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09 (9/2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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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은 혼자 움직이기가 수월해진 때부터 아침마다 가벼운 관장을 하곤 했다. 매일 하던 습관대로,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불안해서다. 마르티안이 오전 내내 침실을 비우는 동안 론은 공허와 불안을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 했다. 그는 몸을 씻고 관리하고 뒤를 비우는 걸로 그 시간을 채웠다.

오늘은 의사가 오는 날이라서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그 준비를 마쳤다. 강박적인 성실함은 그의 삶이나 다름없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행동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미리 하지 않았다면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느라 침실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테니까. 욕실 안까지 침범하는 신음과 울음은 모두 백작이 내는 것이었다.

론은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다물었다. 자신이 교육 중이라는 걸 잊진 않았으니까.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어야만 마르티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그녀의 심기를 거스른 상태였다.

론은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주사식 관장기에 관장액을 가득 채우고 옆에는 작은 통을 놓아 두 번째 사용할 여분의 관장액을 담았다.

배를 비워 두었으니 더러운 것들이 나올 일은 없겠지만, 배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담고 있는 건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마개도 없이 잘 참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분명 애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애원. 론은 자신이 애원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단 생각을 했다.

“주인님……”

비참해지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버림받고 싶지도 않다. 더 예쁨받고 싶었다. 원하는 것들이 충돌한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는 비참함과 상처를 참아야 했고 예쁨받으려면 그녀가 주는 것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주제답게 굴어야 했다.

마르티안이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뿐이다. 참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견디기 어려워서 겁이 났고 버림을 받고 싶지는 않아서 마음이 바스라졌다.

“아…….”

툭 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론은 급하게 그것들을 손으로 닦아냈다. 이런 건 좋은 태도가 아니었으니까. 그는 서러운 마음을 어떻게든 누르려 노력했다.

움직일 게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준비 과정은 더없이 짧았다. 욕실 선반에서 회초리를 찾아내는 것도 금방 끝났다. 그는 구멍 매질용 회초리를 가져다가 앞서 준비한 것들과 함께 마사지용 간이침대에 올려두었다.

그는 그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신음하며 우는 소리, 애원하는 소리, 매질 소리와 비명 같은 헐떡임.

백작은 제멋대로였지만 동시에 마르티안이 원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욕망을 받아들이는데 어떤 문제도 없는, 그녀가 늘 말해왔던, 솔직하고 천박한 개.

“침대 위에서는 전혀 쓸데가 없으니까, 욕실로 가.”

그녀는 백작을 만나고 그에게 쓸모없다는 소리를 자주 뱉었다. 쏟아지는 비난들은 사실상 그와 백작을 비교하는 소리였다. 그녀는 론을 사용해서 백작에게 관장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오늘 침대 위에서 한 일은, 그의 몫은, 백작과 그녀의 관계에 흥을 돋우는 그 정도였다.

그게 모두 자기 주제를 배우는 교육인 것이다. 그녀의 교육은 그의 불안을 들쑤셨다. 앞으로 남은 그의 자리는 그게 전부일지 모른다. 생각이 마음을 쥐어짠다. 침실에서 주인님을 부르는 백작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주인님, 론 역시 그 단어를 중얼댔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으……. 흐으……, 흐윽…….”

제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를 안다. 이건 질투였다. 감히, 바랄 수 없는 것이었지만 늘 꿈꾸던 것을 가진 상대에 대한 질투.

백작은 마르티안을 주인님이라고 불렀지만 그 호칭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그는 마르티안의 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그녀와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위치였으니까. 다양하게 다른 관계로 그녀의 곁에 남을 수 있었다.

그에 반에 론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이 자리뿐이다.

마르티안이 자신을 개로 대하는 게 질린다고 하면 그래서 버리겠다고 하면 버려지는 것이 그의 끝이었다. 평소에는 자작님이라고 부르고 하인처럼 군다고 해도, 그 자리의 본질은 그게 전부였다. 론은 욕실 밖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벌을 서는 것처럼 밖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론은 깜박 잠이 들었다. 간이침대에 머리를 기댄 것이 문제였다. 얼핏 든 잠 속에서 그는 십 년 전쯤의 일을 꿈으로 꾸었다.

마르티안이 성향을 깨닫고는 한 번씩 남창을 데려왔을 즈음이었다. 론은 그때 침대 시중도 들었다. 그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져오고 근처에서 대기하며 그녀가 개에게 하는 것들을 보았다. 그녀의 의지에 의해서 엉망진창이 되는 게 개의 일이었다.

막 고삐가 풀린 마르티안의 성향은 가혹했고 소년 같은 외양의 개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는 상대를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흥분하지 못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고 그것을 견디게 할 때, 울고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을 때 흥분했고 만족했다. 개들의 외양은 점차 키가 크고 다부진 몸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욕심을 낸 것이다. 고통을 즐길 자신은 없었지만 고통을 버틸 자신은 있었으니까. 그것으로 그녀의 침대 위에 있을 수 있다면, 살을 맞대고 그 손이 제게 닿는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론은 마르티안에게 그녀의 개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철썩, 내리치는 소리와 싸한 통증으로 론은 잠에서 깼다. 눈앞에서 마르티안이 목욕가운을 입을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자작, 님?”

“교육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녀가 혀를 차고는 다시 손을 휘둘렀다. 살 내리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고 나서야 론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 상황을 기억해냈다. 그가 반사적으로 이를 꽉 물자 철썩하고 뺨이 다시 돌아갔다. 잠든 스스로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론은 겨우 입을 열었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정신 못 차리지? 교육 끝나고 따로 혼날 테니까 기억해 둬.”

“네, 주인님.”

그녀가 몸을 일으킨다. 론 역시 따라 몸을 일으키려다가 이내 엎어졌다. 다리로 통증이 번지며 저렸다. 그는 우스운 꼴로 허둥대다가 간이침대용 테이블을 붙잡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마르티안의 옆으로 백작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뺨과 눈가가 붉게 부풀어 있었지만 몹시 화려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는 혼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했다. 그의 시선은 론을 무시한 채 마르티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개의 자리에 있는데도 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순간 백작이 고개를 돌려 론을 보았다. 시선이 맞닿자 론은 움찔 굳었지만 그는 가볍게 웃고는 무릎을 꿇은 채 마르티안에게 몸을 기댔다. 그의 금발이 마르티안의 다리에 닿았다. 마르티안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백작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휴.”

“주인님이 좋아서요. 그냥, 질투도 나고.”

휴이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그녀는 방치하듯 상황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휴이는 겉으로는 느긋하게 굴었지만 속마음은 몹시 좋지 않았다.

자신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더 있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주인님, 그가 말하며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카락을 댄 채 다시 문지른다. 그리고는 가능한 화사하게, 그녀의 마음에 들게끔 웃어 보였다.

“왜 이렇게 치대. 간지럽게.”

마르티안이 결국 픽 웃었다. 론을 견제하는 모습이 하찮으면서도 귀엽긴 했다. 휴이는 자신이 경쟁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경쟁해야 하는지 그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챘다.

그에 반해, 론은 표정 관리도 못한 채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대놓고 알려줘도 움직이지 않는 개라니. 지금 론은 그저 서러워만 하고 있었다. 엉망인 태도를 고칠 생각은 못 하고 주인에게 섭섭해하면서.

그녀는 일부러 휴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론의 시선이 그것을 훔쳐보다가 이내 질끈 감겼다. 주인을 앞에 두고도 꼬리칠 생각보다는 그냥 상황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건 한심하고 멍청한 태도였다. 마르티안이 론에게 명령했다.

“론, 테이블에 엎드려.”

론이 테이블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 뭘 할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행동이 늦진 않았다. 그는 손을 뒤로 해서 스스로 엉덩이를 벌렸다. 꽉 다물린 주름이 점차 풀어진다.

마르티안은 론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 안쪽을 툭툭 쳤다. 더 벌리라는 뜻이었다. 그녀가 관장액이 가득 담긴 관장기를 손에 들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몸을 돌려 휴이를 보았다.

“제대로 보고 있어. 너도 곧 하게 될 테니까.”

휴이는 약간 당황한 얼굴로 그녀가 든 것을 보았다. 관장기의 모양새가 예상보다 더 무지막지했다. 그녀는 관장기의 투입구로 론의 구멍을 꾹 눌렀다. 끝이 둥근 투입구는 다물린 구멍에 비해 지나치게 커 보였다. 론이 신음을 흘리며 힘을 풀려 애썼다.

“흐읍, 흐으…….”

다물렸던 주름은 점차 벌어진다. 휴이가 감탄처럼 와, 하고 소리를 냈다. 순간 벌어지던 것이 움찔 닫혔다. 조금씩 박혀 들던 관장기 투입구가 그 반동에 툭 튕겨 나왔다.

“뭐 하는 거야? 이제는 뒷구멍도 제대로 못 벌려?”

그녀는 론의 엉덩이를 손으로 후려쳤다. 수치심으로 론의 귀와 목덜미가 모두 붉어졌다.

“흡, 주인님, 기, 긴장, 이, 읏, 흐으, 되어서…….”

“긴장? 아까 전에는 잠이나 자고 있더니 지금은 왜 긴장을 해? 뭘 신경 쓰느라?”

그녀는 다시 관장기를 들어 론의 구멍을 거칠게 짓눌렀다. 꽉 닫혀있던 곳이 힘에 눌려 억지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흐으, 큽. 강제로 벌어지는 고통에 론이 몸을 들썩였다. 힘을 풀려는 노력은 거칠게 짓누르는 고통에 금세 사라졌다. 론이 헐떡이며 신음을 뱉었다. 애원이 절로 튀어나오려 했다.

“휴, 잘 봐둬. 이따위로 구는 게 가장 쓸모없는 거니까.”

그건 비참한 지적이었다. 론은 입을 꽉 다물었다. 자신은 주인의 뜻에 따라 쓰이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걸 가르치려고 마르티안은 그를 이렇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만약 교육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자신의 애원을 들어주었을까, 부질없는 물음이 떠올랐다가 통증 속에서 금세 사그라졌다.

뒤가 강제로 벌어지며 둥근 입구가 주름 안쪽으로 처박혔다.

“흐으! 흐읍, 흐으…… 큭.”

마르티안이 예고도 없이 처박힌 것을 뒤로 물렸다. 론은 본능적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잡아 조였다. 둥근 입구가 안을 파고들었다가 뒤로 빠질 것처럼 확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안을 조일 때마다 구멍 안쪽을 얻어맞는 감각이 이어졌다.

필사적으로 견디고 나자 온몸이 헐떡거림으로 흔들린다. 아팠던 영향인지 아니면 마음이 괴로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쉽게 지쳤다.

“론, 지금 뭐 한 거야? 말해 봐.”

