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마르티안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십 분이 지나 나왔는데, 그녀의 집사가 아직도 응접실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집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마르티안을 대신해서 집안의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 같은. 그러니 이건 집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휴이의 탓이 컸다.
“백작님으로 오셨나요?”
급히 일어났던 휴이가 그 말에 머뭇댄다.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의 시선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흔들리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계속 손을 대지 않아 멀쩡한 뺨이 마냥 희고 매끄러웠다. 마르티안은 그 앞에 서서 다시 물었다.
“대답 안 해?”
고압적인 추궁에 휴이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시선을 떨어트린다. 머뭇대던 입이 간신히 아니요, 백작 아니에요. 라고 대답했다. 그건 백작이 자작 앞에서 할 만한 어투가 아니었다. 집사가 상황을 눈치채고 물러나려 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손짓으로 그를 막았다.
“집사, 여기서 기다려. 나가지 말고 그 자리, 거기에서.”
집사의 얼굴이 당황으로 굳어졌다. 그건 휴이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티안은 둘의 당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휴이의 어깨를 눌러 소파에 다시 앉혔다.
오랫동안 방치한 개는 금세 집사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처럼 굴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서 닿아 떨어질 줄을 모른다. 마르티안은 그의 턱을 잡아 시선을 들게 했다.
“개로 왔으면 개처럼 굴었어야지. 또 사람처럼 굴고 싶었어?”
사람처럼. 그건 휴이가 론에게 했던 것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것 때문에 휴이는 개의 자리에서 쫓겨나서 지금껏 방치된 상태였다. 비참하고 우울한 자리.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그의 고개가 급하게 저어졌다.
“아니, 아니요. 주인님. 그냥 개로, 개로 있었는데…….”
물론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는 분명히 백작으로서 집사를 압박했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집사가 내실까지 들어올 이유가 없었고, 지금까지 남아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뻔했다. 휴이가 다시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마르티안은 그를 내려 보다가 관대하게 말했다.
“그래. 우리 집사가 착각을 한 모양이야. 아마도, 네가 개처럼 구는 모습을 못 봐서 그런 거겠지.”
그녀가 그대로 휴이의 뺨을 내리쳤다. 살 내리치는 소리가 터지듯이 울렸다. 그녀는 서 있고 휴이는 앉아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휴이가 소파에 손을 짚고 무너질 뻔한 몸을 바로 했다. 뺨이 타는 듯이 뜨거웠다.
“더 맞을 거니까 자세 바로바로 원위치시켜.”
그녀가 내리친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흥분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무심한 어조다. 흐으, 네, 주인님. 휴이가 대답하자마자 두 번째 따귀가 내리쳐졌다. 철썩하고 돌아간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집사가 서 있는 쪽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크게 났다.
“빨리, 자세 잡아.”
그녀는 휴이가 자세를 바로 하길 기다렸다. 집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지, 그의 얼굴이 수치와 거부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몸을 바로 하며 그가 집사를 힐끔 보았다. 그건 눈치를 주는 모양새다. 자기에게서 시선을 돌리거나 조용히 하라거나 하는 뜻이었다. 본능적인 것에 가까운 태도는 다분히 귀족적이었다.
마르티안은 그 꼴을 보고 있다가 픽 웃었다. 그녀가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어딜 노려봐? 개처럼 구는 꼴을 집사에게 잘 보여주고 싶었어?”
그녀가 휴이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수치스러운 대접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그를 집사 앞에서 전시할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마. 얼마든지 그렇게 해줄 테니까. 앞으로는 쓸데없는 오해 안 받게 해줄게.”
“아흑, 주인님, 하윽.”
마르티안이 다시 그의 뺨을 내리쳤다. 손찌검은 숨돌릴 틈도 없이 이어졌다. 흐윽, 흑. 호흡이 끊어졌다. 머리카락을 붙잡힌 상태로 맞아서 고통이 더 컸다. 짜악, 짝. 소리가 늘어날 때마다 뺨이 터질듯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가학적인 고통은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집사가 보고 있다는 게 거부감이 들었지만, 흥분을 막지는 못했다. 계속 방치당한 몸은 정신없이 그녀를 반겼다. 그녀가 주는 고통과 가학을, 수치를, 그리고 거부감마저도.
뺨은 당장 찢어질 것처럼 벌겋게 변했다. 휴이는 헐떡였지만, 고통보다는 흥분이 더 컸다. 마르티안이 보이는 가차 없는 태도가 그의 몸을 더 달아오르게 했다. 완전히 차려입은 그의 모습에서 그 어떤 지위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그녀는 제 개를 가혹하게 벌했다.
“흐으, 주인님, 주이, 흐으.”
마르티안이야말로 그가 바라는 주인님이었다. 그녀만이 그의 주인이었다. 휴이는 아래가 움찔거리며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달아오른 성기가 바지에 눌렸다.
중간에 집사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휴이는 아마 그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을 것이다.
“자작님, 저는 나가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제가…….”
“집사, 처음부터 말했잖아. 사적인 건 사적으로 대하라고.”
그녀는 부모처럼 자신을 돌봐준 늙은 집사를 매우 아꼈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집사의 태도는 명백하게 잘못되었으니까.
그녀는 집사가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행동기준을 분명하게 지시했고 그에 부합하게 행동할 것을 몇 번이나 주지시켰다. 오늘 집사의 행동은 그녀가 말한 룰을 전부 어긴 태도였다.
그녀는 붙잡고 있던 휴이의 머리카락을 던지듯이 놓았다. 남창을 데려와서 굴리는 것 같은 태도였다. 집사가 긴장한 채로 머뭇댔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잘 봐둬. 잠깐 보고 나면 앞으론 별생각 없어질 테니까.”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어야 했다. 백작은 마르티안에게 뺨을 맞으면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윗옷을 풀어헤쳤다. 그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을 때 집사는 정말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잘 짜인 가슴으로 묘하게 커다란 유두가 붉게 부풀어 있었다. 주변으로 긁고 비튼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가슴을 툭 건드렸다.
“요즘엔 널 건드린 적이 없는데, 이건 뭐야?”
“그게, 흐으……. 어제 밤에, 만져서…….”
“만져서? 고작 만졌다고? 아, 집사가 있어서 얌전한 척을 하는 거야?”
그녀가 웃자 휴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가슴은 만졌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하게 괴롭힌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피가 당장 배어 나올 만큼 붉어진 유두와 손으로 긁은 자국이 남은 유륜. 손자국같은 얼룩까지. 피부가 하얗다 보니 자국도 유달리 눈에 띄었다.
“어떻게 만졌는데? 똑같이 해봐.”
퉁퉁 부푼 유두는 상의를 벗는 쓸림에도 자극이 일어나는 정도였다. 이곳을 어제만큼 다시 괴롭히면. 휴이는 두려움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면서 자신의 유두를 쥐었다. 고작 그것만으로 자극이 일었다.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명 엉망으로 가슴을 흔들게 될 것 같다. 휴이는 입술을 씹었다. 이곳에는 마르티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흐읏, 그가 신음을 뱉어내며 손에 힘을 준다. 집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그녀에 의해 엉망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컸다.
“흐으, 흐응! 흐읍.”
스스로의 신음이 너무 천박하다. 천박해서 수치스러웠다. 그는 더운 숨을 뱉어내며 손을 조금 비틀었다. 엉덩이가 움찔 튀었다. 마르티안이 그를 내려 보고 있었다.
아, 흐으. 그녀의 앞에서 견뎌내는 모든 것들이 그의 이성을 녹여냈다. 그는 스스로 유두를 짓이기듯 뭉개면서 신음을 내질렀다.
“흐읍, 하으! 주, 인님. 흐으, 젖꼭지 비, 비는 거……흐응! 흣.”
요란한 신음이 이어졌다. 그의 하반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바지에 눌리는 성기의 감각이 감질나게 자극적이라 죽을 거 같았다. 마르티안이 뺨을 때려주었으면, 아니 아래를 짓밟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헐떡이며 유두를 뭉개고 비틀다가, 앞으로 잡아당겼다. 두툼하게 커진 살덩어리가 천박하게 늘어졌다. 응응대는 신음이 이어졌다.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집사에게 잘 보여야지. 응?”
마르티안이 휴이의 턱을 움켜쥐고는 그의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집사가 서 있는 방향이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것인지, 그녀의 손 안으로 휴이가 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히익대며 잘도 울어대던 목소리가 훅 줄었다. 가학적으로 유두를 짓이기던 손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가 있다는 걸 그냥 알고 있는 것과 그 상대를 눈으로 보는 건 전혀 다른 감각이니까.
