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조사단과의 저녁 식사는 평소보다 두어 시간 늦게 이루어졌다. 밖은 이미 많이 어두웠다. 백작가의 샹들리에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자작가 식당의 등 역시 나쁘진 않았다. 꽃다발처럼 모아서 꾸며진 등불은 그럴듯한 분위기를 냈다. 테이블 위로 먹음직한 음식들이 차례로 차려졌다.
“반갑습니다, 자작님. 아서 우드라고 합니다. 옷이 멋지시군요.”
가장 먼저 식당으로 내려온 조사단원은 아서 우드였다. 그는 엘과 함께 내려와 그녀에게 인사했다. 마르티안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드레스로 갈아입은 상태였는데, 아서는 드레스에 달린 가벼운 브로치까지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굵직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그는 말이 많았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엘 도안이 수도에 있는 엔간한 식당에는 눈길도 주질 않아서요. 메뉴도 늘 먹던 것만 먹고, 매번 자기 집 요리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모릅니다! 오늘 드디어 그 요리를 맛본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기대가 되던지…….”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가자는 곳은 전부 같이 갔잖아? 그리고 내가 가리는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아, 물론 같이 가긴 하지. 가긴 가도 안 먹는 건 입도 안 대잖아. 그래서 너 좋아하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가는데, 몰랐어?”
“……너, 진짜, 이럴래?”
그는 아서의 허리를 푹 찌르고 붉어진 얼굴로 마르티안에게 변명했다.
“아서가 원래 과장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거지, 제 나이가 몇인데 음식을 가리겠어요. 그런 일 없어요.”
아서가 그새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요, 자작님. 엘은 편식을 하진 않습니다. 그저 호불호가 분명할 뿐이죠. 그걸 주변 사람이 다 알아서 자연스럽게 엘이 좋아하는 곳에 가게 되는 것뿐이니까요. 그게 무슨 편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엘 도안이 다시 아서의 옆구리를 퍽 쳤다. 붉어진 얼굴은 도무지 식질 못했다. 어릴 때부터 편식으로 많이 혼나면서 자란 편이었는데 아직도 그런 식으로 산다는 것을 들키고 나니 여러모로 부끄러웠다. 마르티안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뭘 그렇게 눈치를 봐. 음식 가지고 뭐라고 할 거 같았어? 다 컸는데 가려 먹는 거야 본인 자유지. 건강만 상하지만 않게 해.”
“아니에요. 누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편식은 안 하는데…….”
꾸물거리면서 하는 소리가 귀엽다. 아무리 커봤자 애라니까. 마르티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둘을 정해진 자리로 안내했다. 그들이 앉고 나자 조사단 일행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저녁식사에 나온 음식은 모두 다 칭찬받아 마땅했지만, 가장 훌륭한 것은 메인요리인 거위 통구이였다. 겉껍질은 바삭하고 짭짤했고 그 안의 고기는 같은 향신료에 재워져 잡내 하나 없이 부드러웠다. 살코기를 찍어 먹는 소스는 또 어떤가. 준비된 와인마저 완벽하게 어울린다. 좋은 음식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없이 화기애애했다.
조사단 소개는 식사 가운데 이어졌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조사단은 서로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소개는 조사단이 마르티안에게 자신을 알리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팀의 전체 관리를 맡은 로아 교수입니다. 자작님.”
“아까 인사드렸지요. 아서입니다. 이번 조사팀에서 약품 관리를 맡았습니다.”
분위기는 몹시 부드럽게 이어졌다. 로아 교수는 중앙에 진출한 주요 가문 출신이었고 휴이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조사단원들 역시 원래부터 서로를 아는 사이였다 보니 화젯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분위기는 시끌벅적하면서도 즐겁게 이어졌다.
무리 없이 식사가 끝나자 후식이 놓였다. 주방장인 한나가 자신 있어 하는 단 음식들이었다. 다들 후식을 먹으며 감탄했지만 그중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로아 교수였다. 그는 초콜릿이 부서져서 들어간 초콜릿 타르트와 구운 설탕이 올라간 에그타르트를 순식간에 네게나 먹어치웠다.
“세상에. 이 타르트들은 혀에 감기는 식감부터가 남다르군요. 초콜릿 타르트는 씁쓸하면서도 단맛의 균형이 아주 좋습니다. 끝 맛이 향긋한 게 귤 종류가 살짝 가미된 모양인데 밸런스가 기가 막히군요. 에그타르트도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운데다가 버터 풍미가 대단합니다. 자작님께서는 대단한 주방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벌써부터 이 음식들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그는 외모로 따지면 통구이만 먹을 것처럼 생겼다. 마르티안은 외모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으며 그의 칭찬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주방장이 들으면 몹시 기뻐할 이야기네요. 혹시라도 원하는 종류의 후식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제가 따로 언질을 해놓을 테니까요.”
“오, 그래도 됩니까?”
“일단 삼사일은 주방장이 준비해놓은 후식들이 먼저 나오겠지만요.”
“저는 그런 것도 좋습니다! 앞으로의 삼사일이 매우 기대가 되는군요.”
교수는 작위가 없는 귀족이었지만 마르티안은 그를 존중하며 예의를 지켰다. 제국교육원의 교수라면 어지간한 백작만큼이나 영향력이 컸고, 상황적으로도 이곳을 돕기 위해 온 것이엇으니까. 교수는 후식을 잔뜩 음미하며 마주 앉은 휴이에게 말을 걸었다.
“백작님께선 요즘 어떠신가요. 세반 영지로 내려간 뒤에 계속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첫 영지를 꾸미는 즐거움이 상당하지요?”
긴 테이블의 가장 상석에는 이 저택의 주인인 마르티안이, 그리고 양옆 첫 자리에는 교수와 휴이가 앉아있다. 직위와 직책을 고려하여 선정된 자리는 마르티안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손님의 순서이기도 했다.
마르티안은 내내 교수와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휴이에게는 크게 말을 걸지 않았다. 휴이 역시 식사 내내 크게 말이 없었다. 교수가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르티안은 조금 즐거운 표정으로 휴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네…… 후읍, 좋습니다. 교육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보는 게 좋은 공부가 되더, 군요.”
그는 술에 조금 취한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몇 번이나 말을 고르며 말했다. 교수는 그의 존대에 큼큼거리면서도 기쁜 얼굴이었다.
“백작님도 참, 이만 하대를 하셔도 된다니까요. 한참 전에 졸업하셨고 더 이상은 제자와 스승의 관계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대해주실 때마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이가 교육원을 다녔을 당시에 그의 아래에서 배웠다는 것과 그때에도 지나치게 깍듯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건 휴이의 인성이 남다르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면서 그에게 대접을 받는 자신에 대한 자랑이기도 했다.
이내 그는 휴이의 능력에 대해 말을 얹었다.
“백작님께선 교육원 때 이론적으로 얻어낸 성과가 많았잖습니까? 영지 운영을 하며 실전까지 더해지면 조만간 대단한 결과물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작 휴이는 거의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교수는 술기운이 올라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다. 그는 휴이가 교육원에서 이루어냈던 성과들을 쭉 읊어댔다. 그가 얼마나 뛰어나고 대단했는지를 드러내는 일화들이었다. 그 모든 내용은 결국 본인의 자랑과 연결된 것들이었다.
마르티안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며 휴이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붉은 채로 굳어져 있다. 아마도 교수의 말을 신경 쓸 상태가 아닐 테니까. 그녀는 픽 웃고는 다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조사단들의 모두가 반쯤 취해 얼굴이 붉어진 채다. 그녀가 집사에게 턱짓을 한다. 슬슬 상황을 정리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하인들이 조사단원을 하나둘 부축해 전부 방으로 안내했다. 남은 건 내일 후식을 기대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교수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백작뿐이었다.
교수는 이내 테이블에 엎드러졌다. 와중에 수도에 맛있는 케이크 집이 있다는 말을 하며, 초대하겠다고 중얼중얼 말을 이었다. 남자 하인 셋이 들러붙어 교수의 커다란 몸뚱이를 부축한다. 그는 기분이 좋다는 소리를 여러 번 하며 부축을 받고 사라졌다.
남은 건 이제 백작뿐이다. 이미 늦은 밤이었다. 집사가 그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안내하려 했다. 그걸 막은 건 마르티안이었다.
“집사, 백작님 안내는 내가 할게.”
“예? 하지만 부축을 하기가 쉽지 않으실 텐데…….”
“괜찮아. 백작님께서도 몸은 가누실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잠시 휴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내 말이 맞지 않느냐는 듯, 대답을 구하는 태도였다. 그는 입술을 살짝 짓씹고는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집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지만 마르티안은 단호하게 손을 내저어 그만 가보라는 표시를 했다.
백작이 머무르는 방은 2층에 있었다.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휴이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춰야 했다. 얼굴이 온통 달아올랐고 신음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움찔거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마르티안에 기대게 된다. 휴이는 제 무게를 견뎌야 하는 마르티안을 생각해 안간힘을 썼지만 나중에는 그마저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스스로 걷도록 기다려주던 마르티안이 어느 순간 직접 그의 팔을 붙잡고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끄는 속도는 지금 그가 견디기엔 버거운 수준이었다.
