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마르티안은 아이와 함께 백작가로 돌아왔다. 휴이가 이혼 서류를 넘긴 이후 삼 개월만의 일이었다. 백작가로 언제 돌아가겠다고 미리 편지를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휴이는 그녀의 마차가 도착할 때를 맞춰 직접 마중을 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해서 최대치로 꾸며낸 그의 모습은 고작 부인을 맞이하러 나왔다고 하기에는 과한 모양새였다.
마차에서는 론이 먼저 내렸다. 휴이는 입술을 짓씹으며, 마르티안이 론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모든 갈등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평온하고 고요한 얼굴이었다.
휴이는 그것을 보며 눈물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는 이혼 서류를 넘긴 후부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을 느끼며 보냈으니까.
마르티안이 그에게 다가와서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백작님.”
“오랜만이야, 마르티안. 같이, 안으로 들어가지.”
저택 안은 묘하게 적막했다. 휴이가 예민해진 만큼 이곳의 사람들 역시 그녀의 방문에 예민해진 탓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눈치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백작가의 사람들이었고, 휴이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든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마르티안은 저택의 최상층에 도착해 휴이에게 말했다.
“제 집무실에서 이야기하죠. 차는 론이 준비하면 될 거 같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물리는 게 낫겠네요.”
그녀는 상황을 지시하듯 말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집사장이 걸음을 멈췄다. 집무실 안에 차 끓이는 곳과 도구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녀의 말한 ‘물리는 게 낫겠다.’는 대상은 집사장을 향한 것이다. 휴이가 집사장에게 턱짓을 했다. 이만 물러나란 뜻이었다.
집사장은 그대로 물러나며 최상층과 그 아래층을 점검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르티안은 몹시 적막해진 복도를 지나 론과 휴이를 대동한 채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녀의 집무실은 이전과 다름없이 관리되어 있었다. 론은 차를 준비해 오겠다며 준비실로 사라졌다. 마르티안은 소파에 앉았다. 휴이는 잠시 머뭇거리며 서 있다가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마르티안이 뭐라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이니까 한 번만, 개로, 있게 해 주면…….”
“백작님.”
그 호칭은 예전과 같이 냉정했다. 휴이는 올라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그에게 ‘백작님’하고 불렀다. 그 역할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옷을 잡았다.
“흐으, 주인님.”
“……이혼 증서 줬으니 대가는 다 지불했고 이젠 멋대로 굴겠다, 그런 건가요?”
“주인님,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주인님?”
그녀가 그 소리가 가당키나 하냐는 듯 되물었다. 휴이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는 자신이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방문은 이혼을 위한 마지막 조율이나 통보를 위해서일 게 뻔했으니까. 이걸 기회라고 행동하는 것이 그녀에게 몹시 짜증스럽게 비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심하게 구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지, 어떻게 얌전히 기다릴 수 있는지, 어떻게 애원조차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고 마음은 점점 더 간절해졌다. 떨어지던 눈물에 흐느낌이 섞여들 때쯤 론이 차를 내왔다.
마르티안은 론을 한번 보고는 내버려 두고 테이블 쪽을 턱짓했다.
“거기 올려둬.”
론이 들고 온 것을 내려놓고 소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건 아랫사람으로서의 예의였지만 단지 울고 애원하는 휴이를 보지 않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울고 매달리는 모습이야 이미 수도 없이 봤으니까. 론은 시선을 바닥에 둔 채 서 있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이어질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내 철썩하고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살갗을 내리치는 소리는 울음이 신음으로 바뀔 때까지 이어졌다. 마르티안이 목소리가 울렸다.
“휴, 개처럼 굴고 싶으면 똑바로 해야지. 이딴 게 개처럼 구는 거야? 제멋대로 구는 게?”
마르티안은 휴이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한쪽 뺨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상태로 휴이가 흐으, 하고 숨을 들이켰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가학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 자체로 그를 흥분시켰다. 마르티안이 발로 그를 툭 찼다.
“똑바로 굴어. 이혼을 미루려고 왔으니까.”
휴이는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들은 말이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잘못 들은 것만 같다. 그는 뺨을 한 차례 더 얻어맞고 나서야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믿기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 나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냐는 물음은 하고 싶지 않았다.
“흐윽, 흐어, 제가 다, 잘못했어요. 주이, 흐으, 주인님.”
“매번 잘못했다는 소리만 잘하지.”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그의 얼굴을 소파에 처박았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소파로 짓이겨졌다. 푹신한 소파는 코와 입을 빈틈없이 막았다. 숨이 막혀서 그의 몸이 조금씩 뒤틀렸다. 마르티안은 그의 꿈틀거림이 심해질 때쯤 고개를 잠깐 들게 해주었다. 그건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해서 휴이는 숨을 제대로 들이켜기도 전에 소파에 처박혔다. 제대로 숨을 들이켜지 못해서 꿈틀거리는 기색은 금세 다시 심해졌다.
“이대로 버려지기 싫으면 얌전히 굴어.”
그 말에 휴이의 몸이 얌전해졌다. 숨이 막힌 얼굴은 목 뒤까지 벌게졌다. 마르티안은 한 번씩 고개를 들게 해 주었지만 고작해야 한번 숨 들이켤 시간이 고작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다시 처박혔다. 고통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내 그의 몸은 완전히 늘어져 주저앉았다.
마르티안은 잠시 론을 보았다. 그는 한쪽에서 얌전히 서 있었다. 론의 역할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애첩이다.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예쁨을 받는 자리, 론은 거기에 머무르길 원했으니까.
“흐으, 주이, 주인님…….”
휴이가 그녀를 불렀다. 엉망이 된 얼굴에는 기대와 불안이 함께 섞여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가 가진 기대가 몹시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욕망은 그녀를 휘두른 전적이 있었으니까. 첫 단추가 잘못 꿰이면 그게 끝까지 가는 법이었다.
그녀는 그와 이혼을 미뤘지만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걸 줄 마음은 전혀 없었다.
“휴, 개가 되고 싶으면 개의 룰을 따라야지.”
“흐으, 흡, 네, 주인님. 따르, 따를게요. 뭐든…….”
“론이 누구라고 했어?”
그 질문에 휴이가 잔뜩 질린 얼굴로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았으니까. 그가 대답을 머뭇대자 마르티안이 그의 부푼 뺨을 툭 치며 말했다. “모르겠으면 교육부터 받고.” 교육이라는 단어에 곧바로 역겨운 기억들이 떠올라서 휴이는 급하게 대답했다.
“선배, 요.”
스스로 말하면서 그의 얼굴은 굴욕으로 물들었다. 굴욕은 격렬한 거부감을 동반했다. 그럼에도 휴이는 그걸 전혀 티낼 수 없었다. 마르티안은 언제든지 이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었으니까. 제대로 굴지 않으면 금세 버림받을 것이 분명했다. 자작가에서 그랬고, 창관에서 그랬듯이.
휴이는 달밤가에서 몇 번이고 쫓겨나던 기억들을 떠올리고는 혹시라도 자신의 불쾌감이 들키지 않을까 싶어 억지로 웃어 보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꾹 밟았다.
딱딱한 구둣발이 부푼 성기를 짓뭉개자 그가 헐떡이며 새된 신음을 흘렸다. 그는 움찔대며 흥분을 견디려 애썼지만 그의 아래는 전혀 제어가 되지 않았다.
마르티안의 그의 아래를 발로 퍽 밟았다.
“그래, 네가 아래 서열이야.”
“흐으, 흐으……네, 네 주인님.”
“너는 무조건 론 아래고.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우선권도 론에게 있어. 내가 널 개로 쓰는 건 론을 쓸 수 없을 때거나 론이 너를 써달라고 내게 부탁하거나, 그것밖에 없을 거고.”
그녀는 명확하게 서열을 갈랐다. 이전에는 개들끼리 경쟁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럴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 마르티안은 이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휴이를 한껏 짓눌러 놓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휴이에게 명백하게 아래 서열임을 주지시키고는 그녀가 한 말을 따라 하게 했다. 그는 아래가 짓밟히는 속에서 몇 번이고 제 위치를 읊었다.
그 위치는 개의 자리가 주어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비참하고 불안한 자리였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서, 선배가 개로, 흐윽, 쓰이지 모, 못할 때와, 흐으, 흐읍, 선배가, 주인님께, 부탁, 흐으, 부탁해줄 때만. 흐으, 쓰이, 쓰이는……주인님, 흐어, 흐읍!”
“똑바로 굴어. 개답게 굴지 못하면 전부 그만둘 거니까.”
마르티안이 퍽퍽 발짓을 하자 휴이는 흥분을 못 이기고 결국 사정했다. 질질 싸기는. 그녀가 한심하다는 투로 중얼댔다. 휴이는 소리 내어 울었다. 그녀가 자신을 이전보다 더 서럽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엉엉 울면서도 그는 개의 자리를 포기할 생각은 못 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자리라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 겨우 얻은 자리였다.
마르티안이 식어버린 차를 그녀의 구두 위로 부었다. 치워. 간단한 명령이 떨어졌다. 휴이는 몸을 굽혀 바닥으로 흥건하게 흐른 것을 핥았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관계의 시작이었다.
* * *
일 년 가까이를 별거하며 지내던 백작부부는 다시 백작가에서 안착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외적으론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휴이는 자신의 집무실에 있기보다는 마르티안의 집무실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거기에서 밤을 보내는 일도 흔했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한껏 예민해져 있던 백작 부인은 이제 모든 것을 잊은 것처럼 그런 남편의 태도를 받아주었다. 그녀는 특히 자신의 딸을 몹시 예뻐했다.
아이는 이제 자리에 앉아서 손뼉을 치기도 하고 주변을 잡고 일어서려 하기도 했다. 아이가 할 줄 아는 게 늘어날 때마다 그녀는 웃었다.
물론 아이를 보는 시간은 길지 못했다. 마르티안이 처리해야 하는 일은 매일 같이 이어졌으니까. 그녀는 주로 본인의 집무실에 있었다. 그 집무실에는 보통 론과 휴이가 같이 있었다. 론은 그녀의 옆에서 시중을 들었고 휴이는 일을 한껏 들고 와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실무를 맡은 관리인들은 휴이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무실을 찾는 게 아니라 마르티안의 집무실로 왔다.
“백작 부인 앞에서는 소리 한번 지르시질 않는다니까? 그 백작님이!”
관리인들은 뒤에서 수군댔다. 사실 휴이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몹시 힘든 상사였다. 예민하고 일을 잘하며 손이 험한 고용주. 그는 종잡을 수 없는 폭풍처럼 예민해졌다가 어느 날은 완전히 햇살처럼 부드럽게 굴곤 했다.
관리인들은 그 폭풍을 피하는 최소한의 안전지대가 백작 부인이라는 사실을 금세 눈치챘다. 사람들은 휴이가 백작 부인의 집무실에 있는 것을 확인하면 급하게 보고 거리를 들고 올라갔다.
그는 부인 앞에서 매우 순한 양처럼 굴었으니까. 덕분에 저택의 대다수에겐 나름대로의 평화가 찾아왔다.
물론 그 대다수에 포함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백작가의 집사장이다. 그는 요즘 들어 방음이 잘 되면서도 빨리 닫히는 문을 제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지금 있는 문은 방음이 뛰어나지만 상당히 무거웠고 닫히는 속도가 느렸다. 닫힐 때 쾅 소리가 나지 않도록 일부러 천천히 닫히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닫히면서도 소리가 나지 않게끔 제작할 수 있을까…….’
집사장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삼켰다.
휴이는 집사장 앞에서 좀 더 자기 성격대로 구는 편이었다. 서로 오래 보아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집사장을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고 받거나 일을 시킬 때 예민하게 짜증을 낸다거나 혹은 들고 있는 걸 집어던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하필 그걸 백작 부인이 보았다.
휴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는 집사장을 급하게 내보냈다. 휴이의 표정은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 집사장은 그것을 보며 그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부부의 주도권은 명백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기울기는 매번 더 심하게 기우는 상태였다.
집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리고 집무실 문이 닫히는 그사이에, 안에서 뺨 맞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크고 무거운 문은 닫히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린 것도 아니었는데 안에서 나는 철썩하는 소리가 서너 번은 이어졌다.
집사장은 문이 닫히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가 맞았는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점점 더 바깥을 신경 쓰지 않으시니…….’
집사장은 그게 걱정이었다. 그에게는 백작가의 위상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내부관리를 하는 책임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집무실의 문을 바꾼다거나, 밤이 되기 전에는 최상층과 그 아래층까지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제는 휴이가 복도에 나와 울며 기어 다니는 일은 없어졌다. 그건 다행이었지만 동시에 고작 그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참 그랬다.
집사장은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을 잘 만든다는 기술자를 섭외해 두었으니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을 하긴 해야 했다.
론은 침대에 모로 누워 헐떡였다. 마르티안은 론의 한쪽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늘어진 성기와 고환 아래로 이미 몇 번이나 쑤셔져서 벌어진 구멍이 드러났다. 구멍은 윤활제로 번들댔다.
마르티안은 허리에 찬 모조 성기로 구멍을 문질렀다. 주인님, 흐으. 흐윽. 피멍으로 검붉어진 엉덩이가 움찔대며 떨린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휴이가 벌거벗은 채로 침대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르티안의 집무실에서 밤을 보낼 때면 그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있어야 했다. 론이 마르티안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보며 그저 대기하거나 그 사이에서 도구처럼 쓰이거나.
