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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41화 (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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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굴레

[41] 욕망의 굴레

이자크는 입을 다물고 아리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성녀가 이곳에는 어쩐 일이란 말인가.

“ 저기, 여기가 기사단 맞지요? 아니, 서쪽 구역이고 복도에 갑옷이 있으니까 맞겠지만, 저기……. ”

아리스텔라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아는 얼굴이라도 있으면 말을 건네기 쉬울 텐데, 케인이 보이지 않았다. 전날부터 케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원래는 케인을 모함해서 시종에서 물러나게 하겠다고 했는데, 설마 케인도 해코지를 당한 건 아니겠지? ’

덜컥 겁이 났지만 기사단에 홀로 찾아온 이상 용기를 내야 했다. 아리스텔라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아리스텔라라고 합니다. ”

이 신전에 여자라고는 성녀뿐이니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신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게다가 이자크는 아리스텔라를 구하러 산장까지 갔다가 마을에서 신전으로 함께 이동한 십 수 명의 기사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경황이 없었던 아리스텔라는 로이드의 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했기에, 이자크가 자신을 보필한 기사 중 하나라는 것을 몰랐다.

“ 예, 성녀님. 이곳에는 어쩐 일로……? ”

“ 저기, 저는……. 기사 분들께 협조를 구하려고 왔어요. ”

눈앞의 젊은 기사는 갑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나이는 아리스텔라와 비슷한 정도일까. 검은 더벅머리에 간편한 셔츠에 바지 차림인 그는 장갑도 끼지 않고, 패용하는 검도 없었다. 로이드나 케인은 언제나 갑주를 두르고 성검을 차고 다녔는데, 다른 기사들은 그렇지 않은 걸까. 아리스텔라는 조금 의아해했다.

로이드가 아리스텔라를 강간한 일로 사제들이 기사들에게 무장 해제를 요구하여, 로이드의 형이 집행되고 기사단의 처우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그들은 갑옷도 입지 못하고 검도 차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아리스텔라는 알지 못했다.

“ 협조 말입니까? ”

“ 그……, 지금 감금당한 로이드 경의 감형을 집행관에게 요청하려고 합니다. 그때 기사 분들이 제 의견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해서요. ”

아리스텔라의 말에 이자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 뭐지? 우리를 시험이라도 하는 건가? ’

이자크는 사제를 믿지 않았다. 사제와 기사의 사이가 나쁜 탓이기도 했지만, 로이드가 사제들이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 더욱 컸다. 자신의 영웅을 맹신했던 이자크는 로이드가 꺼려하는 사제들 또한 타도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로이드가 성녀의 곁을 지키고 싶어 하는데, 성녀가 사제들만을 가까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자크는 속이 상했다.

“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 저, 저는……. 로이드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요. ”

이자크는 귀를 의심했다.

분명 로이드는 성녀를 강제로 범했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자크가 아무리 어려도 강간이 중죄임을 모르지 않았다. 평기사라도 여자를 강간하면 기사단에서 쫓겨나고 멸시를 받았다. 평생 정절을 지켜야 하는 성기사라면 더욱 그러했다.

처형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것은 사제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다는 반발심과 자신들의 입지를 좁히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로이드가 성녀를 범한 일을 합리화하거나 겁간이 기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용병이 아닌 기사였으니까.

이자크는 로이드를 동경해 이곳에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성기사들은 성녀를 지키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성녀를 더럽힌 로이드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이자크는 다른 기사들이 로이드를 비난하는 말이 듣기 싫어도 화를 내지 않고 가만히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성녀가 직접 기사단까지 찾아와 로이드를 변호하겠다고 한다. 로이드에게 가장 화가 나있어야 할 성녀가, 로이드를 살리고 싶다고 말한다.

‘ 여자가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변호하려 한다고? ’

이자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기사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사제들의 시험이 아니라면, 성녀가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자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숨어서 지켜보는 것은 아닌 듯했다. 수행하는 시종도 없이 홀로 찾아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성녀는 사제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이 기사단까지 몰래 방문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웠다.

