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05 (5/2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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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안은 목욕부터 하기로 했다. 이래저래 피곤할 때에는 뜨거운 물에 몸을 푸는 게 가장 좋았다. 게다가 그녀는 취미를 목욕이라고 말할 정도로 길게 목욕하는 걸 즐겼고, 특히 개들과 함께하는 목욕을 꽤 좋아했다.

침실 안쪽으로는 목욕실이 따로 있었는데, 그곳은 그녀가 자작 자리에 오른 뒤 유일하게 다시 꾸민 공간이기도 했다.

공간 한쪽에는 남자 둘이 들어가도 남을 크기의 욕조가 있었고 나머지 한쪽에는 허리 높이 정도의 마사지용 테이블이 있었다. 원목에 오래 기름을 먹여 만든 테이블은 무늬가 예쁘고 매끈했다. 옆에는 여러 칸으로 되어있는 선반이 있었는데 다양한 향을 지닌 마사지용 오일들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목욕을 즐기고 데운 오일로 마사지를 받는 것이 그녀가 즐기는 몇 안 되는 사치 중 하나였다.

“오일을 데울까요?”

“아니, 오늘은 됐어.”

그녀가 그렇게 답하고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오늘은 그렇게까지 길게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김이 올라오는 더운물에는 말린 허브를 채운 망이 담겨있어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녀는 욕조 한쪽에 몸을 기대고는 느긋하게 자세를 잡았다. 찰랑이는 물결이 제법 기분이 좋았다.

“뭐해 론? 안 들어오고?”

“일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제가 들어가면 물이 더러워질 거 같아서……. 시간을 주시면 몸을 깨끗하게 하고 오겠습니다.”

“네가 씻고 오길 기다리라고?”

그 말에 론의 표정이 곤란하게 변한다. 본인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답을 기다리는 얼굴로 론을 보았다. 그 시선이 재촉이나 다름없다. 론은 다시 입을 열었다.

“욕조 밖에 있겠습니다.”

그 말에 마르티안이 웃었다.

“그래서야 목욕 시중이 무슨 의미가 있어? 욕조 밖에서 해주는 거야 네가 아니어도 누구든 할 수 있는 건데. 아, 물론 지금은 한 명 더 있긴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한 명이 누구인지는 뻔하다. 론은 추락하는 마음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이미 괜찮다고 답한 상태였고, 그녀 역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개 들어. 안 좋은 버릇이 생겼네.”

론이 황급히 눈을 깜박여 눈물을 털어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가볍게 웃었다. 그게 다정하게 느껴져서 이대로 애원하고 싶다. 자신만 예뻐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목 안을 맴도는 말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마르티안이 먼저 말했다.

“여기서 씻어. 욕조 옆에서 간단히 씻을 수 있으니까.”

욕조에 몸을 담그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 많은 양의 물을 데우는 것도, 옮기는 것도, 식지 않도록 시간을 맞춰 움직이는 것도, 모두 번거로운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평소에는 욕조 옆 공간에서 적당하게 씻곤 했다. 벽에는 작은 선반이 달려 있어서 평소 그녀가 쓰던 샤워 도구들이 놓여있었다.

그녀가 론을 향해 고개를 까닥인다. 얼른 씻으라는 뜻이다. 론은 긴장한 채로 가운을 벗었다. 어차피 얇은 옷가지였는데도 그걸 벗고 나니 새삼스럽게 벌거벗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론은 마르티안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욕조 바깥에 준비된 물을 제 몸에 부었다.

론은 원래 마르티안에게 쓰일 것을 대비해 아침마다 몸을 구석구석 씻는 편이었다. 보통은 실내에서 간단한 시중이나 심부름을 들기 때문에 그 이후에 많이 더러워질 일이 없었고, 이곳에 들어와 씻게 된다고 한들 가볍게 물로 씻어내도 충분한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달랐다. 자작가 모든 사람이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다 보니 론 역시 차출되어 내내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며 일했고, 며칠째 마르티안의 곁에도 서지 못해서 이전처럼 구석구석 몸을 씻지도 못했다.

깔끔하게 관리된 욕실을 쓰기에는 그의 몸이 여러모로 더러웠다. 하인들이 씻는 곳으로 내려가 씻고 오면 편했을 텐데, 마르티안은 그런 걸 허락해 주지 않았다.

론은 선반에 놓인 스펀지를 물에 적시고는 비누 거품을 낸다. 부드럽고 조밀한 스펀지는 금세 거품으로 물들었다. 바라보는 시선이 자꾸 느껴져서 자꾸 더 긴장하게 된다. 론은 스펀지를 들어 몸을 조심스레 문질렀다.

평소라면 구석구석 닦아낼 텐데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도, 더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낯부끄러웠다. 스스로 깨끗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수치를 감당하는 것과, 아직 더러운 곳들을 닦아내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가 주저하며 마르티안의 반대로 몸을 돌렸을 때였다.

“론, 다시 제대로 서.”

단호한 지시였다. 론이 고개를 들자 마르티안이 까닥 손가락을 움직여, 몸을 제대로 돌리라는 표시를 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몸을 바로 했다.

“그래, 그렇게 하고 씻어야지. 잘 보이게.”

가볍게 웃는 소리가 함께 이어졌다. 론은 한참 거품 질을 한 뒤 또다시 머뭇댄다. 사타구니 사이와 엉덩이 사이를 닦는 게 문제였다.

평소라면 더 꼼꼼하게 씻어내는 곳이었지만 마르티안이 보고 있으니 손을 뻗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씻지 않을 수도 없었다. 론이 허벅지 안쪽을 닦아내며 몸을 비스듬히 돌린다. 심장이 다 쿵쿵거리며 뛰었다.

마르티안이 별말을 하지 않자, 그가 잔뜩 긴장한 채로 조금씩 몸을 뒤로 돌렸다.

“론.”

덜컥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가 고개를 들자 마르티안이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흠뻑 젖은 몸으로 그녀가 론에게 다가왔다.

“분명히 말했는데? 내 쪽 보고 씻으라고.”

“씻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변명이 먼저 튀어 나왔다. 론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는 더욱 긴장했다. 잘못했다는 말이 입 안으로 고였지만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다. 마르티안이 그의 손에서 스펀지를 채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거품이 죽 흘러내렸다.

“뭐, 내 잘못이지. 애초에 개는 주인이 씻겨야 하는 법인데.”

스펀지를 쥔 손이 론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론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스펀지에 감싸있던 것이 다시 쑥 빠진다.

“흡, 제가, 흐으, 자작님. 제가 할 수 있습…….”

“이미 늦었어. 론.”

마르티안이 다시 론의 성기를 붙잡고는 거죽을 뒤로 밀었다. 귀두와 요도 구멍마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기도 씻어야지?”

론의 표정을 마주하며 마르티안은 스펀지를 들어 벌어진 귀두 사이를 문질렀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스펀지로 문지르자, 굴곡진 성기 끝이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허벅지를 벌벌 떨며 버티는 게 느껴진다. 자극을 못 이긴 허리가 자꾸 뒤로 빠졌다. 뒤에 막는 것이 없으니 아주 제멋대로였다.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씻기질 못하겠잖아.”

“흡, 제가, 할 수, 흐으, 할 수 있습니다. 자작님.”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지?”

마르티안이 론을 끌어다가 벽 앞에 세웠다. 더 이상 허리를 뒤로 뺄 수 없도록 공간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녀가 툭툭, 론의 허벅지를 치며 다리를 벌리라고 요구했다. 론은 다리를 벌리면서도 빌다시피 애원했다.

“제, 제가 씻겠습니다. 자작님, 제발…….”

“이미 늦었다니까, 론.”

그녀가 론의 가랑이에 다리 한쪽을 끼워 넣고는 론의 성기에 자신의 몸을 눌러 붙였다. 물러나는 몸이 벽에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마르티안은 웃었다. 고작 씻는 걸 보여주기 부끄러워 이 꼴이 되는 게 귀엽다 싶었다.

그녀는 맞닿은 부분을 몸으로 비벼 뭉갰다. 거품이 묻은 성기가 금세 딱딱해진다. 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다시 뒤로 몸을 물리자 론의 얼굴로 안도가 퍼져나간다.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내가 씻기는 방법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익숙,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씻으면 금방 씻으니까…….”

“그래? 그럼 평소에 어떻게 씻는지를 말해. 특히 여기, 이 부분들.”

그녀가 웃으며 론의 성기와 고환, 회음부를 쓸어내렸다. 긴장한 몸이 어색하게 꿈틀거린다. 마르티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타구니 아래로 손을 넣어 엉덩이골 안쪽을 꾹 눌렀다.

“익숙하지 않다니까 내가 배려해야지. 네가 말해준 대로 그렇게 씻어줄게.”

그 말에 론의 얼굴이 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변한다. 자신의 더러운 곳에 마르티안의 손이 닿고, 또 그런 것들을 내보여야 한다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

원래 론은 마르티안의 앞에 서기 전에 따로 몸을 깨끗하게 관리하곤 했다. 마르티안 앞에서 가능한 말끔한 상태로 있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했고,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갖다 보니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기도 했다.

수치스러운 행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더러운 모습까진 보이고지 싶진 않았으니까. 애첩 역할을 하게 된 이후로 그는 강박적으로 몸을 씻고 관리했다.

“이리 와서 누워. 아래를 씻겨야 하니까 다리 벌리고.”

마르티안이 론을 끌어 마사지용 테이블 위에 올렸다. 론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그 위에 누워 무릎을 세운 채 다리를 벌렸다. 성기와 회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세였다.

그녀는 가볍게 흥얼거리며 그의 성기 위로 스펀지 거품을 쭉 짜내렸다. 짙은 피부에 난잡하게 흩어진 흰 거품이 볼만하다.

이내 스펀지를 들고 아래를 문지르자 론이 움찔대며 굳었다. 그녀는 그의 성기와 고환을 같이 쥐고 위로 들었다. 접혀서 가려져 있던 부분을 스펀지로 거칠게 문지르자 론이 신음을 뱉어냈다.

“여기는 접혀있는 곳이라 땀이 고였을 거잖아. 그러니까 더 깨끗하게 씻어야지.”

마르티안은 킥킥 웃으며 고환 아래를 문질렀다. 연약한 피부를 문지르기엔 스펀지가 제법 거칠었는지 성기와 고환이 움찔거렸다. 읏, 읏, 하는 짧은 신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잘 안 보이네. 네가 잡고 있어, 보면서 닦게.”

