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 / 0219 ----------------------------------------------
밤의 비밀
[16]
“ 하으윽……! ”
한계까지 참은 탓인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다리 사이가 저리면서 음부에서 애액이 흘러나왔다. 다리 사이는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어버렸다.
‘ 이렇게 될 때까지 참다니, 멍청한 인간 같으니. ’
여신 위그멘타르는 욕설을 뱉으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복도에는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었다.
‘ 빨리……. 빨리 누군가, 안아줄 남자를……. ’
음욕의 여신은 섹스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자신이 있었으나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참는 것을 못했다.
다급하면 판단이 흐려져 본능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했던가. 여신이라 한들 오랫동안 인간의 몸에 갇혀있었으니 그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인간과 흡사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급한 마음에 무작정 걸음을 옮긴 곳은 어제 히페리온과 관계를 가졌던 기도실이었다.
밤늦은 시각이지만, 분명 기도실에는 밤샘기도를 올리는 사제가 있을 것이다.
◇ ◆ ◇ ◆ ◇
크리스는 조슈아에게 다친 다리를 치료받는 내내 꾸중을 들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기에 신성마법으로 완치가 가능했으나, 조슈아는 딱 응급처치만을 해주고 손을 거두었다.
성녀의 시종으로서 그녀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게 한 벌로 크리스는 기도실에서 밤새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신에게 기도를 올려야 했다.
기도실 한편에 마련된 긴 의자는 본래 사제가 기도하는 법을 어린 수습사제들이 앉아서 지켜보게 하기 위한 용도였기에 눕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나, 벌을 받는 중인 크리스로서는 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 성녀님은 괜찮으실까. ’
신전이 완전히 안전한 곳이라 믿어 방심하고, 지하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성녀를 안내했다가 그녀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크리스는 제 짧은 생각에 곤욕을 치렀을 아리스텔라가 안쓰러워서 가슴이 아팠다.
‘ 죄송합니다, 성녀님. ’
히페리온은 크리스에게 더 이상 그를 아리스텔라의 시종으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내일부터는 다른 사람이 그녀의 곁을 지킬 것이다. 정식 사제도 아닌 수습사제인 크리스는 시종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성녀에게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다리를 다친 것보다도, 더는 아리스텔라를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했다.
‘ 이게 다 내가 성급하게 행동했기 때문이야. 죄를 참회하고 성실하게 사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자. 그래서 정식 사제가 되면, 다시 성녀님을 모실 수 있을 거야. ’
결국 목적은 좋아하는 여자의 곁에 있기 위해서였으니 사제 본연의 마음가짐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크리스는 그 점을 자각하지 못했다. 의자에 누운 채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을 반성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려는데, 돌연 기도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 힉? 저 안 자요! 기도하려고 눈을 감고 있었던 거라고요! ”
그가 제대로 반성하는지 확인하러 온 다른 사제인 줄 알고, 크리스는 다급하게 변명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 어라……, 성녀님? ”
“ ……하읏……. ”
얼굴이 붉어진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난폭하게 숨을 내쉬던 여신 위그멘타르는 기도실에 남아있는 사제가 풋내기 수습 사제임을 확인하고 얼굴을 확 찌푸렸다.
순진하고 풋풋한 소년에게 색을 가르치는 일은 그녀의 취미 중 하나였으니 평소라면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충동을 참지 못할 때는 힘 좋은 남자에게 매달려 기절할 때까지 안겨야 하는데 동정, 그것도 이제 막 성인이 된 애송이를 상대로는 무리였다.
“ 아읏, 아아……. ”
“ 저기……, 성녀님? ”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참을성이 없는 여신의 인내심은 보통 여자보다도 한 수 아래였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위그멘타르는 다짜고짜 크리스에게 다가가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 힉……! 성녀님? ”
“ 아응, 아……. 옷 벗겨줘……. ”
“ 예? ”
“ 옷, 벗겨달라고……. 빨리……! ”
남자가 벗겨주지 않으면 벗을 수 없는 성의라니, 불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신전의 사제와 기사들이 전부 그녀에게 함락되면 그때부터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리라. 위그멘타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성녀의 태도와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크리스가 자기 위에 올라타서 헐떡거리는 그녀를 보고도 버벅거리기만 하자, 성질이 난 위그멘타르는 그의 하반신에 제 성기를 마구 비벼댔다.
“ 흐윽? ”
축축하게 젖은 얇은 천 너머로 뜨거운 여자의 성기가 비벼졌다. 아무리 성의로 감싸고 있다고는 해도 그 부드러운 살과 탄력 있는 엉덩이의 감촉은 감출 수 없었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야릇한 자극에 크리스는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삼켰다.
“ 허윽, 헉……. 성녀님……. ”
“ 앙, 빨리, 빨리 벗겨줘……! ”
그녀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성적인 자극에 혼란해진 크리스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허리띠를 풀어 성의를 벗겼다.
성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하얀 성의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지고, 분홍빛으로 변해버린 매끈한 나체가 드러났다.
“ 아……. ”
여성인 그녀가 남자보다 몸이 가녀리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여자의 몸이 이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줄은 몰랐다.
가느다란 목은 힘주어 쥐면 꺾일 것 같았고, 봉긋한 가슴은 잘 익은 과실처럼 탱탱해 보였다. 그녀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분홍빛의 피부가 마치 진주가루를 뿌린 것처럼 음란하게 빛이 났다.
