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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의 밤
[8]
자신의 몸과 욕망을 제어할 수 없다는 말은 믿음이 부족한 자들의 변명이라고 히페리온은 믿어왔다.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떠밀린 것도 아니고, 이성으로 욕망을 제어할 수 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유혹에 져서 여성과 동침한 사제의 이야기나 창녀에게 홀려 부인 이외의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다며 고해하는 신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히페리온은 속으로 그들을 혐오했다.
“ 하응, 기분 좋아……. 더, 더……! ”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제인 그에게 색이란 부정한 것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눈앞의 여인의 몸에 자신이 욕정하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히페리온이 갑자기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의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어대던 여신은 그 바람에 뒤로 넘어갔다. 재빨리 바닥에 손을 짚는 바람에 머리를 찧는 일은 면했지만, 어느새 그녀와 그의 위치는 반전된 상태였다.
“ 욕망을 잠재우면, 되는 거라고 하셨지요? ”
“ 으응……? 꺄읏! ”
히페리온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허리띠를 풀지 않은 상태라 옷자락이 끈에 걸려 볼썽사납게 구겨졌다. 그런데도 히페리온은 손을 멈추지 않고 그녀의 다리 사이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성의가 축축하게 젖은 것으로 이미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만져보는 그녀의 음부는 애액으로 질척해져 그가 쓰다듬을 때마다 부들부들 떨렸다.
“ 하으응, 하으……. ”
“ 당신을 이 신전 안에 가두는 것이 신관인 저의 역할. 세상에 재앙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저는 무슨 일이든 할 겁니다……. ”
단호하게 말하려 했지만, 역시 말끝이 조금 떨리고 말았다.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고, 히페리온은 여신의 몸을 바닥에 완전히 눕혔다.
“ 앗, 잠깐……. ”
“ 또 무슨 말로 절 현혹하실 셈입니까? 얌전히 계십시오. ”
“ 저기, 나, 이 몸은 처음이니까……, 아아아! ”
붉은 빛이 도는 그녀의 성기에 남자의 손가락이 밀려들어왔다. 색을 탐하는 음욕의 여신이라도 그녀를 봉인하고 있는 것은 남자를 모르는 처녀의 몸. 뜨겁게 젖은 좁은 성기를 남자의 손가락이 난폭하게 비비며 문을 넓히자 여신은 고통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리며 비명을 질렀다.
“ 아아앙! 아읏, 아파……. 아파아아아……! ”
“ 당신이 원한 것이 아닙니까? 이제 와서 그만두라고 할 셈입니까? ”
“ 시, 싫어……. 그만두면, 싫어……. ”
육신의 고통은 음욕의 여신인 그녀의 욕망 앞에선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여신은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가로젓고는 다리를 넓게 벌리며 남자를 보챘다.
“ 빨리, 넣어줘……. 빨리……. ”
그녀의 좁은 성기는 손가락 두개도 받아들이기 버거운 상태였지만, 파과의 고통은 그 뒤에 밀려올 쾌락의 파도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히페리온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좁은 문에서 왈칵 애액이 흘러나왔다. 윤활은 충분했다.
히페리온은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어깨에 걸치고, 좁은 입구에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 앗! 아파! ”
“ 크윽……! ”
신관치고는 체격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기사가 아니니까, 라며 방심했다. 옷 너머로 느꼈던 것보다도 그의 성기는 훨씬 크고 굵었다.
“ 아아아앙! 아앙! 너, 너무 커어……! ”
비좁은 틈새를 억지로 벌리며 들어오는 단단한 살덩이를 받아들이며 여신은 비명을 질렀다.
“ ……후우……. ”
첫 삽입은 힘들었지만, 그녀의 성기가 귀두 부분을 삼키자 나머지는 어떻게든 힘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히페리온은 깊게 한숨을 쉰 다음, 여신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자신의 것을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 크윽, 좁아……. ”
“ 앙, 아응……! 너무 깊어……흑……! ”
훌쩍훌쩍 울면서도, 여신은 제 안에 들어온 남자의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랫배에 힘을 주어 음부를 꽉 조였다. 부드럽고 뜨거운 속살이 꿈틀거리며 남자의 성기를 감싸자, 히페리온은 거친 숨을 토하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녀인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음욕의 여신인 그녀는 원하던 것을 갖게 되자 탐욕스럽게 남자의 성기를 빨아들였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흐르고,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었다.
“ 아! 아아아앙! 하읏, 좋아……좋아! ”
히페리온이 그녀의 안에 자신의 것을 깊이 찔러 넣을 때마다 여신의 허리가 휘면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 아으, 좋아……더, 더 깊게……아으응! ”
“ 크윽, 이런 음탕한……. ”
히페리온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그녀를 비난해도, 정신없이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요분질을 치는 위그멘타르에게는 그 소리가 닿지 않는 듯했다.
어차피 음욕의 여신.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관심이 없을 그녀에게 섹스할 때의 배려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그녀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
히페리온이 그녀에게 삽입한 채로 몸을 조금 일으키자, 그녀의 허리가 공중에 떴다.
“ 아읏! 뭐, 하는……. ”
“ 뭘 하든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남자가 찔러주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
“ 무슨……아! 아아아! ”
여신이 그에게 질문하려 했지만, 히페리온이 세게 허리를 튕기는 바람에 그녀의 말이 끊겼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깊이 박혀오는 남자의 성기가 그녀의 여린 속살을 마구 비비면서 안쪽을 휘저었다.