그녀가 론의 손을 끌어다가 고환과 성기를 직접 쥐게 했다. 흐으, 자작님. 애 닳은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마르티안은 그 소리를 들으며 일부러 론의 사타구니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론의 다리가 움찔대며 오므라들었다. 회초리로 성기를 맞을 때도 자세는 제대로 잡았는데, 고작 이런 게 또 견디기 힘든 모양이었다.

“자세 똑바로 해야지.”

마르티안이 경고하며 론의 허벅지를 손으로 벌렸다. 론이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더럽다고 중얼댄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관장부터 할래?”

“예?”

그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누워 있던 몸을 반쯤 일으켰다. 자작님, 관장을 여기서, 더듬대는 말이 이어진다.

마르티안은 그가 자세를 흐트렸다는 것에 미간을 찡그렸다. 철썩, 하고 허벅지 안으로 손매가 떨어졌다.

“몸 똑바로 해. 일어나란 소리 안 했어.”

그 말에 론이 다시 자세를 잡았지만 불안한 눈은 여전했다. 마르티안은 그의 배를 꾹 누르며 말했다.

“관장을 해야 네 뒤를 쓰지. 요즘에 하인들 사이에 껴서 일하느라 예전처럼 속을 비우거나 하진 않았을 거 같은데?”

“주, 주인님. 관장은, 제가 따로 하고 오겠습니다.”

론이 급하게 말했다. 지나칠 정도로 당혹해하는 표정에 마르티안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론에게 관장을 시켜본 적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관장을 시킨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실제 더러운 꼴을 본 적은 없었다. 론이 늘 배를 비우고 왔기 때문이다. 고지식한 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몹시 강박적이었다.

론이 다시 애원한다. 그의 얼굴은 당혹과 불안으로 엉망이었다.

“내려가서 관장까지 하고 오겠습니다. 더럽지 않게 씻어서…….”

“오늘은, 내가 직접 씻기겠다고 했는데?”

“하, 하지만 자작님……. 미리 관장을 못 해서, 많이, 많이 더러울 겁니다. 그냥 제가 해서 오면…….”

론의 목소리가 더듬거리며 떨렸다. 마르티안은 지금껏 론의 결벽에 대해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었다. 개의 결벽은 그녀에게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깔끔하게 준비된 개는 편했다. 내키는 때에 내키는 만큼 손을 뻗어도 론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주인을 위해 준비하는 개는 예쁜 법이지만 주인이 원하는 방향을 막으려는 개는 괘씸한 법이었다. 마르티안은 론의 애원을 무시했다.

“보통 얼마나 넣어? 몇 분이나 참고?”

일순 론의 얼굴 가득 거부감이 퍼졌다. 애첩이 된 이후로 그토록 거부감을 드러낸 게 처음이라, 마르티안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사실 이런 피가학 관계에서 관장은 제법 흔한 일이었으니까. 마르티안은 관장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개에게 제 주제를 알게 시키기 위해 제법 하곤 했다.

“태도 똑바로 해. 싫다는 거야?”

그녀의 말에 론이 머뭇댄다. 차마 싫단 소리는 못 한 채 그가 입을 열었다.

“이대로 관장을 하면 이곳이, 너, 너무 더럽혀 질 겁니다. 한 번만 따로 씻고 올 수 있게 해주시면…… 흡!”

마르티안이 론의 구멍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거품이 흘러 내려가 미끈거리는 덕분에 수월하게 들어간다. 론의 몸이 움찔하자, 자잘한 주름이 풀어졌다가 다시 확 조여들었다.

마르티안은 얕고 가볍게 구멍을 쑤셨다. 론은 잔뜩 불안한 얼굴로 더럽다는 말을 몇 번 반복했다.

“그게 걱정돼? 이곳이 더러워지는 거?”

그녀가 다시 물었다. 머뭇거리던 입이 변명을 내뱉었다.

“주인님이 아끼시는 곳이니까…….”

마르티안이 짧게 웃고는 뒤를 쑤시던 손을 빼냈다. 그리고는 론의 배를 툭툭 건드렸다.

“그럼 여기 안에 가득 물을 담아 줄 테니까.”

마르티안이 손으로 그의 배를 쓸어내린다. “잔뜩 부풀게 해줄게.” 그녀가 덧붙이듯 중얼대고는 이내 웃었다.

“너는 바깥 정원까지 기어가서 거기서 싸는 거야.”

론의 눈이 확 커졌다. 마르티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럼 여긴 깨끗할 테니까. 그럼 된 거지? 아, 그것도 아닌가? 내려가다가 계단에서 쌀 수도 있으니까.”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더했다.

“뭐 그럼, 아랫구멍에 마개 꽂아 줄게. 꼬리처럼 튀어나올 만큼 긴 거로 꽂아줄 테니까 그거 흔들면서 내려가. 알았어?”

말의 내용이 점점 더 가혹해진다. 론의 말들이 핑계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오는 가혹함이었다. 그가 변명과 핑계를 계속 유지하려 든다면 마르티안은 그를 끌어내어 정말 바깥 정원에 세울 것이다.

심기가 뒤틀린 주인은 개를 학대하기 마련이니까. 론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흡,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뭘 잘못해?”

“주인님 앞에서, 흐윽, 더, 러워지고 싶지 않아서, 흐으, 흡, 다른 핑계를 댔습니다.”

결국 그가 먼저 자신의 잘못을 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르티안은 더더욱 그를 몰아붙일 것이다. 론은 이 상황이 너무 괴로웠다. 마르티안의 앞에서 더러운 것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너무 더럽고 수치스럽고 비참한 꼴이었다. 너무 끔찍하게 싫었다.

마르티안이 론을 일으켜 테이블에 걸터앉게 만들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이제는 곤란해지면 우네.”

그 말에 론이 급하게 제 숨을 삼킨다. 울음을 참으려고 한 것이었는데 밭은기침이 튀어나왔다. 기도로 넘어간 것을 뱉어내느라 목이 아팠다. 한참을 애쓰고 나서야, 론은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뭐든, 벌 받겠습니다.”

교육받은 대로 하는 말에도 마르티안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아랫배에서 멈췄다.

“그래, 벌 받아야지. 여기에 관장액 터질 듯이 머금고 참는 것부터 해.”

그녀가 론의 아랫배를 꾹 누르며 말하자, 론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처음에 얌전히 속 비우는 걸로 끝났으면 되었을 일을, 쓸데없이 거부하며 시간을 끌어댄 대가였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은 벌로 돌아와 더는 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론은 자꾸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삼키며 답했다.

“알겠, 흐으, 흡, 알겠습니다. 주인님.”

“어디서 쌀 거야? 여기? 아니면 밖?”

그녀가 묻는다. 그건 이 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한 잘못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키는 물음이었다. 가차 없는 선택지에 론이 고개를 숙였다. 자꾸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여기, 흐읍, 여기에서 하겠습니다. 주인님.”

마르티안이 그의 얼굴을 들어 올린다. 론은 간신히 울지 않았지만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엉망이었다.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뎌내면서도 제대로 울지조차 못하는 자리, 론이 있는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마르티안은 그가 그 자리에서 버텨내는 모습을 보며 조금 기분을 풀었다. 끝내 도망치지 못한 채로 불쌍하게 버티는 개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론의 눈꺼풀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이내 명령했다.

“엎드려서 엉덩이 벌려.”

론이 마사지용 테이블에 상체를 대고 엎드렸다. 유두에 걸린 고리가 테이블에 걸리며 달각대는 소리를 냈다. 마르티안은 선반 아래에 넣어둔 관장용 기구를 꺼냈다. 커다란 주사기나 다름없는 기구에는 주입하는 액을 조절할 수 있게끔 눈금이 그어져 있었다.

“전에 얼마나 넣고 참았어?”

그녀가 기구에 가득 물을 담고는 관장용 세정제를 적정하게 섞었다. 준비되는 것들을 보며 론의 눈이 점점 더 불안하게 떨린다. 마르티안은 일부러 그의 옆에 관장기를 올려놓았다.

론의 눈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흔들렸다.

“론, 대답해야지. 이대로 정원으로 나가서 싸고 싶어?”

“하나 가득…… 했었습니다, 주인님.”

분명 자신의 대답보다 더 심하게 굴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양을 줄여 대답할 줄도 몰랐다. 마르티안은 그게 좀 예쁘단 생각을 하며 론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정한 손길이 이어지자, 그의 몸이 조금 풀렸다. 이내 그가 애원하는 말을 뱉어냈다.

“자작님. 소, 속을 한 번만 씻고 나서…….”

론이 더듬대며 말했다. 관장기는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크기였다. 가득 담긴 관장액은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안을 비우지 못하고 쏟아내면 어떤 꼴이 될 거라는 게 뻔해서. 몸이 상상만으로도 잔뜩 굳는다. 론이 애원하는 것을 마르티안이 엉덩이를 후려쳐 그치게 했다.

“처음부터 잘했어야지. 벌 받을 땐 얌전히 굴어.”

그녀가 관장기를 들어 론의 등 위에 올려둔다. 떨어트리지 않도록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론은 엎드린 채 고갯짓도 하지 못했다. 긴장한 몸은 떠는 게 고작이다. 마르티안은 론의 엉덩이를 손으로 잡아 벌리고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꽉 물어오는 힘이 강하다. 그녀가 론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힘 풀어. 오늘은 하나 다 집어넣고, 반을 더 넣을 거니까.”

그 말에 놀라 론이 몸을 들썩였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반동으로 등에 올려두었던 관장기가 옆으로 떨어졌다. 테이블 한쪽으로 굴러가는 걸 마르티안이 붙잡아 세우고는, 짧게 혀를 찼다.

론이 떨고 있는 게 불쌍하고 예쁘긴 했지만, 그녀의 개는 지나치게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였다. 그녀가 선반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욕실에서 매질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그래도 늘 도구는 갖춰져 있다. 질 좋은 등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회초리는 장식품처럼 만들어져 한쪽 선반에 나란히 늘어져 있었다. 적당한 두께와 길이를 정해서 하나하나 따로 만든 것들이었다.

마르티안이 적당한 두께의 회초리를 쥐고 가볍게 휘두른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제법 컸다.

“꼭 혼나야 말을 들어.”

