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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57화 (5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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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혹한 밤이었다

[57]

키스하는 법을 모르는 크리스는 그저 아리스텔라의 입술을 제 입술로 문지르고 혀로 핥는 것밖에 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아리스텔라는 숨이 막히고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 아, 안 돼……. ’

키가 커도 크리스는 아리스텔라보다 나이가 어렸고, 앳된 얼굴에 온순한 태도 덕분에 동생처럼 느껴지는 존재였다. 그런 크리스와 알몸으로 뒤엉켜 입을 맞추면서 몸이 달아오르는 자신의 모습에 아리스텔라는 혼란해졌다.

“ 흐읏, 안 돼……. ”

“ 안 된다고 하시지만, 지금 허리를 흔들고 계시잖아요. 저는 만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젖어서……. ”

“ 아, 아아! ”

크리스의 단단한 성기가 음부에 문질러지자, 아리스텔라는 교성을 지르면서 온몸을 들썩였다. 다리 사이가 시큰거리면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와 침대 시트를 적셨다. 그 모습을 크리스에게 보이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아리스텔라는 그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돌린 채 흐느꼈다.

“ 성녀님. 지금, 기분 좋으신 거죠? ”

“ 흐윽, 흑……. ”

“ 왜 울고 계시는 거예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에게 상냥하게 입을 맞추면서, 그녀의 질구에 제 성기를 억누르고 몸을 딱 붙였다. 아리스텔라는 긴장과 불안과 쾌감으로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본능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 아아, 성녀님……. 너무 기분 좋아요……. ”

“ 하읏, 그만! 크리스, 제발……. ”

“ 그만하라고 하셔도, 지금 저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걸요. ”

크리스는 아리스텔라를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지금 제 것에 흥분해서 허리를 흔들어 그곳을 비비고 있는 건, 성녀님이에요. ”

“ 흐윽……! ”

아리스텔라는 수치심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어째서 그녀의 몸은 이리도 욕망에 약하고, 이럴 때조차도 의지를 따르지 않는 것인가. 아리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참기 힘들다는 듯 허리를 들썩이며 단단한 남성기에 제 음부를 비볐다.

소년처럼 앳되다고만 생각했던 크리스의 몸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남자다웠고, 그녀를 섬기기 위해 준비된 굵고 뻣뻣한 성기는 금방이라도 애액이 흐르는 입구에 머리를 들이밀 것처럼 꿈틀거렸다.

“ 성녀님. 넣어줬으면 해서, 그렇게 허리를 흔드시는 거죠? ”

“ 하읏, 아……! 아니, 에요……. ”

“ ……거짓말. ”

크리스가 키득 웃으며 아리스텔라의 옆구리를 쓱 훑어 내리자, 그녀의 허리가 공중에 뜨며 다리가 크게 벌어졌다. 뜨거운 애액을 흘리며 실룩거리는 입구에 귀두를 밀어 넣고, 크리스는 아리스텔라의 허리를 잡고 단번에 안쪽까지 삽입했다.

“ 흐아아앙! ”

“ 아앗, 아……! 정말, 뜨거워요……. ”

크리스는 제 것을 뜨겁게 감싸오는 보드랍고 촉촉한 속살에 신음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성기에 감싸지는 감촉은 언제나 기분 좋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황홀한 느낌이었다. 마치 작은 혀가 곳곳에서 솟아나와 제 성기를 핥아주는 것 같았다. 질벽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의 성기를 꽉 조여 안쪽으로 빨아들였다.

“ 아아, 아……! 성녀님……! ”

“ 하윽! 크리스……, 싫어……! ”

몸이 멋대로 흥분하여 관계를 가지는 것은 처음도 아니건만, 그 상대가 크리스라는 것이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던, 동생처럼 사랑스러운 크리스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어 아리스텔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흐윽, 흑……. 안 돼……! ”

이미 제 말을 듣지 않게 된 몸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크리스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단단하고 뻣뻣한 성기가 제 안을 왕복하며, 입구를 간질였다가 안쪽을 깊게 찌르기를 반복하자 아리스텔라는 어두운 방안인데도 시야가 하얗게 번쩍이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 아앙! 아아아앙! ”

“ 으읏, 성녀님……. 비명이, 너무 야해요……. ”

“ 크리스, 안 돼! 안 돼요! 아아앙! ”

남자와 여자의 살이 맞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땀과 체액이 튀어 올랐다.

크리스가 속도를 올려 허리를 흔들자 덩달아 아리스텔라의 안쪽도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방아를 찧는 것처럼 쿵쿵 침대에 엉덩이가 눌렸다 떨어질 때마다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시트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 성녀님, 성녀님……. ”

“ 아, 아앙! 거긴, 안……, 흐아앙! ”

크리스의 귀두 끝이 성감대를 찌르자 아리스텔라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마구 뒤틀었다. 그 바람에 삽입했던 성기가 빠져, 크리스는 다시 아리스텔라의 몸을 억눌러 그녀의 안에 제 것을 찔러 넣었다.

