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8 (8/24)

08

집사는 한숨이 나오는 걸 속으로 삼켰다. 마르티안은 아침 식사 후 백작의 방이 아닌 침실로 올라갔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는 전하라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초에 백작에게 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 태도였다.

집사가 혹시나 싶어서 그녀에게 백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마르티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른바 사적인 영역, 늙은 집사는 그걸 침해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백작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백작은 세 번이나 그를 불러 마르티안이 언제 오는지를 물었다. 앓는 것처럼 달아오른 얼굴이 점차 심해져서 집사는 또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결국 백작이 찾아온 것이다. 마침 집사는 서재를 점검하고 나오는 길에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던 백작을 발견했다.

집사는 반사적으로 백작의 옷 상태와 뺨을 먼저 살폈다. 멍든 자국은 거의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고, 헐떡이는 숨은 이상했지만 차려입은 옷도 언뜻 보기엔 멀쩡했다. 집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도안 자작을, 만나게, 해주, 게.”

그는 헐떡대며 말했다. 집사는 그를 부축하려다가 묵직한 무게에 바닥으로 나동그라질 뻔했다. 백작은 부축을 거절하고는 부들대며 제 발로 걸었다.

그제야 집사는 일견 멀쩡했던 그의 꼴이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옷들은 여기저기 구겨져 있었고, 어두운색의 바지는 무릎 부분이 먼지와 구겨짐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설마 기어오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집사는 백작이 그 정도 제정신은 차려주었기를 바라면서 그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는 응접실 소파에 주저앉으면서도 다리를 덜덜 떨었다.

“제발, 도안 자작을, 불러 줘.”

집사는 결국 마르티안 침실 문을 두들겼다. 침실 안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그는 애써 바깥 상황을 전달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론을 내보내지도 않았다. 잠깐 고민한 뒤 론을 그대로 침대에 둔 채 백작을 침실로 들였다. 상황을 숨기려던 집사의 노력이 무색했다.

“흐으…….”

백작은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신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집사가 놀라 함께 몸을 숙인다. 괜찮으냐며 묻는 소리가 울렸다. 늙은 주름으로 또 근심이 들어선다.

아주, 엄살은. 마르티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백작에게 다가갔다. 얼굴은 열병이라도 앓는 것처럼 붉었고 숨소리는 이미 신음이었다. 아픈 게 아니라 흥분한 모양새였다.

그녀는 집사를 내보냈다. 침실 문이 다시 닫혔다.

마르티안은 개에게 침실에 들어올 권리를 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백작처럼 굴면서 여기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영악한 개를 내려 보다가 그의 불룩한 앞섶에 시선을 두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 제대로 걷기 어려워서, 휴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 기었다. 움직이는 자극에 당장 아래가 터질 것 같다. 하체가 저도 모르게 흔들리고 그대로 쌀 것 같아 신음이 흘렀다.

겨우 그녀의 발치까지 기어왔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반대편 소파를 손짓하며 말했다.

“맞은편에 앉으세요. 백작님.”

“흐으, 주인, 님…….”

“주인님? 여기에 주인이 어디 있나요? 나는, 개를 이렇게 멋대로 굴게 둔 적이 없는데.”

우습다는 듯이 그녀가 말했다.

“제발, 주인님. 아래, 흐읍, 터질 거 같아서…… 흐, 으…….”

휴이가 그녀를 붙잡고 애원한다. 습관처럼 이어지던 아침이 오늘은 오랜 방치로 이어졌다. 휴이는 처음에는 설마 했고 그다음에는 참았다. 의도가 명백한 방치였지만 나중에는 너무 길어져서 이게 방치인가 싶을 지경이었다. 쌀 거 같다는, 아니 싸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한계가 들이칠 때마다 그는 집사를 불러 마르티안에 대해 물었다. 답변은 계속 없었다. 바깥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오고, 한계에서 시달린 몸은 그저 누워 있는데도 부들거리며 떨렸다. 차라리 아래가 터지도록 맞는 것이 나았다.

그는 어느 순간 옷을 꿰어 입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몇 번을 엎어지고 굴렀다. 간신히 버텨서 들어 온 곳이다.

마르티안은 그에게 말했다.

“백작님, 이만 앉으세요.”

존칭이 야속하게 울렸다. 그녀가 반대편 소파를 턱짓한다. 거기에 앉는 순간 개가 될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휴이는 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었다. 혹시 하지 말라고 할까 봐, 긴장으로 떨리는 손이 급하게 움직였다. 옷이 거칠게 스치는 감각이 이어지자 신음이 거세졌다. 벌벌 떨리는 건 이내 온몸으로 퍼졌다.

“휴, 휴예요, 주인님. 흐으, 흣…….”

유두 주변으로 검고 둥그런 멍이 선명하다. 정조대만 입은 하체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어제 맞은 흔적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이 울긋불긋했다. 고작 다리에 걸린 바지를 벗어내면서도 아랫배가 흥분으로 조여지다가 이내 부들거리며 떨린다.

억눌린 채로도 정조대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그 모두가 마르티안이 만든, 개의 꼴이었다.

“제발, 흐, 아래, 아래 풀어, 흐으…….”

마르티안이 그를 내려 본다. 휴이는 영악한 개였다. 주제넘게 치고 들어오더니 지금은 또 천박하게 길든 몸을 내세웠다. 그녀가 어떤 상황에서 누그러지는지, 혹은 흥분하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혼나긴 혼나야겠지만 몸으로 무마하려는 자세가 나쁘진 않았다.

그녀가 발로 그의 사타구니를 눌렀다. 꾹 밟을 때마다 비명 같은 신음이 퍼졌다. 덜덜 떨리는 몸이 점차 앞으로 숙여진다. 흐느끼는 소리가 섞일 무렵 그녀가 침대를 보았다. 론을 보기 위해서였다.

론은 방금까지 보이던 뭐든 하겠다는 태도가 싹 사라진 상태로, 입술을 꽉 다물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아, 그래. 그만둘 때도 됐지. 다정하게 구는 거.’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휴이의 정조대를 풀었다. 두툼한 것이 툭 흘러나오고 정조대 안에서 진득한 것이 늘어졌다. 치미는 감각을 참기 위해 개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르티안이 바닥에 정조대를 떨어트렸다.

“물고 욕실까지 기어가.”

온몸이 헐떡이며 움찔댄다. 바로 움직이기엔 참아야 할 자극이 너무 컸다. 싸면 안 돼, 그는 입 안을 몇 번이나 짓씹었다.

“흐으, 읍……, 자, 잠시, 만 주인, 흐윽.”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상체를 억지로 들게 만든다. 빳빳하게 선 유두가 아주 붉었다. 사타구니 사이로 단단하게 부푼 것이 꿈틀댄다.

“여기서 쌀래? 싸고 혀로 닦을 거야?”

“흐으, 아니, 흐, 아니요.”

그녀가 내던지듯 손을 놓자 휴이가 정조대를 입에 물었다. 질척한 것이 흘러 입 안에 고였다. 삼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가 기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휴이는 한참을 헤맸다. 침실 어느 쪽으로 가야 욕실이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마르티안은 그저 구경하듯이 모았다. 바닥에 싸지르기 직전에야 그는 욕실을 찾았다.

청소를 말끔히 해놓은 곳에서는 좋은 향이 배어 있었다. 그가 바닥을 기어서 물이 빠지는 배수구 근처에 멈춘다. 거기가 그에게 허락된 자리였다. 마르티안이 뒤따라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몸이 그대로 오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흐르는 오줌에 손과 다리가 젖기 시작한다.

순간 무언가가 그의 엉덩이를 눌렀다. 마르티안의 발이다. 꾹 누르다가 힘을 푸는 발짓에 따라 그의 하체가 위아래로 휘청댄다. 허리짓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쏟아내는 오줌이 위아래로 휘저어졌다.

“주으, 으흐, 프으, 읍, 흡, 흐으…….”

그의 배와 가슴은 물론 턱까지 오줌이 튀었다. 흐느끼듯이 내뱉는 신음이 삼킬 듯이 이어진다. 뜨뜻하고 역겨운 감각은 처참했지만 동시에 버티기 어려울 만큼의 쾌감을 주었다.

오줌을 싸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하는 것만 같다. 그만둬 달라는 애원이 입에 물고 있는 것 때문에 뭉개졌다. 어쩌면 반대의 애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침이 뚝뚝 떨어졌다.

“오줌 싸면서 발기하는 건 또 어디서 배웠어?”

그녀가 웃으며 그를 툭툭 발로 찼다. 오줌이 멈추고 나자 성기가 배까지 들러붙었다. 사실은 그대로 사정하기 직전이었다. 그걸 참을 수 있었던 건 마르티안이 퍼부은 찬물 덕분이었다.

지나치게 찬물이 얼굴과 온몸에 부어졌다. 피부가 얼어붙으면서 몸이 덜덜 떨린다. 흥분했던 것도 반쯤 가라앉았다.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쥐고 욕실 가운데로 끌었다. 찬물에 굳은 몸은 몇 번을 넘어졌다. 욕실에 뒹굴 때마다 무릎과 다리가 벌겋게 물들었다.

“엎드려서 이쪽만 다리 들어. 수캐들 오줌 싸는 것처럼.”

“흐으, 으…….”

겨우 움직여 자세를 만든다. 엎드려 있는데도 사타구니 사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꼴이었다. 자세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힘을 주고 버티느라 허벅지 안쪽부터 엉덩이까지 부들거리며 떨렸다.