그녀가 론의 엉덩이를 막대로 툭툭 친다. 그때마다 엉덩이가 긴장한다. 힘 풀라고 했지. 그녀가 질책하듯이 말을 더했다. 평소의 론은 지나치게 말을 잘 듣는 개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삼십 대, 자세 제대로 잡아.”

“흐읍, 네, 흐으, 주인님.”

“숫자 제대로 세. 틀리면 추가로 더 맞을 테니까.”

론이 수긍하자마자 마르티안이 매를 휘둘렀다. 살이 내리쳐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론은 제게 떨어지는 매질을 하나하나 세었다. 건조하게 휘둘러지는 벌은 내리치는 속도가 빨랐다. 론은 숫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흐읍…… 여, 열일곱, 흡! 열, 여덟…….”

론이 제 입술을 질끈 깨문다. 살갗이 젖어서 평소보다 고통이 더 심하다. 론은 자세를 비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테이블에 상체를 기대고 있지 않았다면, 자세를 무너트렸을 것이다.

두꺼운 매는 얇은 회초리와는 달리 둔탁하고 깊게 아팠다. 살갗 안쪽을 짓뭉개듯 고통이 내려앉았다.

“스, 스물다섯, 흐윽.”

내리붓던 매질이 잠시 멈춘다. 론은 그제야 겨우 헐떡이는 숨을 뱉어냈다. 마르티안이 부어오른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흐으……읍……흐으…….”

“그러게 왜 매를 벌어?”

“잘못, 했, 흐으흡.”

그녀가 부어오른 자국을 손으로 긁어내린다. 론은 신음을 뱉었으나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다. 그저 고통스레 헐떡이며 얼굴을 찡그리는 게 전부였다. 고통을 감내하고 참는 것에 익숙한 개, 이게 론의 원래 모습이다. 마르티안은 그 모습이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연달아 다섯 대를 때렸다. 앞선 매질과는 달리, 온 힘을 휘둘러 내리치는 매였다. 안 그래도 부어있던 엉덩이가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검붉어졌다.

마지막 매질이 끝나자 론의 무릎이 꺾인다. 그녀가 회초리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 소리에 긴장한 론이 급하게 자세를 고쳤다.

“예쁘게 굴어, 멍청하게 굴지 말고.”

마르티안이 론의 엉덩이를 손으로 쥐어짜듯 주무르며 말했다. 부어올라 뜨끈한 피부는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오래 가르친 개가 기본적인 것도 못 했다는 건 조금 기분이 상한다. 마르티안이 발로 론의 다리를 툭 찬다. 더 벌리라는 뜻이었다.

“관장할 거니까 손으로 엉덩이 잡고 벌려.”

론이 손을 뒤로 뻗어 엉덩이를 쥐어 벌렸다. 꽉 다물린 구멍이 움찔거렸다. 잔뜩 조여져 있던 주름이 조금씩 풀린다. 맞고 나니 어떻게 굴어야 하는지 빠릿하게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테이블에 놓아둔 관장기를 손에 들었다.

“오늘 마개는 없어.”

“흐으, 네, 네. 주인님.”

론은 울 것 같은 소리로 대답했다. 커다란 관장기로 하나 반,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질질 새어나올 양이었다. 뒤를 막아주는 게 없으면 견디기는 훨씬 괴로워진다. 뒤로 금세 쏟아내며 비참한 꼴이 되기 쉬웠으니까.

마르티안은 론의 구멍에 관장기 삽입 부분을 푹 처박았다. 삽입부 끝은 공처럼 둥글고 뭉툭한 모양새라 한번 안으로 밀어 넣으면 잘 빠지지 않는 구조였다. 그녀는 론의 안에 걸리게끔 기구를 밀어 넣고, 뒤로 몇 번 잡아당겼다.

“제대로 잘 물어. 벌써부터 질질 흐르면 정원에 나가서 할 테니까.”

“흐으, 읏……네, 네……흡.”

그녀가 기구 안에 있는 관장액을 쭉 밀어 넣는다. 반쯤 들어가자 론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잔뜩 굳어져서 떨리기 시작했다. 내벽을 치며 차오르는 감각이 선명하다. 배가 벌써부터 울렁이는 거 같아 론은 제 이를 악물었다.

내뱉는 숨이 신음처럼 바뀌었을 때, 마르티안은 하던 것을 멈추고는 그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내 그녀가 밀어 넣었던 기구를 빼냈다.

“론, 테이블에 올라가서 누워.”

론은 아랫입술을 꾹 물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등을 대고 누웠다. 아까 씻기겠다며 눕게 만들었던 자세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뭘 원하는 건지 아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가 배가 부풀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다.

“이럴 땐 또 잘하네.”

마르티안이 그렇게 말하고는 벌어진 론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관장액을 집어넣으면서도 개의 모든 상태를 다 살필 수 있는 위치였다. 관장기 삽입부를 다시 밀어 넣자 론의 허벅지와 아랫배가 움찔 떨린다. 수치스럽고 힘겨운지 론이 눈을 감았다.

“누가 눈감으랬어?”

마르티안이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을 뱉고는, 관장기 삽입부를 흔들어 론의 아래를 밭게 쑤셨다. 관장액이 들어찬 곳을 쑤셔대니 놀란 몸이 다리를 모으려 든다. 마르티안이 손으로 허벅지 안쪽을 내리쳤다.

“자세 똑바로 하랬지. 아니면 밖에 나가서 싸고 싶어?”

론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니라고 대답한다. 마르티안은 남은 관장액을 다시 밀어 넣었다. 안으로 쏟아지는 속도가 전보다 더 빠르다. 장기 안을 역류하며 차오르는 감각에 론의 허벅지와 아랫배가 긴장한다. 그의 몸이 조금씩 비틀리며 신음이 절로 흘렀다.

어느 순간 그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며 들어오는 것을 뱉어내려 들었다.

“오늘따라 제멋대로네. 힘 안 풀어?”

“흐, 그게, 욱.”

“서른 대로는 성에 안찼어?”

“오, 오랜만이라 긴장해서……흐읍.”

순간 마르티안이 그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관장액이 이미 가득 들어찬 곳이었다. 속이 울렁이며 움직인다. 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한 채 입술을 꽉 다물었다.

이대로 쏟아 낼 수는 없었으니까. 온몸이 완전히 굳는다. 마르티안은 몇 번을 더 그의 아랫배를 누르며, 말을 뱉었다.

“그래, 한번 싸고 나면 긴장도 풀리겠지.”

그 말에 론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버티는 근육들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마르티안은 그것이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아, 성기와 고환을 손으로 내리쳤다. 배를 누르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고통은 훨씬 컸다. 론이 제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버티자 마르티안의 손이 다시 론의 배로 옮겨갔다.

이대로 있다간 더 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싸버리게 될 거다. 론이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배, 배에, 흐으, 힘 빼겠, 흐읍, 빼겠습니다. 주인, 읍, 흑.”

마르티안을 멈추려면 그녀가 원하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꾹꾹 누르는 손으로 인해서 자칫 뒤가 풀어져 버릴 지경이었으니까. 더러운 꼴을 보이게 될까 봐 몸이 잔뜩 긴장한다. 그게 문제였다.

제발, 제발, 잠시만. 목소리가 엉망진창으로 떨린다. 눈가로 눈물이 고여 들었다. 주인님, 그가 헐떡이다 못해 눈물을 떨구자 마르티안의 손이 누르던 것을 멈춰주었다.

론은 필사적으로 제 호흡을 느리게 만들려고 애썼다. 몸의 힘을 풀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으니까. 마르티안이 언제 돌변하여 제 배를 누를지 몰랐지만, 이대로 계속 긴장한 꼴을 보이면 그녀의 화를 일으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예쁘게 굴어야지.”

론의 배가 말랑하게 풀어지자, 그녀가 남은 관장액을 단번에 밀어 넣었다. 거칠게 들어오는 물줄기에 그가 몸을 비튼다. 배가 가볍게 꿈틀댔다. 강제로 부풀어 오른 배가 제법 도톰하다. 야한 꼴이었다. 마르티안이 론의 구멍에서 관장기를 빼낸다. 안에 들어있는 것을 흘릴까 봐, 그의 구멍이 한껏 좁아졌다.

“아주, 딱 다물고 있는 것만 잘하지.”

“흐읍, 흐, 주인님…….”

“벌써부터 울게? 아직 한참 남았어.”

마르티안이 몸을 굽혀 론의 눈가를 쓸어 준다. 아직도 더 넣을 게 남았다. 그러니 그만 울라는 뜻이었는데 도리어 눈물이 더 흘렀다. 론 다운, 소리도 못 내고 눈물만 쏟아내는 그런 모습이다. 가엽고 불쌍하고 예쁜, 그녀의 개. 론을 내려 보며 마르티안이 웃었다.

마사지용으로 만들어 놓은 테이블은 본 용도 외에도 여러 쓸모가 많았다. 개를 괴롭힐 때도 제법 쓸모가 있었고, 개에게 봉사 받으며 누워 있기에도 나쁘지 않다. 마르티안은 테이블에 누운 채로 론에게 제 아래를 핥게 했다. 관장액을 가득 배에 담은 채로 론은 그녀의 성기를 핥고 빨았다.

음핵을 빨아올리는 자극에 마르티안이 느린 신음을 뱉어낸다. 개의 혀 놀림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았다. 허겁지겁 핥아대며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법도 알았고, 혀를 넓게 문지르기도 하고 좁게 찌르기도 하면서 완급조절하는 것도 능숙했으니까. 게다가 지금의 론은 아주 필사적이었다.

“내가 가기 전까지만 버티면, 네 방으로 돌아가서 싸게 해줄게.”

그녀는 변덕을 부리듯 희망을 주었다. 그 조건으로 인해 론을 점점 더 급하게 움직였다. 단단해진 혀끝이 음핵을 찌르고 압박을 가하며 빨아댄다. 그건 그녀의 흥분하는 곳을 모두 아는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마르티안의 몸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아, 론. 급하게 굴지 말아야지.”

마르티안이 발로 론의 아랫배를 꾹 누르자 성급하게 움직이던 것이 뚝 멈춘다. 그녀는 몇 번을 더 그의 아랫배를 눌렀다. 론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로 신음한다. 복통과 배변감, 원초적인 감각으로 이어지는 고통으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멈추지 말고 핥아. 설마 내가, 널 그냥 아래만 빨도록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했어?”

