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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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숲 연구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에 환호하던 조사단은 일에 있어서도 집중을 잘했다.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숲에서 먹기 시작한 지 벌써 나흘이 지났다. 손님이 밖에서 돌고 있으니 저택 안에서 손님을 접대하느라 부산스러울 일도 사라졌다.

바쁜 건 하인들뿐이었다. 마르티안은 침실에서 거의 나오질 않았다. 어차피 그곳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꾸며놓기도 했지만, 론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도 꽤 색다른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아파서 그런지 론은 그녀보다 일찍 잠들었고 늦게 깼다. 잠에 덜 깬 론이 꿈지럭거리면서 아이처럼 파고드는 걸 보는 건 제법 재밌는 일이었다. 물론 가장 만족스러운 건 치료를 하는 순간들이었지만.

물론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집사였다. 그는 음식과 차를 가지고 드나들 때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론을 한번씩 노려보았다.

감히 네가 왜 거기 올라가 있냐는 눈빛이다. 론은 그럴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론을 언제까지 여기 두실 생각이신 겁니까?”

“나을 때까진 둬야지.”

“고작 하인입니다. 여기에 이렇게 두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원래 머무는 곳에 있게 하시고, 보살피는 건 다른 이들을 시키세요.”

“하인이기 전에 내 애첩이잖아. 애첩 아랫도리를 누구한테 함부로 돌려?”

“돌리다니요. 그, 그 무슨……. 자작님이 론을 예뻐하시는 건 압니다만 여기에는 누구도 그런 식으로 여길 사람이 없습니다. 애초에 론을 예뻐하는 건 자작님뿐이시구요. 아시지 않습니까?”

“다들 심미안이 떨어지네. 피부색이 좀 어두워서 그렇지, 예쁘장한 얼굴인데.”

마르티안이 론 쪽을 턱짓하며 싱글 웃었다. 집사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삼켜냈다. 그녀가 말했다.

“어쨌든 치료를 남에 손에 맡기고 싶지도 않아. 내 즐거움이 사라지잖아. 고작해야 일주일에서 이주밖에 못 경험할 즐거움인데.”

그녀가 한 손으로 성기를 잡는 손 모양을 하고, 한 손으로는 면봉을 쥐어 그 구멍을 쑤시는 시늉을 했다. 그 경박한 손놀림에 집사의 얼굴 주름이 경악하듯 펴졌다. 마르티안은 뭐가 어떠냐는 듯이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이러면 론이 아프다고 막 애원하거든. 울기는 또 얼마나 잘 우는지. 이건 영 못 참겠나 봐.”

침대에 있는 론이 꾸물대며 몸을 돌렸다. 귀와 목이 이미 시뻘겋다. 마르티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좋은 걸 왜 남한테 넘겨? 아무리 집사라고 해도 못 넘기지.”

제발, 자작님. 집사는 탄식하듯 그녀를 불렀다. 늙은 집사는 언제든지 마르티안은 자랑스러워했지만, 이럴 때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 모든 상황을 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집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르티안의 침대를 차지한 론을 보았다.

“집사, 쟤 노려봐야 뭐 안 나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차나 따라 줘.”

그녀의 말에 집사가 한숨을 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찻주전자를 들어 비어있는 잔에 적절하게 차를 따라냈다. 익숙한 손놀림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마르티안은 집사가 따라준 차를 기분 좋게 마셨지만, 집사가 이런 잔심부름을 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란 생각을 했다.

“이런 잡스러운 시중은 다른 사람을 시키라니까? 아무 하인이나 대충 올려 보내.”

“론이 여기 있는 동안에는, 자작님 시중은 제가 할 예정입니다.”

“고집은.”

그녀가 그렇게 말했지만 집사는 물러나지 않았다. 지금은 저택 안에 내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마르티안이 이런 식으로 론을 직접 돌보며 끼고 도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집사는 일부러 꼭대기 층에 오가는 사람 수를 줄이고, 근처에 사람들이 들락거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외부인이 머무는 상황에서 괜한 소리가 나오게끔 하고 싶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차를 마시고 다시 잔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밖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들린다. 집사가 나가 누군지를 확인한다. 찾아온 사람은 엘 도안이었다.

조사단은 근래 점심과 저녁을 모두 숲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점심이 갓 지난 지금 시간이면 한창 조사가 이뤄지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엘이 돌아오다니. 마르티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응접실로 나갔다.

침실 바깥에 딸린 응접실에 간단한 다과가 차려졌다. 엘 도안은 진한 차를 단숨에 마셨다. 숲 조사를 시작한 지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벌써 눈 밑이 거뭇거뭇했다.

“내일부터 아침 식사까지 숲에서 먹기로 해서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다 외부에서 먹을 예정이에요. 일찍부터 챙겨서 나가야 하니까 주방에 미리 알려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서 잠깐 돌아왔어요.”

“아침부터 나간다고?”

“앞으로는 해가 뜨기 전에 숲으로 가게 될 거 같아요.”

“다들 고생이네.”

“……하아, 어쩌겠어요. 교수님이 그렇게 하신다는데 어쩔 수 없죠.”

엘이 피곤한 표정으로 중얼댄다.

“그래도 저는 오늘 이거 전달한다는 이유로 빠져나왔어요.”

그가 종이를 내민다. 제법 큼직한 종이에 글씨가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왼쪽에는 식사류가 오른쪽에는 디저트류가 쓰여 있었는데 각기 투표수가 바로 옆에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이미 나온 음식에 대해서는 여러 감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요청 음식에는 그들이 각각 맛보았던 그 음식 맛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와중에 아주 섬세한 필치로 긴 감상을 남긴 서체가 눈에 띄었다.

“이 글 쓴 사람이 혹시…….”

“교수님이세요. 다행스럽게도 그걸 적으면서 아주 즐거워 하시더라구요. 일도 버거운데 교수님마저 예민해지면 좀, 힘들거든요.”

서체는 아주 정갈하고 세련된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산적처럼 덩치가 커다란 교수를 떠올리고는 다시 한번 편견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종이를 집사에게 넘겨주자 그가 그것을 들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준비해야 할 것도, 지시해야 할 것도 많은 상황이었다.

그가 나간 뒤에 마르티안은 엘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불편 사항은 없어?”

“아직은요. 일할 때 다들 예민해지는데 그래도 밥이 맛있으니까 어느정도 풀리긴 하더라구요. 다들 밥 먹는 거 생각하며 버틴다고 하구요.”

“음식으로 풀린다면야 다행이지. 다른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해.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엘은 그녀를 따라 웃고는 아직 불만은 없는 거 같다며 답했다. 용건은 그걸로 끝이다. 마르티안이 얼른 돌아가 좀 쉬라고 말했지만, 엘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진 않았다. 뭔가 머뭇거리는 얼굴이어서 마르티안이 먼저 물었다.

“무슨 할 말 있어?”

“아, 그게……. 누님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간만이라서요. 조금 있다가 제 방에서 잠깐 티타임 가져도 될까요? 수도에서 가져온 찻잎이 있거든요. 누님이 좋아할 만한 차라서 사둔 건데…….”

머뭇거리다가 하는 말이 제법 귀엽다. 그러고 보니 저택에 같이 머무르는 데도 며칠을 제대로 이야기조차 못 나눴다. 아침에 잠깐 몇 마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앞으로는 아침도 숲에서 먹는다고 하니 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마르티안은 웃으며 티타임을 기대하겠다고 답했다. 엘이 방긋 웃으면서 응접실을 나갔다.

* * *

귀족의 교양 중 하나가 차 마시기였다. 그건 한번 따지기 시작하면 따질 게 한도 끝도 없는 교양으로 찻잔의 들어 입에 댈 때의 기울기까지 지정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 역시 배울 때 상당히 까다롭게 배웠기 때문에 억울해서라도 제가 배운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제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까지 그런 걸 지킬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기대한 건 남매가 단둘이 가지는 편한 자리였으니까.

“네가 백작님과 친분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그게, 숲에서 같이 다니면서 친해지게 되어서요. 백작님께서 성격이 좋으셔서…….”

그의 옆으로 휴이가 당연하다는 것처럼 앉아 있다. 마르티안은 노골적으로 얼굴을 굳혔지만, 휴이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도안 자작.”

“간만입니다, 백작님.”

마르티안은 의례적인 말을 뱉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요즘 들어 휴이를 보러 가지도, 찾지도 않았다. 더불어 그가 찾아와도 받아주지 않았다.

아픈 론을 치료해주며 옆에 끼고 있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사실 그녀는 달밤가 관리자와 대화 이후 좀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그녀는 개가 제멋대로 구는 걸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좋지 않자 엘 도안이 재빠르게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랐다. 차향은 묵직하고 짙은 나무 향이었다. 엘이 말했던 대로, 그녀가 좋아하는 종류의 향이었다.

“차 배합으로 유명한 곳에서 산 거예요. 특별히 조합을 맡겨서 만든 거라서 이거 한 통밖에 없는데, 맛보시고 누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제가 더 사둘게요.”

그가 대화를 이끌며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애를 썼지만 마르티안은 거기에 맞춰주지 않았다.

휴이가 먼저 나서서 향이 좋다는 소리를 하고는 차를 맛보았다. 교본서에 나올 것 같은 완벽한 태도였다. 귀족적이라는 말이 있다면 아마 제 앞에 있는 이에게 붙이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지나치게 높은 지위를 가진 귀족이었다.

그 모든 것이 전부 짜증스러웠다.

“엘 도안.”

“……네, 누님.”

엘 도안이 주눅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도 마르티안이 화가 났다는 걸 분명하게 눈치챘으니까.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굳어진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마르티안은 뚜렷한 인상의 미인이었지만, 표정을 굳히면 지나치게 차갑게 보였고 그래서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면이 있었다.

“이 티타임이 목적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백작님과 있기 위해서야? 전자라면 백작님께 양해를 구해야 할 거 같고, 후자라면 내가 나가주면 될 거 같은데.”

“누님,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식의 초대는 무례하다는 걸 알아야지.”

“……죄송합니다.”

마르티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 엘 도안은 그것을 눈치채고 조금 우울하게 시선을 내렸다. 일부러 무리하며 주문까지 했었는데 괜한 일을 벌여서 모든 걸 망쳐버린 상황이었다.

달칵, 찻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휴이가 제 잔을 내려놓는 소리였다.

“도안 자작, 너무 그러지 마. 내가 자작과 이야기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뿐이니까.”

“그걸 제게 말도 없이 수락했다는 부분이 무례하단 겁니다.”

마르티안은 자신의 동생을 매우 아꼈지만 동시에 집사보다도 엄격한 훈육자였다. 무엇이 잘못인지 알 때까지 혼을 냈고 정확하게 잘못을 고해야만 용서를 해주었다. 일의 시발점이 다른 사람이었다고 한들 이건 엘 도안이 잘못한 일이었다.

“누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누님이 백작님을 오해하고 있으신 거 같아서 제가 함부로 나섰어요.”

“오해?”

되묻는 소리에 엘 도안이 눈치를 보듯 힐끔 휴이를 보았다. 마르티안이 휴이와 특별한 사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엘은 일부러 휴이의 주위를 맴돌며 대화할 것들을 찾아냈다.

제법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휴이는 명백하게 마르티안에게 빠져있었으니까.

“요즘엔 내 지위가 거추장스러워. 이것만 없었더라도 자작과 좀 더 편하게 지냈을 텐데…….”

그는 엘 도안에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애정에 솔직한 사람이라니. 가문을 우선하는 마르티안에게는 이런 사람이 어울릴지도 몰랐다. 그래서 섣부르게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사자가 있는데 대리 고백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엘 도안은 두루뭉술한 칭찬을 입에 올렸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백작님이 괜찮은 분이신 거 같아서요. 두 분이 좀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녀는 말을 잘라내며 시선을 돌렸다. 휴이와 눈이 마주쳤다. 공을 들여 꾸미고 왔는지 안 그래도 말끔한 얼굴이 유난히 더 화려하다. 시선을 내리자 손등을 덮는 긴 소매가 보였다. 아직 흔적이 많이 남은 모양이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누님.”

“도안 자작.”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 엘은 그저 미안해서 그러는 거였지만 백작은 다르다. 그의 시선은 흥분을 담고 있었다.

굴욕을 당하고 학대당하며 흥분하고 싶어 하는 욕망. 자기중심적이고 참을성이 없는 욕망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주인의 가족까지 어떻게든 포섭하려 드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굳은 표정으로 휴이에게 말을 뱉었다.

“백작님, 이만 일어나시죠. 제 서재에 들어가게 해드릴 테니까요.”

며칠을 들어가지 않은 서재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휴이는 문이 닫히자마자 옷부터 벗으려 들었지만 마르티안이 그걸 막았다. 그녀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르티안이 소파에 앉자, 휴이가 무릎으로 기어와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품종견. 그녀가 휴이의 뺨을 손으로 가볍게 후려쳤다. 흐, 흐윽. 그는 신음을 뱉으면서도 기꺼이 뺨을 내밀었다. 손짓이 멈추자 그가 급하게 말했다.

“멋대로 행동해서 죄송해요. 주인님이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쓸모가 없으니 내가 널 안부르지. 기다리는 것도 못 하고, 핥지도 못하고.”

그가 억울하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매일 연습, 하라고 한 거 하고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자꾸 흥분해서…….”

“참기가 힘들었다고?”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그가 살짝 눈치를 본다. 그가 그녀의 무릎에 입을 맞췄다.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치대는 꼴이었다.

“휴.”

그녀가 부르자 그가 고개를 든다. 일부러 더 화사하게 지어내는 미소가 예쁘긴 예뻤다. 마르티안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뺨이 금세 벌겋게 물든다.

“대답.”

“그냥, 연습한 거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냥 너 혼자 발정난 게 아니고? 그날 바지 다 적신 채로 돌아다니면서 어땠는데?”

휴이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움직이기가 불편, 해서 돌아오고 싶었어요. 주인님이 끝까지 있다가 오라고 해서…….”

“그래서?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벌, 주셔도 돼요.”

대답으로 기대감이 묻어났다. 그에게는 벌도 칭찬인 것이다. 맞았던 매질마저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흥분이 되었을 테니까. 한껏 기대하며 상상한 탓인지 그의 사타구니 사이는 이미 불룩했다.

그녀는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발로 가볍게 눌렀다.

“참는 연습은?”

“흐읍, 했, 했어요. 흐으, 싸기 직전에 멈추고 하윽, 또 멈추고 하는 거랑, 요도 마개도 넣고…….”

그녀가 휴이의 바지를 끌러낸다. 완전히 발기한 것이 툭 튀어 올랐다. 길고 두꺼운 성기는 외모만큼이나 모양새가 예뻤지만, 그녀를 흥분시키는 건 그런 것이 아니라 거기 남아있는 후려 맞은 흔적들이다. 성기를 후려 맞으며 벌벌 떨면서도 흥분해대던 그 몸이 그녀를 자극했다.