“휴, 올라와.”
오늘은 후자인 모양이었다. 휴이는 입술을 짓씹으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눈길 한 번 받을 수 없는 날보다 이렇게 도구처럼 쓰이는 날이 조금 더 나았지만 비참하고 굴욕적이기는 매한가지였다.
마르티안이 그에게 턱짓으로 할 일을 지시하고는 론의 뒤를 거칠게 꿰뚫었다.
“흐으으! 주이, 흐으, 흐읍! 주인님. 흐읏.”
론이 이를 악물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두껍고 긴 것이 단번에 삽입되자 숨이 턱 막히고 배가 터지는 것 같다. 이미 실컷 들쑤셔진 곳은 헐어버린 것처럼 부어있었지만 마르티안은 아직도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론은 그녀를 바라보며 자세를 버티기 위해 애썼다. 박힌 것이 뒤로 쑥 빠져나갔다. 거칠게 들이칠 것을 예상하고 몸이 먼저 경직된다. 흐으, 흐읍, 주인님. 그가 마르티안을 부르자 그녀가 작게 웃었다. 이내 퍽, 소리가 날 만큼 거친 삽입이 이어졌다.
턱턱 하는 소리와 찌걱대는 소리가 함께 이어졌다. 마르티안이 내벽을 엉망으로 들쑤셔서 론은 고통을 참으며 꿈틀댔다. 헐떡이는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울음처럼 변했다. 벌써 세 번째 쏟아내는 울음이었다.
애원하며 울고, 그러면서도 자세를 견뎌내는 모습이 마르티안을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허리짓을 할 때마다 신음이 끊어졌다.
마르티안은 론이 헐떡이며 우는 것을 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휴이가 얼굴을 엉망으로 구긴 채 론의 성기를 입으로 물고 있었다. 그녀가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들어올렸다. 그의 입에서 축 처진 성기가 빠져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휴이의 뺨을 내리쳤다.
“영 쓸모가 없네. 선배가 고생하는데 제대로 빨 줄도 모르고.”
“자, 잘못……, 흐윽!”
마르티안이 듣기 싫다는 것처럼 그의 뺨을 다시 후려갈겼다.
“이렇게 굴어서 예쁨을 어떻게 받으려고? 론도 만족시키지 못하잖아. 이래서 내가 널 침대 위로 올릴 맛이 나겠어? 평생 침대 아래에 처박혀 있을래?”
휴이가 끅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백작가에서 머문 이후 그를 제대로 개 취급해 준 적이 없었다.
그가 침대에 오르는 건 기껏해야 이런 식으로 도구로 쓰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늘 못난 취급이다. 실제로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들을 잘 해내지 못했으니까.
론의 성기를 빠는 건 그가 가장 괴롭게 여기는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그런 것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휴이가 무능하게 군다는 사실뿐이었다.
“이따위로 굴 거면 여기 남아있지 말라고 했잖아. 네 방으로 돌아가라고.”
“아니, 흐으, 아니에요. 주인님. 흐으, 잘못했어요. 더 잘하도록……. 흐읍.”
“그럼 노력이라도 했어야지. 연습하라고 했잖아?”
그녀가 휴이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흔들었다. 내 말이 우스워? 짜증스럽다는 것처럼 손찌검이 이어졌다. 그의 뺨은 금세 벌겋게 부풀었다.
마르티안은 그 상태를 확인하고는 때리던 것을 멈췄다. 헐떡이던 휴이가 이내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녀의 취급은 예고한 것보다 더 가혹했고 냉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서럽다는 말 한마디도 꺼낼 수가 없었다.
이건 그가 개로 있고 싶다면 견뎌야 하는 서열이었으니까. 그가 이 서열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이 관계는 끝이었다. 그리고 마르티안에게는 이미, 그가 스스로 건넸던 이 관계의 목줄이 있었다.
이혼 합의 서류. 그녀는 얼마든지 그를 잘라낼 수 있었다.
휴이는 끅끅 울음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흐읍, 흐……. 선배가 아직 싫다고 해서요. 설득을 못 해서……흐으, 자, 잘못했어요. 주인님.”
그는 헐떡이며 잘못을 빌었다. 마르티안이 좆 빠는 연습을 하라고 한 지 꽤 되었지만, 그는 아직 론과 따로 있어 본 적도 없었다. 론이 그의 부탁을 계속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개로 부탁할 때는 그가 더 아래 서열이었다. 부탁 이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쓸모없기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쥐고 있던 머리카락을 놓았다. 휴이는 그대로 엎드러져 울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깨끗했고 어떤 가학도 받지 못했다. 그에게 괴로운 상황이란 괴롭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지는 상이란 어떻게든 이루어지는 가학의 감각이었다.
“휴, 등 세우고 좆 보여봐.”
서럽다는 듯 이어지던 울음이 그 말에 삼켜진다. 주인님. 흐으. 그가 머뭇대며 고개를 들었다. 마르티안은 그에게 말했다.
“발기하지 않았으면 오늘은 개로 써줄게.”
그 말에 휴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르티안은 론에게 처박은 채 있던 모조 성기를 뒤로 물렸다. 흐으으, 주륵 빠져나가는 감각에 론이 신음을 뱉었다. 그의 몸이 힘없이 늘어진다. 오래 괴롭힘을 당한 상황이라서 그의 다리는 가늘게 떨렸다.
“휴, 뭐해. 흥분하지만 않았으면 네 뒤를 써주겠다니까? 응?”
휴이는 헐떡이며 등을 세웠다. 그의 성기는 예상대로 잔뜩 발기한 상태였다.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과는 별개로 그는 이런 취급에도 질질 싸질렀다. 근래 별거 아닌 것에도 질질 흘려대서 그녀는 휴이의 성기에는 매번 요도 막대를 끼게 했다.
그럼에도 그의 귀두는 질질 흐른 것으로 심하게 번들댔다. 그럼 그렇지. 그녀는 손을 들어 휴이의 성기를 후려쳤다. 예민한 곳을 내치는 고통에 휴이가 끅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이따위로 좋아하면서 울기는 왜 울어? 싫어하는 척은 왜 하고?”
“흐으, 흐! 그런 게 아니, 흐으! 흐웁! 자, 잘못, 흐윽.”
손으로 후려 맞을 때마다 발기한 것은 더욱 딱딱해졌다. 귀두가 조금 더 젖어 든다. 휴이는 자세를 버텼지만 맞을 때마다 움찔움찔 떨며 우는 신음을 뱉어냈다. 발기한 것이 흔들렸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다시 움켜쥐고는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끌어왔다.
“싸고 싶으면 선배 뒤처리부터 해야지?”
“흐으, 흐, 주인님. 주인님……. 제발, 흐으……”
그녀가 허리에 차고 있는 번들대는 모조 성기를 잡고는 그의 입술에 대고 툭툭 두들겼다. 뒤처리란 이런 것들이었다. 그녀와 론과 관계하며 질척하게 젖은 것들을 핥고 빠는 것. 아무리 관장을 하고 깨끗하게 비운 거라고 해도 뒷구멍은 뒷구멍이다.
휴이의 얼굴이 역겨움으로 일그러지자 마르티안이 성기로 그의 뺨을 쳤다. 질척한 윤활액이 그의 뺨으로 철썩대며 묻어났다.
“입 벌려. 아니면, 그냥 론의 뒤를 핥을래?”
버티려고 할수록 그녀가 더 가혹하게 굴 거라는 걸 알아서, 휴이는 입을 벌렸다. 마르티안은 그의 입술에 모조 성기를 툭툭 두들기다가 두껍고 긴 것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끝까지 쑤셔 넣으면 목 안쪽을 완전히 막는 길이와 두께였지만 마르티안은 일단 반만 넣었다.
멍청하게도, 휴이는 벌린 입을 애매하게 다물며 가만히 있었다. 꽤 몇 번 해본 일인데도 여전히 역겹고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일그러진 그의 표정을 보며 그의 뺨을 툭툭 쳤다. 뭐 해? 안 핥고. 그 말을 하고 나서야 그의 입술이 모조 성기에 맞게 다물렸다. 숨을 밭게 쉬며 헐떡이는 상태로 그가 입술을 우물댔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또 쓸모없게 굴지. 하라고 하면 제대로 하지도 않고.”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겨, 그의 목 안까지 모조 성기를 밀어 넣었다. 끅, 커어, 컥. 숨이 틀어막힌 소리가 울렸다. 목과 등이 울렁대는 것을 보며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가 뒤로 물러나지 못하게 막았다. 끄윽, 컥, 이내 그의 목이 시뻘게진다. 마르티안은 밀어 넣은 것을 반 정도 뺐다.
막혔던 것이 풀리자 밭은 숨을 몰아쉬려는 헐떡임이 크게 터졌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제대로 핥아야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크, 허읏, 즈이, 흐으, 즈이님…….”
입에 모조 성기를 물려져서 발음이 뭉개진다. 휴이는 눈물이 잔뜩 맺힌 얼굴로 긴장한 채 그녀를 올려보았다. 입에 두툼한 모조 성기를 물고 그 꼴로 있는 게 확실히 자극적이긴 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쥐고는 허리짓을 했다. 입 안을 들쑤시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의 입술로 타액이 질질 흘러내렸다.
휴이는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씻었다. 사람들은 그가 마르티안의 집무실에서 그녀와 밤을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았다. 그는 론과 마르티안이 하는 행위를 지켜보며 울거나 혹은 도구로 사용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아주 드물게 침대에 올라가 쓰인 적이 있기 했지만 그때조차 그는 마르티안의 곁에서 잠들지 못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론이었으니까. 그는 절대로 그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론의 몸을 생각해서 휴이를 침대에 올린 날마저도 론은 마르티안의 시중을 들겠다며 달라붙었으니까.
“욕실에 씻을 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주인님.”
론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건 집요한 자리 선점이었다.
‘다리를 아예 분질러 버리면 좋을 텐데.’
휴이는 자신의 집무실에 돌아오며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론의 다리나 팔이 분질러지거나 혹은 발목이나 손목이 뒤틀린다거나. 그건 제법 유혹적인 선택지였다. 론의 몸에 말썽이 생기면 마르티안 역시 휴이를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녀의 유일한 상대가 된다는 건 그냥 상상만으로도 그를 안정시켰다. 질투와 불안, 굴욕감과 무력감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거 덧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마르티안은 누구보다 먼저 휴이를 의심할 테니까. 아니, 그녀는 지금도 그런 것들을 의심하고 경계했다.
얼마나 철저하게 경계하는지 론이 잘못 다치기라도 하면 그날부터는 아예 휴이를 집무실에 들이지 않을 정도였다. 손가락을 접질리거나 계단에서 삐끗하여 발목이 시큰하게 부어오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에서조차도 그랬다.
마르티안은 자신의 옆에서 휴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그를 교육했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면 론이 멀쩡하길 바라라는 뜻이었다. 그건 아주 효과적인 제어 방식이었다. 휴이는 매일 론의 사지를 분지르는 상상을 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휴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론을 설득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좀 내어달라고, 한 번쯤은 개의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전부였다.
그는 많은 것들을 론에게 제시했지만 론은 거기에 응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론은 애첩의 자리에서 완고하게 버텼다.
“주제넘은 새끼가 고집만 세서.”
휴이는 가운을 두른 채로 집무실의 책상에 앉았다. 그는 어제 새벽에 돌아왔다. 관계가 늦게까지 이어졌으니 오늘 마르티안은 늦게 일어날 게 뻔했다.
그는 그사이에 외부에서 온 서신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외부에서 온 편지들은 제법 많았다. 발신인을 확인하며 편지를 걸러내던 그가 초대장을 발견하고는 멈칫 멈췄다. 초대장은 제국 교육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후원회 초대장이었다.
휴이는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는 명목하에 매해 상당한 금액의 돈을 다양한 단체에 기부했다. 기부를 받는 단체들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런저런 명목으로 후원회 여는 게 일반적이었다. 교육원의 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초대장을 열어 내용을 살폈다. 후원회는 제국의 교육원 일부를 개방해 이루어지는 일정이었다. 후원 귀족들을 초대해서 진행하는 무도회와 소모임이 중점이었다. 후원회의 일정은 총 나흘이었다. 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집사장을 불렀다.
무도회와 파티는 사교계의 꽃이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장이기 때문이었다. 정보는 사람을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귀족들은 좀 더 나은 자리를 찾아다니며 서로 교류하려 들었다.
특정 가문에서 특별한 이유로 진행하는 파티나 무도회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지만 자선 단체나 교육단체 등에서 개최하는 후원회는 매우 장벽이 낮았다. 어느 정도의 돈만 기부하면 대부분 초대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파티나 무도회의 내용은 단조롭고 평이한 편이었다.
제국 교육원에서 개최하는 후원회 역시 비슷했다. 황실의 후원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귀족들의 후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소귀족의 후원을 거절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후원회에는 온갖 잡다한 귀족들이 드나들었다.
거기에 교육원 교육생까지 합쳐지면 공간은 비좁다시피 복잡해지곤 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위 귀족들은 굳이 이 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 분께서 여기까지 와주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차에서 내리는 마르티안과 휴이를 로아 교수가 반갑게 맞이했다. 후원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교수가 맞이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지위는 일반적인 후원회 참석 귀족들과는 한참 달랐다. 휴이가 교육원에 지불하는 기부금만 해도 상당한 규모였으니까.
