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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아리스텔라
[3]
아리스텔라는 땀에 젖은 몸을 비척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야릇하고 음란한 소리가 조용한 천막 안을 채워 갔다.
“ 앗, 아응……. 아……. ”
아리스텔라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몸에 덮인 얇은 이불이 구겨지며 몸의 윤곽이 드러났다.
봉긋한 가슴의 젖꼭지는 꼿꼿하게 서 있었고, 살짝 꼰 다리가 움찔거릴 때마다 그녀의 아랫배가 작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허벅지 위를 더듬어 올라가다가, 허벅지 안쪽의 음부에 닿는 순간 흠칫 놀라 움직임을 멈추고 얇은 이불을 꼭 쥐었다.
“ 하응……. 읏, 아흐! 그만……. ”
꿈속에서 그녀는 사방이 투명한 막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 앉아, 수많은 남자들이 한 여인을 범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적막하고 어두운 밤. 횃불로 불을 밝힌 낡은 산장 안은 남녀의 숨소리와 신음으로 가득 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여인은 스스로 다리를 벌려 남자를 받아들이며 기뻐하고 있었다. 땀으로 반들반들해진 진주빛의 피부에 탐스러운 가슴이 그녀의 허리가 유연하게 휘어질 때마다 음란하게 흔들렸다.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배를 지나 수풀이 우거진 음모 사이로 보이는 꽃처럼 붉은 성기. 그 사이로 남자의 단단한 성기가 들락날락하며 그녀에게 쾌락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 아, 아아!>
긴 머리의 남자가 우악스럽게 탐스러운 가슴을 움켜쥐자 여자는 높은 교성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물빛 긴 머리가 흔들렸다.
<아아앙, 너무 좋아……!>
음액으로 흠뻑 젖은 성기에서 질퍽거리는 물소리가 나며 남자와 여자의 교합을 알리고 있었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흔드는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여자의 아랫배가 불룩 솟아올랐다 푹 꺼지기를 반복했다.
<아흣, 안쪽까지, 꽉 찼어……!>
여자가 손바닥으로 제 아랫배를 문지르며 달뜬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매끈한 두 다리가 남자의 허리에 감겨들었다.
아리스텔라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음란한 정사를 지켜보았다.
긴 머리의 남자가 먼저 절정에 이른 듯 허리를 부르르 떨며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거친 숨을 토하며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안에 들어있던 남자의 성기가 빠져나갔다. 남자가 쑤셔대던 붉은 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흘러나왔다.
여자가 숨을 헐떡거리며 손을 뻗자,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이 수염이 난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몸을 안아 일으켰다.
이번에는 남자가 바닥에 눕고, 여자가 남자의 몸 위로 올라가 빳빳하게 선 남자의 성기에 제 음부를 문질렀다.
<아흐, 아으응!>
성기를 비비며 흥분한 듯 음란한 소리를 내던 여자가 남자의 귀두를 제 입구에 맞추고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끈적거리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의 성기는 남자의 것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아아, 너무 커……!>
여자의 얼굴이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졌다가, 다시 쾌락으로 물들었다. 여자는 신음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 가볍게 흔들리면서 젖은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리스텔라는 그 광경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산장에서 저를 납치한 남자들에게 마구 범해지는 일. 그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로이드가 그녀를 구하러 오는 것이 늦었더라면, 그리고 남자들이 아리스텔라를 포르탄 영주에게 팔아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저들의 욕구를 풀기 위해 이용했더라면, 그녀는 분명 밤새 여러 남자에게 범해졌을 것이다.
꿈속에서 사내들에게 범해지는 것은 그녀를 닮은 가상의 존재일 뿐 그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아리스텔라는 수치심을 느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범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음란하게 흐트러지는 남녀의 정사를 보며 아리스텔라는 다리 사이가 뜨겁게 젖어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그들의 정사를 훔쳐보며 뜨겁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아아앙!>
자신을 닮은 여자가 교성을 지르며 허리를 크게 뒤로 젖혔다. 그녀는 마치 감전된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쾌감을 만끽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리스텔라도 오싹하고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하면서 다리 사이가 시큰거렸다.
“ 앗, 아응……. 흣……! ”
눈앞에서 남녀의 정사를 지켜봤음에도, 숫처녀인 그녀는 어떻게 해야 절정에 오르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리스텔라는 다리를 비비 꼬면서 헉헉거렸다.
