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권-13 (13/2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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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르티안은 친절하게 되물었다. 휴이의 상태가 어떤지는 충분히 알만했다. 배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면서 난리를 쳤으니, 가득 찬 배 속도 그만큼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경험이 없는 개는 제 배 속 상태가 몹시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마냥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이다.

“읍, 흐윽. 주인님, 배가, 흐, 어떡, 흐욱……”

그가 당황해서 그녀를 올려본다. 배가 아프다고 더듬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 꼴로 만든 게 마르티안이라는 걸 잊은 표정이었다. 해결을 바라는 얼굴이 적나라해서 마르티안은 좀 웃었다. 원래 개들은 좀 멍청할 때가 제일 귀여운 법이었다.

“관장하는 거잖아. 싸고 싶어도 참아야지.”

“아, 흐으, 하지만…….”

마르티안은 그의 애원을 아랑곳하지 않고 안대를 가져와서 휴이에게 씌웠다. 눈앞이 보이지 않자 배 안을 들쑤시는 감각이 더 선명해졌다. 구멍이 터질 것처럼 움찔대는 것도. 흐으, 흐읍.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급했다.

“질질 싸면 그 위에 뒹굴게 될 줄 알아.”

마르티안이 했던 소리가 너무 끔찍하다. 휴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뒤를 조였다. 마르티안은 잔뜩 긴장한 개를 보며 소리 없이 웃고는 말을 했다.

“이제부터 얌전히 참는 법을 배울 거야.”

안대를 낀 상태로 그가 고개를 움직인다. 보이는 게 없을 텐데도 필사적인 게 몹시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휴이의 부푼 배를 가볍게 쓸었다. 몸이 잔뜩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의 아랫배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힘이 확 들어가며 배가 단단하게 버틴다.

“흐으, 주인님. 배, 배가 너무 아프, 아픈데…….”

“그래서?”

태연하게 되물은 그녀가 다시 그의 배를 꾹꾹 눌렀다. 휴이는 신음조차 제대로 뱉지 못했다. 뒷구멍이 그냥 열릴 것만 같다. 필사적으로 엉덩이에 힘이 잔뜩 준 채, 그가 숨 삼키는 소리만 애써 뱉어냈다. 제법 교육받은 개답다. 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안대를 씌웠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자 그는 몇 번이나 헐떡이며 신음을 뱉어냈다. 불안이 가득 담긴 신음이었다. 그의 팔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자 휴이가 바닥에 엎드린 채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안대로 인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모든 감각이 더 예민하게 느껴졌다. 복통은 주기적으로 아랫배를 들쑤시는 중이었다.

어둠 속으로 마르티안이 걷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더 이상 챙겨주는 손이 없어서 휴이는 머뭇대며 바닥에 엎드렸다. 어딘가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부터, 내가 말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

왈칵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으며 휴이는 배 아픈 걸 견디기 위해 웅크렸다. 배가 아픈 텀이 점점 짧아지면서 아픈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런 고통을 참는 건 태어나 처음이다. 휴이는 바닥에 깔린 카펫을 쥐어뜯었다. 흐으, 후으. 흐윽. 시끄럽게 굴지 않으려 했지만 신음이 쏟아졌다.

이내 휴이가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웠다. 그렇게 있으면 그나마 뒤꿈치로 구멍을 눌러 막을 수 있었다. 배가 고통스럽게 우글거렸지만 그래도 뭔가로 막고 있단 생각에 덜 불안했다. 이대로 싸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자신의 다리에다가 싸지르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역겹고 구역질이 나왔다.

그는 엉덩이를 더 꾹 내려서 뒤꿈치에 구멍을 눌렀다. 배가 뒤틀리듯이 아팠다.

“주인님. 흐으, 주인님…….”

그가 울며 마르티안을 불렀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어쩔 줄 모르는 개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얼마 견디지 못하리라는 것은 그녀도 알았다. 처음 하는 몸에 넣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밀어 넣긴 했으니까.

방바닥에 그냥 싸게 만들까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치우기가 영 번거로웠다. 주변에 괜한 소리가 돌지 않게 한다고 집사가 나서서 치울 테니 그것도 좀 그랬고.

“휴.”

그녀가 부르자 휴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주인을 찾는 움직임이 진짜 개처럼 보여서 그녀가 픽 웃었다.

“여기로 와서 애원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 모르겠어요. 주인님. 흐으, 흐읍, 안 보이는데…….”

“찾아야지. 그냥 바닥에 싸고 싶으면 계속 그러고 있고.”

휴이가 고개를 급하게 저었다. 고통스럽게 아프던 배가 조금 잦아들었다. 다시 아프기 전까지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가 주춤대며 엉덩이를 들었다. 뒤를 막고 있던 게 사라져서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구멍에 힘이 풀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흐를 거 같았다. 그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더듬더듬 기기 시작했다.

마르티안은 장애물이 많은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걷는 소리를 듣고 휴이가 기던 것을 멈추고 두리번거렸다. 정말 개처럼 구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주인님……. 휴이가 가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마르티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개에게 인내를 가르치려면 많은 것을 주지 말아야 하는 법이었다.

휴이는 자신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이 있던 곳과 방안의 구조를 떠올리려 했지만, 치미는 복통이 그마저도 방해했다. 우그러드는 고통이 찾아오면 기던 것도 멈추고 웅크려야 했다. 배가 터져나가는 감각이 이어졌고, 싸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었다.

그때마다 그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서 상체를 들고 뒤꿈치로 뒤를 막았다. 이대로 제 주인을 영영 찾지 못하고, 뒤를 벌리고 싸게 될 것 같았다. 역겹고 서럽고 고통스러워서 울음이 끅끅 새었다.

“주이, 흐윽, 주인님…… 잘못, 했어요. 주인님, 흐으……어디, 어디에…….”

그가 울며 기어가다가 장식장에 어깨를 부딪쳤다. 덜 아픈 동안 급하게 움직이느라 여기저기 부딪친 곳이 많았다. 배에서는 여전히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미 식은땀이 온몸을 적신 상태였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뒤로 이미 뭔가가 질질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가 간신히 소파에 도달했을 때였다. 방 밖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사적인 상황 안으로 현실적인 감각이 불쑥 침범했다. 휴이는 당황하여 고개를 들었지만 눈앞으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안대, 주인. 그리고 개인 자신. 휴이는 소파 아래에 숨는 것처럼 몸을 잔뜩 웅크렸다. 마르티안이 걷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상황이 늦어져서 조금 뒤에 다시 와줘. 한, 삼십 분 정도 뒤에.”

여상한 말투로 이어지는 대화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문을 두들긴 사람은 자작가의 집사였다. 휴이는 목소리로 집사임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전에 그의 앞에서 보였던 몰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어쩌면 지금 자신의 모습도 보았을지도 몰랐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그가 고개를 들고는 급하게, 문 입구 쪽으로 기었다. 소파에서 문 입구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마르티안은 문에 기대서 기어오는 휴이를 보았다. 배가 아까보다 불룩해져서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물론 배 아래로는 잔뜩 발기한 성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급하게 기어온 그가 더듬거리며 그녀를 찾았다. 이내 옷의 감촉을 찾아내고는 그녀의 다리에 뺨을 비볐다.

“주인님, 차, 찾았으니까……우윽.”

마르티안이 발로 그의 배를 꾹 눌렀다. 잠시 가라앉았던 뱃속이 바로 뒤집혀서, 휴이가 급하게 뒤꿈치로 자신의 뒤를 막았다.

아랫배가 경련하는 것처럼 떨렸다. 싸고 싶어. 이 고통이 얼른 그만 끝났으면 했다. 동시에 제 주인이 자신을 관대하게 예뻐했으면 했다. 칭찬받고 싶었다. 너무 간절하게 찾으러 다녀서인지 온갖 감정이 치밀었다. 휴이는 울면서 그녀의 곁에 더 바짝 붙으려고 애썼다.

마르티안은 몸을 숙여 그에게 씌웠던 안대를 벗겼다. 질척하게 젖은 안대 아래로 눈물로 젖은 눈이 드러났다. 주인님, 흐으, 주인님. 잃어버렸던 부모를 만난 아이처럼 왈칵 우는 모습이, 그녀가 보기에 예쁘긴 했다.

물론 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다랗고, 너무 천박한 꼴이었지만. 그녀가 말했다.

“내가 날 찾으라고 했어?”

“아니요. 흐욱, 애원, 애원하라고…….”

“그럼 애원해야지.”

“주, 주인님, 싸, 싸게 해주세요. 흑, 아까부터, 우으, 배가 아파서…….”

“그래? 그럼 여기서 허리 흔들면서 싸던가.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녀의 표정이 영 못마땅하다는 듯 찌푸려졌다. 여기서 싸라는 말이 꼭 진심 같아서 휴이는 필사적으로 다시 애원했다.

“흐으, 안돼요, 주인님. 안 헐렁하게 굴게요. 얌전하게 굴게요. 흐윽, 흐읍, 천박하게 아, 안 굴고 착하게……주인님, 제발…….”

그는 마르티안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 했으니까. 배가 너무 빠듯하게 아팠지만 여기서 싸게 되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주인님. 그가 반쯤은 울면서 애원했다. 마르티안의 미간이 구겨졌다.

“말은 매번 그렇게 하잖아. 잘하겠다. 얌전히 있겠다. 그래 놓고 네가 잘한 게 뭐가 있어?”

비난이 이어졌다. 당장 뒤가 쏟아질 거 같은 상태에서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휴이는 제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주인의 비위를 맞출 수 없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모든 게 전부 그가 못난 탓이었고 그가 잘못한 탓이었다.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다. 애원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주인님. 흐으, 흑……. 잘못, 흐윽,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아까 구멍도, 제대로 모, 못 조여서요. 흡, 자꾸 쌀 것만 생각하는 거랑, 흐으, 아까 관장액 하나 다 못 받아먹은 거…….”