“아래 벗어.”

휴이가 바지를 벗자, 그녀는 그를 소파에 눕게 했다. 엉덩이 아래에 쿠션을 하나 깔고 다리를 들어 올리게 하자 엉덩이 구멍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잔뜩 발기해서 배에 바짝 붙어있는 성기를 마르티안이 아래로 잡아 내렸다. 손에 뿌듯하게 쥐이는 크기는 길이도 두께도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자로 귀두 끝을 가볍게 내리쳤다.

“흐읏.”

그녀는 성기와 고환을 차례로 내리쳤다. 탁, 타악, 탁, 그때마다 휴이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 사타구니 사이가 매 자국으로 붉어진다. 죽죽 그어진 자국들이 천박하고 예쁘다.

마르티안이 쥐고 있던 손을 다시 위아래로 흔들었다. 안에 잡힌 것이 꿈틀대며 움직였다.

“참는 연습 했다며?”

“흐아, 흡, 네, 읏, 했어요. 주인님.”

그녀가 손으로 그의 회음부를 내리쳤다. 살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몇 번을 더 내리치자 휴이가 우는 것처럼 신음을 뱉어냈다.

“참는 거 연습했는데 왜 이렇게 아래를 흔들어? 더 천박해진 거 같은데?”

“연, 연습 했, 흐읍.”

귀두 끝으로 벌써부터 질질 흐르는 것들이 생겼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손으로 쓸어다가 휴이의 입에 댔다. 거부감이 있는 건지 그가 입술을 다문다. 그녀가 묻은 것을 그의 입술이 문질렀다. 그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그녀가 다른 손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네가 질질 싼 거잖아. 그럼 네가 치워야지. 입 벌리고 혀 내밀어.”

머뭇거리는 꼴에 그녀가 다시 휴이의 뺨을 내리쳤다.

“못 할 거면 그만 나가고. 아니면, 입 벌려.”

그제야 그의 입이 주춤 벌어진다. 마르티안이 손을 밀어 넣어 혀를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다른 손에 묻어있던 것을 그 혀에 문질렀다. 역겹다는 표정으로 그가 혀를 내밀고 버텼다. 삼킬 생각이 없는 꼴이었다.

마르티안이 그것을 강제로 밀어 넣고는 입을 다물게 했다.

“삼켜.”

휴이가 한참을 헐떡이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이내 목울대가 꿀꺽이며 넘어갔다. 비릿한 맛이 나는지 표정이 엉망이다. 요도를 쑤셔댈 때보다 더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마르티안은 제대로 삼켰는지 입 안을 검사하고는, 입술에 묻어 있는 것도 다 핥아 삼키게 했다.

원래 개들도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 만큼 싫어하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싫어하는 게 있다고 나쁜 건 아니다. 개를 교육시키고 괴롭히기에는 그런 게 좋았으니까.

마르티안은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휴이의 뺨을 툭툭 두들겼다.

“앞으로는 먹기 전에 감사히 먹겠다고 인사해. 삼키고 나서 입 벌려서 검사 받고.”

“흐으, 흡, 주인님…….”

“대답.”

“네…….”

억지로 그가 답한다. 학대와 수치로 천박하게 흥분하는 것도 잘 어울렸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며 모욕감으로 물든 얼굴도 제법 볼만했다. 그가 고위 귀족이라는 게 탐탁지 않다가도 이럴 때면 또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피임용 요도 막대를 꺼냈다. 부드럽고 말랑한 고무 재질의 막대는 윗부분에 얇은 고무 막이 달려있어 접힌 우산 같은 모양새였다.

막대를 요도에 찔러넣고 얇은 고무 막으로 발기한 것을 덮었다. 움찔대는 성기는 주머니에 싸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무줄을 하나 꺼내 성기의 아랫부분을 고무 막과 함께 동여맸다.

“으, 흐으…….”

발기한 성기 아래가 꽉 조여져서 아프다. 휴이는 두 다리를 든 채로 헐떡였다. 자세가 꼭, 기저귀를 가는 아기 같아서 수치스러웠다. 안 그래도 흥분한 아래가 더 단단해졌고. 기둥 밑을 조인 끈이 더 파고든다. 조금은 진정해야 덜 아플 텐데 그게 불가능했다.

“이대로 널 삼킬 거야.”

마르티안이 말을 뱉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한 휴이가 치켜올린 다리를 내렸다. 그가 아는 체위 내에서는 이런 수치스러운 자세로 가능한 섹스는 없었으니까.

마르티안이 그걸 툭 쳐서 다시 다리를 들게 하고는, 기저귀를 가는 아기처럼 뒤집힌 하체 위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들한테는 흔한 체위일 텐데, 안 그래?”

그녀는 픽 웃고는, 그의 성기를 잡아당겼다. 들어올린 다리 사이로 성기만 불쑥 솟아오른 꼴이다. 마르티안이 질척하게 젖은 아래로 그것을 삼켰다. 몸을 내리자 그의 아래 허벅지와 엉덩이가 꾹 눌렸다. 아래에 깔린 휴이의 몸이 움찔 굳는다.

“이렇게 깔리는 건 흔하지 않겠지만.”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가 내리 앉으며 누르는 것만으로 온몸이 짓눌렸다. 그녀는 휴이의 다리를 붙잡고 허리를 가볍게 들었다가 꾹 내려앉았다. 그의 접힌 허리와 아래가 들썩인다.

일반적인 여성 상위 체위와는 달라서, 아래에 깔린 쪽이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구조였다. 그저 흔들리는 대로 누르는 대로 가만히 당하면서 버티는 게 전부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아래로 삼켜졌다가 다시 드러나길 반복한다.

“좆이 되게 꿈틀거리네. 깔려서 좋아? 응?”

“흐으, 흐응, 좋아요. 흐읍, 주인님.”

그가 벌게진 얼굴로 대답하자 그녀가 가볍게 뺨을 건드렸다. 툭툭 치는 손찌검은 벌이라기보다는 기특하다는 손짓에 가깝다. 휴이가 더 때려달라는 표시로 그녀의 손에 제 뺨을 비볐다.

“가슴 보여 봐. 연습 얼마나 했는지.”

휴이가 다리를 들어 버티고는 윗옷 단추를 풀었다. 가슴에는 아직 매질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기 직전인 자국들이었다. 하지만 유두는 아직도 퉁퉁 부어있었다. 괴롭힌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부어 있을 린 없었고, 매일 스스로 괴롭혔다는 소리였다.

그녀가 유두를 쥐고 비틀었다. 휴이가 몸을 꿈틀댄다. 벌을 주는 것처럼 콱 내리찍는 허리짓에 닿는 살이 부들거리면 떨린다. 그녀가 부어오른 유두를 다시 비튼다. 이번에는 헐떡이며 신음을 뱉어내긴 했지만 몸을 뒤틀진 않았다.

“매일 이러고 돌아다녔어?”

“흐읍, 네, 돌아, 흣, 돌아다녔……. 아윽, 아파, 아파요.”

“이 꼴로 일을 하긴 한 거야? 어디 가서 자위만 죽어라 하고 온 건 아니지?”

“흐, 잇, 아윽, 젖어서……흡, 젖어서 도, 돌아…….”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싸지르고 돌아다니고.”

그녀가 유두를 손으로 내리친다. 안 그래도 부어있던 곳은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숨 삼키는 소리를 내며 그가 몸이 움찔댄다. 그녀 안에 파묻힌 성기도 같이 꿈틀댄다. 그녀의 아래에 깔린 개는 정말 천박한 개다. 공개적으로 끌고 나가 학대를 한다고 해도 울며 좋아할 개였다.

그녀가 유두를 손으로 짓누르며 허리를 퍽퍽 움직였다.

“참으라는 연습을 안 하고 너 좋을 대로 다닌 거잖아?”

“아니, 흐읏, 아니에, 앗, 흐으.”

“아니긴 뭘 아니야? 막아주지 않았으면 애저녁에 싸질렀을 거면서.”

흐윽 소리를 내며 휴이가 헐떡인다. 완전히 짓눌린 채 접힌 아래가 아팠다. 마르티안 안에 삼켜진 성기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지만 성기 아래를 조여든 끈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휴이는 흥분을 참으려 애썼지만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흥분할수록 더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으로 인해 자꾸 더 흥분한다. 붉게 변한 뺨으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래가, 흡, 아, 아파요. 푸, 풀어 주세요. 흐으, 주인님.”

“내가 왜? 이 꼴을 하고도 자꾸 세우니까 그 모양이지. 이게 내 탓이야?”

그녀가 휴이의 뺨을 다시 쳤다. 세게 때린 건 몇 번 없었는데 이래저래 맞아서 조금 부어있었다. 더 때리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서 그녀가 손을 뗐다. 별걸 다 신경 쓰려니 조금 짜증이 치밀었다.

“주인님, 아프, 흐윽, 푸, 풀어…….”

휴이가 울면서 매달린다. 잘 참겠다고 말하다가 울었고 아래가 너무 아프다고 울며 애원했다. 론도 그렇고, 휴이도 그렇고 개들은 제 꼴이 어떤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만해달라고 우는 꼴이 흥분을 더 지폈다.

“내가 가기 전까진 발정 난 채로 있어야지.”

“차, 참을 수 있어요. 풀어, 읍, 주셔도, 주인님, 흐윽.”

그녀가 휴이의 뺨을 다시 후려쳤다.

“어디서 떼를 써? 안 된다고 하면 얌전하게 굴어.”

“흐으, 그치만 아프, 흐윽.”

철썩하고 다시 뺨이 후려쳐졌다. 마르티안은 짜증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픈데 어쩌라고? 그런데도 흥분하는 천박한 네 몸이 문제니까, 네 몸이나 원망해. 알았어?”

휴이는 그제야 얌전하게 훌쩍대며 입을 다물었다. 꼴이 제법 순종적이다. 마르티안이 다시 제 하체를 퍽 내리찍었다.

“빨리 풀고 싶으면 요령 있게 굴어.”

마르티안이 휴이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성기를 비비게 했다. 휴이가 머뭇대다가 이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문지르기 시작했다.

요령은 전혀 없지만 그녀는 흥분을 이미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해지는 자극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다. 뺨이 제법 부은 꼴로, 꼼짝도 못 하게 아래에 깔려서 봉사하는 꼴이 상당히 자극적이었으니까.

그녀가 손을 뻗어 휴이의 목을 잡았다. 순간 숨이 막히자, 그녀의 아래를 자극하던 손이 놀라 멈췄다. 마르티안은 주저 없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누가 손 멈추래, 응?”

“자, 잘못…… 큭, 컥.”

마르티안의 손이 그의 목젖을 누르고 숨을 틀어쥔다. 아래로는 퍽퍽 몸을 치댄다. 휴이는 붉어진 얼굴로 끅끅대며 숨을 삼키려 애썼다. 어느 순간부터 아프고 힘들던 감각도 흐려진다. 가슴이 가파르게 헐떡였다. 그는 본능처럼 그녀의 손을 잡아떼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

“흐읏, 흡, 주, 주이…… 으, 큿.”

휴이를 보며 마르티안이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퍽퍽 부딪칠 때마다 짜릿한 자극이 허리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이내 아래로부터 쾌감이 터져 나왔다. 쏟아지는 감각은 한참을 달리며 온몸을 흔들었다. 자극이 이어질 때마다 허리가 떨린다. 그녀의 질이 크게 수축하며 조여들자 휴이가 몸을 비틀며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컥, 흐으, 커흑, 흐으, 주인님.”

마르티안은 한껏 흥분을 즐기고 나서야 손에 힘을 풀었다. 기침과 함께 휴이가 숨을 토해냈다. 마르티안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흉흉하게 솟아오른 것이 질척한 애액에 젖어 드러나고 오래 접힌 채 굳어있던 몸이 겨우 늘어진다. 기침을 할 때마다 온몸이 부들대며 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숨을 되찾았지만 늘어진 몸은 한참이나 헐떡였다.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채를 쥐고 제 사타구니에 끌어놓는다. 핥으라는 뜻이었다.

애액으로 흘러내리는 아래는 흥건했다. 그녀의 아래에 무릎을 꿇고, 그가 열심히 아래를 핥는다. 자극적인 요령은 없지만 흐르는 걸 핥고 닦아내는 것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싸고 싶지?”

그녀가 발기한 그의 성기를 발로 툭 건드린다. 그의 몸이 움찔 떨렸지만, 핥던 걸 멈추지는 않았다. 그녀의 성기에 얼굴을 묻은 채로, 우물거리며 그렇다는 표시만 했다.

그녀가 멈추라고 하지 않았으니 제법 요령 있게 군 것이다. 마르티안이 제법이라는 듯 휴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칭찬하는 그 손짓에 휴이가 더 열심히 핥았다.

마르티안이 그의 사타구니 아래에 발을 넣는다. 고환 아래와 회음부를 건드리는 자리였다. 툭툭 차올리는 자극에 그의 몸이 움찔움찔 떨린다. 그래도 핥는 걸 멈추진 않았다.

“이런 건 제법 요령이 생겼네.”

그녀가 픽 웃고는 휴이를 일으켰다. 입 근처가 애액으로 젖어서 엉망이었다. 추한 꼴이지만 나름 예뻤다. 그녀가 그의 뺨에 잠깐 손을 올린다. 확연하게 부어오른 뺨으로 열감이 느껴졌다. 내일이면 더 부어오를 것이다. 아무래도 어딘가를 나가기는 무리인 상태였다.

“사흘 정도 쉬어. 이 상태로는 어디 돌아다닐 꼴은 아니니까.”

“흐읍, 네, 주인님. 쉴게요. 쉴 테니까 여기에서, 흡, 같이 있어 주세요.”

그건 론이라면 상상도 못 할 소리였다. 마르티안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내가 같이 안 있으면? 내 말 안 듣고 나가기라도 하게?”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어차피 쉬는 거면 주인님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냥 같이 있고 싶은 거 아니잖아? 이 짓 저 짓 당하고 싶은 거 아니야?”

“네, 그래서 진짜로 많이 연습, 했는데…….”

마르티안이 불러주지 않아서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가 우물거리면서 말을 흐렸다. 그녀의 손에서 구를 때에는 제법 얌전하고 괜찮은데, 손을 벗어나면 통제가 어렵다. 다루기 번거로운 개였다.

마르티안이 휴이에게 다가가 묶여있던 것과 요도 막대를 빼낸다. 잔뜩 발기에서 꿈틀대던 성기는, 몇 번 훑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싸질렀다.

정액이 마르티안의 손에 범벅으로 흐른다. 툭툭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며 그녀가 휴이를 무릎 꿇게 했다.

“이것 먼저 치우고 바닥도 치워.”

그녀의 손에 고인 것을 내밀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주인의 애액을 핥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제 정액마저 삼키고 싶진 않았다.

“뭐 해? 빨리 핥아.”