“ 성녀님. 많은 기사들이 똑똑히 봤습니다. 로이드 경이 성녀님을 더럽히려 했다고……, 아니, 더럽혔다고요. ”

“ 그, 그건……! ”

더럽혔다니, 이자크의 표현이 불편했으나 아리스텔라는 그것을 정정할 수가 없었다. 로이드가 그녀를 강간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간을 당했다 하여 여자가 더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로이드의 명예가 실추된 거겠지.

케인과의 대화로 기사들이 평범한 시골 여자인 자신과 쓰는 말도 표현도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아리스텔라는 굳이 이자크의 표현을 지적하지 않았다.

“ 그……! 물론 부,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로이드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성심껏 저를 섬기겠다고 했어요. ”

아리스텔라의 말에 이자크의 눈빛이 흉흉해졌다.

“ 섬기는 분을 범하는 일이,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라니요? ”

“ 아뇨, 물론 잘못이지만! 제 말은 재판도 없이 처형하는 것이 과하다고……. ”

“ 게다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니, 그런 일을 당하셨는데, 로이드 단장님을 만나러 가셨던 겁니까? ”

“ 로이드와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꺄아! ”

벌떡 일어난 이자크가 아리스텔라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았다. 이자크는 로이드보다 한 뼘이 작았으나 거구의 로이드에 비해 체격이 작은 것뿐이지 일반 남성으로서는 준수한 체격이었다. 아무리 무장을 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기사다운 단단하고 거친 손이 강한 힘으로 제 어깨를 감싸자 아리스텔라는 무서워서 작게 비명을 지르며 움츠러들었다.

“ 저희는 기사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일로 이리도 괴로워하고 있는데, 성녀님은 그것을 ‘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하시는군요. ”

“ 잘못이 아닌 게 아니라, 큰 잘못이 아, 아니라, 고……. ”

“ 신을 모시는 성녀의 몸으로, 남자에게 더럽혀진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시는군요. ”

이자크의 날카로운 말에 아리스텔라의 몸이 움찔 굳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분명 로이드도 아리스텔라를 범하기 전에 저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 앗, 으……. 저, 저는……. ”

“ 그럼 이렇게 하지요. ”

이자크는 아리스텔라의 몸을 휙 안아들어, 창고 문을 열고 그녀를 안에 던져 넣었다.

“ 아윽! ”

갑자기 남자의 힘으로 잡아당겨져 딱딱한 바닥에 넘어져 부딪힌 고통에 아리스텔라가 신음했다. 몸을 일으키려던 아리스텔라는 자신의 위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 여신의 현신께서 직접 잘못이 아니라 하셨으니, 제가 같은 일을 해도 똑같은 판결을 내리시겠죠? ”

이자크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앞섶이 벌어지면서 희고 부드러운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 꺄아아! ”

남자의 손으로만 벗길 수 있다는 성의. 그 성의가 감싸고 있던 새하얀 몸과 달콤한 살내음에 이자크는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 이렇게 해서 로이드 단장님을 유혹하셨군요. ”

“ 앗, 으……아니에요! ”

“ 뭐가 아닙니까? 성녀의 입장을 이용해서 단장님을 멋대로 휘두르고, 증거 인멸을 위해서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닙니까? ”

그것은 모욕이었다. 아리스텔라가 음욕에 타락했다며 힐난하던 꿈속의 사제보다도 더한 폭언이었다. 자신이 로이드를 유혹했다는 오해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하물며 그녀가 성욕을 풀기 위해 로이드를 이용하고는 제 잘못을 덮기 위해 그를 강간범으로 몰아 죽이려 한다니. 아리스텔라는 너무나도 기가 막혀서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뜬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아리스텔라가 대답이 없는 것을 정곡을 찔려 변명을 못하는 거라고 오해한 이자크는 눈동자를 굴려 그녀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과연 이성이 날아갈 만큼 희고 매끄러운 피부다. 풍만하지는 않지만 예쁘게 모양이 잡힌 가슴은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 신전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꼿꼿하게 선 붉은 젖꼭지와, 늘씬한 허리를 지나 골반으로 이어지는 곡선 아래 감춰진 은밀한 부위가 그의 허리를 뻐근하게 만들었다.

