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된 성녀와 비밀의 밤-1화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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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아리스텔라

[1] 성녀 아리스텔라

은색의 달이 청량하게 빛나는 여름밤.

짐승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산의 정적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수레바퀴로 인해 깨져버렸다.

낡은 산장에 도착한 사내들은 수레에서 모포로 감싸서 꽁꽁 묶은 무언가를 꺼내 옮기더니, 밀짚이 쌓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 아악! ”

모포자루 안에서 가느다란 여인의 비명이 새어나왔다.

“ 어이, 조심해! 그러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고? ”

“ 짚이 깔려 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디. ”

긴 머리를 대충 묶은 남자가 모포를 감싼 끈을 풀었다. 지저분한 모포를 걷어내자, 말똥냄새와 젖은 나무가 탈 때 나는 매캐한 연기가 곧바로 코를 찔렀다.

“ 콜록, 콜록! ”

“ 상한 데는 없는 모양이네. ”

아리스텔라가 괴로운 듯 기침하는 것을 보며, 남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물빛의 긴 생머리에 희고 부드러운 피부, 청초하고 맑은 보랏빛의 눈동자를 지닌 아리스텔라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었다.

“ 하여간 알베르트 자식, 이런 반반한 딸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우리가 그 고생은 안했는데. ”

“ 이런 계집애를 냉큼 바쳤더라면 그렇게까지 빚이 불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

“ 그렇게 멍청한 새끼니까 그만한 빚을 지지. ”

“ 하하하. 그건 맞는 말이네. ”

사내들은 아리스텔라의 아버지, 알베르트를 헐뜯으며 기분 나쁘게 낄낄거렸다. 그러나 아리스텔라는 제 아비를 욕하는 불한당들에게 욕을 돌려줄 수가 없었다.

아리스텔라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적, 동생 프란시스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떠났다. 몇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집에 돌아오지 않아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던 아버지가 얼마 전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귀환을 반가워할 새도 없이, 빚쟁이가 폭력배들을 이끌고 집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아리스텔라의 아버지가 도박을 하느라 거액의 빚을 졌다며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을 모두 내 놓으라 으름장을 놓았다.

아리스텔라의 집안은 그저 시골의 평범한 소작농 집안이었다. 빚을 갚을 만한 재산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사내들은 알베르트의 딸인 아리스텔라에게로 눈을 돌렸다.

시골에서 보기 드문 흰 피부의 미인인 아리스텔라라면 포르탄의 영주에게 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겠다며 억지로 끌어냈다.

말리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무자비하게 발로 걷어차며, 아리스텔라의 손발을 묶고 모포로 감싸 수레에 처넣었다.

얼마나 달려온 걸까. 여기는 어디쯤일까. 부모님과 동생은 무사할까. 이제부터 자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이 실감이 나지 않아 불안한 눈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리스텔라를 바라보던 사내들의 눈빛이 흉흉하게 빛났다.

“ 그런데 말이야. 포르탄 영주님께 바치려면 먼저 <품질>을 검사해야지 않겠어? ”

갈색 모자를 쓴 남자가 음산하게 웃었다.

“ 그 영감님은 처녀가 아니면 돈을 내지 않으니까 말이야. ”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뚱뚱한 남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 어이, 계집. 너 처녀가 맞냐? ”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가 크고 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가 아리스텔라에게 물었다.

<처녀>라는 말에 낄낄거리던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멈추고 흉흉한 눈빛이 그녀의 주위를 감쌌다. 그 눈빛에 지레 겁을 먹은 아리스텔라는 모욕을 당하고도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 말을 하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는걸. ”

“ 말하면 뭐 믿으려고? 요즘 계집애들은 발랑 까져서 말이야. 저 계집애도 얌전한 얼굴을 하고는 벌써 시커먼 놈들이랑 질펀하게 놀아났을지도 모르지. ”

“ 그럼 곤란한데? 제 값을 받을 수 없겠는걸. ”

붉은 고수머리에 안경을 낀 남자가 아리스텔라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고개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 아! ”

불시에 머리채를 잡힌 아리스텔라가 고개가 꺾이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리스텔라가 명백하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 뭐, 얼굴은 이만하면 상급품이고― ”

― 쫘악

남자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옷자락을 쥐고 아래로 끌어당기자, 앞섶에 매달려 있던 단추가 투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찢어진 블라우스의 앞섶이 벌어지며 아리스텔라의 맨가슴이 드러났다.

“ 꺄아, 이러지 마세요! ”

아리스텔라는 재빨리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그녀의 뒤에 있던 남자가 손목을 붙잡아 등에 꽉 억누르는 바람에 몸을 가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사내들의 음흉한 시선이 아리스텔라의 봉긋한 가슴을 핥듯이 훑어 내렸다.

