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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7화 (1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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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비밀

[17]

고지식하고 매사 철저해서 융통성이 없는 히페리온과는 달리 조슈아는 너그러운 성품으로 다른 사제의 과실을 보아도 지적하지 않고 흘려 넘기는 쪽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제들과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는 것은 아니었다.

조슈아가 타인에게 관대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가 타인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기 때문이었다. 기대하는 것이 없으니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밤 산책 중에 성녀가 다칠 뻔 했다는 말을 듣고, 조슈아는 크리스에게 크게 화를 냈다.

크리스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대미사 때 대신관에게 가장 먼저 축복을 나눠받은 크리스가 성녀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여론이 나쁠 것이다.

조슈아는 크리스에게 애정이 없었다. 그러나 성녀는 시종인 그를 의지하고 있었다. 크리스가 다른 사제들에게 미움 받기를 바라지 않았던 조슈아는 크리스에게 벌로써 아픈 다리로 밤새 참회기도를 하도록 명했고, 크리스도 알겠다며 묵묵히 따랐다.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다친 몸으로 밤을 새우는 것은 정식 사제들도 힘들어하는 일이었다. 서품도 받지 못한 어린 수습사제가 감당하기엔 조금 가혹하리란 생각이 들어, 조슈아는 몰래 크리스의 상태를 살피러 심야에 움직였다.

그런데 기도실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을 확인한 조슈아는 눈을 의심했다. 크리스가 알몸이 되어 정사의 흔적을 가득 남긴 채 기절해있었다.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바닥에 떨어진 성녀의 성의를 보지 않고서도 추측할 수 있었다.

조슈아는 서둘러 크리스에게 옷을 입혀주고 그의 몸을 정화한 뒤, 성녀의 성의를 들고 나와 성녀를 찾았다.

“ 성녀님……? ”

성녀는 아무도 없는 불이 꺼진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다. 아니, < 그것 >은 성녀가 아니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피부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 눈을 빛내며 뛰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 아아! 다행이다……! 네가 옷을 가져와 준 거야? ”

위그멘타르는 반가운 듯 미소 지으며 조슈아를 끌어안았다.

“ 시간이 늦었습니다. 돌아가세요. ”

조슈아는 제 품으로 달려드는 여신을 밀어내고 그녀의 어깨에 성의를 걸쳤다. 그가 허리띠를 매주려 하자, 위그멘타르는 몸부림치며 그의 손을 떨쳐냈다.

“ 싫어! 이대로는 잠들 수가 없다고! ”

“ 성녀님. ”

“ 안아줘, 제발……. 응? 아직 부족하단 말이야. ”

애처로운 얼굴로 애원하고 있지만, 두 눈동자에는 음욕이 가득했다. 조슈아에게 안길 때의 그녀는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릴지언정 상대를 타락시키고자 하는 눈빛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눈앞의 여인은 성녀가 아니라 여신 위그멘타르, 그 자체일 것이다.

조슈아는 위그멘타르가 음욕의 여신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재앙의 여신이며 타락의 여신인 그녀가 사제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상대가 여신이라면, 여신을 모시는 사제들이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지. ’

인간의 몸을 한 성녀의 말에도 따를 수밖에 없는 힘이 있었다. 밤의 여신의 명령은 마치 족쇄처럼 그의 머리와 심장을 옥죄었다.

‘ 낮에는 성녀님의 방 안이라 안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이곳에서 그녀를 안는 것은 위험했다. 여신은 몰라도 이제 막 성녀가 되었을 뿐인 아리스텔라가 다른 사제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신전생활이 몹시 고달플 것이다.

“ 이쪽으로 오시죠. ”

조슈아는 위그멘타르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다행히 두 사람이 있던 복도에서 그의 방은 멀지 않았다.

“ 으, 책 냄새……. ”

방에 들어오자마자 여신이 얼굴을 찌푸렸다. 각종 의학, 실용서는 물론이고 잡서까지 가득한 조슈아의 방은 두 남녀가 내키는 대로 섹스하기에는 상당히 비좁았다.

신전이 쓸데없이 넓다고 불평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잡동사니가 널려있는 방도 별로였다.

“ 밖에서 하면 안 돼? ”

“ 안 됩니다. ”

조슈아는 위그멘타르를 책장 쪽으로 밀어붙이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곧바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 아응! ”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밀려들어온 손가락에도 위그멘타르는 달게 신음했다. 밤새 흥분을 참느라 음부는 질펀하게 젖어있었고, 크리스와 섹스할 때의 흥분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삽입해주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위그멘타르는 책장에 기댄 채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속살에 파묻힌 남자의 손이 움직이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 앙, 아응! 으으응……! ”

위그멘타르가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등을 기댄 책장이 끼익, 끼익 소리를 냈다. 좁은 방안이 달뜬 신음과 숨소리로 가득 찼다.

