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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5화 (1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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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비밀

[15]

촉수에게 민감한 곳을 자극당해 정신없이 신음하던 아리스텔라는 누군가 밖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인데, 몽롱하게 흐려져 가는 의식으로는 자신을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판별할 수가 없었다.

촉수 다발이 그녀의 다리를 감아 넓게 벌리고, 굵은 촉수가 입구를 벌리며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아리스텔라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 꺄아아! 싫어! 도와주세요! ”

“ 그쪽인가! ”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시야를 가득 채우며 꾸물거리던 촉수 다발 사이로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퍽.

─퍼펑.

신성한 빛을 받은 촉수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나갔다. 동시에 피인지 체액인지 모를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것이 그녀의 몸 위에 끼얹어졌다.

“ 아읏! ”

허리와 다리에 감겨있던 촉수가 풀리고, 아리스텔라는 바닥에 떨어졌다.

“ 하읏, 하아……. ”

지하에 사는 생물로서는 빛의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촉수는 남은 제 몸을 후루룩 말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 성녀님, 무사하십니까? ”

“ 흣, 응……. 히페리온, 대신관님……? ”

아리스텔라가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을 확인한 히페리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촉수 괴물에게 유린당해 성의는 거의 벗겨진 채였지만 아리스텔라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히페리온은 먼저 그녀의 몸에 떨어진 괴물의 체액을 정화하기로 했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성녀님. ”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의 어깨를 안아 일으키고, 그녀의 심장 부위에 살며시 손을 갖다 대었다. 아리스텔라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의 손바닥에서 하얀 빛이 나면서 그녀의 몸에 남아있던 괴물의 체액을 없애는 것을 보고, 정화의 술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얌전히 있었다.

“ 후우……. ”

붉게 달아오른 피부가 진정되고, 유백색의 탁한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던 성의 또한 어느새 구김 하나 없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 성녀님. 불편하신 곳이 있습니까? 정화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

“ 이, 이제 괜찮아요……. ”

다리 사이에서 불쾌하게 끈적거리던 감각도 사라진 것을 느끼고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붉혔다. 그곳에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정화가 이루어졌다니, 히페리온이 제 몸의 상태를 알고 있었던 듯해서 부끄러웠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 그……, 저를 덮친 그건, 대체 뭐였나요? ”

“ ……. ”

히페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조금 분노한 듯한 얼굴로 촉수 괴물이 사라진 어둠 속을 노려볼 뿐이었다.

사제들이 사용한다는 신성 마법. 자신을 범하려던 촉수 괴물을 물리친 것도 히페리온의 신성력이 내뿜은 흰 빛이었다.

사제의 공격을 받고 타격을 입었다면, 그 촉수는 부정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물론 생김새도 흉측하고 아리스텔라에게 망측한 짓을 하려 했던 것만 보아도 부정한 존재라는 것은 당연했지만, 아리스텔라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신을 모시는 신성한 신전의 지하에, 어째서 그런 부정한 괴물이 살고 있는 걸까?

“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방으로 모셔다 드리지요. ”

“ 괜찮아요. 혼자서 일어날 수 있……아! ”

촉수에 희롱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웠던 아리스텔라는 히페리온의 손을 밀어내고 스스로 일어나려 했지만, 그만 균형을 잃고 그의 품으로 고꾸라졌다.

촉수가 사라져도 그것이 제 성기에 몸을 비비던 때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했다. 분명 정화했을 터인데, 다리 사이에서 또다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왔다.

‘ 아읏, 어떡해……. ’

아리스텔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의 옷자락을 붙든 채 머뭇거리자, 히페리온은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어 손을 떼게 하더니, 다리 밑으로 손을 넣어 안아 들었다.

“ 저기, 대신관님? ”

“ 크리스는 다리를 다친 상태라 성녀님을 보필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딱딱하게 말하고는, 곧바로 몸을 옮겨 계단 위로 올라갔다.

‘ 크리스가 다리를 다쳤구나. ’

계단에서 구른 탓일까. 촉수에게 얻어맞은 것일까. 많이 다쳤으면 어쩌지. 아리스텔라는 크리스에게 미안해서 울상을 지었다.

괜히 밤 산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크리스를 다치게 하고 대신관에게도 폐를 끼쳤다. 크리스의 상태를 보고 싶었으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억지를 부렸다간 그가 곤란해 할까봐, 아리스텔라는 작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히페리온은 아리스텔라를 방으로 데려와 침대에 눕혔다. 아침에 아론이 그녀의 시중을 들었을 때도 민망했지만, 무려 대신관인 히페리온에게 시종이 할 법한 일을 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아리스텔라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려던 히페리온의 손을 붙잡았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 이렇게까지 하실 거 없어요. 제가 할게요. ”

“ 아뇨. 성녀님께서는 쉬셔야 합니다. ”

“ 그러니까 이불 정도는 제가……. ”

“ 쉬십시오. ”

아리스텔라가 뭐라고 말하든 히페리온은 단호하게 그녀에게 휴식을 권유했다. 그저 아리스텔라의 몸 상태가 나쁜 것을 걱정해서는 아닌 것 같았다. 히페리온은 빨리 아리스텔라가 잠들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 내가 깨어 있다가 또 뭔가 실수할까봐 그러나? ’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으나, 제가 이제까지 저지른 일을 상기하고 아리스텔라는 입을 다물었다. 히페리온이 그녀를 사고뭉치로 여긴다 한들 항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 내일부터는 새로운 시종을 보내겠습니다. ”

“ 새로운 시종이요? 크리스는……. ”

다리를 다쳤다고 했지. 크게 다친 걸까. 그 긴 계단에서 구른 데다가 촉수에게 위협까지 당했으니 상처도 상처지만 많이 놀랐을 것이다.

