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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32화 (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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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에서 깨어나면

[32] 악몽에서 깨어나면

몸이 무거웠다. 온몸에 끈적거리는 것이 들러붙어 자신을 어딘가로 끌고 내려가는 듯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다리는 쥐가 난 것처럼 아팠다. 허리 뒤쪽과 음부가 쿡쿡 쑤셨다.

“ 으응, 응……. ”

아리스텔라는 옅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사제들이 그녀의 몸을 닦고 깨끗한 성의로 갈아입혔으나, 아리스텔라는 또다시 자신이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 아, 으읏……. ”

누워있는데도 현기증이 났다. 아리스텔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그녀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아리스텔라는 형틀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몇 명이나 되는 사제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이 아리스텔라를 바라보는 눈빛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여기는 어디일까. 형틀에 묶여 옴짝달싹도 못한 채로 아리스텔라는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나이가 지긋한 사제도 있고, 젊은 사제도 있었다. 하나같이 그녀가 모르는 얼굴뿐이었다. 높은 단상에 올라가 있던 사제가 그녀를 취조하듯 물었다.

“ 타락한 성녀 아리스텔라. 회개하십시오. ”

“ 네……? 뭐, 뭐를요? ”

무겁게 가라앉은 사제의 말에 아리스텔라는 의문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어리숙한 대답에 앉아있던 사제들이 또다시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 타락한 성녀여, 자신의 죄를 인정하십시오. ”

“ 죄 ,죄라니요……. ”

“ 성녀의 몸으로 사제를 타락하게 만들고, 기사와 잠자리를 가진 것이 맞습니까? ”

그 말에 아리스텔라의 몸이 굳어버렸다.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오싹하고 등에 소름이 돋으면서 손끝이 차가워졌다. 꿈속에서, 그녀는 타락한 성녀로서 다른 사제들에게 심문을 받는 상태였다. 조슈아와 크리스, 로이드와 관계한 일이 알려진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 마, 맞습니다……. ”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자신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제들. 흡사 벌레를 보듯 경멸하는 시선이 쏟아졌다.

아리스텔라는 두렵고 민망하고 수치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성녀의 몸으로 남자와, 그것도 그녀를 섬기는 사제와 성기사와 몸을 섞었다.

비록 조슈아와 관계할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흥분한 상태였고, 크리스와 관계할 때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로이드와 관계한 것은 그녀의 자의가 아니라 강제였으나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들, 그것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할 만큼 아리스텔라는 뻔뻔하지 않았다.

“ 성녀의 몸으로 어찌 사제와 성기사를……. ”

“ 여신을 모시는 몸으로 어찌 저리도 뻔뻔할까. ”

“ 음욕에 타락한 게지요. 성녀를 섬기는 종이라 하여 깔보고, 왕이 된 것처럼 군림하면서……. ”

“ 아, 아니에요! ”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듣고 있던 아리스텔라는 사제의 말을 부정했다. 비록 욕망을 참지 못하고 자신을 섬기는 사람과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아리스텔라는 사제나 기사들이 그녀를 따른다 하여 얕잡아보고 무시한 적이 없었다. 제 뜻대로 휘두르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 타락한 성녀여, 대답하십시오. 그대가 사제와 기사들을 유혹한 것이 맞습니까? ”

“ 유, 유혹이라고 하면……. ”

조슈아와 관계를 맺은 것은 확실히 그녀가 참지 못하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나 로이드는 경우가 달랐다. 아리스텔라는 머뭇거리며 상황을 변명했다.

“ 기, 기사들을 유혹하지는 않았어요……. ”

사제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조슈아의 이름을 거론했다가 혹 그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되어 아리스텔라는 최대한 조슈아의 이름을 숨기고 진실만을 말했다.

“ 기사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

“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그건 기사들이 아니라 한명……. ”

“ 질문에 대답하십시오. 맞습니까? ”

높은 단상에 올라가 있던 사제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재차 물었다. 아리스텔라는 당혹스러웠다. 사제가 묻는 질문은 그녀의 죄를 점점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분명 그녀가 관계한 것은 로이드 하나뿐이지만, 여럿이 아니라 하나라고 해서 그녀를 재판하는 사제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숨기려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젖은 한숨을 토했다.

“ 맞습니다……. ”

“ 기사단장 로이드에게 안기면서, 쾌감을 느끼셨습니까? ”

“ 흐윽……! ”

모욕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아리스텔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가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흘리는 눈물을 회개의 눈물로 해석한 사제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 사실만을 말씀하십시오. 신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떳떳하게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

당혹스러웠다.

차라리 행복했냐고,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냐고 물었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몸이 쾌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그만하라고 외치면서도 기분 좋은 곳을 계속해서 만져주기를 원한 것도 사실이었다.

감정을 떼어놓고 ‘ 쾌감을 느꼈는가. ’를 묻는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 ……네……. ”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신전의 사제들은 남자들 사이에서만 자라서 여자 기분을 모르는 건가?

감정과 육욕이 언제나 행보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신전에 온 뒤로 몸이 이상했다.

남자가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한데, 옷을 입고 벗고 목욕하는 것까지 전부 남자의 시중을 받았다. 그들이 만져줄 때마다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미사 중에 흥분해서 정신을 잃을 뻔했고, 자신을 치료하러 온 신관 조슈아와 관계를 맺었다.