휴이는 자신의 잘못을 더 생각하려 애썼지만 더 이상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배가 너무 아프고 뒤가 터질 것처럼 움찔거려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뒤를 막고 있는 뒤꿈치가 젖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르티안은 이제 벌벌 떨고 있는 개를 내려 보았다. 얼굴은 고통과 긴장에 질려 엉망이었지만, 성기도 유두도 바짝 서 있었다. 마르티안은 손으로 그의 유두를 잡았다. 천천히 잡아당기자 개가 허리를 움찔댄다.

주인님, 흐으. 애원하며 우는 얼굴에 조금씩 포기가 깔렸다. 제 주인이 자신을 여기에서 싸게 만들 거라고, 그렇게 믿고야 마는 얼굴이었다. 목줄을 건 것도 아닌데, 개는 비참한 꼴을 예상하면서도 도망가지는 않았다.

“변기 위에 올라가게 해주면, 뭘 할래?”

눈물만 쏟아내던 휴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얼굴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안도하는 그 표정이 묘하게 가학심을 자극했다. 이대로 정말 엉망으로 만들고 싶긴 했지만 방 안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집사에게 사십 분 뒤에 오라고 했으니까.

“흐, 주인님, 흐읍, 뭐든, 뭐든 할게요.”

휴이가 뒤늦게 대답했다. 겁도 없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녀가 느긋하게 웃었다. 그래, 알겠어. 마르티안은 관대하게 대답했다.

도안 자작가의 집사는 점심 이후부터 약간 예민해져 있었다. 마르티안이 지시한 일 때문이었다. 오늘 점심 이후로 정원에는 접근하게 하지 말 것. 물론 그가 그런 지시를 받은 경우는 이번 한 번이 아니었다.

마르티안은 노출을 좋아하는 개들과는 만날 때면 정원을 산책하는 걸 즐겼다. 산책, 말이 산책이지 멀쩡한 상태로 거길 걷는 경우는 없었다. 방 안에서 할 만한 것들을 밖에서 하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때마다 정원에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는 그녀와 개의 관계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혹시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게 될 사람들을 위한 사전 공지에 가까웠다.

집사는 그때마다 저택 내 하인들에게 엄하게 경고하긴 했지만 오늘처럼 예민하진 적은 없었다. 이번 지시의 상대는 백작이었으니까.

‘다른 상대들과 똑같이 취급하라고 하셔도 하아, 도저히…….’

집사는 한숨을 뱉었다. 백작이 엉망인 꼴로도 흥분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백작이었다. 공작가의 후계자였고. 집사는 그 배경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마르티안이 도리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무리 개 취급을 한다지만 그런 사람을 정원에서 끌고 다니겠다는 것 자체가.

어쨌든 집사는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다가 아주 강하게 경고했다. 정원 근처를 얼쩡댔다간 쫓겨날 각오를 하라는 경고였다. 대부분의 하인들은 그 정원을 오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정원으로 향하는 가는 길목부터 통제하고는 입구 근처에서 발견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감봉할거란 소리까지 했다. 그쯤하면 다들 알아서 몸을 사릴 게 분명했다.

집사는 스스로 예민해진 마음을 도닥였다. 그리고 마르티안이 시킨 시간에 맞추어, 그는 백작의 방을 찾았다.

휴이는 문 두들기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변기에 앉아서 싸고 난 이후에도 그는 두 번을 더 관장을 했다. 뒤가 깨끗해질 때까지 속을 비우고 다시 관장을 할 때마다 관장액의 양은 조금씩 늘어났다. 배는 매번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마르티안은 그의 옷을 챙겼다. 속옷이 없는 상태로 그는 그녀가 골라준 옷을 입었다. 바지는 젖은 게 바로 드러나는 연회색이었다. 잔뜩 긴장해서 덜덜 떠는 휴이를 보며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조금 이따가 산책을 할 거니까 제대로 챙겨입어.”

“흐, 흐읍, 산책이요? 하지만 이대로는…….”

“뭐든 하겠다며? 그럼 뭐든 해야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곧 집사가 올 거야. 정원까지 안내해줄 테니까 따라 나와.”

마르티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휴이는 복통을 견디면서 그 상태로 십 분을 넘게 집사를 기다린 상태였다. 곧 온다고 한 것치고는 늦은 방문이었다. 그는 한껏 예민해진 말투로 집사에게 말했다.

“왜 이제야 온 거지? 분명, 흣, 사십 분 뒤에! 그쯤 오겠다고 한 거로 들었는데?”

집사가 당황한 기색으로 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보통은 조금 늦게 도착하는 걸 다들 편하게 여기셔서…… 제가 실수를 범했습니다, 백작님.”

“됐어. 얼른, 흑…….”

휴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배 안이 와글거리며 휘저어졌다. 그가 등을 조금 굽히고는 고개를 숙였다. 흐으, 흑. 관장을 몇 번 반복한 탓에 뒷구멍으로 감각이 둔했다. 이대로 질질 새어 흘러내릴 거 같아서 그가 필사적으로 뒤를 조였다. 전혀 걸을 수가 없어서 헐떡이자, 집사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부축하려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 흐으, 괜찮으니까, 가.”

그가 복도 벽을 짚으며 말했다. 집사가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를 배려해서인지 집사의 걸음은 꽤 느렸다. 휴이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걸음마다 뒤를 조여야 했다.

자꾸 뒤가 힘없이 풀리려는 게 느껴진다. 속을 깨끗하게 한다고 새로 밀어 넣고 쏟아내기를 반복해서인지 그의 뒷구멍은 완전히 흐물거리는 상태였다. 스스로 아래를 움찔대고 있다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 흐으…….”

휴이가 걷던 것을 멈췄다. 배가 아프면서 또 뒤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휴이는 주저앉듯이 엎드렸다. 뒤를 막지 않으면 쌀 거 같아서, 그가 마르티안 앞에서 했던 것처럼 뒤꿈치로 뒤를 눌러 막았다.

갑자기 무릎 꿇는 그를 보며 집사가 놀란 표정으로 그의 옆에 몸을 낮춰 앉았다.

“백작님, 몸이 너무 아프신 거면 그만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제가 자작님께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후윽, 아니야…….”

그가 고개를 급하게 저었다. 집사는 그의 상황도, 마르티안의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평범하게 백작인 그를 정원으로 안내하러 온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휴이는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집사의 앞에서 마르티안에게 맞을 때보다 훨씬 더 수치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뒤로 싸지 않게 뒤를 막고 있어야 한다는 게.

휴이는 필사적으로 참고는 몸을 일으켰다. 집사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그를 살폈다. 안내나 얼른 하게. 예민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집사는 한숨을 쉬고는 앞서 걸었다. 그는 벽을 짚고 걸어서 간신히 계단에 도착했다. 2층에 있는 방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꼴로 걸으려니 까마득했다.

계단은 평지를 걷는 거보다 훨씬 고되었다. 단순히 계단과 평지의 차이라기보다는 이미 한계인 상태에서 더 걷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뒤가 쏟아질 거 같았다. 후으, 후윽. 흐으. 그는 그때마다 신음을 뱉으며 멈췄다. 견뎌내는 시간이 매번 한참씩 걸렸다.

집사는 거의 선 채로 그를 기다렸다. 대여섯 계단을 내려오는 데만 몇 분씩 걸렸다. 백작의 상태는 누가 보아도 이상해서 집사는 속으로 탄식했다.

정원만이 아니라 중앙 계단도 접근하지 말게 했어야 했다. 하인들이 1층을 지나가다가 둘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저, 백작님.”

보다 못한 집사가 막 말을 걸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1층 입구로 들어왔다. 얼굴에 짜증이 묻어있는 게 밖에서 기다리다 못해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둘을 확인하고는 계단을 올라왔다. 휴이는 거의 넋이 나가 있던 상태라, 그녀가 거의 다 올라왔을 때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 그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주인님, 나지막이 하는 소리에 집사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는 조금 뒤로 물러났다.

“왜 이렇게 늦어?”

“거, 걷기가 힘들어서, 그게, 흐으…….”

“왜 걷기가 힘든데?”

그녀가 물었다.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휴이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댔다. 쌀 것 같다느니 뒤가 벌어졌다느니 그런 소리를 말하기에는 집사가 바로 옆에 있었다. 게다가 그는 휴이가 관장을 하고 여기에 서 있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주, 주인님. 빨리 내려갈게요. 흐으, 빨리 갈 테니까.”

그가 애원하듯이 말하고는 급하게 발을 움직였다. 그래 보았자 그냥 걷는 걸음보다는 턱없이 느린 걸음이다. 마르티안은 혀를 차고는 그를 지나쳐 계단 아래까지 내려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얼굴이 짜증으로 젖어있었다.

얼마나 빨리 오는지 보겠다는 얼굴이라서 휴이는 조급하게 발을 움직였다. 집사가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급하게 내디뎠던 발이 계단 모서리에 닿으며 주춤 미끄러졌다. 몸의 중심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계단 손잡이를 잡고 있어서 완전히 구르지는 않았지만, 휴이는 그대로 엉덩이를 내리찧으며 뒤로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집사가 놀라서 황급히 다가왔다. 내뱉는 헐떡이는 숨이 지나치게 컸다.

“백작님, 어디 다친 데는…….”

“흐으, 저리, 흐윽, 비키게.”

내치는 손에 맞아서, 집사의 뺨으로 철썩 소리가 났다. 소리에 놀란 휴이가 고개를 들었다가 급하게 계단 아래를 보았다. 흐으, 그런 게 아니라……. 집사 쪽을 보지도 않고 변명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집사는 이 상황이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백작이 자신을 무시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래에 있던 마르티안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다시 올라오는 건 문제였다. 마르티안은 저택 안에서는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편이었고, 특히 개로 취급하는 상대를 놓고 굴릴 때는 더더욱 그랬다.