교육원에서는 부부를 환대한다는 의미로 로아 교수를 직접 내보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두 사람을 교육원 홀로 안내했다.
“두 분의 자리는 안쪽에 마련해 두었습니다. 후원회 시작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먼저 식사를 하는 것이 느긋하게 즐기기 좋으실 겁니다. 물론 제가 맛본 자작가 음식만은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아주 나쁘진 않으니까요.”
교수가 가볍게 너스레를 떨자 마르티안이 웃었다. 그녀는 후원회는 처음이라는 말을 하며 궁금한 것들은 이것저것 물었다. 로아 교수는 그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면서 엘 도안의 옛날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이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이야기란 서로가 잘 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는 말을 하며 백작 부부를 슬쩍슬쩍 살폈다. 아이를 낳고 부부 사이에 상당히 불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새 잘 해결된 모양이었다. 적어도 결혼식 날 두 사람의 모습보다는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이 훨씬 더 돈독해 보였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사람과 함께 걸었다.
교육원의 가장 큰 홀을 꾸며서 만든 무도회장은 상당히 넓었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교육원 학생들과 후원자들, 시중을 드는 하인들이 부산스럽게 오갔다.
홀의 중앙은 무도회를 위해 넓게 비워져 있었고 홀의 가장자리에는 음식이 늘어져 있었다. 오가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차려놓은 모양이었지만 질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로아 교수는 그 공간을 지나쳐서 안쪽에 마련된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쪽은 사람들이 좀 더 적었고 하인들이 돌아다니며 직접 음식을 날라주었다. 음식의 질도 홀에 차려져 있던 것과는 달랐다.
마르티안은 자리에 앉으며 홀을 한번 둘러보았다. 교육원 문양이 새겨진 짙은 푸른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저쪽은 다들 교육원생들인가 보네요.”
“아, 그렇죠. 푸른색 옷을 입은 원생들은 졸업을 앞둔 이들이구요. 그 외에는 아직 학기가 남은 경우입니다. 오늘은 무도회와 만찬이 있는 날이라 정신이 없는데 내일부터 이어지는 소모임에서는 좀 덜할 겁니다.”
“소모임이요?”
마르티안이 처음 듣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일정을 전혀 모르는 건가 싶어서 교수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휴이가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
“교수님. 이만 일어나시죠. 후원회 준비와 관리로 계속 바쁜 상황일 테니까요. 자세한 일정은 이미 알아 두었으니 부인과 따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교수의 입장에서 반길 만한 소리이긴 했다. 후원회를 진행하고 교육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교수의 몫이었으니까. 이 시기의 교수들은 제각기의 이유로 모두 바빴다. 그러나 로아 교수는 그 배려있는 말이 사실상의 축객이나 다름없음을 눈치챘다.
‘소모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나 보군. 하긴 부인이 여전히 작위와 영지를 가진 귀족이니…….’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후원회는 내일부터 이어지는 소모임이 핵심이었다.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졸업예정자들과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한 교육생들이 제 지식과 외모를 뽐내는 자리였으니까.
소모임의 원래 목적은 졸업예정자의 취업 연계였지만 근래 들어서는 작위를 가진 귀족들이 가볍게 만날 애인을 찾는 자리로도 쓰였다.
이미 결혼을 했다고 해도 작위를 가진 귀족이라면 애인 한둘 정도 두는 건 흔한 일이었다. 휴이는 자신의 부인에게 푹 빠져 있으니 별일이 없겠지만 마르티안은 그와 달랐다. 그녀는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고 거기에 재력이 더해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했다.
교수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도안 자작은 건드리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서 우드와 같은 경우가 또 나오게 되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작님께서도 이곳 출신이라는 걸 제가 깜빡할 뻔했습니다.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두 분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영지로 내려가기 전에 한번 따로 보자는 의례적인 말들이 오갔다. 이내 교수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휴이는 잠시 마르티안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마르티안에게 소모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후원회의 일정 중에 만찬, 무도회, 후원 보고 및 학회 등 단체로 행해지는 것만을 언급했고 나머지 시간은 수도에 온 김에 문화공연이나 쇼핑으로 시간을 보내자고 말한 상황이었다.
그는 변명하듯 설명을 입에 올렸다.
“소모임은 두세 명의 교육생들이 진행하는 모임을 말해. 주제별로 여러 개가 있긴 한데 대단한 지식이 오가는 건 아니야. 소소한 티타임에 가깝고 졸업예정자들이 귀족들에게 얼굴도장을 찍는 자리라서…….”
“왜 말을 안 했어요?”
“……고용인은 충분하니까. 그리고 학회보다는 비전문적이어서 당신이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거 같았어.”
마르티안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정보를 멋대로 걸러서 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른 정보가 딱히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이정도 수준은 정보를 검열했다기보다는 선별했다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의 말대로, 소모임은 그녀에겐 별 관심이 안가는 일정이었다.
마르티안은 그쪽에 대한 관심을 재빠르게 접었다. 그녀가 이 후원회에서 오고자 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수목 부분 학회 일정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모레 오후야. 그날 진행되는 학회 중에는 마지막 순서고. 아, 다음 날에는 관련 담당자들 점심 모임이 있다고 했었는데 이건 당신이 학회를 듣고 괜찮다고 하면 그때 참석할지 알리려고 했어.”
그가 거기까지 대답하고는 다시 마르티안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굳이 수도로 올라와 후원회를 참석한 건 이 학회 때문이었으니까. 학회에서는 그녀가 관심을 두던 수목 연구발표가 있었다. 이대로 넘어가 주면 좋을 텐데. 휴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껏 긴장했다.
“그래요. 그럼.”
그녀의 대답은 짧았다. 존대를 썼지만 그게 의미가 없다 싶을 만큼 고압적인 태도였다. 휴이는 그런 태도쯤이야 전혀 상관없다는 얼굴로 그저 표정을 풀었다.
휴이는 지나가는 하인을 불러 간단한 음식을 주문했다. 도수가 낮은 와인과 얇게 썬 빵, 가벼운 절임 요리가 차려졌다. 그는 와인을 한번 맛보고는 마르티안에게도 권했다. 그녀는 그가 권하는 대로 와인을 맛보았다. 와인은 제법 질이 좋았다.
무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휴이와 마르티안은 여러모로 바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인사와 안부를 전했다. 그건 그들이 사교계를 워낙 떠들썩하게 만든 유명인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지위와 배경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작위를 가진 귀족들, 교수들, 교육생들까지. 사람을 계속 응대하며 인사를 나누는 건 굉장한 피곤한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반사적으로 웃으며 사람들을 대했지만 기억 속에 남는 상대는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자 휴이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사람들을 하나둘 물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는 그녀를 이끌어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는 커다란 외부 창마다 딸려있는 분리된 공간이었다. 테라스로 나가는 문은 안팎으로 잠글 수 있게 되어있었고, 커튼도 안팎으로 달려있어서 안과 바깥을 완전히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테라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친 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밖은 이미 밤이었다. 공기가 제법 서늘했지만 춥지는 않다. 마르티안은 피곤한 숨을 뱉고는 테라스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휴이가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기는 주인님과 저밖에 없으니까요.”
그가 마르티안의 손을 잡고는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손등, 손가락 마디, 손바닥. 조심스러운 태도에는 긴장이 묻어났다. 테라스에 달린 등에서 빛이 흘러나와 그의 얼굴로 내려앉았다. 마르티안은 발을 들어 그의 앞섶을 꾹 눌렀다.
“요즘엔 옷 입고 있는 개도 있나 보지?”
그건 그녀가 그를 개로 대하겠단 뜻이었다. 휴이는 입고 있던 정장을 급하게 벗었다. 막대한 돈을 주고 맞춘 옷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으로 굴렀다.
벗은 몸은 상처하나 없이 희고 매끈했다. 그는 벌거벗은 상태로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지나친 흥분 때문이었다. 그의 성기는 벌써 질질 젖고 있었다.
“이러고 싶어서 테라스로 왔어?”
마르티안은 꺼덕거리는 것을 발로 툭 쳤다. 휴이가 흐으으, 하고 옅은 신음을 뱉어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그녀는 웃었다. 애초에 테라스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냥 쉬기 위해서 테라스를 쓰는 게 아니었다.
지붕이 있고 커튼으로 가려지는 독립된 외부공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볍게 뒹굴 파트너를 데리고 테라스로 나왔다.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말했다.
“근데 어쩌지? 나는 널 데리고 놀 마음이 별로 없는데. 너무 피곤하거든.”
학대와 가학은 가해자의 노동을 필요로 했다. 가만히 앉아서 상대를 매질하거나 괴롭힐 수는 없는 법이었다. 마르티안은 피곤하다는 티를 드러냈다. 사람들을 너무 상대했더니 진이 빠졌고 그러다 보니 모든 게 귀찮았다.
“네가 사정할 수 있게 허락해줄 마음도 없어.”
그녀는 휴이의 뺨을 툭 치며 말했다. 함부로 흥분해서 행동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뜻이었다. 휴이는 머뭇대며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그는 전부 벌거벗은 상태였지만 그녀는 격식을 차린 옷차림 그대로였다. 그녀에게 다리를 벌리고 싶어서 이렇게 벌거벗고 애원을 한다는 게 수치스럽다. 그 수치는 흥분의 원천이었다.
아래를 짓밟히고 뺨을 맞고 싶다. 개가 되고 싶은 욕망이 목 안으로 타들어 갔다. 휴이는 그녀의 드레스 끝자락을 쥐었다.
“주인님. 그럼, 혀라도 쓸 수 있게…….”
“혀? 네가?”
마르티안이 웃었다. 혀를 쓰는 건 휴이가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것이었으니까. 비교 상대가 론이니 그는 늘 무능하고 못난 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녀는 휴이가 가진 열등감을 알고 있었다. 론 앞에서는 이런 식의 애원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도.
“네 선배가 없으니까 용기가 났어? 주제넘게 굴고 싶나 보네?”
“……그냥 주인님이 즐거우셨으면 해서, 흑!”
예고도 없이 뺨이 후려쳐졌다. 마르티안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게 주제를 모르는 거지. 내가 네 혓바닥으로 즐거울 일이 뭐가 있어?”
그녀는 휴이의 사타구니를 구둣발로 꾹 짓이겼다. 여린 맨살에 구두 굽이 짓이겨지자 휴이가 우는 신음을 뱉어냈다. 뺨을 얻어맞고 아래가 짓밟히는 걸 바라긴 했지만 그녀가 주는 고통은 늘 상상 이상이었다. 딱딱한 구두 바닥이 성기에 비벼질 때마다 살갗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헐떡이며 숨을 들이켰다. 고통스러운 자극에 눈물이 금세 쏟아졌다. 주인님. 주인님. 흐으. 그는 마르티안의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며 울었지만 그의 발기한 것은 전혀 죽지 않았다.
흥분은 고통과 섞여서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가 허리를 부들대며 헐떡일 때쯤 마르티안이 발을 뗐다. 구두로 질척한 쿠퍼액이 묻어났다.
“이거 봐, 네 몸뚱이나 즐거울 일이잖아?”
“흐으, 잘못, 흐읍, 잘못했어요. 흐읏, 흐읍……주인님.”
휴이는 급히 몸을 구부려서 그녀의 구두에 묻은 것들을 핥았다. 더러운 것을 치우는 건 이제 완전히 길이 들었다. 그는 더러운 것들을 삼키고는 그녀의 앞에서 입을 벌렸다. 정액을 쏟은 건 아니었으니 맛있게 먹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치운 이후이니 스스로 삼킨 걸 확인받는 것이다.
“그만 됐으니까, 내 위로 올라와서 앉아.”
그 말에 휴이가 벌거벗은 상태로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 휴이의 얼굴은 흥분과 기대, 그리고 불안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르티안은 자신의 위에 앉은 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꾹 움켜쥐었다.
근육으로 인해 탄탄하고 단단했지만 피부 자체는 매우 부드럽고 매끄럽다. 엉덩이를 쥐어짜듯 손에 힘을 줄 때마다 휴이의 몸이 흠칫거리며 흔들렸다.
마르티안이 속삭였다.
“네 거 쥐고 흔들면서 혀를 쓰는 거야. 내가 즐거우면 좋겠다고 했으니까 적어도 내가 흥분할 때까지는 네 좆도 참아.”
그 말에 휴이가 흐으, 주인님하고 우는 신음을 냈다. 이 자세에서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그녀의 귀와 목덜미를 핥는 게 전부였다. 음부를 직접적으로 핥는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해서 그녀의 흥분을 끌어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에 반해 그의 성기는 이미 터질 지경이다. 이 상태로 쥐고 흔들면서 그녀가 흥분할 때까지 참아야 한다니.
마르티안이 하는 요구는 불가능한 요구였다. 휴이는 겁을 집어먹은 얼굴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벌을 받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녀가 그를 무능하게 여기면서 내팽개치거나 방치할까봐 무서웠다.
그건 본능처럼 각인된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휴이의 무능을 잘 봐주지 않았고 실제로도 몇 번이나 그렇게 대했으니까.
“……모, 못 참게 되면요. 만약 그러면…….”