“ 단장님을 유혹해 죽일 거라면, 여기 있는 저도 한번 그렇게 만들어 보시죠. ”

“ 이러지 마세요……, 앗! ”

일어나려는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눕히고, 이자크의 손이 그녀의 허리띠를 풀었다. 졸지에 알몸이 되어버린 아리스텔라가 황급히 음부를 가리려 했지만 이자크의 손이 그것을 제지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그의 손은 억세고 단단했다.

“ 앗, 아……! ”

거칠거칠한 남자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쓰다듬었다. 낮에 조슈아에게 애무를 받았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단단한 손이 여린 피부 위로 어지럽게 움직였다.

“ 아앗! 아, 싫어……! 그만 해요! ”

“ 그만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다리를 떠시는군요. ”

이자크가 살짝 몸의 자세를 낮추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지금 얼마나 젖어 있는지 알아요? 방금 흘린 게 아닌 것 같은데. ”

“ 히익……! ”

도서관에서 조슈아와 히페리온과 함께 자료를 찾았다. 사제들이 남긴 기록에는 온갖 낯부끄러운 내용이 가득했다. 두 사람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 없어 가까스로 참았지만, 그녀의 몸은 그 후로 죽 흥분한 상태였다. 그것을 이자크에게 들켜 버렸다.

“ 아, 아응……. ”

“ 부정하지 않으시는군요. ”

“ 흐윽……! ”

이자크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다리를 벌리자, 음모에 가려져 있던 붉은 성기가 드러났다. 거친 손가락이 좁은 입구를 툭툭 건드리더니, 여린 속살에 손가락을 끼우고 위아래로 문질렀다.

“ 잠깐, 아앙! 시, 싫어! ”

“ 싫다면서 이렇게 달라붙어요? 안 되겠네. ”

아찔한 자극이 이어지자 누워있는데도 어딘가로 떨어질 것 같아서, 아리스텔라는 무심코 이자크의 어깨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것을 자신에 대한 유혹으로 오해한 이자크는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이 여자는 성녀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해서 성령석이 그녀에게 반응하도록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로이드는 그녀에게 속은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반드시 그녀의 속내를 밝혀내리라. 이자크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아리스텔라의 보드라운 가슴을 베어 물었다.

“ 하으으응! ”

아리스텔라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뜨거운 숨을 토했다. 겨우 가슴을 핥고 있을 뿐인데, 아랫배가 간질간질하면서 음부가 시큰시큰하게 저려왔다.

“ 아, 아, 아아……, 아응……! ”

이미 그녀의 음부는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버렸는데, 이자크는 그녀의 애액을 손끝으로 훔치고는 입구에 마디 하나만 넣고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 은근한 애무에 부끄러우면서도 애가 타서 견딜 수 없었다.

‘ 왜 이렇게 쉽게 성욕을 느끼는 거죠? ’

히페리온 앞에서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아리스텔라는 자신을 혐오했다. 모르는 남자가 제 몸을 만지고 있는데 안에서 열기가 끓어오르면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무섭고 싫은데, 그만뒀으면 하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좋아하는 남자와의 섹스도 아닌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 흥분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었다. 쾌감을 견딜 수도 없었다.

‘ 당신의 몸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

자연스러운 일.

그렇다면 이 젊은 기사에게 범해지면서 쾌감을 느끼는 일에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걸까.

“ 앗, 으응……, 더, 더……! ”

조금씩 깊이 안으로 파고드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쾌감을 느끼면서, 아리스텔라는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녀 안의 여신에게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모두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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