그녀가 그의 고환을 가볍게 내리쳤다. 흐으읍! 차갑게 식은 피부는 통증을 크게 느꼈다. 두 팔로 지탱하던 어깨와 가슴이 푹 가라앉았다.

마르티안은 자세를 지적하지 않고 그저 고환을 더 내리쳤다.

“오줌 싸면서 좆이나 세우고. 정조대가 아무 쓸모가 없는 거 같은데.”

“흐! 우읍! 아으, 흐으.”

내리치던 곳이 붉어지고 나서야 매질이 멈춘다. 휴이는 우는 것처럼 흐느꼈다.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얼어붙듯이 추운 건 좀 덜했다. 동시에 들어 올린 다리가 힘겨워서 조금씩 내려앉는다.

마르티안의 손이 고환을 감싸 쥔다. 자세를 무너트렸다며 혼났던 기억이 떠올라서 휴이는 급하게 다리를 바짝 올렸다. 그녀가 손으로 그의 성기와 고환을 주물렀다. 닿는 온기가 확연한 자극으로 느껴졌다. 눈에 띄게 단단해지는 것을 보며 마르티안이 혀를 찼다.

“뭘 했다고 세워? 얌전해지라고 교육하는데 이래서야 뒤를 쑤시고 말지. 너 쑤셔진 적은 없었다며. 그러면 거기가 그나마 덜 천박할 거 아냐?”

질문으로 끝났으니 답을 해야 한다. 휴이가 정조대를 물고 있는 채로 웅얼거렸다. 남창에게나 쓸 적나라한 단어들을 수긍하려니 그의 얼굴이 더없이 붉어졌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보며 픽 웃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엉덩이골을 꾹 눌렀다. 주름이, 놀라서 오므라드는 게 느껴진다. 한 번도 써먹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단단했다.

“조신한 척하기는.”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 휴이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마르티안은 꽉 물린 주름을 꾹꾹 눌러 문질렀다. 원래 주름 근처에 자극점이 많은 법이었다. 놀라서 뱉어지던 신음은 어느새 길고 헐떡이는 것으로 바뀐다. 찬물에 놀라 반쯤 죽어있던 성기가 올라붙기 시작했다.

마르티안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내벽이 바짝 조여든다. 길들지 않은 곳은 빡빡했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세 개까지 늘렸다. 어차피 깊게 쑤실 생각은 없었으니까. 벌어지는 느낌만 주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두어 마디 깊이를 유지하며 푹푹 찔렀다. 흐으, 흐, 흐읍. 벌어지고 들쑤시는 감각에 그가 신음을 뱉는다. 들어 올렸던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엉덩이에 힘을 주면, 구멍에 들어온 손가락이 들러붙은 것처럼 느껴졌다.

“흐으, 읍, 흡……흐으…….”

개처럼 들어 올린 다리 사이로 단단하게 올라붙은 성기가 적나라하다. 천박하고 수치스러운 스스로와 들쑤시는 자극이 전부인 행위. 여기에는 아직 아픔이나 고통이 전혀 없었으니까.

마르티안은 고작 손가락 두어 마디를 받으면서 끅끅대는 개를 보다가, 그의 얼굴을 툭툭 쳐서 고개를 들게 했다. 물려놓았던 정조대를 빼주자 당장 헐떡이는 소리로 매달린다.

“흐읍, 주이, 으, 주인님……. 흐읍, 흣…….”

아래가 벌어지고 쑤셔지고 내벽을 누르는 감각들. 푹푹 쑤시던 것이 순간 느려진다. 그제야 겨우 신음이 잦아들었다. 들어온 손가락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내벽을 더듬는다. 구멍 안쪽까지 희롱당하는 감각이었다. 그가 가늘게 신음하는 걸 들으며, 마르티안이 물었다.

“너 뒷구멍 처음이라고 했지. 구멍 처음 벌리는 날에 하루 종일 쑤셔져 볼래? 너무 헐거워져서 질질 흘리면 좀 혼나긴 하겠지만…….”

휴이가 고개를 들었다가 수치스러운 내용들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몸은 더없이 반기는 감각이라 아랫배가 바짝 조였다. 빳빳하게 선 성기에서 젖은 것들이 조금씩 흘렀다. 그는 더듬거리며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뭘 그러고 싶다는 거야?”

“……하루 종일, 흡, 뒤, 뒷구멍 쑤시는, 거요. 주인님.”

“언제?”

그녀가 다시 묻는다. 원하는 날이라도 묻는 건가 싶어서 휴이는 순간 당황했다. 아무 때나요, 그렇게 말을 흐리자 그녀가 되물었다. 내가 그렇게 말했어? 그제야 무슨 말을 원하는지 깨달아서, 그의 얼굴이 다시 또 붉어졌다. 머뭇거리던 입이 겨우 열렸다.

“처음 흐읏, 구멍 처음 벌리는 날이요. 흣…….”

그의 얼굴이 아주 벌겋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잘했다는 것처럼 뒤를 조금 더 쑤셔 주고는 그녀가 손가락을 빼냈다.

다리 내려. 그 말에 그가 겨우 힘을 뺀다. 다리에 계속 힘을 주고 있어서 무릎이 바닥에 닿자마자 그대로 무너졌다. 휴이는 몸을 끌다시피 기어서 마르티안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하루, 종일, 흐읍, 해 주세요. 주인님.”

예쁜 짓을 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들쑤시는 게 좋았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마르티안은 웃었다. 그녀가 웃자 휴이가 마주 웃어왔다.

아무렇게나 젖어서 엉망인 꼴이었지만 여전히 예쁘고 화려한 얼굴이다. 아마도 대부분이 돌아볼 그 외모는 그녀의 취향에도 그린 듯이 맞아 들었다. 약아 빠진 것처럼 굴지만 이런 식으로 무지하게 굴 때는 더더욱.

뒤를 여는 건 원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공을 들인다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손가락 한두 마디 들쑤신 게 전부인 개는, 그게 다인 것처럼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정말 뒤를 쑤시는 첫날이 어떨지도 모르고, 한번 받기도 버거울 그 날에 하루 종일 쑤셔대 달라고 낑낑대는 것이다.

손가락도 제대로 물 줄 모르는 구멍을, 얼마나 쑤시면 제법 느슨해질까.

마르티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휴이를 쓰다듬었다. 스스로가 한 소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멍청한 소리였는지, 울며 원망해도 본인 탓이었다. 상상하니 등골이 저릿하다.

그녀는 빳빳하게 서 있는 휴이의 성기를 보았다. 크고 길고 단단한 모양이다. 너무 천박하게 싸대려는 것만 제외하면, 그녀의 아래를 들쑤시며 사용하기 즐거웠다. 잠깐 좀 써먹고 혼낼 걸 또 혼내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아래가 젖어 드는 게 느껴진다.

그녀가 욕실 입구로 나가자 휴이는 그녀를 따라 기어왔다. 문득 그녀가 개를 내려 본다. 젖은 몸으로 아직도 물기가 많았다. 입구 선반에서 그녀가 수건을 꺼내 휴이의 위로 떨어트렸다.

“물기 없애고 나와.”

“그냥 나가도 괜찮…….”

“물기 떨어지는 거 없게 제대로 해. 머리카락까지 제대로.”

단호한 말에 휴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뭐든 그녀 곁에 있는 시간이 끊어지는 게 아쉬웠다. 곧 다시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수건으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마르티안은 그를 두고 욕실에서 먼저 나왔다.

그녀는 침대로 다가갔다. 일부러 욕실 문을 닫지 않았으니 모든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자는 것처럼 누워 있던 론이 그녀가 다가오자 몸을 일으켰다. 론의 눈가가 빨갛다.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나가, 서, 나가 있게, 허락해 주시면, 나가 있겠습니다. 자작님.”

론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급하게 닦아냈다. 단순히 그녀가 백작과 함께 있는 게 괴로운 게 아니다. 그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던 일이 백작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라는 걸, 그걸 보는 게 괴롭다.

그는 마르티안에게 아무렇지 않게 매달리고, 몸을 비비고, 원하는 걸 입에 올렸다. 마르티안은 그걸 쉽게 받아주었다. 버릇없이 굴 때조차 크게 화내지 않았다. 마치 반쯤은, 그럴 것이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그 관대함이 론을 힘겹게 했다. 괴롭게 했다. 그걸 얻고 싶어 너무 간절했고 그걸 얻지 못해 너무 비참했었으니까.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는 론에게 마르티안이 말했다.

“나는 너보고 나가 있으라고 말한 적 없는데.”

“흐으, 하지만…….”

“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녀의 말에는 짜증이 배어있었다. 론은 울음을 삼켰다. 마음이 엉망진창이다. 이렇게 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보이는 비교를 견딜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웠다.

“오늘 하, 한 번만, 하루만……. 자작님, 제발, 제가 밖에서, 기다리게, 흡, 흐으, 기다릴 수 있게…….”

안 될 걸 알면서도 그는 애원했다. 예외를 애원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싶었다. 매달리는 것을 배우고, 애원하는 것을 배우고, 그는 이곳에서 그런 행동에 익숙해졌다.

습관처럼 해왔던 태도는 한계까지 몰린 마음을 두고 여지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건, 가장 최악의 태도였다.

마르티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론이 지금 태도는 그저 떼를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녀가 백작이랑 있는 게 보기 싫었다면, 차라리 몸을 들이대며 그녀의 아래를 빨겠다고 해야 옳았다.

주인을 거스르지 않고 주제답게 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몸을 써먹고 다리를 벌려서 경쟁하는 것.

