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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의 밤
[7] 파과의 밤
성녀는 탄생의 순간 그 몸에 여신을 봉인하는 그릇이 되나, 새로운 성녀의 탄생을 공표하고 신전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미사를 올려야 했다.
성녀가 사제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귀족조차 아닌 평민 처녀라는 것을 안 대신관 히페리온은 서둘러 대미사를 앞당겼고, 다행히 기사단장 로이드는 대미사 날짜에 늦지 않게 성녀를 신전으로 데려왔다.
성녀가 여신의 현신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성녀라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사실은 재앙의 여신을 봉인하는 그릇이라는 것은 사제들만이 알고 있었다.
적어도 대미사를 마치기 전까지는 성녀에게 그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되었기에, 히페리온은 사제들에게 내일 미사에 늦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일찍 돌려보냈다.
히페리온은 홀로 기도실에 남아 이번 대의 성녀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시골에서 자랐다기에 상당히 억척스러운 타입이 아닐까 생각했건만, 히페리온의 예상과는 달리 성녀 아리스텔라는 순진하고 가련한 여인이었다. 낯선 남자들 사이에서 불안에 떠는 그녀가 조금 가여웠으나 폐쇄된 신전의 제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진실을 알더라도 무리해 도망치거나 신관들을 벌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히페리온는 성녀의 순수함이 부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를 빌었다.
“ 이전 대의 성녀님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의 성녀님도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
“ 어머, 그건 너 하기에 달린 거야. ”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흠칫 놀란 히페리온이 고개를 돌리자, 성녀가 기도실의 문가에 서 있었다.
아니, ‘ 성녀 ’라고 해야 할까.
소심하고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던 낮의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면서도 요염한 자태의 그녀를 보고 히페리온은 어렵지 않게 ‘ 그녀 ’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 여신 위그멘타르시여.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
“ 새로운 성녀를 뽑으면 신전의 사제와 기사들도 물갈이가 되잖아? 인사를 하러 왔어. ”
성큼.
기도실 안으로 들어온 여신 위그멘타르는 히페리온을 향해 다가왔다. 벗겨질 일이 없는 성의가 그녀의 신성력이 일으키는 바람에 펄럭이며 가늘고 부드러운 몸의 곡선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 옷이 너무 답답해서, 부탁도 할 겸. ”
위그멘타르가 요염하게 웃으며 히페리온의 품에 안기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며 한걸음 물러섰다.
“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힘을 봉인하기 위한 성의니 당연하지요. 익숙해지십시오. ”
“ 신관 주제에 신에게 명령을 하다니. ”
“ 전대 신관님은 어떻게 당신을 대하셨는지 모릅니다만, 제가 관리하는 기간 동안은 뜻대로 이곳을 휘젓고 다닐 수 없을 겁니다. ”
천벌을 내리고 지상에 재앙을 퍼뜨리는 여신이라고는 하나 인간의 몸에 갇힌 이상 그녀는 평범한 인간 여자 이상의 힘을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신전의 주인인 여신일진대, 여신의 현신인 성녀 앞에서도 당당한 히페리온의 태도에 그녀는 흥미가 동했다.
“ 재앙의 화신, 탐욕의 여신, 질투의 여신……나를 부르는 이름은 많지만, 한가지. 이 신전 밖으로는 새어나가지 않는 별명이 있지. ”
「음욕의 여신」.
이런 뻣뻣한 남자를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요깃거리다. 여신은 입가를 핥으며 눈웃음을 흘렸다.
“ 내 욕망을 잠재우지 않으면, 나를 봉인한 이 몸의 주인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거야. ”
“ 인간의 몸에 봉인된 이상, 당신은 세계에 재앙을 퍼뜨릴 수 없으니까요. 그것으로 충분하지요. ‘ 성녀 ’의 의식이 죽어버린다 해도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
“ 후후후. 신관 주제에 잔인한 말을 하네. 내일 대미사 시간에 내가 단상에 올라가 사제들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범해달라고 외쳐도 과연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
무표정하던 히페리온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여신은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웃었다.
고지식하고 딱딱한 남자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 단정한 눈가가 음욕의 열기로 물드는 것을 보고 싶었다.
여신은 요염하게 웃으며 히페리온을 끌어안았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 후후. 그래……. 그렇게 얌전히 있어. 내가 가르쳐 줄 테니……, 앗! ”
여신이 히페리온의 성의을 벗기려 허리띠에 손을 댄 순간, 뭔가 파직 하며 전기충격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손끝이 아려 다급하게 손을 떼자, 히페리온이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 사제복은 성의니까요. 여자의 손으로는 이 옷을 벗길 수 없습니다. ”
“ 머리 썼네……. 이전 대 성녀 시절엔 이런 게 없었는데. ”
어쩌면 그녀에게 농락당한 전대 신관이 신관 직을 물려주며 당부한 것일지도 모른다.
