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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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는 개처럼 기어서 산책로를 돌았다. 서서 걷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도 괜찮지 않게 되었다. 뒤로 밀어 넣은 것들이 뱃속을 뒤집으며 안을 휘저었다.

차라리 질질 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몇 번이나 흙바닥을 움켜쥐었다. 뒤를 꽉 틀어막은 고무마개가 모든 것을 막고 있었다.

“싸고, 싸고 싶어…… 흐, 싸고 싶어요. 흐윽…….”

그는 헐떡이며 말했다. 애원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소리였다. 이성이 반쯤 녹아내린 말에는 수치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뒤에서 그의 엉덩이에 발로 올려놓고는 앞으로 밀었다. 빨리 걸으라는 뜻이었다. 휴이는 더는 못 걷겠다는 것처럼, 앞으로 풀썩 엎어졌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대답 대신 우는 소리가 났다. 개는 엎드려 누운 채로, 아래를 풀어달라며 울고 있었다. 와중에 허리를 약하게 흔들며 곧추선 아래를 바닥에 비볐다. 스스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자극을 쫓으면서, 발정난 개처럼 엉덩이가 들썩였다. 주인님. 부르는 소리가 신음과 애원으로 엉망진창이었다.

마르티안은 확연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제 욕망에 처박혀서, 휴이는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주인님. 흐으, 흐윽. 스스로 들썩이는 엉덩이 위로, 그녀가 발을 올렸다. 그리고는 아래로 퍽 짓눌렀다.

흙바닥에 닿은 앞이 짓눌렸다. 흐으! 하윽! 새된 신음을 터트리며 휴이가 몸을 떨었다. 견딜 수 있는 선에서 비벼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아래가 뭉개지고 짓이겨질 때마다 휴이는 눈앞이 터져나간다고 생각했다.

“히이! 흐악, 하아으! 흐으! 하으앙.”

휴이는 몸을 버둥대며 신음을 내질렀다. 마르티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무마개 손잡이에 발을 올렸다. 비비고 짓누르자 손잡이가 파고들며 휘어졌다. 안에 있던 구슬이 마개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헤집으며 내벽을 짓뭉갰다.

터질 거 같은 감각들. 휴이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기어 도망쳤다. 팔다리가 부들거리며 떨렸지만 앞으로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마르티안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했다.

“잘만 움직이네. 빨리 다시 가.”

휴이는 울며 기어갔다. 엎드려서 버티려고 하면 어떤 꼴이 될지 뻔했다. 덜덜 떨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그는 이 산책이 빨리 끝나기만을 빌었다.

언제쯤. 산책이 끝날까. 얼마나 더 참아야, 끝날까. 얼마나 더 있어야, 쌀 수 있는 걸까.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차라리 뒤에 마개가 없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모르는 척 그냥 쏟아버릴 수 있었을 테니까.

산책의 마지막은 아까 전 관장을 했던 그 공터였다. 마르티안은 아까 관장을 했던 그 나무에 휴이를 다시 데려갔다.

“바지, 발목까지 내려.”

그녀가 고개를 아래로 까닥이며 말했다. 허리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휴이는 나무 아래에 엎드린 채로 바지를 발목까지 내렸다. 천이 스치며 내려가는 감각, 공기가 맨살에 달라붙는 느낌마저 헐떡임을 불러일으켰다. 고통에 가까운 쾌감이 끝없이 고여 들었다.

“나무에 등 기대고, 일어나.”

마르티안이 말했다. 휴이는 나무를 움켜쥐듯 붙잡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관장을 받았던 아까와 다를 바 없는 자세였다. 물론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리와 다리가 덜덜 떨렸다.

돌아서 서야지. 그녀가 다시 말했다. 다리가 자꾸 꺾이려 해서 몸을 돌리는 것만 해도 한참이 걸렸다. 차라리 개처럼 엎드린 꼴이 더 편할 것 같았다. 휴이는 몇 번 애원했지만 마르티안이 전혀 봐주질 않았다

휴이는 겨우 자세를 잡았다. 나무에 허리와 등을 완전히 눌러서 버텨낸 자세였다. 흐으, 흑. 그가 신음을 흘렸다. 움직이며 받은 자극 때문인지 금세 배가 우글거리고 앞이 터져나갔다. 제발 주인님, 그가 애원하며 마르티안을 보았다.

“외투 앞에 벌려서 잡아. 안 보이잖아.”

외투가 다시 그의 하체를 가린 상태였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를 꺼내어 외투 위를 내리쳤다. 휴이가 놀라서 흠칫 떨었다. 이내 그의 손이 외투를 벌려 잡았다.

커튼을 걷어낸 것처럼 외투를 벌리자 부푼 배와 솟아오른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놀라고, 아프다고 울고, 잔뜩 긴장해서 벌벌 떨고, 죽겠다고 헐떡이는 주제에 몸은 언제나 이 꼴인 것이다. 나무에 기댄 채 아래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그는 허리를 떨었다.

“주인님 아래, 싸게 해주세요. 싸고 싶어요. 제발, 산책, 흐윽, 산책했으니까…….”

“그 전에 혼나야 할 거 있잖아.”

그 말에 휴이가 고개를 들었다. 당장 쏟아내도 모자랄 상황에서 혼나야 한다니. 그의 입으로 울음이 들어찼다. 이 꼴로. 이렇게나 괴롭게 참아냈는데도. 또. 마르티안이 그의 생각을 헤집으며 말했다.

“처음에, 네가 말했지. 네 좆, 손으로 받쳐서 맞는 거 아니라면 다 좋다고.”

휴이는 그제야 자신이 방으로 돌아온 직후의 일을 기억해 냈다. 그가 끅, 끅 숨을 삼켰다. 스스로 했던 말이었으니까. 뭐든 하겠다는 말을 해서 여기까지 끌려 나와 이 꼴이 되었던 것처럼 그 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했다.

휴이는 마르티안의 손에 들린 회초리를 보았다. 그녀의 아래에 있으면서 몇 번이고 맞아보았던 회초리였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휴이는 알고 있었다.

모, 못해요. 주인님. 왈칵 쏟아지는 울음과 함께 그가 겨우 말을 더듬었다. 주인님. 잘못했어요. 필사적으로 하는 애원을 마르티안은 잘라냈다.

“처음부터 얌전하게 있었으면 되었잖아. 애초에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이야?”

“하지만 너무 오래, 오래 묶여서, 흐읍, 안돼요. 주인님. 제발…….”

마르티안이 가볍게 회초리를 허공에 그었다. 휴이가 놀라 끅 하는 소리를 냈다. 주인님. 주인님. 흐으. 주인님. 애원하는 소리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맞고 싶다는 것처럼 스스로 외투를 걷은 상태로. 그 모습이 그녀의 흥분을 다시 채웠다.

“맞을 때마다, 말해. 천박하게 굴어서 잘못했습니다.”

“흐으. 흐읍……흐윽…….”

“대답 안 해? 갯수 안 정하고 맞을까?

“아니, 아니요. 흐윽, 천박……천박하게 굴어서, 으흡, 잘못했습니다.”

“대답이 늦었으니까, 열다섯 대야.”

눈물이 서럽다는 듯이 더 쏟아졌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무시하고는 회초리로, 휴이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곧추선 것은 너무 위로 바짝 솟아서 배에 들러 붙어있는 수준이었다. 회초리가 그의 아래를 내리쳤다.

“흐아아! 하으! 흐으.”

그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쏟아냈다. 나무에 등을 짓누르며 자세를 버티려고 했지만 무릎이 이미 반쯤 구부러들었다. 휴이는 외투를 놓고 손을 뒤로 돌려서 나무를 움켜잡았다. 몸이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로 외투를 걷으며 말했다.

“말 제대로 안 해? 이번 건 안 맞은 거로 하고 싶어?”

휴이가 고개를 휘저으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흐, 처, 천박해서. 흐윽. 흐으, 잘못했습니다.”

“이거, 다시 잡고.”

회초리가 외투를 툭 친다. 휴이는 울음을 삼키며 다시 몸을 지탱하고는 손을 앞으로 보내 외투를 쥐어 벌렸다. 휙 하고 매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타악, 탁. 곧추선 것이 이리저리 휘어졌다. 휴이는 울며 버티고 자신의 잘못을 입에 올렸다. 천박해서, 조금도 참지 못해서, 이런 꼴이 된 것이다. 붉은 줄이 기둥 아래와 위에 고루 그어졌다.

다섯, 여섯, 일곱. 스스로 세던 숫자가 어느 순간 끊어졌다. 휴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울음소리도 엉망으로 흘렀다. 고통의 감각은 모든 인지와 감각을 좁혔고, 통증과 쾌감과 흥분을 모두 한 곳으로 몰아내어 짓이겼다.

“흐으, 잘못했어요. 천박하게 굴어서, 잘못, 흐으윽…….”

휴이는 자세가 흐트러진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아래를 맞을 때마다 그의 몸은 조금씩 주저앉았다. 열대가 넘어가자 그는 나무 아래에 무릎을 세워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벌어진 다리 때문에 외투 앞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게 보였다.