그가 겨우 혀를 내민다. 살짝 핥아낸 정액은 비릿하고 역겨운 맛이 났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자, 마르티안이 그의 뺨을 때렸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말하고 먹으라고 했잖아. 얼굴 펴고.”

“흡, 가, 감사히, 먹겠, 습니다.”

전혀 내키지 않은 걸 하면서 그는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마르티안이 다시 손을 휴이의 입에 댔다. 그가 눈치를 보면서 아주 조금씩 핥는다. 손가락을 하나 빨아 삼키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쯧, 그녀가 혀를 찬다.

“휴, 입 벌려.”

“주, 주인, 큽.”

마르티안의 손이 입안을 침범한다. 마구잡이로 밀어 넣은 손이 혀와 입안을 괴롭히고 이내 목 안을 쑤셨다. 컥컥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가 쏟아낸 정액은 입술과 입 안으로 아무렇게나 밀려 들어갔다.

“삼켜.”

손가락을 목 안에 쑤셔 넣은 채로 입에 고인 걸 삼키길 종용한다. 휴이는 헐떡이면서 겨우 삼켰다. 역하고 비릿한 맛에 비위가 상한다. 울렁이며 역류하려는 걸 마르티안이 손을 빼내며 그의 입을 막아 버렸다.

“제대로 삼켜, 토하면 그것까지 삼키게 할 거니까.”

울렁이며 넘어오려는 시큼한 액을 휴이가 억지로 삼킨다. 그의 목울대가 꿀렁이고 넘어간 뒤 진정되자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걸 치워야 할 순서였다. 휴이는 머리채를 잡힌 채 엎드리긴 했지만 바로 혀를 내밀진 못했다.

“엉덩이 들고 어깨 낮춰. 개처럼 고개 처박고 핥는 거야.”

자세를 가르쳐주었는데도 그는 한참을 머뭇댔다. 마르티안은 더는 기다리지 않고 그의 뒷머리를 붙잡아 바닥으로 눌렀다. 정액이 떨어진 곳에 그의 코와 입을 문질러진다.

흐으, 웁, 끄. 그가 신음을 뱉었다. 딱딱한 바닥이니 쓸리는 살갗이 아픈 모양이었다. 그녀가 누르던 것을 멈추고 다시 말했다.

“기어 다니면서 전부 핥아, 자세 제대로 잡고.”

휴이가 엉망인 얼굴로 끅끅거리고는 억지로 느릿느릿 기었다. 자세는 잡았지만 혀는 바로 내밀지 못했다. 마르티안은 아까 꺼내온 자를 손에 들고 그의 뒤쪽에 쪼그려 앉았다.

엉덩이를 들고 있어서 고환과 회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다. 마르티안이 그곳을 자로 타악, 내리쳤다.

“흐으.”

타악, 탁, 매질이 이어진다. 휴이가 아픔에 못 이겨 도망치듯 앞으로 기어간다. 바닥에 떨어진 정액이 그대로다. 가르치는 것도 귀찮아져서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질질 끌어 소파에 처박았다.

“엎드려서 엉덩이 벌리고 있어. 전에 보여줬으니까 알지?”

‘전에 보여줬으니까’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휴이는 그게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예전 그녀가 개의 뒷구멍을 매질하던 그 자세였다.

그는 당황해서 엎드린 몸을 일으켰다. 마르티안은 이미 회초리를 찾는 중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세를 푼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 잡으라고 했을 텐데. 아니, 그냥 아무렇게나 있어.”

마르티안이 회초리와 함께, 아래에 처박아 두었던 박스를 끄집어낸다. 론에게는 크게 써 본 적 없는 것들이다. 대부분 손발을 묶고 고정시키는 구속기구들이었다.

그녀가 들고 온 것을 소파 앞 테이블에 던지듯 올려놓는다. 휴이의 눈이 불안하게 굴러갔다. 주인님, 부르는 소리가 애원이라도 시작하려는 모양새였다.

마르티안은 대꾸 없이 그의 손에는 수갑을 채우고 소파 팔걸이에 배를 대고 엎드리게 만들었다. 배가 눌려서 엉덩이가 자동으로 들렸다. 그녀가 그의 발목을 소파 다리에 묶었다. 수갑을 찬 손은 줄을 달아 반대편 소파 팔걸이에 묶었다.

엎드린 상태로 그렇게 묶이자 상체를 전혀 들 수 없었다. 순간 엉덩이에 무언가가 채워진다.

“엉덩이 살을 벌려주는 거야. 네가 직접 벌리지 않아도. 구멍이 잘 드러나게.”

“……흡, 읏…….”

회초리가 주름을 툭툭 건드린다. 당황한 얼굴이 자꾸 뒤를 돌아보려 들었다.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회초리를 휘둘렀다. 딱딱한 끝이 구멍 주름을 정확하게 내리쳤다.

“하으, 아! 악!”

연달아 매가 떨어지자 비명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손을 묶은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휴이는 너무 큰 고통에 못 이겨 이마를 소파에 쿵 박았다. 부드러운 쿠션은 별다른 고통을 주지 않는다.

매가 다시 떨어졌다. 그는 팔을 흔들며 몸을 비틀었다. 묶인 몸은 꼼작도 하지 않았다.

“말 듣기 싫으면 맞아야지. 자신만만하게 고집부렸잖아?”

“흐으, 으, 주이, 으아!”

짜악 하는 소리가 험악하다. 도망치거나 피할 수도 없었다. 그가 잘못했다는 애원을 쏟아낸다. 마르티안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묶인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흐으, 주인님, 잘못, 했, 흐악! 잘못했어요. 먹, 먹을게요. 잘, 맛있게, 흐으아!”

역겹고 비위가 상한다는 것쯤은 이제 상관없었다. 마르티안이 부어오른 구멍을 회초리로 쿡 찔렀다.

“필요 없어. 넌 싸고 나면 매번 이렇게 맞을 거야.”

“아, 안 돼, 으아! 주인님, 안돼요. 잘못, 흐악!”

“싫다는 티를 내서 다른 거로 해주겠다는 건데, 왜 엄살이야. 응?”

매가 허벅지를 후려쳤다. 구멍을 내리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칠고 강한 매였다. 내리치는 소리에 놀라서 그의 몸이 벌벌 떨렸다. 구멍을 그 강도로 맞았다가는 기절했을 것이다. 물론 허벅지로 떨어지는 매는 고통스러웠다. 강도 높은 매질은 금세 살을 부르트게 만들었다.

매질이 다시 구멍으로 향했다. 후려치는 고통에 그가 다리를 들썩였다. 팽팽한 줄이 뒤트는 것을 막았다. 멈췄다가 다시 시작된 매질은 배로 더 버거웠다. 그 고통을 알아서 맞지 않는 순간조차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이다. 눈물이 줄줄 났다.

“흐으…… 흐윽, 아악! 으, 흐읍. 흐윽!”

회초리가 가혹하게 뒤를 후려갈긴다. 다 찢어놓는 것만 같았다. 만져서 확인하고 문질러서 아픔을 덜고 싶어도 묶여서 맞는 매는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엉엉 울면서 맞았다. 머릿속으로 마르티안이 언제쯤 용서를 해줄까 그런 생각만 떠다녔다. 시키는 대로 했어야 했다는 늦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매가 떨어지지 않을 때에도 그의 몸은 푸들대며 떨렸다. 겁 먹고 긴장한 탓이었다.

어느 순간 마르티안은 휴이가 엎드린 소파로 회초리를 던졌다. 매질이 끝났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 채고 그가 제 주인을 찾았다. 갑자기 눈물이 더 쏟아진다.

주인님. 흐으, 흐읍, 흐어. 주인님. 그는 묶인 손을 잡아당기며 울었다. 아프고 서러워서 마르티안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묶은 채로 내버려 뒀다. 매질당한 곳이 잔뜩 부어올랐다. 뒷 허벅지와 뒷구멍 모두 퉁퉁 부어서 이젠 정말 사흘은 꼬박 쉬어야 할 정도였다. 이 상태로는 말을 타거나 마차를 타기 곤욕일 테니까. 그녀가 말을 뱉었다.

“싸고 나면, 매번 이렇게 맞을 준비 해.”

휴이가 놀라 몸을 뒤튼다. 팽팽한 줄이 다시 당겨졌다. 구속된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자 그가 울며 애원하기 시작한다. 매질에 늘어진 몸이 우느라고 흔들렸다.

“안 돼요, 흐으, 흐윽, 주인님, 제가 잘못, 했어요. 흐읍, 잘 핥을게요. 머, 먹을게요.”

“뭘 먹어?”

“제 거요, 흐윽, 제 정액이요. 깨끗하게 먹을 테니까, 제발, 주인님. 흐어, 흐엉…….”

눈물로 범벅이다. 고통을 참느라 새빨개진 얼굴에 줄줄 우는 꼴이 어울렸다. 마르티안은 묶어두었던 걸 하나하나 풀었다. 휴이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바닥에 닿자 몸이 고통으로 떨린다. 마르티안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핥겠다며? 그럼 해야지.”

“흐으, 주인님…….”

“말만 그렇게 한 거야? 그냥 맞을래?”

가차없는 말에 그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엉엉 울면서 그가 다시 엎드렸다. 반쯤 굳어진 정액은 더 비릿하고 역한 맛을 냈지만 그는 제게 준 기회가 사라질까 싶어서 얼른 그것을 핥았다. 엉덩이가 벌게진 채로 개처럼 기어 다니는 꼴이다.

이곳저곳을 핥고 난 뒤 그가 다시 그녀의 앞으로 기어왔다. 내내 울고 있었는지 뺨으로 눈물이 흥건했다.

“다, 흐윽, 다 치웠, 어요.”

“확실해? 남은 거 있으면 그만큼 맞을 거야.”

그 말에 휴이가 잔뜩 긴장하더니 다시 살펴보겠다며 근처를 기어 다닌다. 얼굴을 바닥에 대고 움직이는 게, 커다란 대형견 같긴 했다. 그가 주춤대며 다시 마르티안에게 돌아온다.

“다 핥았으면 입 벌려. 검사하게.”

그가 얌전하게 벌린다. 깨끗한 입안을 보면서도, 마르티안은 일부러 손가락을 넣어 뒤적였다. 울음에 숨이 모자라던 터라 금세 헐떡인다. 그녀가 목 안쪽까지 쑤셔대며 검사를 마치고는 손을 물린다.

제 타액이라도 잘못 떨어질까 싶어서 그가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또 무언가를 흘렸다고 혼이 나고 핥게 될까 싶어서 겁을 먹은 것이다. 귀엽게 굴기는, 마르티안은 젖은 뺨에 제 손을 닦아냈다.

마르티안은 소파에 앉고 제 아래에 휴이를 꿇어 앉혔다. 발에 닿은 엉덩이가 움찔댄다. 마르티안은 회초리로 그의 유두를 툭 건드렸다. 호되게 혼난 뒤여서 그의 몸이 깜짝 놀라 움찔 떨렸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퉁퉁 부어오른 유두를 툭툭 쳤다.

“열심히도 괴롭혔네.”

“주인님이 연습, 하라고 해서……. 흐읏.”

회초리 끝이 유두를 후려친다. 붉게 얼룩지듯 자국이 남았다.

“좋아서 한 거 잖아. 왜 갑자기 아닌 척 굴어?”

“흐으, 주인님. 그런 뜻이 아니라…….”

휴이가 억울하단 표정으로 헐떡인다. 마르티안은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보았다.

“또 세우기는. 이 정도면 숲에서 어지간히 싸질렀을 거 같은데? 얼마나 싸댔어?”

“마, 많이는 아니였, 흐읍! 흐으!”

마르티안이 그의 가슴을 회초리로 후려쳤다. 사타구니 사이의 달아오른 성기가 더욱 단단해진다. 꿈틀거리며 끄덕이는 것을 그녀가 회초리로 툭 건드렸다. 다음에는 거길 맞겠구나 싶어서 그가 급하게 다시 답을 내었다.

“서, 서너 번이요. 많을 땐 네 번, 이었고…….”

“밥먹듯 했네? 다들 일하는 데에서 혼자 질질 흘리고 다니고.”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다시 툭 친다. 지나치게 긴장한 몸이 과하게 움찔거린다. 눈치를 보느라 휴이의 대답이 조금 늦어진다. 그녀가 회초리를 조금 세게 휘둘렀다.

타악, 성기를 후려 맞은 그가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굽힌다. 흐으, 끄……. 그의 손이 바닥을 마구 더듬었다.

마르티안은 발로 그의 어깨를 밀어 몸을 다시 세우게 했다. 고통을 참느라 벌게진 얼굴이 급하게 숨을 삼킨다. 그녀는 관대하게 경고했다.

“쓸데없이 겁먹지 마. 그런 식으로 반응하면 진짜 때리고 싶어지니까.”

이내 그녀가 휴이의 허벅지 안쪽을 툭툭 건드렸다. 무릎을 꿇고 있는 채로 좀 더 벌리라는 뜻이다.

그의 성기는 아직도 끄덕이며 힘을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매질이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정액을 제대로 먹지 못했단 이유로 이미 넘치게끔 맞은 상태였다.

휴이가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제 유두에 손을 올렸다. 스스로 연습하느라 부어있던 곳은 회초리질로 인해 더욱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그가 부푼 것을 손으로 꾹 짓눌렀다.

“흐으, 주인님. 연습한 거, 읏,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가 스스로 유두를 비튼다. 손끝을 세워서 쥔 것을 긁어내듯 자극하고는 조금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의 흥미가 매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허겁지겁 내세운 게 뻔히 보이는 태도였다.

트집을 잡아 혼내는 건 쉬운 일이었지만, 마르티안은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녀는 쥐고 있던 회초리를 소파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래, 해봐. 설명도 덧붙여서.”

그녀가 감상하듯이 소파에 등을 기댄다. 휴이는 조금 안도한 표정으로 자세를 조금 바로잡았다. 희고 긴 손가락이 당장이라도 헐어서 피가 비칠 것 같은 유두를 비틀어, 잡아당긴다.

“젖꼭지를 이렇게 비틀어서, 후읏, 흐으……자, 잡아, 흐아……. 흣, 흐으….”

유두가 잔뜩 당겨졌다가 제 모양을 찾기를 반복한다. 비트는 손끝 아래에서 두툼한 유두가 엉망으로 뭉그러졌다. 제 손으로 하는 건데도 상당히 가학적이었다. 그가 손끝을 세워 잔뜩 부푼 유두를 긁어내렸다.

“이렇게 흡, 그, 긁고…… 흐읏, 흐으으…….”

매끈하고 두툼한 하얀 가슴으로 유두 근처만 붉게 물들어 있다. 퉁퉁 부푼 유두는 적나라한 자위의 흔적들이었다. 그가 헐떡이면서 자신의 유두를 다시 괴롭혔다. 마르티안이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발로 꾹 눌렀다. 그의 몸이 크게 움찔댄다.

“좆 만지면서는? 그렇게는 안 했어?”