그녀는 론에게 그걸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런데도 하는 말이 기껏해야 주인을 거스르고 도망치고 싶다는 소리라니. 요도를 벌리며 붙잡던 태도와는 영 딴판이다. 답답한 개는 그녀를 실망시켰다.

“론, 내가 어떻게 굴랬어?”

그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주제를 알고 답하라는 말이다. 론의 눈물이 더해졌다. 헐떡이는 숨이 삼켜지기를 몇 번,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 고개가 돌아가고 나서야 론은 입을 열었다.

“있으라면 있고, 벌리라면 벌리라고…….”

“근데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안타까움 하나 담겨있지 않는 눈이, 그를 추궁한다. 론은 계속 울었다. 참아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대답을 조금도 할 수가 없다.

“대답 안 해? 내가 주인으로도 안 보여? 다 그만둘래?”

론이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답하는 말 뒤로 헐떡이는 숨이 삼켜졌다. 어떻게든 그녀의 곁에 있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동시에 당장의 고통도 사실이다. 관대함을 구걸하고 싶고 다정함을 애원하고 싶은 것도, 아무것도 아닌 주제라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그럴듯한 존재이고 싶은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

서로 다른 마음은 사방으로 갈라지며 충돌했다. 그때마다 눈물로 쏟아졌다.

“자, 잘못, 우으, 흐윽, 잘못했습, 흐으…….”

마르티안은 태도가 엉망이 된 개를 내려 보았다. 눈물이 많아지고 애원이 늘어난 개는 이런 식으로는 굴어서야 짜증스러울 뿐이다.

‘정말 처음부터 교육을 해야 하나.’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뱉었을 때였다. 욕실에서 휴이가 기어 나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좀 고민이라도 한 건지, 쓰던 정조대를 씻어서 입에 물고 있었다.

론이 흐느끼는 소리가 침실을 채운 상태다. 분위기가 험악한 것을 확인하고도 휴이는 곧바로 침대까지 기어왔다. 정조대를 입에 물고 있는데도, 물기를 닦아낸 얼굴이 여지없이 말끔하다. 워낙에 뛰어난 외모는 좀 붓고 붉어졌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휴이가 바닥에 물고 온 것을 내려놓고는 가볍게 그녀에게 치댄다. 마르티안이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주인님, 이거, 씻어왔어요.”

“이건 왜?”

“다시, 채워, 주셨으면 좋겠어서요.”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잔뜩 세운 상태로, 예쁜 척을 해보겠다며 하는 말이 어이가 없다. 마르티안은 픽 웃었다. 휴이의 시선이 그녀를 넘어 론에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건 견제가 분명한 시선이었다.

마르티안은 손을 뻗어서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냈다. 시킨 것을 확인하는 손길이다. 개는 자신 있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열심히 닦아낸 모양인지 손을 적시는 건 아주 적은 물기뿐이었다.

확인을 끝내고 그녀가 다시 론을 보았다. 울며 잘못을 빌던 것도 멈춘 상태로, 론이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꼭 그때와 같았다. 저택에서 그녀를 보고 도망치던 때.

그녀가 론의 턱을 쥐고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강제로 마주하는 얼굴은 금세 젖어있었다. 론의 얼굴은 그녀와 마주 보자 서럽다는 듯 더 일그러졌다.

백작을 이곳에 들였다고 그녀를 원망하는 얼굴이다. 이제 론은 제 주인이 누구인지도 잊은 모양이었다. 방금까지 치료하고 달래던 게 누구였는지도. 평소에는 그녀 곁에서 죽기라도 할 것처럼 굴면서 백작에 관해서는 이 모양이었다. 제 주인에게 집중하지도 못하고 예쁨받으려고 노력 할 줄도 몰랐다.

그녀가 힐끔 휴이를 내려 본다. 영악한 개는 얌전하게 상황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하려던 것의 순서를 바꿨다. 론에게 필요한 건 주제를 알게 할 교육이었지만 그냥 해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그녀가 론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교육받아, 백작님 앞에서.”

휴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고작 애첩을 벌주느라 그를 써먹겠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녀가 주는 모든 비참과 굴욕은 늘 만족스러웠지만 이번 것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이는 다시 힐끔 그녀의 애첩을 보았다. 당연한 것처럼 이곳에 머물면서 마르티안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개, 그러나 자신은 아직 그녀의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허락받지 못한 상태였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상대하는 건 길어야 서너 시간이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애첩과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불쾌함을 숨기며 휴이는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그런 티를 냈다가는 마르티안은 다시는 그를 보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천박한 개를 좋아할 뿐이었지 그녀에게 집착하는 건 매우 싫어했다.

침대 위로 흐느끼는 소리가 울린다.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애첩은 이상할 정도로 쉽게 울었다.

“흐으……. 흡, 흐윽, 자작, 님, 제가 잘못, 흐읍, 잘못했습니다. 흐으…….”

철썩 소리와 함께 론의 뺨이 돌아간다. 벌겋게 부푼 뺨으로 손찌검이 이어졌다.

론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버텼다. 우는 소리를 참으려는 것처럼 헐떡이는 숨이 계속 이어지는 손찌검이 결국 흐트러진다. 잘못했다고 비는 소리가 뺨을 내리치는 소리 가운데에도 이어졌다.

“론, 정신 차려야지. 뭘 자꾸 잘못했다고 빌어, 교육 한두 번 받아보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손을 뻗어 론의 뺨을 꾹 눌렀다. 통증이 퍼지는 얼굴은 기대와 절망으로 엉망이다. 예쁨받기를 기대하면서 또 절망하는 감정의 흐름들. 론은 그 가운데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지금 네가 맞는 건 잘못한 게 있어서가 아니잖아. 교육할 때 맞는 이유가 뭐라고 했어?”

“……자작, 흐으, 자작님……저는, 흐윽!”

론의 뺨이 다시 돌아간다. 그래도 교육했던 것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맞을 것을 알면 이를 다물었다. 입술이 울음을 참느라 다시 떨렸다. 자작님, 흐느끼는 소리에 그 호칭이 또다시 섞였다.

“주인님. 론, 이런 것까지 다시 가르쳐야 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툭툭 두들겼다. 그의 개는 눈물이 너무 흔해졌다. 론이 덜덜 떨며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주인님.”

“잘못? 네 태도가 엉망인 건 맞지만 교육할 때에 그래서 맞는 거 아니잖아.”

그녀가 다시 론의 뺨을 후려쳤다. 뺨이 퉁퉁 부푸는 것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열이 오른 뺨을 툭 건드리며 다시 물었다.

“왜 맞는 거야?”

“제가, 흐으, 흐읍.”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해서 말이 멈춘다. 애원을 하진 못하지만 옷자락을 움켜쥔 손은 그대로였다. 목석같이 굴던 모습이 사라진 채, 끊임없이 그녀에게 기대하고 절망한다. 론의 태도가 엉망인 것과는 별개로 그의 그런 모습은 오싹할 만큼 자극적이었다.

마르티안은 흥분을 느끼며 론의 목을 꾹 눌렀다.

“말해.”

“흐, 큽, 그, 그냥 맞을 주, 주제라서…… 흐읍,…… 주이, 인, 큭…….”

목이 졸려 시뻘게진 얼굴이 겨우 답을 뱉어낸다. 목젖 위를 한 손으로 짓누른 채 마르티안은 버릇대로 론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입가로 흥분 어린 미소가 걸렸다.

“그래, 때리면 그냥 맞는 게 네 주제지. 있으라면 있고, 벌리라면 벌리는 게 네 일이야.”

“허억, 흐으, 네, 주인……흐읍, 주, 주인님……흐윽, 아, 으윽…….”

그의 표정이 급격하게 고통으로 물든다. 마르티안은 성기를 쥔 손을 떼어냈다. 아직은 그녀가 다룰 만큼 낫지 않았다. 교육이니 몸이 좀 상하는 수준까지 혼내는 게 맞는 일이긴 했지만, 여기서 망치기엔 지금껏 보살핀 공이 너무 아까웠다.

조르던 목까지 놓아주자 론이 기침을 하며 몸을 숙인다. 마르티안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그의 앞머리를 움켜쥐어 고개를 들게 했다. 눈물로 젖은 얼굴은 붉고 엉망이었다. 크게 헐떡이던 몸이 조금 잦아들었지만 눈물은 와중에도 뚝뚝 떨어졌고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은 손도 그대로였다. 그녀가 말했다.

“관장기 준비해서 침대 아래에서 대기해. 널 사용해서 백작님에게 뒤 쓰는 법을 알려 줄 테니까.”

론의 얼굴이 확 일그러진다. 관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수치스러운 것인지, 그 자신을 도구처럼 이용한다는 것이 싫은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론의 시선은 명백하게 휴이에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불쌍할 정도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마르티안은 그 꼴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그녀의 명령에도 백작을 의식하고 피하려 드는 꼴이라니, 그건 그녀가 원하는 바도 아니고 전혀 개답지도 않은 태도였다.

“가서 회초리도 같이 준비해. 뒷구멍 맞으면서 관장액 질질 흘리고 나면, 백작님 앞에서든 어디든 주저할 게 없어질 테니까.”

론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주인님, 제발…….”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그는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마르티안은 론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건 아주 사소하고 작은 다정함이다. 여태까지 그녀가 허락하고 주었던 그런 예외들.

그러나 마르티안은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쥔 론의 손을 떨어트렸다. 론의 시선이 눈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관장액은 두 번 넣을 거야. 그렇게 넣고 맞을 테니까, 알고 가.”

