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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진실
[82]
“ 기분 좋다고 했으면서……. 저한테 거짓말을 한 거예요? ”
성녀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알아도 문제였고 모르면 더 큰 문제였다.
“ 후우……. 성녀님. ”
로이드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리스텔라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몹시 뜨거운 것을 느낀 아리스텔라는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가, 로이드를 따라 그의 귓가에 입을 맞추고는 속삭였다.
“ 이제 거짓말은 하면 안 돼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
“ 성녀님을……, 안고 싶습니다……. ”
뜨거운 한숨과 함께 호소하듯 내뱉은 말에 아리스텔라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허리를 움직여, 로이드의 성기 끝에 제 음부를 문질렀다.
“ 흐윽! ”
귀두 끝에 부드럽고 촉촉한 살결이 맞닿은 것만으로 사정해버릴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아내어 고개를 들었다. 아리스텔라의 손길에 치솟는 충동을 억누르느라 표정을 살피지 못했는데, 그녀는 로이드 이상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 읏, 응……. 로이드……. ”
촉촉한 눈빛으로 애원하듯 벌어진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치자, 귀두 끝에 닿은 부드러운 살이 더욱 뜨겁게 젖어들었다. 자신의 것을 만지면서 흥분한 걸까. 성기에 맞닿은 부드러운 살이 실룩거리며 보채는 것이 느껴졌다.
로이드는 그녀를 기분 좋게 해주겠다고 장담해놓곤 제 앞가림에 바빠 아리스텔라의 상태를 살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 성녀님……. ”
“ 으응, 이제……. 들어와도 돼요……. ”
미끌거리는 액이 흐르는 입구 사이로 단단한 성기가 파고들자, 아리스텔라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가 다시 크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충분히 젖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역시 실제로 남자의 성기가 들어올 때는 압박감이 다르다. 특히 로이드의 것은 아리스텔라가 받아들이기에 지나치게 크고 굵었다. 그렇다고 더 흥분할 때까지 애태웠다면 그녀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아리스텔라는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로이드의 뺨을 쓰다듬고는 생긋 웃었다.
“ 잊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셔놓고, 벌써 겁먹고 항복하려는 건 아니죠? ”
장난스러운 도발에 로이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로이드는 아리스텔라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부여잡고, 단숨에 제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 아아아앙! ”
“ 항복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
로이드는 기사였고 아리스텔라는 평범한 여자였다. 이 정도로 체격 차이가 나는데 충분한 애무 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거라는 것 정도는 그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때처럼 성급하게 안았다가 또다시 그녀가 상처를 입을까봐, 그녀에게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파고들어 몸에 부담을 줄까봐 로이드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음욕의 여신을 품고 있다고 한들, 로이드에게는 아리스텔라를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다.
로이드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제 욕망이 그녀를 집어삼키지 않을까 하는 것뿐이었다.
“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종의 의무지요. 제게 명령을 내린 것은 성녀님이십니다. ”
“ 네? 아니, 저는 명령이라고는……, 아읏! ”
아직 몸속에 꽉 들어찬 압박감에 익숙해지지도 못했는데, 그의 것이 쑥 빠져나가더니 다시금 각도를 바꿔 밀려들어왔다.
“ 아, 아앙! 잠깐……, 흣! ”
“ 명령은 신중하게 내리셔야지요. 한 번 명령을 내리셨다면, 번복하지 말아 주십시오. ”
“ 그, 그러니까 명령이……, 아! 아응! ”
커다란 손이 제 허벅지를 감싸 다리 한쪽을 들어 올리더니,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살이 부딪쳤다.
“ 읏, 하아! 아으응! ”
육중한 남자의 성기가 제 안을 쑤셔대자 아리스텔라는 눈앞이 번쩍이고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커져가는 신음을 터뜨리며 몸을 파르르 떠는 아리스텔라를 안고 로이드는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 하으, 하으응! 로이드……! ”
“ 아직도 부족하십니까? 분발하겠습니다. ”
“ 그게, 아……, 아아아앙! ”
좁은 성기를 억지로 넓히며 꽉 들어찬 그의 것이 너무 커서 아리스텔라는 숨이 막혔다. 비명이라도 지르지 않으면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 아앙! 흐아아아! ”
아리스텔라의 신음이 이리저리 높아지면서 천장에 닿아 산산이 부서졌다.