“흐읍, 잠깐, 천천, 히……. 아, 흐윽!”
그는 바닥으로 엎어졌다. 무릎과 손이 얼얼했지만 잔뜩 흥분한 몸은 그 충격조차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하체가 부들거리면서 떨린다. 몇 시간 전부터 막혀있던 곳이 더 경직되어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성기를 막고 있는 막대를 뽑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든다. 마르티안이 웃는 낯으로 그를 보았다.
“사람을 부를까요? 부축을 받아야 하는 거면…….”
“아니요. 아니에요. 걸을 수, 흐읍, 걸을 수 있어요.”
그는 저도 모르게 존대로 답을 했다. 제 앞에 있는 건 일개 자작이 아니라 그의 주인이었으니까. 그를 내려 보며 이 상황을 견디고 참아내기를 종용한다. 휴이는 헐떡이며 숨을 뱉어냈다.
떨리는 몸은 지나친 흥분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대에 대한 설렘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지위 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며 개 취급을 해줄 만한 상대를, 드디어 만났으니까. 막대로 막아놓았는데도 그의 앞섶은 이미 축축하게 젖었다. 질금거리며 새어 나온 것들이 또다시 그 앞을 적셨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휴이에게 배정된 방은 아늑하고 조용했다. 마르티안이 휴이를 부축하며 나타나자 백작가에서 데려온 하인들이 놀라서 다가왔다. 그걸 막은 건 휴이였다. 그가 손을 내젓자 그들 모두가 대꾸 없이 물러났다.
그건 마르티안의 입장에선 더없이 신기한 광경이었다. 제 주인이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기색인데 고작 손짓 한 번에 군말 없이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도안가에는 마르티안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다들 정색을 했으니까. 그녀가 직접 명령한다고 한들 들어주지 않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집사였고, 집사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하나같이 비슷했다. 그녀가 백작의 상태였다면, 그녀가 아무리 그냥 가라고 한들 일면식도 없던 상대에게 그녀를 맡길 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마르티안은 부축하고 있던 팔을 놓았다. 기대어 있던 휴이가 아래로 주저앉았다. 헐떡이는 숨이 이어진다. 마르티안이 발로 툭 차자 그가 알아서 다리를 벌렸다. 주제넘고 경험이 없는 개였지만 학습능력은 그럭저럭 있는 모양이었다.
“겉옷 벗어.”
그가 입고 있던 재킷을 벗었다. 앞섶을 가려주던 옷이 없어지자 그 아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팽팽하게 당겨진 앞은 불룩했고 둥그렇게 젖은 자국이 짙게 남아있었다.
“밥 먹으면서 질질 쌌나 보네.”
그녀가 말하자, 그의 얼굴은 물론 귀 뒤와 목까지 차례로 붉어졌다. 흥분으로 계속 달아올라 있긴 하지만, 지금은 더없이 벌겋다. 적나라하게 지적당한 게 사실이어서 수치심으로 인한 흥분이었다.
“그, 게, 흐으, 너무 오래, 참아서…….”
“고작 이 정도로?”
“하지만…….”
“하지만?”
“끝까지 참으면, 상을 주신다고 해서요.”
그녀가 픽 웃는다.
“상이라면 충분하지 않았어? 사람들 앞에서 좆에 막대를 끼우고 실컷 즐겼잖아?”
“하, 하지만…….”
“막아뒀는데도 이 정도로 적신 거면 그냥 싼 거나 다를 게 없는데? 아니면 상으로, 다들 보는 앞에서 좆에 막대라도 박아줄까?”
휴이가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어디까지 상상하는 건지는 몰랐지만 노출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욕망이 있는 게 분명했다.
적당히 노출을 즐길 만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마르티안은 발을 들어 그의 앞을 짓밟았다. 성기 밑과 고환 윗부분, 꾹꾹 짓누르는 발이 회음부까지 긁어내린다. 흐아, 그의 입에서 신음이 토해졌다.
바지 앞, 둥글게 젖은 부분이 더 짙어진다. 하지만 질질 새어봤자 고작 새는 것뿐, 빠져나가는 흥분보다 들어차는 속도가 더 빠르다. 휴이가 견디지 못하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개는 주인보다 먼저 가는 법이 없다고 했는데?”
“흐읏, 흐으…….”
“대답해야지.”
“네, 주인님. 으흡, 없어요.”
그녀가 치마 아래로 속옷을 벗어 내렸다. 일상생활을 하기엔 바지가 편하지만, 빨게 시킬 때는 치마가 더 편하다. 그래서 일부러 갈아입은 것이다.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드레스는 맨살에 닿는 촉감도 아주 좋았다. 휴이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기대하면서 불안해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앞에 서서 그의 어깨에 한쪽 발을 올렸다. 드레스가 걷어지며 그녀의 아래가 드러났다. 뭘 해야 하는지 뻔한 상황이었다.
휴이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아래를 핥아 올렸다. 밑에 얼굴을 처박고 핥아대면서 한 번씩 멈추고는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 꼴이 제법 야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핥은 행위 자체는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열심히 움직이는데 딱히 자극적이지 않다. 요령도 없이 그저 핥아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마르티안은 론을 끼고 살았던 사람이다. 론은 혀를 쓰는 거 하나만큼은 달밤가의 남창들보다 뛰어났다. 그런 개에게 봉사를 받다가 우습지도 않은 혀 놀림을 받으려니 느껴지는 게 하나 없다.
마르티안은 어깨에 올렸던 발을 내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뻔해서, 휴이의 얼굴이 기죽은 표정으로 변했다.
“혀 내밀어.”
그가 혀를 내민다. 마르티안은 그 살덩이를 꽉 잡아 쥐었다. 핥아대느라 말라붙은 건지 제법 뻣뻣하다. 미끈거리는 게 덜해서 붙잡기가 수월했다. 그녀가 혀를 쥐고 흔들었다.
“개의 값어치 중 하나가 이거야. 알겠어?”
잡아당기고 좌우로 흔드는 손짓에 윽윽, 하는 신음이 터졌다.
“개가 되겠다고 한 주제에 이따위로 굴면 대체 네가 무슨 쓸모가 있어?”
그녀가 휴이의 입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목 안으로 파고들자 그새 고인 타액이, 신음과 함께 흘러내렸다. 헐떡이는 숨이 뱉어질 때마다 목 안이 울컥거린다. 손가락으로 들러붙는 목구멍은 괴로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다. 마르티안은 휴이의 눈가가 벌겋게 물들 때까지 손을 물려주지 않았다.
타액이 흘러넘치다 못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린다. 먹이를 앞두고 주인이 허락하지 않아 기다리는 개와 다름없다. 물론 진짜 개였다면 눈앞의 개처럼 헐떡이며 울지 않겠지만.
“휴.”
그녀가 부른다. 다정한 울림에 답하려 하자 그의 목울대가 울컥거린다. 하지만 처박힌 손가락으로 인해 헛구역질만 더 심해졌을 뿐이었다. 헐떡이며 끅끅대는 게 가라앉을 때까지 그녀는 친절하게 기다려 주었다.
“가르쳐 줄까?”
“……으, 커윽…….”
“가르쳐 주면 배울래?”
휴이는 괴로움 속에서 겨우 마르티안을 보았다. 목 안을 더듬는 손이 괴로움을 가중시킨다. 와중에 물어오는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휴이는 대답할 수 없는 괴로움에 버둥대다가 캑캑 숨을 뱉어냈다. 가만히 버티면 안을 찌르지는 않던 손가락이 말을 하려 목울대가 움직이면 그 때문에 괴로워졌다.
“하, 흐으, 흐어, 컥…….”
“왜, 하기 싫어?”
눈앞에서 주어진 기회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휴이는 급하게 고개부터 내저었다. 그 순간 손이 빠져나간다. 물컹하게 빠져나간 공간으로 숨이 들어찼다. 밭은기침이 연이어 튀어나온다. 구역질을 반복하던 식도가 울렁인다.
하지만 그런 괴로움보다 답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녀가 두 번이나 기회를 줄 거 같지 않았다.
“하으, 할게요. 배울게요, 주인님. 배우고 싶어요.”
쿨럭거리는 기침이 뒤늦게 이어진다. 엎드린 상태로 기침을 하는 그의 등을 마르티안이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지나치게 다정한 모양새에 이상함을 느낄 즈음, 그녀가 그의 어깨를 밀어 몸을 일으키게 만든다. 엎드려져 가려있던 하체가 다시 드러난다. 조금도 죽지 않은, 젖은 앞이었다.
마르티안이 그의 바지를 버클과 지퍼를 끌러내고는 속옷 안에 눌려있던 성기를 빼냈다. 번들거리는 성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귀두 틈새에 둥그런 진주가 박혀 있었다.
요도 막대에 붙어있는 장식이었는데 아예 안으로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달아놓은 것이었다. 기능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보기에도 제법 괜찮다.
아래가 노출된 것만으로도 휴이는 흥분하며 다시 떨었다. 우느라 젖은 뺨이 반들반들하다. 그것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녀가 말한다.
“내가 너한테 말한 거 기억나? 여기, 이거.”