“주, 주인님…… 흐으…….”

“대답.”

“해, 했는데…….”

“지금은 왜 안했어?”

“흐으…… 싸, 쌀 거 같아서요. 으흡…….”

그가 겨우 대답한다. 그저 짓누르기만 했을 뿐인데도 참기 어렵다. 꿈틀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르티안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성기며 유두며 안 느끼는 곳이 없는 몸은 이것저것을 가르쳐 볼 마음이 들 만큼 천박했다. 그녀가 발을 떼어내자 헐떡이던 숨이 잦아든다. 휴이의 얼굴로 안도와 아쉬움이 섞였다.

마르티안은 서랍으로 가서 처박아 두었던 것들을 뒤적였다. 이내 그녀는 기구 하나를 찾아냈다. 작은 펌프가 달려 있는 기구는 유축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유축용 기구라기보다는 이런 플레이를 위해 만들어진 좀 더 가학적인 기구였다.

“이게 뭔지 알아?”

그녀가 기구를 들고 그의 앞에서 흔든다. 유축기는 산모들이 쓰는 것과 모양이 닮았지만, 그보다 더 적나라하고 컸다. 사람에게 쓰는 거라기보다는 짐승에게 쓰는 것이 어울릴 모양새다.

휴이는 그녀가 들고 온 것을 그저 보고 있었다.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라서, 마르티안은 그것을 들어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

“가슴에 달아서 젖을 짜는 거야.”

그녀가 웃으면서 그의 젖꼭지를 비틀었다. 이미 유두가 퉁퉁 부어있어서, 유축기를 오래 견디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모양새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특히 가슴이 커다란 남자들에게 달아 놓으면 꽤나 어울려서, 체격이 좋은 파트너가 생기면 흔히 쓰곤 했다.

마르티안은 유축기를 휴이의 가슴에 대고는 내부 공기를 빼내는 펌프를 몇 번 눌렀다. 둥근 유축기 안으로 유두와 유륜 주변 살이 밀려 들어가며 두툼하게 부푼다. 마르티안은 펌프를 반복해서 눌렀다.

“주, 인님……아프, 흐, 아픈……읏.”

“아래는 바짝 세운 주제에, 말은.”

그녀가 펌프를 몇 번 더 누르자 안을 채운 살이 불그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펌프를 멈추고 유축기를 손으로 쥐고 잡아당겼다. 반 진공상태가 된 유축기는 그의 가슴에 단단하게 붙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반대쪽 가슴에도 유축기를 붙이고는 똑같이 살을 채웠다.

“젖꼭지가 커진 거 같아서, 귀엽네.”

그녀가 유축기를 잡아 앞으로 당겼다가 놓는 걸 몇 번 반복했다. 근처의 살이 같이 잡아당겨지고 흔들린다. 휴이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몸을 비틀었다. 양쪽 젖꼭지를 거칠게 빨아올리면서 잡아 뜯는 것 같은 감각이 계속 이어졌다.

“흐, 흐읏, 아프, 으흡…….”

아픔은 날카롭게 유두 안을 파고들었고 동시에 몹시 수치스러웠다. 고개를 많이 내리지 않아도 이상한 기구가 매달려 있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으니까.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유축기도 같이 덜렁이며 흔들렸다.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그의 성기는 그의 수치에 충실하게 반응했다. 마르티안은 그저 웃었다.

그녀가 휴이를 끌어 전신거울 앞에 세웠다. 그의 몸이 거울 안으로 적나라하게 비쳤다.

“가슴도 크고 젖꼭지도 커서 그런가. 잘 어울리네.”

윗옷은 걸쳤다는 것이 무색하게 구겨지고 벌어진 상태였고, 그 사이로 가슴에 달라붙은 유축기가 덜렁거린다. 유축기 주변의 살은 벌겋게 부풀어 올라 유난히 더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유축기 안에 뻣뻣하게 선 유두부터 허벅지 안쪽 매질 자국과, 그 상황에서도 당장이라도 쌀 기세로 올라붙은 성기까지.

휴이는 거울 안의 제 모습을 보다가 시뻘게진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거울 안에 있는 남자는 스스로 보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천박해 보였다. 그녀가 그의 뒤에 바짝 붙어서 유축기를 단 가슴을 주물거렸다.

“제대로 봐야지. 이 꼴로 아프다고 끙끙대는 게 얼마나 웃기는 소린지 너도 알아야 할 거 아냐.”

마르티안이 그의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근육을 제외하고는 조금의 군살도 없이 매끈한 배가 긴장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흥분할 대로 흥분한 성기가 불쌍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싸면 핥아먹는 거 알지?”

“흐, 주인님.”

그의 입으로 애원하는 말이 이어져 흘러나왔다. 싸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한다기보다는, 먹는 걸 피하고 싶어 애원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놓고 먹기 싫다는 소리는 못 한다. 두들겨 맞은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마르티안은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마르티안이 귀두에서 흘러나온 것을 쭉 훑어낸다. 그 흥분에 사정하기라도 할까 봐, 그가 입술을 물어뜯으면서 자극을 참아냈다.

“핥아.”

그녀가 손에 묻은 것을 휴이의 입에 가져다 댄다. 순간 역겨움을 참는 찡그리는 표정이 거울에 비친다. 그녀가 그의 몸을 돌려 마주 보게 하고 그대로 뺨을 내리쳤다.

“다시 묶여서 맞는 게 낫겠어?”

“아니요. 그게…….”

“맛있게 먹겠다며? 네가 한 말 그새 까먹었어?”

뺨을 내리치는 손길이 몇 번 이어진다. 얌전하게 맞고 있던 그가, “개를 하기 싫으면 그만두던가.”라는 말에 급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잘못했어요. 그게, 그냥, 그러니까, 익숙, 익숙하지가 않아서…….”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익숙하지가 않아?”

그녀는 휴이의 몸을 돌려 다시 거울 앞에 세우고는 그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럼 익숙해져야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서 손을 뻗어 그의 성기를 다시 잡았다. 거울에 비친 휴이의 모습은, 어린 남자아이들이 제 엄마의 손에 잡혀 소변을 누는 것과 같은 것 같은 꼴이었다.

그녀가 손에 잡힌 것을 흔들었다. 휴이가 제 엉덩이를 뒤로 빼려 든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마르티안의 몸이 그걸 막았다. 그녀는 자신의 품 안에서 움찔거리는 몸을 쓰다듬었다.

“마음껏 싸. 참을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익숙해질 때까지 핥아먹고. 알았어?”

“흐으, 아,으. 주인, 흣.”

커다란 몸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자극하며 그의 등과 뒷덜미를 깨물었다. 몸은 경련하는 것처럼 떨렸다. 함부로 싸면 혼낸다고 했을 때보다 더 필사적인 꼴이었다.

“왜 이렇게 참아? 그냥 싸라고 했더니.”

“흐, 하지, 하지만……흐으.”

그녀가 귀두 끝을 엄지로 문지른다. 조금씩 흘러나온 것으로 이미 흠뻑 젖어있던 곳이다.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마르티안이 말을 뱉어낸다.

“숲에서도 이렇게 질질 쌌어?”

“그게, 자꾸 젖어서, 흐읍.”

그녀가 그의 성기를 꽉 움켜쥔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을 정도겠지만, 휴이는 제 몸을 헐떡이며 상체가 앞으로 조금 굽혔을 뿐이다. 빳빳하게 선 것은 다시금 또 질금거리며 투명한 것을 흘려댔다.

그녀의 손이 고환을 주물거린다. 휴이가 그 손을 피해 엉덩이를 물리려 하는 통에 자꾸 그의 엉덩이가 그녀의 아랫배와 아래에 비벼졌다. 마르티안은 픽 웃었다.

그녀는 그대로 그의 엉덩이에 밀착된 하체를 살짝 뒤로 뺐다가 허리짓을 하듯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턱, 터억, 턱하는 아래가 부딪친다. 자극을 참느라 정신이 없던 휴이가 뒤에서 이어지는 천박한 소리와 몸짓을 눈치채고는 제 몸을 움츠렸다. 그의 뒷덜미와 귀 뒤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왜 자꾸 엉덩이를 비비면서 보채? 나중에 때 되면 박아 줄 텐데.”

“읏, 흐으, 그게, 아니, 흐……읍.”

마르티안이 굽어진 등에 이를 세워 깨물었다. 그녀의 팔에 갇힌 몸이 그때마다 움찔거리며 떨린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몸은 쉽게 반응한다. 흰 피부는 그녀가 이를 세우는 곳마다 기분 좋은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하체를 그의 엉덩이에 비볐다.

“얼른 박히고 싶어서 그래? 여기서 관장도 한번 할까?”

그 말에 휴이가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거울에 비친 얼굴로 거부감으로 가득했다. 제 정액을 먹는 것도 역겨워하는 상황이니 거부감이 있는 게 당연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면서 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그런 반응을 보니 관장을 할 때가 기대가 되었다.

이내 그녀가 그의 엉덩이를 손으로 내리친다. 이미 맞은 자국으로 얼룩진 곳이다. 매로 때리는 것보다야 덜 아프겠지만, 검게 멍이 올라오는 상황이니 통증이 적지는 않을 터였다. 내리칠 때마다 몸이 잔뜩 경직된다. 대여섯 대가 넘어가고 나서야 휴이는 제가 맞은 이유를 깨달았다.

“아니, 요. 관장, 말고, 흐윽…….”

그가 ‘대답’을 겨우 뱉어냈다. 고개는 계속 숙인 채였다. 때때로 거울로 힐끔거리긴 했지만, 그건 그저 그녀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다.

관장을 싫어하는 티를 내면 마르티안이 일부러 더 하려 들까 봐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게 좀 귀엽긴 했다. 본인이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그녀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저런 꼴이 된 것일 테니까.

마르티안은 조금 관대한 마음으로 관장은 다음으로 넘겼다. 그녀가 그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한다. 거울을 똑바로 보도록 만들었다.

“네 모습을 봐야지.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세워놨는데.”

휴이의 아래를 주물거리던 그녀의 손이 유축기가 달라붙은 가슴을 매만졌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슴으로 이동했다. 그녀의 손이 보란 듯이 유축기에 달린 펌프를 눌렀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더해진다.

“흐, 으, 주인님. 아프…….”

“아파서 좋잖아.”

속삭이는 말에 그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진다. 꼬집히거나 짓눌리는 감각과는 다른, 너무 빨아 올려져서 부어오른 감각이었다. 그건 고통이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고통은 흥분으로 이어졌다. 아픈 건 고통스러웠지만 고통 또한 흥분의 재료였다.

“그리고 네 꼴이 천박해서, 더 좋을 거고.”

그 말에 휴이가 거울을 보았다. 유축기로 흡착된 부위는 둥그런 모양을 따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멍들 게 분명한 자국들. 젖꼭지 근처로 둥그런 멍은 천박하고 우스울 게 분명했다.

마르티안이 유축기를 툭 건드린다. 그에게 남는 자국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였다.

“앞으로는 숲 나갈 때도 유축기 달고 다녀. 움직이는 데 지장 없는 거로 달아줄 테니까.”

그 말을 긍정하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오그라들 듯이 흥분된다. 아래를 적신 채로 돌아다녔던 날들이 떠올랐다. 부어오른 유두가 자꾸 쓸려서 아래에 피가 몰렸고 결국에는 혼자 자위를 해야 했다. 조사단들이 일하는 그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숲이었다.

“예쁘게, 굴 테니까, 흡, 주인님. 자주, 자주 만나서, 흐읏.”

그녀가 유축기를 움켜쥐고는 앞으로 쭉 잡아당긴다. 흡입되었던 살덩이가 잔뜩 당겨졌다. 그 부위를 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잡아당기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마르티안은 아픔에 몸을 뒤트는 휴이에게 말을 뱉었다.

“예쁘게 구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휴이는 헐떡이며 몸을 비튼다. 이내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유축기가 떨어져 나갔다. 시뻘겋고 둥그런 자국이 선명하다. 마르티안은 반대쪽 유축기도 거칠게 잡아뗐다.

검붉게 변한 유두는 부풀고 부어서 묘하게 커져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짓누르자 휴이의 몸이 크게 움찔거리며 비틀린다. 커다란 피어싱을 달면 예쁠 텐데. 마르티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 몸을 앞으로 밀었다. 애써 버티던 몸이 그 힘에 무너지듯 엎어졌다.

“누워서 다리 벌려.”

그녀가 툭 그의 몸을 발로 차며 말한다. 엎어진 몸이 꿈질거리면서 자세를 잡는다. 맞고 부어오른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팠지만, 벌어진 다리 사이를 짓눌리자 그 모든 게 다 자극에 불과했다.

퍽, 거칠게 짓밟는 발에 그의 몸이 움찔거리며 흔들린다. 흐으, 흐 신음은 거의 반쯤 울음이나 다름없었다. 한계에 다다라 있던 것은 금세 참던 것을 뱉어냈다.

후두둑, 내뱉어진 것은 그의 배와 바닥을 더럽히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거한 양이었다. 사정한 성기는 한 번에 죽지 않고 반쯤 가라앉아 정액을 계속 질질 흘려댄다. 허벅지와 사타구니 사이가 튀고 흐른 것으로 질척댈 지경이다.

핥아내려면 한참 걸리겠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늘어진 휴이의 몸을 툭툭 건드렸다.

“뭐해, 핥아먹어야지. 네 몸에 있는 거, 질질 흐른 것들, 다 손으로 쓸어서 삼켜.”

그 말에 그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이내 그는 표정을 억지로 수습하고는 손을 뻗어 제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를 쓸어 올렸다. 질척한 것들이 손에 흥건하게 묻어났다. 그가 애써 제 손을 입에 대고 핥아낸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핥아내는 질척한 소리가 울렸다.

일반적인 소개를 받아 파트너가 된 사이에서는 서로의 한계를 미리 이야기하고, 나름의 선을 정하기 마련이다. 마르티안은 휴이가 싫어하는 것들을 알았지만 그걸 배려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애초에 뭐든 하겠다며 달려든 쪽은 그였고, 그녀가 시키는 모든 강제적인 행위는 사실 그가 싫다고 거부하고 나가버리면 그만일 내용이었으니까. 정 싫으면 그만두겠지. 이 바닥에서 관계가 그런 식으로 끊어지는 건 그리 드문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건 주인이 개를 버리는 방식이었다. 견디기 힘든 것을 내밀며 못하겠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개를 몰아붙이면, 버티던 상대도 얼마 못 가서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상대를 자른 적은 없었지만 백작에 대해서는 그렇게 굴어 마땅하다 생각했다. 시작이 상대의 겁박이 동반되었으니, 그녀로서도 이 정도는 해줘야 수지타산이 맞을 테니까.

“주, 주인님. 어, 언제까지……먹어야, 흐으…….”