마르티안은 그 상태로 회초리를 휘둘렀다. 주저앉은 꼴로도 외투를 필사적으로 움켜잡고 있는 게, 제법 마음에 들었다. 회초리가 이번에는 귀두 끝을 내리쳤다.

흐아아! 휴이는 신음을 내지르며 허리 아래를 들썩였다. 마개 손잡이가 바닥에 문질러지며 내벽을 휘저었다. 힉, 히이, 히윽. 안을 채운 것들이 빠듯하게 굴러다녔다. 뭉개진 머릿속으로 마르티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는 좀 얌전할까 했더니, 엉덩이 흔들면서 쑤시기는.”

휴이는 고개를 저으려 했다. 엉덩이를 쑤시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맞은 게 아파서 고통스러워서, 그래서. 흐윽, 끄으. 그가 신음을 토해내며 허리를 떨었다.

눈물이 한없이 굴러떨어졌다. 아프다고 애원하며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엉덩이를 비틀어 뭉개다가 막대가 다시 터억, 걸렸다. 안으로 퍽 퉁겨지는 감각이 일었다. 힉, 하으! 붉게 맞은 성기가 멋대로 흔들렸다.

고통의 감각은 극도의 흥분과 똑같은 감각이었다.

“뭐 해? 할 말 해야지.”

그녀가 툭 회초리로 그의 성기를 건드렸다. 흐으, 감각이 타는 것처럼 올라왔다. 휴이는 입을 벌려 말했다.

“흐, 흐으……천박해서, 천박, 흐으 잘못, 흐으으…….”

울음이 울컥 올라왔다. 모든 게 다 자신의 몸 때문이었다. 조금만 덜 천박했으면 이렇게 맞지 않고도 쌀 수 있었을 것이다. 휴이는 허리를 비틀고 엉덩이를 움찔대며, 서럽게 울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남은 매를 연이어 내리쳤다. 방금까지 내리쳤던 것보다 훨씬 아픈 매였다. 휴이가 비명처럼 신음하고는 크게 울던 것도 그쳤다. 허벅지를 모으며 가리려는 것을, 마르티안이 다리를 밀어 넣어 막았다.

“어딜 가려? 아래가 터지도록 맞고 싶어?”

“아니, 흐으, 아니에요. 잘못, 흐으…….”

휴이는 외투를 움켜쥐며 허벅지를 다시 열었다. 귀두까지 퉁퉁 부풀어 오른 거 같았다. 단순히 앞을 맞아서 아픈 것뿐만이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하체를 들썩이면 뒤도 그만큼 뒤집혔다. 앞, 뒤가 모두 끔찍했다. 이 와중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천박해서, 흐으, 흐윽……주인님. 잘못했어요.”

“뭐가 억울해서 자꾸 울어? 맞으면서 뒤나 쑤셔대더니?”

그녀가 휴이의 아래를 보며 말했다. 튀어나왔던 마개가 그새 쑥 들어가서 잘 보이지 않았다. 엉덩이를 실컷 들썩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발로 그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히익, 흐아, 주인님. 휴이가 몸을 뒤틀었다.

“배 속에 쑤셔지는 게 벌써 좋아졌어? 아까는 벌벌 떨더니 이젠 알아서 마개도 잔뜩 처먹고.”

“아니, 흐으,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아까부터, 아니긴 뭘 아니야.”

그녀가 휴이의 아랫배를 다시 꾹 짓눌렀다. 휴이는 신음도 내뱉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내벽을 채운 것들이 온통 부딪치며 짓눌렸다. 배 위쪽으로 자꾸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휴이는 그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몸을 돌렸다. 엎드려서 기어서 도망쳤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내버려 두었다. 외투가 다시 흘러내려서 엉덩이를 가리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발목에 바지를 걸고 필사적으로 기어 도망치는 꼴도 나쁘진 않았다. 외투로 가려진 엉덩이가 여러 상상과 흥분을 일으켰다.

이러다간 또다시 개를 붙잡고 이번에는 엉덩이를 해어지게 때리고 싶어질 거 같아서, 그녀는 쥐고 있던 회초리를 옆으로 던졌다.

당연하게도 휴이는 얼마 도망치지 못했다. 배를 쥐고 엎드린 채 그가 헐떡인다. 마르티안은 느긋하게 걸었다. 긴장한 등이 그녀가 걷는 소리에 움찔움찔 떤다. 뒤늦게 애원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몸을 숙여서 그의 외투를 위로 걷었다. 엉덩이골 사이로 푹 파묻힌 손잡이 끝이 보였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쥐었다. 손잡이는 축축하고 질척했다.

“흐, 주인님. 배 아파, 흐으, 빼, 빼주세…….”

휴이가 헐떡이며 몸을 비틀었다. 마르티안은 마개를 뒤로 당겼다가 다시 앞으로 퍽 처박았다. 흐, 히익. 새된 신음이 터졌다. 그의 엉덩이가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며 마르티안은 마개에서 손을 뗐다.

“처박힌 채로 오래 있고 싶어서 도망친 거잖아? 그러니까 더 처박고 있어. 아니면, 뭐, 다시 도망치던가.”

“자, 잘못, 했어요. 싸게, 싸게 해주세요. 흐으, 빼 주세요. 아래 터질 거, 히익, 끅, 터져…….”

그는 뒤로 손을 뻗어 스스로 마개 손잡이를 잡았다. 아래가 터질 거 같았고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스스로 빼내려는 모습에 마르티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가 발을 들어 손잡이를 쥔 휴이의 손을 퍽, 짓밟았다. 힘에 눌려서 마개가 안을 더 파고들었다.

“끄, 끄흐, 배 터져, 흐으, 주인님, 제발…….”

그가 몸을 비틀었다. 마르티안의 발에 손이 짓눌려서 마개에서 손을 뗄 수도 없었다. 마르티안은 그 상태로, 발을 꾹꾹 짓눌렀다. 휴이는 더 이상 빌지도 못하고 그저 울었다. 스스로 마개를 붙잡고는 마냥 뒤에 처박으며 우는 꼴이었다. 일순, 짓누르던 발이 떨어져 나갔다.

“엉덩이 쳐들고, 개처럼 싸는 거야.”

휴이는 고개를 급하게 끄덕였다. 쌀 수만 있다면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터질 것 같은 배 속을 비울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그는 몸에 밴 대로 엉덩이를 높게 들고는 허벅지를 벌렸다. 마르티안의 손이 사타구니 사이로 쑥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의 성기를 움켜 쥐었다.

“흐으! 흐으앙.”

반쯤 잊고 있었을 뿐 틀어 막힌 건 앞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티안이 성기를 쥐고 주무르자 잊고 있던 감각이 몰아쳤다. 휴이는 새된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었다.

빠듯한 감각은 고통이 아니었음에도 고통스러웠다. 주인님. 제발. 휴이는 신음하듯 울며 상체를 흙바닥에 비볐다. 가슴과 뺨으로 거칠게 쓸리는 감각들이 이어졌다. 침이 삼켜지지도 못한 채 밖으로 흘렀다.

“푸, 풀러. 흐으. 풀러 주, 세, 흐읍, 빼서, 흐, 히익, 하으앙.”

스스로 무슨 신음을 내는지, 휴이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배가 고통스럽게 우그러든다. 아니, 그게 정말 고통인 건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고통인지 아니면 쾌감인지 모를 자극들. 견디기 어렵다는 것만이 동일할 뿐 감각에는 구분이 사라졌다.

휴이는 울며 애원했다. 무엇이든 좋으니 이제 그만 싸고 싶었다. 앞이든 뒤든 모두 쏟아내서 이제 그만 끝내고 싶었다. 그만 견디고 싶었다. 순간, 고통스럽게 자극하던 손이 뚝 멈췄다.

휴이는 처음에는 인식하지도 못하고 허리를 흔들다가, 한참 뒤에야 자신의 외투를 벗겨내는 손길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흐, 흐으, 주인님?”

“어차피 뒤로 싸는 동안에는 줄줄 흐를 텐데, 이거까지 입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

휴이는 헐떡이며 엎드려져 있다가, 외투가 거의 벗겨졌을 때야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차피 외투가 벗겨지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었다. 그저 마르티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순간, 그는 자신이 본 상대를 믿을 수 없어서 눈을 크게 떴다. 마르티안 너머로 자작가의 집사가 서 있었다.

집사는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외투를 거두어가듯 잡아당겼다. 휴이가 외투를 움켜쥐며 들고 있던 엉덩이를 확 내렸다.

“주, 주인님……흐으, 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수치심과 굴욕감이 한계까지 치밀었다. 순간 엉덩이에 꽂힌 마개가 바닥에 닿아 끌렸다.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자신이 뭘 보이는지 그제야 떠올랐다. 휴이는 엎드렸던 몸을 뒤집어서 엉덩이를 아래로 숨기고 외투를 붙잡아 앞을 가렸다.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주인님. 왜, 흐윽, 지, 집사가……”

“네가 하도 난리를 쳐서 시간이 늦어졌어. 그래서 집사가 찾으러 온 거고.”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휴이는 숨을 급하게 들이켜며 외투를 더 움켜쥐었다. 수치와 굴욕으로 붉어진 얼굴이 원망으로 가득했다.

마르티안이 그에게로 기울였던 몸을 세우며 말했다.