갑작스러운 물음에 론이 머뭇거리자, 마르티안은 예고도 없이 론의 안에 박힌 것을 빼버렸다. 주름이 강제로 벌어지고 삽입할 때와 다를 바 없는 통증이 타고 올랐다. 흐윽,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자 금세 피 맛이 올라온다.

아프고 고통스럽다. 이 교육이 고통스러웠고, 백작의 앞에서 하는 모든 행위가 너무 아팠다.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쓸데없이 울지 말랬지. 테이블에 올라가서 등 대고 누워. 다리는 들어 올리고. 네 구멍 잘 드러나게.”

명령에는 조금의 틈도 없었다. 론은 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고는 몸을 움직였다. 백작은 그의 그런 모습을 그저 구경하고 있었다. 그것을 참아내는 게 쉽지 않다. 론은 입술을 깨물며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자세를 잡았다.

마르티안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론을 테이블에 올리고 나니 아래에서 보기가 영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휴이에게 말했다.

“휴, 일어나서 내 옆으로 와. 그래야 제대로 보지.”

그 말에 휴이가 몸을 일으켜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이젠 아예 대놓고 구경하는 위치였다. 론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다리를 붙잡은 손으로 힘이 더 들어갔다.

마르티안은 다시 관장기를 들어 론의 구멍을 쑤셨다. 그의 아래는 방금 거칠게 들쑤셔지며 풀린 덕분에 아까보다는 수월하게 열렸다. 통증은 줄었지만 비참함은 훨씬 컸다.

마르티안은 아까와 똑같이 굴었다. 관장기를 뒤로 빼려는 것처럼 물렸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으려고 구멍이 잔뜩 긴장한다. 배에 근육이 확 잡혔다가 풀어졌다.

흐, 흐윽. 흡. 신음이 이어졌다. 론의 얼굴은 눈물로 인해 엉망이었다. 마르티안은 다시 물었다.

“지금 뭐 한 거야?”

“관장, 전에…….”

울음이 올라오는 것을, 론이 입술을 짓씹으며 간신히 참았다. 이건 벌 같은 거다. 처음 물어본 것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서, 제 주인의 성에 차지 못하게 굴어서, 답지 않게 주저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론은 엉망으로 올라오는 마음을 삼키며 겨우 말을 이었다.

“관장, 액, 흘리지 않게……. 조이는, 확인을……. 받았, 흐으, 받았, 습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울음이 쏟아졌다. 론은 필사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려 노력했지만 서러운 숨이 쉽게 잦아들지가 않았다.

마르티안의 시선이 대번 짜증으로 물들었다. 울음은 그녀가 하지 말라는 행동이었고, 서러움은 그녀가 주제넘다고 했던 감정이었으니까. 당장 도망치고 싶은데도 버림받는 것이 무섭다. 론이 헐떡이며 변명을 뱉어냈다.

“아파서 흡, 흐으, 주인님, 오, 오랜만에 해서, 흐윽, 너무, 아파서, 눈물이 자꾸, 흐으, 잘못, 했, 으읍, 흐읍…….”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는 서럽고 수치스러워서 울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이 짜증스러웠다. 론이 이렇게 구는 이유는 휴이 때문이었으니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로 인해 이런 꼴을 보인다는 게 거슬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론이 그런다는 게.

“눈물 그쳐.”

“흐윽, 주인, 흐읍……흐으! 아, 흐윽.”

마르티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관장기 입구를 반쯤 뺐다가 다시 쑤셔 넣었다. 구멍이 강제로 벌어졌다가 닫히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몇 번은 밭게 쑤셔 박았다가 구멍이 좀 더 풀어지자 크게 뺐다가 처박기를 반복했다.

비참함에 헐떡이던 숨은, 이내 아픔에 질려서 신음으로 변했다. 손으로 다리를 쥐고 있는 것도 어려워서 론이 팔로 오금을 감아서 붙잡았다.

“흐으! 아, 흐으……. 흐읍! 흐윽.”

“주인한테 예쁨받을 생각을 해야지.”

“우으, 읍, 흐으, 흐으…….”

“뒤 벌리는 거 하나 못하면서 질질 짜기만 할 게 아니라.”

관장기 입구를 깊게 밀어 넣자 론의 몸이 비틀렸다. 한동안 뒤도 쓰질 않아서 몸이 많이 닫혀있었던 탓이었다. 흐으, 흐윽, 고통 어린 호흡이 물기에 젖어서 이어졌다. 잘못했다는 소리가 신음으로 인해 뭉개졌다. 온 뺨이 다 눈물로 범벅이었다.

마르티안은 밀어 넣은 관장기를 흔들었다. 놀란 몸이 다시 긴장하며 굳는다. 우는 소리를 참지 못해서 그녀가 그렇게 구는 거라고 여긴 건지, 필사적으로 울음을 삼키려는 소리가 났다. 고통과 울음으로 젖은 얼굴은 온전히 그녀로 인한 것이었다. 론은 아픔에 질려서 휴이를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마르티안은 그제야 기분이 풀리는 걸 느끼고는 관장기를 고쳐 잡았다.

“한 번에 밀어 넣을 거야. 버텨.”

가득 담긴 관장액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처음에는 얌전하게 버티던 론이 거의 다 밀어 넣을 즈음부터는 몸을 부들거리며 떨었다. 아랫배가 살짝 부풀어진 상태에서 겨우 하나가 끝났다.

마르티안이 관장기를 빼내자 론의 온몸이 잔뜩 긴장했다. 혹여나 새기라도 할까 봐 지나치게 긴장한 모양새였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손에 들었다.

“맞을 거 있잖아? 맞고 더 넣자.”

회초리는 철사에 가죽을 감아 만든 회초리였다. 묵직하게 휘어지고 감겨서 구멍이나 성기를 때리기 좋았다. 그녀는 론에게 어디를 맞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이걸 준비했다. 오래 몸을 맞춘 개는 이런 부분에서 편했다.

마르티안은 허공으로 회초리를 가볍게 휘두르고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론의 아래 구멍에 회초리를 대었다.

론은 덜덜 떨었다. 덜덜 떨면서도 허벅지를 더 배에 붙이며, 오금을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준다. 그의 아래는 때리기 좋도록 한껏 드러났다. 그건 엎드려서 구멍을 벌리는 것보다 배는 더 수치스러운 자세였다. 구경하는 시선이 들러붙었다.

백작은 마르티안 곁에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서 있었다. 그가 마르티안을 향해 주인님이라며 불렀다. 똑같은 주인님인데도 그 호칭은 지금껏 론이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들렸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 앞이었다면…….’

론은 울고 싶은 마음을 겨우 견뎌냈다. 얌전하게, 고정된 자리에서 버텨야만 했다. 그게 마르티안이 원하는 일이었으니까. 회초리가 아래에 문질러진다. 다가올 고통을 견디기 위해 론은 이를 악물었다.

“흐으.”

회초리는 정확하게 아랫구멍으로 떨어졌다. 고통으로 아래가 꽉 다물렸다가 덜덜 떨리는 몸과 함께 조금 풀어진다. 마르티안은 다섯 대를 연이어 내리쳤다. 연한 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몇 대를 때리겠다는 말도 없이 이어진 매질이었다.

“흐으, 흡…….”

론의 몸이 벌써 벌벌 떨고 있었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붉어진 구멍을 문질렀다. 매질을 멈춘 상태인데도 아직 배에 힘이 꽉 들어가 있다. 쓸데없이 백작이나 힐끔거리는 것보다야 나은 꼴이었다.

“론, 얼마나 맞게 될 거 같아?”

그녀가 회초리를 다시 내리치며 물었다. 론이 몸을 비튼다. 이미 붉어진 얼굴이 고통을 참느라 엉망으로 찡그려졌고 긴장한 배가 부들거리며 떨린다. 더딘 대답을 이유로 그녀가 다시 회초리를 휘둘렀다.

“흐윽! 흐읍……흐, 주인님, 워, 원하시는……만, 흐으! 흐……만큼…….”

“아니, 네가 주제답게 굴 때까지야.”

마르티안은 틀린 것을 벌하는 것처럼 다시 내리쳤다. 흐으! 신음이 욕실을 메웠다. 딱딱하게 굳은 몸이 주춤 긴장을 풀자 다시 매질이 떨어진다. 온몸이 긴장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신음으로 물기가 들어차고, 손이 스스로의 몸을 쥐어뜯었다.

일곱 대 정도를 내리친 후 마르티안은 매질을 멈췄다. 매가 떨어지지 않자, 들어 올린 다리가 조금씩 옆으로 벌어지며 늘어졌다. 잔뜩 긴장했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한 배가 이전보다 더 부풀었다. 꿀렁거리는 소리가 작게 났다.

마르티안은 부어오른 주름을 회초리로 문질렀다. 몸이 다시 긴장한다. 언제 매질을 당할지 몰라서 불안하게 떨리는 눈이 그녀의 손을 쫓았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로 그의 아래를 툭툭 건드렸다. 부어오른 주름을 회초리가 쑤시듯이 조금 비집고 들어간다. 혹여나 안에 있는 것이 샐까 봐 긴장한 뒤가 들어온 회초리를 한껏 조였다.

“네 꼴이 지금 어떤지 알아? 뒤도 제대로 못 열고, 쓸데없이 수치스러워나 하고.”

“흐으……주인, 주인님…….”

“그게 내 앞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 론.”

그 말을 들으면서도 론은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회초리가 구멍에서 빠져나와 고환과 성기 밑동을 툭툭 건드렸다. 심하게 다쳤던 기억이 저도 모르게 떠올랐고 몸이 먼저 긴장했다. 덜덜 떨면서 두려움을 참느라 마르티안의 말은 그냥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흘러나갔다.

론은 휴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론의 몸을 보았다. 그가 보는 것은 론의 배였다. 관장액으로 잔뜩 부풀어 있는 배. 론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속이 꿀렁대며 움직였다. 조만간 쏟아낼 것처럼.

론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서 뒤로 줄줄 흘리는 모습 따윈 보이고 싶지 않다. 이런 꼴로 있고 싶지도 않았다. 숨이 헐떡이며 뱉어졌다.

“론. 누가 있든 주인에게 집중해야지.”

론은 그제야 마르티안을 보았다. 그녀는 보란 듯이 회초리를 들어 그대로 론의 아래를 후려쳤다.

“흐아아!”

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세를 무너트렸다. 몸이 옆으로 쓰러지며 잔뜩 웅크려진다. 신음보다 먼저 울음이 쏟아졌다.

“자세 다시 잡아. 다리 벌리고.”

“주인, 흐으, 흑, 주인님…….”

“다시 치료받고 싶어? 벌려.”

덜덜 떠는 몸이 자세를 다시 잡기 위해 움직였다. 몸을 다시 바로 하고 웅크린 다리를 벌리는 것만도 한참이었다. 참지 못한 마르티안이 그의 허벅지를 눌러 억지로 벌렸다. 축 늘어진 성기로 매가 떨어졌다. 론은 울며 몸을 비틀었다.