“거짓말한 대가를 치러야지. 날 기쁘게 하려고 혀 쓰려던 거 아니니까.”
휴이는 그 대가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마르티안은 개가 이것저것 재려고 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으니까. 그는 그녀에게 올라탄 상태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시킨 걸 해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야속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질끔질끔 젖었다.
아니, 이건 사실 본인의 탓이다. 혀 쓰는 법 하나 제대로 배우질 못해서 무능한 개밖에 되지 못하는 스스로가 제일 문제였다.
“안 할 거야? 이대로 그만 둘래?”
“흐, 아니요. 해요, 주인님.”
그는 급하게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댔다. 그는 입으로 그녀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두어 개 풀었다. 목덜미와 쇄골로 이어지는 곳이 길게 벌어진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쥐고 그 벌어진 안쪽에 입을 댔다. 손에 쥐인 것은 그녀의 체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움찔댄다. 이대로 흔들면 너무 빨리 사정할 거 같아서 휴이는 그냥 손에 쥔 채로 조금 몸을 세워서 그녀의 귀를 핥기 시작했다.
귓바퀴를 따라 가볍게 씹고 빠는 행위가 이어졌다. 휴이는 론이 하던 것들을 떠올리려 따라 하려고 애썼다. 손에 쥐인 성기는 손으로 흔들지도 않았는데 자꾸 꿈틀거렸다. 그는 조급하게 그녀의 귀와 목덜미를 애무했다.
* * *
마르티안과 휴이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수도의 백작가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은 영지의 것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상당히 아늑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건물이었다.
관리하는 고용인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말이 없었으며 저택 내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차분했다. 말 그대로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오래 머물면서 지내기에는 아쉽지만 이런 식으로 일주일 정도 머무르기에는 나쁘지 않은.
“약아빠져서는.”
마르티안은 침대에 누워 작게 중얼댔다. 수도에 저택을 사는 건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전혀 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수도에 오갈 만한 일이 지속적으로 생길 거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녀는 사교계나 공작가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그녀는 수도행을 결정했다. 휴이는 수목학회를 미끼 삼아 애원에 가까운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좋은 기회기는 하지. 내부 자료만으로는 수목종에 대한 정보가 한계가 있으니까……’
새로운 일은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늘 난관에 부딪친다. 새로운 나무를 살피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여러모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수목은 오래 두고 봐야 하는 자원이었으니까. 자작가내 정보만으로는 다양한 나무에 대해 살피기가 어려웠다.
휴이의 제안은 그런 면에서 그녀에게 딱 필요한 내용이었다. 그는 약아빠졌지만 그만큼 그녀의 도움이 될 것들을 잘도 찾았다.
문 열리는 소리에 마르티안이 고개를 돌렸다. 휴이가 가운을 입은 채 쭈뼛대며 들어왔다. 목욕을 막 끝낸 얼굴은 말끔했지만 약간 긴장한 채였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르티안이 휴이 앞으로 다가가자 휴이가 당연한 것처럼 무릎을 꿇었다. 뺨에는 아직 붉은 기가 살짝 남아있었다. 그녀는 그 뺨을 한번 쓰다듬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툭 건드리자 휴이가 그녀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입 안으로 물고 혀로 문지르는 감각들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혓바닥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아까 후원회 때는 왜 그랬어? 테라스에서.”
“그게, 잠갔다고 생각하고는 확인을, 흐으, 제대로 못 해서…….”
휴이가 변명하듯 중얼댔다.
두 사람이 있던 테라스는 잠겨 있지 않았다. 휴이가 한창 그녀를 핥으며 빨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사정을 한 그때, 문이 벌컥 열였으니까.
마르티안은 그 순간 피곤하던 것마저 다 날아가 버렸다. 그건 테라스가 비어있는 줄 알고 들어오던 상대방도 그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을 확인하고는 도망치듯 나갔다.
그 순간 당황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녀의 개. 휴이는 그녀의 눈치를 보듯 일어나서 테라스를 다시 잠갔다.
“제대로 확인을 안 했다고?”
휴이의 머리카락을 쥔 채고 그녀가 다른 손을 들어 휴이의 뺨을 가볍게 내리쳤다. 가벼운 손찌검이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잔뜩 긴장하게 되는 손짓이다.
휴이는 그녀의 들린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네, 라고 대답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다시 가볍게 내리치자 휴이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일부러 확인을 안 한 거 같던데?”
그녀는 살짝 붉어진 휴이의 뺨을 매만지며 다시 물었다.
“뭐가 맞아? 제대로 못 한 거야, 아니면 일부러 안 한 거야?”
휴이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댄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답이었다. 마르티안은 손을 치켜들어 크게 뺨을 후려쳤다. 짝, 짝, 짝하는 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뺨은 물감으로 물을 들인 것처럼 새빨개졌다. 마르티안은 붙잡고 있던 것을 놓고는 다시 물었다.
“왜 그랬어?”
“잘못, 흐으, 잘못, 했어요. 주인님.”
“왜냐고, 물었는데?”
그녀의 말에 휴이가 훌쩍거리면서도 머뭇댄다. 마르티안은 미간을 확 좁히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침대로 향했다. 급하게 뒤따라 기어오는 소리 사이로 잘못했다는 애원이 섞였다.
마르티안은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휴이는 유능했지만 그만큼 약아빠졌고 또 제멋대로였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휴이가 가진 권력과 지위는 그의 사지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그걸 사용하고 활용할 때 특별히 의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모든 배경과 환경.
휴이는 그녀의 앞에서는 그런 것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의 앞’이라는 선은 언제나 애매모호했다.
휴이는 침대 위까지는 따라 올라가지 못한 채 그 아래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곁에서 개 취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모든 걸 견딜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외면받는 건 늘 괴로웠다.
게다가 오늘은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시간이었다. 멍청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는 침대보를 꾹 움켜쥐고는 입을 열었다.
“거기에 있는 귀족들이 주인님께, 접근, 하는 게 싫어서…….”
뱉어내는 욕망은 허락받지 못한 것이었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전에도 그녀의 주위를 통제하려 들었다가 혼이 났던 게 떠올랐다. 그는 질투를 견디지 못한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그럼에도 그걸 참지 못했다.
테라스 문의 잠금장치가 헐겁게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그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누군가 들어와서 그의 모습을 봐주길 바랐으니까.
마르티안은 전혀 관심도 두지 않은 거 같았지만 후원회에서 그녀를 눈으로 좇는 이들은 매우 많았다. 그녀의 출산 후 두 사람이 별거나 다름없이 생활했다는 건 이미 유명했으니까. 굳이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후계가 생겨난 이후에,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애인을 만드는 일은 매우 흔했다.
게다가 그녀는 자작 작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으니 혹시라도 이혼을 하게 되면 애인은 새로운 남편을 꿰찰 수도 있었다.
남편과의 갈등을 가지고 있는 백작 부인이자 몹시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작. 휴이는 이 후원회의 물밑에서 이뤄지는 사창가나 다름없는 그런 작업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닿는 시선이 늘어날 때마다 몹시도 예민해졌다.
특히 교육생이나 하급귀족들의 눈길이 매우 노골적이었다. 휴이는 마르티안을 쳐다보는 상대마다 시선을 건네 그 얼굴을 기억했지만 그거로는 치미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테라스의 잠금장치를 닫으며 휴이는 불안하게 들렸던 잠기는 소리를 그냥 방치했다. 일부러 잠그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지 누군가 벌컥 열어서 마르티안과 자신의 관계를 보아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휴이는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마르티안을 보다가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일부러, 열어 둔 건 아니었는데…… 잘 잠겨있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겼어요. 잘못했어요, 주인님. 거기 있는 귀족들이 주인님을 자꾸 쳐다봐서…….”
변명으로 울음이 조금 섞였다. 마르티안은 잘못을 한 개가 불쌍한 척을 하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었고, 특히 휴이가 그렇게 구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는 이를 꾹 물고는 눈을 깜박여 눈물을 털어냈다.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휴이가 무릎으로 기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잔뜩 겁에 질린 눈이 그녀를 올려본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개답지 못한 기질이 또 나왔단 소리네.”
“……네, 주인님.”
휴이가 울음을 삼키고는 대답했다. 주인은 개를 소유하지만 개는 주인을 소유할 수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르티안의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견딜 수 없었다.
그건 그의 인내가 너무 짧아서라기보다는 평소 그녀의 애첩을 참아내는 것만으로도 그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 한 방울에 넘쳐흐르는 물처럼 그의 질투는 단번에 흘러넘쳤다. 감정대로 행동한 결과는 여지없이 문제가 되었다. 테라스의 문이 열리고 그를 알아본 귀족이 사색이 되어 나갔을 때, 휴이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건 인간의 감정이라기보다는 개의 감정이었다. 제 주인에게 마킹을 하고만 개.
“휴이.”
마르티안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백작님이라는 단어보다는 훨씬 친근한 부름이었지만 그건 개로 부르는 호칭은 아니었다. 그녀는 명령하듯 말했다.
“수도에 있는 동안 휴이로 있어요.”
“주인님.”
휴이가 급하게 그녀의 가운 자락을 붙잡았다. 수도에 있는 동안. 그렇게 한정 지은 기간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그가 왜 그녀에게 수목종 학회에 대한 정보를 어필하면서까지 수도 나들이를 하려 한 건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수도에 있는 동안이라는 기간의 뜻을 다시 노골적으로 정정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론이 없는 상황이라고 개로 굴지 말라는 뜻이에요. 주제넘은 개를 침실에 두고 싶지 않으니까.”
론이 있을 때는 그가 개로 있을 우선권이 없다. 기껏해야 도구일 뿐이었다. 휴이는 끅끅 하고 울음을 뱉어냈다. 스스로가 멍청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개로 있고 싶으면서 왜 자꾸 쓸데없는 감정을 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얌전히 있지 못하게 하는 자기 자신이, 견디기 어렵다. 괴로웠다.
그는 다시 울면서 마르티안에게 말했다. 그녀의 발이 쏟아지는 눈물로 젖기 시작했다.
“흐으, 주인님. 잘못했어요. 교육 다시 받을게요. 돌아가면 선배 앞에서 다시 교육받을 테니까, 제발 여기서는…….”
론의 앞에서 교육을 받는 건 지나치게 괴로운 일이었다. 굴욕과 열등을 마주하는 일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휴이를 교육하면서 매번 노골적으로 론과 비교했고 끝에는 그를 방치한 채 론을 삼키거나 론에게 박았다.
교육은 그의 존재가 쓸모없는 개라는 걸 일깨우는 과정이었다.
“돌아가면 뭐든 할게요. 주인님. 제발……여기서는 개로, 흐읍, 개로 있게…….”
그는 미래의 자신을 담보 잡아 애원했다. 그는 제 몸을 아무렇게나 파는 일에 익숙해졌다. 당장 미래의 자신을 팔았고 제 굴욕과 수치를 팔았고 열등을 팔았다. 휴이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등과 발목을 핥았다. 주인님. 눈물이 그녀의 발등에 떨어졌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내려보다가 발로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그가 이 일주일을 몹시 기대하고 기다렸음을 알고 있었다. 론은 단 한 번도 개의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으니까.
론은 자신의 몸이 심하게 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그녀의 곁을 넘겨주지 않았다. 이 여행은 그가 겨우 얻어낸, 순수하게 개로 있을 수 있는 기회였다.
“뭐든지 하겠다고?”
“흐으, 흐윽. 네, 주인님. 뭐든, 뭐든 할 수 있어요.”
뺨이 온통 젖어서 헐떡이는 것이 보기 나쁘지 않다. 그녀는 발을 움직여 휴이의 뺨을 툭 찼다. 툭툭 하는 발짓이 조금 거칠어지자 휴이가 애원을 멈추고는 이를 다물었다.
가학을 기대하며 그의 몸이 긴장한다. 아니, 그가 원하는 것은 벌이었다. 그를 개로 있게 해줄 벌.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올라가서 구멍 벌리고 엎드려.”
휴이는 울음을 삼키고 소파에 올라가 자세를 잡았다. 엎드린 채 손을 뒤로 보내서 엉덩이를 직접 벌리는 자세였다. 그는 가혹할 게 뻔한 벌에 긴장하면서도 어쨌든 개의 자리에서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벌어진 구멍으로 무언가가 툭 와서 닿았다. 휴이는 그게 마르티안이 들고 다니는 마편처럼 생긴 회초리라는 걸 금세 눈치챘다. 몸이 긴장과 기대로 움찔 떨렸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내일 일정은 전부, 취소야.”
휴이는 내일 예약해놓은 여러 가지 일정들을 떠올렸다. 마르티안과 함께 의상실과 세공점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저녁에는 유명한 공연을 보는 일정이었다.
소모임을 참석할 생각이 없어서 이것저것 개인 일정을 끼워 넣은 거였지만 마르티안도 크게 싫어하진 않았다. ‘휴이’로 있으면 가능했을 평범한 일정이었지만 그는 입술을 깨물고는 대답했다.
“흐읍, 네, 네. 취소할게요. 주인님.”
바람을 가르는 회초리 소리가 위협하는 것처럼 몇 번 울렸다. 몇 번을 연이어 움찔하며 헐떡대던 몸이 살짝 긴장을 풀었을 즈음, 첫 번째 매가 떨어졌다. 짝 소리와 함께 연약한 주름에 떨어진 매는 처음부터 고통스럽게 아팠다. 그는 등을 굽히며 몸을 덜덜 떨었다.