“ 흐읏, 하으으……. ”
다리 사이를 손으로 더듬다가 손끝이 어느 한 지점을 스치자, 오싹한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아리스텔라는 갑작스러운 쾌감에 흠칫 놀라 손을 떼었다가, 다시 그 부분을 문질렀다.
“ 아아……, 아아앙……. ”
기분이 좋은 건지 괴로운 건지, 초조한 건지 알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었다. 아리스텔라는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신에게 이상한 쾌감을 전해주는 그 부분을 문질렀다.
<성녀님.>
“ 하으, 하으응……! ”
분명 기분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자신 안에 가득 찬 열기는 빠져나갈 곳을 잃고 몸 안을 배회하는 것 같았다.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 으응, 아……! ”
<성녀님.>
자신의 손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강한 자극을 원했다. 크고 단단한 남자의 손이 그곳을 문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앗, 으응……. 아……! ”
“ 성녀님. ”
서툴게 자위하던 아리스텔라는 제 귀에 닿는 남자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어두운 천막의 한쪽에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 아……꺄아아아! ”
아리스텔라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산장에서 남자와 성교하는 꿈을 꾸던 아리스텔라는 자신의 천막에 비친 커다란 남자의 그림자와 낮은 목소리에 공포를 느꼈다.
“ 아아악! 싫어! 저리 가! ”
비몽사몽간에 어떻게든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 몸을 뒤로 빼려다가 반대쪽 천막에 가로막혔다. 제 등에 닿는 천막의 감촉을 저를 납치하기 위해 꽁꽁 감았던 모포로 착각한 아리스텔라는 머리를 감싸 쥐며 흐느꼈다.
“ 싫어! 싫어어어……! ”
“ 성녀님, 진정하세요! 로이드입니다! ”
커다란 남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강한 목소리로 아리스텔라를 안정시켰다.
그제야 아리스텔라는 천막에 비친 남자의 그림자가 천막 안이 아닌, 밖에 있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이드가 아리스텔라의 천막 밖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넨 것이었다.
“ 흐윽, 헉……. 로이드……? ”
아리스텔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막의 구석에 웅크린 채로 어깨를 감싸 쥐었다. 자신이 있는 곳은 천막 안이었다. 신전으로 가는 길이 멀어 하룻밤 쉬었다 가야 한다기에 근처에서 야영을 했다. 성녀가 머물 천막을 치고, 기사들이 교대로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신음소리가 들리기에,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
“ 악몽……이요? ”
그것을 악몽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그녀가 경험한 것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끔찍한 기억이었으나,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범해지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리어 흥분했다.
꿈속에서 남자에게 범해지던 여인은 진정으로 쾌락을 느끼는 듯했다. 그 사실이 아리스텔라를 더욱 수치스럽게 했다.
“ 잠자리가 불편하여 악몽을 꾸실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천막을 새로 치겠습니다. ”
“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
아리스텔라는 격하게 도리질을 치며 로이드를 말렸다.
몸이 뜨거웠고 숨이 거칠었다. 천막을 걷으면 이상한 꿈을 꾸고 흥분해버린 그녀의 얼굴을 다른 기사들이 볼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아리스텔라는 뜨거운 뺨을 손등으로 꾹꾹 누르며 열기를 가라앉혔다.
로이드는 자신이 낸 신음소리를 앓는 것으로 들었을까. 혹여 야릇한 꿈을 꾸며 자위하는 것을 들킨 것은 아닐까.
아무리 아리스텔라가 사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는 해도 성녀라면 순결하고 정숙한 여자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밖에서 기사들이 저를 호위하고 있는데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짓을 해버렸단 말인가. 아리스텔라는 울상을 지었다.
“ 성녀님. 그대로 다시 주무시겠습니까? ”
로이드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침착했다. 그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에 아리스텔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들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신전의 성기사인 그가 아리스텔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더라면, 저렇게 침착하게 응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저기, 로이드. 물을 한 잔만……, 마실 수 있을까요? ”
“ 예. ”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천막의 문이 아주 조금 걷히고 남자의 손이 들어왔다. 그 손에는 물잔이 들려 있었다.
“ 잘 마실게요, 로이드. ”
아리스텔라는 로이드로부터 잔을 받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을 축이자 흥분으로 달아올랐던 몸의 열기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마저 잔을 비운 뒤, 아리스텔라는 로이드의 손에 빈 잔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로이드는 조용히 손을 빼낸 뒤 천막의 문을 덮었다.
“ 주무십시오, 성녀님. ”
“ ……고마워요. ”
아리스텔라는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여전히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이번에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