억눌린 우는 소리가 커진다. 서러운 울음은 애원도 허락받지 못해서 계속 길어졌다. 마르티안이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자 론의 시선이 움찔하며 들렸다. 개는 절망한 것처럼 울면서도 또다시 기대한다. 명령을 따르고 싶지 않아서 머뭇거림이 길었다.

멍청한 개. 이 개는, 백작을 만나면서 너무 못나졌다. 마르티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아래 휴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천박한 몸은 이미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가랑이 사이의 좆이 아까보다 더욱 배에 들러붙은 상태였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휴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침대 가의 시트를 움켜쥐며 애원하듯 말했다.

“주인님 싸, 쌀 거 같아요. 흐으…….”

그가 허리를 움직이며 신음을 내뱉었다. 솔직한 천박함은 유혹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트집 잡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게 즐거움이긴 했지만, 지금은 론을 교육하는 게 더 먼저다. 그녀는 턱짓으로 서랍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피임용 막대 찾아서 올라와.”

그가 막대를 찾아 입에 물고는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 침대는 크고 넓어서 론이 있든 없든, 개를 하나 더 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마르티안은 이제서야 상황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는 론을 돌아보았다. 터무니없이 느리고 멍청한 태도였다.

“론, 이쪽 보면서 여기 있어. 가라고 하면 그때 가서 준비해.”

그 말에 론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녀의 말을 따르는 태도가 견디기 싫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려 터졌다.

‘멍청하기는.’

휴이는 론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르티안의 짜증이 더해지는 와중에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대 시트만을 보고 있었다. 마르티안의 의도를 알면서도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여하튼 멍청한 꼴이었다.

휴이는 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제법 안도했다. 이 정도로 굼뜨고 멍청한 개라면 자신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휴이는 마르티안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들고 있는 피임용 막대는 그에겐 제법 익숙한 것이었다. 그는 제 성기 거죽을 뒤로 밀어 요도구가 잘 드러나게 만들었다.

“여기요, 흐읏, 주인님, 빨리 넣어 주세요.”

마르티안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다. 그녀의 화난 얼굴은 그 자체로도 설렘과 흥분을 주었다. 휴이에겐 그 모든 감정이 처음이었다. 쏟아지는 가학을 한껏 떠안고 그녀를 독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금세 다시 애첩에게 돌아갔다.

“론, 고개 들어.”

숙인 고개 아래로 시트가 확연히 더 젖었다.

“처음부터 못 걷고 싶어?”

그 말에야 론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완전히 붉었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서 앞이 제대로 보이기나 하는 건가 싶을 지경이었다.

그것을 보며 휴이는 약간의 짜증과 일말의 불안을 느꼈다. 그의 그런 태도가 자꾸 마르티안의 시선을 뺏어가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휴이에게 머무르는 시선은 너무 짧았다.

휴이는 마르티안에게 개가 여럿이어도 그리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에게 개가 얼마나 많은지는 사실 알 바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건 그녀가 자신을 거두어 개 취급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따위로 계속 굴지, 론.”

하지만 그녀의 시선과 관심이 다른 개에게 자꾸 가는 건, 여러모로 불쾌한 감정을 들게 했다. 휴이는 손을 뻗어 마르티안의 팔을 잡았다. 요도 막대를 쥔 그녀의 손은 마땅히 제게 닿아야 했으니까. 그건 그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었다.

“뭐야?”

그녀가 짜증을 내며 그를 보았다. 휴이는 그녀의 팔을 놓으며 자신의 요도구를 다시 드러내 보였다.

“주인님, 쌀 것 같아요. 이대로, 얼른, 막아서……못 싸게 해주세요.”

제발요, 주인님. 애원과 함께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마르티안을, 그 시선을 제게 잡아두고 싶다. 그는 마르티안의 몸을 가볍게 더듬었다. 물론 그가 만지는 건 고작해야 그녀의 옷 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만족감을 느꼈다.

옷은 곧 사람의 위치를 보여주기 마련이었다. 벌거벗은 그는 옷을 갖춰 입은 마르티안의 아래에 있었다. 그녀는 옷 하나 벗지 않고도 그를 이렇게 만들고, 또 애원하게 만들었다. 온 감각의 주인.

휴이는 자신을 보아주는 마르티안을 향해 애원했다.

“주인님, 제발, 막아서……흐아앗!”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든다. 직접적인 자극에 놀라, 휴이가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하체가 부들거리며 떨렸다. 휴이는 필사적으로 흥분을 참았지만 금세 아래는 터질 것처럼 변했다.

“흐으, 읍, 주이, 흐으응, 안돼, 그, 그러면, 하으, 하윽, 싸, 쌀 것…… 아, 흐, 안돼요. 주인님, 제발…… 흐으.”

그의 손이 마르티안의 손을 막고 싶어 주변을 배회한다. 흥분은 금세 꼭대기까지 들어찼다. 찬물이라도 뒤집어쓰고 싶은데 안락한 침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싸고 싶지 않다. 발기한 것이 죽어버리면 마르티안이 그를 아래에 둘 이유가 없어질 테니까.

마르티안에겐 이방인 애첩이 그보다 더 우선이다. 휴이는 그걸 알았다. 시선이 닿는 시간부터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불쾌함과 짜증, 불안이 치밀었지만 그걸 해소하는 것보다는 당장 그녀의 시선을 제게 닿게 하고 싶었다. 개처럼 굴어서 개처럼 취급을 받아서 그녀의 아래 있고 싶었다.

지금 내세울 수 있는 건 발기한 성기가 전부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마르티안은 애첩의 앞을 쓸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휴이는 자신을 내려 보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헐떡였다. 흥분한 아래가 터질 것 같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지금 가장, 싸고 싶지 않았다.

“마, 막아서, 흐읍, 막아 주세요. 흐, 주인님…… 기쁘게, 하, 할 수 있게, 제발……하으읏.”

예고 없이, 마르티안이 피임막대를 밀어 넣었다. 쑤셔지는 감각과 동시에 벌어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피임막대가 빙글, 구멍 안에서 원을 돌았다. 여린 점막들이 짓눌리는 가학적인 통증이 치밀었다.

휴이가 부들거리며 몸을 떨었다. 아픔에도 흥분하는 몸이었지만 지금은 또 감각이 달랐다.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는 시선이 흥분을 일으켰고 아래가 벌어지고 찢어지는 감각이 머릿속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허리를 움찔대며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어냈다.

“조, 좋아……. 흐, 싸, 쌀거, 흐으, 으응, 주인님…….”

천박하게 구는 개를 보고 마르티안은 피식 웃었다. 일부러 괴롭게 만들었는데도 좋다고 다리를 벌리는 개다. 빳빳하게 솟구친 건 죽을 줄을 몰랐다.

그녀는 막대를 모두 쑤셔 넣고는, 막대 끝에 달린 얇은 고무 막으로 성기를 덮었다. 성기의 밑둥을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꽉 옭아매자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시트에 비비며 울 듯이 헐떡였다.

“삼키고 있는 동안 얌전히 굴어. 질질 싸기라도 하면 전부 네가 치울 생각하고.”

“네,네……흐으, 주이, 흐윽, 치울…… 흐윽, 하읍.”

마르티안이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리고는 그대로 휴이의 성기를 삼켰다. 한계까지 부풀어 뜨겁고 크고 길었다. 안으로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떨린다. 흥분이 온몸을 감쌌다.

마르티안은 신음을 뱉으며 몸을 움직였다. 빠듯하게 차오르는 느낌은 금세 흥분으로 바뀌었다. 내벽이 달아올라 움찔거린다. 깔린 몸이 그때마다 신음을 뱉으며 떨렸다.

마르티안은 엉덩이를 들었다가 크게 짓찧었다. 안에 든 것을 반쯤 쑥 빠졌다가 다시 한껏 삼켜졌다. 깔린 몸이 마구 비틀댄다. 자극이 심한 모양이었다. 휴이의 눈가가 젖기 시작한다.

“흐으, 주이, 님, 너무……흐으……읍! 흐으, 흐읏, 흐응, 하윽.”

“나를, 기쁘게 한다며. 흐우, 흐읍, 이래서야 네가, 더, 기쁜 거 아냐? 응?”

아래로 내리칠 때마다 깔린 몸이 꿈틀댄다. 안에 들어온 성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계까지 다다른 쾌감으로 휴이의 입이 벌어졌다. 벌게진 얼굴로 헐떡이며 일그러지는 얼굴이 그 와중에도 예뻤다. 타고난 외모는 이럴 때 좋은 법이다.

“주인님, 흐, 주인님…….”

애원하듯이 그녀를 부르는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월감을 느끼게 했다. 쾌감에 물든 그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을 바라본다. 적나라한 욕구가 드러났다.

“왜, 빨고 싶어?”

마르티안은 웃었다. 하고 싶어요, 그가 헐떡이면서 대답했다.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들었다가 다시 크게 주저앉았다. 상체를 들어 올리던 휴이가 그 자극에 무너지듯 다시 누웠다. 마르티안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뭐해, 허락해 줬더니?”

그녀는 휴이의 유두를 비틀었다. 신음을 내지르며 꿈틀거리는 몸이 천박하고 야했다. 아래로 흘러내린 애액이 휴이의 사타구니 사이를 적신다. 움직일 때마다 질척대며 울렸다.

“하으, 주이, 흐읍, 천, 천히…… 흑, 조금, 조금만…….”

마르티안이 퍽퍽 치대는 것을 버티고 버텨서, 그의 입술이 겨우 마르티안의 유두에 닿는다. 비틀대며 움직이는 게 가상해서 조금 여유를 주자 그녀의 가슴을 빨아올리는 입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혀와 입술, 가볍게 씹는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마르티안은 엉덩이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부드러운 자극은 여유로웠다. 흐으, 응, 그의 입술로 신음이 부드럽게 뭉개졌다. 그는 조금 더 상체를 세워 앉았다.