“정신 못 차리지.”

그녀는 매질을 멈추고 그의 아랫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론은 더는 몸을 비틀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었다. 꾹꾹 짓누르는 손길 따라 부풀어 있던 배가 강제로 울렁였다.

“흐으, 주이, 흐으, 하지, 하지 마세, 흐읍, 시, 싫습, 흐윽, 주인, 님……흐으, 읍.”

아랫배 통증이 거세진다. 마르티안은 그의 배를 한계까지 자극하고는 손을 뗐다. 누르는 손은 멈췄지만 이미 뒤집힌 속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들어 론의 아래 구멍을 툭 건드렸다. 제발, 주인님. 울며 비는 소리가 울렸다.

비참함으로, 수치로,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이 그녀에게 애원했다. 주인님, 서러운 울음이 쏟아졌다.

“멍청하게 굴기는.”

그녀가 론의 뒤를 회초리로 후려쳤다. 고통으로 그의 뒤가 확 다물렸다가 이내 완전히 풀렸다.

한껏 담아두었던 희뿌연 관장액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더러운 것들이 나오진 않았지만 뒤로 질질 흐르는 꼴은 그 자체로 수치스럽고 비참한 법이었다. 론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누가 가리래! 주제답게 못 해?”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다시 구멍을 내리쳤다. 그때마다 론의 뒤는 왈칵거리면서 속에 있는 것을 더 뱉어냈다. 그는 손을 내리고는 제게 쏟아지는 매질을 견디기 위해 노력했다. 우느라고 시야가 희뿌연 것이 다행이었다.

“흐으, 흐윽! 주인님……으읍, 흐으…….”

밀어 넣은 것이 거의 다 밖으로 흘러나오고 나서야 마르티안은 때리던 것을 멈췄다. 구멍만이 아니라 회음부와 엉덩이, 허벅지도 여기저기 후려친 탓에, 론의 아래는 붉은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마르티안은 부어오른 구멍을 회초리로 꾹 누르며 물었다.

“이따위로 질질 흘리면, 어떻게 해야 해?”

“흐, 흐읍, 다시, 다시 관장액을 바, 받아서 처음부터…….”

“그래. 흘리면 처음부터야, 알았어?”

마지막 확인은 론에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옆에 서 있는 휴이를 바라보았다. 휴이가 머뭇거리는 낯으로 서 있다가 그녀의 재촉하는 시선에 겨우 네, 라고 대답한다. 경직된 얼굴은 그 와중에도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야해 빠져서…….’

그녀는 회초리로 휴이의 유두를 툭툭 쳤다. 관장액으로 젖은 회초리가 닿자 그의 얼굴이 순간 찡그려졌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녀는 보란 듯이, 이번에는 그의 뺨을 회초리로 툭 쳤다. 눈치 빠른 개는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그가 머뭇대며 물었다.

“관장,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매번 맞는 건가요?”

“왜? 앞에 맞으면서 싸보니까. 뒤도 맞으면서 싸고 싶어졌어?”

회초리가 휴이의 성기를 건드린다. 남창보다 더 천박한 몸은 회초리가 닿는 것만으로도 움찔 떨었다. 마르티안은 그런 휴이가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답이 늦는 건 문제였다.

그녀가 성기를 조금 세게 내리쳤다. 그가 끅, 신음을 뱉었다.

“대답.”

두 번째 회초리가 붉게 줄을 남긴다. 그가 신음하며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누가 고갯짓하래?”

“잘못했, 흐읏! 뒤에 맞는, 흐윽, 읏, 너무, 하윽! 아플 거 같아서…….”

“매번 입만 엄살이지.”

마르티안이 발기한 것을 툭툭 두들겼다. 아까보다 더 단단해졌다. 흥분으로 물든 귀를 하고도 휴이는 더 맞을까 봐 눈치를 봤다. 가혹한 고통에서도 발기가 풀리지 않는 주제에 아픔에는 익숙하지 않은 몸이었다.

마르티안은 발기한 그의 성기를 손으로 잡아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흐윽, 주인님. 그러면 아프, 흡, 아파요.”

“아프기만 한 거 아니잖아? 쥐고 흔들어봐.”

“아, 그, 그럼 너무 흥분해서……. 쌀 거, 하윽.”

“참아야지. 참으면서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흔들어.”

마르티안이 손을 떼고는 관장기를 들었다. 비어있는 관장기에 다시 관장액을 가득 채우는 동안, 휴이는 제 것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움찔거리는 몸이 흥분 때문에 점차 어찌할 바를 모른다. 흥분으로 물든 얼굴이 그녀를 향해 애원했다.

“싸, 쌀 것, 읏, 주인님, 흐으, 제발 그만하, 흐읏, 그만하게…….”

“지금 싸면 이번에는 네 배에 밀어 넣을 거야. 뒤로 질질 싸고 그 위에서 뒹굴고 싶으면 싸.”

“흐으, 시, 싫어요……하으…….”

그가 울상인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르티안은 다시 고개를 돌려 론을 내려 보았다. 뒤로 실컷 쏟아낸 뒤라서 고통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아까와 다를 바 없이 굳어있었다. 론의 시선이 그녀를 피해 옆으로 돌아간다. 또, 피하는 것이다.

‘멍청하게 굴기는.’

마르티안은 론의 배 위에 관장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휴이에게 말했다. 그만해. 겨우 자위를 멈추게 된 휴이가 칭얼대며 그녀에게 기댔다. 열심히 참았어요. 그런 말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휴이쪽으로 몸을 돌려 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바짝 끌어당기자 서로의 하체를 맞닿는다.

딱딱하게 발기한 것이 그녀의 몸에 눌렸다. 흐으읏, 휴이가 긴 신음을 뱉어냈다. 마르티안은 픽 웃고는 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처음 뒷구멍 벌리는 날 어떻게 해달라고 했어?”

“하으, 흡, 흐으, 주인님이 하루 종일, 바, 박아 준다고……흐으, 엉덩이, 너무 벌리, 지 흐으…….”

“왜? 네 좆은 좋다고 꿈틀대는 거 같은데?”

그녀는 휴이의 엉덩이를 양옆으로 한껏 벌렸다. 구멍 주름까지 당겨져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휴이는 터질 것 같은 아래를 참기 위해 숨을 조절했다.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더듬다가 이내 구멍을 꾹 찔렀다. 흐으응, 새된 신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하루 종일 박히려면 제대로 굴어. 아프다고 엄살 부리지 말고.”

“네, 흐으, 흐응, 엄살 안 부리고, 잘, 흐읏, 잘할게요.”

가볍게 쑤시는 자극에 그가 입술을 깨문다. 앞을 흔들면서 느꼈던 흥분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라서, 뒤의 작은 자극에도 몸이 쉽게 달아올랐다.

“관장할 때 질질 흘리지 말고, 제대로 조이고.”

“흐으, 네, 흐응, 주인님. 조일……흐응, 흣.”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철썩 내리쳤다. 휴이는 몹시 치대며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렸다.

론의 배에 놓아둔 관장기가 그대로 있었다. 론은 얌전히 있었지만 부어오른 눈으로 눈물이 가득했다.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가 휴이에게서 멈췄다.

휴이는 그것을 느끼고는 보란 듯이 마르티안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그건 주저함이 조금도 없는 태도였다. 그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며 말했다.

“잘 배워서 잘할게요, 주인님.”

그는 마르티안의 어깨와 목덜미에 계속 입을 맞췄다. 론이 그것을 오래 보지 못하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 순간, 론의 구멍으로 거칠게 관장기가 삽입됐다. 으웁! 론은 고통에 질려 신음을 뱉었다. 마르티안이 그에게 말했다.

“서럽고 억울하기만 하지? 네가 멍청하게 구는 거는 생각도 못 하고.”

마르티안은 그렇게 말하며 론의 뒤를 들쑤셨다. 구멍은 이전보다는 훨씬 쉽게 벌어졌다. 줄줄 흘러내린 관장액이 윤활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론은 아까보다 더 고통스러운 얼굴로 헐떡였다. 눈물이 잔뜩 쏟아진다. 마르티안은 그런 것을 조금도 배려해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두 번 다 바로 밀어 넣을 거야.”

“네, 흐으, 주인님.”

“또 질질 흘리면 처음부터 다시 밀어 넣을 거고.”

론이 여분으로 만들어 둔 관장액은, 앞으로 몇 번을 더 채울 수 있을 양이었다. 이런 건 잘도 해놓으면서 정작 제 주인에게 집중할 줄은 몰랐다. 몇 번을 가르쳐도 멍청하게 구는 개는, 주인의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런 꼴로는 오래 가기 어려운 법이다. 그녀가 경고하듯이 말을 뱉어냈다.

“똑바로 굴어.”

마르티안은 거세게 관장액을 밀어 넣었다. 긴장한 엉덩이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론은 버거워하며 울면서도 한마디 애원도 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

그건 일종의 고집이자 회피였다. 론의 시선은 욕실 천장에 못 박혀 있었으니까. 그는 노골적으로 상황을 피하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관장액을 모두 밀어 넣고, 관장기 입구를 더 깊이 쑤셔 넣어 몇 번 들쑤셨다. 관장액이 마구 휘저어졌다. 부풀어 오른 배가 그때마다 출렁이며 우글댄다. 아직 관장기를 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또 뒤로 흘리게 될 게 뻔했다. 론은 고통 속에 헐떡이다가 저도 모르게, 제 주인을 불렀다.

“자기 자리도 모르면서, 애원은 뭐하러 해?”

그녀가 관장기를 거칠게 뒤로 물렸다. 론이 아래를 확 조였다. 거칠게 처박고 뒤로 빼는 감각이 몇 번을 반복됐다.

그가 애원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 같아서 론은 울며 제 숨을 삼켰다.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들었지만 마르티안은 계속 화를 냈다. 퍽퍽 소리가 나게끔 안이 들쑤셔진다. 이내 아래에서 관장기가 쑥 뽑혔다.

“흐으, 흐아……흡…….”

론은 벌어지는 아래를 필사적으로 조였다. 마르티안이 명령했다.

“내려가서 무릎 꿇고 있어.”

끝나는 시간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그녀가 원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걸 뜻했다. 벌써 배가 우글거리는 상황이었다. 론은 잔뜩 긴장한 채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또다시 시선을 아래에 두었다. 마르티안이 다시 말했다.

“고개 들어.”

그제야 론이 고개를 들었다. 배변감을 참기 위해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다리 사이로는 늘어진 성기가 있을 뿐이다. 그는 이 상황에서 전혀 흥분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피학 성향이 전혀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론은 그녀에게 맞춰서 이 자리를 버텨왔을 뿐이었다.

“저도, 자작님의…… 개가 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할 수 있도록…….”