“ 흐윽, 아아! 그만, 그만……! 너무……! ”
집요하게 안쪽을 찔러대는 동작에 자극을 버티지 못하고 여신이 바들바들 떨며 애원했지만, 히페리온은 그럴수록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깊게 삽입했다.
“ 앙! 아으응……. 흐아아아아! ”
“ 크윽, 그만……윽! ”
사정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빼내려 했으나, 탐욕스럽게 남자의 성기를 빨아대는 그녀의 속살은 그의 것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사정을 촉구하듯 더욱 요란하게 꿈틀거리며 조여든 탓에, 히페리온은 버티지 못하고 그녀의 안에 사정하고 말았다.
남자가 제 안에 정액을 토해내자, 여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린 채로 부르르 떨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
◇ ◆ ◇ ◆ ◇
“ 하아……, 하아……. ”
원하는 것을 얻은 여신은 만족하고 돌아간 듯했다. 피부는 여전히 붉었고 전신이 땀으로 가득했으나 잠든 성녀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어쩐지 가슴 안이 쿡쿡 찔리는 것을 느끼며 히페리온은 살며시 그녀의 안에서 자신의 성기를 빼냈다.
“ 으응……. ”
방금 정사를 몸의 주인도 눈치채고 있었을까. 아리스텔라의 조금 지친 듯한 안색과 가늘게 떨리는 젖은 숨결에 안쓰러운 생각이 든 히페리온은 깨끗한 천으로 그녀의 얼굴과 몸을 닦아주었다.
“ 이런……. ”
아리스텔라의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피 섞인 정액을 보니 갑자기 확 현실감이 들었다.
성녀와 신전의 대신관이 성관계를 갖다니, 통탄할 일이다.
사실 그 이전의 성녀와 신관들이 매번 반복해온 일이었으나 이제 막 신전에 대신관으로 부임해온 히페리온은 몰랐다. 들은 적도 없었다. 그저 여신의 말과 태도로 짐작한 것뿐이다.
‘ 성녀님은,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아. ’
흘러나온 정액을 닦아내고 약을 발라준 뒤, 히페리온은 성녀를 안고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 주었다.
◇ ◆ ◇ ◆ ◇
성녀를 방까지 옮기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히페리온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억지로 고개를 가로저어 생각을 떨치려 했으나 처음 경험한 성행위의 강렬함은 쉬이 떨쳐낼 수가 없었다.
‘ 방법을 잘못 택했어. 그저 안전하게만 보호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
성녀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0년에 한 번 발견되는 여신을 담기에 최적화된 ‘ 그릇 ’을 찾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재앙의 여신을 봉하기 위한 산 제물이라고는 하나, 성녀가 자살이라도 한다면 인간의 몸에 갇혀 있던 여신은 완전히 해방되어 신의 힘을 되찾는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재앙의 여신을 통제할 수단을 잃는다.
따라서 신전에 있는 모든 사제와 기사들은 ‘ 성녀가 장수하도록 보필하는 것 ’이 첫 번째 임무였다.
방에는 날붙이를 모두 치워두었고 목을 맬 튼튼한 끈은 물론 끈을 매달 고리도 만들지 않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신성한 사제복인 성의는 바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온몸을 감싼 그 성의는 어떠한 날붙이의 공격도 막아내며, 밧줄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순간 성의의 신성력이 목을 조르던 밧줄을 끊을 것이다. 따라서 옷을 입고 있는 한 성녀는 안전했고, 성녀가 성의를 벗고 자살하는 일을 막기 위해 히페리온은 ‘ 남자의 손으로 벗기지 않으면 벗을 수 없는 성의 ’를 고안해낸 것이다.
그러나 대신관 히페리온은 전대 대신관으로부터 여신의 현신인 성녀와 사제들이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져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제는 당연히 색을 멀리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히페리온은 그럴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만약 그것을 알았더라면, 다른 방법을 택했을 것을.
성녀는 스스로 의복을 벗을 수 없으니 시중을 드는 시종이 그녀의 탈의와 착의를 도와야 한다. 그 매혹적인 색향에 홀리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예전이라면 자신의 주변에 색 따위에 홀릴 만큼 심지가 약한 자는 없다며 호언장담했을 터이지만, 바로 그 히페리온이 심약한 패배자의 산 증인이 되었다. 자신이 넘어간 이상 다른 사제들이 여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 그나마 성녀 자신은 남자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 다행이군. ’
여전히 불안은 있었다. 바로 그 ‘ 음욕의 여신 ’을 담은 몸이다. 지금은 그녀가 남자를 어려워하며 남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과연 자신의 몸에 갇힌 여신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인가. 혹은 여신에게 홀린 남자가 평상시에 접근하려 든다면 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성의는 그녀를 살해와 상해로부터는 지켜주지만, 간음으로부터는 지켜줄 수 없었다. 연약한 여자인 그녀의 힘으로는 성기사뿐 아니라 신전 사제조차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강압적으로 그녀와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마음이 복잡해진 히페리온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당분간 매일 연재합니다.
질문은 코멘트로 남겨주시면 차회 후기에서 답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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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모드(통상)일 때와 여신모드(빙의)일 때의 성격이 다릅니다.
성녀일 때는 여신이었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신일 때는 성녀일 때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