그녀는 주춤대는 휴이를 다그쳤다. 울기라도 하는지 턱을 쥔 그녀의 손으로 무언가 흘러 젖었다.
“주인, 흐으, 주인님, 흡, 흐윽.”
마르티안은 휴이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집사를 보았다. 늙은 집사는 아주 당황한 얼굴이었다. 평소 이런 천박한 모양새를 질색하기도 했지만 상대가 백작이기 때문에 더 곤란한 모양이었다.
집사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무언가 말하려 했다. 이 상황을 멈추기 위한, 뻔한 사죄의 말이었을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 말이 나오기 전에 휴이의 턱을 더 세게 쥐었다.
“뭐 해? 제대로 해야지. 그래야 앞으로 오해가 없을 거 아냐.”
마르티안은 그의 턱을 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휴이는 집사가 있는 쪽을 바라본 채 유두를 다시 비틀었다. 흐으, 흐응. 이전보다 느려진 신음과 손짓에 그녀가 픽 웃었다.
“아까 전엔 남창보다 더하게 가슴을 흔들더니 왜 얌전한 척이야?”
그녀의 말은 집사에게도 충분히 들렸다.
“이제 와서 부끄러워졌어?”
마르티안은 다시 자신의 쪽으로 휴이의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흘러내린 뺨은 하도 맞아서 가득 부어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유두 한쪽을 잡아당겨 비틀었다.
“흣, 주이, 하윽.”
“제대로 하라니까. 방금 전엔 직접 젖꼭지 비비면서 좋다고 흔들었잖아? 수치도 모르고.”
휴이는 목 뒤까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유두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은 짧은 거부감을 금세 날려버렸다. 그는 신음을 뱉어내며 또다시 가슴을 흔들었다.
“흑! 아윽! 흐, 흔들었, 흐으, 젖꼭지, 비비면, 서, 흡!”
순간 그는 뺨을 후려 맞았다. 가슴 좀 비벼졌다고 정신 못 차리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뺨을 두어 대 더 내리쳤다. 난잡하고 천박한 상대를 혼내는 투였다. 휴이는 잘못했다고 대답했지만 헐떡이는 신음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 한 대답이 되었다. 뺨이 찢어져라 맞는 와중에도 흥분으로 젖은 신음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가 스스로 손으로 유두를 잡아당기게 만들었다. 한계까지 늘어진 살덩이가 더 벌게졌다.
“저, 젖꼭지……아프, 흐읏, 아파요, 주인님…….”
“더 잡아당겨. 이 정도로 만족 못 하잖아?”
휴이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면서도 잡아당기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살덩이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잘못했다고 비는 와중에도 흥분한 하체는 여전히 움찔댔다.
마르티안은 새삼 그가 자신의 취향이라는 생각을 했다. 예쁘고 울 줄 알고, 자국이 잘 남는, 고통과 수치에 반응하는, 눈치 빠른 개.
물론 그는 눈치가 빠르다 못 해서 약아 빠진 개였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자꾸 휘두르려 드는 개였다. 지금 하는 것도 벌이라기보다는 상이라고 해야 옳았다. 그의 아래는 잔뜩 발기해서 두툼했으니까.
마르티안이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소파에서 끌어 내렸다. 휴이는 움켜쥐었던 유두를 놓치고 헐떡이며 기었다. 그의 아래는 누가 보아도 알 정도로 크게 부풀어 있었다. 사람들이 가득한 길가에서 벗겨도 마냥 흥분할 몸이었다.
그녀는 집사의 앞에 휴이를 꿇어 앉혔다. 집사는 경악을 넘어 사색이 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자작님, 이,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발, 제가 잘못, 했으니…….”
“잘못? 여기에 잘못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서로 잘 몰라서 오해한 거잖아.”
그녀의 말에 꿇어앉은 휴이와 집사 모두 움찔한다. 집사는 다시 급하게 말을 이었다.
“이해, 했습니다. 이미 이해했으니…….”
“감상은 끝난 후에 말해.”
그녀는 이번 일을 얌전히 넘길 생각이 없었다. 휴이와는 길어야 3개월 만날 관계였고, 집사가 이런 식으로 편을 들어 좋을 게 없는 관계였다. 집사가 휴이의 편을 들기 시작하면 약아빠진 개는 그걸 어떻게든 이용하려 들 게 뻔했다.
이 정도는 지나치게 굴어야 집사에게도 휴이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생길 것 아닌가. 물론 그녀가 이렇게까지 구는 건, 약간의 괘씸죄가 섞여 있기도 했다. 집사는 자신의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의 사람이 엄한 개의 편을 든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 허벅지 더 벌려. 네 가랑이 사이가 잘 보이게.”
휴이가 머뭇댄다. 아까 집사와 시선을 마주치게 했을 때 머뭇댔던 것과 비슷한 꼴이었다. 그의 뒷머리를 마르티안이 움켜쥔다. 뒤로 잡아당겨 고개를 들게 하자마자 그의 시선이 바로 떨어졌다. 집사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극심한 거부감과 수치를 느꼈다. 경악과 당황으로 물든 집사의 얼굴을 보니 더더욱 자신의 꼴이 수치스러웠다. 그가 마르티안에게 붙잡힌 머리를 옆으로 비틀며 움직였을 때였다.
꿇어앉은 그의 엉덩이 아래로 마르티안의 발이 쑥 밀려 들어왔다. 그녀의 구두 발등과 앞굽이 회음부와 아래를 들쑤시듯이 문지른다. 빠듯하게 달아오른 아래가 갑작스러운 자극 때문에 부들거리며 떨렸다.
“흐으, 흐, 하윽, 주이, 흐으응.”
거부감은 흔적 없이 뭉개졌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바지를 적실 것만 같아서 휴이는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이런 꼴로 사정하는 모습을 집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가 자극을 피하기 위해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린 순간, 마르티안이 비워진 공간만큼 구두를 물렸다가 터억 차올렸다.
“히으!”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확 들었다. 마르티안은 연이어 그의 아래를 앞굽으로 턱턱 쳐올렸다. 흑, 끅, 흐으, 신음이 토해졌다. 마치 그녀의 회초리로 맞은 것만 같았다. 그녀가 상대해주지 않는 동안 매일 상상했던, 아래를 얻어맞는 감각.
그녀의 발등이 아래를 쳐올릴 때마다 그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신음이 입가에 타액과 함께 흘러내렸다.
“흐이, 끄, 아, 흐윽, 안, 돼…….”
빳빳하게 서 있던 성기가 왈칵 정액을 쏟아냈다. 배출하는 쾌감이 극심해서 그는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뒷머리를 잡힌 상태여서, 사정하는 표정도 숨길 수가 없었다.
잔뜩 쏟아내고 나서 조금 이성이 들고나자 아래가 질척하게 젖은 느낌이 올라왔다. 자신을 보고 있을 집사의 표정을 확인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휴이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내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벌겋게 물든 눈가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을 때였다.
“바지 내려.”
그녀는 그의 수치가 전시되길 원하는 것이다. 개답게 구는 꼴을 집사에게 보인다고 했으니까. 수치와 흥분으로 뜨거워진 몸이 그 소리에 달아올랐다. 이 비참한 꼴이 그를 완벽하게 자극했다. 왈칵 떨어지는 눈물은 흥분으로 인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는 그녀의 말에 따라 바지를 끌러냈다. 흠뻑 젖은 속옷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의 성기는 그 와중에 다시 반쯤 서 있었다.
마르티안은 그제야 움켜쥔 휴이의 머리카락을 앞으로 던지듯이 놓았다. 뭉개지듯 주저앉은 그가 흐느낌 같은 헐떡임을 토해낸다. 그녀는 집사에게 말했다.
“이쯤 봤으면, 오해할 여지는 없겠지?”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않겠습니다.”
집사는 잔뜩 당황한 걸 숨기지 못했으나, 그녀가 원하는 바대로 정확히 대답했다. 마르티안은 손짓으로 그를 물러나게 했다. 집사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흐으, 흐윽, 주인님…….”
울면서 부르는 소리에 마르티안이 시선을 내렸다. 휴이가 그녀 아래에서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지나친 수치와 흥분 때문에 그의 얼굴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 꼴은 여전히 그녀의 취향이었고 여러모로 예뻤다.
휴이가 젖은 속옷을 내리며 정액으로 흠뻑 젖은 성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자기 손으로 흥건한 정액을 훑어내 입가로 가져갔다. 그가 뭘 하려는지를 깨닫고 마르티안은 픽 웃었다.
