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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실종자
[72]
꿈속에서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 또 꿈이야? ’
이곳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어둡고 고요하다. 발에 닿는 바닥의 감촉이 단단한지 부드러운지, 차가운지 따뜻한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멀었다. 자신은 잠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멍해진 머리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 으읏, 우…. ”
또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울음소리다. 아리스텔라는 전에도 한 번 꿈속에서 이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둠 속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그녀를 범하던 남자들.
이제까지 꿈에서 남자에게 범해지거나, 그 모습을 지켜본 적은 있어도 이토록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 우우우, 으흑…. ”
“ 괜찮으신가요? ”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들린다. 또 뭔가 곤란한 일을 겪고 있는 것일까. 그녀에게 말을 걸어 하다못해 무슨 사정인지라도 듣고 싶었던 아리스텔라는 울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억센 손이 아리스텔라의 손목을 낚아채어 그녀를 집어던졌다.
“ 꺄악! ”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탄력 있는 나무가 휘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위를 덮고 있는 매끄러운 천의 감촉과 촛대가 잘그락거리는 소리, 꽃이 사박거리는 소리와 성스러운 양초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 성녀님…. ”
그녀를 부르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눈앞은 여전히 암흑뿐이었지만, 아리스텔라는 제가 떨어진 곳이 미사실의 제단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 여기가 미사실이라면, 이 사람들은…? ’
어째서 눈앞이 보이지 않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은 분명히 제가 머무는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을 제단에 눕힌 남자들은 이 신전의 사제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가 아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꿈이기 때문일까.
“ 타락한 성녀에게 정화의 의식을. ”
“ 네…? ”
“ 저희 사제들이 성녀님을 구해드리겠습니다. ”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더니, 낯선 손길이 그녀의 옷을 끌어내리고 몸을 더듬었다.
“ 앗, 아…! 싫어…! ”
아무리 꿈이라고는 해도 또다시 ‘ 정화의 의식 ’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리스텔라의 저항은 간단하게 봉쇄됐다. 그녀의 몸이 기억하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다리는 무거운 추를 매단 것처럼 움직임이 둔했고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을 돌려 일어나려다 발목을 붙잡혀 도로 넘어지면서, 아리스텔라는 지금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리스텔라는 지금 다른 여자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
‘ 설마, 내가 들었던 울음소리가 이 사람의 것이었을까? ’
이곳은 분명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 미사를 올리는 성당의 제단이었다. 사제들은 그녀를 ‘ 성녀 ’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아리스텔라가 들어와 있는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의 몸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 잠깐만요, 잠깐만…. 제 몸이 지금…, 꺄아! ”
아리스텔라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고 바로 누웠다.
“ 성녀님.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저희에게 몸을 맡기십시오. ”
아리스텔라는 남자의 몸 위에 누운 채로 또 다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다리를 벌려야 했다. 거칠거칠한 손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더니, 가느다란 발목을 잡고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 사이로 굵고 뜨끈한 무언가가 문질러지기 시작했다.
“ 아, 안 돼…! 잠깐…! ”
“ 정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성녀님. ”
“ 안 돼요! 제 몸이 아니란 말이에요…! ”
아리스텔라가 다급하게 다리를 모아도 허벅지 사이에 끼워진 성기를 압박할 뿐 저항하는 의미가 없었다.
“ 아아…! 벌써부터 이렇게 보채시다니, 역시 타락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
“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몸이…, 으응! ”
아리스텔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여린 피부 사이를 단단한 성기가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음부를 자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아응, 응…. 아앗…! ”
분명 이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닐 터인데, 음부를 자극당한 것만으로 금세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오싹오싹한 쾌감이 일기 시작했다. 아리스텔라의 몸은 음욕의 여신을 품고 있기에 민감하다고 하더라도, 이 여자의 몸은 제 몸이 아닌데 어째서 이토록 쾌감에 쉬이 반응하는 것인가.
“ 하응, 하으응…. ”
“ 정화의 의식을 베푸는데도 이리 음란한 소리를 내시다니, 성녀님의 안에 악마가 자리한 것이 틀림 없습니다. ”
“ 그런 게, 아니에요…, 아아! ”
허리를 감싸고 있던 남자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다. 아래서 성기를 비비는 남자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서로의 허벅지가 퍽, 퍽 부딪치면서 아리스텔라의 가슴이 흔들렸다.
“ 아흑! ”
이 몸의 주인은 가슴이 큰 여자인 걸까. 둔중하게 흔들리는 풍만한 가슴을 남자의 손이 꽉 쥐더니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렸다가 손가락에 힘을 주어 주물렀다.