아프고 괴롭고, 너무나도 짜릿했다. 숨이 턱턱 막혀서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도 기분이 좋은 걸까.
“ 큿……! ”
아리스텔라는 속은 좁았다. 로이드의 성기는 꽁꽁 닫아건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온 침입자처럼 아리스텔라의 안을 들락거리며 뜨겁고 부드러운 속살에 제 흔적을 남겼다.
“ 하아, 아……! 하으, 좋아……! ”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참하게 범해지는데도 아리스텔라는 쾌감에 몸서리쳤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찌르르한 통증이 전신을 감싸고, 피부 속에서 날뛰다가 번쩍이는 신호와 함께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았다. 제 몸이 마치 불꽃이라도 된 것 같았다.
성녀의 방 안은 넓고 고요했고, 그 안을 가득 메우는 것은 두 사람의 신음과 교성뿐이라고 하는데도, 아리스텔라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고 온몸을 파도가 덮치는 것처럼 아찔해서 로이드의 어깨에 손톱을 세웠다. 뭔가 붙잡지 않으면 휩쓸려갈 것 같았다.
“ 로, 로이드……. 로이드, 제발……! ”
“ 성녀님……! ”
가느다란 손가락이 새하얗게 되도록 그의 어깨를 꼭 잡고, 분홍빛의 손톱이 그의 어깨에 파고들었다. 그 따끔따끔한 감각마저 로이드는 기꺼워했다.
“ 사랑합니다, 성녀님……. ”
“ 흐윽, 로이, 드……! ”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헐떡거리면서 로이드의 이름을 부르는 아리스텔라의 모습은 미쳐버릴 만큼 아름다웠다.
“ 하아, 응, 아아아……! ”
로이드가 그녀의 안을 제 것으로 범할 때마다 청초하고 가련하던 그의 성녀가 점점 음란하고 요염한 여인으로 변해갔다. 달콤하던 체향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짙어졌다.
로이드는 아리스텔라를 끌어안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녀의 가녀린 몸을 깔아 누른 뒤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높였다. 아리스텔라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제 등을 마구잡이로 할퀴어도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지극한 쾌락을 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 아아, 그만! 그마, 으……! ”
“ 여기서, 그만둘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
“ 아읏! 너무……, 흡! ”
로이드는 비명을 지르다가 목이 쉬어버린 아리스텔라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작은 입술을 빨아들여 그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를 즐긴 뒤 혀를 밀어 넣었다. 커다란 혀가 제 입안을 훑어 내리자 숨이 막혔는지 그녀가 작게 코로 기침했다.
로이드는 잠시 입술을 떼어 숨을 고른 뒤, 다시 깊게 키스했다. 그러자 아리스텔라가 눈썹을 찡그리면서 로이드의 등에 다시금 손톱을 세웠다.
“ 으응, 흐으응……! ”
젖은 한숨과 따끔따끔한 손톱의 감각. 그녀의 작은 혀를 얽어 끌어당기고, 제 성기를 그녀의 안 깊숙이 찔러 넣을 때마다 아리스텔라의 속살이 뜨겁게 젖어들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몸은 이토록 부드럽고 따스하며 기분 좋은 것인가. 그런데 소중하게 보듬어주어야 할 여인을 어째서 자신은 이토록 무자비하게 안고 있는 것인가.
로이드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끌어안고, 그녀의 안쪽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귀두 끝이 자궁경부 뒤쪽을 자극하자, 아리스텔라의 허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튀어 올랐다.
“ 악! 아아앙! 아아아아아앙! ”
그것은 고통을 피하려는 몸부림이 아니었다.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반사적인 동작이었다. 아리스텔라의 몸이 물 위로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날뛰면서 속살이 미친 듯이 조여들었다.
“ 크으윽…………! ”
이번에는 자신이 질식할 것 같았다. 녹아버릴 만큼 뜨겁고 촉촉한 속살이 마구잡이로 조여들며 로이드의 것을 질식시키려는 듯 조여들었다. 로이드는 쾌감을 넘어선 고통에 눈을 질끈 감고 숨을 토했다.
“ 흐아앙! 아! 아아아아앙! ”
“ 아! 아아…………! 성녀님…………! ”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가, 아찔한 쾌감과 함께 상쾌한 느낌이 온 몸에 퍼졌다. 전신의 모공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앞이 새하얗게 흐려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로이드는 아리스텔라를 꼭 끌어안고서 쓰러졌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된 채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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