마르티안이 회초리 끝으로 그의 뒷 허벅지를 툭툭 쳤다.
“뭐든 하겠다고 해놓고 고작 한 대 맞고 이따위로 굴면 안 되지. 주제 파악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자세 똑바로 해.”
겨우 다시 자세를 잡자 바로 매가 떨어졌다. 휴이는 이를 악물고는 자세를 버텨냈지만 매질이 연이어 다섯 대가 이어지자 엉덩이를 벌리던 손을 놓쳤다. 회초리가 그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강도가 센 매질은 단번에 피멍 자국을 만들었다.
휴이는 헐떡이며 소파를 움켜쥐었다. 오랜만에 맞는 매는 상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으, 주인님. 잘못, 으! 흐읍!”
허벅지로 떨어지는 매질은 자세를 제대로 잡으라는 것처럼 연이어 이어졌다. 휴이는 울며 다시 엉덩이를 벌렸다. 얻어맞은 주름이 벌써 부어오른 느낌이 들었다.
회초리 끝이 주름을 문질렀다. 온몸이 그것만으로도 긴장했다. 휴이는 움찔거리며 잘못했다는 소리를 했지만 마르티안은 대꾸도 없이 그대로 매를 내리쳤다.
짜악,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휴이는 손을 놓치는 건 물론이고 엉덩이마저 푹 주저앉았다. 끄, 끄윽. 울음은 삼킨 신음으로 변했다. 견딜 수 없이 아팠다. 고작해야 열 대도 맞지 않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녀의 애첩이 가학 중에 버티는 것을 볼 때는 그저 감정이 질투로 들끓었지만 실제로 겪는 고통은 몸을 벌벌 떨게 했다.
회초리가 그의 고환 아래로 들어와 툭툭 올려쳤다. 그는 엉엉 울며 다시 엉덩이를 들었다.
* * *
휴이는 온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로 햇빛이 강하게 늘어져서 눈이 부셨다. 그는 버릇처럼 몸을 일으키려다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늘어트렸다.
엉덩이나 허벅지는 물론이고 구멍이나 성기 거죽도 온통 아프고 쓰라렸다. 하다못해 시트에 닿는 살결마저도 그랬다. 흐으, 끄으. 그가 겨우 몸을 반쯤 일으켰을 때였다.
휴이는 제 옆자리가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너른 침대에는 혼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옆자리를 더듬어 보아도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아픈 것도 잊고는 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침실을 같이 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놓고 가버린 걸까. 밀려오는 서러움에 그가 입술을 질근 물었다.
“일어났네.”
휴이가 고개를 들었다. 마르티안이 목욕 가운을 몸에 두른 채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이 수건으로 둘러 있다. 그녀의 뺨은 유난히 매끈하고 불그스름했다. 누가 보아도 목욕을 막 끝낸 모습이었다.
휴이는 잠시 할 말을 잊고는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 마지막 시중은 늘 애첩의 몫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런 모습의 마르티안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뭐 해, 너도 씻어야지. 그 시트도 좀 치우라고 하고.”
휴이가 그 말에야 퍼득, 정신을 차렸다. 목욕시중. 관계가 끝나고 나면 매번 빼앗겼던 역할이었다. 이번에 수도 나들이에는 자신이 할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했는데 벌을 받느라 몸이 지쳐서 그 기회를 날린 셈이었다.
물론 그녀에게 벌을 받고 개의 자리에서 몰아붙여 지며 학대당하는 것은 몹시 좋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아니, 아쉽다기보다는 매우 아까웠다.
그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이내 윽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어젯밤에 두들겨 맞은 발바닥이 퉁퉁 부었는지 아팠고, 몇 번이나 질질 싼 탓인지 오금에 바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주저앉다니.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그의 얼굴이 귀까지 붉어졌다. 마르티안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휴이가 목욕을 마치는 동안 하인들이 들어와 침실을 정리했다. 마르티안은 진한 홍차를 마시고는 가볍게 식사를 했다. 구운 채소와 수프 정도의 단순한 아침이었다.
휴이는 그녀가 식사를 마치고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욕실에서 나왔다. 주인님. 머뭇대며 부르는 소리에 마르티안은 몸을 돌렸다.
습기로 젖은 매끈한 뺨에는 아직도 후려 맞은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그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운을 두른 채였는데 뺨을 제외하고는 가운 밖 몸뚱이는 제법 멀쩡했다. 손목 손, 얼굴, 목덜미, 종아리, 발. 드러나 있는 희고 매끈한 피부에는 부어오른 자국조차 거의 없다.
후원회 일정을 고려해서 드러나는 곳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은 결과였다.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다가갔다. 가운 안의 몰골이 어떠한지 아는 상황에서 말끔한 꼴을 보고 있으려니 묘하게 흥분이 일었다. 그녀는 휴이가 입은 가운의 끈을 끌러내어 바닥으로 툭 떨어트렸다.
아, 휴이가 시선을 내려 그것을 보았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긴장한 얼굴이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미르티안이 말했다.
“가운 벌려서, 잡고 있어.”
휴이가 머뭇대며 가운 앞섶을 벌려 양손으로 잡았다. 커튼을 걷어내는 것처럼 가운이 벌어지자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시된다.
엉망으로 부어오른 유두와 유륜의 긁힌 자국들, 줄이 빼곡하게 그어진 허벅지, 아직도 불그스름하게 해진 흔적이 있는 성기 거죽과 사타구니 안쪽으로 부어오른 살결까지. 마르티안은 웃는 것처럼 말했다.
“아주 엉망이네.”
그녀가 휴이의 반쯤 발기한 성기를 움켜쥔다. 조금씩 젖어가던 성기가 그 손길에 빠르게 단단해졌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며 흥분을 참으려 들었지만 금세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귀와 목덜미를 붉게 물들인 채로 신음을 뱉어냈다. 흐으, 흐응. 하으.
“괜찮은지 확인이나 좀 하려고 했더니…….”
그녀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휴이의 성기에서 손을 뗐다. 순식간에 멈춘 희롱으로 인해 휴이는 더 수치를 느꼈다. 혼자 발정이 난 거 같았으니까. 그의 몸은 수치만큼 흥분하며 더 젖었다. 그건 정신없는 가운데 당하는 가학의 순간과는 달라서 스스로도 분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인지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 더 수치스러웠다.
마르티안의 손이 가볍게 그의 성기를 내리쳤다. 하으! 흐읏! 발기한 것이 까닥대며 맞을 때마다 휴이는 신음을 뱉으며 몸을 떨었다.
“여긴 뭘 했다고 벌써부터 질질 흘려?”
그녀는 휴이의 유두를 잡아내려 상체를 굽히게 했다. 끄윽, 끅. 어제 심하게 괴롭혀진 유두는 거의 살갗이 벗겨지지 직전이었다.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서 휴이는 헐떡였다. 엉거주춤 몸을 굽혀 그에게 마르티안이 손을 내밀었다.
방금 휴이의 성기를 내리쳤던 손은, 그가 질질 흘린 쿠퍼액으로 이미 더러웠다. 휴이는 혀를 내밀어 그 손을 핥기 시작했다. 열심히 핥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르티안은 한 번씩 그의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이유가 없이 이어지는 손길은 단지 그녀의 즐거움을 위한 괴롭힘이었다. 휴이는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헐떡이며 애원했다.
“흐으, 주인님. 아프……흐으! 하으, 아파요. 흐! 제발, 흐, 그만, 흐응, 흐…….”
“아프다고?”
“네, 흐으. 너무 아프……흐, 흐으…….”
마르티안이 픽 웃고는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흐으, 힉, 신음이 높아졌다. 그의 성기는 유두를 비틀 때마다 더 터질 것처럼 발기한 상태였으니까. 그가 엉덩이를 뒤로 뺐다. 어딜 물러나, 그녀가 말하자 휴이가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성기를 힘을 주어 쥔 채로 흔들었다.
“흐읏, 주인님. 흐, 흐응. 싸, 쌀 거 같은데…….”
애원은 아까보다 더 필사적이었다. 붉어진 얼굴은 함부로 싸게 될까 봐 몹시 겁을 먹었다. 마르티안은 가볍게 웃고는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침대로 끌고 갔다.
엉거주춤 상체를 구부리고 끌려온 개는 거칠게 밀려 침대에 엎어졌다. 흐윽, 흐, 휴이는 거의 우는 것처럼 신음을 뱉었다.
“엉덩이 벌려.”
마르티안이 말하자 휴이가 침대에 얼굴을 푹 막고는 손을 뒤로 해서 엉덩이를 벌렸다. 멍으로 검붉고 퍼런 엉덩이는 성한 구석이 거의 없었고, 벌어진 안의 구멍도 맞은 탓으로 인해 아직 조금 부어있었다.
그녀는 부푼 구멍을 가볍게 만졌다. 이곳도 어제 상당히 많이 후려쳐서 개는 거의 울면서 맞았다. 혹시나 또 매질이 이어질까 싶어서 그는 바짝 긴장한 채로 작게 신음을 뱉어냈다.
순간 마르티안의 손가락 하나가 쑥 그의 뒤를 비집고 들어왔다.
“관장했어?”
“흐으, 네. 했어요. 흐으, 흐응. 백작가에 있을 때도, 자주, 흡.”
“그건 안 궁금해.”
그 말에 휴이가 서럽다는 얼굴로 입을 다문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무시하고는 그의 내벽을 더듬었다. 흐으, 흐응. 그는 작게 신음을 뱉으며 반사적으로 구멍을 조였다. 손가락 하나 정도에도 좁고 빡빡하다.
마르티안은 손가락을 빼냈다. 휴이를 창관에서 남창으로 대했던 그때 이후로 그녀는 휴이의 뒤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건 좀 어렵겠네.’
그를 창관에 있는 남창으로 대했던 건 2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론과 휴이의 서열을 명백하게 주지시킨다는 이유로, 백작가 내에서는 휴이를 개 취급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그러니 좁고 빡빡해진 뒷구멍까지 건드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휴이의 구멍은 길이 들지 않은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마르티안이 별말 없이 몸을 일으키자 휴이가 처박고 있던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보았다.
“주인님, 왜…….”
머뭇대는 말로 서러움이 묻어났다. 그녀가 론에게 하는 것들을 자신에게는 해주지 않아서다. 자기 수준도 모르는 개는 시도 때도 없이 억울해하고 또 서러워했다.
그게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르티안이 말했다. 그의 아래는 이렇든 저렇든 간에 늘 빳빳하게 서 있었다.
“큰 이상은 없으니까 일어나. 이만 식사하고 할 일 해야지.”
잔뜩 발기한 상태로, 그가 울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일정을 전부 취소하는 바람에 오후에도 크게 할 일은 없었다. 마르티안은 수도에 올라올 때 챙겨온 책들과 서류들을 보기 시작했다. 휴이는 그녀의 옆에서 덩달아 서류를 보며 한 번씩 제 주인을 힐끔댔다. 침실용 옷만 걸친 마르티안은 약간 흐트러진 차림새였다. 그녀의 손이 서류를 넘기느라 바쁘다.
워낙 마르티안 앞에서는 별거 아니어도 흥분하긴 했지만, 휴이는 몇 번이나 쌀 것 같은 상태를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딱히 자극적인 행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잔뜩 흥분한 상태로 식사를 하고 방치 아닌 방치가 이어지자 몸이 먼저 난리였다.
휴이는 자신이 진짜 개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모르는 척 그녀의 품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어 볼 텐데.
“그만 할 일 해야지. 아니면 다시 혼나고 싶어서 그래?”
갑작스러운 물음은 지나치게 여유로운 목소리라 휴이는 자신이 들은 소리가 무슨 뜻인지를 다시 한번 곱씹었다. 마르티안이 순간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는 그의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듯 잡았다. 흐윽, 맞은 멍이 짓눌려서 아팠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또 맞고 싶어?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해?”
“흐읏, 주인님하고 놀고 싶었는데 못 해서…….”
여기까지 와서도 일만 해야 한다니. 휴이는 그런 것들이 너무 아쉽고 조금 억울했다. 개 취급을 받는 거라면 모를까 이렇게 그냥 일이라니. 게다가 잔뜩 흥분한 몸이 이렇게 방치되는 것도 괴로웠다. 차라리 더 맞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휴이는 그렇게는 말하지 못했다.
마르티안의 손이 허벅지를 더듬어 올라가더니 이내 그의 앞섶을 꾹 움켜쥔다.
“뭐 하고 놀려고 했는데?”
“흐으, 하으, 주인님. 흐으, 그냥 보석이나 오, 옷 같은 거 사려고 했어요. 제가 아는 데 같이 가서……. 흐으, 흐으응, 주인님.”
그는 마르티안에 대한 독점을 그런 식으로 풀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식으로. 그건 스스로에 대한 열등을 푸는 방식이기도 했다. 론이나 그녀의 곁에 있던 다른 개들은 그렇게까지는 해주지 못할 테니까.
백작 부인이 된 이후로 마르티안에겐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상당한 돈이 매달 지급되었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얼마든지 그런 걸 사는 게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가 돈을 쓰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구는 건 다분히 스스로를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경험이라도 독점하고 싶어서.
