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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진실
[81]
로이드는 아리스텔라를 품에 안고 천천히 입을 맞추면서, 그녀의 옷자락을 젖혔다. 옷깃을 붙잡고 벌린 것만으로 간단하게 옷자락이 거두어지고 새하얀 가슴이 드러나자, 아리스텔라는 조금 부끄러웠는지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 으응……. ”
턱에서 목선을 지나 쇄골로 내려간 입술이 살며시 이를 세워 흰 피부를 깨물자 아리스텔라가 작게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면서도 그를 밀어내지는 않는다. 로이드는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러운 피부를 입술로 빨아들여 붉은 흔적을 남겼다.
“ 읏, 하아. 로이드……. ”
“ 자국을 남기는 것이 싫으십니까? ”
“ 다,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면 안 되잖아요……. ”
조슈아와 히페리온을 비롯해 몇 사람은 알고 있지만, 아리스텔라의 몸 안에 봉인된 것이 음욕의 여신이라는 것을 아직 대부분의 사제와 성기사는 모르고 있었다. 성녀가 제 시종과 스스로 원해서 몸을 섞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해질 것이다.
“ 괜찮습니다. 옷자락으로 덮으면 가려져 보이지 않으니까요. ”
“ 그래도 곤란하다고요……. ”
아리스텔라가 샐쭉 입술을 내밀자, 로이드는 상체를 일으키고는 셔츠를 한 번에 벗어냈다.
“ 꺄! ”
예고도 없이 갑자기 로이드가 옷을 벗자 아리스텔라는 민망했는지 작게 비명을 지르며 제 얼굴을 가렸다.
그에게 안기기로 해놓고서 옷을 벗는다고 민망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나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아리스텔라는 아직도 제게 남자와의 잠자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그를 유혹한 것을 조금 후회했다.
‘ 으으, 어쩌지……. ’
로이드를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미심쩍은 기억의 나머지 부분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로이드뿐이었다.
“ 성녀님의 옷을 벗기겠습니다. ”
“ 네, 네에……. ”
그런 것쯤 말하지 않고 해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로이드가 그녀에게 예고 없이 옷을 벗겼더라면 또 당황했을 것이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띠를 잡아당기자 옷자락이 벌어지면서 맨몸에 바깥 공기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아리스텔라는 눈을 감은 채로 손만 내려서, 로이드가 제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왔다.
“ 성녀님. ”
“ 흐읏……. 네? ”
“ 성녀님. 눈을 뜨시고 저를 보십시오. ”
로이드의 말에 아리스텔라는 천천히 눈을 떠서 그를 바라보았다.
“ 저를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
“ 무……,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
무서워한 것은 아니다. 억지로 안겼을 때처럼 두렵지는 않았다. 그저 조금 당혹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아직도 남자를 대하는 것이 어려운 아리스텔라로서는 밤을 보낼 각오를 다졌다고 해서 곧바로 탈의나 애무에 자연스럽게 응대할 수가 없었다.
“ 그렇다면 피하지 마시고, 저를 봐주세요. ”
“ 로이드를, 요……? ”
“ 예. 성녀님을 안으려는 남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인지하신다면, 떨리는 마음도 조금은 안정이 될 겁니다. ”
생각해 보니 아리스텔라는 이제까지 자신을 안으려는 남자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한 번 케인의 몸을 본 적이 있지만, 흉터가 가득한 몸을 보이기 싫었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등을 돌린 채로 몸을 섞게 되었다.
‘ 나를 안으려는 남자가 누구인지……. ’
아리스텔라는 침대에 누운 채로 시선만을 올려 로이드의 몸을 바라보았다.
작고 가녀린 그녀의 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단단한 남자의 몸. 하지만 로이드의 몸은 케인의 몸처럼 험악한 흉터로 가득하지는 않았다.
남자치고는 흰 피부에 단단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로이드의 몸은, 마치 전쟁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과도 같았다.
저 넓은 가슴과 단단한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몸을 더듬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 로이드의 몸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인가, 로이드의 알몸을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아리스텔라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 성녀님, 왜 그러십니까? ”
“ 다른 사람의 몸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잖아요……. ”
“ 저는 성녀님의 것입니다. ”
로이드는 피식 웃으며 아리스텔라의 뺨을 감싸 제 쪽을 향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리스텔라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하다가 천천히 눈을 떠서 다시 로이드를 마주보았다. 몇 번이나 관계를 가져왔음에도 아리스텔라는 여전히 남자의 몸을 보는 것이 낯설었다.
‘ 크다……. ’
아이와 어른의 몸이 다르고, 남자와 여자의 몸이 다르다. 그리고 로이드의 몸은 크리스와도 히페리온과도 달랐다.