집사는 자신의 앞에서 보란 듯이, 백작의 뺨을 터지도록 때렸던 마르티안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때에는 실내였고 보는 사람은 집사 한 명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하인들이 아무렇게나 지나다니는 바깥이다. 집사가 황급하게 마르티안을 말렸다.

“자작님, 여기 밖입니다. 다들 다니는 바깥입니다. 제발, 보는 눈이 많으니…….”

필사적으로 말리는 소리에 마르티안이 들어 올렸던 손을 멈췄다. 휴이는 잔뜩 겁먹어 있다가 그녀가 멈추자 서럽다는 것처럼 울며 끅끅거렸다. 그녀는 건방진 개를 내려 보다가 그의 엉덩이와 다리를 툭툭 걷어찼다. 화들짝 놀란 몸이, 다리를 잔뜩 오므렸다.

“다리 벌려.”

“흐으, 흑…….”

“벌려. 아니면 다 그만두거나.”

휴이가 그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르티안의 표정이 더없이 냉정했다. 그가 눈물이 뚝뚝 떨어트리면서 다리를 주춤주춤 벌렸다. 연회색 바지가 오줌이라도 한가득 싼 것처럼 젖어있었다. 주저앉으면서 줄줄 쏟아낸 관장액이 뒤를 흠뻑 적신 것이다.

아니, 그…… 집사가 놀라서 뱉은 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수치로 인해 벌린 다리가 덜덜 떨렸다.

“바지, 이거 뭐야? 왜 적셨어?”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집사에게는 충분히 들릴 만한 소리였다. 휴이는 입술을 질근거리며 숨을 삼켰다. 얌전하게 그녀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가 머뭇대자 마르티안이 다시 말했다.

“바지 버클 열어. 지퍼 내리고. 그렇게 하고 말해.”

“주, 주인님……흐으……”

“휴, 하기 싫으면 일어나서 돌아가.”

휴이는 그제야 덜덜 떠는 손으로 바지 버클과 지퍼를 내렸다. 속옷을 입지 않아서 잔뜩 발기한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흥분한 앞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집사가 당황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드러낸 수치스러운 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뒤로 질질 흘리면서도 앞을 세웠다는 건, 스치듯 보았다고 해도 분명했다.

“말해야지. 바지 왜 적셨어?”

“배에, 관장액 다, 담고……흐읍, 담았는데 너, 넘어져서……흘려, 흐읍.”

마르티안이 발로 그의 발기한 성기를 꾹 눌렀다. 거칠게 짓누르는 감각에 휴이가 숨을 삼켰다. 이미 잔뜩 발기한 것이 딱딱한 구두 굽 아래 짓뭉개졌다.

“그게 진짜 이유 아니잖아. 그냥 넘어져서 쌌어? 근데 여기는 왜 섰어?”

“흐읍, 흐으, 으…….”

휴이가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강요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았다. 알았음에도 입에 담기 어려웠다. 그녀가 구둣발로 성기 기둥 아래와 고환을 짓눌렀다. 이미 한껏 발기한 상태에서 견디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이었다.

아랫배가 덜덜 떨리듯이 오그라들었다.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계단 구석에 처박히듯 주저앉아서, 뒷구멍에서 흘러내린 관장액으로 바지를 잔뜩 적셨다. 수치스럽고 비참한 꼴에도 그는 흥분했다. 마르티안이 그의 턱을 잡아 올렸다. 말하라는 시선이 그를 압박했다. 휴이는 입술을 벌렸다.

“구, 구멍, 흐으, 못 조여서, 흐읍, 흐윽, 싸, 쌀 생각만 하고, 흐으…….모, 못 참고, 싸서……. 하윽!”

마르티안이 젖은 귀두를 발로 짓눌렀다. 이미 잔뜩 젖어있던 앞이다. 극심한 사정감이 아래를 빼곡하게 채웠다. 주인님, 시, 싫어요. 그가 마르티안의 다리를 더듬으며 애원했다. 집사가 등을 돌린 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치심에 눈물이 뚝뚝 흘렀다.

젖은 귀두를 짓뭉개는 자극은 계속 이어졌다. 휴이는 더 이상 수치도 잊어버리고 허리를 흔들었다.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수치가 흥분으로 덧씌워졌다. 흥분이 모든 것을 허물어지게 했다. 주인님. 흐으. 잘못했어요. 그는 이유 없이 애원했다. 앞에 있는 마르티안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의 고통과 수치, 흥분을 제어하는 유일한 주인. 휴이는 극심한 흥분을 느끼며 사정했다. 마르티안의 발을 떼자마자 그는 습관처럼 귀두를 손으로 감쌌다. 주변을 더럽히지 않게 애쓰면서, 그는 남은 쾌감을 못 이겨서 허리를 흔들었다. 흐윽, 흐읍. 흐으…… 그가 헐떡이며 엎어지다가 일순 움찔 웅크렸다.

남은 관장액을 물고 있던 뒷구멍이 풀렸다. 사정으로 느른해진 몸은 제대로 조이지도 못했다. 엉덩이 사이로 관장액이 다시 줄줄 흘러내렸다.

“흐윽, 으…….”

적나라한 감각에 휴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흥분으로 잊어버렸던 수치가 다시 온몸으로 들어찼다. 제 몸이 정말로, 질질 싸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마르티안의 다리를 잡았다.

“흐윽, 주인님. 바, 방에, 흐으, 갈래요. 사, 산책 말고…….”

“뭐든 하겠다며?”

그녀가 휴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엉망인 그와는 달리 어디 한 군데 흐트러진 것 없는 차림새였다. 그것이 그의 비참함과 수치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기에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개가 되고 싶어서 기어들어온 건 그쪽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천천히 웃었다.

“그럼 뭐든 해야지. 휴.”

휴이가 입술을 질근질근 물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길이 제법 든 탓인지, 또다시 싫다며 떼쓰는 소리는 안 했다. 쉼 없이 헐떡이면서 불쌍한 척은 해댔지만.

“바지 제대로 입고.”

끅끅 우는 소리가 울린다. 마르티안이 그의 뺨을 가볍게 손으로 건드렸다. 투욱, 투욱. 건드리는 손길이 이어진다. 엄살도 적당히 떨어야지. 냉정한 말투였다.

휴이가 그제야 손을 움직여 벌어져 있던 바지 지퍼와 버클을 잠갔다. 질척하게 쏟아냈던 정액으로 인해 그의 손이 젖어 있었다. 손도 깨끗하게 해. 휴이가 머뭇대더니 이내 손을 핥았다. 빨고 핥아대는 소리가 제법 난잡했다.

적당히 치웠다 싶자 그녀가 몸을 일으키고는,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 일어나라는 뜻이었다. 원래는 바닥으로 떨어진 정액까지 다 핥아 먹어야 했지만, 그녀는 집사의 정신건강을 위해 그건 넘겼다. 휴이가 바로 일어나지 않고 머뭇대며 그녀를 올려보았다.

“일어나.”

“주인, 님. 오, 옷만, 흐으, 갈아입고, 가면…….”

그 소리에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그렇게 숨기고 싶었으면 애초에 싸질 말았어야지. 네 몸뚱이가 뒤로 질질 흘린 거잖아. 아니면 까먹어서 그래? 네 입으로 질질 싼 구멍이라고 말하면서 머릿속에 새기고 갈래? .”

“아니요. 흐윽…….”

그가 몸을 일으켰다. 질척하게 젖은 꼴은, 오줌이라도 지린 것처럼 엉망진창이었다. 아니 오줌도 아니었다. 흠뻑 젖은 건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었으니까. 어딘가에 남은 관장액이 고여 있었는지 그의 발목으로 젖은 물기가 흘렀다. 흐으, 흐읍 주인님. 그가 애원하듯이 그녀를 불렀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그때까지도 돌아서 있는 집사에게 말했다.

“이만 가봐. 산책 끝나고 목욕할 수 있게 뜨거운 물 좀 준비하고.”

휴이는 마르티안을 따라 걸었다. 바지는 축축했고 꼴은 엉망이었다. 외투를 걸쳐 입어서 그나마 가려지긴 했지만, 수치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뒤로 넘어지며 쏟아낸 탓에 배가 아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걸을 때마다 뒤에서 조금씩 물이 흘러 떨어졌다. 다리와 발목을 가늘게 적시는 감각, 그건 수치의 감각이었다. 그럴 때면 몸이 굳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원은 예전에 마르티안과 함께 걸었던 그 정원이었다. 그녀의 개가 되고 싶다고 매달렸던 그 장소. 멋모르고 그녀에게 매달렸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마르티안의 아래에서 개가 되어 학대받기를 한껏 원했다.

원하는 바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마르티안은 그가 꿈꾸던 주인 그 자체였지만 그는 그녀가 꿈꾸는 개는 아니었으니까.

그건 과거의 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때의 그는 그저 학대받고 흥분하고 쾌감에 기대고 싶었을 뿐이었지 그녀에게 예쁨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으니까.

“주인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미간이 조금 찌푸려진, 짜증이 담긴 시선이었다. 그거 그가 집사의 뺨을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마르티안은 개답지 못한 모든 것들을 질색했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그는 자꾸 그 경계를 밟곤 했다.

주인의 예쁨과 사랑을 받는 것. 그가 원하게 된 새로운 욕망은 이전의 것보다 훨씬 더 갖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가 가진 것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배경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개답지 못한 것들뿐이었다.

휴이는 엎드려서 그녀의 옆으로 기어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에 이마를 비볐다.

“잘못했어요. 아까는 정말 놀라서……. 때리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정말, 개처럼 굴기 싫었던 게 아니라…….”