거의 마주 앉은 모양새가 되자 그의 입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위로 올라가더니 쇄골 이곳저곳을 빨며 자국을 남겼다. 버릇 같은 입질이었다. 옷으로 가릴 수 있는 곳에 남기는 자국은 그녀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마르티안이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론은 고통을 견디는 것처럼 엉망인 얼굴로 그녀와 휴이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맞닿자 그의 눈으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제가 가서 관장…… 준비하도록……허락, 해주시면…….”

울음소리를 참으려고 입술이 꽉 깨물린다. 여기서 이렇게 버티는 것보다 들어가서 관장을 준비하는 게 나은 것이다. 그건 여러모로 한심한 선택이었다.

마르티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론의 위치에 휴이가 있었다면 그는 그녀가 시선을 준 그 순간에 바로 달라붙어 뭐라도 하려고 했을 것이다.

도망치는 것밖에는 할 줄 모르는 개라니 그게 다른 개도 아닌 론이라는 게 짜증스럽다. 마르티안은 제게 들러붙어 여기저기 빨고 있는 휴이의 목을 붙잡아 눌렀다. 새빨갛게 흥분한 얼굴이 그녀의 손에 밀려 고분고분 다시 누웠다. 연결된 안쪽이 꿈틀댄다.

마르티안은 론을 향해 말했다.

“이리 와서 핥아.”

그녀가 손을 아래로 내려 더듬었다. 자극을 받은 음핵과 그녀의 아래로 삼켜진 성기. 그녀가 더듬는 곳들은 이미 흥분한 곳들이다. 혀로 핥으면 아주 자극적인 곳들이었다. 마르티안은 당장 움직이지 않는 론을 보며, 다시 말을 뱉어냈다.

“백작님과 내가 즐겁도록, 와서 핥으라고.”

마르티안은 론이 백작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을 안다. 알기 때문에 이렇게 구는 것이다. 그녀의 교육은 개의 자아와 자존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견디게 만드는 방식이었으니까. 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녀의 개가 되고 싶다면 그녀가 원하는 방식과 존재로 있어야 했다.

결국 론은 일순 치미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지만 결국 침대 위를 기어 관계하고 있는 둘의 옆에 가까이 다가왔다.

완전히 흥분한 마르티안의 아래와 휴이의 성기가 적나라하다. 론이 가능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혀를 내밀었을 때였다. 머리카락이 잡혀 억지로 고개가 들렸다.

“감사 인사 하고 해야지.”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명령이다. 론은 더듬거리며 입을 벌리려 애썼지만 말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의 위치와 백작의 위치, 혼자 해오던 적나라한 비교가 다시 그를 들쑤셨다. 마르티안이 흥분해서 백작에게 집중하는 모습들과 백작이 손쉽게 말하고 허락받는 모든 행위가.

흥을 깨는 짓이라는 걸 아는데도 엉망이 된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잘못했다는 말이 눈물 사이로 뭉그러졌다. 용서를 빌고 다정을 구하고 애원을 하고 싶었다.

“하라는 말이나 해. 쓸데없이 울어서 젖게 만들지 말고.”

떨어지는 말이 무심하다. 교육에 다정을 바라는 스스로가 잘못이었다. 론은 시선을 들지 못했다. 마르티안의 표정을 보기가 무섭다. 아니 스스로가 무서웠다.

흥분으로 휩싸여서 백작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자신을 대하는 무감한 얼굴을 확인하면 정말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아서.

서로 맞물린 살덩어리들을 보며 론은 겨우 제 입을 열었다.

“주제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주인님.”

그제야 잡혀있던 머리카락이 놓였다. 론은 시키는 대로 그녀의 아래와 연결된 성기를 핥았다. 그게 마르티안이 그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그의 위치이자 주제인 것이다. 고작해야 이렇게 쓰이는 것이.

눈물이 뚝 떨어진다. 마르티안이 말한 ‘쓸데없는 거로 젖게 하지 말라’는 게 떠올라서, 그는 급하게 핥아 삼켰다.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과 어떻게든 있고 싶다는 마음이 서로 갈라진다. 쪼개지는 것들이 고통스러웠지만 그 모든 것들은, 모두, 스스로가 자초한 고통이었다.

그의 위로 마르티안의 신음 소리가 다시 커졌다. 뒷머리를 누르는 힘에 론은 제가 배운 대로 혀를 움직였다.

마르티안은 론의 머리를 움켜쥐어 더 깊게 빨게 했다. 질퍽거릴 정도로 애액이 흘러내렸고 그걸 핥아 먹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이어졌다. 들쑤시는 혀는 그녀가 흥분하는 곳을 전부 알고 움직였다. 마르티안은 론의 머리를 움켜쥔 채로 좀 더 힘을 주어 아래로 내렸다.

“아래도, 후으, 해야지, 읏…….”

론의 혀가 잔뜩 벌어진 질 입구를 닿았다. 휴이의 성기와 이어진 부분이었다. 마르티안은 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휴이의 성기를 삼킨 채로 론의 입에 처박는 느낌이다. 론의 고집을 무너트릴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각적인 자극이 너무 크다. 분명 이런 난교 같은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제 아래를 핥으면서 우는 론의 꼴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마르티안은 흥분을 조절하기 위해 숨을 뱉어냈다. 눈물로 아래가 젖은 느낌이 들자마자 급하게 핥아내는 소리가 울린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어깨가 불쌍하게 떨린다.

혀가 닿을 때마다, 그녀에게 처박혀있는 휴이의 성기가 꿈틀대는 것도 또 다른 자극이었다.

“론, 울지 말랬잖아.”

불분명한 대답이 핥는 가운데 울린다. 젖은 입술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르티안이 론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쥔다. 스스로 다리도 벌릴 줄 모르는 개 주제에 이런 식으로는 또 잘도 울었다.

“혀 좁게 해서 내밀어.”

단단하게 응축된 혀가 툭 튀어나온다. 마르티안은 그 혀에 자신의 음핵을 꾹 눌러 비볐다. 완전히 흥분해서 달아오른 곳이었다. 몸을 조금 움직이자 꾹 눌리며 비벼지는 자극에 하체가 다 떨린다. 거칠게 아래를 대고 문지르자 론의 몸이 흔들렸다.

“버텨. 네 몫 해야지.”

그녀가 론의 뒷머리를 붙잡고는 아래를 크게 부딪친다. 그의 혀는 물론 입술과 코까지 그녀의 아래에 문질러졌다. 뭉개진 입은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와중에도 우는 얼굴이었다.

서럽고 불쌍하고, 천박하게 젖어서 엉망진창인 얼굴. 뺨과 입술 위는 눈물로, 입술 아래는 삼키지 못한 타액으로 줄줄 젖은 꼴이었다. 그 혀에 음핵을 꾹 찌르며 마르티안은 밭은 신음을 내뱉었다. 흥분에 못 이겨 그녀의 아래가 들어온 것을 마구잡이로 조인다.

휴이가 견디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그녀를 불러댔다.

“흐으, 하윽! 주, 주인님. 흐윽, 아래, 흐으, 아래 풀어서, 흐읍, 싸, 쌀 수 있게…….”

주인님, 주인님 하며 부르는 소리가 급하다. 더듬는 손이 그녀의 허벅지와 허리를 마구 더듬었다. 마르티안은 손을 뻗어 그의 유두를 비틀었다. 단단하게 솟은 건 여지없이 딱딱하다. 뚫어서 보석이라도 달고 싶은 천박한 몸이었다.

“주인이, 아직인데, 읏, 어딜, 싸?”

“하아, 아, 안 돼, 흐읍, 흐으, 터지, 터질 거, 아으, 흐으응! 흐으.”

유두를 손톱으로 긁어내릴 때마다 그녀의 안에 처박힌 휴이의 성기가 꿈틀거렸다. 그녀가 론의 머리카락을 쥐던 손을 떼어 휴이의 양쪽 유두를 움켜잡았다. 휴이의 몸이 크게 비틀린다. 올라탄 몸이 흔들릴 정도라서 마르티안은 휴이의 뺨을 두어 번 내리쳤다.

“얌전히, 흐읏, 못 있어?”

“흐윽, 흐으응, 히, 힘들어서……흐, 젖, 저꼭지……안돼, 하지, 흐으! 흐응, 하윽!”

휴이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와 허리를 잡고 버티려 애쓴다. 뺨을 맞은 것 정도야 도리어 상이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부푼 유두를 잡아당겼다.

휴이가 어쩔 줄 모르며 애원하기 시작한다. 맞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래를 풀어달라는 애원이었다.

“지금 풀어서, 흐으, 감싼 거 안에 다 흘려놨으면 오늘은 계속 못 싸는 거야. 그래도 풀어줘?”

그 말에 휴이가 고개를 급하게 저었다. 막대로 막힌 요도구에서 질질 흘러내린 게 상당히 많다는 걸 본인도 알았으니까. 휴이는 더 이상 풀어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우는 소리로 터질 것 같다는 둥 망가질 것 같다는 둥 그런 소리를 뱉어내어 마르티안의 흥분을 더했다.

“론. 혀에 힘주고, 버티라고 했는데.”

마르티안이 허리를 앞으로 움직여 물컹해진 론의 혀에 음핵을 비빈다. 그녀는 론의 머리카락을 다시 움켜쥐었다.