“자, 잘 먹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정액을 가득 묻은 손을 혀로 핥아냈다. 미간이 찌그러든 채였지만 그는 애써 맛있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의 시선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귀엽긴 해서, 그녀는 속옷 밖으로 튀어나온 그의 성기를 구둣발로 꾹 눌렀다. 흐으, 흐응. 자신의 정액을 핥아 삼키면서, 흥분한 신음을 뱉어내는 소리가 응접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 * *
아서 우드는 도안 자작가를 성실하게 오갔다. 그가 처음 한 일은, 그녀의 책상 근처에 가득 쌓여있는 오래된 서류들을 그녀가 원하는 분류에 따라 목록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속나무 관련, 백단나무 관련, 건축 목재용 나무 관련, 전염병 진행 관련. 서류분류와 목록작업은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했지만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르티안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기본적인 분류를 해놓은 상태였고, 모든 서류에는 맨 앞에 연도와 월이 맨 앞에 적혀 있었다. 그는 분류에 맞춰 서류 앞면에 쓰인 연월을 옮겨 적기만 하면 되었다. 서류들은 마르티안의 책상을 중심으로 빙 둘러 놓여 있었다.
아서는 목록기록이 끝난 서류를 정리하면서 슬쩍 마르티안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두 개의 책과 서류를 번갈아 확인하며 뭔가를 적고 있었다.
‘아까 서류를 더 가져올걸. 오래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집중하는 동안 사람이 자꾸 얼쩡거리면 거슬리기 마련이다. 마르티안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굉장히 오래, 쉬지 않고 서류를 보는 타입이었다.
아서는 일을 끝내놓고도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바로 다음 서류를 가지러 가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서는 테이블에 놓인 쿠키를 집어 먹었다. 진한 치즈 맛이 혀에 감겼다. 그가 마르티안을 슬쩍 확인하며 찻잔에 차를 따라냈을 때였다. 서류만 보고 있던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아서, 자꾸 이쪽을 보는 거 같은데?”
“예? 아, 그게 아니라…… 그냥 차를 마시는 중에 잠깐, 그, 일에 집중하시는 거 같아서.”
당황한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이다. 마르티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만 이쪽으로 오고 있잖아. 필요한 거 있으면 그때그때 와서 가져가. 눈치 볼 필요 없으니까.”
아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눈치껏 잘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태도가 들킨 게 민망했다.
“제가 자꾸 오가면, 방해가 될 거 같아서…….”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부분이고. 그보다는 일 효율이 좋았으면 좋겠어.”
그녀가 고개를 까닥 움직인다. 와서 서류를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아서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기록을 끝낸 서류뭉치를 가득 챙겨 들었다. 테이블이 쭉 펼쳐놓은 것들을 차곡차곡 품에 쌓아두고는 안듯이 들어 올렸는데, 쌓아 올린 양이 너무 많아서 신기할 정도였다.
교육원에서 많이 해봤던 모양이지. 아니면 교육원에서 아예 가르치나. 그녀는 엘 도안에게도 한번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픽 웃었다.
마르티안은 한번 보고 난 서류를 자신의 주위에 둘러놓는 편이었다. 봐야 할 서류 양이 워낙 많은 데다가 따로 정리하기 어려워서이기도 했지만, 그때그때 던져놓듯 분류를 하는 습관 때문이기도 했다. 습관대로 분류한 서류들은 제법 복잡하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서는 들고 갔던 서류를 돌려두며, 원래 두었던 위치와 모양을 다시 만들어냈다. 마르티안은 신기하게 그것을 보았다.
“어디에 뭐가 있었는지 다 기억하나 보지?”
“아, 그건 아닙니다. 그냥 서류를 옮기기 전에 원래 있던 위치를 적어 둔 게 있어서…….”
힐끔거리면서 보던 것이 적어둔 종이였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일을 보조하는 능력은 괜찮은 거 같은데…….’
만약 아서가 서류를 돌려놓으면서 그냥 멋대로 정리해서 놓았다면, 그녀는 일하기가 아주 번거로웠을 것이다.
쌓아놓은 서류는 그녀 나름의 정해진 의미와 분류가 있었기 때문에, 마르티안은 자신이 기억한 방향대로 손을 뻗어가며 필요한 서류를 찾곤 했다. 그 순서나 의미가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뒤지고 찾고 물어봐야 했다.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이었다.
‘좀 더 어려운 일을 줄 걸 그랬나?’
마르티안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시키던 일을 그냥 끝까지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지금 아서에게 맡긴 일은 당장 급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자작가에서 집중할 수목을 결정하기 전까지 혹은 결정한 후에도 그녀는 앞으로도 몇 번이나 관련 서류를 뒤져야 할 테니까. 특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매번 모든 서류를 다 살펴볼 수는 없었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한 목록표가 반드시 필요했다.
“아서.”
새로운 서류를 한 무더기 들고 가던 아서가 멈칫한다. 얼굴로 제가 뭘 잘못했나요. 라는 표정이 옅게 깔려 있었다. 아무래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서류 위치는 지금처럼 신경 써줘. 이런 부분까지 챙길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일머리가 좋네.”
“아, 감사합니다.”
아서의 얼굴이 사뭇 풀린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기운차게 이어졌다.
아서 우드는 그 주에 두 번을 더, 그녀의 서재에 방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마르티안이 조사서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별 볼 일 없는 조사서를 놓고 설명을 하라고 했다니, 그건 귀족 가문에서 조사인력을 뽑아먹으려고 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었다. 특히 조사 결과가 나쁠 때 주로 벌어졌다.
엘 도안 때는 없던 일이 아서가 가게 되자 벌어졌다. 조사 결과는 엉망이었고 그러니 상황은 뻔하다. 교수는 한숨을 내쉬며 아서가 내민 일정을 허락했다. 무능한 결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었다.
아서는 이틀간 저택에 머무르며 도안 자작과 면담을 했다. 그 면담은 곧 마르티안이 맡긴 일을 하는 시간이었다.
아서가 첫 번째 일을 끝낸 건 그 주의 주말이었다. 손이 빠르다고 말한 것에 비해 평범한 속도라서 마르티안은 기대치를 조금 낮춘 상태였다. 그러나 아서가 내민 결과물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이 분류별로 서류명을 적어 놓은 목록표였다면, 그가 만든 목록표에는 서류명과 함께 한두 줄의 내용 요약 해당 내용이 적힌 구체적인 페이지까지 쓰여 있었다.
“그 서류를 다 읽었어? 아니, 그러기엔 불가능한 양이었을 텐데?”
“다 읽진 않고, 분류기준에 맞는 부분만 읽었습니다. 전염병 내용은 짧은 요약이 어려워서 병명과 페이지 숫자만 적었구요.”
아서의 얼굴은 푸석했고 긴장 때문에 약간 창백해 보였다. 일을 처리하느라 무리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그의 유능함을 가릴 수는 없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 결과물을 좋게 내는 건 아니었으니까.
마르티안은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아서의 일 처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똑똑한 인재였다. 그녀가 크게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일 것인지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아주 마음에 들어. 직접 말한 대로 유능하네.”
“감사합니다, 자작님.”
그는 정말 기뻤는지 눈가가 접히게 웃었다. 전반적으로 굵은 생김새인데 웃으니까 인상이 부드럽게 변했다.
“다른 일도 맡겨주시면, 그것도 마음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뭐든지?”
“예, 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 잘하진 못하겠지만 열심히 하는 것 정도는…….”
“그건 별로인데. 나는 잘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라서.”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못하는 걸 놓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잘하던 거에 집중하는 게 나으니까요. 그럼, 큼, 제가 잘하는 것들을 말해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다. 아서는 얼굴을 좀 붉혔지만 제법 뻔뻔하게 그녀를 보았다. 마르티안은 웃었다.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서는 교육원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교육원의 도서관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자료를 찾아대는 곳이었다. 효율적인 분류와 색인 작업이 없이는 어떤 일도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도서관의 분류방식들을 이야기했다. 한때 관심을 두었던 부분이라 다행이었다. 마르티안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서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책을 찾을 때마다 도움을 받는 게 번거로워서, 방식을 좀 배웠습니다. 제가 사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재 정리는 괜찮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의 시선이 마르티안의 뒤쪽, 서재의 책장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자작가의 서재에는 귀족가에서 멋으로 들여놓는 양장 책들이 전혀 없었고 내부적으로 관리, 기록한 서류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교육원의 도서관만큼은 아니더라도 체계적인 분류와 색인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아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마냥 나열하기보다는 상대가 관심이 있을 만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고작 일주일을 옆에서 보았지만 마르티안의 일하는 방식은 아주 확고했다.