마르티안이 그의 성기를 손에 쥔다. 뜨겁고 단단하게 달아오른 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끄덕이고 있었다. 손으로 빠듯하게 쥐이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휴가 신음하듯 주인님을 찾는다. 그의 시선은 기대와 두려움에 점철되어 그녀의 손을 마냥 보고 있었다.
마르티안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진주 위에 올린다. 휴이가 놀라 그녀를 부르려 했지만, 그녀가 그 진주를 짓누르며 둥글게 문지르는 게 먼저였다. 그의 허벅지가 경련하듯 튀어 오른다. 비명에 가깝게 신음을 내지르는 걸, 마르티안이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야지. 좆 구멍 쑤셔지는 거 소문내고 싶어?”
“흐, 읏! 읍!”
“닥쳐. 내 방에 가서 재갈 가져올까? 입에 재갈 물고 쑤셔질래?”
요도 막대를 짓누르며 흔든다. 휴이는 지나친 흥분과 자극을 고통스럽게 버티면서 마르티안의 손을 멈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자발적으로 소리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숨을 아예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헐떡이는 잇새로 금세 실패했다. 노력에도 마르티안은 끊임없이 요도 막대를 건드렸다.
견딜 수 없어서,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움켜쥔다. 꽉 틀어쥔 손이 그녀의 손을 멈추려 들었다. 마르티안이 헛웃음을 내뱉고는 움직이던 것을 멈췄다.
그 덕에 휴이는 간신히 비명 같은 헐떡임을 멈출 수가 있었다. 뇌를 들쑤시는 것 같은 자극이 멈추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마르티안의 표정은 잘못했다고 빌기도 어려울 만큼 식어버린 상태였다. 그녀가 말했던, 개답지 굴지 못하면 더 볼 것도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한 행동이 ‘개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지 않아서, 그는 한껏 그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입을 막은 손을 가볍게 핥았다.
마르티안이 그 손을 떼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는 이 관계는 끝이다. 그걸 직감한 휴이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잘못했어요. 제가 몰라서, 그래서 그랬어요. 잘못했으니까, 흐악!”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그의 손을 후려쳤다. 손등으로 붉게 자국이 그어졌다. 떨어지라는 뜻이었지만 휴이는 더 거세게 그녀를 잡고 버텼다. 짜악, 다시 후려쳐지는 소리가 험악하게 울렸다.
“윽, 흐윽, 윽.”
매가 계속 떨어진다. 손등은 당장 터질 것처럼 부풀었지만 휴이는 그녀를 움켜쥔 채 버텼다.
“가지 마세, 흐악! 제발, 흐으, 흐으! 가지 마세요. 주인님, 흐으윽!”
애원할 말이 그것밖에 없다. 그래도 맞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그녀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 휴이는 그런 기대를 품으며 버텼다. 매질이 멈춘 건 그의 손등이 엉망으로 찢어지고 난 후였다.
움켜쥔 손에는 이미 감각이 없었다. 휴이는 마르티안이 그대로 뿌리치고 나갈까 무서워서 그녀에게 더 바짝 기어간 뒤 팔로 마르티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뭐든 할 테니까, 용서, 해 흐읍.”
마르티안이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어 뒤로 젖혔다.
“용서라는 말을 누가 쓰래? 주인인 내가 쓸 단어지 네가 바랄 게 아닌데.”
“네, 흐윽, 주인님. 안 그럴게요. 흐으, 흐윽, 주인님, 잘못, 했, 흐읍!
마르티안은 머리채를 쥐었던 손을 내던지듯 놓았다. 그의 사타구니 사이로 끄덕거리는 성기가 보인다. 원래 계획이라면 오래 예뻐해 줄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가 한 손으로 성기를 쥐고 다른 손으로 진주장식을 잡고 그대로 뽑아냈다. 무자비한 손짓이었다. 휴이의 입으로 끅 하는 숨이 이어졌다.
그녀는 질척하게 젖은 막대를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휴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한쪽에 마련된 책상 위로 올라가게 했다. 제대로 싸지 못한 성기가 끄덕대며 흔들린다.
평소 같았다면 이쯤 되면 한 번쯤은 싸게 해줬을 테지만 이 개에게 그런 건 사치였다. 그녀는 휴이가 책상에 올라가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허벅지 벌려, 네 좆 잘 보이게.”
무릎을 꿇은 상태로 그가 허벅지를 좀 더 벌린다. 바지를 벗지 않은 채 성기만 내놓은 상태라, 바지에 아래가 걸려 성기가 더 잘 드러났다. 마르티안이 휴이가 입은 셔츠를 잡아 올려 그의 입에 물게 만든다. 그의 눈이 불안감으로 잔뜩 떨린다. 마르티안은 그의 뒷덜미를 매만지며 속삭이듯 말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지. 그럼 버텨.”
* * *
대부분의 고위귀족들이 그러하듯, 휴이 세블로아드는 귀족적 소양을 쌓기 위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다.
그 교육은 단순히 지식적인 것을 넘어, 몸을 단련하기 위한 교육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러다 보면 살이 찢기거나 어딘가 멍이 드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했다. 아파서 운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흐으……으흐……흐.”
후두둑, 그의 바지로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셔츠를 물고 있어 큰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흐느낌이 새어 나오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웠다. 고통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고통에 질린 몸은 회초리가 허공을 가를 때조차 움찔 떨었다.
마르티안이 회초리로 그의 뺨을 툭툭 건드린다. 물고 있는 셔츠 부분은 눈물과 타액으로 다 젖어 있었다.
“뭘 잘했다고 울어. 억울해?”
답을 해야 하는 물음이었지만 셔츠를 물고 있으니 입을 제대로 벌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고 있던 걸 마음대로 뺄 수도 없다.
“흐으, 우으……으…….”
그가 어떻게든 소리 내며 노력한다. 고갯짓으로 대답하지 말라던 말 때문이었다. 그 헛된 수고가 우습고도 가상해서 마르티안은 픽 웃었다. 치밀던 화는 회초리로 휴이의 성기를 후려갈기며 반쯤 가라앉은 상태였고 끙끙대며 애쓰는 개의 꼴은 확실히 귀여웠다.
무엇보다 그렇게 후려 맞고도 발기한 게 죽질 않았다. 학대를 즐기는 개들도 꽤 많이 만났지만 이 정도의 고통에서도 발기가 죽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맞아보니까 어때? 더 맞고 싶었어?”
뺨을 매만지며 그녀가 묻는다. 그 물음에 휴이가 고개를 저으며 웅얼거렸다. 발음은 부정확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온몸으로 아니라는 표시를 하고 있으니까. 발기한 게 죽질 않아도 고통은 고통이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매질에 익숙해진 몸도 아니었으니 더 그랬을 게 뻔했다.
마르티안은 뺨을 훑어내던 손을 내려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단단한 성기는 매질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단단한 강도는 그대로다. 그 천박함이 그녀를 흥분시켰다.
“차라리 남창으로 태어나지. 응? 이런 몸을 가졌으면 그게 나았잖아.”
쥐어짜듯이 움켜쥐자 휴가 입에 물고 있는 것을 짓씹으며 허리를 뒤틀었다. 맞아서 학대당한 곳이니 고통이 말도 못할 것이다. 무릎을 꿇고 앉은 허벅지가 부들거리며 떨린다.
마르티안은 제 손아귀의 힘을 조금 풀고, 엄지로 귀두 부분을 거칠게 비볐다.
“흐으! 흐으으.”
새어 나온 타액이 물고 있는 셔츠를 더 젖게 만든다. 흥분인지 고통인지 모를 감각으로 인해 휴이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뺨이 잔뜩 젖었다. 상체가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엎어지듯 앞으로 숙여졌다. 성기를 움켜쥔 마르티안의 손을 그의 몸이 덮어버릴 기세라, 마르티안은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세 똑바로 해. 누가 숙이랬어?”
그의 성기를 움켜쥔 악력이 거세진다. 자세를 바로하지 않으면 계속될 거라는 걸 가르치는 손이었다. 휴이는 헐떡이며 신음을 뱉었다. 아래가 터져나가고 눈앞에 불이 튀는 것만 같다. 몸이 멋대로 비틀려서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다.
부지불식간에 손을 앞으로 짚어 상체를 세우려던 그가, 순간 휘청댔다. 책상 끝에 무릎을 맞추어 앉은 상태다 보니 더듬은 앞은 허공이었다. 그의 몸이 확 기울어졌다.
쿵, 소리가 났다. 휴이의 몸은 마르티안을 덮치듯 떨어졌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움직였다. 떨어지는 순간, 그녀가 그를 끌어안으며 뒤로 넘어져 다행이었다. 상대가 머리부터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니까. 물론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뿐이지 상대에게 깔려 주저앉은 몸은 여러모로 얼얼했다.
마르티안이 쯧 하고 혀를 찬다. 뒤늦게 휴이가 정신을 차리고는 급하게 몸을 비켰다. 마르티안은 한숨 같은 신음을 뱉어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가 급하게 물었다.
“괘, 괜찮나? 내가 중심을 잃었어.”
갑작스러운 하대였다. 마르티안은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휴이는 마냥 당황한 얼굴이다.