“싸기 싫으면 그냥 들어가고.”

그 말에 휴이의 얼굴이 희게 질린다. 그렇게는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의 시선이 집사에게 닿았다가 마르티안에게 닿았다가 끝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외투를 꽉 틀어쥔 손이 덜덜 떨린다. 주인님. 흐으. 잘못했어요. 애원하는 소리가 결국 흘러나왔다.

사실 마르티안은 이런 상황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집사를 부른 건 안전을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야외에서 지나치게 오래 있게 될까 봐 집사에게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찾으러 오라고 말해둔 것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자 그 모든 게 계획된 것처럼 보이긴 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도 나쁘진 않은 일이었다.

“싸고 싶은 거면 그거 내놓고.”

그녀가 외투를 턱짓하며 말했다.

끄윽, 흐으. 흐윽. 휴이는 한참 울며 헐떡이다가 결국에는 외투를 내밀었다. 아래만 벌거벗은, 수치스러운 꼴이 그대로 전시된다. 어떻게든 아래를 가리려고 했지만 전혀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는 성기가 곧추서서 터지기 직전이었고 뒤로는 마개 손잡이가 툭 불거졌다. 엉덩이는, 질질 흘렀던 관장액이 흙과 뭉개져서 잔뜩 얼룩이 져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외투를 잡아채어 집사 쪽으로 내밀었다.

“집사, 이거 들고 있어.”

외투를 받기 위해 다가왔던 집사가 다가왔다. 휴이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옷을 받고 물러나려는 집사를 향해 마르티안이 말했다.

“그냥 거기서 있어. 싸는 거야 금방 끝날 테니까.”

그 말에 휴이가 끄윽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집사는 아까보다 더 가까이에 있었다. 주인님. 그가 기어서 마르티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제발, 주인님. 그가 그녀의 다리를 잡고 뺨을 비볐다. 마르티안이 발을 들며 말했다.

“싸고 싶어서 허리를 실컷 흔들더니, 왜 갑자기 얌전을 떨어?”

그녀가 휴이의 아랫배를 발로 꾹 눌렀다. 휴이가 새된 신음을 내질렀다. 흐으아, 흣! 당장 배 안이 자극되고 뒤집혔다. 구르르그, 배 안으로 기이한 소리가 났다. 뒤가 쏟아지는 것처럼 아래로 밀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히익, 힉. 허리를 덜덜 떨며 그가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틀어막힌 마개 때문에 질금거리며 주변으로 새는 게 전부였다.

“흐, 흐으……주인님, 제발…….”

“제발, 뭐?”

휴이는 말을 머뭇대며, 그녀 너머에 서 있는 집사를 보았다. 등을 돌리고 서 있긴 했지만 소리는 전부 듣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마르티안이 그를 여기에 세운 이유도 그것 때문일 테니까. 굴욕과 수치 그리고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집사의 앞에서 백작으로 굴었던 자신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관장당한 상태로 질질 흘린 걸 보인 것도 모자라서, 정말 뒤로 쏟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휴이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뱃속으로 구슬이 서로 부딪치며 엉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더 이상은 참기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자극들이었다. 휴이는 마르티안의 옷을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흐, 싸게, 해 주세요. 주인님, 뒤에 흐으, 마개 빼서, 쌀 수 있게, 흣, 해주세요. 아래, 흐으, 좆 풀러, 흐읏, 주세요. 제발, 흐으.”

엉망으로 애원하는 소리를 들으며, 마르티안은 흥분이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한 번 더, 그의 발기한 좆을 삼키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당장 여기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휴이의 묶인 성기를 발로 툭 올려 찼다. 힉,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이 그것만으로도 부들거리며 떨었다.

“뒤돌아, 엎드려서 엉덩이 들고.”

휴이가 허겁지겁 자세를 취한다. 엎드려서 엉덩이만 치켜든 자세였다. 상의가 가슴 쪽으로 흘러내려 퉁퉁 부어오른 유두와 매질당한 가슴마저 훤히 드러났다. 온몸이 엉망진창이었고,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게 흥분 요소였다.

마르티안은 먼저 고무줄을 풀었다. 휴이는 허리를 부들거리며 떨었다. 오래 억눌린 성기는 묶은 걸 풀어주어도 바로 사정하진 못했다. 물론 자극은 남아서, 휴이는 울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녀가 엉덩이 사이에 놓인 손잡이를 쥐었다.

“배에 힘줘서 깨끗하게 싸. 안에 넣은 구슬까지 다 빼내고.”

“흐으, 흐, 네. 주인님. 흐, 자, 잘 쌀게요. 흐읏!”

“아래로 구슬 몇 개 먹었는데? 몇 개 싸야 해?”

“흐으, 흐읍…….”

휴이가 헐떡이며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마르티안이 쥐고 있던 마개를 안으로 더 처박았다. 히익! 휴이가 새된 신음을 뱉어냈다. 우글거리는 감각들이 거칠게 일어났다. 뱃속이 분탕 치듯 머릿속도 난장판으로 휘저어졌다. 그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모, 몰라, 흐, 마, 많이 먹어서, 흐아, 히익.”

“몰라? 이게 또, 정신 못 차리고…….”

그녀가 혀를 쯧 차고는, 휴이의 안을 퍽퍽 들쑤셨다. 마개 손잡이가 안으로 처박혔다가 밀려나긴 반복한다. 휴이는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주인님, 흐윽, 터져, 안돼, 흐으, 배 아프, 끄윽, 끄. 스스로 무슨 소리를 뱉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아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이 공간이 외부라는 것도, 이 자리에 집사가 있다는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르티안은 실컷 들쑤신 이후에야 마개를 뒤로 쭉 빼냈다. 크고 둥근 굴곡이 휴이의 주름 안쪽에 턱 부딪혔다. 그녀가 바깥으로 빼며 힘을 주자 주름이 크게 벌어지며 물이 새기 시작했다.

마르티안은 그 상태에서 휴이의 안을 둥글게 휘저었다. 주름이 벌름거리며 벌어졌다. 흐아, 흐으, 힉. 내지르는 신음이 적나라하게 퍼졌다. 마개의 제일 큰 부분에 맞춰 주름이 완전히 펴졌다.

“아파, 흐으, 아파요. 하윽! 아윽.”

가장 큰 굴곡을 벗어나자 구멍이 헐겁게 조여들었다. 이미 잔뜩 풀어진 구멍이었다. 마르티안은 그대로 마개를 쭉 뽑았다. 턱, 터덕, 터덕. 턱. 마개의 둥근 요철마다 주름이 걸리면서 벌어졌다.

구멍을 두들겨 맞는 감각에 휴이가 허리를 떨었다. 이내 배에 가득 고여있던 물이 우르르 아래로 쏟아졌다. 고통의 끝에서 허락받은 배설은 사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흐으으, 히익, 흐아앙.”

안에 넣었던 구슬들이 물과 함께 거칠게 굴렀다. 주름 안에서 걸려 서로 부딪쳤다. 줄줄 쏟아지던 물이 구슬로 인해 확 줄었다. 쾌감이나 다름없는 배설을 쫓으며 휴이가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흐으, 히잇. 주름이 뻐끔 벌어지며 구슬이 후드득 떨어졌다. 벌어지고 닫히는 감각들과 안을 휘저으며 부딪치는 감각들.

건들지도 않았던 성기가 움찔거리며 흔들린다. 쾌감이 한계까지 치밀어서 모든 것을 흩어냈다. 휴이는 우는 신음을 반복하며 허리를 들썩였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물과 함께 흰 구슬들이 주름을 벌렸다. 뒤에서 쏟아지는 철벅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구슬과 함께, 정액이 바닥으로 길게 튀었다.

* * *

마르티안은 휴이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휴이의 모습은 백작이라고 하기에는 믿지 못할 만큼 엉망이었다. 얼굴과 머리카락 일부까지 흙이 묻었고, 외투는 잔뜩 구겨진 데다가 젖고 튄 자국이 적나라해서 차라리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그럼에도 외투를 걸쳐 입은 건 상태가 더 심한 바지를 조금이나마 가리기 위해서였다.

저택 안은 조용했다. 집사가 두 사람보다 먼저 저택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덕분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마르티안의 옆으로 집사가 다가왔다.

“욕실에 더운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집사는 살짝 말을 늦췄다. 휴이의 상태를 보며 올라오는 한숨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차마 입으로 내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개가 흙탕물 위에서 뒹굴다 온 꼴과 다름없었다. 저 옷들은 세탁하면 살릴 수 있을까. 백작이 되어서 옷을 물어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집사는 다시 올라오는 한숨을 삼켰다. 마르티안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집사는 이만 돌아가 봐. 필요하면 그때 다시 부를 테니까.”

휴이는 집사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들지 못했다. 정원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 거지. 이전에도 했던 생각을 또다시 하며 그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귀와 목 뒤까지 열이 올랐다. 그가 시선을 들어서 마르티안을 보았다. 그녀는 벌써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계단과 복도를 지나서 올라가야 하는 길이 제법 길었다. 휴이는 걷는 내내 약한 신음을 뱉으며 헐떡였다. 정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저택으로 들어오자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욱신거리는 통증과 젖어서 들러붙는 옷, 스며드는 추위로 몸이 덜덜 떨렸다.

