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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굴레
[43]
처음엔 겁을 줄 셈이었다.
다음에는 자신이 섬겨야 할 성녀가 기사단장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지는 정숙하지 못한 여자라는 사실에 분노해 벌을 줄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안아보니 성녀의 몸은 미칠 듯이 유혹적이었다. 이자크는 정신없이 그녀의 몸에 빠져들었다.
“ 하아, 하아……. ”
“ 으응, 좋아. 거기……. ”
보드라우면서도 매끈한 피부, 따뜻한 체온. 말랑말랑한 가슴은 주무르면 손안에서 말캉하게 형태를 바꾸며 일그러졌다가 놓으면 금방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엎드리거나 위로 앉게 해서 삽입하면 가느다란 허리가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면서 봉긋한 가슴이 흔들렸다. 가녀리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몸인데, 그녀의 몸은 혈기 넘치는 젊은 기사가 몇 번이나 사정하도록 지치지 않았다.
“ 앙! 더 세게……, 거칠게 비벼줘……! ”
“ 허억, 당신은 정말……, 헉! ”
“ 아아아앙! ”
성녀의 몸은 바닥이 없는 늪과도 같았다. 이자크는 자신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그멘타르를 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의 몸과 정신을 그녀가 조종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녀의 음욕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 것 같았다.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가 자신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가 떨어질 때의 느낌이 기분 좋았다. 남녀의 몸이 얽히자 땀과 체액으로 가득한 서로의 피부가 맞붙어 비벼졌다. 이 좁은 창고에서 알몸을 비비고 있는데도 불쾌하기는커녕 하늘을 나는 듯 상쾌한 기분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 아아, 아……. 성녀님……. ”
“ 거기 만져줘……. 하읏, 좋아……. ”
이자크의 손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자 위그멘타르가 가늘게 신음하며 다리를 벌렸다. 이자크는 손의 애무를 멈추지 않고, 창고 바닥에 위그멘타르를 옆으로 눕힌 채로 천천히 그녀의 안에 자신을 밀어 넣었다.
“ 으응, 아으으응……! ”
애액과 정액으로 질척질척해진 여인의 성기는 또다시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조금의 저항도 없었다. 따스하고 촉촉한 속살이 제 성기를 감싸더니, 쫄깃하게 조여들며 안쪽으로 빨아들이는 것을 느끼고 이자크는 크게 숨을 토했다.
“ 아읏, 못 참겠……! ”
정신없이 헐떡거리며 위그멘타르의 안을 범하던 이자크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더니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안에 남자의 정액이 쏟아졌다.
배가 부를 정도로 가득 차 있었는지 이자크가 성기를 빼내자 흰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위그멘타르는 뜨겁게 숨을 몰아쉬며, 눈물이 어른거리는 눈으로 숨을 몰아쉬는 이자크를 바라보았다.
“ 으응, 안에 싸줘. 잔뜩……, 더 갖고 싶어……. ”
위그멘타르가 허리를 움찔거릴 때마다 안에 들어찬 남자의 정액이 흘러나왔다. 흠뻑 젖은 음부가 붉어진 채로 실룩거리는 모양은 몹시 매혹적이었다. 이자크는 기가 빨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요염한 자태에 이끌려 다시 다가갔다.
“ 하읏, 하……. 넣어줘. ”
“ 이, 마녀……. ”
“ 으응, 좋아. 넣고 흔들어줘……. 빨리……! ”
위그멘타르가 엉덩이를 흔들며 보채자, 이자크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성기에 제 것을 찔러 넣었다.
“ 허억, 헉……. 이제 더는……. ”
“ 아아앙! 좋아! 기분 좋아아아! ”
체력에는 자신 있었던 청년기사가 버티지 못하고 먼저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지치지 않는 음욕의 여신은 바닥에 드러누운 사내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었다.
“ 아, 제발……. 더, 더 해줘……. ”
처음엔 남자 하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성녀의 몸은 점점 음욕의 여신을 만족시키는 몸으로 변해갔다.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남자의 단단한 허벅지에 맞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철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땀방울이 튀어 올랐다.
“ 아읏, 그만! 아, 아! ”
더 이상 서지 않을 것 같은데도 여자의 쫄깃한 속살이 강하게 조여 대자 이자크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사정했다. 마치 억지로 정액을 뽑아내는 것 같았다.
“ 아……! 아아아아! ”
이자크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탈진해서 나가떨어지고 나서야 여신은 오랜만에 원 없이 섹스를 했다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기사단을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 ◆ ◇ ◆ ◇
기사단 건물을 지나 제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걸으며, 정사의 흥분감이 조금씩 가라앉자 여신 위그멘타르의 의식도 조금씩 흐려졌다.