“익숙해질 때까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그녀가 그의 성기를 발로 짓밟으며 답한다. 휴이는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소파 아래에 앉아 다리를 벌린 채로 그녀가 짓밟아줄 때마다 사정한 게 벌써 세 번째였다. 입술 주변은 말라붙은 정액으로 희끗하다. 가슴도 회초리 자국으로 엉망이다. 맛있게 삼키지 못했다고 스무대도 넘게 맞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발기한 성기는 지나치게 자극당해서 붉게 해어졌다. 휴이는 제 아랫입술을 깨물며 흥분을 조금이라도 더 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당한 아래는 더 쉽게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더 쉽게 발기한다. 흥분의 끝은 역겨운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 모든 것을 몇 번이나 겪었는데도, 역겨움이 흥분을 이기지는 못했다. 싫고 피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그의 성욕과 흥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하는 것이다.

마르티안의 발이 그의 고환을 쿡 찌르고, 귀두를 발바닥으로 짓뭉갠다. 오래 괴롭혀진 탓에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가 경련하듯 떨렸고, 아랫배는 딱딱하게 굳어서 아파온다. 통증이 흥분이 된다고 한들, 한계에 부딪히자 고통이었고, 그럼에도 그것이 반복된다는 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흐으, 흐아, 흐아앙.”

묽어진 정액이 또다시 튀었다. 힘이 약해진 것들은 그의 배와 허벅지를 타고 흐르며 바닥을 적신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와 사타구니 사이에 흐른 것들을 쓸어 올렸다. 네 번째였다.

머뭇거림은 줄어들었지만 혀를 내밀어 삼키는 과정은 아직도 역겹다. 손으로 묽어진 것들이 묻어난다. 그가 숨을 덜 쉬려 애쓰며 혀를 내밀었을 때였다. 밖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하, 정말이지…….”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이 상황에서 굳이 서재를 찾아올 사람은 집사밖에 없다. 마르티안은 엉망진창인 백작을 훑어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집사를 여기로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집사도 이런 상황을 반쯤은 예상하고 문만 두드린 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일 터였다.

물론 이 정도까지 험한 꼴이라는 건 예상하진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한참 교육시키고 있던 와중이니 방해받는 게 기분 좋진 않다. 집사가 굳이 여길 찾아와서 문을 두들겨 댄다는 건 뭔가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소리였다. 슬슬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제 앞에 있는 개는 아직 한참이나 부족한 꼴이었다.

천박하고 아무렇게나 흥분한 꼴이 우습기는 했지만 자기 정액도 기꺼이 못 삼킨다는 점에서는 수준 미달이었다.

개는 상황이 끝나길 기대하는 눈으로 문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약아 빠져서는. 마르티안은 개를 내려 보다가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 아래 상자에는 별다르게 쓰지 않고 있던 여러 가지 기구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어차피 제법 쉬어야 할 테니까, 그동안 제대로 교육받자.”

그녀가 툭, 그의 앞에 들고 온 것을 떨어트린다. 제 앞에 떨어진 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눈으로 휴이가 그녀를 올려본다. 멍청해 보이는 표정이 꽤 귀여웠다. 그녀는 약아빠진 개보다는 멍청한 개를 좋아했으니까.

물론 너무 미련하면 짜증스럽긴 했지만 휴이는 그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정조대부터 차고 지내.”

그녀가 가져온 건 스스로 자위조차 할 수 없게, 성기를 완전히 덮어서 구속하는 구속구였다. 가죽 구속구는 발기하지 않은 성기가 빠듯하게 들어갈 길이였다. 발기하면 고통스럽게 성기를 죄고, 제대로 풀지 않으면 소변조차 볼 수 없도록 완전히 막혀 있는 구조.

설명을 이어갈수록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소변까지 제대로 눌 수 없다는 게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그럼…… 화장실은, 어떻, 게…….”

“풀어줄 때까지 참아야지. 이거 찬 상태로 질질 흘린 건 그게 뭐든 다 먹일 테니까 조심하고.”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고통과 수치에는 한계 없이 흥분하는 몸이면서, 이런 더러운 걸 질색하는 게 우스웠다. 마르티안은 몸을 숙여 그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앞으로는 이거 차고, 개처럼 기다리고 있어.”

그녀의 말은, 그가 들어본 이래 가장 다정한 어조였다.

* * *

백작은 조사 일정에서 며칠간 빠지겠다고 통보했다. 일정에서 빠지는 것 자체야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책임자이지 실무자가 아니었고, 동시에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영지가 있는 백작이었다. 매일 숲을 드나들며 조사단의 일정을 함께하는 것보다야 적당히 본인의 일정을 처리하며 불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프다고 했다고?”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집사에게 되묻는다. 사나흘 밖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아프다는 핑계를 대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일정을 빠지기 위해 댈 수 있는 핑계는 많았으니까.

신경 쓸 일이 생겼다거나 아니면 그냥 쉬겠다고 해도 그만이었다. 성의 없는 핑계라고 해서 타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프다니, 그건 다른 문제였다.

집사가 한숨을 내뱉듯이 답했다.

“예. 약은 필요 없고 며칠 쉬면 될 거 같다고 하시더군요. 별일이 아니니 번거롭게 굴고 싶지 않다고 따로 언질이 있었던 터라 의사까지는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집사는 상황을 쭉 설명하고는 이내 말을 더했다.

“어찌 되었든 저희 쪽에서 머무르다가 생긴 일이니까요. 자작님께서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손님이 머물다가 아픈 상태가 되었으니 주인이 가서 살피는 게 당연한 예의다. ‘아프다’는 핑계를 댔다는 건 결국 얼른 와 달라는 소리였다. 일부러 그렇게 고른 것이다. 여러모로 약아빠진 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기기로 했다.

찾아갈 명분을 만들어야 했는데 귀찮은 수고를 덜었으니까. 아마도 그는 그것까지 생각하고 앞서나가서 상황을 만든 게 분명했다.

마르티안은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집사가 따라준 차를 마셨다. 차는 언제나 그렇듯 맛이 좋았다. 그녀는 가벼운 칭찬을 하려다가 멈췄다. 집사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래? 내가 백작과 엮을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할 줄 알았더니.”

“좋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렇습니다. 그때, 두 분이 서재에서 함께 있으셨으니까요.”

백작이 아프다고 드러누운 건 마르티안과 서재에서 대화를 한 직후였다. 다른 사람이야 자세한 상황을 모르겠지만 집사에게는 두 사이의 관계를 짐작할 단서가 많았다. 그녀의 성향이 어떤지도 알고 있었고.

‘이래서 사생활을 너무 드러내면 귀찮은 법인데.’

그녀는 집사에게 자신의 성향을 알린 걸 잠깐 후회했다. 물론 아주 잠깐 후회했을 뿐이다. 그녀는 제 취향 따라 사람을 데리고 오고, 집 안에서 론을 굴리는 것까지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집사가 다시 차를 따랐다. 백작에 대해 답해줄 때까지 여기에 서서 차 심부름이나 할 기세였다. 마르티안은 짧게 한숨을 뱉고는 이내 말했다.

“딱히 문제 될 일은 없었어. 그쪽도 내 성향에 대해 알고 만나는 상황이니까.”

“……알고 만난다니요. 그럼, 그분이…….”

“내가 데리고 오던 애들이랑 비슷하단 거지.”

“비슷, 하다구요?”

집사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마르티안의 상대는 평민부터 귀족 자제까지 몹시 다양했지만 동일하게 좀 이상했으니까.

그들은 늘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저택에서 머물렀다. 헐벗은 채로 돌아다니기도 했고 옷을 입고 있어도 영 이상한 꼴로 비틀대곤 했다. 그런 이들과 백작을 비슷하게 생각하라니.

휴이 세블로아드는 공작가의 장남이었고, 황제나 황족이 아니고서야 누구에게도 고개 숙여본 적 없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러니까…… 그렇다니. 집사는 몇 번이나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순간 그는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혹시, 백작님 뺨을, 그, 자작님이 하신 겁니까?”

“뺨?”

“아까 뵈었는데 뺨이 꼭, 맞은 것처럼 부어있어서…….”

마르티안은 아, 하고 짧게 답한다.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집사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마르티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금껏 한 번도 한 적 없는 변명을 입에 올렸다.

“본인이 맞고 싶어 해서 때린 거야. 억지로는 아니고.”

그녀는 이 상황이 여러모로 민망하단 생각을 했다. 자신과 휴이를 엮으려는 집사에게 도안 자작가를 날려버릴 생각이냐고 타박했었으니까. 마르티안은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관리했다.

“내가 그 정도 위치인 사람을 막 때렸겠어. 그리고 뺨도 그렇게 심하게 때린 건 아니야. 며칠 지나면 가라앉을 정도고.”

그녀가 몇 번을 별거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서야 집사가 겨우 자신의 얼굴을 수습한다. 물론 얼굴만 수습한 거였고 생각은 그렇지가 못했다. 지금껏 그녀가 데리고 왔던 이들이 어떤 꼴이 되었는지, 그리고 론이 그녀를 상대하며 어떤 꼴이었는지를 떠올리자 더더욱 낯빛이 희어졌다.

“혹시, 정말 의사는 필요가 없을지…….”

“의사는 무슨 의사야. 그 정도로 뭘 한 것도 아닌데.”

그녀의 답변에도 늙은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 지금껏 그녀의 상대를 놓고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태도였다. 달밤에서 어떤 놈을 데려와 벗기든 집사의 태도는 아주 칼 같았다. 마르티안이 지시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간섭도, 배려도 하지 않았으니까.

“백작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과 다를 거 없어. 삼 개월 뒤에 끝날 관계고.”

“삼 개월 뒤에 끝난다니요?”

“그냥 가볍게 만나는 거야. 조사가 끝나면 만날 일도 따로 없을 테고, 애초에 그 정도만 만나는 걸로 했어.”

그 말에 집사가 돌연 얼굴을 굳혔다.

“여기에 놀러 오신 것도 아니고 그 백작님도 너무 무례한 것 아닙니까.”

마르티안은 그 말에 조금 당황했다. 무례라니, 그녀에게 맞아서 뺨이 부어터진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집사는 화를 참는 것처럼 숨을 씩씩 몰아쉬었다.

“가볍게 만난다니요. 그런 분일 줄 제가 몰랐습니다. 그런 사람을 자작님과 연결하려 들었다니, 지금껏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인 제 늙은 입을 용서해주시지요.”

마르티안은 그제야 집사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마도, ‘삼 개월’이라는 조건을 백작 쪽에서 내세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번 기회에 그녀를 데리고 유흥 삼아 놀자는 제의를 했다고 말이다.

평소 집사의 사고방식을 감안하면 그건 놀랄 만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이런 유흥은 보통 권력이 높은 쪽이 제안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아아, 뭐.”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소리를 뱉으며 빈 찻잔을 가볍게 건드렸다. 집사가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서 있다가 그제야 차를 따라 주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오해를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설명을 이것저것 덧붙이기도 귀찮았고, 집사가 백작을 좋아하는 것보다야 적당히 싫어해 주는 게 편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늙은 집사는 완전히 오해한 상태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분은 왜 부어터진 뺨을 가릴 생각도 안 하고 다닌답니까. 조사단이 저택에 없으니 망정이지…….”

그는 몹시 기막히고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백작쪽에서 유흥 삼아 관계를 제시했다고 해도, 어쨌든 뺨을 부어터지게 한 건 마르티안이었으니까. 그러니 이게 그렇게 화날 일인가 싶은데도 집사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모양이다. 원래 자식의 흠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남의 흠은 그냥 흠인 법이었다.

그 편향적인 태도에 마르티안이 웃었다. 집사는 이미 늙고 말랐고 물리적인 힘으로나 신분으로나 백작에게는 조금도 상대가 되지 않을 사람이었지만, 그런 건 때론 아무 상관이 없는 법이다. 누군가에게서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는다는 건 대단한 힘이었다.

“집사가 내 편을 들어주니까 덕분에 든든하네. 그렇다고 너무 화내지 마. 기운 빠지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 자작님에게 고작…….”

집사는 백작에 대해 몹시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근방의 귀족들은 마르티안에 비해 지나치게 수준이 낮았고, 또 어울릴 만한 상대도 없었으니까. 그 와중에 백작이 나타난 것이다. 마르티안은 몹시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상황은 짜 맞춘 것처럼 돌아갔다.

적나무 문제는 몹시 크고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두 사람이 상황마저 생겼다. 이건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게다가 백작은 이미 그녀에게 빠져 있었다. 시선이 노골적으로 마르티안을 쫓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놈의 백작이……. 그런, 그런 식으로 굴었다니…….’

집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배신감을 누르기 위해 애썼다. 각고의 노력 가운데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가 펴지고 붉어졌다가 다시 희어지길 반복한다. 이러다가 혈압으로 쓰러지기라도 할까 싶어서, 마르티안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볍게 노는 건 나나 그쪽이나 똑같아. 그러니까 집사도 그만 곱씹어. 괜히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에 집사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고 괘씸했지만, 서로 쌍방으로 가볍게 구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나았다. 아니 사실은 조금도 낫진 않았지만 마르티안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집사로서 불편한 티를 낼 순 없었다.

“알겠습니다. 백작님을 살피러 찾아가는 건 언제쯤으로 알고 있으면 될까요?”

“일단 아침마다 한 번씩 찾아가는 거로 해. 적당하게 들고 갈 만한 환자식 준비해주고. 그 외에는 내가 알아서 틈틈이 가보는 거로 할 테니까 신경쓸 거 없어.”

“매일 아침이라니……. 진짜 아픈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외적으로는 환자잖아. 공을 인정받아서 백작 작위를 받은 사람이고 이번 조사 담당자이기도 한데 그 정도 신경을 써야지.”

상대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아플 때는 집의 주인이 얼굴을 비추고 상황을 살피는 게 당연했다. 하물며 이번 상대는 그 백작이다. 과하다 싶게 신경 쓰고 제대로 살피는 것이 맞았다. 그녀가 집사를 보며 말을 더한다.

“집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공사는 분리해야지.”

말이야 다 맞는 말이어서 집사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마르티안이 자주 찾아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그가 말했다.

“한나에게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따로 필요한 게 있을까요?”

“아, 멍 빼주는 연고 좀 챙겨줘. 얼음찜질할 것들은 매번 따로 가져다주고. 아, 내가 방문한 뒤에는 주변 좀 비우는 게 좋을 거 같아. 거기 방음이 여기만큼 좋지 않을 테니까. 가능한 신경을 쓰긴 할 텐데……. 뭐, 집에서까지 그렇게 구는 게 익숙한 건 아니라.”

알지 않냐는 듯, 그녀가 웃었다. 집사가 다른 의미로 한숨을 내쉬고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도통 이게 좋은 상황인지 나쁜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집사는 침실을 나서며 마르티안의 침대를 확인했다. 론이 태평스럽게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다. 여전히 탐탁지 않긴 했지만 더 탐탁지 않은 백작을 떠올리자 상대적으로 마음이 누그러진다. 물론 그건 최악과 차악을 두고 하는 쓸데없는 비교였다.