한밤중에 뛰쳐나간 것은 기억에 없지만, 정신이 든 장소가 조슈아의 방이었으니 아마도 자신이 먼저 찾아간 거겠지. 그렇다고 해서 사제의 계율을 어기고 자신을 안은 조슈아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크리스나 로이드는 경우가 다르지만, 쾌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에게 안긴 기억은 없어도 그가 자신의 몸을 만져주던 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꿈을 꾸듯 달콤하게 속삭이며 그녀의 몸을 더듬던 남자의 손길을 기억한다.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몸을 만지는 행동을 불쾌하게 느껴야 할 터인데, 어째서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아리스텔라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

흥분한 것도 사실이고 쾌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신탁이 그녀를 성녀라 가리킨 것이 아닌가.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에 오기 전까지 그녀는 성욕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성녀가 되어 신전에 감금된 이후로 계속해서 몸이 달아오르면서 성욕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 원해서 한 게 아니에요. 내 몸이 이상하다고요! 남자가 만져주면 이상한 기분이 되는 걸 어쩌란 말이에요! ”

평소라면 수치심에 도저히 하지 못했을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와의 일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도, 그렇다고 로이드와의 관계를 마치 서로 즐겼던 것처럼 말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아리스텔라로서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손이 닿는 것만으로 야릇한 기분이 들면서 흥분해버린다. 충동이 일면 참을 수가 없다. 욕망이 이성을 눌러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정신이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싫은데도 쾌감을 느껴버린다.

그건 아리스텔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흐으……. ”

분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 후우. ”

높은 단상에 올라가 있던 사제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형틀에 묶여 있는 아리스텔라에게 다가온 그는 어깨를 떨면서 훌쩍거리는 그녀의 뺨을 감싸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 지금 그 말씀, 성녀님의 몸이 음욕으로 타락했다는 뜻입니까? ”

“ 흣……, 네? ”

“ 이성이 정념에 오염되지 않았는데 몸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육체가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여신을 모실 때는 처녀의 몸이셨을 텐데, 벌써 이리 되시다니……. 역시 정화가 필요하겠군요. ”

“ 정화, 요……? ”

사제가 아리스텔라의 뺨에서 어깨로 손을 내렸다. 갑자기 주위 풍경이 바뀌면서, 아리스텔라가 서있는 공간이 바뀌었다.

아리스텔라는 재판장의 형틀에 묶인 대신, 미사실의 제단 위에 누워 있었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등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제단의 감촉이 생생했다.

“ 성녀님께서는 지금 타락한 육체에 정신을 빼앗기고 계십니다. 정화해 드리겠습니다. ”

자리에 앉아 있던 사제들이 일어났다. 히페리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의 모습도. 전부 그녀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아리스텔라가 누워있는 곳은 대미사를 치렀던 미사실이었지만, 지금 그녀를 심문하는 것은 여신 위그멘타르의 신전에 있는, 그녀를 따르는 사제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같은 성의를 입고 있었다.

“ 정화의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

사제가 그 말과 함께 아리스텔라의 허리띠를 풀었다. 몸을 감싸던 성의가 흘러내리고, 신성한 제단 위에서 알몸이 되어버린 아리스텔라는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이제까지 타락한 성녀라며 아리스텔라를 비난한 사제가, 다른 사제들 앞에서 그녀의 옷을 벗긴 것이다.

왜?

“ 오오, 이럴 수가……. ”

“ 성녀님이……. ”

“ 성녀님이 음욕에 타락하시다니……. ”

“ 정화가 필요합니다. ”

“ 사제들의 정화가. ”

사제들이 저마다 진저리를 치며 알 수 없는 말을 주고받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얼어있는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누군가가 움켜쥐었다.

“ 하읏! ”

“ 오오, 이런. 소리조차 음란하게……, 벌써 타락이 꽤 진행된 듯합니다. ”

이곳저곳에서 뻗어 나온 손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쓰다듬었다. 가슴을 주무르고 젖꼭지를 희롱하고, 옆구리와 아랫배를 쓰다듬는가 하면 다리를 들어 올려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 앗, 아! 뭐 하는 거예요……! ”

“ 정화의 의식입니다, 성녀님. 염려 마십시오. 저희 사제들이 정화해 드리겠습니다. ”

몇 명인지도 모를 남자의 손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매만졌다.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쳤지만, 사제들의 손에 금방 제지되었다.

“ 흣……, 꺄악! ”

누군가 그녀의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겨드랑이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그만하라고 울면서 도리질을 쳐도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발목을 잡히고 다리가 벌어졌다. 기사들과는 다른 매끈한 사제의 손등이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었다.

“ 앗, 아앙! ”

“ 이럴 수가……! 벌써 젖기 시작했습니다. ”

“ 음액이 성수를 밀어내 제대로 정화가 되지 않은 게지요. 틀림없습니다. ”

음부를 쓰다듬던 손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 아리스텔라가 허리를 움찔거리며 신음할 때마다 사제들은 기도하듯 주문을 외우며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손끝으로 클리토리스를 살짝 잡아당기고, 막 부풀기 시작한 그곳을 혀로 핥았다.

“ 하아응! ”

“ 오오, 성녀님……. ”

“ 앗, 아! 거기, 싫어……, 핥지 마……. ”

“ 정화의 의식입니다, 성녀님. 참아내셔야 합니다. ”

축축한 혀가 음부에 닿더니, 쯥 소리를 내면서 흘러나온 애액을 빨아먹었다. 그리고는 번들거리는 입술과 혀로 그녀의 음순을 문질렀다.

애액으로 젖은 음모를 쓸어내자 붉은 빛의 꽃잎이 드러났다. 사제는 그 보드라운 살을 매만지다가 살짝 손끝으로 벌리더니, 다시금 애액을 흘려대는 음란한 구멍에 혀를 밀어 넣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32화부터 34화까지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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