마르티안은 론의 처음을 떠올렸다. 얼굴이 전부 붉어져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상대를 찾아서 데려오는 것도, 달밤가를 매번 오가는 것도, 약간은 귀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렇다고 대놓고 침실 노예를 들이기에는 그녀의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적당하게 시기가 맞아서, 마르티안은 론을 받아들였다.

론은 가학에는 아무 재주가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흥분하도록 가르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픔이 지나치면 금세 죽어버렸다. 그가 십 년간 애첩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론 스스로가 맹목적으로 마르티안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론의 앞에 서서 축 늘어진 성기를 발로 눌렀다.

“흐으, 흣.”

론의 얼굴이 잔뜩 굳어진다. 몸에 힘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긴장하자 아랫배가 더욱 아파왔다. 이대로 뒤로 흘리면 다시 관장을 해야 했다. 다시 테이블에 올라가 다리를 올리고 쑤셔져야 하는 것이다. 또다시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론의 시선이 다시 휴이에게 닿았다. 그는 여유롭게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개로 취급했지만 그가 가진 자리는 론이 있는 자리와 전혀 달랐다. 그는 마르티안의 아래에서 겪는 모든 일을 조금도 비참하게 여기지 않았다.

론은 그가 수많은 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관계로 마르티안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맹목적이지 않은 관계는 어떤 행위에도 비참해지지 않는다. 론은 그게 부러웠다. 자신이 가진 자리는 그저 너무 비참하고 보잘것없었다.

“또 쓸데없이, 굴지.”

그 말에 론이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그녀는 짜증이 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전날에 다정하게 굴어주던 것들이 떠올라서 론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쁨받고 싶었지만 감정은 그저 헤맬 뿐이었다. 마르티안의 미간이 더없이 잔뜩 찌푸려졌다.

“주인, 님. 흐으…….”

론은 울음을 삼켰다. 마르티안의 앞에서 그는 끝없이 보잘것없어졌다. 그의 가치는 그녀가 그를 예쁘게 보아주고, 다정하게 굴어주어야 올라갔으니까. 론은 무기력하게 울며 그녀를 보았다. 그가 주저앉은 자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리였다.

마르티안의 발이 론의 아랫배로 놓인다. 의도가 분명한 행동에 론이 잔뜩 긴장한 채로, 마르티안을 다시 불렀다. 그녀가 조금만 힘을 가하면 론은 또 뒤로 질질 흘려야만 했다. 그게 싫었다. 그의 시선이 마구 흔들리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흐으, 흑, 주이, 흐읍, 주인님.”

마르티안은 론의 턱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여기에 누가 있든 나만 신경 써야지. 내가 네 주인이니까.”

론에게 피학 성향이 없긴 했지만, 고작해야 관장정도로 괴로워하거나 서러워하지는 않았다. 다시 싸버리게 한다고 해도, 평소의 그였다면 크게 반항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늘 만족스럽게 굴었으니까.

론이 이렇게 구는 건 결국 휴이 때문이다. 마르티안은 그것이 몹시 짜증스러웠다.

개가 다른 개를 견제하고 싫어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주인 앞에서 더 잘하는 게 아니라, 주인을 원망하고 외면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주인보다 견제하는 상대를 더 신경 쓰는 태도였다.

그녀는 론에게 말했다.

“론,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그럼 더 잘해야지. 더 예쁘게 굴고. 이따위로 구는 게 아니라.”

“흐으, 흡, 주인님.”

“내가 이런 걸 예뻐할 거 같았어? 개새끼가 제 주인도 신경을 안 쓰고 버르적대고만 있는데? 십 년이나 내 곁에 있었으면 그 정도는 알았을 텐데…….”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론을 보았다. 몇 번이나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는 게 이제는 지겨웠다. 다른 개였다면 애초에 끊어냈을 것이다.

주인의 짜증을 일으키는 애첩이라니. 애초에 곁에 둘 이유가 없다. 상대가 론이라서 많이 참은 것뿐이었다.

“흐으, 주인님…….”

그녀의 개는 그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제대로 이해하긴 했을까. 이해는 못 했어도 마르티안이 자신을 내치려는 기색만큼은 읽었을 것이다. 주인님, 덜덜 떠는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머뭇거리는 손이 그녀를 붙잡으려 들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무심하게 쳐냈다.

“처음부터 말했지? 버티기 어려울 거라고.”

“주인님, 흐으, 주인님, 주이, 흐으……잘못, 잘못했…….”

“아니. 잘못한 거 없어. 사실 너, 개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잖아.”

그녀는 지금껏 묵인하던 사실을 꺼냈다. 그건 그녀와 론의 관계를 지탱해왔던 얄팍한 정당성을 무너트리는 말이었다. 버리기 위해서 하는 말. 론의 얼굴이 눈물과 함께 일그러졌다.

순간 마르티안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발 역시 그의 아랫배를 가볍게 누르다가 떨어졌다.

“십 년쯤 했으면 많이 버텼지. 성향도 없으면서 억지로 하는 거.”

그녀가 말을 마쳤을 때였다. 론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손 치워. 그녀가 말했지만 론의 손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다. 론은 그녀의 발을 다시 끌어서 다시 자신의 아랫배에 다시 올려두었다.

“주인님, 흐읍, 어, 억지로 아니니까……흐으.”

론은 울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처음부터 그녀는 한 가지만을 요구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고 그녀가 원하는 모양으로 있으라고.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예쁜 모습’이었다.

론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그것들을 내팽개쳤다. 개로 있지만 개 이상의 무언가가 되고 싶어서, 혹은 버림받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결국은 자신의 감정들을 못 이겨 그는 계속 엉망으로 굴었다.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태도는 정반대였다.

“예쁨받을 생각이나 해. 그게 네 주제니까.”

마르티안은 그걸 말해주기까지 했었는데, 그는 그걸 그냥 흘려버렸다. 백작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그와 경쟁하려 하지 않았고, 그냥 그녀가 자신을 더 예뻐해 주길 바랐다. 무언가를 차별을 둬주길 바랐다.

십 년을 거둬줬던 것에 기대어서 막연하게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주인을 실망시켰다.

마르티안이 무감하게 말했다.

“론, 그만 놓고 나가.”

눈물이 여지없이 떨어졌다. 잘못했다고 빌고 싶었지만 이제 그거로는 마르티안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이 반복에 질려서 그를 버리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론은 자신의 배에 놓인 마르티안의 발을 보았다.

그의 손이 억지로 붙잡고 있어서 아직은 그의 몸에 닿아있는 발이었다. 자신을 아직 버리지 않아서, 그냥 가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무심한 시선이 그를 겁먹게 했지만 론은 그것을 참아냈다. 숨이 버겁게 삼켜진다.

“주인님. 흐읍, 흐으……. 주인님 발에 밟혀서, 흡, 이대로, 흐으……싸고 싶습니다. 싸게, 싸게 해주세요.”

론은 그녀가 좋아하는 천박한 모양으로 말했다. 그녀가 말했던, 예쁨받을 노력이 그런 것임을 알았으니까. 제 주인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하는 게 노력이었다. 다른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래도 더 풀어지게……흡, 관장도 더 받고 싶습니다. 주인님, 흐윽, 제가 할 수 있게, 밟아서……흐으, 흐윽…….”

마르티안은 귀찮다는 얼굴로 발을 떼어냈다. 버림받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필사적으로 구는 건 이미 몇 번이나 보았다.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론은 애첩일 뿐이었고 마르티안은 정식으로 옆에 둘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굴지밖에 못 한다면 그녀의 곁에서 오래 있진 못할 게 뻔했다.

“이제 와서 억지로 할 필요 없어.”

“아니, 아닙니다. 제가 워, 원해서, 흡, 흐윽…….흐으……정말로, 제가 원해서…….”

마르티안은 애원하는 개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불쌍하긴 했지만 불쌍하다고 그냥저냥 보아 넘긴 건 지금껏 해 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버림받기 싫어서 이렇게 구는 거잖아. 지겹게 굴지 마.”

“……주인님이 예뻐하지 않으셔도, 흐읍, 그래도 예쁘게, 예쁘게 행동, 할 테니까……. 주인님, 제발…….”

론은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그녀는 그가 가지고 싶은 세계의 전부였다. 가지고 싶은 것. 사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인이 개의 소유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개라면 제 주인의 소유물이 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 세계에서 사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머리로는 모두 알고 있던 일이었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게 너무 길었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흡, 대로, 하겠습니다. 흐으, 흐윽, 있으라면 있고, 흡, 벌리라면 벌려서……흐욱.”

마르티안이 론의 뺨을 내리쳤다. 그는 얌전하게 버텼다. 마르티안은 론을 내려 보다가 휴이를 불렀다.

“내 뒤에서 가까이 와서 있어, 그래야 보기 편하지.”

그 말에 휴이가 그녀의 뒤로 바짝 달라붙었다. 그는 엉망인 론을 보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르티안의 목덜미에 이마를 비비고는 입을 맞췄다.

그녀는 그것을 방조하며 론의 뺨을 한두 대 더 내리쳤다. 론의 얼굴로 눈물이 한껏 차올랐지만, 이제는 보이는 것을 피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제야 마르티안은 론이 애원했던 대로 그의 아랫배에 발을 올렸다. 젖은 얼굴이 긴장으로 경직된다. 그녀는 발에 힘을 주자, 론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퍼졌다. 반사적으로 경직되는 배를 그녀가 힘주어 눌렀을 때였다.

휴이가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에 핥아내며 가볍게 빨았다. 그건 론의 위치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과 태도였다. 마르티안은 그걸 내버려두며 가볍게 말했다.

“휴, 그만 치대고 제대로 봐.”

론은 두 사람이 구경하듯 내려 보는 것을 마주 보았다. 구경거리가 되는 건 아까와 다를 바 없었다. 아랫배를 짓누르는 발에 힘이 가해진다. 론은 감정을 억눌렀다.

여기서 그녀가 원하는 모양대로 있는 게, 그게 그가 해야 할 노력이었으니까. 론은 스스로 배에 힘을 풀었다. 뒤가 벌어졌다.

“흐으, 흣, 흐읍……으으……흐윽…….”

벌어진 구멍으로 가득 담겨있던 관장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희뿌연 액체들이 그의 발목과 종아리를 적시고는 바닥으로 고여 들기 시작했다.

비참한 감각들 속에서도 론은 그녀의 무릎에 입을 맞췄다. 무심한 발짓은 계속 이어져서 그때마다 배 안에 남은 것들이 울컥거리며 흘러나왔다.

“주인, 흡, 주인님. 하윽, 감사, 합니다. 흐읏.”

“감사에는 이유를 붙여야지.”

그녀가 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자신을 보게 했다. 론의 시선이 그녀를 마주 본다. 휴이 앞에서 이렇게 대하면 그저 피하려고만 하던 예전과는 달랐다. 론이 감사한 이유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였다.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네게는 입질하라고 허락 안 했어.”

“아……. 흐읍, 네, 주인님.”