“흐으, 흐읏…….”

휴이는 어느 순간 복도에 멈춰 섰다. 느린 발 때문에 마르티안과의 거리가 벌어지던 와중이었다. 주인님, 그는 마르티안을 불렀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그저 칭얼대는 엄살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는 필요하지 않아도 자주 자신의 주인을 불렀고, 근래 마르티안은 그런 부름에는 거의 답해주지 않았다.

몸이 아프고 추워서인지, 그 무심한 태도가 새삼 견디기 어려웠다. 그녀의 등을 보고 쫓아 걸어야 하는 게 서러웠고, 자신을 위해 멈춰주지 않고 멀어지는 게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머리채를 잡혀서 개처럼 끌려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가 시선을 내렸다.

“흐윽, 주인님, 흐으, 주인님…….”

휴이는 복도에 서서 그녀를 부르며 흐느꼈다. 마르티안이 그제야 몸을 돌렸다.

“뭐 하는 거야?”

“흐읍, 주인님. 저만 두고 가지 마세요. 흐윽…….”

마르티안은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내가 널 언제 두고 갔어? 따라오라고 했잖아.”

“부,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해주시고, 흐윽, 봐주시지도 않아서……흐윽, 흐으…….”

어린애 같은 투정과 엄살이었다. 그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우스웠다. 마르티안이 몸을 돌려 그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머뭇대며 눈치를 보았다.

눈치를 본다고 해도 그게 그의 행동을 대단하게 바꾸진 않았다. 눈치를 보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기어코 하고, 하고 싶은 행동은 기어코 하고 마는 개. 어린애같이 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또 제멋대로 굴지.”

그녀가 타박하듯 말하자 휴이가 서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꼴이 엉망이라서 그게 좀 불쌍해 보이긴 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 정리되지 않은 금발과 흙이 묻어서 쓸린 뺨을 하고도, 그래서 불쌍해 보이는 지경인데도, 개는 여전히 예뻤다. 유달리 뛰어난 외모는 이럴 때 빛을 발하는 법이었다. 칭얼대는 꼴이 제법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올라가야지. 입술이 다 새파랗잖아.”

“흐으, 주인님. 걸을 때 같이, 흐읍, 옆에서 있어주세요.”

휴이는 기어코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어이없는 요구라는 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개로 있으면서 얻게 된 사고방식에는 그런 것들이 많았으니까. 성향처럼 주어지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 감정들도 그런 것이 분명했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외투를 들치고는 그의 바지를 더듬었다. 축축하게 젖은 옷가지가 차가웠다. 완전히 젖은 엉덩이 부분은 더 심했다. 확실히 좀 오래 있긴 했지, 마르티안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었다.

젖은 옷이 들러붙어 있던 엉덩이는 완전히 얼어 있었다. 그녀는 느릿하게 엉덩이를 주물렀다. 희롱이라기보다는 언 살을 조금이나마 녹이기 위해서였다. 휴이가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움찔거렸다.

“가만히 있어. 네 몸이 너무 차가워서 그러는 거니까.”

“흐, 그치만, 흐읏, 흐응…….”

주무르는 손이 뜨겁다. 덜덜 떨리던 추위가 그때마다 조금 덜했고, 멍이 눌려서 욱신거리는 아픔도 함께 일어났다. 전부 그에게는 충분히 즐길만한 감각들이었다. 휴이가 허리를 떨며 그녀에게 제 몸을 붙였다. 서러웠던 마음들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아주 야해 빠져서…….”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의 아랫구멍을 꾹 눌렀다. 흐으, 흣. 휴이는 이전보다 더 크게 신음을 뱉었다. 안으로 밀려든 손가락은 어느새 차가워져 있었다. 내벽을 문지르는 곳마다 얼음이라도 문지르는 것 같았다. 흐, 힉, 하윽. 그가 신음을 뱉으며 엉덩이를 조였다.

“흐, 흣, 주인님. 흐으, 흐응, 그렇게 쑤시면, 흐으……”

“쑤시면?”

“……읏, 흡. 흐, 흘러서……. 흐으, 흐응…….”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구멍 안을 계속 들쑤셨다. 안을 쭉 더듬어 내리는 통에 자꾸 뒤로 물이 울컥울컥 새어 나왔다.

휴이는 얼굴을 붉히며 뒤를 조이려 애썼다. 밀어 넣어 줄 때는 풀고 빼려 할 때는 조이는 것. 가르쳐 준 대로 움직이려고 애써도 무력해진 구멍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마르티안은 뒷물을 빼내는 상황에서도 그러고 있는 개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초보인 개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게 나름 있긴 했다. 그녀는 일부러 좀 더 깊게 쑤셨다.

“앞이 헤프더니 뒤도 금방 헤퍼졌네. 조이지도 못하고.”

내내 시달린 구멍은 당연히 힘이 없었다. 그녀가 안을 들쑤셔서 물을 빼내면 그대로 줄줄 흘렀다. 휴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굴을 붉혔다.

“처, 처음이라 그래요. 연습할게요. 조이는 거, 흐으, 잘 조여서 흐으, 흐……잘 할테니까…….”

“잘한다는 소리만 잘하지. 이래서야 뒤를 쑤셔도 재미없을 거 같은데?”

“잘할 수, 흐으.”

마르티안이 그의 주름에 양 손가락을 하나씩 걸고 옆으로 벌렸다. 뒤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조이지 못할 뿐이지 구멍 자체가 늘어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크게 벌어지진 않았다.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벌어지는 감각이라, 휴이가 놀라 힉 하고 신음을 뱉었다. 찢어져요. 찢어, 흐으…… 그가 헐떡이며 말했다.

“잘할 수 있어?”

“흐, 네, 네. 주인님……. 잘할 수, 흐으…….”

휴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하는 와중에도 뒤로는 물이 흘러 내렸다. 어떻게든 조여보려 애써도, 스스로 움찔대고 있다는 감각만 커질 뿐이었다. 그녀가 휴이의 바지 안에서 손을 빼냈다.

“이쯤하고 올라가자.”

얼어있던 살을 주물러서 나름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제대로 몸을 녹이려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수밖에는 없었다.

마르티안은 젖은 손을 휴이의 뺨과 목덜미에 닦아냈다. 질색하며 표정을 굳힐 줄 알았는데, 휴이는 붉어진 얼굴로 얌전히 있었다. 워낙 오늘 당한 게 많아서 이 정도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가 오늘따라 제법 귀엽게 군다고 생각하며 침실로 향했다.

개로 굴리는 상대의 지위가 높다는 건 여러모로 귀찮은 부분이 있었다. 건강상태를 좀 더 예민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도 거기에 포함된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가능한 빨리 욕조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야외에서 아주 오래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감기라도 걸리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테니까.

마르티안은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휴이의 옷을 전부 벗게 했다. 젖은 옷가지들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가볍게 휴이의 몸을 살폈다. 흙바닥을 기어 다니느라 긁히고 까진 곳들이 제법 보였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덜덜 떨리는 몸과 푸르게 변한 입술이 더 문제였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어.”

그녀가 욕실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휴이가 마르티안의 옷을 붙잡았다.

“주인님은요? 같이 들어가요. 주인님.”

그건 복도에서 하던 애원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지금 물음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으니까. 휴이의 시선이 침실 한쪽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거기에는 론이 있었다.

두 사람이 침실로 들어왔을 때부터 론은 거기에 서 있던 중이었다. 상황에서 배제된 상태로 그저 서 있는 정도였지만 휴이는 그마저도 짜증스럽고 보기 싫었다. 여기에 다른 개가 당연히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그건 어떤 증거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춥고 아프고 힘든 것들을 참아내도 주인을 독점할 수 없다는 증거. 게다가 그녀의 애첩은 그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늘 마르티안의 침실에 있을 수 있었고, 언제든지 희롱당하고 예쁨을 애원할 수 있었다. 마르티안이 가장 쉽게 손을 뻗는, 가장 익숙한 개였다.

휴이는 목소리를 좀 더 크게 해서 마르티안에게 애원했다.

“오늘 밖에서 춥고 힘들었는데……더 혼나도 되니까, 주인님……”

“더 혼나겠다고?”

“네, 네. 주인님. 더, 많이, 혼나도 돼요.”

벌거벗은 채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론을 경계하느라 그런 소리까지 하는 게 티가 났다. 마르티안이 픽 웃고는 휴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겼다. 흣, 흐응. 휴이가 노골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론에게 들려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여튼 욕심은 많아서.’

어쨌든 그녀의 입장에서야 나쁘진 않았다. 개가 개답게 구는 거야 늘 반길만한 일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잠시 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얌전히 서 있을 뿐, 론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휴이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뺨을 때렸다고 했었지. 그건 지금 론의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도 하기 어려운 태도였다. 주인님, 휴이가 그녀를 불렀다. 마르티안은 그제야 론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휴, 욕실에 들어가. 물에 몸 담그고 있고. 나는 챙길 게 있으니까.”

“그럼 저도 여기서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면…….”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애교는 귀여웠지만 고집은 전혀 쓸데가 없었다. 게다가 휴이의 몸은 조금이라도 빨리 데우는 게 필요한 상태였다.