“혹시 머리를 부딪친 건 아니지? 어지럽다거나 토할 거 같다던가, 그런 건 없고? 혹시라도 그렇게 부딪친 거면…….”
말이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어떤 말투로 말하고 있는지도 인지를 못 하는 모양이었다. 지나치게 당황하다 보니 스스로 가장 편한 말투가 튀어나온 것이다. 마르티안은 그것을 들으며, 눈앞의 개가 지금껏 그녀가 만난 어떤 개와도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녀가 만난 이들은 그녀에게 하대할 자격은 갖추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 말투를 하면서도 개처럼 눈치를 보는 꼴이 묘했다. 사회적인 위치를 생각하면 그는 황제의 앞에서도 이런 식으로 행동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상대가 그녀의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좆을 맞으며 울기만 했다는 것이, 흥분과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허둥지둥하던 휴이가 사람을 불러오겠다며 몸을 일으킨다. 마르티안이 그를 붙잡았다.
“그 꼴로 나가려고? 발정난 거 자랑하게?”
그녀가 그의 하체를 턱짓했다. 앞섶이 벌어져 발기한 것이 그대로 노출된 채였다. 휴이의 얼굴이 그제야 벌겋게 물들었다. 자신의 꼴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했던 것이다.
이, 이건……. 그가 작은 소리로 변명하려는 걸 마르티안이 끊어냈다.
“널 휴라고 불러줄까. 아니면.”
그녀가 잠시 말을 끊자 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처럼 그녀를 보았다.
“백작님이라고 불러드려요?”
아, 그가 짧게 숨을 뱉어냈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귀 뒤쪽과 목이 전부 붉게 물든다. 마르티안은 그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가볍게 당겼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그녀의 곁에 다시 무릎 꿇었다.
“계속 하대하던데?”
그 말에 휴이가 잔뜩 당황한 채로 고개를 들었다.
“모, 몰랐어요. 당황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고…….”
“변명부터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의 목덜미와 귀를 매만지며 마르티안이 말했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휴이는 얌전하게 그녀가 원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바닥을 보았다. 마르티안은 그의 목덜미를 살살 쓰다듬었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고조된다. 눈앞의 개를 교육하는 게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이는 금세 그녀의 기분을 눈치채고는 슬그머니 기대왔다. 마르티안이 그의 등을 쓸어 내렸다.
“자세도 못 잡아서 분위기도 망치고 말투도 엉망이고. 어떡할 거야?”
“처음이라 잘 몰라서, 몰라서 그랬어요. 가르쳐 주시면 노력할게요. 노력해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 그건 알아서 네가 할 부분이고 내 앞에서는 어떻게든 잘해야지. 못하면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드니까.”
그녀는 가볍게 웃었지만 내용은 더없이 냉정했다. 휴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의 표정이 약간 멍했다. 그녀가 물었다.
“왜 억울해? 난 원래 못난 개한테 가혹해. 그게 너든 아니면 다른 개든.”
“아…… 아니요. 안 억울해요. 그냥, 그런 게, 좋아서요.”
휴이는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그는 이 상황이 그리고 그녀가, 좋았다. 일방적으로 제어당하는 것, 불합리한 조건들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가차 없는 취급을 받으며 무정한 학대를 강요당하는 것까지. 그건 그가 꿈꾸던 모든 것들이었다.
그는 지나치게 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술을 가볍게 씹었다. 눈앞의 주인은 더없이 완벽했다. 그녀가 주는 가학은 모두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고통스럽게 성기를 매질 당하는 것마저도 그랬다.
맞을 때는 죽을 것 같은 고통뿐이었는데 이제 남은 건 들끓는 흥분뿐이었다. 허리 아래가 빠듯하게 굳어졌다. 휴이는 다리를 움직여 그것을 감추려 들었지만 마르티안은 그의 상태를 쉽게 눈치챘다.
“좆부터 세우고, 남창보다 더 헤프기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매도했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뺨에 손찌검을 했고 스스로 헤픈 개라고 말하길 종용한다. 휴이에게는 그 모든 것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자극적이었다. 그는 마르티안에게 매달리며 좀 더 몸을 바짝 기댔다. 자신의 이 흥분과 감정이 전해졌으면 했다.
두들겨 맞고 난 뒤라 이전보다는 조금 더 태도가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그는 적극적이었다. 애초에 그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당연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원하는 걸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인생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르티안은 달라붙는 휴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한 개의 떨림은 제법 좋은 자극제였다. 그녀는 장난치듯이 그의 성기를 붙잡고 꾹꾹 짓눌렀다. 흐으, 흐으응. 신음이 이어졌다. 그녀는 휴이의 몸을 살짝 밀고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다리 벌려.”
정확한 내용이 없었음에도 휴이는 자세를 잡았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앉아서 다리를 활짝 벌리는 모양이다. 마르티안과 처음 만났던 날 스스로 했던 자세였다. 성기와 고환, 회음부와 뒷구멍까지 모조리 드러나는 천박한 자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치스러웠다. 휴이는 그 수치를 기껍게 받아들였다.
마르티안이 몸을 일으켰다. 개의 시선으로 두려움과 기대감이 잔뜩 섞여든다. 그녀가 발을 들어 개의 다리 사이를 꾹 눌렀다.
“지금부터는 질문을 할 거야.”
“흐, 주인,님……읏.”
그녀의 발가락이 단단해진 성기를 주무르듯이 눌러댄다. 휴이는 입술을 깨물며 사정을 참아내느라 애썼다. 한 번도 제대로 싸지 못한 상태라 작은 자극에도 흥분이 지나치게 올라왔다.
“대답은 3초 내로 해.”
“흐, 흡, 싸, 쌀 거……하윽!”
“허락한 적 없잖아, 그럼 참아야지.”
휴이가 부들거리며 떤다. 애원과 변명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가 간절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본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이런 식으로 짓밟히다가는 쉽게 싸지를 것이다. 애써 애정을 받았는데 또 혼나고 싶지 않다. 아니 혼나고는 싶었지만, 같은 실수를 자꾸 하면 버림받을지도 몰랐다.
휴이가 몸을 구부려 마르티안의 무릎에 입을 맞춘다. 제법 귀여운 애원이었다. 마르티안이 발끝을 세워 그의 고환 아래를 쭉 내리긋는다. 약한 살결을 가르며 자극이 치고 올랐다. 당장 사정할 것처럼 엉덩이가 들썩인 순간, 마르티안은 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뺨을 내리쳤다.
“흐으!”
피부가 희다 보니 자국이 진하다. 두어대를 더 때리자 뺨이 온통 붉어졌다. 이유 없이 맞았는데도 개는 억울한 기색 하나 없었다. 아니 도리어, 그녀의 손에 뺨을 비빈다.
눈가는 당장 울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서러워서가 아니라 흥분해서다. 지나치게 흥분해서 울어대는 개라니, 뺨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손찌검을 하고 싶었다. 그녀가 개의 뺨을 매만진다. 부드러운 금발이 흘러내려서 손등을 간질였다.
마르티안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중얼댔다.
“내일 일정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내일 아침에는 모든 인원이 숲을 시찰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녀도, 백작도 참여해야 하는 자리다. 이 상황에서 백작의 얼굴선이 뭉개지게 때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손이 떨어지자 휴이가 역시 아쉽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는 바라는 걸 숨기려 들지 않는 솔직한 개였다.
마르티안은 몸을 숙여 그와 시선을 맞추자 흥분에 젖은 눈이 그녀를 마주 본다. 천천히 손을 들어 셔츠 목덜미 부분을 양손으로 움켜쥔다.
비싸고 부드러운 옷감은 투두둑 소리를 내며 쉽게 찢겨나갔다. 너덜거리는 옷 사이로 붉게 부푼 유두가 드러난다. 휴이가 신음을 뱉어낸다. 달아오른 신음은 제법 소리가 컸다.
“옷이 뜯기는 것만으로도 쌀 거 같아?”
마르티안의 말에 만지지도 않은 성기가 꿈틀댄다. 대답을 몸으로 하는 꼴에 그녀가 픽 웃었다.
“잘 대답하면 가게 해줄게.”
그녀가 학대당해 부푼 유두를 잡아 비튼다. 휴이가 온몸을 비틀며 헐떡인다. 마르티안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여기, 얼마만큼 괴롭혀 봤어?”
* * *
마르티안이 휴이의 공간에서 나온 건 아주 늦은 밤이었다. 기본적인 부분들을 확인하고 기초적인 걸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느라 대단히 뭘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휴이 자체가 근육이 있고 묵직한 몸이다 보니, 그 몸을 제어하고 굴리는 데만도 피곤한 것이다. 앞으로 운동을 더 해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계단 쪽으로 몸을 옮겼을 때였다.
누군가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공처럼 둥그렇게 몸을 말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잠든 모양새였다. 누군가 술에 취해 밖에서 잠든 건가 싶어서 그녀가 발을 옮겼다.
“엘 도안?”
이런 술버릇은 없었는데, 마르티안은 당황해서 그를 깨웠다. 어깨를 잡고 흔들자 그가 피곤한 얼굴로 눈을 떴다. 멍한 초점이 이내 분명해진다.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다가 온몸이 결리는지 으으 소리를 내며 다시 주저앉았다. 마르티안이 혀를 찼다.
