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결국 칼라일은 제 바람과 달리, 그날과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아벨라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빠, 빨리 자리 비우시는 게 좋겠어요.”
“역시 그렇지?”
화가 난 아벨라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발정기였음에도 또렷했던 정신은, 그녀가 화나지 않았음을 확인받자마자 다시금 흐릿해지고 있었다.
“걱정 마, 바로 옆집일 뿐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옆집으로 와. 내일 날 밝자마자 돌아올 거니 너무 걱정 말고.”
아벨라가 칼라일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칼라일이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죄, 죄송해요……. 지금은 제 몸에 손 안 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칼라일이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뜻을 이해한 아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찬히 집을 벗어났다.
“내일 보자, 좋은 꿈 꿔, 칼라일.”
“어머니도요, 좋은 꿈 꾸세요.”
그렇게 시야에서 아벨라가 사라지고 나자, 칼라일은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눈앞에서는 아벨라가 사라졌지만, 안타깝게도 집 안 곳곳에는 그녀의 체향이 듬뿍 남아 있었다.
당장 그가 덮고 자야 할 이불만 해도 온통 아벨라의 냄새로 가득했다.
소파, 침대, 이불, 쿠션, 의자, 벽, 그리고 벽난로 근처에 널려 있는 빨랫감에서까지.
칼라일은 자신이 이것을 간과했다며 마른세수를 했다.
‘역시 내가 나갔어야 하는 건데…….’
인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도 점점 한계가 느껴졌다. 칼라일은 결국 포기하듯 늑대의 모습을 한 채로 끙끙 앓는 신음만 흘렸다.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숨 쉴 때마다 밀려오는 아벨라의 체향을 양껏 들이마시기도 했다. 그녀의 흔적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칼라일의 성기 또한 시커먼 털 틈 사이로 꿈틀대며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살덩어리가 끄트머리를 뾰쪽하게 세운 채 표피 밖으로 꺼내졌다. 칼라일은 허릿짓할 곳이 필요한 건지, 시장의 떠돌이 개들처럼 허공에 대고 홀로 허릿짓을 하기도 했다.
낑낑대며 홀로 허리를 흔드는 게 퍽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칼라일에겐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여유 따위 없었다.
칼라일은 한참이나 이불에 대고 온몸을 비비며 허릿짓을 해 나갔다. 그러다 만족하지 못한 건지 강낭콩 같은 코를 씰룩이며 아벨라의 체향이 더욱 깊게 남은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반쯤 이성을 잃은 탓에, 지금 칼라일의 행동은 본능에 가까웠다.
커다란 늑대의 발이 분주하게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벨라의 흔적과 함께 무언가를 찾는 눈치였다.
그가 돌아다닐 때마다 바닥에 발톱이 닿으면서 나는 탁탁탁탁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그는 기어코 무언가를 찾아내 입에 물었다.
작은 리본이 달린 앙증맞은 색상의 작은 천 쪼가리.
그것은 자세히 보니 아벨라의 속옷이었다.
빨래통에 들어 있던 것을 기어코 찾아낸 모양이었다.
칼라일은 아벨라의 팬티를 입에 물고 침대로 향했다. 그러고는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가져온 아벨라의 팬티에 코를 처박았다. 머지않아 방에는 짐승이 킁킁거리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한참 냄새를 맡던 칼라일은 아벨라의 보지가 닿았을 곳에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으로 욕정을 죽이기엔 한참 부족했다.
실제 아벨라의 보지를 핥아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고작 팬티 따위로 해결될 욕구가 아니었다.
결국 참다못한 칼라일은 작은 천 쪼가리에 불과한 아벨라의 팬티에 어떻게든 제 자지를 비볐다. 그르릉대는 짐승의 기분 좋은 목울림 소리와 함께 그는 팬티에 대고 홀로 허릿짓을 해 나갔다.
그런데 허릿짓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칼라일의 몸이 자꾸만 한 쪽으로 기우뚱, 기우뚱 쓰러지려 했다.
아무래도 불편한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칼라일은 몸이 기우뚱 쓰러져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일어나 아벨라의 팬티에 제 좆을 문지르며 흔들어 댔다.
팬티 가지고 자위나 치라고 자리를 비켜 준 게 아닐 텐데.