물론 지금은 그냥 뭐라도 더 같이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거긴 했지만. 마르티안이 픽 웃으며 말했다.
“사람 노릇 하고 싶어? 놀고 싶다고 해서 개 취급해 달라는 줄 알았더니?”
“일하는 거 아니면, 다 좋아요. 주이, 흐응, 주인님.”
잔뜩 들뜬 얼굴로 그가 대답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앞을 주물대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맞은편 소파를 턱짓하며 말했다.
“내 앞에 앉아서 요도 쑤시며 자위해봐. 서랍 안에 있는 것 중에 아무거나 골라서.”
그 말에 휴이의 얼굴이 잔뜩 긴장했다. 요도 안에 뭔가를 밀어 넣고 들쑤시는 건 확연한 자극이긴 했지만 좁은 곳이 우둘투둘 긁히는 감각은 두렵고 긴장되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여태까지, 그의 요도에 뭘 밀어 넣을 때는 마르티안이 직접 했었다. 물론 스스로 개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휴이는 서랍을 뒤져 말랑거리는 재질의 요도 막대를 하나 꺼내왔다. 아래를 벗고 마르티안이 앉은 소파 맞은편에 다리를 벌리고 앉자 그것만으로도 긴장과 수치가 몰려들었다.
그의 성기로 다시 터질 것처럼 피가 몰렸다. 밖은 너무 밝았고 그의 꼴은 심하게 적나라했다. 휴이는 막대에 윤활제를 듬뿍 바르고 나서도 한참을 머뭇댔다.
“안 할 거야?”
마르티안이 재촉하듯 말했다. 그녀의 손이 서류를 다시 뒤적일 것처럼 움직였다. 휴이는 급하게 고개까지 젓고는 성기 거죽을 뒤로 밀었다. 그녀는 한 번 방치하기 시작하면 쉽게 시선을 다시 주지 않았으니까. 요도구는 생각보다 많이 좁았고 막대는 더 두껍다. 끝을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긴장했다.
그가 요도 막대를 끝을 살짝 밀어넣는 걸 보던 마르티안이 툭 말했다.
“감사 인사 하고 해야지.”
“감사 인사요?”
“요도 구멍 쑤시게 해줬잖아. 이렇게 시간 들여서, 쑤시는 꼴 구경도 해주고.”
휴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더듬대며 말을 뱉었다.
“요도 구멍, 쑤시게 해주셔서, 흡, 감사합니다. 주인님.”
“재밌게 굴어. 지루하면 일이나 할 거니까.”
“네, 흐으, 흐읏, 주인님.”
그가 스스로 막대를 요도구에 밀어 넣었다. 윤활제 때문에 쓸리는 느낌은 덜했지만 벌어지는 감각이 기이하게 이어졌다. 흐으, 흡. 예민한 내벽이 문질러진다. 휴이는 벌린 다리를 움찔대며 몇 번이나 손을 멈췄다.
마르티안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구경하듯이 보는 중이었다. 손님으로 온 것 같은 태도였다.
휴이는 남창으로 굴었을 때를 떠올리고는 신음을 뱉어냈다. 그때에는 요도 마개 하나를 선물 받는 것도 몹시 힘들었다. 함부로 사정해서 쫓겨날까 봐 잔뜩 겁을 먹어서 요도구가 긁혀 내려가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님을 위해서라면 제 몸을 망가트리는 것도 감수해야 했으니까.
요도 안으로 막대를 끝까지 처박혔다. 윗부분이 둥근 구슬 모양이라, 귀두 위로 둥근 구슬이 박힌 것처럼 보인다. 가볍게 윗부분을 건드려도 안에서 내벽이 문질러져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이 자리가 남창으로 있던 때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고 편했다.
“선물, 흐으,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다리를 벌린 채 그는 애써 웃는 얼굴을 해 보였다. 둥근 끝을 잡고는 다시 천천히 빼냈다가 조금씩 밀어 넣었다. 흐으, 흐으응. 하으. 스스로 하는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었다.
견딜 만한 고통 정도에서 머무르는 자극은 더없는 흥분으로 이어졌다. 휴이는 헐떡대며 제 요도 안을 들쑤셨다. 허리가 움찔대며 떨렸다. 빠듯하게 발기한 것은 요도구 안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더 흥분했다.
“주인님, 흐으, 흐응, 주인님 아래에서, 흐읏, 흐으……. 하고 싶어요. 흐으응, 주인님.”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켜 그의 앞에 섰다. 소파에 다리를 벌린 채 앉아 있던 휴이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주인님. 애원하는 목소리는 흥분에 젖어 가늘어졌다.
마르티안이 그의 목을 두 손으로 잡았다. 흐으, 흐읏, 흐윽. 점차 목이 졸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휴이는 한 손으로는 성기를 움켜쥐고 천천히 흔들면서, 다른 손으로는 요도구에 박힌 것을 밭게 들쑤시는 걸 멈추지 않았다.
“끅, 큭, 흐으…….”
“휴, 막대 빼. 빼고 흔들어.”
휴이가 숨이 졸려 벌게진 얼굴로 아래에 처박혀 있던 막대를 빼냈다. 움찔거리며 허벅지 안쪽이 떨린다. 잔뜩 흥분하고 긴장한 몸이 헐떡였다. 마르티안이 소파 위로 무릎을 굽혀 올리고는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꾹 짓눌렀다. 끄으, 끅. 짓눌린 것이 꿈틀댄다.
목이 짓눌려 숨이 모자라는 순간마저도 흥분을 더한다. 끕, 흐, 숨이 겨우 넘어가는 소리가 목 안으로 튀어 올랐다. 이내 잔뜩 흥분한 곳으로 정액이 튀어 올랐다.
질질 흐르는 것이 그의 몸과 마르티안의 허벅지로 툭툭 떨어졌다. 휴이는 목이 졸린 상태로 꿈틀댔다.
“치워.”
마르티안이 손을 풀며 뒤로 물러났다. 밭은 기침을 하며 헐떡이는 몸이 바닥으로 내려와 그녀에게 튄 것들을 핥았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헐떡이는 숨 사이로 습관처럼 달라붙은 인사가 함께 흘러나왔다.
* * *
수목 학회는 삼십 명 안팎이 참여했다. 보통은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교육생들과 정보를 얻고자 하는 실무자들이 주로 참관했고 작위를 가진 귀족이 직접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때문에 백작 부부가 참관 의사를 밝혔을 때 학회 발표자들은 상당히 당황했다. 물론 그건 긍정적인 당황이었다. 백작부부가 가진 지위와 배경은 누구나 연줄을 대고 싶어 할 만큼 대단했으니까.
학회장을 맡고 있는 교수는 두 사람이 참여한다는 것에 한껏 흥분해서 발표자들과 함께 발표 내용을 일일이 점검했을 정도였다.
발표장에는 백작 부부를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었다. 발표 내용이나 자료를 보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근처 실무자들이나 연구교육생 무리와 섞이지 않도록 특별히 배치된 자리였다. 백작 부부는 발표가 시작될 즈음 도착했다.
발표를 담당한 교육생들과 학회장을 맡고 있는 교수가 그들에게 찾아와 인사를 했다.
“두 분이 여기까지 참석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덕분에 발표자들이 긴장을 한 상태긴 하지만요.”
교수는 최대한 친근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백작 부부를 처음 본 상태였다. 소문만큼이나 대단한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배경으로 만들었다. 그의 제자들은 백작 부인과 백작을 힐끔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수는 그걸 보면서도 제지할 생각보다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부터 했다. 두 사람은 지위에 앞서 외모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직접 두 사람의 자리 안내까지 도맡고는 따로 챙겨온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건 미리 부탁하신 자료입니다.”
마르티안이 의아한 얼굴로 무슨 자료냐며 되물었다. 학회가 있다는 걸 듣긴 했지만 자료를 나눠준다는 건 듣지 못했으니까. 자료가 담긴 봉투는 묵직하고 두꺼웠다. 교수가 으쓱대며 말했다.
“이번에 발표하는 수목 관련 자료들입니다. 발표 내용은 물론이고 관련된 세부 자료들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발표 내용 요약본을 나눠주는 정도입니다만 백작님께서 따로 부탁을 하시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 말에 마르티안은 휴이 쪽을 보았다. 그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필요할 거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봉투 안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각자 정리되어 묶여 있었다. 원하는 수목에 대한 세부 자료들이라니.
마르티안은 자료의 제목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이내 웃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오늘 학회가 매우 즐거울 거 같네요.”
칭찬에 가까운 소리에 교수가 다행이라며 웃었다.
수목 연구는 그리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었다. 수목으로 먹고사는 영지들은 대부분 고만고만한 규모였고 나무라는 건 금세 금전으로 환산되는 자산도 아니었으니까. 작년에 진행했던 수목학회는 아주 좁은 연구실에서 이루어졌고, 참석한 사람이라고는 작은 가문들의 실무자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회는 장소부터 몹시 그럴듯했다. 막대한 기부금을 내는 백작을 위해서, 교육원에서는 비주류 학회의 일정을 뒤로 조절하고 공간도 훨씬 큰 곳으로 바꿔주었다.
교수는 이 기회에 백작 부부와의 친분을 한껏 다질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백작이 부탁한 자료를 한껏,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이다.
“애썼네?”
마르티안이 자리에 앉으며 휴이에게 말했다. 따라 앉던 휴이가 밝아진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이내 윽, 소리와 함께 얼굴을 찌푸렸다. 멍으로 엉망이 된 엉덩이가 눌려서 고통스러운 것도 고통스러운 거였지만 뒤에 쑤셔넣은 모조 성기가 안을 찌르듯이 파고드는 것도 문제였다.
그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몇 번이나 삼키자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정조대만 채우려는 걸 굳이 선물을 더 달라고 하더니, 뒤에 넣은 것이 버거운 게 분명했다.
그가 이렇게 억지로 제 뒤를 늘리려는 이유야 한 가지뿐이다. 론처럼, 그녀에게 뒤를 내주고도 싶은 것이다. 오래 벌어지지 않았던 구멍은 관장을 해도 쉽게 풀어지지 않았으니까.
마르티안은 벌써 부풀기 시작한 휴이의 앞섶을 보며 말했다.
“뭘 했다고 흥분을 해? 이런 식으로 있다가는 앞이 못 버틸 걸?”
“흐, 버틸 수 있, 윽…….”
그가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마르티안의 손이 그의 허벅지를 꾹 눌렀기 때문이었다. 앞 허벅지는 엉덩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여서 별것 아닌 손길에도 통증이 심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헐떡대는 게 제법 귀여워서 마르티안은 허벅지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자극이 퍼져나가자 휴이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렀다.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는 적당히 주변과 떨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적당히 가려져서, 둘의 모습이 함부로 노출되지 않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적당히 가린 정도에 불과해서 신음이나 움직임이 커지면 사람들이 눈치채기 쉬웠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고는 숨을 삼키며 신음을 여러 번 삼켜냈지만 흥분하는 아래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정조대로 조여진 아래로 고통이 쌓이기 시작했다.
“흐으, 주인님…….”
희롱하는 손을 막을 수가 없어서 휴이가 그녀에게 바짝 기대며 속삭이듯 애원했다. 더 흥분하면 앞이 찢어질 것 같았다. 차라리 발기가 죽었으면 좋겠는데 이 상황과 고통, 그리고 마르티안의 존재가 자꾸 흥분을 일으켰다.
고통을 기반한 흥분은 제어가 쉽지 않다. 휴이는 겁이 나서 애원했다. 긴장으로 인해 뒷구멍까지 자꾸 조여져서 처박힌 모조 성기의 우둘투둘한 모양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르티안이 툭, 그의 앞섶을 손으로 쳤다. 휴이는 비명처럼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았다. 구겨진 채 발기한 성기가 자극에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툭, 툭 그의 앞을 두들겼다.
휴이는 몸을 움찔거리며 의자 팔걸이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움찔움찔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뒤쪽에 처박힌 것이 안을 자극했다.
하인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마르티안이 손짓을 멈췄다.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가볍게 드실 만한 걸 가져왔습니다.”
가벼운 디저트, 과일, 음료였다. 마르티안은 하인이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과일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녀가 휴이에게 물었다.
“학회 발표가 얼마나 한다고 했지?”
“한 시간, 흡, 한 시간 정도로 진행하고 삼십 분은 질의, 응답을 한다고…….”
휴이가 간신히 대답한다.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져서 누가 보면 아프다고 생각할 수준이었다. 마르티안은 벌써부터 한껏 흥분한 그를 보며 픽 웃었다. 한 시간 반. 그녀는 발표에 집중할 생각이었고 그동안은 개를 건드리거나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 시간 동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흥분할지 궁금하긴 했다. 뭘 해도 흥분하는 천박한 몸을 생각하면 당연히 후자에 가까울 거 같긴 했지만.
단상으로 아까 인사했던 교수가 올라왔다. 마르티안은 개에게서 시선을 돌려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넓은 공간으로 발표자의 목소리가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발표 내용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흥미로웠다. 그녀가 궁금하던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었다. 그녀는 발표에 몹시 집중했지만 옆에서 들리는 잡음은 계속 이어졌다.
“휴, 시끄러워.”