그는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며 그녀를 올려보았다. 자신이 그녀가 좋아하고 예뻐할 만한, 그런 모양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르티안은 찌푸린 얼굴을 펴지 않았다.

“일어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휴이가 손을 뻗어서 그녀의 옷을 움켜쥐었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그가 다시 제 잘못을 빌며 그녀를 올려보았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꺼내 그의 손등을 툭 쳤다. 이대로 버티고 있으면 맞게 될 거란 뜻이었다. 휴이는 제 손에 힘을 더 주며 그녀의 옷을 더 그러쥐었다. 잔뜩 화난 마르티안을 보느니 이대로 실컷 맞아서 그녀의 기분이 풀렸으면 했다.

회초리가 바로 그의 손등을 후려쳤다. 붉은 줄이 죽죽 그어지는데도 휴이는 제 손을 더 움켜쥐었다. 눈가로 눈물이 다시 고여 들었다.

“흐으, 주인님.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마르티안이 내리치던 것을 멈추고 어이없다는 것처럼 웃었다. 그녀가 휴이의 턱을 쥐고 들어 올렸다.

“화내지 말라고? 그럼 네가 화날 짓을 하지 말아야지.”

“주인……흐, 주인님.”

휴이는 쏟아지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손에서 힘이 빠졌다. 마르티안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그를 털어냈다. 흐으, 휴이는 입술을 물었다.

서러운 마음이 자꾸 들고 일어났다. 자신이 잘못한 건 알았지만 마르티안이 자신에게만 너무 가혹하고 매정한 것 같았다. 특히 이런 식의 쓸모없는 취급은 특히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마르티안의 개였다. 서툴고 못난 개라고 해도. 개라는 건 원래 어떻게든 주인의 손길을 받고 싶어 하는 법이었다.

“……오, 오늘도 애첩, 아니 선배가, 혀 쓰는 거 알려준다고 하고……모, 못한다고 뺨, 흐읍, 뺨 때렸는데 차, 참고……흐으, 자, 잘하고 싶어서…….”

애첩에게 맞았던 상황을 떠올리니 서러움이 더 커졌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한 건, 마르티안 때문이었다. 예쁨받고 싶어서. 그것 때문에, 그는 평생을 살아오며 갖췄던 모든 선을 다 내려놓고 애쓰고 있었다. 비록 그 결과가 그녀의 성에 차지 못한다고 해도. 끄으, 흐으, 그가 울음을 삼켰다.

마르티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에 잠시 멈췄다. 론이 백작의 뺨을 때렸다니 황당한 마음과 의심스러운 마음이 반반이었다.

“론이 네 뺨을 때렸다고?”

“……네. 두 대나, 맞았어요.”

그가 마르티안에게 가까이 붙으며 대답했다. 마르티안은 아까처럼 얼굴을 찌푸리진 않았다. 용기를 내어, 휴이는 그녀에게 몸을 조금 기댔다.

마르티안이 개를 가만히 내려 보며 말했다.

“근데 가만히 있었어?”

“주인님이 선배로 대하라고 해서…….”

“의외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론이 백작을 상대로 손찌검을 했다는 것도 그랬지만, 백작이 가만히 참았다는 것도 의외였다. 마르티안의 앞에서도 툭하면 튀어나오는 귀족적인 태도와 본성을, 론에게서 뺨을 맞으면서도 내리눌렀다는 소리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꺼낸 의도가 가려지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네가 예쁨받을 만한 개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휴이가 머뭇대며 시선을 내렸다. 그의 속마음은 마르티안이 말한 그대로였다. 마르티안이 너무 자신에게 싸늘하게 굴어서, 예쁨받을 구석 없는 개 취급을 해서, 그래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그 안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마르티안이 화를 좀 풀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마르티안이 휴이의 뺨을 토닥였다.

“대답해야지.”

묻는 소리가 아까 전보다는 부드러웠다. 뺨부터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휴이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냥,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애초에 혀를 잘 썼으면 됐잖아? 그럼 뺨 맞을 일도 없었을 거고. 그리고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야? 잘하는 게 중요하지.”

휴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개의 얼굴이 불만으로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왜, 내 말이 틀렸어?”

“……아니요.”

“네가 왜 맞았다고 했어?”

“……못, 해서요. 혀를 못 써서…….”

억울한 얼굴로 그가 대답했다. 엄살이 심한 게는 서러운 척도 잘했다.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비틀었다. 그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면서 한쪽 뺨이 위로 드러났다. 그녀는 다른 손으로 드러난 뺨을 툭툭 건드렸다. 개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고여 있던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또 울어. 뺨 좀 맞는 거 가지고.”

“그게, 그게 아니고……흐으, 주인님이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서…….”

마르티안은 툭툭 건드리던 손을 멈췄다. 그 멈춤이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휴이는 급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뺨에 다시 올렸다.

얼마든지 때려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몰아붙여서 정신없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는 불안조차도 잠잠해졌으니까.

“계속 노력해서, 잘할게요. 앞으로, 흐읍, 선배에게 제대로 잘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서……흐으.”

그가 원하는 대로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 짧게 내리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휴이는 이를 물고 얌전히 매질을 참아냈다.

벌이어서 맞는 매질은 아니다. 원래 개는 잘못한 게 없어도, 주인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아도, 제 주인이 원하면 얌전히 맞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는 마르티안의 개였다. 휴이는 매질이 더해질 때마다 제 불안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매섭게 내리치던 손이 어느새 그의 뺨을 쓸어내렸다. 으우, 흐읍. 휴이는 참았던 숨을 쏟아냈다.

“근데 아까 네가 한 말, 론이 제대로 안 가르친다는 소리인 거 같은데?”

갑작스러운 소리였다. 휴이가 이해를 못 하고 그녀를 올려보았다.

“앞으로 제대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그럼 지금까지는 제대로 잘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소리잖아?”

휴이가 가만히 입을 다문다. 굳이 아니라고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론은 성의 없이 가르치고 있었으니까. 그는 사실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쓸모있는 개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가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렸다.

마르티안이 다시 뺨을 내리쳤다. 흐, 놀란 신음이 뱉어졌다.

“아니면, 제대로 부탁하는 걸 안 했다는 소리야? 론에게 좆 빨아주겠다고 했어?”

“……했어요. 했는데 서, 선배가 싫다고 해서. 정말이에요. 빨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싫어해서…… 그래서 못 했어요.”

변명이 급했다. 남창이나 할 법한 말들을 하면서도 본인은 별 자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냥 마르티안의 심기에 거슬릴까 긴장한 꼴이었다. 처음 론에게 혀 쓰는 법을 배우라고 했을 때 보였던 반응과는 천지 차이였다.

개처럼 길이 든 꼴은 마르티안이 좋아하는 모양새였다. 아까부터 자극받으며 움찔대던 아래가 제법 참기 힘들다. 그녀는 휴이의 배를 발로 밀었다. 그가 엉겁결에 뒤로 주저앉았다.

제대로 잠그지 않았던 외투가 그대로 벌어졌다. 사타구니 앞이 다시 두툼하게 부푼 것이 그대로 보였다.

“주, 주인님…….”

휴이가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의 허벅지 위쪽을 발로 밟았다.

“좆 꺼내고 바닥에 누워.”

그제야 휴이가 급하게 바지를 풀었다. 지퍼를 내리자 발기한 것이 툭 튀어 올랐다. 입으로는 서러워 죽겠다는 식이더니 몸은 마냥 흥분한 꼴이었다.

다져놓은 길이지만 그냥 흙바닥이었다. 휴이가 바닥에 눕자 거칠고 딱딱한 느낌이 느껴졌다. 실내와는 완전히 달랐다. 밖이라는 걸 새삼 인지하자마자 그의 아래로 피가 몰렸다.

“밖에서 벗겨지니까, 좋아 죽기는…….”

마르티안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손도 대지 않은 성기가 그 말에 더 솟아올랐다. 저런 몸으로도 수치를 느낀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혀 쓰는 게 얼마나 늘었어?”

그녀가 물으며 휴이의 얼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예상치 못한 확인에 당황해서, 휴이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느긋하게 바지 버클을 풀었다.

“연습을 했으면 확인을 받아야지. 개의 가치가 어디에 있다고 했어?”

“……혀, 혀 쓰는 거요.”

마르티안이 지퍼를 내리자 그의 목젖이 꿀꺽 움직인다. 긴장인지 기대인지 모르겠지만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녀는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고는 휴이의 얼굴 위로 눌러앉았다.

흐으, 우읍. 휴이는 숨이 막히는 것을 견디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첩에게 배웠던 것들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손가락을 빠는 것과 상황이 너무 달랐다. 코와 입을 함께 짓눌렸고 그녀의 아래에서 애액이 계속 흘러내렸다.

기침처럼 숨이 튀었다. 내밀었던 혀는 그때마다 힘을 잃었다.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녀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다시 꾹 눌렀다. 우으, 흐웁. 흐. 숨 삼키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급하게 울렸다. 마르티안은 가볍게 혀를 찼다. 제 주인이 지루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모자란 숨이나 쉬려 들었다.

마르티안은 조금 더 깊게 눌러 그의 코와 입을 짓뭉갰다. 흐으, 끕. 혓바닥은 쓸모가 없었지만 고급 외투를 걸친 채로, 흙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가 입은 셔츠를 잡아 뜯었다. 우두둑 뜯어진 사이로 엉망으로 물든 가슴이 드러났다.

유두가 여지없이 곧추서 있었다. 그의 하체나 다를 바 없는 천박한 모양새였다. 타고난 몸은 여러모로 그녀의 취향이었지만, 노력해서 해왔다는 것들은 하나같이 쓸모가 없었다.

“화가 나려고 하는데…….”