그녀는 웃었다. 조건을 건 내기에 참여한다는 건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녀는 론을 못 견디게 할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었고 론은 그것에 항의하거나 반항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녀의 성기에 닿아있는 론의 입술이 우물댄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억울하다 여기려나. 마르티안이 손을 뻗어 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자신의 성기 쪽으로 더 짓눌렀다.

달아오른 음핵으로 쏟아지는 더운 숨과 필사적인 움직임들. 마르티안은 자극을 만끽하며 흥분으로 달아오른 숨을 토해냈다. 허리 뒤쪽이 절로 떨렸다.

“그래도, 흐읏,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하게 해줬으니까, 아주 억울한 건 아니지.”

마르티안은 틈틈이 발을 움직여 론의 아랫배를 누르거나 걷어찼다. 그녀의 아래를 자극하며 움직이던 혀가 그때마다 멈췄다. 론의 몸 전체가 비틀며 움찔댔다. 잔뜩 긴장한 그 반응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자극이었다.

점차 더 아래가 젖어 든다. 그녀가 론의 머리를 뒤로 젖혀 그녀의 아래에 처박힌 얼굴을 들어 올렸다. 벌게진 얼굴이 겨우 숨을 토한다. 애액이 마구 문질러져서 얼굴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예쁘네.”

마르티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애액에 젖어 헐떡이는 꼴이 예뻤다. 아래가 절로 조여드는 꼴이었다. 그저 혓바닥 자극으로 가기엔 모든 상황이 다 아깝고, 등줄기를 치고 오르는 이 감각이 아쉽다. 무언가를 집어넣고 삼키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론을 가볍게 밀어내고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론, 바닥에 누워.”

“……주, 주인님.”

론이 머뭇대며 뒷걸음질 친다. 순간 복통이 아랫배를 들쑤셨다. 그는 신음하며 엉거주춤 버텼다. 마르티안이 발로 누른 탓에 복통이 밀려오는 주기가 확 줄어든 것이다. 애써 버티는 그를, 마르티안이 툭 건드린다.

“누우라고 했어.”

“흐으, 흐읍, 주인님……. 주인님이 가기 전까지 버티면, 보내, 주신다고…….”

“내가 가기 전까지 버티면 보내줄게. 내가 네 걸 넣고 가기 전까지, 참으면.”

마르티안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아래로 힘을 주었다. 뜻하는 게 분명한 손짓이다. 론은 배운 대로,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바닥으로 몸을 내렸다.

“누워, 론.”

론은 주저하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의 몸은 제대로 흥분하지 않은 상태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발로 론의 사타구니를 문지른다. 그 자극에도 론의 성기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 이런 긴장과 고통 속에서 발기할 정도로 그는 타고나지 못했으니까.

결국, 마르티안의 눈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제값을 못하는 개나 주인을 기쁘지 못하게 하는 애첩. 그런 건 아무 쓸모가 없는 법이다.

“제대로 세울 줄도 모르면 어쩌겠단 거야.”

“……잘못, 흐으…….”

눈물이 우수수 떨어진다. 마르티안은 그 꼴을 보다가 늘어진 성기를 깔개 삼아 그의 위에 앉았다. 깔린 몸이 확 긴장한다. 마르티안이 손으로 론의 아랫배를 꾹 누르며 엉덩이로 그의 성기를 뭉갰다.

“론, 네가 여기 왜 있는 건데? 쓸모없게 굴거면 까탈도 떨지 말았어야지.”

“흐으, 흐, 주인님…….”

론이 울기 시작한다. 마르티안은 조금 더 몸을 앞으로 움직여 그의 배 위에 앉았다. 벌을 주듯이, 그녀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거칠게 내려앉았다.

아랫배를 퍽퍽 치는 충격에 론이 제 입술을 찢을 듯 깨문다. 손가락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아랫배가 단단하게 굳어지다가 어느 순간 풀리고 다시 긴장하기를 반복한다. 론의 얼굴이 일그러지다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손을 뒤로 보내, 론의 회음부와 구멍을 훑어냈다. 강박적으로 조여진 주름사이로 관장액이 조금 새어있었다. 손가락으로 훑어내고는 론에게 그것을 보였다.

“조만간 쌀 거 같은데.”

마르티안은이 젖은 손을 론의 가슴에 닦아냈다. 고리가 걸린 유두를 비틀자 그의 몸이 비틀린다. 마르티안은 고리를 잇는 사슬을 손에 쥐고는 몸을 들었다가 퍽 내려앉았다. 사슬이 들려질 때마다 유두가 제법 늘어진다. 퍼억, 퍼억, 몇 번이나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 론은 울며 신음을 뱉어냈다.

마르티안은 가볍게 론의 뺨을 내리쳤다.

“자세 똑바로 버텨.”

“흐으, 으…… 제발, 주인님. 흐, 이대로는, 너무 흐으, 더러, 더럽게, 제발, 흐으.”

퍽, 하고 마르티안이 다시 주저앉았다. 눈물을 잔뜩 쏟으면서도 론은 구원을 바라는 것처럼 그녀를 보았다. 이런 꼴을 만든 게 그녀인데도, 론은 그녀를 보며 애원했다.

그 맹목적인 마음을 목줄 삼아 휘두르며 마르티안은 자신의 개를 가혹하게 굴렸다. 마르티안이 론의 아랫배를, 엉덩이로 꾹 짓누르며 입을 열었다.

“기회를 못 잡은 건 네 탓이지. 애초에, 제대로 세웠으면 됐잖아.”

떨어지는 눈물이 더욱 많아진다. 깔린 몸이 딱딱하게 긴장한 게 느껴졌다. 밖으로 쏟아지려는 것을 어떻게든 참는 것이다. 쓸모없고 의미 없는 짓이었지만, 원래 멍청해서 귀여울 때도 있는 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의 버릇을 나쁘게 들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론,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녀는 적당히 자극하던 걸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론이 시선으로 그녀를 쫓는다. 그녀는 아무런 언질 없이, 바닥에 누운 론의 배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녀의 의도는 명확했다.

개의 얼굴이 괴로움과 서러움, 불안과 두려움으로 잔뜩 흐려진다. ‘제발, 제발 주인님’ 와중에도 애원하는 모양새가 그녀를 흥분시킨다. 아래를 저릿하게 만드는 꼴이었다. 그래서 더 괴롭히고 싶은. 그런 꼴.

“그러니, 내 앞에서 바닥까지 보여야지.”

그녀가 론의 아랫배에 올린 발에 천천히 힘을 가한다. 흐으, 으아, 엉망으로 젖은 얼굴로 론이 그녀의 발을 본다. 힘이 거칠게 가해질 때마다 그의 다리가 버둥댄다. 그러면서도 몸을 일으켜 도망치지는 못했다.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걸 느끼며, 마르티안이 론의 배를 퍽 짓밟았다.

* * *

론은 욕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신음하며 울었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관장액이, 그 아래에 놓아둔 통에 고인다. 오일과 세정제가 섞여 탁한 액체는 뒤로 흘리는 애액처럼 보였다. 천박함의 증거 같아서 보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마르티안이 론의 엉덩이를 회초리로 꾹 눌렀다. 엉덩이로는 처음 맞았던 자국 외에도 많은 자국이 새겨진 상태였다. 뒤로 싸지 못해서, 구멍을 제대로 풀지 못해서 맞은 흔적들이다. 론은 울음을 쏟아내며 말했다.

“흐으, 주인님. 힘이, 흐읍, 힘이 안 풀려서……흐윽.”

헐고 부은 엉덩이로 매가 떨어졌다. 론은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주저앉은 아래로 통이 걸린다. 덜컥하는 것에 놀라, 론이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세를 잡는 손과 다리가 휘청이며 떨렸다. 마르티안은 어이없음을 드러내며 말을 뱉었다.

“아주, 뒷구멍까지 까탈스럽게 굴지.”

론이 제 몸을 풀려고 노력하는데도 새어 나오는 관장액이 너무 적었다. 아까 발로 짓밟을 때 바닥으로 흘러나온 것과 엉덩이 놓아둔 통에 얕게 깔려 있는 것 약간. 그게 지금껏 론이 뱉어낸 전부였다. 배에 넣은 걸 생각하면 오분의 일도 나오질 않은 상태다.

관장액을 완전히 넣은 이후부터 거의 이십 분이 지났는데도 론은 뒤를 제대로 열지 못했다. 그녀는 한숨을 뱉어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마르티안이 론의 뒷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부어오른 주름을 손가락으로 비집고 들어가자 필사적으로 조이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강박적으로 제 아래를 닫았다. 엉덩이를 매질하고 구멍까지 매질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더 혼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닌 거 같아서 그녀는 그저 얼굴을 찌푸렸다.

“아프……흐……으. 읏……아윽…….”

론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였다. 배설을 하지 못한 채로 복통을 견뎌내느라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랫배가 난도당한 것처럼 아팠다.

통증이 내장을 두들기며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몸이 반사적으로 긴장하며 제 몸에 힘을 주었다.

“싸, 싸고 싶…… 주인, 님. 제발, 흐윽…….”

론이 애원한다. 이 고통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가 아픈 배를 더듬었다. 배는 꾸르륵 소리를 내며 스스로 울렁였지만 몸은 그걸 배출하질 못했다. 마르티안이 론의 엉덩이 아래 놓아둔 통을 발로 툭 찼다.

“싸라니까? 네 전용으로 변기까지 가져다줬잖아.”

“흐, 흐읍, 아, 안 돼요. 모, 못 싸겠, 흐으, 우읍…….”

론이 그녀에게 기어와 제 뺨을 비빈다. 그의 몸은 더러운 걸 쏟아내기 싫다는 강박으로 닫혔다. 그녀가 보는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싸지 못할 것이다. 론은 그걸 알았다.

“쌀 수 있게, 흐으, 흐윽, 보, 보내……. 흐으윽!”

배를 들쑤시는 고통이 일어날 때마다 눈앞이 검게 물든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겠는데 간헐적으로 오는 고통이 그의 신경을 계속해서 잡아챘다. 그가 마르티안의 발에 입을 대고는 애원하며 핥았다. 마르티안은 처음으로 제 뜻에 반하여 개를 끌었다.

개에게 사람이 쓰는 화장실이라니. 마르티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론이 기다시피 변기로 올라간다. 움찔거리며 걷는 가운데도 관장액이 질금대며 흘러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그게 전부였다.