“네가 못하는 거 백작님이 하고 있잖아. 너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그제야 론이 제 혀에 힘을 주며 버틴다. 그새 또 우는 건지 헐떡이는 숨으로 젖은 소리가 묻어났다. 음핵에 문질러지는 혀가 경직되었다가 풀리기를 반복한다. 시각적인 자극과 직접적인 감각이 합쳐지며 흥분이 한계까지 솟구쳤다.

그녀가 엉덩이를 마구 앞뒤로 움직였다. 온몸을 휘두르는 절정이 한계까지 치솟았다.

“흐으, 후우, 하아…….”

그녀가 론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혀를 내밀고 견디던 얼굴이 간신히 물러나며 헐떡였다. 눈물과 애액과 타액으로 엉망진창인 얼굴이다. 론이 겨우 숨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주인님, 주제, 를 알게 해주셔서……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그녀가 가르쳤던 그대로였다. 주인이 요구하기 전에 내뱉은 고백은 더없이 순종적이고 얌전하다. 어떻게든 그녀의 맘에 맞추려는 태도였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힐끗 보아 넘기고는 휴이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쭉 뽑히는 감각이 가벼운 흥분을 남긴다.

“흐으, 흐응……. 주이, 흐으, 빼 주, 빼 주세요.”

휴이가 다시 그녀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휴이의 성기를 감싸고 있던 피임막대를 뽑아내자 그가 힉, 소리를 내며 신음을 뱉어냈다. 막대에 달려있던 고무 막을 뒤집자 질질 흐른 것들이 제법 흥건하다.

그녀는 그걸 그대로 휴이에게 내밀었다.

“휴, 이거 입에 물어.”

휴이가 조금 구겨진 얼굴로 내민 것을 입에 물었다. 마르티안은 그제야 다시 론에게 시선을 주었다. 뺨이 아직도 젖은 채였지만 주인의 의지에 반하며 애원하려던 기색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론, 네가 못하는 거 백작님이 했다는 거 알지?”

“네, 주인님.”

“도움을 받았으면 갚아야지. 빨아서 네 입에 쌀 수 있게 해드려.”

예상치도 못한 말에 론의 눈이 순간 커졌다. 지금껏 마르티안은 그를 이런 식으로 쓴 적이 없었다. 벌을 주거나 교육을 할 때에도 수치스럽거나 과한 고통을 견디게 하면 몰라도 다른 사람을 상대하게 한 적은 없었다. 론은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귀족들은 흥미 잃은 애첩을 밖으로 굴렸으니까.

시키는 것을 하는 동안 너무 울어서, 버릇이 없게 굴어서, 이제는 질린 것일지도 모른다. 오그라든 마음은 금세 불안으로 바뀐다. 그는 입술을 짓씹었다. 애원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뭐 해. 론, 안 해?”

마르티안이 되묻는다. 짜증 어린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을 때였다.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주인님, 제가 직접 손으로 해도 괜찮은데…… 허락만 해주시면…….”

휴이가 물고 있던 것도 빼어놓고 말했다. 마르티안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휴이는 그녀의 뒤, 무릎을 꿇고 있는 애첩을 보았다. 죽을 명령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굳어진 얼굴이다. 끔찍해하는 얼굴이었다.

빨리기 싫은 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애첩의 봉사를 받느니 그냥 손으로 하는 게 나았다. 사실 그보다 싫은 건 마르티안의 시선이 자꾸 애첩에게 가는 것이다.

“네가 못하는 걸 백작님이 했다.”는 말도 그랬다. 애첩이 할 수 있었다면 그를 쓰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었으니까

그는 마르티안과 애첩의 관계에서는 굴러온 돌이나 다름없다. 애첩을 혼내고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마르티안은 이 공간에 그를 들이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치미는 흥분마저도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자신을 주변으로 배제하는 이 상황이 못마땅하다. 차라리 그녀의 화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이 나았다. 휴이는 일부러 조심스럽게 말하는 척 굴었다. 처음 멋모르고 제 의견을 뱉어냈을 때처럼.

“그냥, 손으로 할게요. 주인님. 그러면 불편한 것도 없고, 서로, 더럽지 않고…….”

마르티안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개가 주제넘게 구는 걸 싫어했으니까. 제 취향을 겁 없이 요구하는 것이나 제 기준대로 하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정조대를 직접 사 오겠다고 했을 때도 그녀는 그의 그런 태도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휴이는 그때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더러운 꼴로 오줌 위에 뒹구는 건 끔찍하게 싫었지만 애첩을 배제하고 자신에게 그 화를 쏟아내 준다면, 그게 뭐든 마냥 좋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르티안은 바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가만히 휴이를 보았다. 휴이의 속이 불안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눈치가 빨랐으니까. 개가 제 욕망대로 행동하기에는 결코 쉬운 주인이 아니었다. 그가 멍청한 척 애교를 부리려 했을 때였다.

애첩이 먼저 몸을 움직인다. 입술을 꽉 다문 채로 휴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어 하는 새에 젖은 입술이 귀두에 툭 닿았다. 휴이가 뒤로 도망치듯 엉덩이를 빼버린다. 마르티안의 시선이 휴이에게 닿는다. 그것을 느끼고 그가 입을 연다.

“주인님, 이거는, 정말, 그냥…….”

애교와 애원이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론에게 닿았다.

“론, 네가 쓸데없이 주저하니까 이 모양이잖아.”

비난의 방향은 몹시 의도적이었다. 지금 이건 애첩을 혼낼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마르티안은 휴이를 힐끔 보고는 다시 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휴이는 마르티안이 자신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걸 알았다. 꼼짝없이 애첩의 교육에 필요한 도구로 쓰여야 할 판이다. 그가 불만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론은 꼼짝도 못 한 채로 마르티안의 질책을 들었다. 그를 깎아내리는 말 사이로 그녀와 휴이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언급되었다. 론은 제 주제도 모르는 애첩인 데 반해 휴이는 그 빈 곳을 훌륭하게 채운 파트너였다.

론의 얼굴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잔뜩 굳었다. 마르티안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주제도 모르고, 제 할 일도 못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갚는 것조차도 못하는 못난 개가 되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론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침대 시트가 툭툭 젖었다. 마르티안이 말을 뱉었다.

“침대 위에선 아무 쓸모없으니까 욕실로 가. 내가 뭐 한댔어?”

“……흐으, 과, 관장이랑, 흡……맞고…… 흐으…….”

대답하는 말로 울음이 섞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말을 잘랐다.

“울음 그쳐. 가서 관장기 준비하고 맞을 회초리 골라서 기다려. 알았어?”

“……알겠습니다. 주이, 흐으, 흡, 주인님.”

론이 비척대며 침대 밖으로 내려갔다. 마르티안이 그것을 한참 보다가 이내 휴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추궁하는 시선이었다. 휴이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 애첩을 너무 신경 써서, 그래서 그랬어요. 너무 봐주시지도 않고 그래서, 혼이라도 나면 봐주실 거 같아서…….”

“그래서 물고 있으라는 것도 뱉고?”

“잘못……했어요.”

“그래, 그럼 벌을 받아야지. 침대 맡에 등 기대고 앉아. 다리 벌리고.”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가 서랍을 연다. 평소 들고 다니며 쓰는 회초리를 꺼내자 휴이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이런 자세를 하고 그녀가 회초리를 들으면 맞을 데라고는 한 군데뿐이다.

성기를 매질 당할 생각을 하자 등으로 땀이 나는 기분이다. 손 뒤로 해, 명령이 더해질수록 그가 받을 벌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왜? 벌 받고 싶어서 그랬다며.”

“……그건 그렇지만, 주인님, 저, 한 번도……아직 못 쌌는데…….”

어물거리며 하는 소리에 그녀가 픽 웃는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어서 휴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회초리가 배까지 올라붙은 성기를 툭 건드렸다. 움찔, 그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횟수는, 안, 세도 되는지, 흐악!”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들어 성기를 내리쳤다. 허벅지가 고통으로 확 움츠러들었다가 스스로 다시 벌어졌다. 흐으, 흐우……, 흐으. 신음은 불규칙하게 터졌다. 그녀는 친절하게 베개를 하나 그에게 넘겨주었다.

“스무 대 맞을 거야. 횟수 셀 필요 없는데 소리 크게 내면 처음부터 다시 맞을 거니까. 그거라도 물고 참아.”

마르티안은 바로 회초리를 휘둘렀다. 두툼한 회초리 끝이 귀두 바로 아래를 내리쳤다. 도무지 참기 어려운 강도였다. 흐아악! 신음이 마구잡이로 터졌다. 그는 다리를 확 오므리고는 덜덜 떨었다.

“주이, 흐으, 주인님. 너무, 너무 아파요. 모, 못 버티겠…….”

마르티안은 그저 웃었다. 론을 교육하는 상황이라서 미뤄놨을 뿐 그녀는 휴이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아픈 것도 못 참는 주제에 주인을 속이려던 변명이 아주 다채로웠다. 이내 그녀의 회초리가 그의 몸을 아무렇게나 후려쳤다.

“자세 똑바로 해. 못 잡으면 묶을 거야. 그러면 댓수 상관없이 네 좆이 해어질 때까지 맞을 테니까.”

“흐으! 악! 하, 할게요. 아윽! 흐으, 주이, 주인님……잘못, 하으! 으으…….”

“벌려.”

휴이가 겨우 다리를 벌렸다. 회초리가 정확하게 그 사이를 파고들어 성기를 후려쳤다. 달아올라 빳빳하게 붙어있던 것이 크게 흔들린다.

“끄읍! 흐으, 흐……. 우으…….”