‘ 어라……? ’
아리스텔라는 어느새 자신이 혼자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음을 눈치채고 멈춰 섰다. 발바닥에 닿는 차가운 대리석의 감촉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흠칫 놀라 어깨를 안았다. 분명 몸에 걸치고 있어야 할 성의가 없다. 어디에도.
“ 꺄아아아! ”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음부가 시큰거리면서, 그 안에서 점액질의 무언가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불쾌감에 몸서리치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욱신거리는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사내의 정액이라는 것은 손으로 만져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았다.
로이드에게 강제로 범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빳빳한 남자의 성기가 정신없이 제 안을 드나들던 감촉이 생생했다.
크리스에게 안겼을 때는 의식을 잃었기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아리스텔라는 의식이 없을 때 몸이 겪었던 흥분감과 쾌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 앗, 아으……대체 왜……? ”
로이드를 구하기 위해 기사들의 협력이 필요해서 기사단에 찾아갔다. 젊은 기사가 홀로 나와 계단에 앉아있기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말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뭔가 오해를 했는지, 아리스텔라에게 무척 화를 냈다. 창고 안에 아리스텔라를 밀어 넣고 그녀를 모욕했다.
바닥에 눕혀져 옷이 벗겨지고 거칠고 단단한 남자의 손이 제 가슴을 주무르고 음부를 자극하던 것이 기억났다.
‘ 그 젊은 기사가……, 나를? ”
등골이 오싹해졌다. 설마 로이드의 편을 들기 위해 로이드와 같은 일을 했다고 하는 건가? 아니면 그 젊은 기사도 이미 사제들의 편이라 그녀에게 가당치도 않은 말을 하지 말라고 협박하려 했던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타락했다고 생각해서, ‘ 정화의 의식 ’을 거행하려 한 것인가?
아리스텔라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은 너무나도 참담했다.
“ 흐윽……. ”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에서, 알몸의 아리스텔라는 무릎을 안고 울었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의 몸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니, 모르는 남자와 섹스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모습이 어떻게 자연스럽다는 건가. 조슈아 한 사람만을 받아들였더라면 아리스텔라도 납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에 로이드, 거기에 이름 모를 젊은 기사까지 받아들이면서 그녀는 쾌감에 헐떡거렸다.
아리스텔라에게 섹스란 일차적으로는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만들기 위해 하는 행위였고,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쾌락을 나누는 행위였다. 여러 남자와 섹스하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인정할 수도 없었다.
“ 대체, 왜……. ”
눈물이 흘렀다. 이런 비참한 일을 겪기 위해서 성녀가 되었는가. 아리스텔라는 자신을 성녀라 가리킨 신탁이 원망스러웠다. 이 차가운 폐쇄된 신전도, 그녀를 지키겠다고 말해놓고 강제로 범한 기사도, 전부 다 싫어졌다.
‘ 죽어버릴까. ’
아리스텔라는 알몸이었다. 히페리온이 성녀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남자의 손으로만 입히고 벗길 수 있는 성의를 고안해냈다는 것을 아리스텔라는 몰랐다. 그러나 그 성의가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아리스텔라도 알 수 있었다.
그 성의가 지금은 없다.
◇ ◆ ◇ ◆ ◇
아리스텔라는 달빛이 비치는 발코니로 나아가 난간을 짚었다. 아래에 정원이 보인다. 골렘이 관리하여 살풍경한 정원은 청량한 달빛 아래서도 그저 차가워 보일 뿐이었다.
‘ 내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
아리스텔라가 성녀가 되어 신전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그녀의 어머니와 남동생은 편히 살 수 있게 되었다. 사제와 기사들은 오로지 그녀를 섬기기 위해 한평생 빠져나갈 수 없는 이 신전에 들어왔다.
아리스텔라가 죽는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로이드는 죽게 될까. 조슈아는, 히페리온은, 그녀를 원한다는 크리스는 어떻게 될까.
“ ……흐윽……. ”
아리스텔라는 난간에서 손을 떼고 물러났다. 어리석은 자신에게는 죽을 용기조차도 없었다. 이렇게 미련이 많으며 의지가 약하니 이성으로 억눌러 참지 못하고 욕망에 지고 마는 것이다. 아리스텔라는 자기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벽에 등을 지고 웅크려 앉았다. 엉덩이와 발바닥에 닿는 바닥이 차가웠다. 이대로 잠들면 얼어 죽을 지도 모른다. 어서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리스텔라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저벅. 저벅.
뒤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