“ 젖가슴은 좀 작지만 말이야, 이만하면 모양은 괜찮지 않나? ”

“ 색도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데. ”

제 가슴을 바라보며 품평하는 남자들의 핥는 듯한 시선에 수치를 느낀 아리스텔라는 분노와 불쾌감으로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돌연, 갈색 모자를 쓴 남자의 손이 아리스텔라의 젖가슴을 꽉 쥐었다.

“ 꺅! 아파! ”

아리스텔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피하려 했지만, 제 손목을 억누르던 남자에게 어깨를 붙들려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갈색 모자를 쓴 남자는 아리스텔라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 이야, 이거 꽤……. 괜찮은데. 엄청 말랑말랑해. ”

“ 변태 새끼. 하여튼 덜 여문 계집들만 밝힌다니까. ”

“ 어이, 그런 거 아니야! 보기보다 굉장하다고. 여기 이 젖꼭지도 색이 핑크색인 게― ”

남자의 손가락이 아리스텔라의 젖꼭지를 살짝 쥐고 잡아당겼다. 불쾌하면서도 간지러운 느낌에 아리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허리를 비틀었다.

“ 하으, 아! 싫어! ”

“ 이야, 이거 반응이 제법인데? ”

“ 역시 처녀는 아닌 거 아니야? 듣기만 해도 꼴리는 소리를 처녀가 낼 리가 없지. ”

거칠고 단단한 손바닥이 여리고 예민한 부위를 문지르자 아리스텔라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뭐, 뭐 하시는 거예요? ”

“ 거, 참. 아가씨. 가만있어 봐. 아가씨가 얼마짜리인지 파악을 해야 우리도 값을 매길 거 아니야. ”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품에서 단검을 꺼내 아리스텔라의 발목을 묶은 밧줄을 잘라냈다. 하지만 두 다리가 자유로워져도 그녀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밧줄 대신, 이번에는 남자의 손이 그녀의 발목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자― 그럼 감별을 해 보실까. ”

“ 꺄아아! ”

남자는 아리스텔라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겨 뒤로 눕혔다. 양 발목을 잡고 좌우로 벌리자 다리가 벌어지면서 치마가 말려 올라가 허벅지와 속옷이 드러났다.

“ 싫어! 제발 그만해요! ”

“ 흐음. 미인이라 그런가, 냄새가 좋구먼. ”

아리스텔라의 속옷 위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는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무리가 비웃었다.

“ 이 새끼. 감별할 생각 없는 거 아냐? 할 생각 만만이구만. ”

“ 아, 왜. 알베르트 녀석을 쫓느라 다들 한동안 못했잖아. ”

“ 포르탄 영주한테 팔아넘기려는 거 아니었어? ”

“ 안쪽 구멍에 넣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

남자의 단검이 아리스텔라의 드로워즈를 찢기 시작했다. 저항하고 싶어도, 날카로운 칼날에 베일까 두려워 아리스텔라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자신의 속옷을 바라보며 흐느낄 뿐이었다.

“ 흑, 흐윽……. ”

수치스럽다 못해 혼란스러웠다.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은밀한 부위를 모르는 남자들에게 내보이는 지금의 상황을 아리스텔라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남자들에게 팔다리를 붙들려, 속옷까지 조각나 음부를 드러낸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음부에 차가운 밤공기가 닿았다. 그러나 밤공기보다도 불쾌한 것은 낯선 남자의 더운 숨과 입맛을 다시는 소리였다.

“ 오……. 제법인데. 색도 예쁘고. ”

남자의 손가락이 아리스텔라의 음부를 쓸었다. 낯설고 불쾌한 감각에 소름이 끼쳐, 아리스텔라는 소리를 질렀다.

“ 아악! 악! 싫어어어! ”

“ 좀 닥치게 해! 시끄럽다고! ”

“ 으읍! ”

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가 소리치자, 갈색 모자를 쓴 남자가 아리스텔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거칠거칠한 손바닥이 입술을 누르고, 털이 북슬북슬하게 뒤덮인 손등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모든 것이 제발 꿈이길 바랐다.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며 이 남자들이 집에 쳐들어온 것도, 빚쟁이들이 어머니와 남동생을 발로 걷어차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데려온 것도, 지금 이곳에서 수많은 남자에게 몸을 억눌려 유린당하는 자신의 모습도, 제발 모두 거짓이기를.

수치와 공포로 바들바들 떠는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낯선 남자의 손바닥이 쓰다듬었다.

이윽고 음부에 뭔가 후끈하고 축축한 것이 닿았다.