“밖에서 이러고 자고 있으니까 그렇지. 취해서 나왔어? 들어가서 자.”
“아니, 그게…… 어, 누님은 이제 올라가세요?”
그가 힐끔 창밖을 본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를 가늠하는 모양새다. 술에 취해 밖에서 잠들어서인지, 엘 도안의 얼굴은 그새 엉망으로 변해있었다. 거뭇한 꼴이 지나치게 피곤해 보여서, 마르티안은 동생의 새로운 술버릇에 혀를 찼다.
“아마 얼마 있으면 해가 뜰 거야. 내일부터 숲도 돌아다녀야 하잖아. 얼른 들어가 자.”
“어차피 깼는데 누님 방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그 말에 마르티안이 웃는다. 갑자기 하는 소리가 귀엽긴 한데 좀 우스웠다.
“누가 누굴 데려다줘? 너보다 내가 이곳을 더 잘 알 텐데?”
“그래도요. 밤이 늦었고.”
“그래, 밤이 늦었지. 그러니까 얼른 가서 자. 괜한 소리 하지 말고.”
엘이 머뭇거리다가 슬쩍 그녀의 뒤에 시선을 둔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 있는 건 그녀가 나온 백작이 머무르는 방뿐이었다. 갈림길에 있는 계단에서 정확하게 그녀가 나온 쪽을 바라보다니 이건 그녀가 어디에서 온 건지 알고 있었단 소리였다. 마르티안의 표정이 불쾌하게 굳어졌다.
“뭐야, 집사가 시켰어?”
“네? 아, 그게…….”
“노인네가 별걸 다…….”
“누님, 그런 거 아니에요. 집사는 아무 말 안 했어요. 그냥, 백작님을 누님이 직접 데리고 갔다고 했는데……. 지금 저택에 외부인도 많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그냥 제가 와본 거예요.”
급하게 변명하는 소리에 마르티안의 표정이 기가 막힌다는 쪽으로 바뀐다.
“그러니까, 걱정이 되어서 여기 앉아 망이라도 봤다는 거야?”
그 말에 엘의 입이 꾹 다물렸다. 마르티안이 한숨을 뱉어낸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고삐 풀린 것처럼 살고 있긴 했지만 자식 같이 기른 남동생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물론 엘은 그저 그녀를 걱정한 것이겠으나…….
“괜한 일을 해서 사람 민망하게 하는구나.”
그녀가 말을 뱉어낸다. 엘의 걱정이 매우 타당한 것이라서, 더욱 민망했다.
따져보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과하게 행동하고 있긴 했다. 백작과의 관계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와 있을 때면 홀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외부인이 득실거리는 이 저택 내에서 이런 태도로 지내다 보면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앞으로 백작과는 저택 밖에서 만나야겠다, 그녀가 그런 결론을 내렸을 때였다.
“누님은 백작님이 마음에 든 건가요?”
다소 웃긴 질문이었다. 그녀와 백작과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데도 마치 그녀에게 모든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물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묻는 엘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다. 마르티안은 이 화제가 좀 낯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며 답했다.
“그냥 적당히 보는 거야. 진지한 관계는 애초에 좀 어려운 관계니까.”
“……왜요?”
“왜는 무슨 왜야? 각자 책임질 가문이 있으니까 그렇지.”
“백작님이 그런 생각으로 누님과 만나는 건가요?”
“그것까진 모르지. 하지만 나부터도 가문으로 들어올 남자랑 결혼할 생각이니까. 거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마르티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뱉었다. 그녀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었고 동시에 책임져야 할 영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배우자는 그런 그녀의 삶을 도와줄 수 있는 남자여야 했다. 물론 집사는 백작의 재력으로 그런 건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서로가 바쁜 부부관계는 원치 않았다.
얌전하고 내조를 잘할 수 있는, 그녀를 위해 저택에서 기다리는 그런 배우자를 원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누님, 가문 때문에 억지로 결혼하는 건 아니죠?”
엘 도안이 심각한 얼굴로 되묻는다. 억지 결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이가 없었지만 그의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마르티안은 차마 웃진 못했다. 그저 그게 무슨 쓸데없는 질문이냐며 손을 내저었을 뿐이다. 이제 그만 돌아가란 뜻이었다. 밤이 너무 늦었고 내일은 일찍부터 일정이 있었다.
그녀의 손짓에도 엘이 버틴다. 드물게 보이는 고집스러운 태도였다.
“후계를 잇는 것 때문이라면 제가 결혼해도 되잖아요. 전 누님이 그거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 후계문제가 되는 거라면 제 아이를 누님에게 보낼 테니까요.”
갑작스러운 발언은 폭탄이나 다름없다. 마르티안은 제 동생이 한 말이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형제자매의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드문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흔한 것도 아니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결혼을 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네 아이를 보내겠단 소리는 또 뭐고?”
“……전에 약속한 거요.”
“약속?”
“교육원에 들어가기 한참 전에, 누님이 작위 물려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요. 제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누님 밑으로 보내겠다고 그렇게 말했던 거 기억 안 나세요?”
마르티안은 그제야 기억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영지를 맡게 되면서 여러모로 힘들 때였다. 미혼인 젊은 여성이 작위를 받게 되었으니, 그녀를 손에 넣어 도안 자작가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귀족 남성들이 끊임없었고, 주변에는 결혼으로 안정을 꾀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일삼는 이들로 넘쳐났다.
결혼, 후계, 안정. 안 그래도 힘겹던 상황이다. 도움을 준다고 찾아오는 친척들을 막기도 어려워서 그녀는 꽤 오래 참았다 하지만 끝까지 참진 않았다. 그녀는 모든 만남을 끊어버리고 사교계를 비롯한 모든 모임에 일절 발길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제 와 아무렇지 않게 떠올리는 기억이지만 어렸던 엘 도안에게는 크게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마르티안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냥 위로로 한 말이어야지. 나중에 네 부인될 사람에겐 무슨 실례야? 아이 양육권이 너한테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내가 억지로 가문 때문에 결혼할 사람처럼 보여?”
“누가 강제로 시켜야만 억지인 거 아니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택한 것도, 그것도 억지고 강요예요.”
엘은 불퉁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마르티안이 이 가문을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는 걸 안다. 어린 나이에 이 영지를 이어받았다는 건 그만큼의 여유를 상실했다는 뜻이었다. 부모의 그늘에서 차근히 배워야 할 것들이 비어버려서, 마르티안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구석진 땅에 쏟아부었고, 그녀가 즐길 수 있는 거라고는 아주 한정적인 사생활이 전부였다. 영지에서 벗어난 경험이 현저하게 적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그것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기꺼이 그렇게 했지만, ‘기꺼이’ 했다고 해도 희생은 희생이었다.
“누님은 가문에 맞는 상대인지 재보는 게 먼저잖아요. 그리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그대로 관계를 그만둘 거구요. 그게 왜 가문을 위한 게 아니에요?”
“그건 누구나 그래. 귀족들 중에 안 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전 누님이 가문 때문에 선택지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언가를 하는 일이든,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이든 뭐든지 간에요.”
마르티안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면서도 그는 고집스럽게 답했다.
* * *
도안 영지의 숲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자작이 직접 조사단을 대동하여 숲을 시찰하러 나왔기 때문이다. 마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건 숲이 시작되는 정도까지다. 이후부터는 걸어서 움직여야 했다.
적나무를 심어놓은 숲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산맥 안쪽에 만들어놓은 숲 관리소에 다다른다. 평소 숲지기들이 살며 일하는 곳이었다.
숙식이 가능하게 꾸며진 단층 건물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나름 병해를 조사하기 위한 물품들이 구비된 살뜰한 공간이었다.
“연구시설이 제법 갖추어져 있더군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숲 관리소를 돌아본 교수가 제법 긍정적인 칭찬을 내어놓는다. 제국 교육원에서 연구하던 사람의 눈에도 제법 괜찮다고 하니, 그동안 들인 돈이 아주 쓸모없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매끄럽게 응대했다.
“감사합니다. 근방의 숲들은 모두 적나무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다른 수종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숲지기들에게 직접 듣도록 하지요.”
그녀가 부르자 숲지기들이 자료와 지도를 들고 들어왔다. 도안 영지의 지형을 그린 지도로 숲에 심긴 수종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두꺼운 자료는 숲을 관리하며 기록지 묶음이었다. 그들은 자료를 내려놓으며 조사단과 마르티안을 번갈아 보았다. 나쁜 상황에서 생겨난 조사다 보니 잔뜩 긴장한 모양새였다.
마르티안은 속으로 한숨은 내쉬고는 제 동생을 불렀다.
“엘 도안, 잠시 이리 와줄래?”
그녀가 눈짓으로 숲지기를 가리키자 엘이 금세 상황을 파악한다. 그는 숲지기를 이끌고 한쪽으로 움직였다. 오랜만이라며 말 붙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불안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서성이던 숲지기들의 얼굴이 조금씩 펴진다.
“예예, 도련님도 여전하시네요.”