“쓸데없이 고집 부리지 말고. 아니면, 네 방으로 돌아가서 씻을래?”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풀 죽은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온다. 그는 그제야 마르티안의 옷에서 손을 떼고 욕실로 향했다.

마르티안의 욕실은 크기가 상당히 컸고 따로 신경 쓴 부분들이 많았다. 휴이는 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욕실의 모양새를 눈에 담으며, 욕조가 있는 안쪽까지 걸었다. 습하고 뜨거운 온기가 훅 끼쳐서 떨리던 몸이 좀 잦아들었다.

욕조는 사람이 두셋 들어가도 좋을 만큼 충분히 넓었다. 단순히 목욕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대와 함께 들어가서 즐기기 위한 모양이었다. 마르티안과 함께 이 욕조에 들어갔을 개들이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휴이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구겼다. 침실을 차지하고 있는 애첩도 그런 개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아직 한번도 이런 식으로 쓰여 본 적이 없었다.

휴이는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잠시 보다가 그 옆에서 씻기 시작했다. 흙 위에서 뒹굴고 젖어서 온몸이 많이 더러웠다. 엉망인 꼴을 빨리 깨끗하게 해서, 여기에 오갔던 개들 중 가장 나은 모습으로 있고 싶었다.

그는 거품을 가득내서 몸을 씻었다. 여기저기 난 상처가 비누거품에 닿아서 매우 따가웠다. 특히 뺨이 쓰렸다.

“아, 얼굴은 다치면 안 되는데…….”

그는 한숨처럼 중얼댔다. 외모가 아니었다면 제 주인의 눈에 들지 못했을 테니까. 흙바닥에 뺨을 마구 비볐던 것을 후회하며 그는 거품을 모두 씻어내고는 욕조로 들어갔다.

욕조의 물에서는 짙은 허브향이 났다. 물 온도가 제법 뜨거웠지만 얼어있던 몸을 녹이기에는 딱 좋은 정도였다. 피부가 묘하게 간지러웠고 다친 곳들은 많이 따가웠다.

추위는 사라졌지만 따끔거리고 욱신대는 것들 때문에 몸이 긴장했다. 엉덩이와 무릎, 손도 다 욱신대면 아팠지만 제일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얼굴이었다.

‘연고를 만들어서 보내라고 해야겠어.’

백작가에 있는 그의 주치의는 실력이 뛰어난 의사였다. 흉이 남지 않도록 하는 연고도 잘 만들 게 분명했다. 휴이는 오늘 밤에라도 하인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곳에 남은 상처야 빨리 없앨 이유가 없었지만 얼굴에 난 상처는 그렇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예뻐해 줄 것들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가 그녀에게 좋게 보일 만한 구석들은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엄살이 심하고 쓸모가 별로 없는 헤픈 개.

그게 마르티안이 말하는 그의 수준이었다. 사실 휴이는 자신이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주는 것들은 정말로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며 쉽게 견딜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으니까. 그가 능숙해지지 않는 건 마르티안이 매번 더 가혹하게 굴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바깥으로 끌려 나가서 개처럼 기었고, 관장을 당하고, 집사의 앞에서 속을 비우는 꼴을 보여야 했다. 배가 부푼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참았던 탓에 휴이는 뒤로 물과 구슬을 쏟아내며 사정을 하고 말았다.

쏟아내는 모든 감각이 동일한 쾌감처럼 느껴졌고 극도로 흥분한 몸은 신음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는 반쯤은 울며 허리를 흔들었다.

자작가의 집사가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건 온몸의 흥분을 다 쏟고 난 이후였다. 마르티안은 구슬 개수를 세어보고는 아직 하나가 덜 나왔다고 재촉했다. 집사는 몸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구슬을 제대로 뱉지 못해서 혼나는 소리나 뒤를 쑤셔서 빼내겠다고 하는 소리나 그런 것들을. 마지막 구슬을 뱉어냈을 때는 지나친 수치심으로 인해 눈물이 왈칵 났을 정도였다.

‘또 그렇게 끌려 나갈 일이 있을까.’

괜히 아래가 빠듯해졌다. 휴이는 붉어진 얼굴로 엉덩이를 욕조 바닥에 비볐다. 아래에 마개를 꽂았을 때는, 엉덩이를 비빌 때마다 속이 휘저어졌다. 구슬이 움직이고 내벽이 짓눌려서 압박감이 심했다. 그때에는 꼭 죽을 거 같았는데 지금은 아무 자극이 없어서 도리어 아쉬웠다.

휴이가 입구쪽 눈치를 보다가 무릎을 세웠다. 다리가 M자 모양으로 벌어졌다. 적나라한 아래가 물 안에서 선명하다가 흐려지길 반복했다. 그가 손을 내려 아래 구멍을 더듬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욕실로 들어왔다.

“아, 그, 주인님.”

그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뗐다. 물이 철렁이며 넘쳐흘렀다.

“왜 이렇게 놀라?”

“아, 그게…… 뒤가 좀 아프, 아픈 거 같아서…….”

그는 급하게 말을 바꾸어 변명을 만들어냈다. 아파서 만지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뒤가 욱신대며 아픈 것도 사실이긴 했다. 아프다고? 그녀가 되물으며 물 안으로 시선을 두었다. 맑은 물 때문에 벌린 모양새가 그대로 보였다. 휴이가 주춤거리며 다리를 모았다.

마르티안은 들고 온 것을 욕조 안으로 떨어트렸다. 고무로 만들어진 모조 성기가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그리 길지 않고 두껍지 않은 크기였지만 표면에 우둘투둘한 돌기가 가득했다.

“앞으로 그거 뒤에 넣고 다녀.”

모양새가 꽤 흉물스러워서 휴이는 바로 잡지 못하고 머뭇댔다. 뭐해, 네 거라니까.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제야 그가 모조 성기를 잡았다.

“시간 날 때마다 뒤로 쑤시면서 조이고 푸는 연습해.”

“……네, 주인님.”

“선물까지 가져다줬는데, 감사 인사도 없어?”

“아, 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할 거면 이유를 붙여야지.”

“그러니까…….”

긴장한 얼굴이 수치로 붉게 물들었다. 마르티안은 느긋하게 그것을 구경했다. 말끔하게 씻은 상태여서 개의 외모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휴이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대답해야지. 그녀가 재촉했다.

“뒤에 넣고, 쑤실 수 있게, 선물해 주셔서……감사합니다.”

그의 대답이 조금 떨렸다. 긴장과 수치로 아래가 움찔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필 무릎을 세우고 아래를 훤히 드러낸 자세라서, 휴이는 다리를 움직여서 사타구니 사이와 엉덩이 사이를 가리려 들었다. 마르티안은 그 쓸모없는 노력을 보다가 잠시 웃었다.

“휴, 다리 펴고 앉아.”

그녀가 가운을 벗으며 말했다. 휴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냥 이렇게요? 그가 무릎을 세웠던 걸 주춤 펴면서 말했다. 그래. 그렇게. 마르티안이 답했다.

휴이는 어색하게 자세를 폈다. 매번 수치스러운 자세만 취했다 보니 평범하게 앉는 게 도리어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 불안해졌다.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거나 뭔가 또 개답지 못한 걸까. 그래서 개처럼 대하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마주보며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휴이가 움찔 긴장했다. 마주앉은 간격이 지나치게 가까웠다. 마치 친밀한 연인들끼리 할 만한 다정한 자세였다.

휴이는 잔뜩 긴장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럼에도 제 불안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살이 맞닿은 곳으로부터 불안이 밀려나갔다.

마르티안이 그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자세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녀는 휴이의 허리와 엉덩이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길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간지럽고 들뜨는 감각을 선사했다. 뜨거운 물이 몸에 깊게 스며들어서 모든 것을 녹여내는 것만 같았다.

주인님, 그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목소리 끝을 둥글게 말고는 그녀의 어깨에 제 얼굴을 묻었다.

마르티안은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는 개를 한동안 내버려 두었다. 얼어있던 몸에서 냉기가 빠지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휴이는 몇번을 끙끙거리더니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 그리고 뺨에까지 짧게 입을 맞췄다. 론이야 워낙 그런 걸 좋아하긴 했지만 휴이가 그러는 건 좀 의외였다.

“이런 걸 좋아하는 게 요즘 유행이야?”

“이런 거요?”

휴이가 이해를 못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녀가 휴이의 뺨과 아랫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가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주, 주인님? 방금 왜, 어?”

휴이의 얼굴이 아주 붉었다. 횡설수설하는 의문문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그게 좀 우스워서, 그의 귀와 뺨에 몇 번을 더 입을 맞췄다. 그때마다 한껏 경직돼서 놀라는 표정이 새롭긴 했다.

“맞고 싸고 비비는 거나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의외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휴이의 얼굴이 아주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그러니까. 어. 반복되는 횡설수설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이 그의 허벅지를 손으로 눌렀다. 멍든 곳이 눌려서 휴이가 가볍게 신음했다.

“휴, 내가 왜 이러고 앉은 거 같아?”

“주인님, 흐읏, 주인님이라서……제가, 읏, 주인님 거라서요.”