보고를 받고 판단하기보다는 직접 자료를 확인하고 알아보는 걸 중요시했다. 그렇다면 자료관리에도 관심이 많을 게 분명했다.
아서는 자신이 말하는 방향이 그녀의 성향과 맞아떨어지길 바라며, 현재 서재의 정리방식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나름의 방법을 슬쩍 흘렸다. 흐음, 고민하는 얼굴로 그녀가 차를 비웠다.
제법 침묵이 길어지자 아서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드린 이야기는 꼭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의견이니까요. 또 이론적인 이야기고, 현실적인 부분도 있을 테니까…….”
“아서,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예?”
“마음에 든다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아서가 머뭇대며 그녀를 보았다. 마음에 든다니. 그럼 여기서 일할 수 있다는 걸까. 아니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했다. 이 정도로 가볍게 결론이 날 수 있는 거였다면 애초에 금전적인 문제를 말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럼 그냥, 단순한 칭찬인가? 아서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 가문은 널 고용할 상황이 아니라서 문제지만.”
아서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그거였다. 칭찬을 먼저 하고 이어지는 거절. 서로가 부담스러워지기 전에 잘라내는 것이다. 차라리 얌전하게 일이나 더 할걸. 그랬다면 이런 화제가 나온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낮게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숙였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혼하는 건 어때?”
아서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결혼이라니.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나오기엔 너무 다른 차원의 제안이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결혼을 하는 게 어떠냐고 했어. 안 그래도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긴 했었거든. 이왕이면 유능한 인재를 남편으로 맞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하는 소리야.”
결혼. 마르티안은 애초부터 그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결혼을 해야 하긴 했으니까. 아서를 고용할 돈이 있을지는 불투명했지만 그녀의 결혼 비용은 언제고 한번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었다. 그렇다면 결혼으로 아서를 사서 자작가에 두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어때, 결혼하는 건?”
“저를요? 결혼이요?”
“그래.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아서의 얼굴은 서서히 붉어졌다. 현실감이 뒤늦게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황당함과 당혹감이 사라진 건 아니어서 그는 몇 번이나 멍청한 물음을 반복했다.
마르티안은 그런 아서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엘 도안과는 달리 덩치가 커다랗고 좀 더 눈치가 빨라서 어른스러운가 싶더니,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또 어렸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이곳 체계가 마음에 든다며, 내 남편으로 여기서 지내면서 같이 일하면 될 거 같은데? 아니면, 음, 결혼을 약속한 다른 사람이 있어?”
“예? 아, 그건 아닙니다. 아직은…….”
그가 머뭇대며 말을 흐렸다.
사실 아서는 결혼 상대로는 아주 박한 평가를 받는 타입이었다. 눈치도 빠르고 말주변도 좋았지만 그게 거의 전부였으니까. 아서의 형은 그에게 결혼에 대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결혼을 두고 상대의 재력과 상황을 까다롭게 따졌고, 작위가 없는 귀족자제들은 결혼할 때 가져올 수 있는 지참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혼을 하고 못 하고가 흔하게 갈렸다.
작위를 가진 귀족 여자들에게 제법 불려 다녔음에도, 늘 가볍게 만나고 끝나는 게 전부였다. 결혼을 할 정도로 이득이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작님. 저는 그냥 고용되어서 일한다고 생각했지, 그, 결혼을 생각한 적이 없어서…….”
“왜? 보통 결혼할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을 나이 아닌가? 아니면,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예? 아니, 아닛, 크음, 아닙니다.”
급하게 대답하려다가 목소리가 뒤집혔다. 아서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시선을 내렸다.
마르티안이 접시에 놓인 쿠키를 들어 가볍게 부러트렸다. 옅게 부서진 과자 가루가 떨어졌다. 아서는 그 손을 보고 있다가, 손의 움직임을 따라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시선을 느끼고는 싱긋 웃었다.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말했어?”
“……조금 당황했습니다.”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고 하니까 그럼 이제부터는 생각을 해봐. 나는 가능한 너와 결혼을 하고 싶으니까.”
아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건 단순히 당황스럽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관계로 얽힐 수 있다고 생각하자, 눈앞에 앉아있는 마르티안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화려한 외모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고작 웃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가득 찬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상대에게 빠지는 건 최악의 경우였다. 그가 급하게 시선을 내린 채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지참금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가져오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건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귀족으로 살 수 없게 하는 것들. 아서는 표정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말투가 딱딱하게 굳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설명이 모두 끝나고도 고개를 내린 채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실망하게 되고 싶지 않았다.
달칵, 찻잔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마르티안이 일부러 낸 소리였다. 고개를 들어보라는 뜻이기도 해서, 아서는 고개를 들었다.
“지참금은 뭐, 어쩔 수 없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상관은 없어. 내가 기대하는 부분은, 결혼할 때 얼마를 가져올 수 있느냐가 아니라 결혼한 뒤에 얼마나 잘 일할 수 있느냐. 그거거든.”
“…….”
“아, 말이 좀 너무 했나? 결혼을 한 거니까 거기에 걸맞은 대우는 할 거야. 부부 관계도 가질 거고. 개인적으로 애는 좀 빨리 가졌으면 하긴 해. 집사가 후계를 낳아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성화여서.”
결혼 이후를 고려한 그녀의 말은, 이 제안이 즉흥적으로 나온 말은 아님을 드러냈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고용보다 결혼이 훨씬 더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으니까.
아서는 자세를 다시 고쳐 앉았다. 상대는 진지하게 그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가 진지하게 고민을 할 차례였다.
“자작님, 지금껏 묻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가 잠시 머뭇댄다. 마르티안은 뭐든 물어보라는 표정이었지만 쉽게 입을 열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아니 어쩌면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이건 물어보아서 좋을 게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입을 열었다. 적어도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해야 했으니까.
“그, 백작님과 관계는 어떻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혹시 제가 모른 척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백작님?”
“네, 두 분이 특별한 관계이신 거 같아서…….”
“음……. 그렇게 보였는지는 몰랐는데.”
마르티안은 의아했다. 조사단 앞에서 그렇게 티나게 굴었던 적이 없었는데 아서는 거의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였어?”
“예? 아, 그게……. 워낙 백작님이 자작님을 신경 쓰셨고 또 지금도 영지로 돌아가지 않으시고 여기 있으시니까요.”
그는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며 답했다. 자신의 말이 괜한 추궁처럼 들렸을 거 같아 걱정이었다.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이런 관계는 서로 눈감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작위를 가진 귀족이 애인을 몇 두는 건 일반적이었고 그런 관계를 당사자에게 묻는 건 여러모로 실례였다. 아서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했다.
“백작님과는 그냥, 적당히 만나는 관계일 뿐이야.”
그녀는 휴이와의 관계를 긍정했다. 확신하고 있다는데 여기서 아닌 척하는 것도 우스웠고, 그리고 아서는 그녀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었으니까. 어지간한 의문은 다 풀어줄 생각이었다. 아서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라도 백작님과 좋은 사이로 발전하게 되신다면…….”
그가 걱정하는 것은, 마르티안과 백작의 마음이 바뀌어 서로 결혼하겠다고 하는 경우였다. 단순한 애인 사이라면 상관없었지만 두 사람이 발전해서 결혼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는 그대로 물러나야 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마르티안은 그의 말을 듣고는 조금 웃었다. 휴이와의 결혼이라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걸 사서 걱정하는 타입인 줄 몰랐는데?”
그 말에 어이없음이 녹아있어서, 아서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백작이 이 저택에 머무른 지 이미 한참이 지났다. 결혼으로 발전할 관계였다면 이미 결혼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그 관계는 정말로 가벼운 관계라는 뜻이었다.
“내가 백작님을 만나는 게 거슬려?”
“예? 아니요. 아닙니다. 결혼하실 게 아니라면 그렇게…….”
“아서, 이리 와봐.”
마르티안이 자신이 앉아있는 소파 옆을 손으로 툭 쳤다. 아서는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깨가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아서는 헛기침을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자료를 설명하느라 그렇게 앉았던 적이 몇 번 있었으나 그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업무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관계로 옮겨가는 과정이라 그럴까. 멍청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아서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는 그녀 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다. 마르티안이 그의 긴장을 눈치채고 가볍게 웃었다.