흥분한 개는 여러모로 방해였다. 쫓아내기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꼴을 보니 제대로 걸어 나갈 거 같지도 않았다. 흐읍, 흐. 그가 애써서 숨을 죽인다. 신음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런 잡음이 그녀의 집중을 자꾸 흩었다.
“처음부터 재갈을 채웠어야 했는데.”
그녀가 짜증스럽게 중얼댔다.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발표는 예정한 시간을 꽉 채워 끝났다. 휴이는 발표 내용을 전혀 기억할 수가 없었다. 해소되지 않은 흥분은 작은 자극도 엄청난 것으로 다가왔고 그는 신음을 참고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반사적으로 뒷구멍까지 자꾸 조여져서 뒤마저 젖는 기분이다. 몸은 자꾸 달아올랐다.
재갈, 그녀가 말한 대로 재갈이라도 있었다면 더 편했을까. 그는 자신의 손과 팔로 입을 막으며 몸을 웅크렸다.
학회 일정이 마무리되자 교수는 다시 그들에게 달려왔다. 마르티안은 그를 반겼다. 학회에서 나온 정보들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 몇 가지를 교수에게 물었고, 교수는 이 인맥이 계속 이어져 갈 거라는 기대에 몹시 흥분해서 그녀가 질문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주절주절 떠들었다.
교수는 백작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아픈 사람처럼 붉어진 얼굴로 그는 몹시도 힘들어 보였다.
“백작님, 혹시 어디가 안 좋으신 겁니까? 의사라도 불러 드릴…….”
“아니, 아니야…….”
백작은 간신히 답했다. 교수는 너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제가 너무 생각 없이 오래 시간을 끌었나 봅니다.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이라…….”
마르티안이 괜찮다는 듯이 웃고는 휴이의 이마와 뺨에 손을 댔다. 열을 재는 손짓이었다. 휴이는 그 손이 자신에게 닿는 것만으로도 흠칫했다. 서늘한 손, 흥분으로 달아오른 몸에는 그 손이 너무 달았다. 마르티안은 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교수에게 물었다.
“여기를 잠시 써도 되나요? 들은 걸 정리도 할 겸 조금 더 있다가 가고 싶은데…….”
“예? 아아, 그럼요. 얼마든지 편히 쓰시지요. 사용 중이라고 알려놓겠습니다.”
교수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휴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뺨을 만지는 마르티안의 손에 입을 맞췄다.
방치로 인해 오래 괴롭다 보니 주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지극한 애정표현이었다. 교수는 얼굴을 붉히고는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펴, 편히 쉬시고,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넓은 공간은 금세 텅 비었다. 휴이는 주저앉듯이 의자 아래로 내려가 마르티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밖에 없을 때는 부부는 다시 개와 주인이 되었다. 테라스 때와는 달리 이번엔 마르티안의 의지로 외부에 둘이 남은 상태였다.
휴이는 그것에 흥분했다. 외부에서 개처럼 쓰인다는 것. 아래가 잔뜩 흥분하자 정조대가 성기를 고통스럽게 조였다. 흐으, 흐윽. 휴이가 허리를 떨며 신음을 뱉자 마르티안이 말했다.
“바지랑 속옷 내려.”
그가 급하게 바지춤을 풀었다. 뒤로는 모조 성기 끄트머리가 걸리고 앞으로는 정조대가 걸렸다. 엉망으로 멍이 든 엉덩이와 허벅지, 앞뒤로 구속되고 처박힌 모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학대받은 몸은 상황이 주는 흥분과 수치로 몹시 떨렸다. 휴이의 눈가가 붉었다.
“무릎 꿇고 허벅지 세워.”
그의 앞뒤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정조대 가죽은 안이 꽉 들어차서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마르티안은 손을 들어 정조대를 내리쳤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휴이가 신음을 내지르며 등을 굽혔다. 그녀는 자세를 지적하지 않고 다시 손을 들어 그의 성기를, 정조대에 단단히 감싸여 구겨진 것을 내리쳤다.
“끅, 흐으, 흐윽!”
그의 눈가로 눈물이 떨어졌다. 타악, 탁, 타악. 손매는 계속 이어졌다. 고통은 자극적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를 방치된 몸은 한계였고 구겨진 채 발기한 앞은 이대로 터지거나 찢어질 것만 같았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아랫배가 아릿하게 아팠다.
휴이는 헐떡였다. 그가 긴장하고 신음할 때마다 뒤가 움찔거리며 풀어지고 조여졌다. 처박혀 있는 모조 성기는 윤활제와 함께 조금씩 미끄러지다가 이내 쑥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휴이는 그걸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다가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덜컥 겁을 먹었다.
“주, 주인님…….”
“앞을 막았더니 뒤로 질질 싸네.”
마르티안은 그렇게 말하며 떨어진 것을 보았다. 윤활제로 질척하게 젖은 모조 성기는 휴이의 몸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드러내는 증거였다. 그녀는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흥이 떨어졌으니까 대충 가라앉히고 나와. 먼저 나갈 테니까.”
마르티안이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휴이가 급하게 그녀를 잡았다.
“다시 넣고 참을, 참을 테니까 가지 마세요. 흐읍, 잘못했어요. 더 잘 조일, 테니까…….”
“뒤로 쑤셔 넣고 싶다고 해서 넣어줬으면 제대로 물었어야지. 질질 뱉어낼 거면 뭐 하러 넣어 달라고 했어? 응?”
짜증스러운 말투였다. 휴이는 그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마르티안이 있는 곳에서 방치되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을 버리는 건 싫었다. 울음이 버릇처럼 튀어나왔다.
“흐, 주인님, 흐윽, 잘못했어요. 요, 용서해, 하윽!”
“선배 없다고 주제 파악 못하지?”
마르티안은 휴이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그의 눈으로 쏟아지는 눈물이 훨씬 많아진다. 뺨이 아파서가 아니라 그녀가 하는 비교가 고통스러워서였다.
그녀의 비교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휴이를 더 괴롭게 상처냈다. 그는 늘 론보다 못 한 개였다. 여기에 론이 없어 그나마 예쁨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휴이의 뺨을 다시 후려쳤다.
“돌아가면 론 앞에서 교육받아. 네 입으로 한 말이니까 엄살떨 생각하지 말고.”
“네, 흐읍, 잘, 잘 버틸게요. 열심히 해서, 그러니까, 흐읍, 지금은, 버리지 마세요. 주인님. 두고, 흐으, 두고 가지 마세요.”
그는 마르티안의 다리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잔뜩 젖어서 엉망이 된 얼굴이 겁에 질려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떨어트린 거 가져와. 그녀가 말하자 휴이가 훌쩍거리면서 몸을 돌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것을 입으로 물어왔다.
모조 성기는 뒷부분이 흡착판으로 되어 있어서 매끈한 바닥이나 벽에 붙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의 앞을 턱짓하며 말했다.
“바닥에 그거 붙여놓고 쑤셔봐.”
휴이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물고 온 것을 바닥에 붙였다. 마르티안이 앉아 있는 곳 바로 앞, 손만 뻗으면 그대로 닿을 정도의 거리였다.
휴이는 몸을 움직여 바닥에 붙은 모조 성기 위로 몸을 내렸다. 묵직하게 역류하며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휴이는 내벽이 그어지는 느낌이 신음하며 바닥을 더듬었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것이 등을 뒤로 젖히는 것보다 덜 자극적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걸 안다는 것처럼 그의 가슴을 밀었다.
“고개 들어. 등 세우고.”
“흐으, 네, 흐으읍.”
앞에는 아직도 정조대가 채워진 상태였다. 상체를 뒤로 젖히고 움직이자 모조 성기가 앞쪽 내벽을 긋고 문질렀다. 들쑤시는 감각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고통스러웠다.
마르티안은 지루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품에서 회초리를 꺼내 들었다. 피멍으로 굳어있는 허벅지와 사타구니 사이를 그녀가 회초리 끝으로 툭툭 쳤다.
“남창 교육 받았잖아. 이따위로 할래?”
그건 남창처럼 굴라는 소리였다. 본인의 자극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자극을 위해 움직이고, 손님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집중하는 것, 휴이는 숨을 들이켜며 허리를 크게 들썩였다.
함부로 들쑤셔지는 내벽이 아팠다. 질질 흘러내리는 윤활제는 보충이 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선물을 받지 못할 상황이라면 빨리 손님을 만족시켜야 했다.
“흐으, 감사합, 니다. 구멍 어, 엉망으로, 흐으, 흐아, 흐윽, 쑤, 쑤셔져서……조, 좋아, 흐읏…….”
뭐든 좋다고 하며 감사하는 것은 개의 태도라기보다는 남창의 태도였다. 휴이는 익숙하지 않은 고통에 헐떡이면서도 웃는 낯을 했다. 아니, 실제로도 좋긴 했다. 그는 마르티안을 보면서 그 모든 고통을 희열처럼 느꼈으니까.
그러나 허리를 들썩이는 것이 힘들고 내벽에 처박히는 순간들이 몸을 긴장시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속도가 조금 느려지자 마르티안이 그의 허벅지 안쪽을 회초리로 내리쳤다.
“흐으윽!”
휴이가 몸을 굽히며 자신도 모르게 마르티안의 무릎을 잡았다. 멍이 가라앉아있던 안쪽 살이 다시 붉게 부풀었다. 그는 우는 소리를 삼키고는 겨우 말을 뱉었다. 감사합니다. 손님이 준 건 다 감사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타는 듯한 고통이 일어나는 매질이라고 해도.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고개를 들게 했다.
“감사한 거면 지루하지 않게 굴어야지.”
“흐으, 네, 머, 멈춰서 죄송해요. 흐윽, 흐읍.”
휴이가 다시 엉덩이를 들썩대며 움직였다. 고통, 희열. 감정이 엉망으로 섞이면서 감각도 섞였다.
휴이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몇 번이나 뺨을 맞았다. 허벅지 안쪽과 사타구니에는 새로운 줄이 죽죽 그어지고 어느 순간에는 정조대 안에 빠듯하게 들어찬 성기에도 회초리가 떨어졌다.
가죽으로 휩싸인 곳이라 직접적인 고통은 덜했지만 그때마다 더 흥분하고 긴장하는 탓에 아래가 터질 것처럼 점점 더 조였다.
“흐으, 흐으, 아래, 아파요. 흐으, 찌, 찢어질, 흐윽…….”
앞은 이미 한계였고 뒷구멍도 반쯤 말라서 질척대기보다는 쓸리는 것처럼 끈적거렸다. 들썩일 때마다 내벽이 해지는 것 같이 쓰라렸다. 그는 모조 성기를 뒤에 처박은 채로 더는 허리짓을 하지 못한 채 울었다. 뒤와 앞이 다 퉁퉁 부어오른 것 같았다.
“주인님, 터질 거, 흐으, 흐읍, 터져요. 아파, 하으…….”
“쓸데없이 좆을 세우니까 그렇지. 네가 천박한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흐읍, 흐으…….주인님, 풀러, 흐으, 풀러서…….”
그 순간이었다. 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넛이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왔다.
“야, 여기서 공부하면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비어있는 데가 있네. 뭔 소모임이 그렇게 많은지…….”
“우리도 내년에는 거기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던데.”
교육생인 게 분명한 대화였다. 휴이가 놀라 스스로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마르티안은 그것이 새삼 우습다고 생각했다. 테라스에서 질투로 눈이 돌아서 난리를 치더니, 이 꼴을 교육생들 앞에 보이는 건 싫은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휴이가 덜덜 떠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아랫배가 꿈틀 경직된다. 헐떡이는 숨이 끄으 하고 작게 이어졌다. 또 흥분한 모양이네. 예상치 못한 노출은 긴장과 수치가 최고조가 되는 행위였으니까. 천박한 몸은 그걸로 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끅, 흡. 흥분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걷는 소리가 근처까지 다가왔을 때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켰다. 교육생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 멈췄다.
“아, 누가 계신 줄 모르고……. 죄송합니다. 금방 나가겠습니다.”
후원회 시기에는 여러모로 외부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이 작위를 가진 귀족들이어서 교육생들은 이 시기에는 언행을 조심하라는 교육을 여러 번 받았다. 그들은 마르티안의 옷차림을 보고는 그녀가 상당한 재력을 가진 귀족임을 파악했다.
교육생 하나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이곳 교육원생들입니다. 후원회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워낙 모임이 많아서 공부할 곳을 찾아 헤매던 중이었구요. 처음부터 예의를 갖추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교육생들은 다들 원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엘 도안의 입학 때가 떠오르는 모습이라 마르티안은 가볍게 웃었다. 물론 그들은 입학 당시의 엘 도안보다는 훨씬 컸다.
“사과는 됐어. 여길 잠시 쓰겠다고 해 두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모양이니까.”
그녀의 말이 끝났는데도 상대편은 그저 멍하니 서 있다. 마르티안의 말은 사실상 축객이었는데도. 여기에서 더 볼 일이라도 있어? 그녀가 다시 되묻자 그제야 상대가 퍼득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근데.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 말에 마르티안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는 그녀의 눈치를 보고는 변명을 덧붙였다.
“그게 아까 여기를 쓰신다고 하셔서요. 그, 교수님께 확인을 해보려고…….”
마르티안 피곤하단 생각을 했다. 이름을 알려주는 거야 별일 아니었지만 그녀의 이름을 밝힌 뒤에 따라오는, 소문을 확인하는 시선들이 매번 짜증스러웠으니까. 마르티안은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답했다.