눈물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는 이전처럼 감정에 휩싸여 울진 않았다. 때마침 휴이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빨았다. 보란 듯 핥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그건 마르티안이 만들어낸 차별이자 론이 가지고 싶었던 예외였다.

론은 비참함을 느꼈지만 그것들을 참아냈다. 마르티안이 다시 물었다.

“감사한 이유가 뭐야?”

“발로, 밟아 주셔서…….”

마르티안이 그의 뺨으로 내리쳤다. 답이 틀렸다는 뜻이다. 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쌀 수, 있게 해주, 흣.”

“다시. 제대로 말해.”

“흐, 뒤로, 흐으, 질질 싸게, 해주셔서…… 흐읍, 뒤,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로 뺨을 흠뻑 적신 채로, 론은 말을 제대로 뱉기 위해 애썼다. 뒤로 관장액이 뚝뚝 떨어졌다. 눈앞으로는 마음껏 마르티안에게 치대는 휴이가 보였다. 비참한 감정이 고개를 들며 온 마음을 들쑤셨다.

론은 그 괴로움을 외면했다. 그런 감정들은 그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 뿐이었으니까.

예쁨받고 싶다. 마르티안의 시선이, 그녀의 손이 자신에게 더 오래, 더 깊게 머물렀으면 했다. 론은 자기자신을 내려놓았다. 가장 예쁨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예쁨을 받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욕망은 도리어 자유로워졌다.

“주인님, 다시, 흐읏, 다시 넣어주세요……. 흐읍, 뒤가 더 풀려서, 흣, 더 잘, 받을 수 있게…….”

관장은 반복할수록 더 참기 어려워진다. 반복하면 할수록 점점 더 엉망인 꼴로 질질 싸게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론은 애원했다. 그것으로 마르티안의 시선을 잠시라도 차지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된다.

휴이의 앞이라는 것도 상관없었다. 비참함과 불안은 힘을 잃었다.

마르티안은 표정을 조금 풀었다. 완전히 아래를 적신 개는, 그저 그녀에게 예쁨을 받고,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서, 스스로 더 수치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울고 있었다. 휴이가 보고 있든 말든 더 이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순간 휴이가 그녀의 귀를 가볍게 물었다. 주인님, 칭얼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마르티안은 몸을 돌려서 그의 뺨을 가볍게 내리쳤다.

“입질도 적당히 해야지. 제대로 안 봐?”

“주인님, 관장하는 건 이미 다 봤는데…….”

그는 눈치 보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뱉었다. 달라붙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과시하는 태도였다. 휴이는 눈치 빠른 개였고 그래서 그녀의 앞에서 예쁨받는 것으로 상대를 견제할 줄 알았다.

마르티안은 그의 태도를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일부러 내버려 두었다. 개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데 주인이 나설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건 개들이 알아서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그녀는 그저 예쁜 개를 예뻐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구는 걸 내버려 둔다는 건 아니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성기를 꽉 움켜쥐었다.

“아래는 잘도 세워놓고 이제 와서 무슨 투정이야?”

“흐으, 주인님. 그치만, 하으, 저 알려 주려고, 흡, 시키는 거라고, 흐읍, 주, 주인님이……흐으, 흐응.”

마르티안은 주무르던 손을 떼어냈다. 약아빠진 개는 그녀가 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이용해서 대답했다.

상황을 읽고 상대의 말을 기억해서 제게 유리하게 판을 짜는 건, 정치적인 것에 익숙한 귀족의 태도였다. 입으로는 개로 살고 싶다고 안달을 내면서도 그는 그가 살아왔던 대로 굴었다.

마르티안은 손으로 달아오른 성기를 세계 내리쳤다. 흐으! 비명 같은 신음이 토해졌다. 네 번을 연달아 내리치자 그의 등이 굽어졌다.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흔들다가 바닥으로 내팽개치듯이 놓았다. 벌거벗은 몸이 엎드리듯 무릎을 꿇었다.

“그래, 너도 배우긴 배워야지.”

휴이가 끙끙대면서도 그녀의 다리에 붙어온다. 잘 배울게요, 치대며 하는 소리가 흥분으로 달아있었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론을 바라본다.

폭력적인 태도에 더 흥분한 휴이와는 달리, 그는 잔뜩 젖은 얼굴로 그저 그녀만을 보고 있었다. 아래가 관장액으로 흠뻑 젖어있지만 조금도 흥분하지 못한 몸이었다.

그녀는 관장액 통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발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 그녀의 고갯짓에 개 두 마리가 그 뒤를 기어서 따랐다.

마르티안은 침실 서랍에서 모조 성기가 달린 벨트를 꺼냈다. 벨트 안쪽과 바깥쪽 모두 모조 성기가 달려있어서 그녀에게도 자극이 많이 오는 도구였다.

원래 같았다면 앞에만 모조 성기가 달린 것을 차고 론을 오래 괴롭혔겠지만 지금은 휴이에게 교육을 겸해야 하니 일부러 그것을 골랐다.

개가 되고 싶다면, 제 몸의 모든 것으로 주인을 만족시킬 줄 알아야 했으니까. 휴이가 배워야 하는 건 그런 것들이었다.

“론, 백작님 위에 엎드려. 백작님과 반대방향으로. 그래야 백작님이 네 아래를 보지.”

침대에는 휴이가 이미 누워있었다. 그는 침대 아래에 머리를 두고 거꾸로 누워있는 상태였다. 마르티안이 그렇게 누우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론은 그 위로 올라가 엎드렸다.

머리 방향이 반대로 있다 보니 휴이는 어쩔 수 없이 론의 가랑이 사이를 보아야 했다. 론의 고환과 성기는 관장액에 젖은 상태로 늘어져 있었다.

몹시 더럽다. 휴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 상태로 핥게 하는 건 아니겠지.’

마르티안이라면 얼마든지 시킬 것 같았다. 상상만해도 역겨운 일이라서 휴이는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을 봐주길 원해서 일부러 도발하긴 했지만, 이런 꼴이 되고나니 후회가 된다. 휴이가 고개를 더 뒤로 젖혀서 마르티안을 찾았다. 그녀가 뒤척이는 개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만히 못 있어? 입질이나 할 줄 알지.”

그녀가 벨트에 달린 모조 성기로 휴이의 뺨을 아무렇게나 꾹 찔렀다. 흉물스러운 것으로 뺨을 희롱당하고 있으려니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애첩의 아래에 누웠다는 것도 그랬다. 태어나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앞으로도 겪을 일 없을 꼴이었다. 누가 감히 그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마르티안은 그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고는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굴었다. 그 모든 것이 수치심으로 연결된다. 반사적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좆이 움찔거렸다.

“아주, 제 좆만 세울 줄 알지. 혀도 못 쓰는 주제에 엄살부터 떨고.”

“엄살을 부리려고 한 거 아닌, 흐으, 주인, 컥…….”

뺨을 툭툭 건드리던 모조 성기가, 그의 입술을 벌리고 안으로 푹 박혔다. 말랑한 질감이었지만 둘레가 크고 길어서 금세 목을 막았다.

마르티안은 모조 성기로 휴이의 입과 목 안을 들쑤셨다. 욱욱 대며 버티는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 그녀는 한참 고통을 주다가 처박은 것을 쑥 빼냈다. 컥, 흐억. 그의 입으로 타액이 줄줄 흘렀다. 그녀는 휴이의 얼굴을 잡아 위를 올려보게 했다.

“입 벌린 채로 있어. 이대로, 고개 돌리지 말고.”

“……네, 흡, 주인님.”

그는 얼굴을 붉게 물들은 채 대답했다.

마르티안은 보란 듯이 휴이의 얼굴 위에서 도구를 찼다. 질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안쪽의 모조 성기에 그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녀가 벨트를 완전히 고정하자 안으로 들어간 것보다 훨씬 길고 커다란 모조 성기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툭 불거졌다. 아래에서 올려보는 것은 지나치게 커다랗게 보였다.

방금 그가 입으로 물었던 것이었다. 휴이는 제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모조 성기가 애첩의 뒤를 툭툭 두들기는 것을 보았다.

“론, 윤활제 없이 할 거야. 어차피 관장액이 좀 남아있을 테니까, 그걸로 버텨.”

마르티안이 론의 허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론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의 몸은 잔뜩 긴장했다. 그 고통을 알기 때문이었다. 관장액은 물에 가까워서 미끈거리고 질척이는 윤활제와는 완전히 달랐다. 뒤가 덜 풀린 상태로 윤활제 없이 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세 제대로 버텨. 못 버티면 그만큼 나중에 더 혼날 테니까 정신 차리고.”

“네, 주인님, 흐으……흣, 으으……”

론이 자세를 버티려고 힘을 주자, 빠듯하게 벌어지는 구멍이 자꾸 다물린다. 본능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움직임이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손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내가 이따위로 굴라고 가르쳤어?”

“흐으, 아니, 흐읏, 히, 힘 풀라고……. 흐윽, 주인, 님…….”

“그래, 주인이, 후으, 박아 주면 뒤를 열어야지. 힘 빼.”

“흐으, 아아!”

긴장하는 내벽을 무시하며 마르티안은 그대로 밀어넣었다. 거칠고 빠른 삽입은 아니었지만 쉬는 텀 없이 끝까지 밀어붙이자 론의 몸이 비틀댄다. 고통으로 헐떡대는 숨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허리를 완전히 밀어붙인 이후에 잠시 멈췄다. 덜덜 떨리는 론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느껴졌다. 가볍게 쓰다듬는 손길에도 온몸이 흠칫댄다. 그 겁먹음이 만족스러웠다.

“박아줄 때는, 어떻게 굴라고 했어?”

그녀가 몸을 뒤로 물리면서 물었다. 론은 신음을 뱉어냈다. 꽉 들어찬 것이 내벽과 함께 밀려 나가는 감각은 배설하는 쾌감과도 닮았다. 물론 그건 공들여 익숙해진 상태에서나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론은 내벽이 쓸리는 감각을 견디며 말했다.

“흐으, 뺄 때, 흣, 빠지는 거, 마, 막는 거, 처럼 흐읍, 조이고……흐으.”

헐떡이는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마르티안이 빼낸 것을 다시 처박았다. 살이 맞닿아 철퍽 소리가 났다. 신음조차 뱉어내지 못한 채로 론의 팔이 반쯤 꺾였다. 등의 근육들이 잔뜩 경직된 상태로 버텼다.

마르티안이 론의 목 뒤를 붙잡고 아래로 눌렀다. 버티는 힘이 손으로 느껴졌다. 자세를 무너트리지 말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명령이 아니었더라도 버티긴 했을 것이다. 이대로 얼굴을 아래로 처박고 싶진 않을 테니까. 휴이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처박게 되는 건 론의 입장에서도 싫은 일이었다.