이성은 알고 있었으나 몸이 도저히 따라 주지 않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정신을 놓고 에샤의 집에 찾아가 팬티가 아닌 아벨라의 보지에 제 좆을 처넣고 흔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상사만큼은 막아야 했다.
‘어머니가 알면 놀라시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한 번 싸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칼라일이 그렇게 생각하며 종마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러면 그럴수록 아벨라의 체향과 얼굴만이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집 안에는 끙끙 앓는 짐승의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칼라일은 홀로 애처로이 허리를 흔들며 밀려오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분출해 냈다. 덕분에 침대와 아벨라의 팬티가 그의 좆물로 엉망이 됐다.
침대야 그렇다 쳐도 아벨라의 속옷은 완전 흠뻑 젖어 버렸다.
안 그래도 사정 양이 많은 칼라일이었는데, 발정기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욱 양이 많았다.
칼라일은 저에 의해 푹 젖어 버린 팬티를 보며 얄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에라도 이 팬티를 아벨라에게 입어 달라고 하고 싶었다.
제 정액으로 끈적한 속옷을 아벨라가 입어 준다면…….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다. 어마어마하게 사정했음에도 칼라일의 것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표피 밖으로 튀어나왔다.
벌건 살덩이의 끝에서는 백탁색의 액이 뚝뚝 한두 방울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금 발기한 제 성기를 보며 칼라일은 이번엔 이불에 대고 좆을 비볐다.
아벨라가 항상 덮고 자는 이불이었으니, 아쉬운 대로 그녀의 온기라도 느끼며 자위하고 싶었다.
그렇게 칼라일은 한참이나 홀로 허릿짓을 이어 갔다. 누군가 본다면 손가락질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칼라일은 멈추지 못하고 천박하게 허리만 퉁겨 댔다. 어딘가에 성기를 비비지 않아도 멋대로 허리가 움찔거려서 난감했다.
‘아, 괴로워…….’
발정기 탓에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렸고,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다. 정신도 전혀 맑지 못했다. 반쯤 이성을 잃은 칼라일은 정말 짐승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태어나서 처음 맞이한 발정기였다. 조금도 익숙한 게 없었다.
‘이런 걸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과 동시에, 홀로 좆을 비비는 자위로 만족하지 못한 칼라일은 아벨라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어차피 바로 옆집인데, 그냥 찾아가서 아벨라를 물고 돌아오면…….
‘안 돼, 절대 안 돼.’
어머니가 좋아하실 리 없잖아. 날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옆집으로 자리까지 옮겨 주셨는데…… 그걸 내가 못 참고 찾아가면 뭐가 돼.
‘분명 내가 찾아가면, 보자마자 경악스러운 얼굴로 놀라실 거야.’
절 보며 경악하는 아벨라라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지끈거렸다. 속상함에 욱신거리는 기분도 들었다.
‘찾아가지 말자. 찾아가면 안 돼.’
몇 번이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칼라일은 자꾸만 아벨라가 떠올랐다.
칼라일은 얄팍한 의지를 가진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자의로 이 상황을 버텨 내지 못한다면 그땐 정말 거세라도 해야 하는 걸까, 라는 걱정이 진지하게 들기 시작했다.
‘좆이 잘리면 성욕도 줄어들 테니까…….’
은혜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아벨라를 대상으로 나쁜 망상을 펼쳐 나가는 자신이 미웠다.
아벨라는 언제나 제게 상냥하게 대해 줬는데 저는 어떻게든 그녀의 보지에 좆을 욱여넣고 싶어 안달 난 짐승 새끼나 다름없었다. 물론 짐승이 맞기는 했지만…….
그렇게 칼라일은 아벨라와 가족이 된 후, 처음으로 떨어져 밤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칼라일이 발정기에 대해 모르는 게 있었으니…….
* * *
“그러니까 발정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피하신 거라고요?”
늦은 밤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벨라를 따스히 맞아 준 두 사람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잠시만, 잠시만 아벨라.”
얌전히 이야기를 듣던 에샤도 머리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 아이…… 그러니까 칼라일은 지금 집에 혼자 있는 거야?”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그런데 아벨라의 대답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아벨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에샤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바쁘게 굴렸다.
“그게 실은…….”
“뭔데? 어서 말해줘. 응?”
머뭇거리는 에샤를 보며 참다못한 아벨라가 단호히 요구했다. 그러자 결국 에샤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발정기 날에 떨어져 있으면 칼라일이 다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