목소리로 반가움이 묻어났다. 어릴 때부터 숲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엘 도안은 가문의 숲지기들과 스스럼없이 굴 정도로 친했다.
“누님, 이곳에서는 제가 일을 진행해도 될까요?”
엘 도안이 그녀에게 물어온다. 원하던 바였다. 마르티안은 숲지기들과 친분이 적었으니까. 포상은 후하게, 만남은 적게, 일하는 건 자유롭게, 잘못에는 단호하게. 그녀가 아랫사람을 부리는 방법이었다. 그들은 이 영지를 다스리는 자작을 존경하고 고마워했지만, 어려워했다.
안 그래도 문제가 생긴 마당인데 어려운 사람이 있어 봐야 긴장되기만 할 뿐이다. 솔직한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테니까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있는 게 좋았다.
마르티안은 조사단에게 숲지기를 소개하고는 엘 도안을 대리자로 내세우는 것으로 남은 할 일을 털어버렸다. 하루 정도는 더 책임감 있게 굴어보려 했건만 생각보다 일찍 동생에게 상황을 맡기게 된 것이다.
교수가 먼저 나서서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엘 도안이 상황을 맡아주면 저희도 편하지요. 사실 점심에도 맛있는 후식을 맛볼 수 있게만 해주시면야 뭐든 상관없을 거 같긴 합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어제 요리에 대한 칭찬과 특정 요리에 대한 요청이 튀어나왔다. 이내 상대가 택한 음식보다 자신이 말한 게 더 낫다는 것으로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유쾌한 실랑이는 투표를 해서 음식 목록을 만들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거, 열심히 투표해야겠는데요.”
“이놈들이 열심히 일하기나 하지, 무슨 투표에 열심을 걸어?”
교수가 혀를 차자 누군가가 냅다 말을 뱉어낸다.
“교수님은 기권하시는 겁니까?”
“초콜릿 타르트! 나는 이미 투표를 했어.”
그 말에 다들 웃는다. 마르티안이 끼어들어 교수 몫의 간식을 두 배로 챙기겠다고 하자 그는 커다란 덩치로 뛸 듯이 기뻐했다. 남 보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럼 나중에 저택에서 뵙지요.”
마르티안이 인사를 하고 그곳에서 나왔다. 마차가 오갈 수 있는 길까지 나가려면 제법 걸어야 했다.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풀어졌다. 이내 급격히 피곤해졌다. 어제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었던 탓이다.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마르티안은 한숨을 뱉어내며 발을 옮겼다. 마차에 다다를 즈음 누군가 그녀를 불러 세운다. 상대를 확인하고 그녀가 발을 멈췄다.
“무슨 일이신가요, 백작님.”
그녀의 태도에는 한 점의 사적인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휴이는 도리어 말문이 막혀 머뭇댔다.
숲을 시찰하는 내내 둘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의례적인 인사를 한 게 전부였다. 시선이 자꾸 마르티안의 쪽으로 닿는 그와는 달리 그녀는 그저 일에 매진할 뿐이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응대, 급하지도, 늦지도 않은 적절한 일 처리. 영지를 다스린 기간을 증명하듯 그녀는 물 흐르듯이 조사단을 안내했다. 그것이 보기 나쁜 건 아니었지만 휴이는 조금이라도 빨리 단둘이 있고 싶었다.
그녀가 자리를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이 역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마르티안은 그가 따라온 것을 전혀 반기지 않았다.
“백작님은 좀 더 숲을 시찰하셔도 됩니다. 저야 일이 있어 먼저 떠나지만 백작님은 이번 조사의 담당자이니까요.”
예의를 갖춘 정중한 어투였다. 적금발을 올려 묶어서 목과 어깨로 이어진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예쁘고 매혹적인 선, 그의 시선이 그곳을 지나 그녀의 손으로 옮겨간다. 가혹하게 그를 압박하던 손이었다.
“주인님.”
그가 마르티안을 불렀다. 지금의 그녀를 흔들 수 있는 단어는 그것뿐이었으니까. 예상대로 마르티안은 나긋하게 웃던 미소를 지웠다. 그녀가 그를 훑어 내렸다. 휴이는 그녀에게 가깝게 다가섰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주인님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마르티안은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짧게 한숨을 뱉어냈다.
“손 올려봐.”
그가 얌전히 손을 내민다. 마르티안이 툭 소매를 걷어내자, 붉고 검게 물든 손등이 드러났다. 피멍이 들어 엉망인 곳은 아직도 부어있었다. 그녀가 만든 흔적이다. 화가 나서 매질한 탓에 흔적은 못나게 그어져 있었다.
마르티안이 그 손을 위로 덧대어 잡았다. 매만지듯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이 흠칫거리며 움츠러든다. 부드럽게 쓸어도 아픈 모양이다. 마르티안은 어느 순간, 멍든 곳을 짓이기듯 눌렀다.
“흐……으……아프…….”
솔직한 개는 여러모로 귀엽긴 했지만 아직도 제멋대로였다.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굳이 따라온 것만 봐도 그랬다. 마르티안은 벌을 주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상처를 짓누르는 손길에는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아무 데서나 치대지.”
고통에 헐떡이면서도 그는 다시 발기했다. 고통은 괴로웠지만 어쨌든 자극적이었다. 마르티안이 괴롭히던 손을 떼어냈다. 고통이 멈춘 자리로 자글거리는 흥분만 남는다. 부풀어 오른 그의 앞섶을 보며 그녀가 혀를 찼다.
“네 좆만큼 헤픈 게 또 있을까 싶어.”
“자, 잘못…… 흐윽, 읍…….”
그녀가 그의 가슴, 유두 위를 손으로 문지른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맞은 곳이다. 붓고 해어진 속살은 천에 쓸리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았다.
“여기 만지면서 싸는 연습했어?”
휴이는 수치로 인해 터질 것 같이 붉어진 얼굴을 숙였다. 네, 라고 하는 대답이 기어 들어갈 듯 작다. 마르티안은 못마땅한 얼굴로 되물었다.
“대답 정확히 못 해?”
“아, 그게…….”
그녀가 양손을 벌려 그를 품에 안았다. 등과 허리를 더듬어 내린 그녀의 손이 그의 엉덩이를 꽉 틀어쥐었다. 어제 많이 맞은 곳이라 나오려던 대답이 신음으로 변해 튀어나왔다. 흐으, 견디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마구잡이로 엉덩이를 움켜쥔다. 우툴두툴하게 부은 자리를 손끝을 세워 긁어내었다.
“휴, 내가 뭐 연습하라고 했어?”
속삭이듯 그녀가 다시 물었다. 완전히 밀착된 상태라 목소리를 크게 낼 것도 없다. 반대편에서는 휴이의 몸에 그녀가 전부 가려질 것이다. 마르티안은 이 상황이 꽤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의 개를 놓지 못했다.
딱 달라붙은 몸으로 개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당장 아래를 벗겨내고 바닥에 앉혀서 그 성기를 맛보고 싶었다. 삼키고 싶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야외였다. 아니, 지금 꼴도 사실은 위험했다.
“또 혼나고 싶어? 이번에는 구멍도 맞을까?”
“흐으, 아니요. 주인님.”
개는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아파서가 아니라 흥분해서였다. 그녀에게 닿은 앞은 단단하다 못해 뜨거웠고, 꿈틀거렸다. 하지만 함부로 싸진 못한다. 그녀는 그의 엉덩이를 더 거세게 움켜쥐었다.
“대답해. 내가 뭐 하라고 했어?”
어젯밤 교육을 하면서 여러 숙제도 같이 내어줬다. 그녀는 자신의 개가 어느 곳을 자극하든 쉽게 싸는 천박한 몸이 되길 원하면서 동시에 주인의 말이라면 참을 줄 알게 되길 원했으니까.
밤새 그가 들었던 말들은 모두 그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가 대답하라 종용하는 것도 그것이다. 휴이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젖, 꼭지 비비면서, 흐으, 흐응, 싸는, 거 연습하고……. 흐읏! 주, 주인님. 아으, 흐읍.”
말 한마디 한마디가 쉽지 않다. 멍들고 부어올라 따끔거리는 엉덩이를 마구잡이로 움켜쥐는 손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르티안과 완전히 밀착되어있는 바람에 앞섶이 비벼져 자극이 심했다.
그가 엉거추춤 엉덩이를 빼려 하면 마르티안은 손에 힘을 주어 하체를 맞닿게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헐떡이는 개가 만족스러워서, 그녀가 관대하게 말을 뱉어냈다.
“대답 제대로 하고 나면 싸도 돼.”
그녀로서는 매우 관대한 조건이었지만, 휴이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수치스러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자극이었으니까. 그의 좆은 당장이라도 쏟아낼 것처럼 꿈틀댄다.
마르티안은 그 뜨거운 덩어리에 자신의 하체를 짓눌렀다. 천박하게 비비는 몸짓에, 휴이의 몸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움츠러든다. 그야말로 희롱하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웃으며 말을 더했다.
“대답 얼른 하는 게 좋을 텐데? 함부로 싸고 싶은 게 아니라면.”
“흐읏, 흐, 좆 만지면서 아읍, 흡, 차, 참는 연습이랑…….”