“ 으응, 여기……, 만져줘……. ”
위그멘타르는 크리스의 손을 제 성기로 이끌었다. 뜨겁고 미끈한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버린 성기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크리스는 처음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의 감촉을 느끼고는 딱딱하게 굳었으나, 이내 그 부드러운 감촉에 취한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 앙, 아아앙……. ”
그것은 본능이었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크리스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부를 비비면서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아래에서 위로 훑어 올리면 그녀의 허리가 크게 휘었고, 빨갛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엄지의 배로 둥글리듯이 천천히 쓰다듬으면 감전된 것처럼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 행위의 이름은 몰라도, 사제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러나 크리스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위에 올라탄, 사랑하는 여인이 제가 손가락을 움직인 것만으로 신음하며 춤을 춘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더 보고 싶었다.
“ 아응……! ”
여신 위그멘타르는 제 엉덩이 아래에 있던 남자의 성기가 딱딱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성의를 밀어내며 그녀의 엉덩이 사이를 쿡쿡 쑤시는 단단함을 느끼고,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 너도, 벗어. ”
이번에는 머뭇거리지 않고 크리스가 성의를 벗었다. 허리띠를 풀고 옷자락을 넓히자, 소년다운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의 성기가 드러났다.
제법 남자구실은 하는 크기였으나, 역시 아직 풋내기인 탓인지 음욕의 여신인 자신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상대가 없으니.
그래도 장래성이 있어 보이니 키워두면 이다음에는 틀림없이 그 노력과 정성에 보답하리라. 위그멘타르는 크리스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감싸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 흐읏……, 아아아……! ”
크리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허벅지를 움찔거리면서 배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강렬한 자극을 받고 몸을 떨면서도, 크리스는 자신의 성기를 쓰다듬는 여자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뗄 수 없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붉은 성기를 쥐고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눈앞이 흐려지면서 귓가에 뭔가 파도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 읏, 성녀님……! 으흑……. ”
“ 미안, 한 번 빼게 해주고 싶은데……, 나도 못 참겠어. ”
남자의 성기가 삽입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자, 위그멘타르는 손을 놓고 살짝 몸을 일으켜, 제 성기를 남자의 성기에 문질렀다.
“ 으흑! ”
부드럽고 뜨거운 여자의 성기가 귀두를 감싸더니, 이내 기둥까지 삼키듯이 밀려 내려왔다. 뿌리 끝까지 제 속살이 감싸도록 완전히 내려앉은 위그멘타르는 제 안을 가득 채운 남성기의 크기에 흠칫 놀랐다.
분명 넣기 전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그녀의 안에 들어와 속살에 감싸이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커졌다.
“ 하읏, 앙……커, 커졌어……. ”
“ 읏, 성녀님……! ”
제 안을 채운 남자의 존재감에 흥분하면서, 위그멘타르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긴장으로 단단해진 크리스의 허벅지 위에서 여신의 탄력 있는 허벅지가 안쪽으로 오므렸다 밖으로 벌어졌다 할 때마다, 질 내벽이 수축하면서 그의 것을 꽉 죄었다 풀었다.
“ 하……윽……크흑! ”
동정인 크리스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한 탓일까, 크리스는 긴장한 채로 허벅지를 덜덜 떨뿐 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왕복운동에는 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여신은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꼭 쥐고 있는 크리스의 손을 제 앞으로 이끌었다.
“ 네 건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그러니까, 나도 기분 좋게 해줘. ”
달콤한 목소리로 보채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위그멘타르는 쾌감에 헐떡거리면서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제 안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성기를 조였다.
“ 아! 아아, 기분 좋아아! ”
“ 흐읏, 성녀, 님……! ”
완전히 부풀어 올라 아플 정도로 예민해진 클리토리스를 크리스가 엄지와 검지로 집고 비틀자, 위그멘타르는 허리를 꺾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그녀의 속살이 마구 조여들면서 그의 것을 압박해 크리스도 신음했다. 맞물린 성기에서 뜨거운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 아으윽……! ”
강렬한 자극에 정신없이 내몰려 삽입한 채로 사정해버린 크리스는 기도실에서 반성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잊어버리고 그만 기절해버렸다. 그의 몸 위에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던 위그멘타르는 잠들어버린 소년의 얼굴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 역시 동정은 어쩔 수 없네……. 몇 번 하다보면 익숙해질까. ”
위그멘타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안에 박혀 있던 남자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크리스의 성기를 혀로 핥아 청소해준 뒤, 바닥에 떨어진 성의를 주워들어 대충 몸 위에 덮어주었다.
삽입했을 때의 크기는 확실히 만족스러웠지만, 사정이 너무 빨랐다. 이대로 돌아가 잠들기 아쉬웠던 여신은 기도실의 문을 연 채로 밖으로 나왔다. 성의 따위는 거추장스럽다. 그녀는 알몸으로 복도를 돌아다니며 깨어있는 사람을 찾았다.
방을 알고 있다면 차라리 그곳을 습격할 텐데, 신전의 사제와 기사들이 물갈이가 되면 배정받는 방도 바뀌는지라 어느 방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여신의 신전은 쓸데없이 넓기만 했다. 남자와 자는데 이 정도로 넓은 공간은 필요 없었다.
“ 성녀님……? ”
다리 사이에서 채 닦아내지 않은 정액을 흘려가며, 굶주린 짐승처럼 남자를 찾아다니는 여신의 모습을 발견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 작품 후기 ============================
16화부터 20화까지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