변기에 앉은 론은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다. 식은땀이 턱으로 떨어졌다. 결국 그는 다시 그녀를 보았다. 우는 얼굴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마르티안이 말했다.

“내가 나가야 싼다, 이거야?”

“죄, 죄송……흐……으…….”

파리하게 질린 표정이 잘못을 고했다. 그대로 두면 기절할 모양새라 마르티안은 일단 발을 돌렸다.

* * *

마르티안은 가볍게 몸만 씻고 나왔다. 원하던 대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자 흥이 확 식었다. 깊은 짜증이 올라왔다. 그녀는 가운을 몸에 두르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침실에는 이래저래 들고 왔던 서류철이 한가득 있었다. 주로 나무 관리와 전염병에 대한 것들이었다. 한참 서류를 보고 있자, 론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마르티안은 굳이 쳐다보지 않았다.

론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는 들고 온 것을 그녀의 발치에 두었다. 관장액이 가득 담긴 관장기와 요도 막대였다. 제 주인이 하란 대로 못하고 제멋대로 굴었으니 마음이 조급하긴 한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이 관장기를 발로 툭 건드린다. 출렁이는 관장액이 그녀가 만들었던 것보다 더 뿌옇고 진했다.

“이건 왜 가져왔어?”

“……아까 벌을 제대로 못 받아서, 다시, 받으려고 가져 왔습니다.”

“근데 론, 내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졌어.”

그녀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론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개가 벌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건 결국 용서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벌을 받고 나서야 용서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주인이 벌을 주지 않는다면 개는 용서받을 기회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론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럼 다른 거로, 가져 오겠습니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거면 뭐든…….”

간절한 말투였다. 마르티안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뒤늦은 애원은 귀찮고 짜증스러울 뿐 조금도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하는 게 없다니까. 벌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

“주이, 흐으, 흡, 주인님…….”

“여러모로 흥이 떨어졌어. 돌아가, 론.”

그녀는 지금껏 개답지 못한 상대를 곁에 둔 적이 없었다. 교육과 훈육은 그럴 가치가 있는 개들에게나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개로 있고 싶다면 제 주인이 원하는 모양대로 존재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주인 앞에서 이것저것 가리는 개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론이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는 것이 몹시도 못마땅하다. 아주 짜증스러웠다.

“제멋대로 하고 싶으면 이 자리에 있질 말아야지.”

그녀의 말은 쫓아낸단 소리나 다름없었다. 론이 급하게 요도 막대를 쥐었다. 우둘투둘한 모양새의 막대는 평소에 쓰는 것보다 훨씬 두껍다.

가져온 것이 가혹한 건 그만큼 그가 겁을 먹었다는 증거였다. 마르티안은 반항하는 개에게는 가차 없는 주인이었으니까. 반항이 의도적이었던 혹은 의도적이지 않았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론은 마르티안에게 버림받은 채로 생활했던 일주일을 떠올렸다.

“주, 주인님. 흐으, 흐윽…….”

그는 울면서 성기 거죽을 뒤로 밀어 요도 구멍이 잘 보이게 내밀고는 스스로 막대를 밀어 넣었다. 두툼한 두께의 막대는 진입부터 고통을 일으켰다. 요도 안이 거칠게 벌어진다. 우둘거리는 막대를 따라 내벽이 주욱 긁혔다.

“흐으……읏, 흐읍, 흐윽!”

론은 막대를 반쯤 빼어내고 다시 밀어 넣는 걸 반복했다. 몸이 덜덜 떨린다. 꽉 들어찬 이물감이 온몸을 굳게 만들었다. 안이 긁히는 게 느껴졌지만 고통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를 보는 마르티안의 표정에 변화가 없었으니까. 이대로는 버려질 것이다. 그 두려움이 너무 컸다.

“쑤, 쑤셔, 흐읏, 주세요. 주인님……. 읏……주인……흐으……읏.”

스스로 찔러 넣을 때마다 아랫배가 굳어진다. 그럼에도 그는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며 천박하게 굴려 애썼다. 마르티안은 제 개가 천박해지는 꼴을 좋아했으니까.

고통 속에서는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몸이지만 흥분한 것처럼 몸을 흔들었다. 이런 모습이라도 보여서 그녀의 흥미를 조금이라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윽, 흐윽……흐으……주인, 님……흡.”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나온다. 고통의 감각이 이어지며 안이 헐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아픔은 곱절로 늘어났다. 해어지는 살갗은 이내 찢어질 것이다. 론은 제 엉덩이를 움찔대며 고통을 참고 견디려 애썼다.

마르티안이 의자를 뒤로 빼며 몸을 일으키고는 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끌어올렸다. 의자에 앉히는 손길이 거칠어서 론은 헐떡이며 울었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자 성기에 처박힌 요도 막대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은으로 된 요도 막대의 머리 장식은 세모꼴의 뱀 모양이었다. 뱀의 구불구불한 몸이 성기 안으로 처박혔고 귀두 위로 삼각 꼴의 뱀 머리가 튀어 올라 있었다. 주변이 벌겋게 부어올라서 희멀건 장식이 제법 어울렸다.

“쑤셔달라고?”

“네……흐으……네, 쑤셔, 흐으.”

그녀가 뱀 머리를 손으로 붙잡아 빼냈다. 구불거리는 뱀의 몸통이 한 칸씩 빠져나올 때마다 론의 성기가 꿈틀대며 움찔거린다. 거의 끝까지 빠져나올 즈음 마르티안은 막대를 다시 처박았다.

“흐아악!”

론이 비명을 지르며 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온몸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마르티안은 한쪽 무릎으로 벌어져 있는 론의 허벅지를 안쪽을 눌렀다. 다리를 확 닫거나 몸을 크게 뒤트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론의 성기에 처박힌 뱀을 다시 빼냈다. 툭 툭, 빠져나오며 걸리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론은 헐떡이며 울었다. 쏟아지는 고통보다 두려운 건 그녀의 시선이었다. 마르티안의 표정에는 아직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주인님, 흐읍, 흐, 버, 벌을 받을 수 있게, 흐윽! 흐으, 으읏!”

마르티안은 요도 막대를 완전히 뽑아내고는 론의 귀두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자극은 고통이었다. 그가 몸을 비틀며 신음을 뱉어냈다. 요도구는 붉게 부어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여기, 다 찢어도 돼?”

“흐으……으……주, 주인님…….”

“내가 내키는 대로 하면 앞으론 못 세우게 될 거 같은데?”

론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가 눈물과 함께 흐려졌다. 그건 그를 망가트리겠다는 소리였으니까. 장난감을 버리기 전에 쉽게 부수는 그런 태도였다. 그녀는 론을 다시 쓰지 않을 작정인 것이다.

그는 쏟아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눈물이 흥건하게 흘러내려 그의 얼굴을 적셨다.

“어떻게 할 거야, 찢어?”

마르티안이 요도 막대로 론의 고환을 툭 쳤다. 묵직한 조각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살을 쳤다. 그 고통에 움찔거리면서도 론은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주, 흐윽, 주인, 님……흐!”

둔탁한 매질이 이어졌다. 그녀의 다리에 짓눌려서 반강제로 벌어진 허벅지가 부들대며 떨리기 시작했다. 아픔으로 인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흐윽, 버, 버리지 않아 주시면……흐으……으…….”

그건 이미 거절당했던 애원이었다. 그럼에도 론은 그걸 다시 입에 올렸다. 망가지는 건 상관없지만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하고 싶은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건 모순적인 감정이었지만 론은 고통과 두려움으로 잔뜩 질려 더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만 남았다.

마르티안은 웃었다. 둔탁하게 얻어맞은 고환을 그녀가 요도 막대로 꾹 눌렀다.

“세우지도 못할 좆으로 내 침대에 올라오려는 건 아닐 테고.”

“흐으…….”

“가끔 일은 줄게. 차 심부름 같은 거.”

그녀의 말은 조롱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론은 그걸 허겁지겁 붙잡았다. 당장 버리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까. 변덕 같은 대답은 언제든 뒤집힐 만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붙잡을 것이 뭐라도 있으면 그래도 버틸 수 있을 거 같았다.

론이 손을 내려 자신의 성기를 쥐었다. 늘어진 것은 가볍게 잡았는데도 통증이 일었다. 안이 이미 해질 대로 해진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기 거죽을 뒤로 밀어 구멍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학대당한 안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벌건 곳은 곧 피라도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주인님, 흐……으, 쑤셔, 주, 세요.”

“론, 단어가 틀렸어.”

“찌, 찢어……흐윽…….”

그의 목소리가 버겁게 흔들린다. 마르티안은 론이 제대로 말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가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결국 론은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쥔 채 찢어달라고 말했다. 마르티안이 요도 막대를 고쳐 쥔다. 론의 눈이 그녀의 손짓에 움찔 떨렸다.

“이거 벌 아니야. 괜한 기대 말고.”

잘못을 빌 기회가 아니었고 그래서 용서를 받을 기회도 아니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금 이어지는 모든 행위는 론 스스로 애원한 결과일 뿐이었다. 쫓겨나고 싶지 않아서 그 바람 때문에. 네, 주인님. 론은 간신히 대답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마르티안이 론의 요도구에 막대를 밀어 넣었다. 예고했던 것처럼 안을 찢어놓을 것 같은 거친 삽입이었다. 막대를 들쑤실 때마다 요도구가 헐어서 벌겋게 변했다.

“제대로 잘 벌리고 있어야지. 마지막이잖아.”

“……흐으.”

“론, 자세.”

“흐, 네, 주인님. 벌릴, 흐읍, 벌릴…….”

울면서도 론은 다리를 벌리려 애썼다. 자신을 망가뜨릴 걸 알면서도 반항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집착적이었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어서 제 몸이 찢어지는 것도 버티는 그런 집착. 그건 동시에 맹목적인 순종이기도 했다. 그 집착으로 인해서 론은 마르티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목줄을 놓아주려고 해도 스스로 목줄을 감아쥐고 돌아오는, 개의 모습이었다.

‘이런 게, 예쁘긴 하니까.’

마르티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요도 막대를 쥐고 얕게 들쑤셨다. 이미 해진 안은 그것만으로도 극심하게 아팠다. 론이 덜덜 떨며 신음을 쏟아냈다.