마르티안에게는 그런 상대는 크게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녀에겐 이 자작가를 함께 꾸려나갈 배우자가 필요했다. 집사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갔다.

마르티안은 남은 서류를 정리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평소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론을 치료할 시간이다. 그녀가 론이 누워 있는 침대에 다가가자 론이 몸을 일으킨다. 아픈 탓에 더 마른 얼굴은 굳은 인상 때문에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보였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깨어 있었어?”

“……아, 방금, 깨어서…….”

대답이 머뭇댄다. 애초에 방금 깨어났다고 하기에는 눈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마르티안은 방금 전 집사와 한 이야기들이 떠올라서 속으로 혀를 찼다. 백작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론이니 분명 괜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주제답게 있기를 바라긴 했지만 일부러 백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제 탓으로 고생하는 개에게 아주 관대해진 상태였으니까.

그녀가 론의 곁에 걸터앉아 그 뺨과 눈가에 입을 맞춘다. 가벼운 입맞춤은 그를 달랠 때마다 해주는 것이다. 관대해진 마르티안은 그런 식의 행동을 자주 반복했고, 론 역시 그것에 제법 익숙해진 상태였다. 수줍은 것처럼 얌전하게 구는 게 예쁘다.

마르티안은 의도적으로 론을 달랬다. 별거 아닌 일로 이제껏 쌓아왔던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녀는 론의 뺨을 가볍게 두들겨 주고 침대 옆 서랍에 손을 뻗는다. 소독약과 연고를 놓아둔 곳이었다. 그것들을 꺼내고 면봉을 두세 개 빼놓는다. 밥 먹는 것과 다름없이 반복하는 일이니, 그녀의 손은 이제 능숙하기 이를 데 없어졌다. 소독약 뚜껑을 열려는데 론이 그녀를 부른다.

“자작님.”

그녀가 바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춘다. 다친 이후로 그녀는 론이 부르는 것을 무시한 적이 없었다. 론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뭔가 짐작한 것처럼 마르티안이 가볍게 웃었다.

“왜, 벌써부터 애원하고 싶어졌어? 지금도 너 울 때마다 멈춰 주잖아.”

그녀가 짓궂게 말한다. 그녀가 주는 다정함을 이렇게 전시할 때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곤 했다. 그건 그를 수치스럽게 만들거나 흥분으로 달아오르게 해서 나오는 표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수줍고 설레하는 얼굴. 그건 새롭게 알게 된 즐거움이었다.

그녀가 웃으며 론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이 조금씩 그를 더듬으며 바지춤의 끈에 닿았을 때였다. 론이 고개를 떨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자작님, 오늘부터는 괜찮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걸을 수도 있고 치료도, 제가 하면 됩니다. 이렇게까지는 돌봐주지 않으셔도…….”

그 말에 마르티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그녀가 론의 고개를 들게 했다.

“네 방으로 돌아가겠단 소리야?”

“제가 여기에 계속 있는 게 보기에, 좋지는 않으니까요. 자작님도 저 때문에 시간을 너무 쓰시는 것 같으니까, 이만 돌아가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전에는 치료 정도는 혼자 해 왔고…….”

“예전처럼 돌아가겠다는 소리야?”

그녀가 픽 웃는다.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어서, 론은 다시 피하는 것처럼 시선을 내렸다.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그의 입에서 네, 하고 답이 흘러나왔다. 그는 자신의 태도가 마르티안의 기분을 건드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 다정하게 대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소독약 뚜껑을 열고 면봉을 푹 담근다. 소독약 통 바닥으로, 면봉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예전에 어땠는지 기억은 해?”

“……네.”

그가 머뭇거리면서도 수긍한다.

“그래? 그럼 벗고 다리 벌려.”

아픈 이후로 처음 듣는 강압적인 말투였다. 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냉정하게 굳은 마르티안을 확인하고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녀가 다정했던 건 고작해야 열흘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이런 상황이 그에겐 훨씬 익숙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몸이 굳었다. 긴장한 탓인지 바지춤을 묶은 끈이 잘 풀리지 않는다.

꽉 매어진 매듭은 마르티안이 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치료받게 된 이후로 그녀는 직접 허리끈을 풀고 묶어 주었으니까. 묶인 끈을 잡아당기고 몇 번을 실수하자 손끝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론은 저도 모르게, 의지하는 것처럼 마르티안을 보았다. 그녀가 손을 휘둘러 그의 뺨을 내리쳤다.

“흐으…….”

예상치도 못하게 맞아서 입술이 찢어졌다. 론은 자신이 맞았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그가 아픈 이후로 마르티안은 그를 개처럼 다루지 않았으니까.

그는 긴장감을 잃었다. 명령한 것을 제때 따르고 있지 못하면서도 맞을 거라는 예상을 못 했을 정도로. 아니 잃어버린 건 긴장감만이 아니다. 고작 이런 손찌검에, 론은 제 마음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왜 울어. 고작 뺨 한 대 맞고.”

마르티안이 론의 턱을 움켜쥐어 억지로 자신을 보게 만든다. 그리고는 그의 속을 파헤치듯이 말을 뱉었다.

“백작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가니 어쩌니 한 거잖아. 전처럼 돌아가고 싶다며? 근데 이렇게 취급하는 건 또 싫어?”

론이 눈물을 떨어트린다. 마르티안은 그의 얼굴을 붙잡았던 손을 내팽개치듯 놓았다.

“고집을 부리려면 잃을 것도 감수해야지. 빨리 벗어.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

냉정한 말에 론이 다시 손을 움직였다. 늦는다는 이유로 뺨을 두 대 더 맞고 나서야 론은 간신히 그녀가 원하는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마르티안이 소독약으로 젖은 면봉을 론의 귀두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삼 분의 일을 밀어 넣자 론이 신음을 뱉어냈다. 헐고 찢어진 살을 헤집는 치료였다. 첫날보다는 조금 더 참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고통이 심한 건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다 밀어 넣기까지 두어 번은 멈췄다.

“흐으, 자작님…… 흣, 으으, 흐읏…….”

론이 울며 그녀를 부른다. 원래는 멈춰주었던 손길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그저 조금 느려진 게 전부였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가 마르티안을 붙잡았다. 허벅지가 버티지 못하고 벌린 것을 오므렸다. 사타구니 사이가 숨기듯 닫혔다.

“흐으, 주인, 님, 아프, 흣……흐.”

그녀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건 이전의 그가 하던 태도와는 다른 태도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르티안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아프면 자신을 붙잡으라고 가르쳤다.

그 허락을 핑계 삼아 그의 욕망은 쉽게 풀려났다. 때로는 아프지 않아도 그녀를 붙잡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 잠이 아직 덜 깬 것처럼 그녀를 붙잡기도 했다. 매일매일, 순간순간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허락되는 것을 묵인되는 것을 경험했다.

마르티안은 그런 론을 힐끔 보고는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

“다리 다시 벌려. 손 떼고.”

“……주인, 님……”

“더 맞기 싫으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론의 얼굴이 무너지듯이 일그러졌다. ‘다정하게 대해 줄 때 잘할 것이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그의 뺨을 내리쳤다. 몇 대를 반복해서 맞자 그의 뺨이 부풀어 올랐다. 론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처럼 그저 헐떡댈 뿐이었다. 마르티안은 그의 허벅지를 강제로 벌리고는 무릎으로 눌렀다.

“맞아야 말을 듣네. 진짜 개새끼도 아니면서.”

그제야 론은, 마르티안이 그에게 ‘예전에 어땠는지 기억은 하냐’고 물어본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론이 그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래서 더는 이런 취급을 익숙하게 여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마르티안은 그가 내팽개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거칠게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다시 면봉이 밀려든다. 지나친 통증이 몸을 뒤흔들었다. 론은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부러질 것처럼 힘이 들어갔지만 마르티안은 괜찮냐는 것조차 묻지 않았다.

“흐으, 흡, 흐으…….”

외면 받는 것에 마음이 추락했다. 이내 그런 감상도 사라진다. 들이치는 고통에 신음조차 내뱉기가 어려웠다. 눈물이 줄줄 흘러 떨어졌다. 면봉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끝내 그 안까지 처박혔다.

충격 같은 고통이 쉬이 사라지지 않아서, 론은 몇 번이나 헐떡였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치료 끝나면 방으로 돌아가. 치료 끝날 때까지는 올 필요 없어. 그 몸 가지고는 써먹을 수도 없으니까.”

그녀는 냉정하게 그의 자리를 정했다. 그것이 론의 ‘예전’이었다. 많은 개들 중 하나, 애첩,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주인이 버린다면 버려져야 하는 개. 그게 그의 자리였다.

론은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 주제넘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무감해지려 노력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야 겨우 버틸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그녀의 다정함이 무서웠던 것이다. 마르티안은 변덕을 부리는 것뿐이었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그 다정함에 매일 마음이 무너졌다. 기대하기 시작하는 마음은 그만두려고 해도 자꾸 부풀었다. 그녀의 애정은 언제고 곧 사라질 것이다. 다정함에 익숙해지면 더 괴로워질 뿐이었다.

론은 그녀가 집사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는 꿈에서 깰 때라고 생각했다.

“흐으……, 흐. 주이, 주인님.”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이미, 그 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다정함에 익숙해졌으며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그가 돌아가야 하는 자리는 그걸 꿈꿀 수조차 없는 자리였다. 그게 고통스러웠다. 변덕이라도 좋으니 그 다정함을 받고 싶었다. 론은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잘못, 흐읏, 흡,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으흡, 고집, 안 부릴 테니까, 주인님. 흐으, 윽…….”

다정함을 구걸하고 싶다. 예쁨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자각한 욕망은 거칠 것 없이 범람한다. 론은 서럽게 애원했다.

“여기에, 있도록, 흐읍, 흐으, 다시 다정하게, 흐으, 흐윽, 흡, 주인님…….”

론은 자신이 제멋대로 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개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제 주인의 기분을 거스르고 이제와 다시 예전처럼 해달라고 떼를 쓰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쏟아지는 마음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이 더듬거리며 움직여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쥔다. 마르티안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건 이제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울면서 그녀의 옷자락을 틀어쥐었다.

“마, 많이 벌하셔도 흐으, 받겠습니다. 주인님, 제발 제가 여기에, 흐으, 흐윽…….”

간절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러움이 온 마음을 짓눌렀고 동시에 그녀에게 예쁨받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욕망을 이길 수가 없어서, 눈물이 쏟아졌다.

“론, 그만 울어.”

마르티안이 말한다. 론이 억지로 울음을 삼키고는 바로 눈물을 닦아냈지만 몰아쉬는 숨으로 흐느낌이 계속 묻어났다. 그녀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애초에 잘했어야지.”

그 말이 용서해주지 않겠다는 뜻 같아서 론의 눈가로 다시 눈물이 들어찬다. 후으, 으읍, 참으려는 듯 숨을 삼켰지만 이내 눈물을 쏟아졌다. 서러움과 서글픔이 그득한 울음이다.

“무, 무서워서, 자꾸, 주제넘게 되는 거 같아서, 그래서, 그랬습니다. 주인님. 흐으, 주인님이 너무 다정하게 하셔서 욕심이, 자꾸 생길까 봐, 으읍, 흐으, 흐으윽, 잘못, 했, 으, 흐윽, 흐으…….”

울면서도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애원했다. 그건 이전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맹목적인 태도야 늘 비슷했지만 이전의 론은 이런 식으로 매달릴 줄 몰랐으니까. 그저 견디고 버티고 숨죽여 울면서 그녀가 용서해 주기를, 돌아봐 주기를,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다정하게 대해준 덕분에 론은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달릴 줄도 알게 되었고 어리광을 부릴 줄도 알게 되었다. 마르티안은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 되기 전까지 그건 꽤 즐거운 볼거리였으니까.

하지만 고작 제 마음 하나 가누지 못해서, 해준 것을 걷어차다니.

“그래서 론, 내가 다정하게 굴어서 문제라는 거야?”

론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급하게 고개를 젓는 가운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마르티안은 그의 뺨을 가볍게 후려쳤다.

“어디서 주인 핑계를 대?”

곱게 두던 걸 망치려니 짜증이 났지만 개를 혼내긴 혼내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도 론은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울며 빌었다. 그 모습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운운하던 것보다는 나았다.

“주제답게 행동하고 싶으면 얌전히 굴어야지.”

“흐읍, 네, 주인님. 흐윽…….”

“내가 있으라면 있고 벌리라면 벌려.”

론이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울음이 반인 대답은 어눌하고 어물대는 어조였다. 그녀는 대답이 제대로 안 들린다고 다그쳤다. 론은 억지로 울음을 참고는 다시 말했다.

“론, 울음 그치고 똑바로 말해.”

“흐으, 흡, 이, 있으라면 있고 흐, 으흐윽, 벌리라면, 흐으…….”

마르티안은 그가 눈물을 그치고 제대로 말할 때까지 대답을 반복하게 했다. 론은 열 번 넘게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녀는 혀를 쯧 차고 말했다.

“자꾸 우는 버릇 고쳐. 물도 제대로 못 마시면서 탈수라도 오면 번거로워지니까.”

일부러 물 먹는 걸 자제하는 상황이다. 소변을 보는 것 자체가 통증이 심한 데다가, 치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변을 보기라도 하면 다시 치료를 해야 했다.

“흐읍, 흐, 네.”

남은 울음을 삼키며 그가 대답한다. 마르티안은 부어오른 론의 뺨을 살폈다.

“예쁘게 두었더니, 왜 쓸데없이 맞을 짓을 해?”

눈가도 퉁퉁 부어올라서 엉망이다. 아픈 몸이니 가급적 손대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튼 도움이 안 되는 개였다. 그래도 그 꼴을 하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꼴이 제법 귀엽긴 하다. 마르티안이 표정을 풀고 그의 눈가를 문지른다. 붉게 부어오른 눈이 깜박인다.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을 따라 조금씩 내려갔다.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론의 고개가 조금씩 움직인다. 자신을 쓰다듬는 손에 조금이라도 더 닿고 싶어서다. 엉망이 된 얼굴로 애정을 구하는 표정이 적나라하다.

마르티안은 그의 입술을 손으로 문질렀다. 물을 제대로 못 마셔서인지, 눈물이 반쯤 마른 입술은 거칠고 버석댄다. 뭐라도 바르게 시켜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론이 제 입을 벌렸다. 그녀의 손이 가만히 있자 혀를 내밀어 손끝을 건드렸다. 마치 들쑤셔 달라는 것처럼. 마르티안은 버릇처럼 굴지 않기 위해 참아야 했다. 이제껏 그녀는 그 입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론이 몸을 비틀며 헐떡일 때까지 들쑤시는 게 당연했으니까.

“론, 누가 이런 거 하래?”