휴이가 헐떡인다. 흥분으로 머릿속까지 달아오르는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욱 대답을 찾아내야 했다. 허락 없이 쌌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아니 무슨 꼴을 당하기만 한다면야 상관없지만 또 개답지 못하단 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휴이는 필사적으로 그녀가 밤새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기억과 함께 자극적인 행위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온몸을 벌리고 내밀며 하나하나 확인받고 그 몸을 지금껏 어떻게 써왔는지, 흥분이 되는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말해야 했던 그 행위가.
그의 좆이 터질 것처럼 꿈틀댄다.
“어, 엉덩이 흐으! 들라고 하면 어깨 내리고 흡, 흐으, 엉덩이만 드는 거, 하윽, 흐읍, 자세 잘 잡는 거랑…….”
“그리고.”
“……마, 말 예쁘게요. 말하는 거…… 흐응, 읏, 흣.”
“중요한 게 빠졌어.”
휴이가 마르티안의 어깨에 얼굴을 비벼댄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주인님이라는 말조차 하기가 어려워서, 그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목덜미와 귀 뒤, 귓불을 핥고 빨았다.
거대한 대형견이 매달려 핥아대는 꼴이었다. 마르티안은 벌벌 떨며 매달리는 개를 보다가 그 앞섶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열기로 뜨거운 곳을 움켜쥐니 허리가 후드득 떨렸다.
“아, 안돼, 하으! 주, 주인…….”
“개의 가치가 어디에 있다고 했어?”
마르티안은 나름의 배려를 발휘했다. 대답을 찾기 쉽도록 단서를 주었으니까. 단지 그 단서를 준 배려만큼 자극을 더했긴 했다. 발기한 성기를 직접적으로 문지르는 손길에 휴이의 얼굴이 흥분으로 일그러졌다.
“이대로 싸면 한동안은 못 볼 줄 알아.”
“흐으, 시, 싫어. 주인님, 하으, 흐으응, 흐읍…….”
“싫으면 제대로 대답해야지.”
“흐으, 흐, 아! 혀, 혀 쓰는, 거 연습하라고…… 흐아!”
휴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흥분을 쏟아냈다. 그녀의 손이 질척하게 젖는다. 야외에서 수치스러운 말을 뱉으며 사정한 것이다. 벌게진 눈가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너무 흥분해서 울어대는 몸이라니. 연기라면 지나치다 싶어 식을 상황인데 눈앞의 개는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다. 마르티안은 끓어오르는 흥분을 겨우 내리눌렀다.
당장 질펀하게 뒹굴고 싶었지만 이대로 둘이 사라지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것이다. 성기를 주무르던 손을 꺼내자 정액이 질척하게 묻어났다. 핥아먹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그만둔다. 그거까지 시키고 나면 그녀도 더는 참지 못할 거 같았으니까.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아내고는 바닥으로 버렸다.
“휴, 오늘 할 일은 제대로 하고 돌아와.”
“네?”
멍한 표정으로 휴이가 그녀를 바라본다. 마르티안은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겉옷을 여며주었다. 길이가 제법 길어서 젖은 앞섶을 가리고도 남는다. 질척하게 젖은 아래가 신경 쓰이고 불편하겠지만 그만큼 흥분의 요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개가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유희였다.
그녀는 한걸음 뒤로 몸을 물렸다. 예의를 갖춘 말투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백작님은 이번 조사에 담당자시니까요. 돌아가서 숲을 더 시찰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저녁때 뵙지요.”
* * *
마르티안은 저택에 도착했다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집사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오신 거냐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피곤해서 그래, 어제 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마르티안이 대충 대꾸하며 마차에서 내린다.
저택은 입구부터 분주했다. 오랜만에 꽤 큰 규모의 손님을 맞으려니 일손이 모자라는 모양이었다. 마르티안은 주위를 훑으며 집사에게 지시했다.
“점심은 숲으로 보내고. 보내면서 저녁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 연구가 길어지면 거기서 먹을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교수 몫의 디저트는 두 배로 준비하도록 해. 지원금 일부를 받았다고 했지? 그 안에서 식비와 지출은 감당 가능한 거야?”
“일단 식비 부분은 주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다만?”
“일손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일손을 늘리게 되면, 아무래도 현재 지원금의 반을 남기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거 같은 상황이라.”
“반? 아아, 초기 지원금은 최대한 아끼기로 했었지.”
초기 지원금은 착수금이다. 조사단을 먹이고 재우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라고 나온 돈,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충실히 쓰기에는 세상은 또 녹록지가 않는 법이었다. 정부에서는 연구를 목적으로 병든 나무를 사겠다고 했지만, 그 ‘구입금액’은 조사단의 최종 평가서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되어있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절차이긴 했지만, 평가서를 잘 써주겠다는 이유로 조사단에서 영지에 돈을 요구하기 쉬운 상황이기도 했다. 도안 자작가에서는 그때를 대비해 가급적 돈을 절약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별 쓸모없는 대비이긴 했다. 마르티안은 백작과의 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그냥 원래 목적대로 쓰면 될 거 같으니까. 주방에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라고 전해. 필요하면 일손도 늘리고.”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저택의 끝의 외진 문을 열고 론이 나왔다. 품에 가득 커다란 포대를 들어 옮긴다. 이마가 흠뻑 젖어 있었다.
일손이 부족하니 눈에 띄는 곳에서도 일을 시키는 모양이지 싶다가 이내 조사단이 전부 외부에 있으니 론을 풀어 둔 건가 싶기도 했다. 누군가가 론의 품에 커다란 감자 포대 하나를 더 올린다. 마르티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론은 내 애첩이야. 그냥 하인 아니고 바쁘니까 놔두긴 하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집사가 론을 발견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범벅인 꼴로, 커다란 포대를 두 개나 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자작님.”
집사가 고개를 숙인다. 그는 론을 싫어했지만 마르티안이 아끼는 애첩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할망정 몸이 상하는 일은 잘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은 실내에서 하는 한가한 일을 맡기는 편이었는데, 그 일이 끝나자 누군가가 데려와 일을 시킨 모양이었다. 오늘 주방에 일손이 많이 모자랐다고 해도 어쨌든 그녀가 불쾌히 여길만한 일이었다.
집사의 태도에 마르티안도 표정을 풀었다.
“상황이 안 좋네. 바쁜 상황 보면서도 거절할 만큼 론 성격이 뻔뻔한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가급적 빨리 일손 구해.”
결국은 일손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오늘 점심 식사는 숲에서 이뤄진다. 현장에서 모자란다고 해도 주방에서 바로 응대할 수 없으니, 최대한 넉넉히 만들어야 했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일손은 똑같은데 할 일이 늘어나니 주방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포대를 다시 고쳐 드는 론을 보았다. 잘 뻗은 몸은 날렵하고 보기에 좋다. 피부색이 짙지만 섬세하고 예쁜 얼굴은 표정이 잘 없어서 무뚝뚝하고 까탈스럽게 보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론이 우는 게 좋은 것이다. 평소와 극렬하게 달라지는 그 표정이 흥분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건지 론이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당연하게도 그는 마르티안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론이 먼저 시선을 피한다. 마치 그녀를 못 본 것처럼 휙 고개를 돌린 것이다. 아예 몸마저 돌리더니 주방 뒷문이 있는 저택 뒤쪽으로 걸어갔다. 평범한 척을 하고 있으나 도망치는 모양새였다.
마르티안은 그대로 걸었다. 굳이 론을 불러 세우진 않았다. 그녀의 발이 명확하게 그에게 향하자 론은 더 이상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저 멈췄다. 이내 그가 몸을 돌린다. 질근거리며 입술을 씹고 있었는지 아랫입술이 찢어질 모양새로 붉었다.
“들고 있는 거 내려놔.”
론이 들고 있던 걸 내려놓는다. 털썩하고 포대 두 개가 바닥에 쌓인다. 젖은 이마로 땀이 뚝 떨어졌다. 론은 자세를 바로 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고개 들어야지. 아니면, 여기서 벗고 싶어?”
그 말에 놀라 론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자 또 시선이 떨어졌다. 그녀와 마주한다는 게 불편하고 괴로운 표정이었다. 겁을 먹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고 있는 것이다. 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얼굴로,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대답.”
마르티안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론의 얼굴이 돌아간다.
“뭐 하는 거야, 론.”
“잘못했습니다, 자작님.”
“그래, 잘못 많이 했지.”
그녀는 론의 붉어진 뺨을 툭툭치고는, 그가 입고 있는 셔츠 옷깃을 잡아 뜯었다. 반쯤 단추가 뜯겨나가고 옷이 너덜거리며 벌어진다. 그녀가 론에게 달아두었던 고리와 사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외진 곳이지만 엄연히 바깥이고, 사람들이 쉽게 오가는 곳이었다.
론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든다. 마르티안은 그것이, 백작이 보여주던 수치와는 다른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수치를 흥분으로 받아들인다면, 론은 이런 것을 진심으로 견디기 어려워했으니까.
“내가 널 하인으로 두긴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진짜 하인인 건 아니잖아.”