그녀는 론의 목덜미를 잡은 채 처박은 아래를 뒤로 반쯤 물렸다가 앞으로 쳐대며 안을 들쑤셨다. 거칠고 깊게 처박는 건 아니었지만 속도가 빨랐다. 턱턱 소리가 날 때마다 론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흐읍, 흐으, 흐윽……흡, 윽……주인, 님……흐으, 조금만……천, 천히……흐으.”

들이치는 속도를 버티다 못한 그가 결국 애원하기 시작했다. 벌어지는 내벽이 처음 마르티안을 받았을 때만큼이나 버겁게 아팠다. 아니 고통 자체가 버거웠다. 오래 아프지 않은 채로 있었으니까. 편한 것에 익숙해진 몸은 괴로움을 더 크게 받아들였다.

어떻게든 배운 대로 노력하려고 해도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다. 론의 내벽이 들이치는 것을 엉망으로 물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론, 배운 거 말해야지. 내가 너한테 애원하라고 한 거 아니잖아.”

“흐으, 흐읏! 아, 흐윽.”

마르티안은 밀어붙인 하체를 더 깊게 비비벼 쳐올렸다. 한계까지 처박힌 것이 내벽을 들쑤신다. 론은 몸을 비틀며 신음을 쏟아냈지만 마르티안은 멈추지 않았다. 제대로 말을 뱉어내지 않으면 이대로 계속하겠다는 뜻이었다. 론이 침대보를 움켜쥐며 겨우 입을 열었다.

“바, 박아, 흡, 주시, 면 흐으! 흐읍, 힘, 빼서, 큽, 흐으, 여, 열고……흐으……주이, 주인님……”

“이게 여는 거야? 주제도 모르고 버티기만 하는데.”

“기, 깊어서……흐으! 기, 긴장 때문에…… 흐윽.”

“깊게 넣어주면 더, 힘 빼야지. 감사하면서.”

“흐으……흐, 감사, 감사합, 히윽, 합니다.”

몸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세는 버텨냈다. 힉 하는 신음이 몇 번이나 토해지고서야 마르티안은 쑤시던 것을 멈췄다. 이내 쭉 빠져나가는 감각이 이어졌다. 론이 급하게 제 뒤를 조이며 말했다.

“빼, 빼주시면……조여서, 막고, 흐읏!”

모조 성기가 전부 빠져나갔다. 고통이 텅 비듯이 사라지자 몸이 긴장이 풀리면서 흔들린다. 론은 흔들리는 팔다리를 애써 버텼다. 벌어진 뒤로 미적지근한 물기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론은 저도 모르게 울었다. 뚝뚝 떨어지는 것이 이어진다. 흐려지다가 선명해지는 시야로 흰 살덩어리와 사타구니 사이가 그제야 보였다. 휴이가 그의 아래에 누워서, 그가 들쑤셔지는 모든 광경과 뒷구멍의 조임까지 보고 있었다는 게, 그제야 다시 떠올랐다.

론은 울음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괴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써서,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더 오래 닿도록 하고 싶다. 휴이가 자신을 어떻게 구경하든 그건 더 이상 상관없었다.

“주인, 님……흐으, 다시, 넣어……주세요. 더 잘, 할 테니까…….”

그는 스스로 비참함 속에 들어갔다. 그를 괴롭히며 들끓던 감정들은 오히려 사라졌다. 남은 건, 이해할 수 없는 안정감이었다. 론은 어떻게든 마르티안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우는 시야로 주인의 모습이 흐려졌다가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허리와 등을 쓸어내는 손길이 느껴졌다. 론은 그 다정함에 기대어 말을 이었다.

“가르쳐 주신, 대로……말, 흐으, 말할 테니까……백작, 님이 잘 보시도록……흐으.”

“그래, 론. 네가 잘 굴어야지.”

마르티안이 론의 허리 움푹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긁어내렸다. 자극에 허리가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제법 예쁜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는 론을 보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뒤에 밀어 넣었다. 내벽 안으로 아직 남은 관장액들이 꽤 있었다. 철벅대는 소리가 안을 들쑤실 때마다 났다.

마르티안은 아래에 누워 있는 휴이를 힐끔 보았다. 벌린 입과 얼굴은 그녀가 시킨 대로 버티고는 있었지만 아까와는 달리 모양이 엉망이었다. 거칠게 쑤셔댈 때마다 론의 뒤에서 흘러나온 것들이 그의 얼굴로 떨어진 탓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모르는 척하며 론의 뒤를 손가락으로 더 들쑤셨다. 남은 관장액을 손으로 끌어내자 고여있던 것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그녀가 말했다.

“네가 잘해야 백작님도 배우지. 론.”

“흐으, 히윽, 네, 잘, 하겠……흐읏, 주인, 하으!”

자극에 못 이겨 벌벌 떠는 론의 몸도 즐거웠지만, 아래에서 엉망으로 굳어지는 휴이의 꼴도 그녀를 즐겁게 했다. 론의 뒤에서 후두둑 떨어진 것들이 휴이의 뺨과 입술을 잔뜩 적셨다. 일부는 입 안을 타고 내려가기까지 했다.

마르티안은 한참 론의 뒤를 들쑤시며 안에 담긴 것을 밖으로 빼냈다. 그 아래에서, 휴이가 어떻게든 입에 있는 걸 삼키지 않으려고 숨을 가늘게 쉬고 있었다.

마르티안이 그제야 고개를 내려, 노골적으로 휴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휴, 잘 배웠어?”

“……으, 흐으……으으……”

신음만 흘리는 그를 내려다보던 마르티안이, 손을 내려 그의 목을 꾹 눌렀다.

“대답해야지.”

“……흐, 주이, 커윽.”

휴이가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입 안의 것을 뱉어냈다. 입에 고여있던 것이 목 뒤로 흘렀기 때문이었다. 더러운 것을 뱉어내느라 얼굴이 시뻘겠다.

“왜, 배우고 싶어 안달이었잖아.”

“흐으……커흐, 컥, 읏, 흐으…….”

“그렇게 간절했으면 선배 뒷물쯤이야 먹을 줄도 알아야지.”

론의 안을 들쑤시던 손을 빼내, 휴이의 얼굴에 대고 문질렀다. 입술과 코에 엉망으로 문질러지는 것을 감당하느라 그의 숨이 급하게 멈췄다. 약아빠지게 굴지. 그녀는 그의 얼굴이 벌게지다 못해 스스로 입을 벌릴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흐익……컥, 주인, 흡…….”

켁켁대는 숨과 함께 결국 입이 벌어졌다. 눈가가 이미 새빨갰다. 마르티안은 벌어진 입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들쑤시는 손짓에 꿀렁이며 목젖이 움직였다. 삼켜 넘긴 건 다시 뱉을 수도 없다. 휴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가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마르티안은 그의 목젖이 몇 번이고 울렁이며 삼키고 나서야, 손을 물렸다. 타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그의 뺨에 문질러 닦자 그 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휴이가 울며 말했다.

“흐으, 주인님……흐으, 잘못, 잘못했, 어요.”

“하고 싶다는 대로 해줬더니 쓸데없이…….감사하단 말부터 해.”

“……흐으, 우욱, 흐, 감사……흐으…….흐으윽.”

엉엉 우는 그를 무시한 채로 마르티안은 다시 시선을 들었다. 론이 간신히 자세를 버틴 채 엎드려 있다. 그녀가 모조 성기로 구멍을 툭 건드리자 그 와중에도 힘을 풀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순종적으로 바뀐 개는 이제 백작의 존재에도 상관없이 예쁘게만 굴었다.

마르티안은 론의 엉덩이를 몇 번 움켜쥐었다가, 벌어진 구멍을 다시 푹 쑤셨다. 아까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뒤가 열렸다. 물론 그렇다고 받는 쪽이 버겁지 않다는 건 아니다. 우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한참 뒤를 들쑤시다가 몸을 물리려 했을 때였다.

“주인님, 흐읏, 더 잘, 잘 물고 있겠습니다. 빼지, 흐읍, 빼지 말아주, 흐으…….”

그건 이전의 론이라면 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는 앓는 것처럼 신음하면서도, 거의 버티지 못할 지경에도, 끊임없이 그녀를 붙들었다.

마르티안의 몸짓이 거칠어진다. 푹 박을 때마다 그녀의 안에 박힌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론은 더 이상 그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헐떡이며 버티기만 했다. 잔뜩 긴장한 등이 들이쳐 박을 때마다 울렁였다.

마르티안이 잠시 시선을 내려 아래에 있는 휴이를 보았다. 비참하게 젖어있는 몰골이 여지없이 엉망이다. 고개를 돌린 채로 헐떡이는 게 전부였다.

“제대로 봐야지, 휴.”

마르티안이 론의 뒤로 거칠게 삽입하자 결국 론의 팔이 무너지며 상체가 풀썩 주저앉았다. 얼굴이 휴이의 사타구니에 처박혔다. 질질 짜고 있던 휴이가 그 감각에 잔뜩 제 얼굴을 굳혔다.

마르티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론의 안을 거칠게 들쑤셨다. 상체가 무너진 론은 더 이상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 채, 뒤에서 쳐대는 충격에 따라 그저 흔들렸다. 그의 뺨과 코, 머리카락이 휴이의 하체에 문질러지며 비벼졌다.

휴이가 신음을 뱉어내며 급하게 말을 뱉어냈다. 거부감이 거칠게 일어나는데도 마르티안이 내려 보고 있다는 이유로, 그녀가 만들어낸 상황에 몸이 반응했다.

“주인님. 아래 닿아요. 닿아, 흣, 서…… 흐읏.”

“그게 왜, 아까는 싫어 죽겠다고 피했잖아. 설마 싸고 싶어?”

“주이, 흐으.”

조롱하는 어조에도 휴이의 몸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역겨움에도 흥분이 쉽게 죽지 않았던 몸이었다. 자극의 원인과는 상관없이 자극이 있다는 것만으로 온몸이 움찔댔다. 마르티안이 노골적으로 내려 보며 웃는 모습이 감각을 휘젓고 있었다.

이 꼴로는 흥분하고 싶지도, 사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자극이 비참할 지경이었다. 그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구경하며 마르티안은, 다시 론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

“론, 너는, 후으, 혼날 거, 기억하고. 자세 무너트린 거.”

론은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허벅지를 든 채로 허리를 버텨내긴 했다. 그녀가 당장 흥분을 푸는 데에는 그거면 족했다. 마르티안은 등줄기를 긁어내리는 흥분이 점차 거세지는 것을 느꼈다.

퍽퍽 내리치며 론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휴이는 제게 오는 자극을 견디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귀와 목덜미까지 붉어졌다. 우습고도 볼만한 꼴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구경하며 내리찍던 속도를 다시 조절했다.

“주인님, 흐으, 제발…….”

휴이가 결국 애원하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흥분한 아래로, 원치 않는 자극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더 이상은 견디기가 어려웠지만 동시에, 그런 스스로가 견디기 어렵다.