조슈아가 손가락을 조금 굽혀 질 내벽의 단단한 부분을 꾹 눌러주자, 위그멘타르는 높은 교성을 지르며 온몸을 경련했다.

“ 아아, 좋아! 빨리……, 빨리 넣어줘! ”

“ 돌아서서 책장을 짚고, 허리를 뒤로 빼세요. ”

“ 하응, 응……! 으응. ”

위그멘타르는 조슈아가 시키는 대로 뒤돌아서 책장을 짚은 뒤,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조슈아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성기를 감싸, 전체를 주무르면서 하체의 긴장을 풀었다.

“ 으응, 안 풀어도 돼……. 바로 박아도……. ”

“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 몸은 성녀님의 것이니까요. ”

처녀치고는 너무 성감이 발달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낮에 자신과 관계하기 이전부터 다른 남자와 관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녀의 몸이 아니면 성령석이 반응했을 리 없으니, 기간은 로이드가 그녀를 찾아 신전으로 데려와 대미사를 치르기까지 요 며칠 정도일까.

“ 사람의 몸은 물건이 아닙니다. 급하다고 해서 충분한 애무 없는 삽입을 반복하면 안쪽에 상처가 날 수 있어요. ”

“ 흐응, 어차피 나한테 바쳐진 제물인걸. 내가 어떻게 쓰든……. ”

“ 그렇습니까? ”

조슈아는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고 양쪽으로 벌려, 드러난 입구에 제 것을 밀어 넣었다.

“ 으으으응! ”

붉게 충혈 된 여자의 성기는 남자의 성기를 단번에 집어삼켰다. 안쪽이 실룩거리며 조여들면서, 흘러나온 애액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 아아, 더! 더 세게……, 거칠게 박아줘……. ”

위그멘타르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격렬한 행위를 졸랐지만, 조슈아는 살짝 자세를 낮추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뒤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 강렬한 자극만을 찾다가 감각이 둔해지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여신님 당신입니다. 쾌감을 얻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을 소중히 여기시길. ”

“ 응……, 아응……! 싫어, 이런 걸로는……. ”

“ 난폭한 행위만이 지극한 쾌락을 줄 거라는 것도 편견이지요. ”

조슈아는 한손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희롱하면서, 다른 한손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뱃속을 왕복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대로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려,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음모를 헤치고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 흐읏, 앗! ”

위그멘타르가 움찔 몸을 떨면서 소리치자 그녀의 질 안이 수축했다. 조슈아는 낮게 신음하며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원을 그리듯 천천히 굴리면서, 다른 손가락으로는 클리토리스의 뿌리 부분을 살살 긁었다.

“ 아흣! 앙! 그만! 아아아앙! ”

조슈아의 손가락이 예민한 곳을 스쳐갈 때마다, 여자의 속살이 쫄깃하게 조여들어 남자의 성기를 압박했다. 삽입과 애무를 동시에 베풀자 여신의 몸은 마치 물 위로 건져 올린 물고기마냥 펄떡거렸다.

“ 안 돼! 안, 너무! 그, 흐아앗! ”

“ 어떻, 습니까……. 난폭하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읏! ”

움찔거리는 클리토리스의 뿌리 부분과 시큰시큰하게 조여드는 질속 성감대를 동시에 자극하자, 위그멘타르는 온몸을 벌벌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분명히 어두운 방안에 있는데, 눈앞이 하얘지면서 찌르르한 전기충격 같은 것이 온몸을 뒤덮었다.

“ 아응, 안 돼! 안……, 아아아아아! ”

“ 큿, 아……, 아아! ”

사정 직전에 빼내려 했는데, 그녀의 속살이 그의 성기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은 탓에 조슈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 하아, 하응, 아……. 아으……. ”

동시에 절정에 달한 두 남녀는 연결된 자세 그대로 숨을 골랐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조슈아 쪽이었다. 그는 성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가슴 아래를 감싸 지지한 뒤, 그녀의 안에서 제 것을 빼냈다.

“ 으응, 응……. ”

“ 조금 참으세요. 뒤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

빼면서도 자극을 받은 건지 그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제 아무리 여신이라 하더라도 그 몸은 인간의 것이다. 하루 동안 몇 번이나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도 멀쩡히 서있기는 힘들 것이다.

책 때문에 비좁긴 하지만 침대에 눕혀놓고 뒤처리를 하는 게 좋을까 싶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자신 쪽을 바라보게 하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보랏빛 눈동자가 저를 안은 남자를 향했다.

“ 흐으……. 읏, 조슈아……? ”

“ ……성녀님? ”

품안에서 숨을 할딱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절정의 흥분감에 취한 상태긴 했지만 맑고 깨끗했다. 그것이 낮에 보았던 성녀의 눈빛이라는 것을 알아챈 조슈아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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