마르티안이 고리를 잡아 반쯤 비튼다. 흐으, 신음이 작게 삼켜졌다. 그녀가 손을 움직여 고리를 잇는 얇은 사슬을 손에 쥐었다. 손에 비틀어 감자, 바짝 당겨진 사슬로 인해 고리가 유두를 잡아당겼다. 론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마르티안은 사슬을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당겨진 사슬로 인해 그가 마르티안 위로 몸을 굽혔다.
바짝 기울어진 몸이 벌벌 떨고 있다. 고작 이 고통에 이토록 벌벌 떨리는 없었고, 마르티안이 어떻게 굴지 몰라 무서워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르티안은 차근히 속삭였다.
“말로 해서 못 알아듣는 거 같네. 이대로 벗겨서 침실까지 갈까?”
“흡, 잘못, 흐으, 주인님…….”
“잘못했으면 혼나야지. 이대로 기어서 따라올래?”
눈가가 붉어지더니 금세 눈물이 뚝 떨어진다. 눈앞의 개는 예쁨받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취급하면 상처받는다. 그런 취급이 좋아서 마르티안과 뒹구는 일반적인 개들과는 달랐다. 론의 눈물은 대부분 견딜 수 없어서, 서러워서 흐르는 것이다. 마르티안은 짜증을 드러내며 말했다.
“왜 울어? 주인보고 꼬리도 칠 줄도 주제에 뭘 잘했다고.”
제 주인을 피하려 드는 개라니. 그것도 론이 그렇게 굴었다는 게 짜증스럽다. 성향을 완전히 자각한 열일곱 이후, 그녀는 수많은 개들을 만났다. 잠자리에서 함께할 때는 다 그럴듯한 사이였으나 그 이후에는 금세 잊히곤 했다. 오직 론만이 지금도 함께하는 유일한 개였다.
마르티안은 벌벌 떠는 개를 보며, 제 안에 치미는 화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개가 건방지게 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 화가 날 일인가를 되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몰아붙여서 앞으로는 감히 피할 생각도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녀는 마땅히 그럴 수 있었다. 론은 그녀의 개였고 또한 그녀 옆이 아니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으니까. 론은 용서해달라는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잘못했다고 비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녀에게 예쁨받는 것이 삶의 목표나 다름없는 존재.
론이 그녀를 떠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잡심부름이나 남창 짓이 전부일 것이다. 론의 맹목은 생존과 맞닿은 맹목이었다. 그녀 앞에 있는 것이 진심으로 싫다고 해도 결국은 그녀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걸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훅 가라앉는다. 마르티안이 쥐고 있던 사슬을 놓았다. 한발 늦게 알아챈 론이 주춤대며 굽힌 몸을 바로 세웠다. 당겨지고 비틀렸던 유두는 그새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그녀는 제 앞의 개를 차근히 바라보다가 짧은 한숨과 함께 말을 뱉었다.
“억지로 견디는 거면 그만둬. 이곳을 나가도 적당히 먹고 살 수는 있게 해줄게.”
그래도 오래 끼고 있던 애첩이었다. 그녀는 론이, 그녀 앞에서 억지로 맹목이 되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녀에겐 적당한 개들이 많았으니까. 론의 마음이 떴다면 굳이 그를 데리고 억지로 굴릴 필요는 없었다.
“내 옆에서 고생한 대가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그래도 입맛이 쓰긴 했다. 같이 한 시간과 쌓은 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었다. 시작이라는 게 있다면 끝이 나는 법이었으니까.
그녀가 한숨과 함께 몸을 돌리려는 순간, 털썩 소리가 났다. 론이 엎드러지다시피 무릎을 꿇었다.
“……잘못, 했습니다. 자작님이 흐, 흐읍, 백작님이랑 만나시는 게 힘들어서, 흐으, 흐윽, 그래서 익숙해질 때까지만 피하려고……. 주제넘는 거 아는데도, 으, 흐읍, 잘 안돼서…….”
그는 무릎으로 기어 그녀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제 주인을 뺏기지 않고 싶은 독점욕이자 질투였다.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은 안으로 타들어 갔다. 주제넘지 않게, 개답게, 침대에서 쓰는 용도답게 구는 것. 론은 제게 그어진 선을 넘을 수 없었으니까.
그에 반해 백작은 그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존재였다. 제 존재는 수치스러워 숨겨져야 했지만, 그는 그린 듯 어울리는 모양새로 그녀와 함께 있었다.
론은 언젠가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론만큼 그녀의 말을 잘 듣고 그러면서도 부유한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백작은 그 바람대로 만들어진 듯 알맞았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모든 것이 다,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죽어가던 그를 살려준 것도, 처음으로 예뻐해 준 것도, 살아가는 이유를 준 것도 마르티안이다. 론에게는 마르티안과 만나는 공간들이 삶의 전부였고, 그녀와의 관계가 유일한 교류였다. 이제 와서 그 외의 것을 준다고 한들 대단한 의미가 있을 리 없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흡, 함부로 굴어서, 죄송합니다. 자작님, 계속 여기 있을 수 있도록…….”
론은 그녀의 옷자락 끝을 움켜쥐었다. 평소 같으면 감히 못 할 짓이었지만 이대로 그녀가 돌아가 버릴까 무서웠다.
“론.”
그녀가 부른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목소리가 쉬이 나오질 않았다. 론은 쥐고 있던 옷자락을 대답처럼 더욱 움켜쥐었다. 그때였다. 주방 뒤뜰로 누군가 나왔다.
“급해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왜 이렇게 안 오는……. 자작님?
그가 마르티안을 발견하고 황급하게 고개를 숙인다. 이내 눈치를 보듯이 상황을 살피고는 다시 주방 안으로 도망쳤다. 한참 점심을 준비하는 중일 텐데 이래서야 식재료가 쌓여있는 뒤뜰로 아무도 나오질 못할 것이다.
마르티안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론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
침실은 늘 그렇듯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근래에는 론을 끼고 잠들지 않았으니 흐트러질 일도 크게 없었다. 마르티안은 론을 보았다.
“얼굴이 엉망이네.”
마르티안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매만진다. 올라오는 동안에도 내내 울었던 건지 뺨은 아직도 젖어 있었다. 론은 울 때면 평소와 표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억눌린 감정이 눈물과 함께 쏟아지며 그의 간절함이 드러나곤 했으니까. 더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우는 그 표정이, 그녀에게 흥분과 만족감을 주곤 했다. 그녀가 물었다.
“백작님을 받아들인 게 그렇게 싫었어?”
론의 몸이 떨린다. 입술을 꽉 깨물고 몇 번 숨을 삼킨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 그 자체로 답하는 꼴이었다. ‘정말 싫은가 보네.’ 마르티안은 그것이 주제넘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다.
“대답해야지.”
마음이 풀어져서 론을 대하는 말투도 풀린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마르티안이 화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고는 안도한 것이다. 론은 자신의 뺨을 매만지는 그녀의 손에 얼굴을 기울여 기댔다.
백작이 했던 것과 닮은 모습이었으나 전혀 다른 태도였다. 론이 겨우 입을 연다.
“괜찮, 습니다.”
그건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이었다. 정말 괜찮았다면 아까 그 난리를 피울 이유가 없었고, 지금도 이렇게 서럽게 울 이유가 없었다. 론은 그저 그녀의 기준에 맞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마르티안은 쓰다듬던 손을 내려 론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론은 눈치를 보며 몸을 움츠렸다. 버림받기 싫어 간절해진 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정말로, 정말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이전처럼, 곁에서 있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그는 몇 번이나 울음을 참아내며 말했다. 벌겋게 물든 눈가가 자꾸 젖는다. 매인 목줄을 풀어준다는데도 그는 그냥 그녀의 곁에 주저앉길 택했다.
그 모습이 만족스럽다. 마르티안은 그런 자신이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를 몰아붙이고 고통에 밀어 넣어 참는 것을 보는 걸 즐기긴 했지만 맹목적인 복종심을 바라진 않았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얄팍한 역할극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맹목이 귀찮다고 여기곤 했다. 그녀가 론에게 말했다.
“네가 예쁘게 굴면 널 계속 예뻐할 거야. 백작이 예쁘다면 그쪽을 그렇게 할 거고. 백작보다야 네가 나를 더 잘 알 테니 좀 더 유리하겠지.”
그녀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애초에 그녀는 관계의 유지를 놓고 약속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론은, 이런 모습이 더 예뻤다. 마르티안은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조금 더 내려 론의 엉덩이를 만졌다. 품에 안긴 몸이 또다시 움찔 떨린다.
마르티안이 손으로 론의 바지 버클을 풀어낸다. 헐렁해진 윗부분으로 그의 속옷이 살짝 드러난다. 마르티안은 그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론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발기되지 않은 건 아직 말랑거렸다.
그녀는 손을 뒤로 돌려 론의 엉덩이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를 침대 위로 끌어들이지 못한지 꽤 지났으니, 이전에 그어졌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탄탄하고 매끈한 피부가 손에 감겼다.
“오늘은 조금, 힘들어도 되겠다.”
그녀가 웃으며 속삭인다. 론의 몸이 움찔 긴장하듯 움츠러들었다가 이내 그녀에게 안기듯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