이 수치를 만든 것은 마르티안이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손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그는 그저 문질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마르티안이 제대로 상대해 준 것도 아닌 꼴로, 그녀가 들쑤시는 애첩의 몸에 깔려서.

그럼에도 움찔대고 있는 자신이, 우습고 수치스럽다 못해 비참했다.

“싫, 흐으, 싫어, 주인님. 흐으, 잘못했어요. 멈춰, 흐으, 멈춰서…….”

“뭘 멈춰. 네 좆이 천박한 걸 어쩌라고?”

“잘못, 흐, 흐읏, 제발, 흐으, 멈춰서, 하으.”

“내가 너한테, 후읍, 하는 것도 아닌데. 이딴 거에 흥분하는 네 천박함을 탓해.”

그녀가 모조 성기를, 론의 뒤에 다시 깊게 처박고 내벽 안쪽까지 파고들 것처럼 더 안으로 밀어붙였다.

내장 위쪽을 긁으면서 찔러대자 론이 고통을 참기 위해 제 얼굴과 이마를 닿은 곳에 몸부림을 치듯이 비볐다. 그의 다리와 허리가 주저앉을 것처럼 출렁였다.

“론, 후으, 허리는 죽어도, 흐으, 버텨.”

그녀의 말에 겨우 몸이 버틴다. 엉덩이까지 가득 경직되어서 움직일 때마다 뻑뻑하게 감겨들었다. 부드럽지 못한 자극은 도리어 흥분을 가중시켰다. 등줄기와 허리, 발끝까지 쾌감이 흘러내렸다. 철벅거리는 소리마다 감각이 뭉텅이로 쏟아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론에게 허리를 처박았을 때, 휴이는 비참한 쾌감이 그를 비틀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입술이 깨물리다 못해 찢어졌지만 그것으로도 그 쾌감을 막지는 못했다. 론의 얼굴로, 그의 사정액이 거나하게 튀어 젖었다.

* * *

휴이는 혀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마르티안의 침실로 오가는 일정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가 교육을 받으러 올 때면 마르티안은 늘 침실에 없었다.

의도는 명백했다. 주인이 없다고 해도, 주인이 시킨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르티안이 없어도 그는 그녀의 애첩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휴이는 그렇게 굴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함께 있는 자리였다면, 당장 그녀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 뭐라도 했겠지만, 그녀가 없는 자리는 그저 일반적인 상황일 뿐이었다. 그는 백작이자 공작가의 후계였고 누구에게도 고개 숙일 일이 없는 고위 귀족이었다.

이방인 애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좆을 빨겠다고 하라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첫날 그는 론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했지만 그뿐이었다. 두 사람은 내내 침묵으로 시간을 채웠다.

물론 휴이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마르티안은 조만간 그의 성과를 확인하려 들 테니까.

결국 그는 그가 늘 하던 대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침실에는 꼬박꼬박 갔지만 애첩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고, 그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값어치가 꽤 나가는 장신구를 하나씩 주었다.

“선물이라고 여겨, 어쨌든 번거로운 일에 함께 있으니까.”

빌붙어 사는 자들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민감한 법이었다. 그는 론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들을 그런 식으로 과시했다.

사람들은 그가 베푸는 것을 받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았고, 자발적으로 그의 앞에 엎드리곤 했다. 그가 건넨 장신구들은 론이 평생 몸을 팔아도 사기 힘들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휴이에게는 몹시 흔하고 별것 아닌 것이었다. 론이 조금만 협조한다면 얼마든지 쏟아줄 수 있는 재물들. 그는 그것을 과시하며 론이 스스로 굴복하기를 기다렸다.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아무것도 없나?”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건 휴이였다. 론은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휴이가 먼저 나서서 대화를 해보기도 했지만 대답은 지나치게 짧았다. 그가 알게 된 거라고는 론이 고아였으며 어린 시절부터 마르티안의 곁에 있었다는 정도였다.

그건 쓰레기나 다름없는 정보였다. 결국 휴이는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보내게 되었다. 본인이 주도하는 줄 알았던 분위기는 사실상 론에 의해서 완성된 것이었다. 긴 침묵은 매일같이 이어졌다.

일주일이 지나자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물었다. 정조대를 검사하고 오줌을 싸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마친 후였다.

“혀 쓰는 법 배우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아, 그게……. 아직, 이요.”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직 덜 배웠다는 뜻이야 아니면 아예 시작도 못 했다는 뜻이야?”

추궁하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휴이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머뭇댔다. 그는 매일 가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론은 여전히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었다. 그런 상대와 거래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초조해진 그는 이리저리 론을 찔러보았지만 아직도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

휴이는 마르티안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그저 질끈 눈을 감았다. 대답할 말이 없으니 맞는 것이 당연했다. 당장 뺨부터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손찌검이 없었다. 주춤,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주인님?”

“하기 싫으면 못 하는 거지. 처음부터 말했으면, 서로 편했잖아. 안 그래?”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다. 휴이가 당황한 채 그녀를 올려보자, 마르티안이 발아래에 그의 정조대를 손에 들고 벽난로로 향했다. 벽난로는 밤새 타오르고 남은 숯과 수북한 잿더미로 수북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정조대를 그 속에 던져 넣었다. 젖은 가죽이 숯을 덮자 연기가 훅 피어오르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녀가 몸을 돌렸다.

“교육은 끝이야.”

냉정한 말은 의미하는 바가 명백했다.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 휴이는 그때까지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 채였다. 아니, 사실 이해는 했다. 이해는 했지만 도무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하라는 걸 하지 않고 늑장을 부렸으니 분명 잘못했지만, 그게 이렇게 관계를 끊어낼 정도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마르티안이 다시 다가왔다. 백작님. 바뀐 호칭에 그의 몸이 움찔 굳었다.

“개답게 굴지 못하면 언제든 끝이라고 했었죠.”

“……주인님,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게 아니고……그냥 상황이 익숙지가 않아서……“

“도안 자작이라고 부르세요.”

“그, 그러지 마세요.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노력, 하는 중이었는데……제가, 능숙하지 못해서…….”

어설픈 변명에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나가려고 움직이자 휴이가 황급히 기어서 그 앞을 막았다. 이대로 나가게 두었다가는 정말 끝이다. 그는 몸을 더 바짝, 붙였다. 이대로 개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니. 그걸 생각하자 왈칵 울음이 터졌다.

“버, 버리지 마세요……흐으……정조대……제가 입으로, 입으로 물어올게요. 가져올 테니까, 흐읍, 다시 채워, 흐윽, 채워주세요. 주인님. 채워서…….”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녀가 방향을 바꾸려고 하자 급하게 기어서 그 앞을 다시 막았다.

“주인님, 잘못했어요. 제가 빨리 했어야 했는데, 모, 못했어요.”

그는 차라리, 마르티안이 불같이 화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뺨을 내려치고, 고통스럽게 괴롭히고, 아프도록 만드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건 아직도 그녀의 마음이 떠나가지 않았다는 거였고 그의 자리가 남아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지금 모습에서는 어떤 애정도 보이질 않았다.

그는 이제 그녀 아래에서 살지 못한다는 걸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 애첩 앞에서 비참해졌어야 했는데. 그는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애원했다.

“당장 애첩에게 가서, 가르쳐 달라고 할게요. 비, 빌고 뭐든 할 테니까…… .”

“애첩? 그런 단어 쓸 거면 그냥 백작님으로 있으셔야죠.”

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말한다. 윽, 흐으, 휴이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흐느끼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서, 선배에게, 가르쳐 달라고……흐윽, 할게요. 가서 빌게요. 제발, 흑, 그렇게 할 테니까…….”

“뭘 어떻게?”

“뭐든……, 뭐든 하겠다고 가서 말, 하윽!”

구둣발이 허벅지를 짓눌렀다. 뼈까지 짓눌리는 것 같은 아픔이었다. 맨바닥을 움켜쥐듯 긁으면서 그가 고통을 버텼다. 어느 순간 짓밟던 발이 떨어져 나갔다.

휴이가 다시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뺨을 내리쳤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이어지는 손찌검이다. 휴이는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려 애썼다.

이렇게 맞는 게 백작으로 대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마르티안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가 말했다.

“뭐든 하겠다고? 배우고 싶어서 안달 난 거면 네가 먼저 그럴듯한 선택지를 생각해야지.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딴 것까지 고민해야 해?”

“아니, 흐윽, 아니요. 제가 잘못했, 흡, 흐으, 으윽.”

눈물이 입술까지 흘러서 짠맛이 났다. 뺨에서 열이 오르는 데에도 마르티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답을 해야지만 끝날 것 같아서, 휴이는 뭐라도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했던 말들뿐이었다.

“……조, 좆 빨고, 흐으, 뭐든, 한다고 할게요.”

“호칭, 정확히 해.”

뺨을 후려치며 그녀가 지적한다. 휴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는 허겁지겁 말했지만 그 호칭을 다시 뱉으려니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마르티안 앞에서 그런 감정은 늘 쓸모없는 것이었다.

“선, 배, 흐읍, 흐으, 좆 빨겠, 흐윽, 빨게요. 흐으, 그렇게, 흐으으, 말할게요. 주인님…….”

“울음 그치고 말해.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으니까.”

“흐읍, 선배 좆이요. 빨게요, 주인님. 가서 좆 빨겠다고, 애원해서, 흐으…….”

그는 다시 말을 했다. 단어마다 거부감이 심했지만 그런 티를 냈다간 당장 버림받을 것 같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마르티안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품에서 무언가를 뒤져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건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장신구였다. 휴이가 그녀의 애첩에게 건넸던 값비싼 것들. 그것을 확인하고 휴이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마르티안이 갑자기 이렇게 나온 이유가 그제야 이해됐다. 단순히 말을 듣지 않아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것을 두고 화를 냈던 것이다. 그는 고개조차 들지조차 못했다. 바닥을 짚고 있는 손이 긴장으로 떨렸다.

마르티안이 장신구 하나를 발로 툭 찼다. 작은 사파이어 십수 개를 금사로 섬세하게 얽어 만든 반지였다. 그녀가 그의 손등을 발로 꾹 밟았다.

“뭐 해? 변명이라도 해야지.”

“그게 서, 설득, 하고 싶어서…….”

“설득? 네가 해야 했던 건 설득이 아니라 애원이었을 텐데? 그리고, 이건 설득이 아니라 포섭이고.”

순간 그녀가 그의 뒷머리가 잡고 바닥으로 퍽, 내리찍었다.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도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흐으, 흐윽, 흐으,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헐떡거림이 엎드러진 몸에서 터져 나왔다.

“개면 개답게 굴어야지. 돈 많은 거 자랑하고 싶었어? 그렇게 사람처럼 굴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말하라고 했잖아.”