허겁지겁 입에 물은 베개 덕분에 비명이 크게 새어나지는 않았다. 버티는 허벅지가 부들거리며 떨린다. 마르티안이 회초리 끝으로 허벅지 안쪽을 툭툭 쳤다. 더 벌리라는 뜻이었지만 잔뜩 긴장한 몸은 매를 맞은 것처럼 놀라 움찔거렸다. 허벅지가 비척비척 벌어진다. 이내 매질이 부들거리는 성기에 떨어졌다.

휴이는 정신없이 맞았다. 짓씹은 베개로 눈물이 흥건하게 젖었다. 열 대를 막 채웠을 때였다. 마르티안은 그가 움켜쥔 베개를 빼앗았다.

“남은 열 대는 이거 없이 맞아. 소리 제대로 참고.”

“아, 안 돼요. 안 돼, 주인님……흐으, 흐윽, 그러지 마세, 흐으, 으읍, 흐…….”

빼앗긴 걸 바라보며 그가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베개를 짓씹으며 간신히 비명을 참았다. 입을 막을 것도 없는데 소리를 참으라니. 휴이는 자신이 절대 참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한단 소리였다. 열 대를 맞은 성기는 벌써 붉은 줄이 가득했다.

마르티안은 빼앗은 베개를 그의 손이 닿을 곳에 내려놓았다. 맞고 구른 덕분인지 휴이는 그 베개에 손을 대려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못 하겠다면서 울었다. 아래를 바짝 세운 주제에 웃기는 소리였다.

그녀는 회초리를 한쪽에 두고는 그대로 휴이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성기를 터질 것처럼 짓뭉개는데도 휴이는 허리를 떨면서 몹시 헐떡였다.

“그럼 싸지 않고 참는 거로 할래?”

“흐, 흐으, 자, 잘못했, 하으, 흡, 아파, 으흐, 흐응, 싸, 쌀 거……. 흐읏!”

“싸면 이대로 끝이야.”

휴이는 필사적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가 말하는 끝은 상황의 끝이 아니라 관계의 끝을 뜻하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성기를 맞으면서도 발기하는 몸이 이런 자극을 오래 참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는 결국 눈물을 쏟으며 다시 애원했다.

“잘못, 흐으, 잘못했어요. 주인님, 흐아, 하으, 맞을, 맞을 테니까……흐으, 소, 손……흐읍, 안돼, 흐으……제발…….”

결국 베개 없이 잘 맞겠다는 소리까지 하고 나서야 그녀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회초리질은 바로 다시 이어졌다. 거친 매가 성기를 후려쳤다. 휴이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세 대만에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 마르티안은 가차없이 말했다. 휴이의 눈으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휴이는 고작해야 두세 대밖에 버티질 못했다. 못 참고 비명을 내지르고 나면 숫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매질이 영영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얼굴이 희게 질린다. 성기가 온통 벌겋게 물들었다.

마르티안은 휴이를 엎드리게 했다. 매질이 자꾸 늘어나는 건 그녀의 입장에서도 귀찮은 일이었으니까. 그녀는 휴이를 엎드리게 하고 엉덩이만 높게 들게 했다. 그렇게 하면 얼굴이 시트에 닿아서 입에 물 수 있었다.

단지 너무 흥분한 성기가 그의 배에 들러붙어 있어서 때리기가 마땅찮다. 마르티안은 휴이에게 직접 손으로 성기를 잡아 내리게 했다. 가랑이 사이로 딱딱하게 부푼 성기가 내밀어졌다.

손바닥으로 밀린 성기는 이미 새어나온 것으로 번들거렸다. 맞다가 싸는 꼴을 보는 거 아닐까. 마르티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회초리를 내리쳤다.

성기를 밀어낸 휴이의 손바닥이 성기와 함께 얻어맞았다. 철썩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린다. 시트를 물고 있는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그럼에도 거칠게 흘렀다. 끄윽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니까 왜 주제넘게 굴었어. 맞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그런 거야? 그럼 쌀 때까지 때려줄게.”

회초리 끝이, 성기를 받치고 있는 손바닥을 꾹 찌른다. 회초리가 내리칠 때마다 성기와 함께 후려 맞아서 손바닥까지 퉁퉁 부었다. 그의 몸이 움찔 흔들렸다. 마르티안이 재촉하듯이 말을 뱉는다.

“어때, 응? 쌀 때까지 맞는 거.”

시트를 문 채로 휴이는 고개를 저었다. 웅얼대는 대답은 거의 뭉개졌지만 싫다는 뜻이 분명했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를 움직여 물씬 젖은 귀두 틈새를 꾹 눌렀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그의 등이 고양이처럼 위로 굽어지며 높은 신음을 뱉어냈다.

당장 죽을 것처럼 맞았는데도 흥분한 건 그대로다. 고작 이런 자극에 쌀 것처럼 온몸이 흥분했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로 그의 귀두를 문질렀다.

“아쉽게 구네. 네 몸은 싸는 걸 원하는 거 같은데.”

이내 회초리 끝으로 내리치자 이번에는 고통으로 그의 등이 굽어졌다. 흥분할 때나 고통에 질려 할 때나 반응하는 모양이 똑같은 몸이었다. 다루기에 자극적인 건 언제나 후자였다.

휴이가 억눌린 입으로 흐느끼듯 울었다. 겨우 다시 자세를 잡은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부들거리며 떨린다. 남은 건 다섯 대 정도였다. 그의 손바닥이 다시 자신의 성기를 아래로 눌러 회초리 앞에 가져다 바쳤다.

마르티안은 때릴 것처럼 회초리로 툭툭 치다가 귀두 끝을 다시 쑤셨다.

“으흐! 흐으, 흐응! 흡, 흐으!

“싼 것처럼 적신 주제에 아닌 척은.”

손바닥 위로 성기가 꿈틀거린다. 스스로의 것을 가져다 바친 손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흥분한 것을 움켜쥐고 싶어서였다. 움켜쥐고 흔들고 싶겠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회초리로 성기 끝을 마구 들쑤셨다. 엉덩이가 흔들리고 등이 자꾸 굽었다. 우는 소리가 범벅이다. 시트를 입에 물고 뺨과 얼굴을 비비는 꼴이 엉망이었다.

마르티안은 귀두를 들쑤시다가 내리치기를 반복했다. 다섯 번째 회초리를 들어 그 끝을 내리쳤을 때 휴이는 제 것을 받치고 있던 손바닥 위에서 정액을 뿜어냈다. 허리가 부들거리고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로 싸지른 것이다.

허연 액이 스스로의 손바닥과 마르티안의 허벅지에 뿌려지며 길게 이어졌다. 부들거리며 버티던 엉덩이가 무너지듯이 아래로 주저앉았다.

“흐으……흐읍, 흐아…….”

맞으면서 싸버린 몸은, 남은 흥분에 휩싸여서 떨었다. 근육이 잡힌 엉덩이가 파들대며 떨렸고 그 위로 끅끅거리는 울음이 더해졌다. 마르티안은 달아오른 숨을 내뱉었다.

이대로 그의 엉덩이를 벌려서 커다란 모조성기를 처박고 싶어진다. 더 울리고,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 와중에도 다시 서는 꼴을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얼굴을 보면서.

처음부터 뒤를 늘려 놓았어야 했는데. 그녀는 후회하며 휴이의 뒷머리를 움켜쥐었다. 뒤로 빠짝 잡아당기자 목이 한계까지 젖혀진 휴이가 숨을 컥컥 뱉어낸다.

“치워야지, 거하게 싸질렀으면.”

“커흐, 흡, 주, 주인, 흐으…….”

그녀가 잡힌 것을 던지듯 놓자 그제야 휴이가 제 몸을 돌렸다. 쏟아낸 자국이 시트 위로 적나라했다. 붉어진 얼굴이 침대보를 핥아내며 젖은 것을 더 젖게 만들고 조금씩 그녀에게로 다가온다. 휴이는 시트를 열심히 핥으면서도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얌전해진 꼴이었다.

마르티안은 그가 왜 얌전해졌는지 알았다. 극단적인 수치와 고통 가운데 비참할 정도로 흥분하고 나면 개들은 본능적으로 위축되곤 했으니까. 자신을 그렇게 만든 주인에게 겁을 먹는 것이다. 동시에 그건 개가 자신의 역할에 더 취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녀는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붉어진 얼굴이 그녀를 마주했다가 금세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마치 부끄럽다는 것처럼. 남창보다 천박한 태도로 한껏 싸지른 주제에 태도만큼은 더없이 수줍다. 마르티안은 픽 웃고는 그의 뺨을 내리쳤다.

“감사 인사는?”

“아……. 흐으, 읍, 때, 때려, 주셔서……감사합니다. 주인님.”

“그거 말고 핥아 먹기 전에 하는 감사 인사. 좆 맞다가 싸보니까 좋아 죽겠어? 그거밖에 머리에 남은 게 없나봐?”

휴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진다.

“아……. 감사, 아니, 맛있게……먹겠습니다.”

“정신 못 차리기는. 그렇게 좋으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맞던가. 싸고 싶을 때마다 아까처럼 맞아서 싸는 거야.”

그녀가 회초리로 휴이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휴이가 흠칫 놀라 허벅지를 움츠렸다가 이내 다시 벌렸다. 제법 개답게 굴긴 하네.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회초리 끝으로 그의 성기 아래와 고환을 꾹꾹 찔렀다.

그가 움찔대면서 그녀를 올려본다. 그의 얼굴로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대답해야지. 그렇게 할래?”