그녀가 엉덩이를 들었다. 켁, 흐으. 흡. 휴이가 급하게 숨을 들이쉬며 기침을 뱉어냈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질척한 꼴이었지만 그가 혀를 잘 써서 그 꼴이 된 건 아니었다.

“노력을 한 게 이거야?”

스스로도 못했다는 걸 아는 건지,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그의 혀 쓰는 법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타고난 외모와 성향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르티안은 미간을 구긴 채 다시 휴이의 얼굴 위에 앉았다. 혀를 내밀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짓이었다. 휴이는 그녀가 느끼는 곳과 방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목적과 방향도 없이 열심히 걷는 꼴이었다. 아니 사실, 별로 열심히 걷는 거 같지도 않았다.

마르티안은 하체를 직접 움직여, 휴이의 코와 입에 그녀의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어차피 주인을 기뻐하게 못 하는 개였다. 도구처럼 여기고 움직이자 아까보다는 더 명확한 자극이 이어졌다.

“뺨 때리고 맞고 그런다더니 결과가 이따위야? 흐읏, 둘 다 아주, 정신이 나갔나 보네.”

“우, 으븝, 흐읍!”

그의 코와 입술이, 마르티안의 성기 아래에서 마구 뭉개졌다. 휴이가 괴로움에 몸을 비틀었다. 숨쉬기가 전보다 배는 버거웠다. 그의 가슴이 헐떡임에 흔들렸다.

으브, 즈으. 읍. 흐으. 휴이가 못 견뎌서 얼굴을 비틀 때마다 마르티안은 젖은 숨을 뱉었다. 비벼지는 것이 제법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휴이의 유두를 손에 쥐고 잡아당겼다. 살덩이가 여지없이 천박하게 늘어났다.

우읍, 으으. 꿈틀거리는 입술이 느껴진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마르티안은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주인이 기다리는 걸 알면서 이따위로 했어? 둘이 죽이 잘 맞네?”

상황이 왜 이 꼴인지는 뻔했다. 론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을 거고 휴이 역시 매달리기 싫어서 적당히 굴었을 것이다. 좆을 빨겠다고 매달렸다고는 하지만. 마르티안은 약아빠진 개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녀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다시 아래로 꾹 눌렀다. 흐으. 급하게 숨을 들이켜던 휴이가 이내 끅 하고 숨을 먹었다. 더 이상 혀를 내밀어 빨 생각도 못 했다.

“좆이나 세울 줄이나 알지, 주인 만족시킬 줄을 모르고.”

무능한 취급에 또 서럽다고 우는 건지, 그녀의 아래로 뜨끈하게 젖는 느낌이 났다. 마르티안은 거칠게 아래를 비볐다. 혀도 못 쓰는 개새끼가 엄살이 심했다.

그녀가 휴이의 성기를 보았다. 빠듯하게 발기한 채, 귀두는 쿠퍼액이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주머니를 뒤져 챙겨온 고무줄을 꺼냈다. 두껍고 둥근 고무줄은 조임이 상당히 강했다. 그녀가 몸을 숙여서 고무줄로 그의 성기 아래를 조였다. 사정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인 성기는 터질 것처럼 붉었다. 그의 몸이 버둥대듯이 움직인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얼굴을 짓뭉개고 있던 하체를 들었다. 욱욱대며 막혀있던 소리가 그제야 제 형태를 갖췄다.

“흐윽, 주인님, 아래 너무, 흐, 아파요. 하으.”

“아픈 게 아니라 좋은 거잖아?”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휴이가 크게 몸을 들썩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귀두를 쥐고 손바닥으로 비볐기 때문이었다. 이미 빠듯하게 발기한 곳이었다. 감각이 터져 나가는 것처럼 아래로 몰렸다. 꽉 조여진 아래는 아팠지만 그 위로 쏟아지는 감각이 지나치게 컸다.

그의 아랫배가 경련하는 것처럼 움찔댔다. 뒤로 남은 물이 다시 흘렀다. 휴이는 그걸 느끼지도 못한 채로 버둥대듯이 움직였다. 한계까지 차오는 감각과, 강제적으로 틀어 막힌 감각이 괴로웠다.

“흐, 흐으. 주인, 흐, 안돼. 잘못했……흐으.”

마르티안은 그의 애원을 무시하며, 그의 위로 내려앉았다. 그녀 역시 흥건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의 아래가 그의 성기를 삼키며 자극적으로 조였다.

흐으, 흐아! 요란한 신음이 휴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밖이라는 걸 잊은 건가 싶을 정도의 시끄러움이었다. 마르티안이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후으, 으으. 막힌 신음이 그녀의 손바닥을 적셨다.

마르티안은 하체를 퍽퍽 내리치듯이 움직였다. 안에 박힌 것이 아주 뜨겁고 딱딱했다. 휴이를 괴롭히며 흥분했던 감각들이 만족스럽게 그것을 반겼다.

아래가 더 젖어 든다. 쓸모없는 혀보다는 아래의 좆이 훨씬 나았다. 싸지 못하는 상태에서 받는 자극이 제법 견디기 힘들긴 하겠지만, 이런 거라도 없었다면 애초에 버림받았을 개였다.

“오늘은 억지로 참을 거 없어. 어차피 못 쌀 테니까.”

그녀가 엉덩이를 들어 쭉 뽑았다가 다시 끝까지 삼켰다. 그녀가 허리 짓을 할 때마다, 휴이는 질질 울면서 버둥거렸다. 입이 막혀서 짓이겨진 신음이 그녀의 흥분을 더했다. 짓누르는 손바닥 아래로 그의 입술이 애원하려는 것처럼 우물댔다.

“무슨 애원을 하려고 들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그녀는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들썩일 때마다 휴이의 성기가 그녀의 안을 빠듯하게 채우고 짓눌렀다. 가장 자극이 큰 곳들, 그녀의 안이 들어찬 성기를 빨아먹을 것처럼 수축했다. 그녀는 퍽퍽, 허리를 움직이며 내벽을 자극했다. 깔린 몸은 그녀에게는 자위 도구나 다름없었다.

휴이는 입이 막힌 채로 몇 번이나 울었다. 난잡한 자위 도구는 어쨌든 살아있는 개였다. 흙이 묻은 옷과 난잡한 흔적으로 가득한 맨가슴, 바짝 선 유두, 난잡하게 젖은 얼굴이 그녀에 의해 흔들렸다. 그녀의 취향대로 만들어진 자극이었다.

마르티안은 흥분이 한계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휴이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뗐다. 주인, 흐으, 주인님. 그가 울며 애원한다. 젖은 뺨이 흥건했다.

“후으, 오늘은 얌전하게 있는 법을 배울 테니까.”

그녀는 가볍게 휴의 뺨을 내리쳤다. 이유가 분명치 않은 손찌검이었다. 마르티안은 울며 헐떡이는 휴이를 보았다.

“실컷 울어.”

이내 마르티안이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를 들쑤시듯 움직이며 비벼대자, 휴이가 자신의 발을 바닥에 문지르며 끅끅댔다. 마르티안의 허벅지를 붙잡는 손길이 필사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르티안은 흥분이 온몸에 가득 차는 것을 느끼며 숨을 토해냈다. 만족스러운 절정이었다.

* * *

정원에는 나름 조성해 놓은 산책로가 있었다. 마르티안은 산책로를 벗어나 정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시범적으로 심어놓은 다양한 나무들을 넘어 걷다 보면 제법 크게 자란 나무들 너머로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자갈들이 가득 든 포대, 흙더미, 삽과 곡괭이 같은 관리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마르티안은 커다란 물통이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집사에게 미리 정리를 하라고 시킨 덕분에, 물은 맑고 깨끗했다. 물론 밖에 놓여 있어서 상당히 차가웠다. 그녀는 옆에 테이블에 놓인 상자를 열었다. 이곳에서 개들과 있을 때 사용했던 도구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 안에 담겨있는 관장기를 꺼내고는 그녀가 안에 있는 것들을 몇 개 더 뒤적였다. 쓸 도구를 꺼내놓고 났는데도 뒤따라오는 소리가 아직 멀었다.

“흐으, 하으……주이, 주인님……흐……”

헐떡거리는 신음과 함께 휴이가 겨우 도착했다. 반듯하게 버클과 지퍼를 채웠다는 걸 제외하면 그의 바지는 벗은 것보다도 꼴이 우스웠다. 뒤가 젖은 것은 물론이고 귀두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앞도 둥글게 젖어 있었다.

마르티안은 관장기를 들었다. 미리 물을 가득 채워 놓았다. 휴이가 그것을 보고는 다가오던 것을 주춤 멈췄다.

“흐, 흐읍. 사, 산책한다고…….”

“배불러서 산책하기로 했는데 벌써 다 질질 쌌잖아. 그러니까 다시 채워야지.”

당연하다는 듯 하는 말에 휴이가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안 돼요. 우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녀가 다가가자 휴이가 주저앉는 것처럼 몸을 내려 무릎을 꿇었다. 개처럼 기어서 그가 마르티안에게 달라붙었다.

“주, 주인님. 흐읏, 지금도 잘 못 걷는데, 여기서 더 관장하면, 흐으, 흡……산책 못하는…….”

“네가 세운 게 내 탓이야?”

불룩한 그의 앞을 마르티안이 발로 툭 찼다. 하욱. 그의 등이 확 숙어진다. 고작 그 자극에도 휴이는 허리를 뒤틀었다. 한계 이상으로 흥분한 몸은 제대로 싸지 못해서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정말로 천박한 개라도 된 것처럼 아무렇게나 흥분하고 몸을 떨었다.

“흐으, 흐. 주인님.”

제대로 쌀 수 있다면 흙바닥이라도 좋으니 아래를 비비고 싶었다. 아래를 묶은 걸 풀고 싶었다. 쌀 수가 없는 상태에서 오는 흥분은 그대로 몸에 고였다. 천박하게 엎드려서 몸을 흔들어야 했다.