묶이지도 않은 개가 이 정도로 고통을 버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고통을 즐기는 이들도 극히 어려운 일인데, 론은 그마저도 아니었다. 필사적인 개의 모습은 욕실에서와는 완전히 달랐다.

관장을 거부한 게 본능에 가깝다면 아래가 찢어지는 것을 버티는 건 의지에 가깝다. 론은 절망한 사람처럼 울면서도 그녀가 주는 가학에서 도망치진 않았다.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면서 어떻게든 매달리고 싶어 했다. 그 맹목이 그녀의 마음을 누그러트렸다. 그녀는 요도 막대를 뽑아냈다.

마르티안이 손을 내려 그의 고환과 회음부를 주물거린다. 끅, 흐으, 고통과 두려움을 견디느라 론은 상황을 쉽게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론의 허벅지를 누르던 다리를 내리고는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발을 들어 론의 아랫배와 골반 안쪽을 꾹 눌렀다. 그의 벌어진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렸다.

“하아, 흐으, 아, 안돼. 읍! 흐으…….”

론이 허리를 비틀며 다리를 모은다. 아랫배를 자극하는 게 배뇨감이라는 걸 인지한 순간 상황은 이미 늦었다. 그는 급하게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붙잡았지만 헐어버린 아래로 작열감이 쏟아지며 오줌이 쏟아졌다. 묽은 물은 그의 손 아래로 줄줄 흘러내려 의자에 고이고 바닥을 적셨다. 그의 얼굴로 수치로 가득 들어찼다.

마르티안은 완전히 젖은 의자와 바닥에 고인 것들을 보며 말했다.

“앞 구멍이 늘어나서 그런가. 잘도 싸네.”

론이 덜덜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요도구로 쓰린 감각이 올라왔지만 수치가 더 심해서 신음할 여유도 없었다. 그는 허벅지를 닫아서 젖은 흔적을 가리려 들었다. 마르티안이 론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또 멍청하게 굴지?”

강제로 고개를 들게 하자, 수치와 비참함으로 물든 얼굴이 그녀를 올려본다. 주인님. 론이 우는 것처럼 그녀를 불렀다. 망가뜨리려 할 때는 얌전하더니 고작 오줌을 싼 거로 또 이렇게 군다. 자신의 주인이 뭐에 화가 난 건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어딜 가리려 들어. 이젠 주인도 못 알아봐?”

마르티안이 론의 머리채를 앞으로 잡아끌었다. 론은 의자 아래로 엎어졌다. 철퍽거리는 소리가 나자 그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마르티안은 그 상태로 론에게 다리를 벌리게 했다. 흥건하게 젖은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벌리자, 그녀가 늘어진 성기를 발로 밟았다. 고통이 수치를 밀어내고 론의 얼굴을 점령했다.

“매일 바닥에 싸는 연습부터 해야겠네. 그래야 질질 싸는 거에 익숙해질 테니까.”

“흐읍, 자, 잘못, 했…… 흐으! 으…….”

헐고 젖은 요도 구멍이 짓뭉개진다. 고통이 심해서 론은 신음을 내지르며 울었다. 울면서도 그는 자세를 풀로 뒤로 도망간다거나 하진 않았다. 이것이 견뎌야 하는 가학임을 눈치챈 것이다.

마르티안의 표정은 더 이상 무감하지 않았다. 그녀의 몰아붙임은 이전에 주던 가학과 닮아 있었다. 론은 울면서도 안도했다. 다시 마르티안의 곁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헐떡이며 그가 마르티안에게 애원했다.

“주, 주인……흐……흐으! 으! 버, 벌 받게, 흐윽…….”

그 말을 꺼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론은 엎드린 채로 울었다. 발바닥까지 내려앉은 엉덩이가 떨린다. 재갈을 찬 상태라 그의 입에서는 큰 소리가 흘러나오지 못했지만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가 자세를 무너트린 채 한참을 있자 마르티안이 그의 엉덩이 아래로 회초리를 넣어 둔탁한 끝부분으로 고환을 올려쳤다. 위로 올려치는 매질은 아랫배까지 긴장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버티기 어려워서 결국 엉덩이가 들렸다.

엉덩이를 든다고 바로 자세가 제대로 잡히는 건 아니었다. 허벅지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이 휘청대며 다시 무너졌다. 마르티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고작 열 대도 못 버텨?”

흐으, 으, 막힌 소리가 재갈 안에서 울린다. 론은 다시 제 엉덩이를 다시 들었다. 겨우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고 허벅지가 세워진다. 론은 다시 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를 벌렸다.

울긋불긋하게 부어오른 회음부와 구멍이 드러났다. 겨우 열 대, 그렇게 시작한 매는 실제로는 스무 대도 훨씬 넘은 상태였다.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댓수가 추가된 탓이다.

여린 주름으로 둔탁한 회초리 끝이 문질러진다. 론은 제 입안을 채운 개구를 우물대며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짝,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휘둘렀다. 충격 같은 고통에 구멍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흐으, 론은 흐느끼며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버텨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계에 다다른 몸은 더 이상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론의 몸이 다시 주저앉으려 했을 때였다.

마르티안이 주저앉으려는 론의 엉덩이를 손으로 막고는 확 위로 밀었다. 론의 몸이 고꾸라지듯 앞으로 구겨졌지만 그래도 옆으로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치솟은 엉덩이에 마르티안이 회초리를 바로 휘둘렀다. 몸을 뒤틀 새도 없이 연이어 다섯 대의 매가 떨어졌다. 짝, 짜악, 짝. 구멍을 정확하게 내려치는 소리가 험악했다. 론은 재갈을 문 채로도 비명을 내질렀다. 그게 견뎌야 할 마지막 매였다.

마르티안은 론의 몸을 잡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는 제 몸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듯 옆으로 늘어졌다. 헐떡이는 몸이 몇 번이고 떨린다. 매질은 끝났지만 남아있는 통증이 몸을 긴장시켰다. 눈물이 자꾸 떨어졌다.

“벌은 이게 끝이야.”

마르티안은 론의 입에 채웠던 재갈을 풀었다. 얼마나 깨물었는지 물고 있던 곳으로 잇자국이 선명했다. 관장과 요도구를 쑤셔지며 이미 한참을 지친 몸이다. 그녀는 론이 자세를 잡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묶지 않았다.

제 탓으로 늘어나는 가혹한 고통만큼 개를 교육하기에 좋은 것이 없었다. 몸으로 고통스럽게 익힌 것들은 그만큼 오래갔다.

마르티안은 손을 뻗어 땀으로 흠뻑 젖은 론의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다정한 손길인데도 가혹한 매질을 겪고 난 이후라 그의 몸이 흠칫 긴장했다.

“견딜 만했어?”

“흐윽, 흐으, 주인님. 흐으으…….”

론은 울었다.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안도했던 마음은 가혹한 매질 아래에서 다시 사라졌다.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마르티안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으니까.

벌을 견뎌내는 게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론, 대답.”

마르티안이 우는 그의 뺨을 가볍게 때렸다. 그는 비틀대며 몸을 일으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다는 말이 반, 울음이 반인 대답이었다. 아이처럼 펑펑 울며 그는 다시 용서를 빌었다. 마르티안은 그 엉망이 된 얼굴과 지쳐서 헐떡이는 몸이 몹시 예쁘다고 생각했다. 론은 이런 식으로 있을 때가 가장 개다웠다.

마르티안은 론을 뒤로 밀었다. 그녀의 뜻을 눈치챈 론이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녀는 그의 뒤를 매질하며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적당히 아래를 빨게 할까. 반쯤 론을 배려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꾸물대며 다리를 벌렸다.

“흡, 주인님. 쓰셔도, 흐읏, 됩니다.”

혹사당한 성기는 한껏 시든 상태였지만 그의 아래 구멍은 아직 쓸 수 있다. 그는 손을 내려 아래를 더듬었다. 맞은 입구가 퉁퉁 부어있긴 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재촉하는 것처럼 다시 주인님 하고 마르티안을 불렀다.

스스로 몸을 벌리는 모습은 마르티안의 취향이다. 그녀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서랍을 뒤졌다. 원하는 걸 찾는 건 아주 쉬웠다.

“흐으, 흐으읏…….”

론은 신음을 참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등을 대고 누운 채로 버티는 것이 몹시 힘겹다. 허리와 엉덩이 밑으로 베개를 깔아 두었지만 몸 자체에 힘이 없으니 다리를 들고 버티는 것도 쉽지가 않다. 자꾸 자세가 흐트러졌다.

구멍은 넘치도록 쏟아부은 윤활제로 잔뜩 젖어 있었지만 퉁퉁 부은 상태라 진입이 쉽지 않았다.

“론, 그냥 엎드려. 엉덩이만 들고.”

론이 엎드려 누웠다. 골반 아래에 베개를 대어주자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엉덩이가 쑥 올라왔다. 마르티안은 론의 뒷허벅지 위에 걸터앉아 엉덩이 살을 벌렸다. 번들대는 구멍은 여러모로 엉망이었다. 론의 몸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흐, 흡, 주인님. 빨리…….”

론이 스스로 손을 뒤로 보내며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울면서도 재촉하는 몸짓은 마르티안을 완전히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론의 뒷구멍에 모조 성기를 대고 짓눌렀다.

퉁퉁 부은 주름이 강제적으로 벌어졌다. 흐, 흐으. 신음이 이어지는 것을 들으며, 그녀는 그대로 허리를 밀어붙였다.

“흐으! 아, 으……흐윽!”

론은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던 손을 놓고는 그대로 시트를 움켜쥐었다. 아래를 가르면서 벌리는 것이 너무 거칠다. 부어오른 주름을 팽팽하게 벌린 채 내벽을 그어대는 감각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의 몸이 한껏 맞닿았다. 완전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렸다. 론은 그 순간 안도했다. 자신으로 인해 마르티안이 흥분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고통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버텼다.

마르티안의 하체가 철썩대며 론의 엉덩이에 부딪혔다. 무자비한 추삽질은 내벽을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래에 베개를 대어놓기는 했지만 그 위로 무자비하게 성기가 짓눌리자 고통이 심했다.

애초에 들쑤셔져서 안이 헐어버린 상황이니 고통은 충격이나 다름없다. 론은 고통을 참기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쳐 눈물을 쏟았다.

“주이, 흐으…… 주인님. 아읍, 흐, 흐윽, 흐아, 조금, 만 흐으, 천천,히. 흐윽, 주인님…….”

