서, 조금만 주의가 흐트러져도 금방 사라지게 돼요. ”

“ 제 신성력과 깊이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

“ 심장에서 혈관이 뻗어나가듯, 가슴 깊은 곳에서 신성력이 흐르는 길이 뻗어나간다고 생각하세요. ”

노엘은 아리스텔라의 손목에서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천천히 쓸어 올리며 신성력이 흐르는 맥을 거슬러 올라갔다.

“ 그 길을 따라 몸 안의 신성력을 흘려보내는 거예요. 이렇게……. ”

“ 엄마야! ”

노엘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더듬자 아리스텔라는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졸지에 노엘도 함께 올라 비명을 질렀다.

“ 으아악! ”

심장 부근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오는 거라고 알려줄 셈이었다. 그런데 어깨에서 쇄골을 지나 가슴으로 손이 내려가는 순간, 손바닥에 뭔가 보드랍고 말캉한 것이 잡히자 노엘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 이, 이게 뭐지? ’

수습 사제이던 시절, 지도사제 몰래 돌려보던 속세의 잡지에 그려진 야한 여배우의 그림들.

분명 아리스텔라의 몸은 그림 속의 여배우들처럼 풍만하지도 섹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녀린 소녀 같은 여인일 뿐인데, 손에 잡히는 아리스텔라의 가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랑말랑했다.

“ 앗, 으……. 노엘……! ”

아리스텔라는 노엘이 신성력으로 만들어낸 빛의 구슬이 보드랍다고 감탄했지만, 제가 만든 구슬은 결코 그녀의 가슴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노엘은 생각했다.

푸딩이나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면서도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신기한 감촉이었다. 인간의 신체 부위가 이토록 부드러울 수 있다니, 노엘은 처음 경험해보는 야릇한 감촉에 마치 홀린 것처럼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몸에서 달콤한 향내가 났다. 멀리서 맡을 때는 그저 단 것을 먹었겠지 싶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가까이서 맡아보니 아리스텔라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기는 과일이나 케이크가 아니라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보들보들하고 달콤한 향기였다.

“ 노엘, 잠깐만요……. 그만, 그만! ”

“ 헉! ”

아리스텔라의 외침에 뒤늦게 정신이 든 노엘은 깜짝 놀라 손에 힘을 주었다. 놓아야 하는데 힘을 주는 실수를 했다. 노엘이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세게 움켜쥐는 바람에 그녀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고통을 호소했다.

“ 아파요! 아파요, 제발……! ”

“ 죄, 죄송합니다! ”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손에 힘을 빼고 쥐고 있던 말랑한 가슴을 놓아주었다. 아리스텔라는 재빨리 양팔을 모아 가슴을 가리며 노엘로부터 벗어났다.

방금 전까지 손에 쥐고 있던 말캉한 살덩이가 사라지자 노엘은 민망함이나 미안함보다도 아쉬운 기분이 먼저 들었다.

“ 대체 가슴은 왜 만지는 거예요? ”

“ 예? 저……. 제가 만진 게 가슴이었나요? ”

제가 만진 감촉을 떠올리며 멍해져 있던 머리에 아리스텔라의 지적이 들어오자, 노엘은 멍청하게 되물었다. 그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얼굴을 찌푸리는 아리스텔라를 보고, 제가 말실수를 했음을 알아차렸다.

“ 실례했습니다! 저는 그저, 심장 부위에서 신성력이 맥을 타고 흐르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

“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세게 움켜쥘 필요는 없잖아요. ”

“ 저, 그건……. 너무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아서 그만……. ”

“ 노엘! ”

다급하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고 하던가. 노엘이 무심코 본심을 말해버리자 아리스텔라는 수치심에 파르르 떨며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 아니,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

아무래도 상황을 설명하면 그녀의 분노를 사는 변명만 늘어놓게 될 것 같아, 노엘은 서둘러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리스텔라는 황당하고 민망한데 노엘이 쩔쩔매며 사과하니 마구 화를 낼 수도 없어 난감해졌다.

노엘의 말을 들어 로이드를 내보낸 것을 아리스텔라는 조금 후회했다. 그가 곁에 있었더라면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텔라는 깊게 숨을 내쉬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 다시는 제 동의 없이 함부로 몸을 만지지 마세요. ”

“ 예? ”

“ 상대에게 뭔가를 할 때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잖아요. 신전에서는 다른 건가요? ”

아무리 아리스텔라가 신전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해도,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상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이 신전 안이라고 해서 무례한 일이 아니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아닙니다, 그렇지요. 허락을 구하는 게 먼저지요……. ”

“ 그래요. 그게 상식이니까. ”

“ 성녀님, 저……. ”

노엘은 양 뺨을 붉히고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아리스텔라의 눈치를 보다가, 결심한 듯이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 저, 성녀님의 가슴을 만져보고 싶습니다! ”

“ 네에? ”

아리스텔라가 노엘에게 말한 허락을 구하라는 이야기는 함부로 몸을 만지지 말라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노엘은 그것을 몸을 만지고 싶으면 허락을 받으라는 말로 이해했다.

이 차이야말로 여자에 무지한 신전 남자와 속세 여자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어째서 발생하는지는 노엘도 아리스텔라도 알지 못했다.

“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

“ 하지만 성녀님이, 만지려면 허락을 받으라고……. ”

“ 그게 대체 어떻게 그 뜻이 되는데요? ”

노엘에게 신성 마법을 배우기로 해서 돌의 방으로 왔다. 그가 로이드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수업을 할 수 없다기에 시종인 로이드를 내보냈다. 그런데 첫 수업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가슴을 만지게 해달라니.

아리스텔라는 허락하고 허락하지 않고 이전에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 아, 안 되나요……? ”

“ 당연하죠! ”

“ 으으……. ”

노엘은 울상을 짓더니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반응에 아리스텔라는 순간 제가 뭔가 말을 잘못했는지 되짚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노엘의 요구는 황당한 것이었고 그녀가 허락해줘야 할 의무는 없었다.

“ 자꾸 이상한 말씀 하시면, 마법 선생님을 다른 분으로 바꿀 거예요. ”

“ 그, 그건 안 됩니다! ”

성녀의 스승이 되어 다른 사제와 신관들에게 인정받고 이 신전에서 출세하는 것이 노엘의 목표였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 그럼 이상한 짓은 하지 마시고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 ”

“ 이상한 짓이라니요……. ”

“ 수업, 안 하실 건가요? ”

“ 아뇨. 하, 할 건데요……. ”

노엘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리스텔라에게 천천히 마법 이론을 설명했다.

그날 아리스텔라는 작은 빛의 공을 만들어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했고, 큰지 작은지 모를 사고가 있었으나 두 사람이 모두 입을 다무는 바람에 첫 수업은 무사히 끝난 것으로 히페리온에게 보고가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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