“좆이나 비빌 줄 알지. 일어나. 저기 나무 잡고 엉덩이 내밀어.”

주인님, 그가 끙끙대며 마르티안을 불렀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불쌍해 보였다. 물론 엎드린 아래로는 빳빳하게 발기한 성기가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시선을 맞추었다. 그녀의 말투가 아주 부드럽게 변했다.

“휴, 밤새 아래 묶여 있을래?”

“흐으…….”

“이대로 견뎌보겠다면 그렇게 해줄게.”

끔찍한 소리에 휴이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이대로 밤새 있으라니 그 전에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아래가 망가질 것 같았다. 모, 못해요. 흐, 주인님. 그가 울며 중얼거렸다.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서 자세 잡아. 그녀가 턱짓으로 다시 나무를 가리켰다. 휴이는 엎드린 채로 울었다.

“좆을 묶인 채로 밤새 묶여 있을 거면 계속 그따위로 굴어.”

짜증 어린 말이 떨어지자 휴이가 엎드린 채로 기기 시작했다. 잔뜩 발기하고 흥분한 몸은 움직이며 스치는 바지에도 자극을 느꼈다. 기어갈 때마다 바닥의 돌로 인해 손과 무릎이 짓이겨지는 아픔까지도 그랬다. 신음은 고통이 아니라 흥분이었다. 그는 몇 번을 멈췄다. 뒤가 흥분한 것처럼 움찔거렸다.

나무까지 한참을 기어가고 난 뒤에 그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바지를 풀었다. 발목까지 옷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까지 찼다.

성기는 배를 칠 것처럼 딱딱하게 곧추서 있었다. 고인 열로 인해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지경이었다. 휴이는 벌벌 떨며 입술을 물었다. 긴장이 머리끝까지 들어섰다. 툭, 뒷구멍으로 관장기가 와 닿았다.

“히윽, 흐으…….”

뒤를 벌리며 관장기의 입구가 푹 박혔다. 휴이는 나무를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아픈 감각은 아예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래가 들쑤셔지는 자극이 이어졌다.

“왜 이렇게 풀렸어? 몇 번 싸지르더니…….”

마르티안이 엉덩이 살을 벌리는 게 느껴졌다. 관장기가 뒤로 물러나면 느슨한 뒤가 그대로 벌어졌다가 안으로 푹 처박힐 때야 겨우 다물렸다. 휴이는 나름대로 뒤를 조이려고 했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움찔거리는 느낌과 안을 들쑤시는 감각만 더 선명해졌다. 손으로 땀이 나서 미끈댄다. 나무를 쥐고 있던 힘이 자꾸 흔들렸다. 휴이가 자세를 버티려 애썼을 때였다. 예고없이 찬물이 배 안으로 쏟아졌다.

“히이, 흐으, 흐으응……”

그는 저도 모르게 크게 신음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역류하는 찬 감각이 내벽을 때렸다. 쏟아지는 물은 거칠고 빠르게 배를 채웠다.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안 돼, 흐으, 못 해요. 뭉개진 말이 신음에 섞여서 엉망으로 흘러나왔다. 머리로는 싫다는 소리만 터져나가는 데 빳빳하게 선 아래는 흥분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철썩,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얌전하게 못 있어? 어디서 허리를 흔들어?”

매가 연이어 떨어졌다. 차갑게 식은 피부로 떨어지는 손길이 따갑고 뜨거웠다. 휴이는 소리 내어 흐느꼈다. 물이 다시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배가 무겁게 아래로 늘어졌다. 더 채워지지 않을 거 같이 속이 빠듯한 데도 물은 계속 들이찼다. 끄으, 흐으. 그가 신음을 뱉어내며 나무를 움켜쥐었다.

계속 관장을 하고 쏟아낸 탓인지 아니면 뒤가 조이지 않을 정도로 속이 늘어진 탓인지 그는 한가득 되는 물을 받아내긴 받아냈다. 마르티안이 밀어 넣었던 관장기를 빼냈다.

“제대로 조여. 질질 새면 다시 채울 거니까.”

“주인님, 모, 못해요……못 걷, 흐으, 으……”

찬물이 뱃속을 출렁이며 움직였다. 휴이는 덜덜 떨면서 말했다. 이 상태로는 한 발자국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꾸르륵거리며 배 안이 요동쳤고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흥분한 앞 때문에 아랫배가 계속 움찔거렸다.

관장이 아프고 괴로운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흥분한 몸은 전혀 제어가 되질 않았다. 지나치게 쌓인 흥분이 터질 듯이 몰려 있었다. 고무줄을 풀 수 있다면, 사정할 수만 있다면.

“흐읍.”

순간,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벌렸다. 주름이 형편없이 벌어지며 구멍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엉덩이가 조이려는 것처럼 긴장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질질 흐르는 걸 막지 못했다.

수치스러운 감각은 더 이상 수치스러울 것도 없는 감각이 되었다. 휴이는 그저 다시 관장을 하게 될까 봐 겁을 먹었다.

“저, 정말로 조이려고 했는데…….”

“그래, 네가 뭐가 문제겠어. 늘 네 몸뚱이가 문제지.”

대수롭지 않게 하는 답하며 그녀가 휴이의 엉덩이를 벌렸다. 질질 흐르는 것들이 그새 더 늘었다. 질펀하게 풀린 구멍은 제대로 조이질 못했다. 날이 따듯했다면, 개가 울고불고 애원해도 그녀의 성에 찰 때까지 다시 관장액을 밀어 넣었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그러기 어려운 때였다.

마르티안은 아까 챙겼던 것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흰색으로 칠해진 나무 구슬들이었다. 크기는 큰 자갈만 했다. 그것을 물이 질질 흐르는 구멍에 밀어 넣자, 제법 쑥 들어갔다. 휴이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질질 새니까 막아야지.”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휴이는 그녀의 손에 들린 흰 구슬을 보며 헐떡였다. 다시 뒤로 구슬이 채워졌다. 주름이 물렁하게 벌어지고 닫혔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싫다고 했다가는 관장액을 다시 넣어야 할 게 뻔해서, 휴이는 입술을 물며 버텼다. 쑥쑥 들어가던 구슬은 여덟 개째가 되자 빠듯해졌다. 뱃속이 구슬과 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내벽으로 구슬들이 서로 부대꼈다. 휴이가 헐떡이며 크게 신음했다.

마르티안이 손가락을 넣고 구슬을 더 안으로 밀었다. 출렁이는 물과 함께 구슬이 안에서 서로 부딪쳤다. 흐으, 히익. 휴이의 허리가 덜덜 떨린다. 그녀는 남은 두 개를 마저 더 넣었다.

“하으, 주인님. 계속, 흐, 흘러요. 흐읍…….”

하지만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휴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냥 그녀를 돌아보았다. 분명 막아준다고 했는데 배 안의 상태는 전보다 더 심했다. 넣어준 구슬들마저 물과 함께 쏟아질 것 같았다.

“왜, 이거로는 부족해? 뒷구멍으로 쌀 거 같아?”

묻는 말에 그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내벽을 부대끼는 감각이 참기 어려웠고 이대로는 정말 뒤로 쏟아낼 것만 같았다.

휴이는 엉덩이에 힘을 주려 애썼다. 그때마다 내벽을 구르는 구슬들이 출렁이며 부딪쳤다. 고통이 아니라 흥분이어서 더 견디기 괴로웠다. 둔탁하게 건드리는 쾌감이 손 하나 대지 않은 성기를 자극했다.

“흐으, 쌀 거 같……뒤로, 뒷구멍으로 흘러서……흐으, 힉. 흐읍……”

“얼마나 흐르는데?”

마르티안이 확인을 한다는 듯 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쥐어 벌렸다. 구멍이 옆으로 벌어지는 힘을 못 이기고 풀어지기 시작했다. 왈칵하고 물이 크게 흘러내렸다. 마르티안이 혀를 찼다.

“구슬을 열 개나 넣어줬는데도 질질 싸면 어쩌자는 거야?”

흐읍, 흐으. 휴이는 대답조차 할 수가 없었다. 흘러내리는 게 점차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구슬이 물과 함께 우르르 뒤로 밀려가고 있었다. 내벽을 두들기며 부대끼는 자극들이 흘러내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조였다. 구슬이 안에서 맞부딪치며 내벽을 자극했다. 허리를 뒤틀게 하는 자극과 흥분 때문에 뒤가 또 풀렸다. 다리가 반쯤 굽어졌다. 물이 다시 줄줄 흘러내렸다.

“흐, 끄으, 주인, 님…….”

“마개라도 넣어줘?”

휴이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뭐라도 뒤를 막아줄 게 필요했다.

마르티안은 느긋하게 웃었다. 그녀는 관장기 다음으로 챙겼던 우둘투둘하게 생긴 두꺼운 고무 막대를 손에 쥐었다. 앞부분은 작은 구슬만 한 두께였지만 뒤로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였다.

맨 마지막 우둘투둘한 곳은 돌멩이처럼 컸다. 그녀가 휴이의 안으로 고무 막대를 밀어 넣었다. 안으로 밀어 넣을 때마다 주름이 요철에 따라 줄줄이 늘어나고 조여들었다.

“흐, 더는 안 들어가요. 흐읍, 주인님. 안 들어, 끅…….”

안이 터질 것 같다. 막대는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이미 빠듯하게 채운 구슬들과 함께 박히자 너무 길고 크게 느껴졌다. 처박힌 것들이 물과 함께 뱃속 깊숙한 곳을 두들겼다. 때로는 구슬과 막대가 서로 엉켜서 내벽을 짓뭉갰다.

“안 들어가면, 이거 빼고 걸으면서 흘릴 때마다 다시 배 채울 거야? 아니면 좆 묶은 채로 밤새 있을래?”