퍼억, 퍽. 고통이 짓쳐들 때마다 론이 그녀를 불렀다. 눈물이 범벅이 되어 뺨으로 흘러내렸다. 론이 손을 뒤로해 마르티안의 몸을 애원하듯 더듬었지만 힘이 빠진 팔은 금세 붙잡혔다.

마르티안은 그의 팔을 누르며 허리짓을 계속했다. 론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상태로 몸을 비틀었다. 그가 반사적으로 앞으로 손을 뻗으며 도망치려 하자,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잡아당겼다.

잘못했다는 애원이 쏟아지는 울음과 함께 떨어졌다. 그의 몸은 사실상 도망쳤다고 하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그저 약간 버르적거렸을 뿐이었다. 겁을 먹고 우는 개를 보며 마르티안은 더 흥분했다. 머릿속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흐읏, 론. 흣, 적당히 해.”

“주인, 큭, 하윽, 흐읍, 흐아, 제발, 주이, 흐으.”

마르티안이 처박은 걸 뒤로 쑥 물린다. 엉망으로 힘이 들어간 론의 구멍이 나가려는 것을 힘껏 조였다. 힘을 풀고 조이는 게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녀는 더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쑤셔댈 때마다 긴장한 뒤가 저항하듯 경직된다.

그걸 억지로 들쑤실 때마다 그녀의 아래에 박힌 것도 같이 들쑤셔졌다. 살아있는 좆에 비하면 둔탁하고 덜한 자극이었지만, 흥분하고 싸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프, 흐으, 흑, 주인님, 흡, 잘못, 흐으, 잘못 했, 큭, 하윽.”

벌은 이미 끝났고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론은 헐떡이며 제 주인이 용서해 주길 애원했다. 아픔에 질려 겁을 집어먹은 목소리가 자극적이다. 마르티안이 욕을 삼켰다.

꼼짝도 못 하는 론을 깔고 헐어버린 아래를 쑤시는 것만으로도 자극적인데, 벌벌 떨면서 애원하는 목소리 때문에 더 돌 것 같았다. 멍청한 개는 제가 무슨 꼴로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자꾸만 그녀를 불러댔다.

그녀의 질이 제 안에 들어온 모조 성기를 씹어낼 듯 들러붙었다. 마르티안은 제 아래가 뒤틀릴 듯 벌름대는 걸 느끼며 론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당겼다. 목이 강제로 젖혀져서 애원하던 소리가 끊겼다.

“흐읍, 론. 입 좀, 닥쳐.”

그녀가 제 아래를 거칠게 움직인다. 부어오른 구멍이 마르티안이 쑤셔댈 때마다 같이 움직였다. 개를 쑤셔대며 제 안을 들쑤시길 몇 번, 극에 다른 자극이 아래를 친다.

흥분한 숨을 뱉어내며 마르티안은 깊숙하게 처박은 모조 성기를 조금 물렸다가 빠르게 들쑤셨다. 아래에 깔린 개가 울며 움찔대듯 몸을 비틀었다. 흥분이 온몸을 타고 올라, 이내 폭포처럼 쏟아졌다.

* * *

달밤가에서 일하는 의사는 급하게 자작가의 호출을 받아 도착했다. 침대에는 완전히 기절한 론이 들뜬 신음을 내고 있었다. 그는 엉망이 된 몸을 살폈다. 성기 주변과 회음부는 매질자국으로 엉망이었고 요도 안은 긁히고 해어져서 피가 배어 나왔다. 뒷구멍은 손가락 하나도 버겁게 들어갔다.

하지만 의사는 그런 것에 별반 놀라지 않았다. 그는 평이한 얼굴로 론의 몸을 이곳저곳을 누르고 만지며 꼼꼼하게 살폈다. 이내 그가 론에게서 손을 떼며 말했다.

“다행히 완전히 망가진 곳은 없군요. 고생은 하겠지만 치료만 잘해주면 깔끔히 나을 겁니다.”

“하아, 그래. 다행이야. 치료는 어떻게 하면 되지?”

“내상이 좀 있긴 상태라서 적어도 일, 이 주는 상처 치료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삼 주까지는 쉬게 해주시면 더 좋구요. 상처가 낫기 전에 자꾸 자극을 주면 덧나기가 쉬워서…….”

의사는 잠시 마르티안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가 짧게 한숨을 뱉어낸다.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 내가 물어본 건 치료하는 방법이고.”

“아, 죄송합니다. 애첩을 빨리 다시 쓰길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상처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마르티안은 한숨을 삼켰다. 의사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게 아니었으니까. 귀족들 중에는 상대가 망가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가학에 미친 자들이 많았으니까.

특히 오갈 데 없는 이방인 애첩들을 곁에 두는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이들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것이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녀가 컨트롤을 잃고 론을 망칠 뻔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숨을 삼키고는 다른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요도 안에서 피가 나던데? 그건 괜찮나?”

“안이 많이 헐어있는 상태이긴 합니다만 심하게 찢어진 건 아닙니다. 내벽이 벗겨진 정도니까 치료만 잘 해주시면 크게 걱정하진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약 바르고 내버려 두면 차차 아물 테니까요. 항문도 상태가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뒤는 상처는 나지 않았더군요. 그쪽은 좀 더 빨리 나을 겁니다.”

의사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론이 제대로 깨지 못한 상태로 끙끙댄다. 그녀가 론의 이마에 손을 대자 닿는 곳이 뜨끈했다.

“열이 나는데?”

“몸이 과하게 무리를 했으니까요. 일시적으로 나는 겁니다. 기절했다고는 하지만 호흡도 괜찮고 열도 아주 높지 않으니까 잘 쉬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론은 기절하거나 쓰러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래 몸을 맞춰서 서로의 한계와 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계를 오가는 상황에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근데도 오늘은 참다못해 기절한 것이다. 한계를 넘은 몸은 만신창이였다.

“해열제도 있으면 두고 가.”

“해열제요?”

“일시적이긴 해도 열이 나는데, 먹이긴 해야지.”

“아, 예. 알겠습니다. 그, 혹시 그럼 진통제도 같이 챙길까요?”

의사의 말에 마르티안이 다시 미간을 찌푸린다. 당연한 소리를 묻느냐는 표정으로 그녀가 답했다.

“그래야지. 나는 잘 모르니까 본인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게 있다면 더 챙겨.”

“아, 알겠습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론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약을 바를 때마다 론의 몸이 움츠러들며 앓는 소리를 뱉어냈다. 고통이 심한 모양이었다. 의사는 한참 상처를 치료하다가 일순 생각났다는 듯 몸을 돌렸다.

“상처 치료는 앞으로 누가 맡게 됩니까? 좀 요령이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요.”

“내가 할 거야.”

“예? 직접 치료를요?”

“그럼 애첩의 요도 구멍을 누구한테 맡겨?”

마르티안이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의사 곁에 다가왔다. 얼른 설명하라는 태도다. 의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제 손을 움직였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의사의 말을 경청했을 뿐 아니라, 몇몇 부분에서는 질문을 하기까지 했다.

사실 달밤가의 의사는 마르티안에 대한 무수한 말들을 듣고 지내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달밤가의 유명인사였으니까. 소문대로 그는 그녀가 학대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이방인 애첩을 들였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이들과는 넘을 수 없는 선이라는 게 있으니까.

가학을 즐기는 귀족들 중에는 상대를 망가트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꽤 많았다. 영구한 상처를 남기고,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학대하며, 상대가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걸 보고 즐기는 성향.

그걸 성향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들은 상당히 많았고, 보통 달밤가의 의사를 호출하는 이들도 그런 부류였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 오면서도 또 인간 같지 않은 꼴을 보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참이었다.

뒤탈이 없을 천한 신분의 이들을 곁에 끼고 상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학대를 반복하는 것.

의사가 필요한 이유는 장난감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죽지 않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그대로 두면 죽으니까 그건 또 아까워서 달밤가 의사를 호출했다. 팔이나 다리가 부서지거나 제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아래가 짓이겨져 있거나. 뒤가 열려있다거나. 의사가 보아온 상태는 하나같이 최악이었다.

귀족들은 제 애첩이 고통에는 조금도 마음 쓰지 않는다. 엉망으로 망가진 애첩을 죽이지 않기 위해 뼈를 맞추고 피를 멈추는 데에는 돈을 썼지만, 진통이나 해열 따위를 위해 돈을 지불하진 않았다.

죽거나 쓸 수 없게 되면 아무렇게나 팔아치우기도 했다. 그렇기에 마르티안이 보이는 진지한 표정이,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것이다. 제 애첩을 직접 치료하겠다는 것도 그러했고.

의사는 그 낯선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바르는 약은 면봉으로 덜어내면 됩니다.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요도 안에 밀어 넣으면서 주변에 닿도록 조금 둥글게 돌리면서 안으로 넣으면 됩니다. 지금은 부어있어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좀 가라앉으면 그땐 잘 바르도록 좀 돌려야 합니다.”

면봉을 밀어 넣는 손짓에 따라 론의 몸이 움찔거린다. 옅은 신음이 계속해서 흘렀다.

“아까 보여드린 소독약으로 안을 한번 닦아내고 발라주시면 됩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발라주시고 두어 시간은 씻겨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시구요.”

“거기 안이 상했는데, 이걸, 이렇게 넣어도 되나?”

마르티안이 머뭇대며 말한다. 평소에 더한 것도 넣고 쑤시긴 했지만 부어오르고 피가 맺힌 곳에 뭘 또 집어넣어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의사는 어쩌겠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프겠지만 안에 염증이 생겨서 일이 커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소독은 반드시 해주시구요. 참고로 요도 안이 심하게 상해서 소변을 볼 때마다 고통이 심할 겁니다. 가능한 물을 적게 먹도록 하세요.”

“언제까지 해야 해?”

“적어도 2주는 해주셔야 하고 안전하게 3주까지 약을 바르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겁니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치료 시기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건 그때 가서 봐야 할 일이구요. 소염제와 해열제는 알약이니 아침저녁 물과 함께 먹이시면 됩니다.”

평이한 대답이 이어졌다. 마르티안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상심한 얼굴처럼 보여서, 의사가 너스레를 떨 듯 말했다.