그녀가 휴이의 뒷머리를 손으로 꾹꾹 짓눌렀다. 이미 바닥에 처박힌 이마가 짓이기듯 눌렸다. 신음이 흐른다. 그녀는 그 신음을 들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랬으면 나도 시간 낭비 안 했을 거 아냐. 응?”

엎드러진 몸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휴이는 고개가 처박힌 채로 팔을 앞으로 더듬었다. 마르티안의 발이 손에 닿았다. 그는 그녀의 바짓단을 움켜쥐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폭력이나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버림받을 거 같아서. 버려질 거 같아서 숨이 쪼그라들었다.

“호, 혼날게요. 잘못했어요. 포섭하려고, 흐으, 그런 거, 흐윽, 그런 거 아닌데, 잘못, 했, 흐으……흐윽, 벌주시면 뭐든 받을 테니까……. 뭐든, 뭐든 받을 테니까……주인님, 잘못했어요. 용서, 흐으…….”

마르티안이 그의 뒷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바닥으로 퍽, 처박았다.

“쓸모가 없어서 그런가 영 상황 파악 못 하네. 벌은 무슨 벌을 받아? 쓸모를 배워오지 못하면 그대로 끝일 텐데.”

“주, 주인님……버리지, 흡, 버리지 마세요.”

“그럼 똑바로 굴어야지.”

그가 엉엉 울며 그렇게 하겠다고 애원한다. 그의 손이 마르티안의 바지를 마구 움켜쥐었다. 터져나가는 불안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애원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침실을 나가버렸다.

휴이는 론에게 가서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혀 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뭐든 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끝내는 좆이라도 빨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녀가 시켰던 그대로였다.

견디기 어려운 굴욕감과, 분노와 다름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들쑤셨지만 당장 마르티안의 마음을 푸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어떻게든 애첩에게 혀 쓰는 법을 배워서 스스로의 쓸모를 증명해야만 했다.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애첩은 목석이나 돌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휴이의 애원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원래부터 그럴 작정이었던 것처럼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이전처럼 결과 없는 하루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마르티안은 이제 휴이를 반쯤 방치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방치라기보다는 버릴지 말지를 살피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그의 방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그를 쓰지도 않았으며, 그에게 집중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관심사는 혀 쓰는 법을 배웠냐는 것뿐이었다.

“결국 오늘도 쓸모없게 굴었다는 소리네.”

론의 앞에서 빌고 애원한 것들을 말해도 그녀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흘려들었다. 쓸모없는 개에게는 관심이 조금도 없는 사람처럼, 그녀는 늘 그의 무능만을 지적하고 방을 나갔다.

무능하고 쓸모없는 개. 그 비난은 더 이상 흥분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두렵게 했다. 매일 그녀 곁에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비좁아진다. 마음이 뒤틀렸다. 불안과 초조, 두려움이 동시에 뒤엉켰다. 처음 겪는 마음은 지나치게 괴로웠다.

휴이는 말로만 애원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그는 벌거벗었다. 옷이 껍질처럼 떨어지고 비참함과 굴욕이 벌거벗은 몸을 감쌌다. 그 상태로 그는 론이 앉아있는 곳까지 기어가서 무릎을 꿇었다.

속이 다 울렁이며 토할 거 같았다.

“다리만 벌려줘. 그럼 내가 어떻게든…….”

론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휴이가 이렇게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론이 도망치듯 피하자, 휴이가 그의 바지를 움켜쥐었다.

“당장 혀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는 안 할 테니까…… 그냥, 제발, 좆이라도, 빨게……해줘.”

그는 입술 안쪽을 질근거리며 씹었다. 굴욕적이다 못해 온몸의 피가 다 식어 내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것밖에는 이제 방법이 없었다. 그에게는 마르티안에게 말할 수 있는, 그녀가 그럴듯하다고 인정할만한 노력이 필요했으니까.

말로 하는 애원 정도로는, 그 정도의 노력으로는, 그녀를 흥미 있게 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금세 버림받을 게 뻔하다. 그녀의 곁에 남아있지 못하고 이대로 밀려나 버릴 게 뻔했다.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론의 옷자락을 더 강하게 틀어쥐었다.

“뭐든 해도 상관없어. 상관없으니까 뭐라도 해. 화난 게 있으면 그냥 때리든가…….”

“백작님, 놔주십시오.”

휴이는 그대로 몸을 엎드려 론의 발등을 핥았다. 론이 급하게 발을 뒤로 물렸다. 휴이는 순간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이토록 절박한데 상대는 협조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으니까.

그는 필사적으로 그 분노를 삼켜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서러워졌다.

‘왜, 왜 나에게만…….’

론은 마르티안의 침실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괜찮은, 제 자리가 확실한 개였다. 불안에 떨면서 이딴 노력이나 해야 하는 자신과 애초부터 다르다. 그건 몹시 큰 격차였다. 그게 그를 분노하게 했고 동시에 비참하게 했다.

이내 그는 표정을 억지로 풀어냈다. 이렇게 굴어서 손해가 나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는 론을 올려보며 말했다.

“내가 뭘 더 하면 성이 차겠어? 부족하면 말을 해. 그렇게 할 테니까.”

“이것부터 놔주시죠. 그리고 전 백작님께 바라는 게 없습니다.”

“뭐라도! 뭐라도 생각을 해. 나는 뭐라도 하지 않고는 여길 나갈 수 없으니까!”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가 움켜쥔 바지는 이대로 찢어지기라도 할 것 같았다. 론이 짧게 한숨을 뱉었다.

“전 애초부터 백작님을 가르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무얼 하시든 제 마음이 바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에 휴이가 얼굴을 굳혔다. 애초부터 가르칠 마음 없었다니. 그런 마음으로 여태껏 그가 절절매는 꼴을 계속 구경한 것이다. 얼마나 처참하고 굴욕적인지 벌거벗은 몸뚱이가 다 떨렸다. 당장 눈앞의 존재를 죽이고 싶다. 속이 뒤집히는 감정을 견디며 그가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백작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적당히 하시다가 포기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욱!”

휴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론이 소파로 쓰러졌다. 휴이는 그의 멱살을 다시 움켜쥐었다. 후려맞은 론의 한쪽 턱은 벌써부터 벌겋다. 분명 멍이 들 것 같았다.

마르티안이 하던 소리가 떠올랐다. 선배 취급. 하하, 휴이는 웃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끓었다.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들이 론에게는 존재한다는 게. 고작 침실 노예나 다름없는 이딴 이방인에게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휴이는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론의 뺨을 내리쳤다. 철썩 소리와 함께 얼굴이 돌아갔다. 입술이 단번에 터졌다. 론은 반항 없이 신음만 흘렸다.

휴이는 다시 그의 뺨을 갈겼다. 주먹질을 했다가는 이빨이나 코가 부서질지도 몰랐으니까. 그게 그나마 남아있는 일말의 이성이었다. 그가 말을 씹어뱉었다.

“내가, 백작으로 여기에 오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겨.”

“흐으, 큭…….”

“덕분에 네가 맞아 죽지 않은 거니까.”

그가 쥐고있던 것을 내던졌다. 소파에 처박힌 론이 숨을 쿨럭였다. 휴이는 발로 온통 짓밟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냈다. 그랬다가는 정말로 끝이었으니까.

그는 몸을 돌려 옷을 챙겨 입었다. 원래라면 한참은 더 애원하며 부탁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는 그대로 침실을 빠져나갔다.

노력해도 성취할 수 없는 것, 굴욕을 감수해도 알아주지 않는 주인. 이성적으로 자제할 수 없었던 상황과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휴이는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건 제 인생 처음 겪는 깊은 울분과 서러움이었다.

동시에 그는 두려웠다. 마르티안이 화가 나서 아예 오지 않을까 두렵다. 주제넘고 쓸모없는 개가 그녀가 아끼는 개를 망쳤으니까. 그걸 생각하니 알 수 없게 눈물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졌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그는 끝없이 생각했다. 그건 론과 자신을 두고 하는 비교이자, 냉정하고 차가워진 마르티안의 태도를 곱씹는 과정이었다. 생각들은 그를 계속 위축시켰다.

휴이는 제 마음을 못 이겨 마르티안이 오기 한참 전부터 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애첩에 대해 물으면 어떤 변명을 해야 하지,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눈물이 먼저 나왔다. 화가 치밀고 억울했으며 비참했고 서러웠다.

마르티안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그의 방을 찾았다.

“혀 쓰는 법은?”

잔뜩 긴장한 것이 덧없게도, 마르티안은 론과의 일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도 못 배웠냐며 혀를 찼을 뿐이었다. 선배로 생각하라던 애첩을 주먹으로 쳤는데도 그녀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그건 점점 더 심해지는 무심함이었다.

휴이는 결국 다시 울었다. 마르티안이 자신에게 흥미가 없어진 것만 같았다. 혀 쓰는 법을 배우고 와도, 더 비참해지는 걸 감수해도,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닐까. 그건 끔찍한 가정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가 우는 것을 보면서도 지루하단 얼굴을 하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이는 그녀를 붙잡았다.

“주인님, 가지 마세요. 오늘, 흐윽, 오늘 선배 앞에서, 옷도 다 벗고 조, 좆 빨겠다고 했어요. 기어서 그 앞까지 갔는데…….”

화가 치밀고 억울한 마음이 들끓는데도, 마르티안이 싫어지지는 않았다. 자신을 기만한 애첩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버릴까 봐 그럴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마냥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곁에 남을 수 있도록.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엉엉 우는 소리와 함께 눈물이 마구 떨어졌다.

“으으흑, 흐윽, 흑, 흐으, 으흑, 혀 쓰는 법 당장 안 알려 줘도 된다고 정말 그, 흐윽, 흐읍, 서, 선배가…….시, 싫다고……원하는 게, 으흡, 흐윽, 흐으, 원래 가르치지 않는 거였다고……그래, 서……흑, 흐으, 흐윽.”

“그래서? 하소연이라도 하는 거야? 더는 못하겠다고?”

그녀가 묻는다. 질책하는 내용에 놀라, 휴이가 끅끅대며 숨을 삼켰다. 들끓는 감정보다 미음받을까 더 무서웠다. 순간 그녀의 손길이 휴이의 머리카락을 훑어냈다. 그가 그녀를 기만했다고 한 이후로 한 번도 없던 것이었다.

그는 왈칵 치미는 눈물을 어떻게든 삼켜냈다. 시선을 들어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자 어제와는 달리 분명 풀어진 얼굴이었다. 그가 허겁지겁 말을 뱉어냈다.

“흐으, 아니요, 그래도 더, 더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주인님, 흐윽, 흑, 으흐, 저 싫어하지, 마세요. 버리지, 마세요. 가서 또, 그렇게 할 테니까. 예쁘게, 흐어, 흐으……”

들끓던 불안이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마르티안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가 매달리는 걸 내치지도 않았다. 그는 움켜쥔 옷자락을 더 꽉 틀어쥐고는 잘하겠다는 소리를 계속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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