‘ 저렇게 몸이 크면 좁은 길을 지나거나 작은 물건을 집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
눈을 깜박거리며 로이드의 몸을 바라보던 아리스텔라는 문득 저 가슴이 얼마나 단단한지 만져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질문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아리스텔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로이드에게 물었다.
“ ……만져 봐도 되나요? ”
“ 얼마든지요. ”
어찌 보면 실례일 수 있는 황당한 부탁을 했는데도 로이드는 흔쾌히 대답했다. 아리스텔라는 로이드의 눈치를 보다가 살며시 손을 내밀어 로이드의 단단한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실히 케인의 몸처럼 거칠거칠하지 않고 미끈했다. 그러나 탄력 있는 피부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은 그것이 육체를 단련한 기사의 몸임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었다.
“ 기사분들은 매일 단련을 하시는 건가요? ”
“ 예. 단련을 게을리 하면 몸이 둔해지니까요. ”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대답했지만, 작고 고운 손이 제 몸을 문지르는 간지러운 감촉은 사실 참기 어려운 자극이었다. 차라리 대련 중에 얻어맞고 치이는 것이 견디기는 쉬울 것이다. 신기한 장난감을 얻게 된 아이처럼 제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는 성녀의 손길은 그의 허리를 뻐근하게 만들었다.
“ 아읏……! ”
“ 죄, 죄송합니다! ”
표정을 숨길 수는 있어도 몸이 반응하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다리 사이에 닿는 로이드의 육중한 성기를 느끼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뗐다.
겨우 아리스텔라의 긴장을 풀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눈치 없는 분신이 참을성 없이 먼저 고개를 쳐드는 바람에 다 깨져버렸다.
그녀를 당황하게 한 제 분신이 원망스러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던 로이드는 제 중심을 향하는 작은 손을 보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 성녀님? ”
“ 마, 만져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
“ 아니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
그녀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흥분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리스텔라는 여전히 수줍고, 조금 난처해하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로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 ”
한손으로 거머쥘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남자의 성기는 단단하고도 따뜻했다. 이곳은 남자의 급소라고 하던데, 세게 쥐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리스텔라는 로이드의 성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표면은 부드럽고 살짝 말랑한데, 그 안은 뭔가 부풀어 올라 꽉 채운 것처럼 단단했다. 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아리스텔라는 남자의 몸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 서, 성녀님……. ”
“ 흐앗! 으……. 움직이지 마세요……. ”
손바닥으로 비비자 그의 것이 크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아리스텔라는 당황해서 소리를 높였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연인이 아닌 남자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무척 실례라는 것도.
하지만 로이드는 그녀에게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했고, 아리스텔라는 남자의 몸이 궁금했다. 그에게 안기며 또다시 무서운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로이드의 몸을 알고 있어야 했다.
‘ 이렇게 커다란 게 내 몸 안에 들어오는 걸까. ’
여성의 질은 아이도 나오는 곳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안에 이런 것이 들어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로이드와 관계한 적이 없었다면 아리스텔라는 분명 로이드의 성기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고는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 어, 아까보다 더 커졌네요? ”
“ 성녀님께서 만져주고 계시니까……. ”
로이드가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처음 그가 그녀를 덮쳤을 때는 무서운 눈빛과 거친 태도 때문에 두렵기만 했는데, 그녀 앞에서 쑥스러워하며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니 아리스텔라는 로이드가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다란 체구에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도, 작고 힘없는 그녀의 손짓 하나에 쩔쩔매면서 반응한다. 마치 어린 강아지 앞에서 쩔쩔매는 호랑이를 보는 것 같다.
“ 로이드. 제가 만지면 기분이 좋은가요? ”
“ 예……. ”
기분이 좋다고 할까, 괴롭다고 할까. 분명 참기 어려울 만큼 자극이 오고 있지만 흥분된다고 해서 전처럼 성급하게 그녀를 범할 수는 없었다. 로이드는 당장이라도 제 앞의 가녀린 몸을 억누르고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픈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몇 번이나 힘들게 숨을 토해냈다.
“ 서, 성녀님……. 너무 세게 잡지는, 말아 주십시오……. ”
“ 네? 제가 세게 잡았나요? ”
그저 쓰다듬기만 했을 뿐인데, 로이드에게는 그조차도 자극이 너무 강했다.
성기사가 되기 전, 파티에 참석했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그를 꼬시려는 영애가 은근한 손길로 그의 것을 쓰다듬었을 때는 그저 불쾌하기만 했는데, 어째서 그녀가 만져주는 것은 이토록 기분이 좋은 걸까.
로이드는 가쁜 숨을 내쉬며 자꾸만 그의 의지를 무시하고 저절로 움직이려는 허리를 고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 로이드, 괴로워 보여요. ”
“ 읏……. ”
“ 기분 좋다고 했으면서……. 저한테 거짓말을 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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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2화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