“아무튼 큰 일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관리자가 빨리 가야한다고 어찌나 성화던지 저는 정말 제 귀가 다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말에 마르티안이 픽 웃는다. 의사는 그녀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며 마주 웃었다. 지금껏 만났던 귀족들 중에서 그녀가 가장 유하고 정상적이다. 엉망으로 만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보였으니까.

의사는 처방한 약을 종이봉투에 담았다. 그것을 테이블에 놓고 일어서자, 마르티안도 같이 몸을 일으키고는 응접실로 나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달밤가 관리자가 둘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아이구, 마르티안 님! 어떻게 잘 마무리되었습니까? 자작님 연락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바퀴가 빠져라 마차를 달려서 왔습니다.”

“덕분에 치료는 잘 끝났어. 별일 없었고.”

“다행입니다. 제가 또 마르티안 님의 컨트롤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큰일이 날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방금은 바퀴가 빠져라 달려왔다며?”

“그거야, 혹시나 싶어서 그랬지요. 그 애첩을 아끼시는 거야 워낙 알고 있다 보니까…….”

끝없이 이어지려는 말을 마르티안이 잘라냈다.

“노고는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만해도 돼. 여러모로 빚을 졌어.”

그 말에 관리자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타고나길 장사꾼인 사람이니 들이댈 기회가 반가운 것이다. 그가 재빠르게 말을 더했다.

“빚은 무슨 빚입니까. 그냥 저는 마르티안 님을 늘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근래 발길이 뜸하셔서 어찌나 궁금하던지요. 언제 한 번 오시면, 제가 또,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손바닥을 싹싹 마주 비비며 들이댄다. 마르티안이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관리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르티안의 연락을 받자마자, 의사의 집에까지 쳐들어가 쉬고 있던 의사를 끌고 자작가로 온 보람이 생긴 것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요즘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딱 마르티안 님 취향에 맞는 사람이 있으니 오시면 바로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한동안은 새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가게 되면 상대와 같이 갈 거야.”

“상대요? 요즘 만나시는 사람이 있으셨습니까? 아직 그런 분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 혹시…….”

관리자가 일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 백작님입니까?”

그 백작님. 그 애매모호한 지칭에도 불구하고 마르티안은 그게 누구를 뜻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휴이 세블로아드다. 이내 그녀는 백작과 만났던 과정을 떠올렸다. 만찬장에서 그가 달밤가를 언급했던 것들과 또 달밤가와 얽혔던 그 날의 일까지.

“그래, 그러고 보니까 관리자와 정리하고 가야 할 게 있었는데 말이지. 그 백작님이 대체 왜 내 방에 들어 온 거야? 아주, 잡아먹어 달라는 꼴로 내 방을 찾아왔던데?”

“아, 그게…….”

관리자가 은근슬쩍 몸을 일으켰다. 도망치려는 모양새다. 마르티안이 까닥 턱짓을 해서 앉으라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엉거주춤 선 채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자작님.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마르티안은 몸을 일으켜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때 일은 그렇다고 쳐. 근데 앞도 못 보는 꼴로 있던 개가 어떻게 학대하던 상대가 나인 걸 알았을까? 응?”

그녀의 몸이 지나치게 관리자와 가까워진다. 관리자의 시선이 그녀의 손을 힐끔댄다. 그 손에 불알이 터지도록 쥐인 적이 너무 많았다. 그의 표정이 희게 질렸다.

“오햅니다! 오해예요! 저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날은 백작님이 방을 잘못 찾은 거였고, 전 끝까지 마르티안 님 정체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전 제 목숨도 걸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마르티안이 픽 웃었다.

“네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걸 걸어? 진짜 입 다물었다는 데 불알 두 쪽을 걸 수 있어? 여기에 백작님도 머물고 계시니 삼자대면 한 번 할까?”

“아니, 그러니까……. 아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아직 결혼도 안 한 몸인데요. 제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토끼 같은 자식은 보게 해주셔야지요. 아이고오.”

관리자가 억지로 눈물을 찍어댔다. 가증스러운 연기였다.

“창관 애들이 낳은 네 자식들이 이미 많잖아. 달밤가에 두고 일 시키면서 개 중 쓸 만한 애들 고르는 거, 내가 모르는 줄 알아?”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아시고…….”

“그건 신경쓸 거 없고. 그보단 네 불알이 오늘 터져도 그만이란 사실이 더 중요한 거 같은데?”

“그, 그 무슨 말씀을 그렇게 무섭게…… 솔직히, 솔직히요! 제가 고작 일개 평민인데 어떻게 백작님의 말을, 그것도 공작가 장남인 분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처음에는 입을 다물었는데……. 그, 백작님이, 다 알고 왔다고 절 추궁하셔 가지고, 막…….”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그래서 뭘 팔았냐고. 내 정보.”

“아이고 또 제가 뭘 팝니까. 제가 마르티안 님을 얼마나, 으악!”

마르티안은 그의 고환을 힘껏 움켜쥐었다. 쥐새끼처럼 약아빠진 관리자는 불알도 쥐새끼처럼 컸다. 잡기 편하기도 하지,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비틀 듯이 손을 움직였다. 죽어 나가는 비명이 울렸다.

“으아! 끄흐어! 마, 마르, 흐아악!”

엄살은, 마르티안은 혀를 차며 손을 뗐다. 관리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응접실 바닥에 주저앉는다.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 사타구니 사이를 문지르는 꼴이 추잡했다.

“흐으, 너무,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고요. 뭘, 뭐를 잘못해서…….”

“모른 척 말 돌리네. 뭘 팔았냐고 물었잖아? 왜, 백작 상대하니까 자작쯤은 별거 아니게 보여? 정말 불알 두 쪽 없이 살게 해줘?”

“그게요, 그러니까……. 그냥 마르티안 님이 좋아하는 취향이 뭔지만 사알짝 전했습니다. 딱 소문으로 퍼진 정도만 살짝…….”

“살짝?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려주고는 조언까지 해 준 게 아니고?”

“아니, 저를 뭐로 보시고요! 제가 그런 의리도…….”

“백작님 불러와? 두 쪽 불알 걸고 정말 같이 볼까?”

“아니, 그러니까……. 그럼, 저 같은 평민이 그럼 어쩝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게 제 입장인데…….”

관리자가 웅얼대며 변명한다. 그는 자신의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 채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소파 끝으로 옮겨 앉았다. 다리를 허벅지가 딱 붙게 모으고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덮기까지 한다. 제 몸을 지키려고 드는 꼴이 철저했다.

마르티안은 짧게 한숨을 뱉어내고 다시 맞은편에 앉았다. 이익에 밝은 관리자가 백작에게 얼마나 제 정보를 팔아댔을지 안 봐도 뻔했다. 물론 관리자의 말대로, 백작의 말을 거절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이해하긴 했다.

“이래서 그런 상대랑 얽히는 게 아닌데…….”

단지, 제 범주에서 제어되지 않는 상황이 조금 짜증스럽다. 자신이 왜 저보다 지위가 낮은 이들과만 어울렸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휴이에게 두었던 마음을 조금 덜어내며, 마르티안이 관리자를 보았다. 아직도 제 사타구니 위쪽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가 혀를 차고는 말했다.

“나도 빚을 졌으니까 이 정도만 하는데, 앞으로는 처신 똑바로 해. 알았어?”

“아니,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요.”

“정신 못차리지?”

“아니, 아닙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관리자가 찔끔한 얼굴로 대답했다. 믿음이라고는 조금도 들지 않은 태도였지만 마르티안은 그쯤에서 마무리를 했다. 어차피 말로 닦달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화제를 다시 론에 대한 것으로 돌렸다.

“의사가 한번씩 와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외상이 아니니까.”

그 말에 의사가 먼저 나서서 알겠다며 답했다. 적극적인 반응에 관리자가 별일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의사는 나흘에 한 번 정도, 론의 상처와 상태를 보기 위해 방문하겠다고 했다.

“치료방법을 알려드리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따로 적어 두겠습니다.”

의사가 다시 소파에 앉더니 품에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꺼냈다. 치료 방법과 순서를 짧게 글로 정리하며 그가 골몰하는 표정을 짓는다. 뭔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신경 쓰는 건 또 처음 보네요?”

관리자가 정말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는 메모에 추가적인 것들을 더 적어 내리며 “묻는 사람도 없었어.”라고 무심하게 답했다.

꼼꼼하게 적힌 메모를 마르티안에게 넘겼을 때였다. 때마침 집사가 들어왔다. 두 사람의 바깥까지 안내를 부탁하고, 마르티안은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에는 아직도 깨지 못한 론이 누워 있다. 의식이 없는데도 안쓰러울 정도로 끙끙대고 있었다. 마르티안은 침대 가에 걸터앉아 론을 보았다.

‘처음에는 벌이었는데…….’

그녀가 상황을 되짚어 보다가 스스로에게 혀를 찼다. 구멍을 매질하고 엉엉 우는 론을 안았을 때만 해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 정도는 혼이 나야 다음에는 더 정신을 차릴 테니까. 개답게 굴지 못한 개를 용서하는 일이다. 두 번 다시 이렇게 혼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되어야 했다.

“아프, 흐윽, 아픕니다.”

문제는 그 후였다. 엉망이 된 채로도 들이대는 모습에 흥분했고 울며 애원하는 모습 때문에 선을 넘었다. 근래에 들어서 벌써 두 번째였고 첫 번보다 이번이 훨씬 심했다. 론이 자주 울고 매달리게 되면서 그녀 역시 자제를 못 하는 경우가 자꾸 생기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만났던 개들 중에는 자주 울고 매달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에는 한번도 이런 식으로 선을 넘진 않았다.

이런 식으로 선을 넘게 되는 건 상대가 론이기 때문이다. 가학하기에 편하고, 잘 견디며, 뒤탈이 없는 개니까.

마르티안은 론의 젖은 이마를 쓸어내고는 의사가 놓고 간 종이봉투를 열었다. 해열제와 소염제, 여러 연고들. 그리고 요도구 안까지 넣을 수 있게, 길게 만든 면봉이 한 묶음 들어 있었다. 요도를 헤집으며 하는 치료라니. 미묘한 흥분이 일어났다.

“정신 차려야지. 진짜.”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중얼댔다. 론의 이마에 다시 손을 대자 그새 열이 더 올라 있었다. 깨어야 해열제든 소염제든 먹일 텐데, 론은 쉽게 잠에서 깨질 못했다. 그녀가 론을 다시 눈으로 살피고는 침실에 있는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서류가 그녀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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