“흐으, 아니요. 아니, 끄으…….”

“이래서 좋게좋게 대하면 안 돼. 시답잖은 요구만 늘잖아?”

짜증 어린 말투였다. 당장 막대를 빼기라도 할 거 같아서, 휴이가 급하게 애원했다.

“아니에요. 흐읍, 끅, 넣어주세요. 잘못했어요.”

“그딴 소리로는 별로 안 내키는데?”

“뒤, 뒷구멍에 마개 넣어주세요. 흐으, 흡, 끝까지 잘 받을 테니까……흐욱.”

마르티안이 막대를 더 밀어 넣었다. 확실히 버겁긴 한 모양인지 그냥 눌러서는 조금씩 뒤로 밀렸다. 그녀는 막대를 들쑤시며 밀었다. 구슬이 부딪치고 공간이 생겨서 좀 더 제대로 밀렸다. 그때마다, 휴이는 숨을 크게 삼키며 엉덩이를 덜덜 떨었다.

줄줄 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었다. 쏟아진 게 꽤 되긴 했지만 아직 배 안에 남은 양이 훨씬 많았다. 구슬이나 막대가 물에 섞여서 출렁이고 있을 게 뻔했다. 나중에 쌀 때가 볼만하겠네. 마개가 되지 않을 작은 구슬부터 넣은 건 다분히 그런 의도였다.

마르티안이 제일 큰 둥근 부분을 힘주어 밀었다. 강제로 구멍이 벌어지는 감각에 휴이가 허리를 뒤틀었다. 주름은 빠듯하게 늘어났다가 마지막 부분을 삼키고는 다시 헐렁하게 닫혔다.

“흐으, 흐윽…….”

휴이가 엎드리듯 주저앉았다. 서럽게 우는 소리와 함께 등이 떨렸다. 마르티안은 그 울음을 들으며, 그의 엉덩이 사이로 짧게 튀어나온 막대 손잡이를 보았다. 너무 짧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어쨌든 제법 꼬리 같았다.

“언제까지 울며 있을 거야?”

그녀가 튀어나온 손잡이를 발로 툭 쳤다. 박혀 있던 것이 흔들려서, 놀란 몸이 신음을 뱉었다. 빠릿하게 움직이지 않는 개의 모습에 그녀가 이번엔 발로 꾹 밀었다. 휴이가 도망치는 것처럼 앞으로 기었다. 그래봤자 나무에 막혀서 두어 번 기어가는 게 전부다. 끄으, 흐으.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커졌다.

“휴, 엄살떠는 거 그만하랬지.”

그녀가 거칠게 손잡이를 발로 꾹 눌렀다. 꾹 누를 때마다 엉덩이가 잔뜩 조여졌다. 탁, 타악. 마르티안은 튀어나온 곳을 아래로 밟았다. 고무가 아래로 휘어지다가 퉁 튀어 올랐다. 흐으! 흐! 휴이는 나무둥치를 움켜쥐고는 허리를 뒤틀었다.

끅끅 울면서 움찔거리는 것이 겁먹은 개가 꼬리를 잔뜩 말고 있는 거 같다. 나름 귀엽다면 귀여운 꼴이라서 마르티안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산책하라고, 이렇게 마개까지 넣어줬잖아?”

그녀가 몸을 숙여 튀어나온 손잡이를 잡았다. 위로 올리듯이 잡아당기자 주름이 둥글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휴이가 급하게 엉덩이를 들었다. 뒤로 빠지는 걸 막으려는 모양이었다. 휴이가 뒤를 돌아보며 애원했다. 얼굴이 온통 눈물 얼룩이었다.

“흐, 흐으 주인님. 빼지, 마세요.”

“왜, 산책 안 할 거면 필요 없잖아?”

휴이가 고개를 급하게 흔들었다. 할거예요. 해요. 흐으. 주인님. 그녀는 그제야 손잡이를 다시 앞으로 눌렀다.

하으읏. 휴이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안에서 구슬과 막대가 서로 부딪치며 문질러졌다. 두들겨지며 짓눌렸다. 배가 터질 것처럼 안이 빠듯한데도 감각들은 자극적이었다. 그것을 참아내느라 그가 몸을 떨었다. 자극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흥분을 누른 뒤, 휴이가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였다. 마르티안의 손이 그의 허리 앞으로 불쑥 들어왔다. 히윽, 겨우 눌렀던 감각이 순식간에 다시 일어났다.

마르티안은 그의 성기를 움켜쥐고 그대로 흔들었다. 참았던 흥분이 다시 온몸을 뒤흔들었다.

“하으! 힉, 흐으.”

휴이는 참을 수 없어서 울었다. 주인님이라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다. 뭉개진 애원을 하면서 그가 흥분에 못 이겨 몸을 비틀었다.

“흐, 거, 걸으려고, 히윽, 산책, 흐아, 흐으아아…….”

그는 어떻게든 말하려 했다. 엎드려 있던 건 반항하려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 싫어서가 아니었다. 제발, 주인님. 머리로는 애원하는 데 입으로 나오는 건 전부 신음뿐이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귀두를 짓뭉개며 비볐다. 시끄럽게 울며 신음을 뱉는데도 스스로의 귀에는 잘 닿지 않았다. 머릿속이 자극으로 질척하게 녹았다. 견딜 수가 없어서 그는 허리를 흔들었다.

절정까지 올랐던 흥분이 해소되지 못한 채로 조금 가라앉았다가 다시 절정 이상으로 흥분했다. 벌써 몇 번째였다. 이성을 잃은 것처럼 온몸에서 쾌감을 쏟아냈다.

순간 배가 꾸르륵하고 우그러들었다. 배를 들쑤시는 감각이 아픔이 아니라 흥분으로 느껴졌다. 아래가 다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터져, 흐으, 히익, 주인, 끄으, 주인님. 싸게, 흐, 싸고 싶어, 하으.”

순간 마르티안의 손이 그의 성기와 고환을 내리쳤다. 거칠게 내리치는 감각이 아래를 뭉갰다. 휴이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우는 숨을 뱉어냈다. 흥분으로 뭉개졌던 머릿속이 일순 꺼졌다. 마르티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산책 끝나면, 너 좋아하는 대로 싸게 해준다고 했잖아?”

흐으,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산책, 하려고 했어요. 그가 울며 변명을 뱉었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말을 더했다.

“주인을 기다리게 하니까 이런 꼴이 되는 거야.”

휴이는 자신 앞의 나무를 잡았다. 몸을 일으켜야 했다. 산책을 해야 이게 끝날 테니까. 아니 일단은 일어서기라도 해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멈춰줄 테니까. 다른 때 같았으면 수치스럽지만 흥분했을 손길이 지금은 고통이었다.

그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자, 아래를 자극하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흥분은 그대로 고여있었다. 미칠 것 같은 건 바로 이 고인 흥분들 때문이었다.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로 마냥 고여 있는 것들이, 그의 이성을 흘러내리게 했다. 견딜 수 없게 했다. 동물처럼 허리를 흔들고 울게 했다.

휴이가 숨을 삼키며 버텼다. 허리가 벌벌 떨렸다. 그대로 몸이 무너질 것만 같았지만 그는 산책을 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하도 질질 싸서 옷이 엉망이네.”

마르티안이 발목에 엉켜있던 그의 바지를 올려준다. 바지 버클과 지퍼를 채워주는 손길은 평소에 그녀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게 다정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휴이는 입술을 찢어져라 짓씹었다. 바지를 채워주겠다며 앞을 스치는 자극도 괴로웠고, 뒤로 툭 튀어나온 손잡이가 바지에 눌려서 안으로 파고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녀의 손길은 그를 더 버겁게 만들었다. 마르티안의 다정함은 매번 그런 식이었다.

산책, 걸을 수 있는 걸까, 혹시라도 넘어지면, 뒤로 주저앉으면. 온갖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온통 못 견딜 것 같은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흥분으로 빠듯하게 달아오른 몸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허리가 당장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저릿했다.

도안 자작가의 정원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산책로 자체가 길지 않아서 한번 돌아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휴이는 입술을 질근 씹으면서 주춤주춤 걸었다.

걸을 때마다 잔뜩 발기한 성기에 바지가 문질러졌다. 그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앞이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았다. 물론 아래를 조인 고무줄이 그 모든 것을 막고 있었다. 흐으, 하윽. 그가 허벅지를 붙잡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다.

“주인님, 흐윽……걷는 게, 흐읍, 너, 너무 힘들, 어서…….”

마르티안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휴이는 잔뜩 긴장해서 자세를 바로 하려 애썼다. 하지만 허리와 등을 펴자마자 엉덩이가 조여지며 안에 처박힌 것을 더 삼켰다. 흐으, 흡.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구슬들이 움직이며 안을 짓눌렀고 그 자극 때문에 허리가 떨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이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주인님. 흐으……못 걷, 겠…….”

“못 걸어?”

그녀가 되물었다. 그리고는 휴이의 외투를 벌렸다.

휴이가 입고 나온 외투는 무릎까지 오는 긴 길이였다. 덕분에 엉망인 바지 상태를 숨길 수 있었다. 질질 흘려서 젖은 모양새도 가려졌고 앞뒤로 툭 불거져 있는 꼴도 가려졌다. 걸을 수 없을 만큼 덜덜 떨리는 허리나, 자신도 모르게 흔들게 되는 엉덩이도.

마르티안이 덜덜 떠는 그의 아래를 보다가 바지 채로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젖은 천의 감각이 발기한 것을 감싸고는 그대로 비벼졌다. 흐아, 하으, 하아앙. 휴이는 마르티안을 붙잡았다.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묻고는, 제 몸을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주저앉지 않기 위해 애썼다. 무자비한 손길이 아래를 들쑤시듯 문질렀다.

“흐, 흐으, 싫어. 주인님. 안돼. 그만. 흐으-.”