“마르티안 도안, 자작이고.”
이름을 명확하게 밝힌 건 빨리 대화를 종결짓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여기서 이런 대화를 나누느니 잔뜩 긴장한 휴이를 상대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마르티안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모양인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자작님이시군요. 저는 젠 가문의 차남입니다.”
평범한 통성명 분위기에 마르티안은 약간 당황했다. 이름을 밝히면 보통은 휴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마련이었고 그 와중에 훑어보는 시선은,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 그대로 멈췄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그 모든 것을 아예 모르는 모양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분위기로 그녀에 대해 물었다.
“후원회에는 매년 오시는 건가요? 혹시 내년에도…….”
그건 몹시 친근한 어투와 태도였다. 마르티안은 그즈음에서야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가 너무 어렸고 엘 도안과도 겹쳐보았던 탓에 아예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짧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쪽 감각이 다 죽은 모양이네. 아니면, 그냥 내 눈이 높아졌던가.’
상대의 외모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끌리는 외모도 아니었다. 휴이를 옆에 두고 지내다 보니 ‘끌린다’의 기준치가 너무 높아진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걸 새삼 깨닫고는 속으로 한숨을 뱉었다. 이래서야 이혼을 한다고 해도 마음에 드는 개를 찾기는 어렵겠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교육생들을 내보내려 했을 때였다.
그녀 앞에서 생글생글 웃던 상대가 움찔 굳었다. 이내 누군가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등으로 상대의 가슴이 닿는다. 마르티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끌어안은 게 누군지는 뻔했다. 그는 품에 가두듯 그녀를 끌어안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이만 나가. 여긴 우리 부부가 먼저 대화 중이었으니까.”
한참을 울어댄 탓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교육생들이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마르티안은 그에게 안긴 채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너보고 끼어들라고 했어?”
“아니, 요.”
휴이의 몸이 떨린다. 약아빠진 개는 그만큼 똑똑했다. 그의 잘못은 대부분, 알면서도 하는 잘못이었다. 개로 있고 싶다고 했으면서도 사람인 척 서서 그녀 주변을 향해 짖어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티안은 그의 팔을 걷어내고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개새끼든 사람이든,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했는데? 내 말이 우스워?”
휴이가 고개를 급하게 저었다.
“아니요, 주인님. 그냥 제가 못 참아서, 주제넘게, 멋대로 굴었어요. 질투해서…….”
말의 끝으로 울음이 함께 나왔다.
휴이는 제 입을 틀어막고 마르티안이 돌아와 주길 바라며 내내 기다렸다. 그때까지 그는 수치에 떨며 주인을 기다리는 개였다. 하지만 교육원생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걸 느끼면서 그의 마음은 금세 초조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교육원생들에게 이름을 알려주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휴이는 주저함도 없이 옷을 다시 입고, 자세를 가다듬고, 마르티안이 정해준 위치에서 벗어났다. 마르티안이 말한 경계는 다시 뭉개졌다. 젠 가문의 차남. 그는 그 상대를 정확하게 기억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자리에서 주먹질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최대치의 인내를 한 상태였다.
물론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개로 있다고 하고는 또 사람인 척을 했으니까. 그건 알면서도 저지른 잘못이었다. 애원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서 휴이는 훌쩍이며 울었다. 개답게 굴지 못했으니 개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옳았다.
“……남은 시간은 휴이로, 흐으, 흐읍, 주인님, 흐윽, 휴이로 있을게요.”
그는 스스로 그 자리를 반납했다. 겨우 얻어낸 자리를 또 잃었다. 휴이는 스스로가 괴로웠다. 주제답게 있고 싶어도 그의 마음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았으니까.
그는 얌전하고 말 잘 듣는 개로 있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독점하고 싶었다. 교육생들이 그녀에게 달라붙는 게 싫었고 그런 순간을 용납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르티안은 말없이 그를 보았다. 그건 마치 그를 버릴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매질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불안은 끝까지 넘쳐서 그의 목을 조일 것처럼 달려든다. 당장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싶었다.
‘제발, 버리지 마세요.’
불안이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휴이는 그것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불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르티안의 개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건 그에게만 훨씬 더 가혹한 기준이었다.
적어도 애첩은 마르티안의 애정과 보살핌 속에 있었으니까. 그는 마르티안의 사람이었다. 휴이는 그녀가 론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몹시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 반해 휴이에게 주어진 자리는 애정이 없이 행위로만 이어진 메마른 자리였다. 몸을 쪼개 들어가야 하는 너무나도 작은, 그런 자리.
마음이 또 엉망으로 무너진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며 우는 것을 참아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여전히 주제넘게 굴기는.”
마르티안이 휴이의 바지 뒤로 손을 밀어 넣어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흡, 그가 신음을 최대한 삼켰다. 실컷 멍든 엉덩이가 파들거리며 떨린다. 몸이 밀착되어 있어서 그가 헐떡대며 우는 것과 떠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네가 뭐라고 받을 벌을 정해? 그리고 내일이면 일정이 끝나잖아. 이제 와서 휴이로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아, 흐으, 거기까지, 흡, 흐으, 생각 모, 못 해서…….”
생각지도 못한 추궁에 그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쓸모없는 벌을 받겠다고 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휴이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기 위해 애썼다.
“그런 게, 흡, 주인님. 그런 거 아니었어요. 그냥 가장, 힘든 벌이 그거라고 생각, 흐으!”
“시끄러워. 너는 매번 약아빠지게 굴 생각이나 하잖아.”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움켜쥔 채로 그의 몸을 더 바짝 끌어당겼다. 휴이의 사타구니 사이가 그녀의 몸에 눌렸다. 정조대에 갇혀있는 살덩이가 뭉개지듯 자극을 받아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휴이는 아픔과 괴로움으로 헐떡대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원래 의도를 전하려 애썼다. 약아빠지게 굴려고 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말을 끊어냈다.
“믿긴 뭘 믿어? 네가 한두 번 이런 것도 아닌데.”
그 말에 휴이의 얼굴이 엉망이 된다. 마르티안은 매번 그의 진심을 비틀어 해석했고 그의 해명을 듣지 않고 뭉갰다. 그가 가진 모든 잘못은 그가 가진 나쁜 기질에서 나왔다는 것처럼. 그래서 그녀가 하는 이런 취급이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는 듯이.
마르티안이 그의 사타구니 사이에 자신의 허벅지를 대어 비볐다. 흐으, 흐으으, 흐읍, 하아으. 학대 아래서 그의 아래가 더 흥분한다. 그의 몸은 언제든지 이런 취급을 반겼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내일 있을 점심 식사에는 혼자 갈 거야. 멋대로 구는 개를 데리고 갈 이유가 없으니까.”
그녀가 허벅지로 짓누를 때마다 구속구 안의 것이 찢어지고 터질 것 같다. 하으, 하윽. 흐으. 그는 신음을 뱉으면서도 대답 없이 입을 다물었다. 마르티안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방금처럼 다가오려는 상대가 얼마나 많을지, 그는 그것들을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그게 주제넘은 욕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다. 고통스러웠다.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앞섶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대답 안 해?”
휴이가 숨을 들이켠 채 멈췄다. 우그러드는 감각이 고통스럽다. 차라리 구속구 안에 있는 것들이 시들어버리면 나았을 텐데 휴이의 성기는 그 가운데에서 더 터질 듯이 커졌다. 짓이겨지고 조여지는 감각으로 인해 이성이 흘러내렸다.
주인님, 제발. 흐으. 고통과 흥분이 번갈아 오갔다. 끄으, 흐으. 끅. 네, 흐아, 흐으, 네, 주인님.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르티안이 한심하단 투로 말했다.
“좆이 터지게 흥분하기만 하면 되는 주제에, 매번 아닌 것처럼 울기는.”
그녀는 휴이에게서 물러났다. 기댈 것과 잡을 것이 사라져서 휴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구겨져 발기해 있던 성기가 질질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수치스럽고 서럽다. 고통 속에서 발기하고 계속해서 흥분하는 몸이 아니었다면, 제 몸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대답을 참을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이 겪는 괴로운 마음을 마르티안이 진짜라고 여기고 돌아봐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의 본심은 늘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무리 서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슬픔을 호소해도 그의 몸은 너무 쉽게 흥분했고 사정했으니까. 쾌감은 그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들이닥쳐 모든 상황을 짓밟았고 몸은 그의 천박한 성향만을 증명할 뿐이었다.
휴이는 자신의 몸이, 성향이, 체질이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휴이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마르티안이 짜증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뭘 잘했다고 계속 울어, 억울해?”
“아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흐읍, 그냥 몸이 안 이랬으면 좋겠어서…….”
그가 숨을 삼키며 울음을 그치려 애쓴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울음을 삼켜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채를 확 휘어잡았다. 흐읏, 그가 놀라서 몸을 엉거주춤 구부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 이제 개 취급 받기 싫어? 다 그만두겠다는 소리야?”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서 휴이가 눈물을 꿀꺽 삼켰다. 아니요. 아니에요. 그는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런 질문이 나온 건지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님. 아니에요.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마르티안이 짜증스럽게 되물었다.
“몸이 안 이랬으면 좋겠다며? 개처럼 흥분하는 게 싫단 소리잖아.”
그제야 휴이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말이 점점 더 떨렸다. 서럽고 답답해서 나온 말에 그녀가 반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르티안의 표정이 점점 더 화로 물든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흐으. 아니에요. 애원이 눈물과 함께 떨어졌다.
“백작님.”
그녀가 그를 불렀다. 그건 끔찍한 호칭이었다. 휴이는 숨 쉬는 것조차 잠시 잊었다. 아아, 흐으. 흐윽. 으. 숨과 함께 울음도 같이 터졌다. 이전에 겪었던 끔찍한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휴이는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겁에 질린 말들이 더듬으며 나왔다.
“흐, 저, 정말로, 정말 그런 거, 흐읍, 그거 아니에요. 주이, 흐으, 주인님.”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이대로 쫓겨나면, 다시는 못 보게 되면, 겨우 얻어낸 자리조차 빼앗기게 되면. 쏟아지는 가정들이 생각을 점령했다. 끔찍한 상상들이었다. 그는 숨을 몇 번이나 삼켜 울음을 죽였다. 뭐라도 변명해야 했다.
“주인님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 몸이 이래서 자꾸, 흐읍, 자꾸 못 참으니까…….그냥 더 잘 참으면 예쁨받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철썩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을 돌아갔다. 강도가 너무 세서 몸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 고통이 쏟아지는 순간은 그래도 아직 이 관계가 이어진다는 안정감을 주었으니까.
그의 뺨은 금세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이따위로 맞고 싶어서 날 여기까지 왔잖아? 그것 때문에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든 게 누구였는데. 그런데 지금 그따위 소리를 입에 올려?”
그제야 그는 마르티안이 왜 이렇게 화가 난 건지 깨달았다. 그는 지금껏 그녀의 개로 있고 싶어서 많은 것들을 비틀어버렸으니까. 그 비틀린 결과가 그녀와 그의 관계였다. 휴이는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떨어지는 매는 계속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그의 뺨이 완전 퉁퉁 부풀어오고 나서야 손을 멈췄다. 휴이의 몰골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이대로 나갔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 분명할 정도로.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도 남아있는 화를 느꼈다.
몸이 안 이랬으면 좋겠다니, 감히 누구 마음대로. 그건 론이 그녀를 외면했을 때 느꼈던 화와 비슷했지만 굳이 참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는 달랐다.
마르티안이 휴이의 머리를 움켜쥐고는 거칠게 흔들었다.
“예쁨? 네가 예쁨받을 구석이 어디가 있어서 예뻐해. 좋은 대로 백작으로 있다가 제멋대로 개로 있으려 드는데. 그렇게 약아빠지게 행동하니까 이따위 취급을 받는 거잖아.”
“흐으, 네, 주인님. 잘못했어요. 제가 다…….”
휴이가 울며 답했다. 마르티안은 잡은 것을 뿌리치듯 놓았다. 개는 그대로 무너지듯 앞으로 엎어졌다. 엉엉 우는 소리가 흘렀다.
“자세 똑바로 해. 불쌍한 척하지 말고.”
그녀의 말에 휴이가 다시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웠다.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필사적으로 났다. 불쌍한 척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는 헐떡이면서 겨우 말했다.
“원하시는 대로 뭐든 벌 받을, 흐읍, 받을게요. 주인님.”
“내일 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올 생각하지 마.”
휴이의 눈으로 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다.
“흐으……. 네, 주인님.”
“론 앞에서 다시 교육받을 때 오늘 벌도 같이 받아. 알았어?”
“네. 흐읍, 주인님. 선배, 흡, 선배 앞에서 잘할게요.”
그는 울면서도 수긍했다. 그건 그게 할 만해서 수긍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늘 그런 것들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단지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용서받고 싶어서, 조금 더 그녀의 곁에 좋게 남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마르티안은 조금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순종적인 개를 좋아했으니까. 제 주인의 명령이라면 견디기 힘든 것마저 수긍하고 납득하는 모습을 예뻐했다. 휴이는 예쁜 구석이 없어야 할 개였지만 순종적으로 괴로움 속에 기어 들어가는 태도는 그녀의 마음을 누그러트렸다.
마르티안은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저택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