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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67화 (6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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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와 충동

[67] 내기와 충동

“ 당신은 저를 성녀로 인정하나요? ”

“ 저는, 저는……. ”

이자크는 붉어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마치 심장이 고장 난 것 같다. 이러다가 몸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어째서 이 여자의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가. 마수와도 맞서 싸우는 성기사가, 마녀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신에게 정절을 지켜야 하는 성기사의 몸으로 여인을 안았음에도, 죄를 인정하고 회개할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이자크는 이제까지 그것이 아리스텔라가 마녀이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막상 아리스텔라를 마주하고 나니 그녀를 부정하는, 그녀의 신성을 부정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모, 모르겠습니다……. ”

“ 당신의 생각을 물어본 거예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시나요? ”

“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

이자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는데도 그녀가 조금도 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달콤한 체향과 부드러운 살결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녀의 목소리에 몸이 떨리고 그녀의 눈빛에 식은땀이 흐르는데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 저를 안고 싶은 건가요? ”

“ 헉! ”

아리스텔라가 살며시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물어본 말에, 이자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그저 질문을 한 것뿐인데, 바지 속의 분신이 아플 만큼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자크는 헉헉거리며 이불을 끌어당겨 하반신을 가리려 했다. 알몸의 아리스텔라와는 달리 이자크는 옷을 입고 있는데도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자크가 이불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아리스텔라는 이불을 놓쳐 도로 알몸이 되어버렸다.

“ 잘못, 했습니다……. ”

“ 이자크. ”

“ 잘못했습니다, 성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

이자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로 그녀에게 연신 사과했다.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흥분해버리는 제 모습이 수치스러웠다. 위그멘타르의 유혹을 받을 때는 금방 이성이 날아가 버려서 충동적으로 그녀를 안았는데, 차분하게 그에게 말을 건네는 아리스텔라를 보고 있노라면 제 안의 음심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 제가……. 제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

“ 저와 관계를 가진 것이 부정한 일인가요? ”

“ 아닙니다. 제가……. 성녀님께, 부정한 마음을 품는 것이……. ”

다리 사이가 욱신거리면서 허리가 뻐근했다. 아리스텔라는 그를 유혹하고 있지 않은데, 이자크는 금방이라도 옷을 벗고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

주먹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속이 울컥거리면서 이상한 신음이 흘러나올 것 같아서, 이자크는 입을 다물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말뿐인 사과로, 당신의 행동을 용서할 수는 없어요. ”

“ 하, 하지만……. ”

“ 정말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행동으로 보이세요. ”

아리스텔라의 말에 이자크가 간신히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알몸인 아리스텔라의 몸은 눈부시게 희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를 유혹할 때처럼 분홍빛으로 물들지도 땀으로 반들거리지도 않았지만, 그 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 성녀님……. 당신의 종에게, 은총을……. ”

이자크는 서서히 그 자리에 엎드려, 아리스텔라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다가 그녀의 음부를 보고 또 흥분할까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주인이, 그에게 고개를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 이자크. ”

“ 예……. 성녀님. ”

아리스텔라의 부름에도 이자크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 저를 안고 싶은가요? ”

“ ……예. ”

제 안의 수치스러운 욕망을 인정하면서, 이자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노여워하며 벌을 내리든, 그의 욕망을 비웃으며 쫓아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자크는 더 이상 제 욕망을 거짓으로 감추며 그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이자크는 신의 종이었고, 그를 굴복시키는 것은 그의 주인인 여신이기 때문이었다.

“ 저는 당신 형님……. 클로비스 집행관님이랑, 당신 때문에 지쳤어요. 더는 남자와 섹스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에요. ”

“ ……죄송합니다……. ”

“ 그러니 저를 안고 싶다면― ”

아리스텔라는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 제가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 보세요. ”

“ ……예? ”

이자크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아직 고개를 들라 허락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이자크가 그녀를 모욕하고 범한 것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이자크가 반성하지 않고 그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변명하는 태도를 문제 삼아 축복을 내리는 것조차 거절하지 않았나.

“ 성녀님. 어째서…….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

“ 당신이 저를 안고 싶어 하니까요. ”

아리스텔라는 이자크와 관계한 두 번 모두 위그멘타르에게 의식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이자크의 모습은 그녀를 모욕하고 낮잡아보던 거만한 얼굴뿐이었다. 그래서 이자크가 제 신전의 성기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는 도저히 축복을 내릴 수가 없었다.

“ 자신 없다면 그대로 돌아가세요. 방에 몰래 숨어들어온 일은 문제 삼지 않을게요. 하지만 두 번 다시 당신의 실책이 저 때문이라며 변명하지 마세요. ”

그 말에 이자크의 속에서 불꽃이 일었다.