“결혼하고 백작님과 얽힐 일은 없을 거야. 애초에 삼 개월만 만나기로 한 관계니까. 저택 안에 애첩이 하나 있지만 더 둘 생각은 없고. 아마도 적당히 만나는 상대는 계속 생길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생각보다 더 친절한 설명이었지만 아서는 거기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르티안의 손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으니까. 가볍게 매만지는 감각이 이어졌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서는 옆으로 시선을 내려 비어 있는 쿠키 접시를 보았다. 부스러진 가루들이 남아있는 접시였다. 아까 보았던, 마르티안의 손이 떠올랐다. 그 손이 지금 그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아래로 피가 몰렸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뺨을 붙잡아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손에서 느껴지던 성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장난스러움이 녹아있는 눈이었다. 그건 지금껏 그가 보았던 도안자작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있잖아, 내가 침대 위 취향이 좀 고약한 편이거든?”
“알겠습, 예? 어, 저, 그게 침대 위 취향이라면…….”
“나는 상대의 고통에 흥분하는 편이야.”
그녀의 말에 아서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는 그런 성향에 대해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수도에서 그런 모임들이 자주 열린다는 걸 듣긴 했지만, 그에게는 늘 그냥 남의 일이었으니까.
“그럼, 어, 제가 맞아야 하는……. 그, 저는, 그런 건 아직 시도를, 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한 마음에 말이 더듬어 나왔다. 잔뜩 긴장한 아서를 보며 마르티안이 웃었다.
“싫다는 걸 강요할 생각은 없어. 부부 관계라면 아무래도 서로 존중하는 것도 좋으니까.”
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너무 노골적으로 굴었나 싶어서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그저 괜찮다는 듯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서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 순간 그녀의 손이 그의 목덜미를 벗어나 가슴으로 내려갔다. 아서는 흠칫 긴장해서 그녀를 보았다.
“물론 너 외에는 그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테니까. 애첩이나 다른 상대랑 하는 걸 보고 너무 놀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저의 위치만 명확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자작님의 사적인 관계는 그냥, 읏.”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꾹 움켜쥐었다. 적나라한 자극에 아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자작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가볍게 웃었다.
“일하는 것도 그러더니 말하는 것도 마음에 들어. 몸은 어떨지 궁금한데……. 혹시 처음인 건 아니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건 제법 호기로운 소리였다. 그래, 기대해야겠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윗옷을 벗었다. 옷이 툭툭 떨어지고 매끄럽고 탄력 있는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서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테이블에는 방금 전까지 그가 작성했던 종이들이 아직 잔뜩 널려있었다. 저것을 보고 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다.
“아서.”
그녀가 그를 부른다. 약간은 고압적인 부름이었다. 아서는 조금 급하게 윗옷을 벗었다. 빛이 쏟아지는 대낮에 그것도 이런 상황 가운데 옷을 벗는다는 게 현실감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가 윗옷을 전부 벗고 나자 마르티안이 가볍게 손짓을 했다. 일어나보라는 뜻이었다. 그가 손짓에 따라 일어났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래도, 전부 벗어야지.”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내용은 그렇지가 못했다. 아서는 머뭇거렸으나 이내 아래옷을 전부 벗었다. 혼자 서서 벌거벗는다는 게 몹시도 수치스러웠다. 전시되어있는 남창을 고르는, 그런 취급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아서는 마르티안 역시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을 애써 되새겼다. 그런 것마저 없었다면 이 상황은 수치스러운 것을 넘어 모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내 그는 그녀가 말했던 침대 위 취향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말고는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비참하게 다룰 이유는 없었다.
“저, 자작님이 말하신, 그, 수치스러운 것들이요. 혹시 그게 지금 하는, 이런 건지…….”
“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 내가 실수했네.”
그녀가 아서의 팔을 잡아 다시 소파로 끌어 앉혔다. 상대를 좀 보려고 한 일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개들을 대할 때처럼 세워두었던 것이다. 물론 개를 대하듯이 했다면 아서는 훨씬 더 수치스러운 꼴이어야 했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순순히 사과했다.
“미안, 굳이 서 있지 않아도 되었는데.”
아서는 벌게진 얼굴로나마 괜찮다고 대답했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어쨌든 괜찮았으니까. 게다가 바로 사과를 했다. 그건 서로의 상식선에서 어떻게든 대화가 통할 거라는 뜻이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목덜미에 손을 올리고는, 그의 눈가와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태도에 아서는 저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이렇게까지 달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작님의 습관이라고 이해했으니까요.”
“말은 고마운데 앞으로도 그런 습관이 많을 거 같아서. 미리 사과해둘게.”
농담 같은 말투였지만 완전히 농담만은 아닌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고생길이 열린 것만 같은 소리였는데도, 아서는 그 말들이 제법 다정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에게 있어 마르티안은 놓쳐서는 안 되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작위를 가진 귀족이 지참금도 없는 그와 결혼해 준다고 먼저 나서 주었으니까.
아서가 그녀에게 괜찮다고 대답하려 했을 때였다. 마르티안의 손이 아서의 성기를 쓸어 올렸다.
“흐읏, 자작님?”
“왜 놀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본론,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뻔했다. 아서는 순식간에 발기하는 것을 느끼면서 숨을 겨우 뱉어냈다. 네, 대답하는 말과 함께 얼굴과 목덜미가 모두 붉어졌다.
마르티안은 크게 흥분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도 않았다. 아서는 몸도 좋은 편이었고 성기도 작지 않았다. 취향이 제거된 관계는 밋밋한 식사같은 느낌이었지만 차려진 게 못 먹을 재료는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바지와 속옷을 벗고는 아서의 허벅지 위로 올라갔다. 허벅지를 바짝 모으게 하자 발기한 성기가 툭 불거졌다.
“삽입하기엔 챙겨야 할 게 많으니까 오늘은 이렇게 하자.”
마르티안은 솟아오른 것을 손으로 눌러 눕히고는 그 위에 앉았다. 뜨겁게 경직된 것이 그녀의 아래에 닿았다. 그녀는 허리를 움직여서 그녀의 아래에 뭉개져 있는 성기를 문질렀다.
아서의 표정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경직되었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억지로 눌린 아래가 갑갑했지만 어쨌든 자극적이었다.
쿠퍼액이 흘러나온 성기는 조금씩 젖어 들어서 질척거리는 감각으로 바뀌었다. 그가 느끼는 자극은 한층 더 커졌지만 마르티안은 그다지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감질나는 감각은 계속해서 멈춰있었다.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이대로 그녀의 허리를 쥐고 흔들어서, 지신의 성기에 비비게끔 하고 싶었다.
“흐으.”
순간, 마르티안이 그의 유두를 크게 비틀었다. 격한 통증에 그의 손이 움찔 멈췄다.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뺨을 붙들었다.
“혼자 즐길 생각이야?”
그녀가 아서의 손을 잡아끌고 그녀의 아래로 넣었다. 아서는 마르티안이 거의 흥분하지 않았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의 아래는 조금도 젖어있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상대를 더 만족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는데도 정작 자신이 더 정신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그것도, 혼자만.
“아, 제가 혼자……. 죄송합니다, 자작님.”
“사과는 되었고 제대로 해. 손가락부터 적시고.”
마르티안은 그의 손을 잡아서, 그의 입가로 올렸다. 입에 물라는 뜻이 명백해서, 아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물었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빨거나 물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가 손끝만 어색하게 빨아올리자 마르티안이 그의 손을 잡아서 좀 더 입 안으로 밀어 넣게 했다.
“제대로 잘 핥아둬야 내 아래도 만족시키지. 메마른 살끼리 문지르는 건 별로야.”
아서가 핥고 있는 손을 계속 붙잡은 채, 그녀가 말했다. 손을 빼는 걸 막는 거나 다름없었다. 헐떡이며 핥아대는 소리와 한참 이어지자 질척한 타액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 떨어졌다.
마르티안은 아서의 손을 붙들고 있다가 그때가 되어서야 물려주었다. 아서가 숨을 삼키며 겨우 말을 꺼냈다.
“흐으, 후읍. 저, 혹시 자작님. 화가 나신 건…….”
묻는 말이 어이가 없어서 그녀가 멈췄다. 대체 뭐에 화가 났다고 느낀 걸까. 화가 났다면 이렇게 친절하게 손을 붙들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붙들어 주었다고 하기엔 손을 빼지 못하도록 막은 거에 가까웠고, 일반적인 행위에 비하면 약간 강압적이긴 한가 싶긴 했지만 이 정도에 눈치를 보며 설명하려고 하니 확실히 좀 귀찮았다.
자신은 아마 이 정도 수준으로 행동하는 게 흔할 것이다. 그때마다 화가 났느니 아니니 하면서 쓸데없이 설명하고 눈치 보게 되는 건, 영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녀는 아서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화가 났을 때는 그냥 나가버릴 거야. 그러니 쓸데없이 눈치 보지 말고 나를 만족시키는 거에 집중해.”