마르티안이 손을 뒤로 물리며 묻는다. 일순 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작님이 참으시는 거 같아서, 입은 괜찮으니까 그냥 쓰셔도 된다고, 흐읍.”

마르티안의 손가락이 그의 입안을 파고들어 입천장을 문질렀다. 부드럽고 유한 자극, 론이 몇 번 움찔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혀로 손가락을 얽었다.

질척한 소리가 날 즈음 그녀의 다른 손이 그의 아랫배를 더듬어 내린다. 그녀의 손이 그의 음모를 더듬으며 더 밑으로 내려가려 하자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몸이 고통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녹진하게 핥아내던 혀가 움찔거리며 제 기세를 잃어버린다. 마르티안은 론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만지기만 해도 겁먹는 주제에 무슨. 너 두고 참은 게 며칠인데,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입으로는 만족 못 해. 그렇다고 일일이 신경 쓰면서 하는 것도 내 취향 아니고.”

혼난 것처럼 론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제 쓰임이 별 볼 일 없다는 게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달래듯이 그의 눈가에 입을 맞춰준다. 그제야 조금 그의 표정이 풀어졌다. 놀라울 정도로, 그녀의 개는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행위에 쉽게 감동했다.

“빨리 낫는 거나 생각해. 그게 도와주는 거니까.”

그녀가 론의 성기에 박혀있던 면봉을 다시 잡는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하느니 치료를 빨리 끝내는 게 나았으니까.

빼내는 손길은 느리고 조심스러웠지만 론의 얼굴은 금세 고통으로 물든다. 견디다 못한 신음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고작 절반도 빠지지 않은 상태다. 론은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를 썼지만, 방금 전 그녀가 냉정하게 밀어 넣던 것이 자꾸 떠올라, 몸이 먼저 겁을 먹고 딱딱하게 굳었다.

“흐으, 자작, 님…….”

부르는 소리에 마르티안이 손을 멈춘다. 고통이 바로 가라앉지 않아서 론은 몇 번을 더 숨을 몰아쉰다. 마르티안은 그가 괜찮아지기를 기다리며 론의 등을 쓸어내린다. 잔뜩 긴장한 몸이 움찔 떨렸다가 이내 풀어진다.

“괜찮아, 론.”

그건 근래 주었던 다정함이었다. 론은 울컥 눈물이 나려는 걸 참았다. 어떻게 이걸 포기하려 했던 건지 스스로 믿기지가 않았다.

그저 한때의 변덕이라도 좋다. 그런 다정함이라도 다정함이었다. 오래 기다렸다가 겨우 얹는 다정함이라고 해도 얻을 수만 있다면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 끝을 움켜쥐었다. 마르티안이 픽 웃으며 물었다.

“날 잡는 것도 아니고 내 옷은 왜 잡아?”

엄마 옷을 붙잡고 다니는 꼬마들도 아니고.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짓궂게 물었다.

“아까처럼 이거 잡고 울고불고하게?”

론의 얼굴이 벌게진다. 그가 옷에서 손을 떼려는 걸 마르티안은 자신의 손으로 덮어서 막았다. 함부로 뿌리치고 빼낼 수는 없으니 론이 그대로 굳었다.

“아까는 엉망진창으로 굴더니 왜 또 얌전해졌어?”

“다시, 허락받아야 할 거 같아서, 흣!”

마르티안이 론의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부드러운 애무에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눈을 꽉 감았다. 구멍 안쪽까지 수백 번은 내보였으면서, 론은 이런 식의 다정함에는 면역이 없었다. 그런 식의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마르티안은 새로운 즐거움을 알았다. 경험 없는 걸 데려다가 잔뜩 희롱하는 즐거움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흠뻑 젖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자극적이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다정한 행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유였다.

“자, 자작님. 흐으, 읏, 서, 설 것, 흐으…….”

마르티안이 그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고 놓아준다. 너무 흥분시켜서 사정이라도 하면 애써 바른 것들이 씻겨 내려갈 테니까. 물론 또 치료하면 그만이긴 했지만 론이 지나치게 아파하니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다.

대신 그녀는 그의 두 손을 잡아끌어 그의 성기 위에 올려놓았다.

“네 좆, 치료하는 동안 직접 잡고 있어.”

론이 두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쥔다. 귀두 바깥으로 면봉이 애매하게 튀어나온 꼴은 천박했지만,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있다. 마르티안은 손을 뻗어 론의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면봉의 끝을 잡았다.

“조금만 세게 움켜쥐어도 아픈 거 알지?”

“……네.”

론이 간신히 대답한다. 면봉을 빼내는 건 밀어 넣는 것만큼 고통스러웠고, 그것을 참기 위해서는 움켜잡을 게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마르티안은 굳이 그의 손으로 성기를 쥐게 했다.

“손에 힘 너무 풀진 말고. 제대로 쥐고 있지 않으면 면봉이 내벽 긁을 테니까.”

“……네, 잘, 잡고, 흣.”

고작 면봉을 건드리는 마르티안의 손길에 놀라 신음을 흘린다.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 꼴이 가학적인 욕구를 자극했다.

참으라고 말하면서 강압적으로 치료하면 어떻게 굴까. 아픈 곳을 움켜쥐진 못 할 테니 헐떡이면서 버티다가 결국은 온 뺨이 다 젖도록 울게 분명했다. 근래 그녀에게 매달릴 줄은 알게 되었으니 더듬거리면서 부탁을 할지도 몰랐다.

‘예쁘긴 할 텐데.’

그녀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그녀의 개는 언제나 그녀를 따라왔으니까. 참고 참다가 울고 마는 얼굴은 늘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딱히 다정하게 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원인은 론에게도 있었다. 그는 지금껏 목석처럼 참기나 하는 개였다. 잘해주려고 해도 기쁘게 꼬리치지 않는다면 다정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마르티안이 론의 손등을 가볍게 매만진다. 벌써부터 긴장한 손을 마디마디가 굳어있었다. 모양을 만든 손이 뻣뻣하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버틸 생각인 모양이었다.

“론, 손에 힘을 빼야지.”

“자작, 님…….”

론의 표정이 한층 더 불안하게 변한다. 그녀가 일부러 괴롭힌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힘을 빼고 있다가 고통에 움켜쥐게 되면 그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비틀게 될 것이다. 흐으, 흑. 울 것 같은 신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도, 개는 마르티안이 시켰다는 이유 때문에 못 하겠다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개의 뺨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아프다고 하면 멈춰 줄게.”

론이 헐떡이며 그녀를 본다. 그녀는 다시 말했다.

“멈춰 줄 테니까, 움켜쥐고 싶어질 때까지 참지 마. 그럴 필요 없으니까.”

그건 몹시 다정한 말이었다. 론의 얼굴이 점차 붉게 물든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피하는 것처럼 살짝 비켜 움직였다. 마치 과분한 것을 얻어낸 사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머뭇거리며 조금은 불안해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시선을 들어 그녀를 올려보았다.

적나라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감정들은 모두 그녀를 향한 것이다. 그녀의 개는 이제 그런 것을 숨기지 못했다.

마르티안은 가볍게 웃었다. 다정하게 구는 건 그녀의 취향과 멀었지만, 이런 론의 변화가 제법 맘에 들었다. 다 낫고 나서도 가끔은, 이렇게 굴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녀는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로 자신을 기다리는 개에게 손을 뻗었다.

* * *

휴이는 밤 사이 몇 번이고 잠에서 깨었다. 아프다고 방에 틀어박힌 지가 벌써 나흘이 넘었다. 뺨의 멍은 전부 빠졌지만 그의 몰골은 이전보다 더 수척해졌다. 핑계로 시작된 ‘아프다’는 말이 이제는 진짜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는 끙끙거리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이건 모두 그의 아래를 억누르는 정조대 때문이었다. 낮에 흥분해서 괴로워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지금처럼 밤이 더 문제였다. 자는 동안 일어나는 생리적 발기 때마다 아래가 몹시 아프게 조였다. 아침이 될 때까지 그는 서너 번은 아픔과 불편함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잠이 부족해진 몸은 쉽게 지쳤고, 깊은 생각은 더 어려워졌으며, 더욱더 말초적인 것에만 반응하게 된다.

“흐으, 읏…….”

사타구니 사이가 점점 갑갑해졌다. 이제 그의 몸은 더 쉽게 흥분하고 더 쉽게 싸지르게 되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로, 발기한 것을 죽이기 위해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거나 고통 가운데에 배출 같지도 않은 배출을 하며 질금질금 흘리는 게 전부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그 상태로 마르티안을 기다렸다. 아래를 풀어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쾌감이 계속해서 억눌려서, 정조대가 풀린 순간부터는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흥분했고 아무렇게나 사정했다.

“깨끗하게 삼켜.”

그는 그때마다 흩뿌려진 자신의 정액을 핥아먹었다. 바닥을 핥아내는 것도 역겨운데 제 정액에서 나는 향은 더욱 역했다. 수도 없이 반복한 탓에 익숙해졌지만 그 행위가 결코 좋아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매번 역겨움을 참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물론 마르티안은 그의 노력에 대해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개처럼 굴려면 그걸 하는 게 당연했으니까. 핥다가 조금이라도 싫은 표정을 드러내면 뺨을 맞았고, 바닥에 조금이라도 남은 것이 있으면 성기를 맞았다.

“노력했다며. 네 입이 노력했는데도 못 치운 걸 보면, 너무 싸지른 네 좆이 문제지.”

소파 아래로 튄 정액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맞았을 때는 억울했지만, 그는 곧 그 아래로 손을 넣고 쓸어내어 핥아먹게 되었다.

사정할 때도 매번 긴장했다. 제가 싼 것이 어디까지 튀었는지를 쫓아야 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좆이 붉어지게 맞았다. 타고난 체질 덕분에 그렇게 맞아도 발기가 풀리지 않았지만 고통은 고통이었으니까. 벌로 주어지는 매질은 엉엉 울 만큼 아팠다.

통제당하고, 맞고, 눈치를 보고, 바닥을 핥으며 정액을 치우는 것. 그것들을 되새길 때마다 휴이는 더없이 흥분했다. 마르티안과 함께 하는 시간은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진짜 개가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님…….”

그가 중얼댄다. 고작 말로 뱉었을 뿐인데 몸으로 열기가 훅 올라왔다. 아래가 아프게 조여들기 시작한다. 고통 속에 있는데도 심장이 버겁게 뛰었다. 그가 베개를 움켜쥐고는 얼굴을 묻었다.

마르티안의 삶은 근래 들어 아주 규칙적으로 변했다. 밤에 가까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씻은 뒤, 1층으로 내려가서 조사단이 숲으로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 교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반은 졸고 있었다. 나름 독려하며 그들을 보내고 난 뒤 그녀는 바로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때였지만 그녀가 바로 식사를 해주어야 식당 사람들도 늦은 아침까지 쉴 수 있었다. 그녀는 식사를 하면서 집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듣고 지시할 것들을 지시했다.

식사가 끝날 즈음 주방에서는 ‘아픈 백작’을 위한 환자식을 챙겨 내놓는다. 소화하기 편한 유동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우려 주는 차는 붓기를 빨리 빼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때부터 늦은 아침까지가 그녀가 아픈 백작을 돌보는 시간이다.

그의 침실 문을 열자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론은 지나치게 참으려 들어서 문제더니, 그는 너무 참을성이 없었다.

“흐으, 읍, 주인님.”

밤새 흥분한 상태였는지 휴이의 뺨은 이미 달아오를 만큼 달아오른 상태였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는 침대에서 기어 내려와 엎드렸다. 위에는 실크로 된 침실용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아래는 아무것도 입은 게 없다. 가죽 재질의 정조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늘따라 더 난리네. 아래를 벗고 있으라고 해서 그런가.”

“흐으, 흡, 주인님. 모, 못 움직이겠, 흐으…….”

휴이가 몸을 들썩인다. 그녀에게 기어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엉덩이가 움찔거리면서 떨린다. 마르티안이 그의 앞으로 다가간다. 날개뼈 부근을 발로 누르자 그가 신음을 뱉어낸다. 원래 천박했던 몸이 배는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밟던 발을 내려 어깨를 툭 쳐올렸다. 상체를 들으라는 뜻이다. 휴이가 신음하며 겨우 상체를 세웠다. 성기를 가둔 가죽이 질척하게 젖어있다. 밤새 흘러 젖은 건지 고환으로 이어지는 곳곳이 번들거렸다.

“참으라고 채웠더니 왜 이렇게 난리야?”

“……흐, 주인, 주인님. 흐으, 하윽.”

정조대에 덮인 그의 성기를 마르티안이 발로 꾹 눌렀다. 밟히고 비벼질 때마다 그의 허벅지가 부들거리며 떨린다. 짓밟힐 때마다 아랫배가 경직되고 배뇨감이 그때마다 가득 들어찼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오늘은 더욱 견디기 어려운 상태였다. 어제 아침에 한번 소변을 보게 해준 이후로, 마르티안은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까. 그전까지 아침, 저녁 두 번은 와주었던 터라 그는 어제 낮과 저녁을 평소와 다름없이 보냈고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셨다.

선잠을 자며 발기할 때마다 헐떡이던 그는 마지막 발기할 즈음부터는 오줌이 샐 것 같아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자신이 이런 상태라는 걸 알면 마르티안은 분명 평소보다 오래 그를 괴롭힐 것이다. 이곳에서 방뇨를 하게 둘지도 모른다.

정조대를 찬 상태에서 흘린 건 뭐든 먹게 할 거라던 말이 떠올랐다. 상상만 해도 역겹다. 삼키는 건 제 정액만으로도 충분했다.

“주이, 주인님. 흐아, 하으! 흡.”

“참을 생각이 있긴 해?”

마르티안이 혀를 찬다. 흥분해서 점점 더 천박한 몰골이 되는 건 나쁘지 않았지만, 정조대를 채운 보람이 없게끔 구는 건 짜증스럽다.

근래의 그는 참을 생각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무렇게나 싸질러 댔으니까. 핥아먹게 하느라 별다른 제재를 가하진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가죽에 매인 그의 성기를 움켜쥔다. 자극이 극심해서 휴이는 제 허벅지를 손으로 긁었다. 등이 절로 굽고 허리가 떨린다. 배뇨감이 극심한데도 성감이 올라온다. 움켜쥔 채로 아래를 비벼서 싸고 싶었다.

“……참으, 흐읏, 참으려고 했는데, 주이, 주인님. 하으.”

“내가 너 좋으라고 정조대 채운 거 같아?”

“흐으, 아니, 하윽, 아니요 흐윽.”

엉덩이가 뒤틀리듯 흔들린다. 이대로 사정하고 방뇨하면 핥고 삼켜야 할 게 뻔하다. 역겨운 생각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데도 흥분이 식지 않는다.

그는 우는 것처럼 헐떡이며 마르티안을 불렀다. 허리가 천박하게 움찔댔다. 순간, 그녀가 그의 성기를 내리쳤다.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센 통증이 일어나서 휴이는 제 몸을 구부리며 헐떡인다.