‘ 사제들 나름대로의 발버둥인가. ’
하지만 겨우 탈의를 막은 것 정도로는 음욕의 여신인 그녀를 물러나게 할 수 없었다. 위그멘타르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옷 위로 히페리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 그럼 스스로 벗게 하는 수밖에 없겠네. ”
신전의 사제이기에 기사들만큼 단단한 근육은 아니지만, 얇은 성의 너머로 느껴지는 마른 근육은 탄력이 있었다. 분명 이 옷자락에 가려진 피부 또한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하겠지. 여신은 입맛을 다시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옷은 벗길 수 없다고 해도 사제복은 얇고 통풍이 잘 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한여름에도 치렁치렁한 사제복을 입고 있어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신은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옷자락 너머로 느껴지는 남자의 성기를 입술로 감쌌다.
“ 윽……! ”
히페리온의 입에서 긁힌 신음이 흘러나왔다.
여신을 잠재울 수 없으니 스스로 포기하고 물러나도록 하려 한 모양이지만, 음욕의 여신은 남자의 옷을 벗길 수 없게 된 정도로 포기하지 않았다.
“ 지금, 무엇을……. ”
“ 음, 으흡……하으, 기분 좋게 해줄게. 어디……. ”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타액이 하얀 성의를 축축하게 적셨다.
“ 읏……. ”
제 아무리 고상한 남자라 하더라도 인간의 육체를 가진 이상 성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단식과 고행에 익숙한 사제들은 고문을 버틸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성행위에는 단련되어 있지 않다.
정갈한 태도와는 달리 다리 사이에서 둔중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을 느끼며 여신은 그의 것을 입에 문 채로 웃음 지었다.
“ 후후……기분 좋지? 처음이라 좀 자극이 강할 지도 모르지만. ”
“ 아……. 크윽! ”
눈썹을 찡그리며 자극을 참고는 있지만, 눈가가 붉어졌다. 어쩐지 코끝에서 흘러나오는 숨도 처음보다 뜨거워진 느낌이 든다.
여신은 후후 웃으면서 그의 몸을 밀어 바닥에 넘어뜨렸다. 처음 느껴보는 성적인 흥분에 균형을 잡는 것도 잊어버린 남자의 몸은 여자의 힘으로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었다.
“ 귀엽네. 참으려고 애쓰는 얼굴, 최고야. ”
바닥에 넘어진 히페리온의 위에 올라탄 위그멘타르는 그의 하반신에 자신의 음부를 맞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얇은 사제복이 스치면서 주어지는 어설픈 자극은 그들을 더욱 흥분하게 했다.
“ 아아, 기분 좋아……. 빨리 넣어줬으면 좋겠어……. ”
“ 그만……! 뭘 하는 겁니까! 내 위에서 비키세요! ”
“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 엉덩이를 쿡쿡 찌르면서 날 흥분하게 하는 건 너잖아. 책임을 지라고. ”
“ 무슨……, 앗! ”
단단해진 성기가 솟아오른 것을 느낀 여신은 그의 귀두에 자신의 음부를 꽉 억눌렀다. 타액과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성의가 말려들면서 성기 끝이 뭔가에 감싸지는 느낌이 들자, 히페리온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위그멘타르를 밀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여신은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려는 남자의 손을 잡고 제 가슴으로 이끌었다. 손바닥에 따뜻하고 말랑한 가슴이 느껴지자 히페리온은 무심코 그것을 손으로 쥐었다.
“ 아응! 그렇게 세게 잡으면, 아파……. ”
여신의 색스런 소리에 흠칫 놀라 손을 떼려 했지만,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뿐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히페리온의 손을 제 가슴에 꽉 억누르며 단 한숨을 흘렸다.
“ 으응, 어때……? 기분 좋지? 맨살에 닿으면, 더 기분 좋아……. ”
가슴이 도드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성의의 가슴 부분에는 다른 부분보다 두꺼운 천을 덧대어 두었다. 그런데도 옷자락 너머로 느껴지는 여자의 가슴은 몹시 부드러웠다. 말캉한 젤리처럼 손에 쥐는 대로 형태를 바꾸면서, 단단하게 선 유두가 그의 손바닥을 쿡쿡 찔렀다.
눈앞의 여자는 음욕의 여신. 그렇다면 속에서 불길이 이는 것 같은 이 뜨거운 감정도 신이 주는 시련의 하나일 것이다.
젊은 나이에 대신관이 된 히페리온은 출신부터 교육과정은 물론 재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신분만으로 대신관의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험과 고행을 이겨내고 실력으로 얻은 자리였다. 그러니 자신이 이런 저급한 애욕 따위에는 넘어갈 리 없다.
“ 앙! 아앙……! ”
그러나 머릿속 의지와는 달리, 그의 손은 어느새 여신의 옷자락을 벌리고 그녀의 맨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 아으응, 상냥하게……, 상냥하게 해줘……. ”
“ 으윽……! ”
눈앞에 드러난 새하얀 피부. 촉촉하게 젖은 눈가와 발그레한 뺨, 입을 다물지 못해 붉은 입술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타액과 손 안에서 말랑거리는 탄력 있는 가슴까지. 모든 것이 히페리온에게는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손안의 가슴을 꽉 쥐어 잡자 그녀가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마치 사로잡힌 새가 파드득 날갯짓을 하듯 가녀린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추었다.
“ 아아! 흐아아! 좋아아아……! ”
히페리온이 손끝으로 단단해진 유두를 잡고 비틀자, 그녀의 입에서 높은 교성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