“ 하윽! 아파, 아파요…. ”
“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성녀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 아응! ”
아리스텔라가 고통을 호소해도 낯선 손의 움직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꽉 쥐었다가, 그녀가 고통에 몸을 움츠리면 손끝으로 젖꼭지를 잡아당겼다가 비비면서 부드러운 가슴을 유린했다.
“ 으응, 그만…. ”
“ 다리 사이가 젖기 시작했군요. ”
음부에 성기를 비비던 남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릎이 가슴에 닿았다. 아리스텔라는 거의 몸이 반으로 접힌 상태로 두 남자의 사이에 끼어버렸다.
“ 앗, 응! 지금 무슨…. ”
“ 저 혼자서는 정화를 다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함께 하는 수밖에요. ”
“ 함께라니…? ”
아리스텔라가 헉헉 숨을 내뱉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쓰는데, 돌연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던 남자가 허리를 움직이더니 그녀의 엉덩이에 성기를 문질렀다.
“ 아앗! ”
허벅지 사이와 엉덩이 사이, 앞뒤로 남자의 성기가 문질러지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질렀다. 불쾌하고 무서운데도, 욕망에 솔직한 몸은 속절없이 젖어가는 입구를 실룩거리며 허리를 흔들기만 할 뿐이었다.
“ 앙, 흐아앙! 그만, 그마…아! ”
“ 이렇게 겉으로 문지르기만 할 뿐인데도, 엄청나게 젖는군요…. ”
“ 흐윽! 그건, 당신들이…, 이런 짓을 하니까…! ”
“ 역시 성녀님의 몸 안쪽을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
애액이 흘러나오는 입구에 두 남자의 성기가 닿았다. 성기를 위아래로 문질러 입구를 자극하더니, 단단한 귀두 끝이 번갈아가며 그녀의 입구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 앗, 아! 아아! ”
“ 성녀님. 얌전히 계십시오. 그렇게 허리를 흔드시면 넣기가 어렵습니다. ”
설마 한꺼번에 넣으려는 건가. 절대로 무리다. 아리스텔라는 기겁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아래에 누워있던 남자가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끌어안고, 위에 엎드린 남자가 양 다리를 감아쥔 상태라서 두 남자가 파고드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 아! 아악! 싫어어어! ”
“ 성녀님. 저희가 정화를…, 커헉! ”
외마디 비명이 들리더니, 입구를 비벼대던 남자의 성기가 떨어졌다. 이어서 그녀의 몸이 뒤집히더니, 또다시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크아악! ”
―철퍽!
“ 으악! ”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 터지는 소리, 요란하게 내려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억!
푸확―
“ 꺄아아…! ”
아리스텔라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리고 떨고 있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뭔가가 사제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 흐윽…! ”
누굴까. 아니, ‘ 무엇 ’일까.
사제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도 뭔가를 베는 소리도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내려치고, 패대기치는 소리가 들렸다.
끔찍한 소리에 아리스텔라는 제단에 엎드린 채로 귀를 막고 덜덜 떨었다. 너무나 무서운데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 몸의 주인은 눈도 보이지 않고 다리도 불편한 상태라는 것인가. 이래서야 괴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 히익! ”
뭔가 축축하고 가느다란 것이 아리스텔라의 발바닥을 간질였다. 이어서 조금 두껍고 미끈거리는 것이 그녀의 발목을 감고 점점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꺄아! ”
눈앞이 보이지 않아도 그것의 정체는 알 수 있었다. 어두운 지하실에서 그녀를 공격했던 검붉은 촉수였다.
‘ 설마 이 촉수가 사제들을 공격한 건가? ’
아리스텔라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굵은 촉수가 그녀의 발목을 감싸 들어올렸다.
“ 아! 아악! ”
뭔가 날름거리는 긴 혀 같은 것이 여기저기서 뻗어 나와 아리스텔라의 온몸을 핥기 시작했다. 겨우 사제들의 정화의 의식을 피하나 했는데, 이번에는 촉수 괴물에게 습격을 받는 건가.
아리스텔라는 눈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뭔가에게 강제적으로 유린당하기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아무리 꿈이라고는 해도 지독한 악몽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상황을 벗어날 힘이 없었다.
여신을 모시는 신전에서, 여신의 현신이라는 성녀가 어째서 이토록 무력한 것인가. 아리스텔라는 제 몸을 구석구석 핥는 긴 혀의 움직임에 신음하면서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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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는 오전 중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