“상체 들고 자세 바로 해. 허락할 때만 천박하게 굴라고 했을 텐데?”

그가 겨우 상체를 들자마자, 마르티안이 다시 그의 성기를 내리쳤다. 흐으, 흡, 휴이는 반사적으로 웅크려지려는 몸을 버텼다. 충격 같은 고통이 이어질 때마다 숨이 멈춘다.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발기한 건 그대로였다. 그래도 배뇨감은 덜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휴이가 마르티안의 눈치를 본다. 그녀가 가죽으로 감싸진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굴었으면 쓸데없이 맞을 일도 없잖아. 응?”

“흐으……네, 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한다. 간신히 버텨댄 얼굴이 붉디붉었다. 눈가가 옅게 달아오른 것이 금세 울 것만 같았다. 아마 곧 그렇게 될 것이다. 흥분하면 달아올라 우는 버릇이 있으니까.

마르티안이 움켜쥔 것을 놓는다. 정조대 가죽은 이미 젖어서 희멀건 정액들이 비질거리며 새어 나온 상태였다. 바깥이 이 모양이니 가죽 안쪽은 더 엉망일 것이다.

정조대를 채운 지 나흘째, 그는 매일 같이 질질 흘리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더러워진 손을 들어 휴이의 입술에 문질렀다.

“질질 흘리기나 하고. 혀로 닦아.”

그의 표정이 일순 굳어지다가 그녀와 시선이 마주하고는 억지로 풀어졌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가 그녀의 손을 핥아낸다. 시간이 지나 뭉글거리는 것들은 입에 닿는 느낌부터가 역겨웠다. 휴이는 숨을 참으며 그것을 핥아낸 뒤 겨우 삼켰다. 목울대가 꿀럭 움직이자 마르티안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입에 밀어 넣는다. 습관이 잘 든 개처럼 휴이의 입이 벌어진다. 깨끗하게 삼켰는지 확인받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손가락을 밀어 넣고 아무렇게나 들쑤신다. 그녀가 움켜쥔 혀로 침이 뚝 떨어졌다. 버티던 몸이 조금씩 비틀댄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익숙해진 꼴이다. 나쁘진 않았다.

그녀가 손을 빼내자 그가 밭은기침을 뱉는다. 그러면서도 몸은 좀 더 그녀에게 달라붙는다. 그가 자신의 뺨을 그녀에게 비볐다.

“큿, 흐으……. 주인님, 아래, 아래 풀어 주세요.”

“꼴이 얌전치가 못하잖아? 풀어 줄 마음이 안 들어.”

그 말에 휴이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뺨을 비비는 것이 더 절박해졌다.

“아, 안돼, 흐읏, 제발, 주인님. 흡, 너무, 오래 있어서……, 아프…… 읏.”

“안돼? 지금 안 된다고 한 거야?”

‘개 주제에’라는 뒷말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다시 움켜쥐었다. 그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 정말로……아래, 아파서, 아프……흐윽.”

마르티안은 시끄럽게 애원하는 휴이를 보며 혀를 찼다. 확실히 오래 억눌린 상태이긴 했다. 상대의 몸을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 벗겨주긴 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애원하는 소리를 좀 더 듣고 나서 정조대를 풀었다. 눅진하게 젖은 가죽이 벗겨지자 구겨지듯 억눌려있던 것이 툭 튀어나왔다.

“흐으, 흐……. 으흐…….”

고작 그걸 로도 자극이 되는지 그가 몸을 비튼다. 유두는 잔뜩 도드라져서 윗옷을 입었는데도 부푼 게 보일 지경이다. 마르티안은 그의 윗옷을 걷어 올렸다.

시커먼 멍이 유륜 주위로 둥그렇게 나 있고 유두도 꽤 커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축기로 부풀게 해두라고 했더니 주변의 멍이 빠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단단하게 솟아있는 유두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자기 좋은 것만 해대지, 참는 법은 조금도 모르고.”

“흐으! 흐으, 흡! 아아! 주이, 흐읏!”

그녀가 유두를 비틀고 잡아당길 때마다 가슴이 흔들린다. 경직되는 살덩이가 적나라했다. 아픔에 흥분하는 몸은 고통에 비틀대면서도 허리를 떨었다. 마르티안은 괴롭히던 것을 멈추고, 벗겨낸 정조대를 손에 들었다.

“휴, 이거 채운 채로 질질 흘리면 내가 어떡한다고 했어?”

그녀는 가죽 부분을 뒤집어서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가죽 안쪽에는 그가 나흘간 질질 흘렸던 것들이 젖고 마르면서 질척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흥분 가득하던 얼굴이 잔뜩 질린 채로 굳어졌다. 그는 눈치를 보며 몸을 조금 비틀었다.

“주, 주인님. 흐으, 그게…….”

‘좋은 것만 하려 들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정조대를 그의 얼굴에 더 가까이 들이민다. 그는 욱 소리를 내며 숨을 참았다.

“대답.”

“흐, 으흐, 전부, 머, 먹인다고…….”

“기억하고 있긴 했었네.”

그녀는 정조대를 바닥으로 툭 떨어트리고는, 그대로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바닥에 떨어진 정조대 위로 그의 얼굴을 짓눌렸다. 젖은 가죽과 엉긴 정액 위로 코와 입에 문질러진다. 숨을 참으려 그의 몸이 들썩였다.

“뭐 해, 혀 내밀어서 핥아야지.”

“후윽, 욱, 웁, 주인, 흐으, 자, 잘못…….”

“그래, 그러니까 치우라고 했잖아.”

“흐읍, 흐으…… 못, 못 먹, 흐, 주인님. 잘못했, 흐웁, 차, 참으려고 했는데…… 자꾸, 새서, 바, 밤에는, 웁, 흐으…….”

“이유야 어쨌든 싸질렀으면 치워야지. 왜? 전처럼 또, 익숙하지 않아?”

마르티안이 그의 뒷머리를 붙잡은 채 그의 얼굴을 꾹 눌렀다. 얼굴로 더러운 것들이 문질러졌다. 그 와중에도 그는 숨을 참고 버텼다. 결벽이 있는 개는 눈치가 빠르다가도 또 멍청했다. 그녀가 손을 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익숙해지긴 해야겠네.”

그 말에 휴이가 놀라 그녀를 붙잡는다. 정액을 삼키지 못했을 때에도 마르티안은 그런 소리를 했으니까. 그 뒤로 지금까지 집요하게, 삼키게 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할게요. 주인님.”

급하게 말하며 그는 마르티안을 올려보았다. 스스로에 대한 권한이 조금도 없다는 것처럼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마르티안은 봐준다는 것처럼 말을 뱉었다.

“그럼 해 봐.”

그 말에 휴이가 몸을 굽혀 정조대에 억지로 혀를 댔다. 덩어리져서 들러붙은 허연 것들로 역겨운 내가 풍겼다. 혀로 핥자 그것들이 입 안에서 돌아다닌다. 숨을 쉬고 싶지 않아서 내뱉는 숨이 가늘어졌다. 마르티안이 그를 퍽 찼다.

“자세 어떻게 취하라고 했어? 엉덩이 들어야지. 가랑이 벌리고.”

휴이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엎드린 채 엉덩이만 치켜 올린 자세였다. 무릎을 어깨너비만큼 벌리자 가랑이 사이로 정액으로 젖은 고환과 성기가 훤히 드러났다.

역겹다는 얼굴로 정조대를 핥던 휴이는 무언가가 그의 고환 아래에 닿았음을 느꼈다. 그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진다. 정액을 제대로 핥지 못했을 때 그녀가 주던 벌이 생각난 것이다. 주인님, 그가 막 그녀를 부르며 고개를 돌리려 했을 때였다. 그녀가 발등으로 그의 고환을 올려쳤다.

“흐악! 흐으, 흐…….”

고통에 몸이 들썩인다. 휴이는 카펫을 움켜쥐었다. 앞으로 기어서 피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흐으, 그가 등을 들썩이며 숨을 삼켰다. 마르티안은 개가 그런 식으로 구는 걸 질색했다. 그가 부들거리며 아무것도 못 하자 그녀가 말했다.

“입이 놀고 있잖아. 계속 맞고 싶은 모양이야?”

고환 아래로 그녀의 발등이 다시 문질러졌다. 그건 고통 가운데에도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감각이었다. 긴장과 흥분이 치밀었다. 그는 허리를 덜덜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에 힘을 주었다.

마르티안은 다시 그의 아래를 퍽, 때렸다. 둔탁하고 묵직한 통증은 회초리로 맞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흐으! 흐읍, 흐아!”

그 상태로 세 번을 더 맞고 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엉덩이가 주저앉았다. 그는 손을 내려서 얻어맞은 것을 문질렀다. 울음이 엉엉 소리를 내며 나왔다.

“어디다 손을 대? 그런 거 허락한 적이 없는데.”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자세를 바로 하라는 뜻이었다. 고환을 발등으로 얻어맞는 것보다야 훨씬 고통이 덜했지만 이대로 고집을 부리면 그녀의 화만 돋우게 될 게 뻔했다.

그가 비척거리면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다 핥을 때까지 맞는 걸까, 아니면 맞는 게 끝날 때까지 핥는 걸까. 고통으로 질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순간 마르티안이 그의 고환을 뒤에서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아악! 주인님! 아프, 아파, 흐으, 흐아아!”

엉덩이에 달라붙은 고환이 고통으로 푸들푸들 떨렸다. 그녀가 고환을 쥔 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린다. 그의 엉덩이가 그대로 따라 들렸다.

엎드린 채 엉덩이만 바짝 들었던 상태를 넘어, 팔다리를 다 펴고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린 수준까지 올라갔다. 아래가 뜯어지듯이 아파서 휴이가 비명처럼 흐느꼈다.

“흐으! 제발, 주이, 흐읍! 흐악.”

“정신 못 차리고 자세 무너트렸으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지.”

바짝 들어 올린 엉덩이는 그녀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고환은 아직 그녀의 손에 움켜 쥐인 상태였다. 고통에 질린 엉덩이가 이리저리 움찔댔다.

‘이 상태로 박아 버리면 좋을 텐데.’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상상만으로 아랫배가 살짝 조인다. 물론 아직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백작은 관장도 해본 적이 없는 초보였으니까. 그녀가 쥐고 있는 손을 좀 더 높게 잡아당기자 휴이는 발에 힘을 주며 발끝으로 몸을 지탱했다.

한껏 버티던 다리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조금만 발에 힘이 빠지면 엉덩이가 내려가고, 그대로 고환이 찢어질 듯 잡아당겨졌다. 휴이는 날 선 고통에 바닥을 움켜쥔다. 눈물이 또 줄줄 흘렀다.

“흐으, 주인님, 자세, 큽! 흐으, 읏, 큽, 흐으……. 자세 잘, 흐읏, 잡고……하윽.”

엉덩이가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솟아오른다. 고통에 못 이겨 다리가 벌벌 떨리는데도, 그의 성기는 점차 더 뻣뻣해진다. 울고 빌면서 아파 죽겠다고 하는 꼴과는 또 달랐다. 달아올라 단단하게 세운 그의 성기는 당장 싸기라도 할 모양새였다.

“벌 받는 게 기쁜가 봐? 좋아서 좆이 벌벌 떨리는데.”

마르티안은 제 손에 쥔 것을 주물거리다가 다른 손으로 타악, 내리쳤다. 이미 잡아당겨져서 괴롭힘을 당한 곳이다. 떨어지는 매질이 거대한 고통이었다. 고통을 통해서도 질질 흘리면서 서는 몸이었지만 매질을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흐으! ……주인님, 제발……흐읍! 큿! 흐윽.”

내리칠 때마다 그가 울며 견딘다. 고통이 들이치는데도 자세를 조금도 비틀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고환이 다 뜯어져 나갈 것만 같았으니까.

버티던 발이 희게 질려간다. 고환과 회음부가 매질로 인해 벌겋게 부어오른다. 벌벌 떨리는 ‘잘못했다.’는 말이 울음에 섞여서 흘렀다.

“주인이 준 걸 더럽게 썼으면 깨끗하게 할 줄 알아야지.”

“흐으……. 하, 할게요……주인님 흐윽! 제발……흐으……”

“입이 놀고 있는데, 무슨.”

그는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은 상태에서 겨우 팔을 뻗어 젖은 정조대를 움켜쥔다. 아까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휴이는 정조대를 제 입에 물었다. 더럽고 역겨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며 마르티안은 매질을 끝내 주지 않을 테니까.

그제야 마르티안은 매질하던 걸 멈췄다. 그렇다고 손을 아예 내려준 것은 아니라서 근육이 잡힌 다리가 부들거리면서 버틴다. 휴이는 정조대를 입에 문 상태로 헐떡였다.

“꼭 맞아야 말을 듣지.”

그녀가 쥐고 있던 고환을 놓았다. 버티던 다리가 일순 긴장했다가 이내 풀썩 꺾인다.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 있던 몸이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점차 가라앉았다. 엉덩이가 발바닥 위로 주저앉는다. 휴이는 입에 문 정조대를 바닥에 떨어트린 상태로 엉엉 울었다. 서럽고 아팠다.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안 해? 아까 꼴이 마음에 들었어?”

“흐으, 아니, 흐읍, 아니요. 너무, 아파서, 흐윽……그래서……흐윽, 흑, 흐으……조금만, 흐윽, 쉬었다가…….”

“뭘 했다고 쉬어. 남은 거 확인해 볼까?”

그녀가 정조대를 확인하려고 하자, 휴이가 먹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개처럼 급하게 정조대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이게 마르티안의 손에 들어가면 남은 정액만큼 고통스러울 게 뻔했다. 그는 끅끅 울면서 더러운 것에 혀를 대고 핥았다. 할짝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성기가 바짝 흥분한 것을 보았다. 고통으로 엉엉 우는 주제에 그의 성기는 액을 찔끔거린다. 그녀는 그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발기한 것을 뒤로 빼냈다. 흐으, 흑. 휴이가 신음을 뱉으며 허리를 움찔댄다.

“쌀 때까지 여기 맞아볼래?”

“주인님, 흡, 거긴 너, 너무 아프, 읍.”

“그러니까, 아파서 좋잖아. 이렇게 질질 흘리는 거 보니까 맞다가도 쌀 거 같은데.”

그녀가 웃으며 그의 성기를 놓고는 가랑이 사이로 덜렁대는 고환을 후려쳤다. 흐으! 흐아! 휴이는 신음을 내질렀다. 그의 엉덩이가 고통을 참느라 바들거리며 떨린다. 벌리고 있던 가랑이가 움찔거리면서 오므라들었다가 울면서 다시 벌어졌다.

“입 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해? 어?”

내리치는 매가 거세진다. 그가 허겁지겁 정조대를 입에 댄다. 마르티안은 개가 핥아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게 느려질 때마다 그의 고환을 내리쳤다. 삼킨 신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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