“ 흐으으응! ”

입이 틀어 막혀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남자는 추접스러운 소리를 내며 음부를 혀로 핥았다. 스스로 만져본 일조차 거의 없는 비밀스런 부위를 축축한 혀가 기어간다.

아리스텔라는 어떻게든 몸을 돌려 피하려 했지만 몇 사람이나 되는 남자에게 억눌린 몸은 어깨를 들썩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 으응! 으으으응! ”

“ 우와……. 장난 아닌데, 이 계집애, 맛이 달아. ”

“ 뭐? 병신 새끼. 네 혀가 맛이 간 거 아니냐? 어떻게 거기가 달아? ”

“ 아냐, 진짜 달다고. 너도 핥아봐. ”

수염이 난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긴 머리의 남자가 몸을 숙여 그녀의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축축하고 까슬까슬한 혀가 다소 강하게 그녀의 음부를 훑었다.

“ 흣! 으으응! 흐응! ”

“ 오. 진짠데? 보통 계집이 아니구만. 소리부터가 달라. ”

“ 청초한 얼굴을 하고서는 완전 요녀야 요녀. ”

남자의 거칠고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입구를 파고들었다. 아리스텔라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제대로 젖지 않아 비좁고 뻑뻑한 그녀의 안은 손가락 마디 하나를 밀어 넣는 것조차 버거웠다.

“ 크……. 엄청 좁은데. ”

“ 어이, 무슨 짓이야? 그러다가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

“ 확인만 한 거야. 시커먼 놈들한테 너덜너덜하게 될 때까지 따먹힌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좋은 거지 뭘 그래? ”

긴 머리의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 벨트가 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뭔가, 단단하고 뭉툭한 것이 그녀의 음부에 문질러졌다.

“ 흐으응! 으응! ”

아무리 처녀인 아리스텔라라도, 지금 제 음부에 문질러지고 있는 살덩이의 정체를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아리스텔라는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제 손목을 억누르고 있는 남자의 손등에 손톱을 세웠다.

“ 어이, 아가씨. 너무 반항하지 말라고. 그러다가 잘못해서 박아버리는 수가 있어? ”

“ 미친 놈. 처음부터 박을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 ”

“ 하하. 사실 그러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

남자는 아리스텔라의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더니, 허벅지 사이에 제 성기를 끼웠다.

“ 아가씨가 잘 해주면, 안 넣고 끝낼 수도 있고. 첫경험을 서방이랑 치르고 싶으면 얌전히 있어. 응? ”

“ 흣, 흐윽……. 으흑……. ”

“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우는 얼굴 하지 마. 더 꼴리잖아? ”

긴 머리의 남자가 아리스텔라의 허벅지를 쓰다듬고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벅지 사이로 남자의 단단한 성기가 들락거리며 부드러운 안쪽 살을 자극했다. 아리스텔라는 소름끼치는 마찰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자 귀에 닿는 소리는 더욱 명확해졌다.

“ 헉, 허억! ”

거친 숨을 토하며 허리를 흔들어대는 남자와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후벼 팠다.

고통스러웠다.

비릿하고 후텁지근한 공기도, 허벅지 사이에 비벼지는 단단한 살덩이의 감촉도, 그것이 제 허벅지에 몸을 비비면서 꿈틀거리는 것도, 전부 다 소름끼쳐서 견딜 수가 없었다.

‘ 싫어,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구해줘! ’

아리스텔라는 속으로 절규하며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 커헉! ”

아리스텔라의 허벅지에 제 성기를 문지르던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 이 자식이! ”

그녀의 손목을 억누르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지만, 그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 크아악! ”

이어서 뭔가를 베어내는 소리와 함께 서로 다른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기분 나쁜 남자의 숨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산장은 곧 조용해졌다.

“ 흐읏, 으……? ”

제 팔다리를 붙잡고 있던 것은 사라졌지만, 아리스텔라는 긴장과 혼란으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몸 위로 은색의 무언가가 드리워졌다.

― 펄럭.

고급스러운 넓은 천이 아리스텔라의 몸을 덮었다. 그것이 망토라는 것을 안 것은 옷자락을 놓고 시야에서 움직인 것이 기사의 건틀렛이라는 것을 깨달은 다음이었다.

“ 아, 누……. 누구……? ”

아리스텔라는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아 팔다리에 잘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여 제 몸을 감싼 망토 자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꼭 쥐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의, 갑주를 두른 기사였다.

그는 아리스텔라와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성녀님. ”

“ 네? 성녀……? ”

“ 성기사 로이드. 지금 성녀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

달빛아래서 더욱 하얗게 빛나는 짧은 은빛 머리카락에 자주색 눈.

자신을 <로이드>라고 소개하며 아리스텔라에게 정중하게 기사의 예를 올린 그는, 그녀가 성녀로서 마주한 첫 번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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