마르티안이 그 말에 가볍게 웃었다.

“내 거야? 그럼 말을 잘 들어야지.”

“잘 들을, 흐읏, 읏…….”

마르티안이 그의 양쪽 유두를 둥글게 문질렀다. 그가 가슴을 흔들듯이 내밀었다.

“야해 빠져서는. 말을 잘 듣기는 뭘 잘 들어?”

“흐으, 아니에요. 잘 들을려고, 읏, 흐으……”

“말은 잘하지. 너 아무 때나 무릎 세우고 구멍 드러내놓는 게 버릇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앉은 거야. 구멍 흔들지 말라고. 알겠어?”

적나라한 지적에 휴이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는 더듬듯이 네라고 겨우 대답했다. 그녀가 말한 지적에는 틀린 게 전혀 없어서 더 수치스러웠다. 마르티안이 욕실로 들어왔을 때 그는 아래를 들쑤시기 직전이었으니까. 분명, 구멍 안이 비어있어서 아쉬웠다.

“평소에는 얌전하게 지낼 줄 알아야지.”

“흐으, 네. 주인님.”

대답을 하며 그가 입술을 꾹꾹 물었다. 유두를 문지르는 손이 너무 부드러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감질나게 부족한 자극이었다. 차라리 아예 자극이 없으면 좋았을 텐데 뭉근하게 이어지는 감각이 괴로웠다.

천박한 태도를 지적받은 상태였지만 그는 결국 가슴을 앞으로 더 내밀었다. 주인님. 흐으, 신음은 거의 애원이나 다름없었다. 더 해주세요. 더 아프게 더 세게.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이 신음으로 변해서 흘러나왔다.

“얌전히 있으라고 여기 앉았더니…….”

그녀가 혀를 쯧 차고는 유두를 꽉 짓눌렀다. 흐으아, 흐앙, 천박한 신음이 단번에 터져 나왔다.

부드럽기만 하던 손길은 금세 가혹하게 변했다. 그녀는 짓누르던 것을 잡아서 짓이기고 비틀었다. 그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가혹한 자극이었다.

휴이는 금세 눈물을 떨어트렸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가슴을 비틀면 그때마다 짓뭉개진 젖꼭지가 더 당겨지고 늘어났다.

“주인님, 흐으, 너무 아파요. 흐윽, 흐으! 젖꼭지 찢어질 거 같……흐아!”

그녀가 잡아당겼던 유두를 탁 놓았다. 충격처럼 딸려오는 고통에 휴이가 숨을 끅 들이켰다. 붉게 부풀고 커진 유두를 손으로 문질렀다. 가슴 안을 찌르는 감각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아파요. 주인님. 스스로 가슴과 유두를 문지르고 주물거리며 끙끙거렸다. 울어서 젖은 눈가가 제법 빨갰다.

마르티안은 개의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흙에 쓸려서 얇게 상처가 나 있었다. 그녀는 뺨에 난 상처를 엄지로 문질렀다. 흣, 흐읍. 그가 입술을 물었다가 떼었다가 하며 통증을 견뎌냈다.

“내가 너한테 줬던 선물, 어디 있어?”

그제야 휴이는 들고 있던 모조 성기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가슴을 흔들고 우는 동안 어느새 놓친 것이다. 주인님. 잘못, 흐읏. 했어요. 찾을 테니까. 그가 급하게 손으로 근처를 더듬었다. 물이 철벅대는 소리가 났지만 정작 손에는 걸리는 게 없었다.

얼굴이 마르티안의 손에 잡혀 있어서 주변을 살펴보기도 어려웠다. 휴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주변을 곁눈질하기 위해 애썼다.

“선물로 줬더니 바로 내팽개치고.”

마르티안은 휴이의 등 뒤에서 떠다니는 모조 성기를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휴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마르티안이 손을 뻗어 모조 성기를 잡았다.

“이거 필요 없어?”

“아니, 요. 아니에, 흣.”

마르티안이 모조 성기로 그의 뺨을 탁, 쳤다. 읏, 휴이가 가볍게 신음을 뱉었다. 아픔보다는 수치를 더 컸다. 탁, 타악. 탁. 매질이 연달아 이어졌다. 손으로 맞을 때보다는 더 둔탁한 아픔이었다. 흐, 주인님. 잘못, 했어요. 흐읏. 흡. 맞는 사이로 애원하는 소리가 들어찼다.

“혀도 못 쓰고 뒤도 못 열면서, 젖꼭지 비비느라 주인이 준 건 챙길 생각도 없지.”

마르티안이 모조 성기로 휴이의 뺨을 꾹 눌렀다.

“이렇게 할 거면 론에게서 뒷구멍 여는 법 배워.”

“주, 주인님. 아니에요. 읏, 읍. 잘할게요. 잘못, 흐읍, 잘못했어요.”

모조 성기가 그의 뺨과 입술을 아무렇게나 꾹꾹 찔렀다. 수치스러운 감각을 견디며, 휴이는 어떻게든 애원을 이어가려 애썼다. 애첩에게 뒤를 열어 보이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주인님. 제발, 읏! 흐읏, 잘할게요. 계속, 계속 넣고 쑤셔서…… 흡.”

마르티안이 다시 그의 뺨을 모조 성기로 내리쳤다. 아까보다 강도가 훨씬 셌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고는 뺨을 내리치는 매질을 견뎠다. 흐으, 흣. 신음이 삼켜졌다. 고통보다는 수치심이 훨씬 컸고 그 수치심보다 더 큰 게, 애첩에게 뒤를 벌려는 거부감이었다.

“읍, 흐으…… 주인님, 잘 챙길 테니까…….”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툭툭 두들겼다. 수치보다는 고통을 주는 게 그녀의 취향이긴 했지만, 시각적인 모양새가 주는 만족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그녀는 모조 성기 끝으로 휴이의 입술을 꾹 짓눌렀다.

“뭘 어떻게 챙긴다는 거야?”

“다시 주시면…….”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보더니 입술을 조금 벌렸다. 모조 성기가 그의 입 안으로 툭 밀려들어갔다. 그가 입 안에 들어온 것을 빨기 시작했다. 우물대는 입술로 우둘투둘한 돌기가 문질러졌다. 조금은 머뭇대는 태도였다.

마르티안은 모조 성기를 움직여서 그의 입천장 안쪽을 긁으며 밀어 넣었다. 들쑤시는 손길이 점차 거칠어졌다. 휴이가 헐떡이며 입을 좀 더 벌렸다. 우둘투둘한 요철이 입 안과 혀에 문질러졌다. 이내 목 안을 꾹 짓누르며 처박혔다.

“네 손은 이제 못 믿겠으니까 아래에 넣어. 넣어서 가져가, 알았어?”

“우으, 흐, 네, 즈, 흐으, 으욱.”

대답할 때마다 그의 목 안이 울렁였다. 숨이 괴롭게 뒤틀려서 휴이는 몸을 조금 비틀었다. 그래도 참기 아주 어려운 건 아니었다. 마르티안은 평소에도 목 안을 들쑤시고 괴롭히는 걸 좋아했으니까.

우둘투둘한 것이 이내 쑥 빠져나갔다. 휴이는 숨을 들이켜며 기침을 뱉었다. 욕조 물이 출렁이며 넘쳤다.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키고는 욕조 턱에 걸터앉았다.

“다리 아까처럼 하고, 이거 뒤에 넣어.”

그녀가 휴이의 앞에 모조 성기를 툭 던졌다. 휴이는 아까처럼 무릎을 세웠다. 깨끗하고 투명한 물 때문에 벌어진 아래가 그대로 보였다. 구멍 흔들지 말라던 소리가 떠올라서 숨이 조금 달아올랐다.

휴이가 구멍에 모조 성기를 맞추고는 꾹 눌렀다. 요령 없이 누르는 것만으로는, 부어있는 구멍을 벌리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님.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마르티안을 보았다.

“잘 안 열려서, 읏, 어떻게, 흐으, 힘 뺐는데도…….”

“손가락부터 하나씩 넣어서 늘려. 풀어져야 들어가지.”

휴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구멍에 직접 손가락을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게, 부끄럽고 민망했다. 혼자 만져보려고 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더 그랬다. 그가 주저하며 쉽게 손을 내리지 못하자, 마르티안이 말했다.

“론 앞으로 가서 배울래?”

“아니요.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주인님. 금방 할 테니까, 읏.”

휴이가 급하게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까는 빡빡하게 닫혀 있던 주름이 손가락 하나에는 쉽게 열렸다. 주름이 우물거리는 게 손가락으로 느껴져서 그가 낯을 붉혔다. 손가락을 두 개째 밀어 넣자 아까보다 훨씬 빡빡했다. 세 개째는 아팠다.

손가락을 밀어 넣고 벌릴 때마다 뒤가 열리면서 물이 들어왔다. 관장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이었다. 그는 허리를 조금 비틀며 숨을 뱉었다.

“뭐해? 넣고만 있으면 안 풀려. 쑤셔야 풀어지지.”

“읏, 그러면, 흐으, 무, 물이 들어가서, 흐읏…….”

“여태까지 관장액 실컷 먹어놓고, 무슨 엄살이야? 하기 싫어?”