아래가 쾌감으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휴이는 넘어지지 않게 애쓰면서, 그녀의 어깨에 뺨과 이마를 문지르며 울었다. 성기 아래가 지독하게 막혀서 모든 감각이 다 짓이겨지고 있었다. 막힌 벽에 온몸이 짓눌려도 이보다 괴롭지는 않을 거 같았다.

마르티안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로 말했다.

“질질 적신 채로 허리나 흔들고, 산책도 못 하고. 대체 뭘 제대로 하는 거야?”

“하으! 흐, 하지, 흐윽, 하지만…….”

그는 뭔가 대꾸를 하려 했다. 하지만 마르티안이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자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살이 닿는 감각이 끔찍하게 자극적이었다. 그가 무릎을 꺾으며 휘청였다. 넘어지려는 몸을 막기 위해, 그는 반사적으로 마르티안의 옷을 움켜쥐었다.

“흐아! 하윽.”

엉덩이가 퍽 바닥에 닿았다. 움켜잡은 손 때문에 마르티안 역시 그 위로 엎어졌다. 개가 주인을 붙잡아 넘어트린 꼴이었다.

하지만 휴이는, 그 모든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뒤로 주저앉으면서 치받힌 고무 막대 때문이었다. 막대는 내벽을 푹 쑤시며 안을 진탕냈다. 구슬들이 엉망으로 맞부딪쳤다. 안을 온통 두들겨 맞는 느낌이 이어졌고 너무 깊은 곳까지 감각이 치밀었다.

“주인님, 흐, 뒤, 뒤에……마개가, 흐으, 흐읏, 너무 안까지, 흐, 들어가서 힉, 흐으, 어떡……흐윽…….”

주, 주인님. 그가 잔뜩 질린 얼굴로 마르티안을 불렀다.

“주인님, 흐윽, 뒤, 뒤에 넣은 거, 너무, 흐, 들어가서…….”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마르티안은 몸을 일으켰다.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휴이는 급하게 그녀를 붙들었다. 몸이 이상했다. 배를 쑤시는 느낌이 아까보다 훨씬 컸고, 내벽이 경련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뒤를 막은 마개가 너무 깊게 들이박힌 것 같았다.

“주인님, 아프, 흐으. 한 번만, 봐, 봐주세요.”

관장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뒤에 뭘 넣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 뒤로 넘어져서 안으로 처박혔다. 긴장하고 놀란 몸이 떨렸다. 휴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마르티안에게 매달렸다.

마르티안은 그 모습을 보며 이전에 개가 넘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크게 놀라고 긴장해서 그는 부지불식간에 그녀에게 하대를 했었다. 평생을 살아왔던 방식대로.

지금 휴이의 모습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말투는 물론 애원하는 모양새나 내용도 전부. 엉덩이 간수도 못 해서 주인에게 애원해야 하는 개, 길이 든 태도는 그녀의 취향이었다. 마르티안은 짜증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엎드려서 바지 내려.”

휴이가 몸을 돌려 엎드렸다. 헐떡이며 내는 신음은 아픈 신음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높았다. 또 흥분한 거겠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매번 겪는 뻔한 일이었으니까.

이내 버클 풀리는 소리와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울렸다.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갔지만 외투를 입고 엎드리고 있어서 엉덩이가 가려졌다.

“외투도 걷어 올려.”

휴이가 외투를 앞으로 당기고는 어깨를 바짝 낮췄다. 외투가 앞으로 흘러내리며 벌거벗은 엉덩이가 솟아올랐다. 야하고 천박한 꼴이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매질 자국으로 엉망인 상태라 더 그렇게 보였다. 마르티안은 그의 허벅지를 발로 툭 찼다.

“뭐해? 벌려야 보지.”

휴이가 손을 뒤로 보내 엉덩이를 쥐어 벌렸다.

“흡, 마개가 너무 안까지. 흐읏, 드, 들어갔어요. 구슬도, 흐윽, 배, 배가 이상하게……흐으…….”

그는 어떻게든 제 상태를 전달하려 애썼다. 뒤로 주저앉으면서 막대가 너무 깊숙이 박힌 것만 같았고, 그로 인해 구슬이 깊은 안까지 밀려 들어간 것 같았다. 엉덩이 안쪽만이 아니라 배 중간까지 빠듯하게 문질러지는 감각이었다. 흐윽, 흐읍. 그가 울면서 엉덩이를 더 벌렸다.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로 튀어나와 있던 마개 손잡이가 엉덩이골 사이에 묻힐 정도로 들어간 상태였다. 애초에 튀어나온 게 대단히 길지 않았으니 처박힌 정도로 대단하지 않았다.

물론 한 번에 처박혔으니 속으로 느껴지는 거야 달랐을 것이다. 게다가 경험도 없는 구멍이었으니까.

어쨌든 객관적인 정도로 따지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마개가 이 정도 더 들어갔다고 해서 구슬이 대단히 처박혔을 리도 없었고. 배가 더 아프고 빠듯한 거야 물이 들어차서 부풀어 오르는 탓이었다. 물론 경험 없는 개는 그런 걸 전혀, 몰랐다.

“주이, 흐으……배, 배 이상해요. 흐윽…….”

마르티안은 몸을 숙여서, 그의 엉덩이 사이에 처박힌 막대 끝을 잡았다. 흐으, 개가 긴장으로 헐떡였다. 당장 배가 터질 걸 걱정하는 모양새였다. 아무튼 엄살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별거 없는데?”

“흐, 흐으, 너무 깊게 들어갔, 흐으, 하으.”

그녀는 손잡이를 잡아 뒤로 빼냈다. 사실 걱정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걸 예상해서 잘 휘어지고 좀 더 물렁한 재질의 고무 막대를 쓴 거였으니까.

처박혔던 것이 느릿하게 뒤로 빠지자 휴이가 엉덩이를 떨었다. 방금 전까지 겁에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대놓고 흥분한 신음이었다. 둥글고 큰 마개 부분이 주름에 툭 걸렸다.

“이 정도로 무슨.”

마르티안이 붙잡고 있던 손잡이를, 퍽 밀어 넣었다. 구슬이 걸리고 막히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녀는 그걸 뚫어내듯 강압적으로 처박았다가, 다시 뒤로 빼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원을 그리듯이 돌리며 밀어 넣었다.

“하아앙! 흐으! 흐응.”

휴이는 높게 신음을 내지르며 허리를 흔들었다. 아까 주저앉으면서 느꼈던, 뱃속을 분탕질하는 감각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곱절은 강했다. 내벽을 두들기며 짓누르고 뭉갰다. 안이 휘저어질 때마다 구슬들이 서로 맞부딪쳤다.

고환과 성기 뒤를 짓누르는 감각들. 고통이 아닌 흥분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아래로 찢어질 듯한 흥분이 다시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들쑤시는 건 뒤였는데도 성기가 터질 거 같았다. 주인님. 흐으. 그만. 그만요. 애원이 신음으로 뭉개졌다.

마르티안은 내키는 대로 휴이의 속을 휘저었다. 주인을 붙잡아서 넘어트리고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모르고 있던 개였으니까. 겁먹어서 떨어대는 게 귀엽긴 했지만 괘씸한 부분은 괘씸한 거였다. 그녀는 고무 막대를 꾹 눌러 박으며 물었다.

“더 검사할까? 더 봐 줘?”

휴이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저었다. 흙바닥에 얼굴을 문지르며 우느라 아까보다 꼴이 더 엉망이었다. 고갯짓을 하는 걸 혼낼까 하다가, 마르티안은 그냥 몸을 일으켰다. 적당할 때에 들어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쓰고 있었다.

“옷 입어. 마저 산책해야지.”

흘러내리는 바지를 끌어 올리면서 휴이는 이대로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랫배가 경련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부들거리며 떨렸고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몇 번이나 앞으로 엎어졌다. 그때마다 배 안에 담긴 것이 마구 부대꼈다. 성기와 고환 뒤를 마구 치고 짓이기는 감각들이었다.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주인님, 다리, 힘이 안 들어가서……“

마르티안의 표정으로 짜증이 들어찼다. 휴이는 다시 긴장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다시 엎어졌다.

흐으, 흑. 서러운 울음이 다시 터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처럼 엎드리는 게 고작이었다. 주인님. 그가 울먹이며 마르티안을 불렀다.

“서, 서고 싶은데, 흐윽, 흐, 다리가…….”

“그래서?”

“흐으, 기어서, 할게요. 기어서 갈 수 있게, 흐윽, 제발…….”

마르티안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굳어졌다. 애초에 일부러 기어가게 하지 않았던 거였으니까.

“산책을 하기 싫은 게 아니고?”

“흐, 아니요. 아니에요. 주인님.”

휴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산책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밤새 이런 꼴로 있어야 했으니까.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주인님, 제발. 기어갈게요. 기어서, 가게, 흐윽, 해주세요.”

마르티안은 애원하는 그를 내려 보았다. 아까 흙바닥에 얼굴을 문대며 울어댄 탓에, 꼴이 꼭 흙탕물에 뒹군 것 같았다. 평소 더러운 걸 질색하는 주제에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들이 미묘하게 그녀를 자극했다. 배 안쪽이 빠듯하게 차오르고 아래가 젖어 드는 느낌. 그녀는 낮게 숨을 뱉어냈다.

지금은 참아야 했다. 이대로 산책을 아예 그만둘 게 아니라면 더더욱.

마르티안은 미간을 좁히며 휴이를 훑어보았다. 바지는 거의 다 젖은 상태였다. 몸을 덮는 외투가 제법 길고 두툼하긴 했지만 안쪽에 젖고 튄 부분이 많았다. 찬 공기를 생각하면, 밖에 오래 있어서는 좋을 게 없는 꼴이었다. 안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기어와. 마르티안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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