“지금 네 손이 쓸데없이 놀고 있는 게 더 문제야.” 그녀가 말을 덧붙이자 아서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이내 그의 젖은 손가락이 그녀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살이 문질러지는 질척한 소리가 퍼졌다.
* * *
휴이가 론에게서 혀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꽤 지났다. 혀에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핥아 올리고, 어떻게 혀끝으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말로 설명을 하고 나면 론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휴이가 혀 쓰는 것을 점검했다. 입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혀를 써보라고 한 뒤, 평가를 내리는 식이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휴이가 입을 벌렸다. 입가 상처가 다시 벌어져서 쓰라리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앞에 서 있던 론이 그것을 보고는 멈칫, 멈췄다. 휴이의 입가 상처는 어제는 없었던 상처였다.
“확인 안 할 건가?”
휴이가 다시 입을 벌리며 웃었다. 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안다는 것처럼.
일주일 가까이 마르티안은 론에게 손대지 않았다.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피곤한 것 같았다. 침실에 들어올 때부터 느린 하품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주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론은 얌전하게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마르티안의 침실을 차지하고 있었고, 마르티안은 여전히 그를 끌어안고 잠들긴 했으니까.
하지만 고작 그런 것으로는 불어나는 불안함과 초조를 막을 순 없었다. 론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지만 때로는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손길은 공정하지 않다. 그것마저도 견뎌야 하는 것임을 알았지만 이렇게 휴이를 볼 때면 마음은 쉽게 곤두박질쳤다. 그는 매일 새로운 흔적을 달고 있었으니까.
“빨리해. 오늘은, 일찍 내려오라고 했으니까.”
그는 일부러 론에게 마르티안과의 관계를 흘렸다. 론은 지금껏 보았던 중에 가장 말끔한 모양새였다. 그녀에게 버림받을 뻔했던 이전의 자신처럼.
반대로 자신은 어떤가, 뺨은 부었고 입가는 찢어졌다. 옷 아래로는 며칠째 엉망이었다. 휴이는 일부러 목이 깊게 파인 옷들을 입거나 윗옷의 단추를 아래까지 끌러내곤 했다.
휴이는 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며, 눈으로 웃었다. 마르티안은 매일 그를 찾아왔고 애첩을 쓰기보다는 자신을 썼다. 고작 그 사실만으로, 그는 강한 우월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고작 이방인 애첩을 상대로 느끼기에는 비이성적인 감정이었지만 휴이는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가 원하는 건 개의 자리였으니까. 눈앞의 상대는 그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대였다.
마르티안의 곁에서 떨어질 일이 없는, 사랑받는 개의 자리. 휴이가 원하는 건 그 자리였다. 다시는 거기서 밀려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끔찍하고 우울했으며 괴로웠으니까. 그때 자신이 겪는 그 감정들을 이제는 눈앞의 애첩이 겪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질투로 찌푸려진 론의 얼굴을 올려보며 다시 재촉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내 입에 손을 넣어달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넣어줄 건가?”
상대의 손가락을 입에 넣고 핥고 빠는 것이 굴욕적이고 더러웠지만, 아주 못 할 짓은 아니었다. 마르티안에게 예쁨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했다.
물론 마르티안이 좋아하는 혀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야 더 좋았겠지만. 사실 휴이는 그런 건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 상대가 백치가 아니고서야 그런 것을 성의 있게 가르쳐 줄 리 없었으니까.
개의 몸에 남아있는 화려한 흔적들은 곧 주인의 애정이다. 매일 서로를 보는 이 시간은, 가르치고 교육하는 목적보다는 그런 것을 살피고 가늠하는 시간이었다.
휴이가 힐끔 시간을 확인한다. 마르티안이 일찍 내려오라고 말해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해. 그가 다시 론을 재촉했을 때였다.
“우으, 읍…….”
론이 푹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전과 달리 깊게 들어온 손가락이 목 안을 건드렸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휴이는 습관처럼 혀를 내리고 참았다. 마르티안이 워낙 자주 들쑤시곤 해서 그 정도는 참을 만했다. 단지 상대가 상대다 보니 기분이 더러울 뿐이었다.
휴이는 미간을 찡그리며, 혀를 움직였다. 말랑하게 훑어내던 혓바닥이 이내 딱딱하게 모여들어 손가락 사이를 꾹꾹 눌렀다.
혀 쓰는 법을 점검하는 건 제법 긴 시간을 채워야 하는 일이다. 지금껏 배운 여러 가지를 섞어서 나름대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껏 론은 그가 어떤 식으로 혀를 굴리든 크게 말을 더한 적이 없었다. 굳이 잘 가르칠 이유가 없었으니까. 가능한 무감하고 무성의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지금껏 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러니 이 시간은,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입장에서도 지루하고 긴장감 없는 시간이었다. 휴이는 적당히 혀를 움직였다. 그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을 때였다. 들어와 있던 손가락이 혓바닥을 꾹 눌렀다.
“혀를 이렇게 쓸 거면 안 하는 게 낫겠습니다. 지루하고, 단조롭고.”
전혀 쓸모없네요. 평가하는 목소리는 억누른 것처럼 낮았다. 지금껏 없었던 날 선 내용이었다. 그건 평가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웠고, 상대를 바닥까지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휴이는 그것을 들으며 얼굴을 확 굳혔다.
지금껏 론은 무관심으로 그를 대했다. 말이 무관심이지 아무것도 못 했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르티안이 아무리 서열을 운운한다고 해도, 두 사람의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
휴이가 스스로 굴욕적인 태도와 위치에 서 있으려고 하려면 모를까, 론이 나서서 그를 그렇게 취급할 수는 없었다.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자작가의 집사는 론을 따로 불러 단단히 언질을 하기까지 했다. 진심이 담긴 충고는 아주 현실적이었다.
“자작님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너까지 그 장단에 맞춰서 백작님을 대했다가는 큰일 난다. 나중에 괜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적당히 굴어.”
론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휴이가 자신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는 반항도 하지 못할 신분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이 같은 개로 취급을 한다고 해서 두 사람의 배경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론은 자신을 노려보는 휴이를 한참 내려 보았다. 이런 식으로 서 있는 것도 사실은 불가능해야 맞는 일이었다.
론은 마르티안이 휴이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달밤가에 자신을 데려갔던 그날,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휴이는 매일 늘어나는 흔적을 달고 이 자리에 오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갖춘 예쁨받는 개.
질투가 참기 힘들 만큼 밀고 올라왔다. 론은 그의 입에 밀어 넣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볼 안쪽을 탁 쳤다. 마르티안이 기분이 상할 때면 나오는,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손짓이었다.
“혀 쓰는 건, 멈추라고 하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 게 기본입니다.”
무례한 손짓이 이어졌다. 이런 것도 몰랐냐는 태도였다. 휴이의 얼굴이 분노와 굴욕감으로 붉어졌다. 그의 화가 더 치밀기를 기대하며 론은 입을 열었다.
“배우기 싫으시면 그만하셔도 됩니다.”
물론 그건 불가능한 소리였다. 이건 마르티안이 시킨 일이었으니까.
그녀는 먼저 포기한 사람에게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무시나 냉대, 방치. 혹은 버리는 것. 론과 휴이 모두 그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두 사람 모두, 그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휴이는 론의 손짓을 참으며 다시 혀를 움직였다. 론은 계속해서,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이어갔다. 그건 사람을 깎아내리고 우습게 만드는 언사였다. 휴이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지만 정해진 시간을 끝까지 버티긴 했다. 어쨌든 이 공간에서 따라야 하는 룰은, 모두 마르티안에게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이게, 가르치는 건가?”
휴이는 시간을 채우자마자 항의하듯 말을 뱉어내고는, 젖은 수건을 들어 입가와 입 안의 침을 뱉어냈다.
감히 자신에게 이따위 취급을 하다니. 고작 침대에서 다리나 벌리는 주제에 자신에게 이렇게 굴 수 있는 이유가, 마르티안이 쥐여준 서열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일그러졌다.
그는 론이 괴로워할 말들을 입에 올렸다.
“자작이 널 돌아보지 않는다고 내게 이따위로 구는 모양인데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덜 우습겠군. 이렇게 가르치는 척하며 구는 것보다는. 아니면 혼자 앉아 고민이라도 해보지 그래? 네가 왜 방치되고 있는지. 내게 이렇게 구는 것보다는 그게 더 생산적일 테니까.”
물론 그런 말로 속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죽여도 그만일 우스운 상대를 두고, 고작해야 말이나 하는 게 전부라니. 그게 몹시 짜증스럽다. 하지만 저번처럼 손을 댔다가는 또 버림받을지도 몰랐다.