그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더 주저했다가는 정말 애첩 앞으로 끌려 나갈 것 같았다. 그가 아래 넣은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물이 자꾸 들어와서 그런지, 거칠게 쑤시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허리가 떨렸다.

“다리 더 벌려.”

그녀가 발로 툭 건드렸다. 휴이가 다리를 더 벌렸다. 스스로 들쑤시는 아래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마르티안의 시선이 그의 아래에 닿아 있었다. 흐, 흐읍. 주인님. 단순히 뒤를 푸는 것일 뿐인데 꼭 자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휴이는 자신의 성기가 더 빳빳하게 달아오름을 느끼고는 애써 신음을 삼켰다. 뒤가 움찔 조여들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자위를 하는 꼴이 될 거 같아서 그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켜 휴이의 앞에 섰다. 그의 얼굴 높이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 높이가 엇비슷했다. 휴이가 머뭇대며 그녀를 올려본다.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손으로 아래는 계속 쑤시고. 입으로는 여길 핥아. 혀 제대로 써서.”

그녀가 휴이의 얼굴을 잡아당겨 자신의 하체에 붙였다. 코와 입술이 젖은 음모에 가볍게 닿았다. 휴이는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삼켰다. 긴장해서 얌전해진 개를 보며 마르티안이 그의 뺨을 툭 쳤다. 빨아봐.

휴이는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좀 더 깊게 묻고는 혀를 내밀었다. 물로 완전히 젖어있어서 소리는 금세 질척대며 퍼졌다. 휴이는 말랑한 혓바닥을 넓게 펴서 핥다가 이내 혀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갈라진 틈 사이를 쑤시듯이 눌렀다.

이전에 연습했던 흐름 중 하나였다. 기억을 떠올리며 순서대로 혀를 움직이는데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를 잡아당겨 떼어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그, 배워서 연습했던, 흐윽.”

그대로 뺨이 돌아갔다.

“연습한 거 자랑하려고 배웠어? 주인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곳이 어딘지 몰라?”

“아, 그……모, 못 배워서……읍.”

그녀가 휴이의 뺨을 연이어 내리쳤다. 철썩하는 소리가 젖은 뺨 때문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얌전히 맞긴 했지만 서러워서,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마르티안은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몰아붙였다.

“변명도 변명 같은 걸 해야지. 애초에 그 정도도 생각 못 해? 아래 손은 누가 쉬라고 했어? 안 쑤셔?”

“으, 흐으, 쑤셔요. 흐읍, 흐…….”

그가 아래에 밀어 넣은 손가락 세 개를 움직였다. 무능한 개 취급을 받으면서 뒤나 들쑤시고 있으려니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녀가 지적한 것들에 대해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

서럽고 억울했지만, 무엇보다 마르티안이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게 가장 싫었다. 휴이는 눈물을 떨어트리고는 다시 그녀를 올려보았다.

“다시 할게요. 할 수 있게 해주시면, 이번에는, 잘 찾아서……흐웁.”

마르티안이 그의 얼굴을 자신의 아래에 짓누르고는 그의 뒷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아 뒤로 물러나지 못하게 했다. 휴이의 코와 입술이 그녀의 아래에 뭉개졌다. 정원에서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하체를 움직여서 그의 얼굴에 비볐다. 형편없는 혀 놀림보다 그런 것들이 더 자극적이긴 했다.

“주으, 끕, 흐으, 웁…….”

휴이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밭고 급하게 오가는 숨이 그녀의 아래를 자극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얼굴을 자신의 성기에 꾹꾹 짓눌렀다. 힐끔 내린 시선으로 그의 손이 노는 게 보였다.

“구멍 제대로 안 쑤셔? 론 앞에 끌려가서 엉덩이 벌려야 정신 차리지?”

휴이가 아래에 처박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고 힘겨운 손짓이었다. 어깨와 등이 경련하는 것처럼 떨렸다. 마르티안은 그제야 그의 뒷머리를 누르던 힘을 풀었다. 끄읍, 흐으. 그가 얼굴을 뒤로 물리며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잘 찾는다더니 뭘 잘 찾는다는 거야?”

“흐으, 흡, 주인님. 다시, 다시 할게요.”

휴이가 얼굴에 젖은 것들을 손으로 닦아내고는, 다시 마르티안의 아래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억지로 머리를 짓누르는 게 아닌데도 스스로 얼굴을 짓뭉개듯이 눌렀다. 마르티안이 그런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내 딱딱하게 굳힌 혀가 그녀의 아래를 자극했다.

필사적인 거 같긴 했지만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가된 거라고는 고작해야 그녀의 눈치를 과하게 보는 것 정도였다. 그녀가 흥분하는 곳을 찾아야 그다음 단계를 밟을 텐데 휴이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헤매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개가 하는 꼴을 그냥 보았다.

휴이의 표정이 점차 초조와 불안으로 일그러졌다. 필사적으로 코와 입을 비비는 게 이어졌지만 그마저도 몇 번을 반복하니 지루해졌다. 이래서야 론에게 가르치라고 보냈던 시간이 아깝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수준으로 버티고 있을 줄은 몰랐어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휴이의 머리카락을 쥐어서 그의 얼굴을 떼어냈다.

“그만하고, 아래에 저거나 넣어.”

그녀가 모조 성기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는 확실히 수준 미달이라는 소리였다. 휴이가 더 이상 애원하지 못하고 시선을 떨어트렸다.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다. 누구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니까. 마르티안이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게 서러워서, 그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물었다.

그나마 모조 성기는 아까보다 수월하게 들어갔다. 욕조의 물이 윤활제 역할을 해준 덕분이기도 했다. 휴이는 가볍게 신음을 뱉었다. 밀어 넣는 동안 모조 성기의 돌기들이 구멍을 자꾸 자극했다. 손잡이만 남기고 밀어 넣자 엉덩이 사이로 이물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계속 넣고 다녀.”

살짝 튀어나온 손잡이를 마르티안이 발로 툭 차며 말했다. 네, 읏. 휴이가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을 뱉었다. 손잡이가 움직이는 만큼 안에 파묻힌 모조 성기가 휘저어졌다. 마개를 넣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다시 손잡이를 밀어 찼다. 구멍 안으로 모조 성기가 처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툭툭 차는 게 이어졌다

“자주 쑤셔서 여는 연습해.”

“흐으, 네. 흣, 흐읍…….”

그는 허리를 움찔 떨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마르티안이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슬슬 주제넘은 개들을 혼내야 할 때였다.

* * *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물기를 제대로 닦아내라고 말하고는 먼저 욕실에서 나왔다. 론이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바닥으로 깔린 시선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멍했다. 그녀가 나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상태였다. 론의 얼굴에 깔린 것은 옅은 우울이었다. 마르티안은 그 이유를 쉽게 짐작했다. 그녀가 백작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었다.

론이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마르티안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개는 이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으니까. 딱딱한 얼굴로 무엇이든 숨기려 들었던 태도는 그녀의 침실에서 지내면서 사라졌다. 그건 사라졌다기보다는 무너진 것에 가까웠다.

마르티안이 백작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것 때문에 론이 불안해하지 않았다면, 마르티안이 변덕처럼 다정하게 굴지 않았다면, 아마 론은 지난 십 년을 살아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고 그 모든 것이 론의 벽을 무너트렸다.

그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론은 필사적으로 변했다. 주인의 예쁨을 받기 위해 애쓸 줄도 알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두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제를 알고 그녀가 그어놓은 선을 넘지 않았다. 마르티안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순종적인 면에서는 답답할 만큼 고지식한 개. 그녀는 론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혀 쓰는 교육을 맡기고는 확인 한 번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교육에 문제가 생기거나 결과가 엉망일 수 있다는 생각이야 했다. 그 원인에 론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여기지 않았을 뿐이었다.

‘마냥 예쁘게 봐줬더니…….’

한쪽은 의도적으로 엉망으로 가르쳤고 한쪽은 그걸 그냥 방조했다. 결과가 엉망인 건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였다.

“론.”

그녀가 부르자 론이 고개를 들었다. 주인님? 멍청한 물음이 이어지고, 이내 그가 놀란 얼굴로 몸을 바로 했다.

“죄송합니다. 늦게 나오실 줄 알고…….”

론은 급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건 새로 생긴 습관이었다. 침실용 옷은 얇고 쉽게 흘러내리는 재질이었다. 여미는 끈마저 헐거워서 쉽게 흐트러졌다. 엉망인 꼴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론은 수시로 자신의 옷 상태를 점검하고 정리하곤 했다. 강박은 금세 습관으로 바뀌었다.

론이 하는 짓은 애첩이나 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다. 주인에게 예쁨받기 위해서라면 이곳이 광장이라고 해도 벌거벗는 게 애첩과 개들이 하는 짓이었다. 마르티안은 론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해.”

론은 바로 멈췄다. 평소 그녀가 예뻐하던 모습 그대로여서 마르티안은 도리어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매일 그녀가 시킨 걸 엉망으로 해놓았으면서, 자신이 예뻐하는 것들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괘씸한 것이다.

“개 주제에, 뭘 자꾸 가리려고 들어?”