“ 성녀님……! ”

이자크가 갑자기 제 몸을 깔아 눕히자 아리스텔라는 조금 긴장한 듯 어깨를 움찔거렸다가,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었다.

“ 어, 억지로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

어차피 그녀의 몸은 남자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이다. 이자크와 관계한 기억이 없으니 그가 얼마나 섹스에 능숙한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분명 금방 몸이 달아 참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자신을 모욕했던 남자에게 이렇게 쉽게 허락해도 좋은 걸까, 막상 말해놓고도 조금 후회가 들었다.

“ 후우……. ”

이자크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르고는, 다시 눈을 떠서 아리스텔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새하얬지만, 뺨만은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 성녀님……. ”

“ 읏……! ”

남자의 거칠거칠한 손이 어깨를 잡고 몸을 쓸어내리자, 아리스텔라는 작게 숨을 삼키며 몸을 비틀었다.

이자크의 손길은 낯설었다. 케인이 안아줄 때는, 비록 손이 크고 거칠긴 했어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자크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와는 두 번이나 몸을 섞었다고 하는데도, 그가 제 몸을 만지는 느낌은 여전히 생소했다.

“ 앗, 천천히……. ”

“ 천천히 하겠습니다. ”

“ 아무리 여신의 현신이라도……, 제 몸은 평범한 여자의 몸이에요. 남들보다 유달리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당신처럼 단련을 한 것도 아니니까……. ”

“ 예. 알고 있습니다. ”

이자크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쓰다듬던 손에 힘을 빼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췄다. 오랫동안 검을 잡아온 손의 단단함은 어쩔 수 없지만, 입술이나 혀는 단련할 방도가 없으니 부드러울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그녀의 여린 살갗에도 상처가 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이자크는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 하아……. ”

촉촉한 혀가 피부 위를 미끄러지는 감각은 언제라도 야릇한 기분이 들게 했다. 간지러워서 그만하길 바라면서도, 기분이 좋아 계속해주길 원하게 된다. 모순되는 감정을 일으켜 그녀를 혼란하게 하는데도, 따스하고 부드러운 혀가 제 몸을 훑어주는 느낌을 아리스텔라는 싫어하지 않았다.

“ 으응, 읏……. ”

이자크의 혀가 그녀의 가슴을 베어 물고 젖꼭지를 핥자,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움찔거리며 이자크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손에 만져지는 남자의 어깨는 매끈하고 탄탄했다.

케인은 옷을 벗어도 마치 갑주를 두른 것처럼 몸이 단단하고 피부에 흉터가 가득해 거칠었는데, 이자크는 젊기 때문인지 근육이 잡힌 몸이라도 피부는 매끈한 편이었다.

“ 아, 아……. 거기, 세게 하지 마세요……. ”

가슴을 쭉 빨아들였다가 아리스텔라가 신음하자, 이자크는 입술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핥았다. 어깨를 부여잡은 가느다란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그의 목 뒤를 더듬어 올라와 뒷머리를 감싸 안았다.

“ 으응……. ”

이자크의 머리카락은 굵고 숱이 많았다. 건강하고 힘 있는 검은 머리카락이다. 가느다랗고 힘이 없는 아리스텔라의 물빛 머리카락과는 참으로 달랐다.

아리스텔라는 이자크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살며시 눈을 굴려 아래를 보았다. 이제까지 이자크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구리빛 피부의 젊은 성기사는 탄탄하면서도 미끈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체격도 클로비스와 비슷한데, 클로비스와 이자크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다. 조심스럽게 애무를 하는데도 서투르다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른다. 클로비스는 알몸의 아리스텔라 앞에서도 상당히 여유가 있었는데, 이자크는 그녀의 말 한 마디, 손짓 한 번에 곧바로 표정이 바뀌며 몸에 반응이 온다.

누군가를 뜻대로 부릴 수 있다는 것은 이런 느낌인 걸까. 아리스텔라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이자크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 아앙! ”

아리스텔라가 시선을 돌리는 것을 그의 애무가 마음에 들지 않은 때문이라고 판단한 이자크는 곧바로 그녀의 음부로 입술을 옮겼다. 부드러운 음모를 헤치고 드러난 작은 돌기를 혀끝으로 문지르자 아리스텔라의 꼭 다문 입술이 벌어지며 높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 아, 아앙……. 아읏……! ”

여성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클리토리스를 혀로 애무받자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음부가 빠르게 젖어갔다. 제 몸이 열기를 띠는 것을 느끼고 아리스텔라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 그만, 이자크! ”

“ 성녀님……? ”

분명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어째서 그를 말리는 것인가. 이자크가 고개를 들자 붉어진 얼굴의 아리스텔라와 눈이 마주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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