선배 취급, 서열. 그건 마르티안이 정해놓은 룰이었으니까. 간신히 좋아진 관계를 잃을 순 없었다.
그는 치미는 화를 억지로 눌렀다.
“일찍 내려가야 한다고 했더니 일부러 시간 낭비를 하게 하는 건지…….”
그가 혀를 차며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였다. 철썩 소리와 함께 뺨이 돌아갔다. 휴이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황을 확인시키는 것처럼, 론은 다시 손을 휘둘렀다. 살이 마주치는 소리가 다시 퍼졌다.
휴이는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지금, 뭘 하자는 거지?”
멱살을 쥔 채로, 그는 론을 소파 쪽으로 내리눌렀다. 목이 졸리며 처박힌 론이 컥컥 숨을 뱉어낸다. 휴이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벌겋게 된 얼굴로 론은 말을 뱉었다.
“컥, 흐으, 배운 만큼 못하면, 커윽, 맞는 것도, 예상……허윽.”
노예나 다름없는 주제에 그의 뺨을 내리치고 감히 벌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건 휴이 스스로가 굴욕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충격 같은 분노가 온몸을 가득 채웠다. 그는 론의 멱살을 쥔 채로 다른 손을 들었다.
“이게 감히, 제 주제도 모르고…….”
당장 내리쳐서 죽게 만들고 싶다. 휴이의 손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론의 시선은 명백하게 그 손을 보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 벌게진 얼굴로 선명한 기대가 퍼진다. 휴이는 이를 갈며 감정을 참아냈다.
그는 천천히 론의 멱살을 풀었다. 론이 몸을 굽히며 뒤늦게 숨을 뱉었다. 벌게진 얼굴이 콜록대며 기침을 했다. 멀쩡하게 놓아주었는데도 론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하다. 마르티안의 보호를 받으면서 다리나 벌리는 줄 알았더니 제 몸을 바쳐서 함정을 팔 줄도 아는 모양이었다.
휴이는 천천히 숨을 뱉었다. 화를 못 참고 론을 두들겨 팼다면 마르티안은 그를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 테니까. 매일 그를 찾아오는 관계는 그걸로 끝났을 것이다. 휴이는 론에게 말했다. 이건, 참아낸 자신이 이긴 싸움이었다.
“그래, 계속 이렇게 굴어. 내가 너에게 뺨을 맞고도 참았다는 걸, 자작은 분명 좋게 볼 테니까.”
론의 얼굴이 확연히 굳어졌다. 소파에 구겨진 것처럼 처박힌 채로,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입술을 짓씹는 모습은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다.
“다음에도 기대하지.”
휴이는 일부러 웃었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지금 당장은 여유로운 척을 해야 했다. 그래야 상대가 더 비참할 테니까. 그는 론을 더 견딜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물리적으로 건드릴 수 없다면 죽을 만큼 초조하고 불안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전처럼 멍청하게, 마르티안을 원망하며 그녀에게 들러붙으면 더 좋을 텐데. 휴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론을 보았다. 그녀가 그런 론을 지겹다고 여겨서 아예 버렸으면 했다.
‘아니면 스스로 못 견디고 도망쳐 버리거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론을 내려 보았다. 벌어진 가운 사이로 유두를 꿴 고리가 드러났다. 괴롭힌 흔적은 전혀 없었지만 그 자체로 영구한 흔적이었다.
휴이는 순식간에 기분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영구하게 남는 흔적을 달고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상대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소파에 처박혀 있던 론이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이내 우는 소리가 흘렀다. 그나마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꼴이었다. 휴이는 픽 웃었다. 구겨진 옷을 정리한 뒤, 그가 몸을 돌렸다.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휴이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마르티안은 이미 안에 있었다. 휴이는 놀라서 시간을 확인했다. 원래 말했던 시간에서 늦은 것은 아니었다.
“뭐 해, 안 오고?”
그녀가 소파에 앉은 채로 말했다. 테이블에 놓인 다과가 제법 비어있다.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며 꽤 시간을 보낸 것이 분명했다. 휴이는 그것을 눈치채고는 약간 기분이 들떴다. 자신이 그녀를 기다리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었지만, 마르티안이 그를 기다린 것은 처음이었다.
휴이는 옷을 벗고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등을 펴서 엉망이 된 가슴이 잘 보이도록 하고, 허벅지를 벌려서 가랑이 사이가 잘 드러나도록 했다.
멍들고 부어오른 자국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중에는 오래 묶여서 멍처럼 남은 줄 자국도 있었다. 전부 마르티안이 만든 흔적들이었다. 그녀는 점검하는 것처럼 그의 몸을 훑고는 다시 시선을 찻잔으로 돌렸다.
햇빛이 밝은 낮이라 소파로 빛무리가 늘어졌다. 휴이는 마르티안의 허벅지에 내려앉은 흰 빛들에 시선을 두었다. 엊그제 저 위에 엎드려서 넓적한 매로 엉덩이를 맞았던 게 떠올랐다. 엉덩이가 떨어져 나가게 아픈 매였는데도 앞을 세우고 질질 흘려서 마르티안의 바지에 젖은 얼룩을 남겼다.
피가 아래로 몰린다. 휴이는 다문 이에 힘을 주고는 생각을 멈추려 애썼다.
마르티안은 천박한 개를 좋아했지만 늘 천박한 꼴로 있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얌전하게 있어야 했다. 지금처럼 그녀가 눈길을 주지 않고 차를 마시고 있을 때가 그랬다.
휴이는 가능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얌전히 있으려고 노력했지만 한번 흥분하기 시작한 아래는 잘 제어가 되질 않았다. 자신의 아래가 뻣뻣하게 서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입술을 두어 번 깨물었을 때였다.
마르티안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달칵 하는 소리를 일부러 낸 것이 분명해서, 휴이는 그녀를 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회초리가 들려 있었다. 둔탁하게 끝이 마감되어있는 회초리는 그녀가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지금껏 맞았던 것을 떠올리며 휴이가 신음하는 것처럼 숨을 뱉어냈다.
“고작 오 분도 얌전하게 못 있어?”
회초리 끝이 그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금세라도 아래를 내리칠 것 같아서, 휴이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움찔 몸을 떨었다.
“흐, 그게, 참으려고 했는데…….”
“참으려고 했다고? 이게?”
그녀가 성기를 툭 건드리고는, 회초리를 휘둘러 그의 허벅지 위를 후려갈겼다. 살갗 아래를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이었다. 휴이는 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는 등을 굽히며 헐떡였다. 멍이 올라앉은 곳이라 고통이 더 심했다. 겨우 아픔을 참고 상체를 다시 세웠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내리쳤다.
“흐아!”
등이 앞으로 확 굽었다. 엉덩이와 허벅지마저 들썩이며 그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가라앉히고자 안간힘을 썼다. 너무 아팠다. 이내 무언가가 그의 등을 툭툭 쳤다. 자세를 일으키라는 뜻이었다. 그가 헐떡이며 애원했다.
“흐으, 아프, 아파요, 주인님. 제가 잘못했어요. 얌전하게 있을 테니까…….”
이미 반은 우는 소리였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팔을 쥐고 들어 올렸다. 휴이의 상체가 같이 들리고 가리려 들었던 성기도 다시 드러났다. 주인의 손을 뿌리칠 수 없어서, 휴이는 끅끅거리면서 그 상태를 유지했다. 마르티안은 다른 손으로 회초리를 들어 전혀 죽지 않은 휴이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얌전히? 이게 얌전한 거야?”
“흐으, 흐, 아니, 아니요.”
“좆은 더 세워놓고. 우는 소리는.”
그의 성기는 아까보다 더 치켜선 상태였다. 고통이 그렇게 심한데도, 비난당하면서 아래를 후려 맞는 이 상황이 그를 흥분시켰다. 긴장한 몸이 잔뜩 떨린다.
마르티안은 그의 팔을 내려놓으며 회초리의 방향을 틀어 허벅지 위를 내리쳤다. 자세를 흩트린 벌이었다. 붉은 자국이 빠르게 그어졌다. 주이, 흐윽, 아윽, 흐, 흐윽, 주인님. 애원하는 소리가 튀어 올랐다. 아프다고 끙끙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그녀가 내리치던 것을 멈추며 물었다.
“마음은 얌전하게 있고 싶은데, 그치?”