그녀는 론의 윗옷을 거칠게 잡아 벌렸다. 끈이 뜯겨나가며 옷이 한쪽으로 크게 벌어졌다.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꼴이었다. 론이 긴장하고 당황한 채 몸을 굳혔다. 마르티안은 그대로 가슴을 움켜쥐어 비틀었다. 흐윽. 론이 신음을 뱉었다. 유두를 꿴 고리가 짓눌렸다.

“아, 흐으,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잘못? 뭘 잘못했는데?”

그녀가 우습다는 듯이 되묻고는 론의 가슴을 손으로 내리쳤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유두까지 짓쳐졌다. 뺨을 맞는 것보다 훨씬 깊게 아팠다. 흐으, 론이 숨을 들이켰다. 손매가 연이어서 떨어졌다.

“개 주제에, 흐! 흐으, 가리려고 해서, 흐윽.”

그건 진짜 잘못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도 론은 똑같이 행동했지만 마르티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론은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주어진 가학이다. 그의 몸은 아픔에 흥분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써주는 게 좋았다. 가학은 그녀가 주는 예쁨의 척도였으니까. 론은 아픔 때문에 몸을 굳히면서도 몸을 뒤로 빼지 않고 버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티안은 손을 멈췄다. 론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가슴 한쪽이 욱신대며 아팠지만 원래 그녀가 하던 수준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정도였다.

론은 온갖 흔적으로 가득했던 백작의 몸을 떠올리고는 머뭇대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을 다시 자신의 가슴에 놓고 더 맞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백작님이 혀 쓰는 게 엉망이던데?”

설명하나 없이 끊어진 내용이었지만 론은 그녀가 말하려는 걸 바로 깨달았다. 제대로 가르쳤는지 묻는 것이다. 아니, 그건 묻는 것이 아니었다. 마르티안은 이미 그가 했던 행동들을 알고 왔다.

그걸 깨닫자마자 심장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론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녀를 보았다. 입이 어물대며 벌어졌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주인님, 저는, 저는.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르티안은 변명조차 제대로 못 하는 개를 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받은 것에 불과한 데도, 막상 론에게서 이런 식으로 확인을 받고 나자 기분이 엉망으로 뭉개졌다. 들끓는 건 짜증과도 달랐다. 괘씸한 것을 넘어선, 배신감에 가까운 화였다.

마르티안은 그대로 론의 목을 짓눌렀다. 숨이 막히자 그가 가늘게 신음을 뱉었다. 그녀는 론의 목을 조르며 다른 손으로 뺨을 내리쳤다. 철썩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이 돌아갔다.

“분명 제대로 가르치라고 했는데, 내 말이 우스웠어?”

“으, 흐으…….”

론은 대답하려 애썼다. 마르티안은 움직이는 목울대를 더 짓누르며 그 뺨을 다시 내리쳤다. 듣기 싫다는 뜻이 분명히 담긴 손찌검이었다. 그는 더 이상 변명하려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쏟아지는 것처럼 계속되는 따귀에 뺨이 엉망으로 부풀었다. 목이 졸려서 한계까지 내몰린 숨이 끄윽, 하고 삼켜진다. 개가 기절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마르티안은 손을 풀었다.

론은 겨우 터진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로 무릎부터 꿇었다. 당장 잘못을 빌어야 했다. 엉킨 마음이 아무렇게나 흘러나왔다.

“주이, 흐으, 허억, 주인님, 흐으읍, 잘못했습니다. 제가 쓸모, 쓸모없어질 거 같아서, 예쁨받고 싶어서…….”

마르티안은 화가 치미는 가운데에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예쁨을 받아? 내 말을 우습게 보는 개를 내가 예뻐할 거 같았어?”

“흐읍, 주인님. 저는…….”

“전에 그런 소리 한 거로 한번 예뻐해 줬더니, 아주 아무 때나 써먹으려 드네.”

그건 약아빠진 개들이 행동하는 방법이었다. 솔직하게 잘못을 빌고 벌을 청하는 게 아니라 주인이 좋아할 만한 답을 내밀고는 상황을 회피하려는 태도. 마르티안은 그런 약아빠진 개들을 수없이 보았다.

그녀는 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흔들었다.

“주인을 어르고 달래면 네 멋대로 굴어도 넘어갈 줄 알아?”

“흐으, 흐, 주인님. 그런 게, 흐읍, 아니라…….”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면 정말로 예쁨받으려고 그랬다고? 제대로 말 안 해?!”

그녀는 화를 내며 론을 다그쳤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뻔했으니까. 이내 론이 겁에 질린 얼굴로 헐떡였다. 그녀의 말대로 그는 예쁨받고 싶다거나 쓸모없어질 것이 두려워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그저 백작을 질투했다. 질투로 견딜 수 없어서 선을 넘은 것이다. 주인이 시킨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론은 백작이 드러내는 흔적들을 참지 못했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 자신의 비참함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가 백작에게 하는 행동은 매일 충동적이었다. 아침에는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막상 백작의 앞에서는 엉망으로 굴었다. 잘못을 반복했다. 론은 올라오려는 울음을 삼키며 겨우 말했다.

“백작님이 예쁨받는 게, 질투, 흡, 질투가 나서……, 흐윽!”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르티안은 론의 뺨을 후려쳤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 손찌검은 험악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몇 번을 더 론의 뺨을 내리치고 나서야 말을 뱉었다.

“내가 개를 예뻐하려면 먼저 네 눈치를 봐야 했었네.”

그건 개답지 못하다거나 주제넘었다는 비난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가 가진 질투가 얼마나 가당치 않은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었으니까. 주인이 다른 개를 예뻐하는 것에 대해서 론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낼 권한이 없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흐으, 그럴 주제가 아닌데 흐윽, 흐, 흡. 못 참아서…….”

“알면 똑바로 했어야지. 매일같이 내 말을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라.”

그녀가 론의 머리카락을 쥔 손을 놓았다. 그가 울며 고개를 숙인다. 붉어진 뺨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마르티안은 자신의 화가 점점 더 커지는 걸 느꼈다.

론은 그녀가 말한 걸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고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예쁨을 받았다. 다른 개도 아닌 론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예뻐했던 감정은 바닥으로 처박혔다.

마르티안은 론에게 말했다.

“네 방으로 돌아가.”

론이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주인님.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이전보다 더 떨린다. 그가 그녀의 가운 자락을 잡았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흐윽, 제가 주제넘게, 흐윽, 굴어서. 흐윽, 흐으, 다시는 아, 안 그러겠…….”

“놔. 누가 잡아도 좋다고 했어?”

말투가 서늘하고 낮다. 이전에 론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때, 그녀가 내뱉던 말투였다. 예외란 예외를 모두 거둬갔던 태도였다. 론은 덜덜 떨며 붙잡은 것을 놓았다.

마르티안은 바로 그의 뺨을 내리쳤다.

“주제넘게 굴었으면 예쁨받는 것도 포기해야지. 나가, 론.”

그 말에도 론은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가지 못했다. 벌도 주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단순히 예전으로 돌아갈 거란 뜻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개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뜻이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침대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주제넘은 줄도 모르고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아서.

론은 이렇게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

“주인님. 벌을 받을 수 있게, 흐윽, 뭐든 좋으니까……우으, 한 번만, 흐읍!”

그녀가 론의 성기를 거칠게 짓밟았다. 론은 끄윽하고 숨을 들이켰다. 망가질 것 같은 고통이 일었다. 얇은 바지 아래로 살덩이가 짓뭉개졌다.

“그때 여길 찢어버렸어야, 주인 무서운 줄 알았을 텐데.”

그녀가 다시 퍽 짓밟자 론이 등이 앞으로 확 기울었다. 비명을 삼켜내며 고통을 버티느라고 그의 몸이 떨렸다. 론은 필사적으로 등을 펴고는 그녀를 올려 보았다. 주인님. 흐, 흐읍. 눈가와 양 뺨으로 눈물이 넘쳐흘렀다.

“이미 끝났다니까 왜 자꾸 예전처럼 불쌍한 척 굴어?”

“흐으, 흐, 잘못, 흐읍, 주인님……제발……”

“널 예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쓸데없이 굴었어.”

“주인님. 흐읍, 주인님…….”

가운 자락이 당겨진다. 마르티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집요하고 시끄러운 애원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이전에도 자신의 아래를 찢겠다며 버텼던 론이다. 누군가 불러서 쫓아내지 않는 이상 쉽게 나갈 거 같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하인이나 불러서 쫓아내려다가 이내 휴이를 떠올렸다. 구멍에 모조 성기를 박고 움직이느라 물기를 닦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 모양이었지만 어쨌든 곧 나올 때가 되었다. 여러모로 예민해진 집사를 생각하면 하인을 부르는 것도 영 마땅치 않았다. 그녀는 론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맞고 싶어?”

“흐, 네. 주인님. 버, 벌 받고…….”

“그래, 그럼 맞아. 대신 제대로 못 버티면 바로 끝이야. ”

벌을 버틴다는 건 애매한 말이다. 개가 기절할 때까지 견뎠다고 해도 주인이 원하는 갯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그건 못 버틴 거였으니까. 결국 버틸 수 있다는 건 주인이 개가 버틸 수 있도록 선처를 베푼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때는 더는 시끄럽게 굴지 말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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