“ 히페리온 대신관님, 저기, 크리스에게……. ”

크리스의 상태를 보러 가고 싶었으나 그것이 무리한 부탁임을 아리스텔라는 알고 있었다.

“ 크리스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

“ 시종이 성녀님을 보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성녀님께서 크리스에게 사과하실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밤 산책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아리스텔라였다. 크리스는 그런 그녀를 위해 잘 모르는 곳까지 열심히 지도를 찾아가며 신전 안을 안내했다. 지하실로 이어지는 낡은 문을 발견한 것도 그녀였다. 촉수에게 붙들린 것도 그녀였다.

크리스는 다친 몸으로 자신을 구하려다가 괴물의 위협을 받았다. 그런데 사과할 일이 아니라니.

“ 그래도 저는, 크리스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

아리스텔라의 말에 히페리온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의 표정을 보고 아리스텔라는 제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히페리온은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그런 그가 크리스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무언가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녀는 여신의 현신이며 사제와 기사를 종으로 부리는 위치니까. 시종에게 사과하는 것이 여신의 존엄성을 해칠 수도 있다거나,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 아니에요. 제가 억지를 부린 거죠? 죄송해요. ”

“ ……억지가 아닙니다. ”

히페리온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누워 있는 아리스텔라와 시선을 맞추었다. 단정한 생김새지만 늘 딱딱한 표정이라 다가가기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본 히페리온의 얼굴은 어쩐지 서글퍼 보였다.

“ 성녀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

괴롭다고 말할 것까지는 아니었으나 어쩐지 변명을 하는 것도 어려운 분위기라서, 아리스텔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히페리온은 창문이 제대로 닫혀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짧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적막한 방 안에 아리스텔라는 홀로 누워 있었다.

‘ 성녀가 된 이후로 계속 사고가 끊이질 않아……. 민폐를 끼친다며 다들 날 싫어하면 어쩌지? ’

아침부터 아론 앞에서 느끼는 모습을 보이고, 대미사 중에는 혼자 흥분하는 바람에 히페리온이 그녀를 위해 미사 순서까지 바꿔버렸다. 그녀를 치료하러 온 조슈아와 성관계를 가지고, 밤 산책을 하려다가 크리스까지 다치게 했다. 게다가 촉수에게 범해지는 모습을 히페리온에게 보여 버렸다.

‘ 부끄러워서 미치겠어……. 정말 어떻게 하지? ’

매음굴의 창녀도 몸은 팔지언정 이 정도로 광역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 텐데,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아리스텔라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울었다.

신전의 아침은 빠르다. 사제들은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새벽 기도를 올린다. 성녀인 그녀에게는 기도에 참석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사제들이 다들 일어나 활동하는 시각까지 혼자 쿨쿨 잘 수는 없었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아리스텔라는 잠이 오지 않았다.

낮에 자서 그런가보다 하기에는, 아까부터 계속 아래가 쿡쿡 쑤셨다. 다리 사이가 화끈거리며 자꾸 움찔움찔 떨렸다. 촉수에게 당한 자극 때문인가.

‘ 낮에도 이랬다가 조슈아와 관계를 가져버렸는데, 또 실수할 수는 없어. ’

시골에서 나고 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어도, 사제가 색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아리스텔라도 알고 있었다. 촉수에게 당한 것은 불가항력이라 하더라도 혼자 있는 지금은 참아야 했다.

“ 으응, 읏……. 응……! ”

다리를 비비 꼬면서 어떻게든 참고 잠들려 했지만, 참을수록 아래가 욱신거리면서 조여들어 잠들 수가 없었다. 숨이 뜨거워지고 몸에서 땀이 났다.

“ 아앗……, 흐……. ”

참으려고 해도 자꾸 신음이 샌다. 음욕의 여신을 품은 몸이 섹스의 쾌락과 기쁨까지 알아버렸으니, 사제교육도 받지 못한 일반인인 아리스텔라로서는 욕구를 참는 것이 힘겨웠다.

“ 안 돼, 조금만……. ”

아리스텔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참을 수 없는데도 억지로 참으려 하니 정신력에 한계가 왔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괴롭게 신음하던 아리스텔라는 몸 안에서 들끓는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의식을 잃었다.

밤의 여신이 깨어났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코멘트 모두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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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사제들은 전원 동정입니다.

기사들은 출신에 따라 다른데 차차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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