네, 네. 주인님. 휴이가 끅끅 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 맞은 허벅지를 문지른다. 잔뜩 멍이 올라앉은 허벅지는 문질러 누르는 것만도 제법 아팠다. 찌르르하게 퍼지는 통증이 하체를 물들였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그의 손을 툭 쳐낸다. 치우라는 뜻이었다. 휴이가 눈치를 보며 손을 옆으로 늘어트린다. 발기한 성기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녀가 그의 성기를 회초리로 들어 올렸다.
“결국 몸이 문제네. 네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네 몸이 자꾸 천박하게 구니까.”
목소리가 부드럽다. 휴이는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회초리가 자꾸 발기한 성기를 문질렀다. 잔뜩 긴장한 몸이, 그 자극에 움찔움찔 떨린다. 그녀가 그의 고환을 회초리로 꾹 누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흐으……주인님…….”
휴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원하는 답은 분명했지만 차마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대답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더 흥분하는 자신의 성기를 내려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맞아야 해요.”
“어디를? 아무 데나, 맞으면 돼?”
마르티안은 그렇게 말하며 회초리를 휘둘러 그의 아랫가슴을 내리쳤다. 휴이가 놀라 힉 소리를 냈다. 이내 가슴을 내리치는 매질이 이어졌다.
“흐으, 주이, 흐윽.”
살을 휘감는 통증도 고통이었지만, 똑같은 곳만 반복해서 내려치는 게 고통스러웠다. 며칠 동안 맞은 곳은 이미 멍들고 부어오른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이고 싶어서, 그는 헐떡이며 가슴을 비틀었다. 맞는 곳을 조금 다르게 하려고 해도, 회초리는 그만큼을 정확하게 따라오며 같은 곳을 후려쳤다.
“주인, 흐익, 힛.”
신음이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내뱉어진다. 마르티안은 그의 성기가 더 곧추선 것을 확인하고는, 좀 더 세게 휘둘렀다. 퍼억 소리가 나게 매가 떨어졌다. 휴이는 엉덩이마저 들썩이며 상체를 비틀었다.
“흐읏, 가, 가슴이 아니라……흐으, 흐읍! 흐으…….”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휴이는 맞을 때마다 상체를 뒤틀었다. 흔들리는 꼴이 가슴을 일부러 흔드는 것만 같다. 울면서 가슴을 흔드는 꼴이라니. 천박한 개는 그녀를 흥분시키는 재주만큼은 아주 탁월했다. 그녀는 때리던 것을 멈추고, 회초리 끝으로 그의 유두를 꾹 눌렀다.
“가슴이 아니면?”
회초리가 유두를 파고들며 짓눌렀다. 시도 때도 없이 비틀고 잡아당겨서 늘 붉게 부풀어 있는 곳이다. 꾹 누르는 것만으로도 제법 찌르는 통증이 일었다. 휴이가 헐떡이며 몸을 떨었다.
“조, 좆이요. 아래 맞아서……얌전하게 해야, 흐읏…….”
유두를 누르던 회초리가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꾹 눌렸다. 욱신욱신하게 이어지는 통증에 그가 헐떡였다. 무자비하게 맞을 때는 고통을 견디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지만, 이렇게 매질이 잦아들면 몸에 남아있는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날카롭게 남아있는 통증들은 흥분제나 마찬가지였다. 내내 맞은 가슴으로 열이 가득 고였다.
“흐으, 읏, 주인님…….”
아래가 더 흥분한다. 그가 헐떡이며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가 회초리를 눌러놓은 유두에서, 욱신거리며 찌르는 감각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여있는 자극이 그를 안달 나게 했다. 조금 더 세게 짓눌러 줬으면, 비벼 줬으면.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달아오른 몸이 자극을 찾기 위해 주춤 움직인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유두에서 올라오는 찌르는 자극이 좀 더 커졌다. 이미 가슴만으로도 지나치게 느끼는 몸이었다.
그는 다시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았다. 멈춘 손이 야속했다. 참아야 하는데. 얌전하게 있어야. 생각이 뚝뚝 끊겼다.
자신도 모르게, 그는 가슴을 조금 비틀었다. 그녀의 회초리 끝에 자신의 유두를 문지르는 식이었다. 찌르는 듯한 자극이 유두 안으로 긁으며 퍼져나갔다. 그가 가슴을 앞으로 움직이며 더 살을 비볐다.
순간 회초리 아래에 눌려있던 유두가 미끄러지며 퉁, 튀어 올랐다. 하으, 그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고는 스스로 놀라 굳었다.
“얌전하게 못 굴어서 혼나는 주제에 젖꼭지로 자위나 하려 들고.”
마르티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남창도 너처럼은 안 굴어. 아무 데나 비벼대기나 할 줄 알지. 쓸모는 조금도 없어서.”
그녀는 그대로 휴이의 성기가 내리쳤다. 둔탁하고 묵직한 회초리 끝단이 성기 아래를 거칠게 치고 지나갔다.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게 충격이 커서 휴이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확 엎드렸다.
흐으, 흐이, 으……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이었다. 이를 악문 턱이 덜덜 떨렸다. 그는 엉덩이와 허리가 들썩이며 고통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휴, 자세 똑바로 하고. 네 좆, 손으로 받쳐 들어.”
헐떡임을 삼켜내던 휴이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주인님. 덜덜 떨리는 긴장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마르티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적당히 혼냈더니 네 몸이 영 정신을 못 차리잖아? 그럼 제대로 맞아야지.”
주인님. 아, 안돼요. 흐으. 필사적인 고갯짓이 이어졌다. 보통 성기를 맞을 때는 회초리를 내리치는 방향대로 성기도 흔들리며 조금이나마 충격이 줄어든다. 하지만 손으로 받치면 그런 게 전혀 없다. 끔찍하게 아팠다. 휴이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보면서도 회초리를 다시 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다시 물었다.
“몸이 문제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어?”
“……맞아야, 흐윽, 맞아야 하는데…….”
그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을 흐렸다.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이 울컥, 눈물로 배어 나왔다. 그냥 성기를 맞는 거라면 얼마든지 괜찮을 거 같았다. 그가 엎드린 채로 엉덩이를 치켜든다. 개처럼 기어 마르티안에게 바짝 다가갔다.
“흐으, 주인님, 안돼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그가 자신의 뺨을 그녀의 발등과 발목에 대고 비볐다. 엊그제도 성기가 온통 붉어지게 맞았다. 소변을 보기 위해 잡을 때마다 맞은 살덩이는 계속 욱신거렸다. 거길 또다시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냥 맞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받치면서는 도저히 맞을 자신이 없었다.
“주인님, 매일, 매일 혼나서……흡, 못 견뎌요. 손 받치지 않고, 흐읏, 맞게 해주시면……얌전하게 맞을게요.”
그는 열심히 그녀의 발 밑에서 얼굴을 비비고 핥았다. 개의 애원은 보기 나쁘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그의 뒷머리를 밟아 눌렀다. 우읍, 말이 헐떡이며 끊어진다. 그의 코와 입이 카펫에 뭉개졌다.
“좆은 시도 때도 없이 세우면서, 또 엄살이야?”
그녀가 발에 힘을 주어 누를 때마다 카펫에 짓눌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와중에도 고개를 저으려 애쓴다. 우읍, 읍, 막힌 소리가 퍼졌다. 치켜들고 있는 그의 엉덩이가 같이 움찔대며 흔들렸다. 며칠간 매질했던 자국이 겹쳐 남아 있는 엉덩이였다.
“좋아. 네 좆은 그냥 맞게 해줄게.”
그 말에, 그녀의 발아래에 눌려 있던 머리가 움찔 움직인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발에 힘을 더 주어서 그것을 막아버렸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해. 때려줄 때마다 말해야 할 테니까.”
그녀가 회초리를 들어 휴이의 날개뼈와 등을 후려갈겼다. 묵직한 끝으로 내려치는 통증은 둔탁하고 깊었다. 그녀는 이미 검게 물든 부분을 연이어서 내리쳤다. 아픔은 쉽게 한계에 도달했다. 머리를 밟힌 채로, 그의 몸이 움찔거리며 비틀렸다.
“얌전히 굴라고 했는데, 이것도 못 참으면서 무슨 애원이야?”
그 말에 그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회초리가 다시 휘둘러졌다. 강도는 똑같았지만, 휴이는 제 몸에 힘을 주며 버티려 애썼다. 눈물이 들어차는 소리가 흘렀다. 주으, 흐으 주이. 울음 같은 헐떡임이 쏟아졌지만 제법 얌전하게 버틴다. 매질에 길들여진 몸을 내려 보며 그녀가 천천히 웃었다.
“네가 어디서 어떤 꼴로 맞게 될지는, 기대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