“ 하으윽! 그, 그만……! ”

“ 성녀님. 우리, 함께 기분 좋아져요……. ”

“ 싫어! 싫어어어……! ”

아리스텔라는 크리스에게 꽉 억눌린 채 도리질을 쳤다. 사랑하는 여인이 눈물 가득한 얼굴로 저를 향해 거절의 말만을 반복하는 것이 크리스를 슬프게 했다. 다른 남자와는 관계를 가지면서, 어째서 그를 받아주지 않는 것일까.

“ 성녀님,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

“ 아앙! ”

크리스는 상체를 일으켜 아리스텔라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는, 엇갈린 자세로 허리를 튕겼다.

“ 꺄읏, 아, 아아아아앙! ”

이상한 자세로 연결된 것만도 부끄러운데, 남자의 성기가 제 안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찔러주니 버틸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온몸을 들썩이며 교성을 질렀다.

목이 쉬어버린 것 같은데도 계속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침이 흐르고, 허리가 아프고 허벅지가 긴장으로 덜덜 떨릴 정도로 단단해졌는데도 아랫배가 욱신거리며 밑이 마음대로 조여들었다 풀어지기를 반복한다.

“ 크리스……! 크리스, 안 돼……! ”

“ 아읏, 성녀님……! 갈 것 같아요! ”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던 크리스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손자국이 날 정도로 꽉 붙들었다.

제 안에 들어있던 남자의 성기가 크게 꿈틀거렸다. 직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은 아리스텔라는 경악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크리스를 밀어내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로는 저를 안고 있는 남자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 아, 아, 아아아아아! ”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흔들리는 찌릿찌릿한 쾌감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덮쳤다. 발목이 꺾여 발가락까지 꽉 오므라든 상태로 파르르 떨던 다리가 침대 위로 떨어졌다.

분명히 절정의 쾌감을 느꼈음에도 아리스텔라는 기절하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고 피부 안의 혈관이 터져나갈 것처럼 팔딱거리는데도, 온몸의 감각이 생생했다. 아직도 단단한 성기가 제 안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과, 입구에서 뭔가 미끈한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까지, 처참할 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 흐윽, 흑……. 흐흑……. ”

그렇게 울었는데도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땀을 너무 흘려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피부가 따끔따끔한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크리스는 울고 있는 아리스텔라의 얼굴을 쓰다듬어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곁에 누워 살며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 이거, 놓으세요……. ”

“ 성녀님. 저를 곁에 두세요. ”

“ 싫어어……. ”

아리스텔라는 흐느끼면서 덜덜 떨었다. 그 빈 방에서 크리스가 저를 가두고 몸을 만졌을 때는, 분명 그녀가 크리스에게 잘못한 것이 있기에 그가 보복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가 한 행위는 보복이 아니었다.

“ 사랑해요, 성녀님……. ”

“ 흐윽! ”

속에서 뭔가 울컥거렸다. 토할 것 같은데 넘어오는 것은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컥컥거리며 기침을 뱉다가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했다. 평소에는 분명 욕구를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면 의식을 잃었는데, 이번에는 의식조차 잃지 않았다.

‘ 내가, 내가 크리스를……. ’

섹스는 연인 간에 하는 거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아리스텔라는 히페리온에게 연극이라도 좋으니 연인처럼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요구했고, 그는 다정하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아리스텔라에게 사랑한다며 진심으로 고백하고 그녀를 안은 크리스와의 관계야말로 사랑에 기반한 섹스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알 수가 없었다.

“ 성녀님, 울지 마세요. 뒤처리를 해드릴게요. ”

“ 싫어……! 저리 가요! ”

아리스텔라는 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겨우 주먹을 쥐어, 크리스를 뿌리쳤다.

“ 성녀님. ”

“ 크리스, 진짜 꼴도 보기 싫어……. ”

“ 서, 성녀님……! ”

크리스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아리스텔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지만,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온몸으로 그를 거부했다. 크리스와 관계한 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동생 같은 남자와 섹스하면서 쾌감을 느낀 일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럴 때야말로 정신을 잃어버렸더라면, 죄책감에서 도피할 수 있었을 것을.

“ 죄송……, 합니다……. ”

아리스텔라가 울자 내내 어쩔 줄 몰라 하던 크리스가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로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아리스텔라에게는 진심을 담은 사과의 말조차 가증스럽게 들렸다.

“ 다신,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

“ ……! ”

마음을 정면으로 부정당한 크리스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여인이, 그의 주인이,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바치기로 맹세한 그의 ‘ 신 ’이, 그를 거부했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흘러나와서 크리스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리스텔라에게 우는 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었다. 서둘러 눈물을 닦고 혀를 깨물어 울음을 삼켰다. 크리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리스텔라에게 힘겹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황급히 옷을 챙겨 일어나 침대를 벗어났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스텔라는 침대에 누운 채로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뒤처리를 하지 않아 계속해서 음부에서 정액이 흘러나왔다. 성의를 입지 않은 그녀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 흐윽, 어떻게 해……. ”

아리스텔라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몸을 씻어야 한다거나, 내일 새벽 케인이 찾아오기 전에 어떻게든 성의로 몸을 가려야 한다거나, 애액과 체액으로 흠뻑 젖어버린 시트를 갈아야 한다는 것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고 또 울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풀리는 듯 했다가 다시 꼬이는 것이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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