휴이가 머뭇댄다. 평소라면 고개부터 저었을 텐데 그는 우물대면서 가만히 있었다. 폭력적으로 다가온 쾌감이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이었다. 물론 고통은 고통이었으니까 그걸 매번 하는 건 또 겁이 나는 모양이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대던 개를 구경하다가, 그녀가 다시 그의 뺨을 내리쳤다.

“대답.”

“……그게 주인님이……원, 하시면 가끔, 한 번씩은…….”

“너는 하기 싫고 나 때문에?”

그녀는 회초리를 들어 휴이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긴장하고 있던 몸이 움찔 놀란다. 그녀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회초리로 성기를 두들겼다. 툭, 툭 건드리는 가벼운 매질에도 휴이의 몸은 튀어 오를 것처럼 움찔댔다. 흐으, 주인님. 애원 소리가 신음처럼 퍼졌다. 그의 성기는 다시 딱딱해졌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보며 말했다.

“세우는 건 뒷골목 남창보다 잘하네.”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그의 성기를 꾹 눌렀다.

“이대로 또 맞고 싶어? 대답도 안 하는 거 보니까 그런 거 같은데.”

“……그, 그게 저도 좋은, 데……. 계속, 그렇게 맞는 건……아프, 아플 거 같아서…….”

그건 마르티안의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또 맞게 될 게 뻔했다. 휴이는 눈치를 보며 그녀 쪽으로 붙었다. 뭐라도 다른 것을 해서 예쁨을 받아야 했다.

“흐으, 흡, 주인님, 더러워진 거, 치울, 테니까…….”

그가 몸을 숙여서 마르티안의 허벅지에 묻은 자신의 정액을 핥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허벅지를 핥아내고는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움직였다. 젖은 음모가 코끝에 닿았다. 휴이는 잠시 그녀를 올려보았다. 어디 해보라는 표정이었지만 그는 머뭇대며 멈췄다.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혀도 제대로 못 쓰는 개새끼가 무슨. 머리를 굴리려면 론에게 배울 생각이나 해.”

그는 혀 쓰는 법을 모르는 개였다. 괜히 시도했다가 애첩과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는 머뭇거리다가 그저 남은 정액을 핥아냈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피하는 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끓었다.

억울함은 그녀의 아래를 핥지 못해서가 생긴 게 아니었다. 애첩에게만 주어지는 차별이 억울했다. 그 애첩은 오래전부터 이 침실에 들락거렸을 테니까.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기뻐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러니 혀를 쓰는 애무에 능숙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도, 그녀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 그 애첩이었으니까.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가르쳐 준다고 해놓고.’

휴이는 그것이 서럽고 억울했다. 그건 처음 겪는 대우였다. 원하는 물건이나 원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그걸 독점적으로 혹은 일 순위로 가졌으니까. 그는 그럴 수 있는 지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니 마르티안이 하는 평등은, 도리어 차별이나 다름없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지위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지만 이 순간에는 그것이 또 불만이었다. 그의 마음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게 오락가락했다.

학대받는 것이 좋아서 마르티안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학대가 아니라도 그녀의 곁에서 있고 싶었다. 당연하게 침실을 오가고 당연하게 함께 있는 관계가 탐이 났다. 마르티안의 애첩처럼, 자신에게도 그런 자리와 명확한 위치가 주어졌으면 했다.

그는 정액을 치운다는 핑계로 마르티안의 살을 핥고 빨았다. 가볍게 우물거릴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로 붉은 자국들이 남았다. 그녀가 그의 앞머리를 잡아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입질하라고는 안 했는데?”

“…….”

“불만이 있나 보네. 더 울고 나서 말할래?”

그녀가 휴이의 등을 회초리로 내리쳤다. 매질은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흐으! 아파, 아파요.”

그는 강제로 고개가 들린 채 움찔댔다. 그녀는 더는 묻지 않고 회초리를 연이어 내리쳤다. 대답을 제대로 할 때까지 맞을 거란 뜻이었다. 아픔에 헐떡이던 몸이 겨우 대답을 뱉어냈다.

“흐읍, 흐아! 흐읏! 아래, 핥는 거, 흡! 아, 알려, 주신다고……. 흐읏! 했는데……. 흐으, 으.”

“그게 불만이다? 여태까지 언급도 없더니, 갑자기, 지금?”

그녀는 우습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괜히 서럽고 억울해서 눈물이 떨어졌다.

“모, 못 한다고 해서, 흐으, 흡! 저도 잘, 하고 싶어서, 흐으! 주, 주인님……아파, 흐읍.”

“그게 배우고 싶어?”

“흐으, 네……네.”

그녀의 회초리가 멈췄다. 휴이는 급하게 애원했다. “흐으, 주인님. 저도 잘해서, 예쁨받고 싶, 흣!” 마르티안이 그의 유두를 잡아당겼다. 살덩이가 몹시 붉어졌지만 그에게는 흥분하기 좋은 고통이었다.

“흐으, 흡, 주, 주인님……. 그, 러면, 흐으, 흐응, 다시, 흣, 다시 흥분……흐으.”

“세우는 것만 잘하지. 빨지는 못하면서.”

“흐으, 흡, 그러니까 주인님. 흐으응, 저도 배우게, 하으, 해주세요. 배울래요. 흐읏, 주인님.”

마르티안이 손을 멈췄다. 움켜쥐던 앞머리도 놓아주자 휴이는 허겁지겁 몸을 숙여서 그녀의 허벅지에 뺨을 비볐다. 끙끙거리면서 움직이는 모습은 커다란 개와 다를 바 없다. 개는 한참을 달라붙어서 비비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은 타고난 대로 예뻤다.

마르티안은 그의 금발을 손으로 훑어냈다. 부드럽게 감기는 촉감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 낮에 여기로 와. 와서 론에게 배워.”

“……주인님?”

마르티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배우고 싶다며, 내일부터 매일 와서 배워.”

“……주, 주인님이 직접 가르쳐, 주시는 거라고…….”

마르티안은 다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확 뒤로 젖히자 목젖이 두드러진다. 그의 숨이 헐떡댔다. 그녀는 그의 뺨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네가 뭐라고 내가 직접 가르쳐, 원래 너 같은 개는 취급도 안 했는데.”

“우으, 흡,……어, 떻게……배우……흐으, 큿…….”

“와서 론에게 부탁해야지. 걔가 네 선배니까. 잘 부탁한다고 겸사 좆이라도 빨아주든가.”

휴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 정액을 삼키라고 했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일관된 모습에 그녀가 픽 웃었다.

“왜, 못 하겠어?”

휴이가 머뭇댔다. 자신의 것을 빨리는 것도 끔찍한데 애첩의 것을 빨라니. 상대는 피부색도 다른 최하층 이방인이었다. 돈만 받으면 뭐든 하는 남창들이나 할 만한 일, 휴이는 거부감을 참을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짓씹었다.

남창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는 것과 진짜 남창처럼 굴리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머뭇거리는 그에게 마르티안이 다시 물었다.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손과 함께.

“싫으세요, 백작님?”

그녀는 오히려 그가 백작인 것을, 제국의 손꼽히는 귀족이자 누구도 넘보기 힘든 지위라는 것을 대놓고 일깨웠다. 그 배경하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아니 제안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지위를 모조리 들춰내며 상상도 하지 못할 굴욕적인 것들을 내밀었다. 제안은 끔찍했다.

그가 머뭇대며 고개를 든다. 마르티안은 가만히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웃는 낯이 다정해서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정 못하시겠다고 하면 더 이상 안 하셔도 되구요.”

그건 개의 자리를 뺏겠다는 소리였다. 순간 휴이는 깨달았다. 마르티안은 지금 화가 난 것이다. 그가 그녀가 하려는 것을 망쳤으니까. 그녀가 하는 애첩에 대한 교육을 거부했고, 침대 위에서 룰을 깨버렸다. 답지 않게 굴었던 건 고작 맞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에는 어떤 강요도 없었다. 싫으면 그만두면 되니까. 싫으면 안 하면 된다. 동시에 관계도 끝났다. 그가 자신의 입술을 짓씹었다.

“잘못…. 잘못했어요, 주인님. 용서해 주시면…….”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용서를 빌어?”

“그게……. 아까 그 애첩이 하려는 걸, 멋대로 거부해서…….”

“내가 화가 났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툭 그녀가 휴이의 뺨을 건드린다.

“이유가 없어도, 내가 때리면 넌 맞아야 하는 거고.”

그의 입술을 벌리며 그녀의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휴이는 입을 벌리고 혀를 아래로 붙였다. 그녀가 아무렇게나 손을 밀어 넣고 들쑤실 수 있도록. 배운 대로 움직이는 모습은 새로운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녀의 명령에서 도망치고 싶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서도.

마르티안의 얼굴로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벌리라면 벌리고.”

입천장을 둥글게 문지르던 손가락이 이내 빠져나갔다. 휴이의 눈이 그녀의 손가락을 쫓았다. 그 손이 자신에게 더 오래 닿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엉망으로 만들고 수치를 주고 꼼짝할 수 없게 몰아붙여 주길 바랐다. 거대한 욕망은 그가 태어나 처음 겪는 결핍이기도 했다. 결핍을 충족시키는 건 그녀에게서만 가능했다.

이제 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내려 그녀의 허벅지에 입술을 맞췄다. 살결이 맞닿아 나는 소리가 마치, 자기 자신을 무너트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맞은 곳부터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프다. 기묘하고 달콤한 감각이었다. 걸을 수 없게 되어서 이 침대에서 나가지 못했으면 좋겠다. 휴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할게요, 주인님. 잘 하면……칭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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