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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키운 아들이 자라면-26화 (27/82)

<026>

“하, 하여튼 안 돼! 그런 식으로 몸 망가트리지 마. 그럼 정말 화낼 거야. 건강한 몸이 얼마나 귀한 건데…….”

아벨라가 칼라일의 뺨을 꼬집으며 호통쳤다. 칼라일은 귀와 꼬리를 착 내리며 불쌍한 척 눈매를 죽였다.

“알겠어요, 그래도 혹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평생 말할 일 없어!”

이빨을 모두 뽑은 칼라일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아벨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가느다랗게 떨리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칼라일이 어렵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죄송해요.”

아벨라는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

어느새 욕조에는 물이 한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찰박이며 넘치는 물을 보며 그녀는 함께 목욕하자는 말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래, 너무 호통치지 말자. 칼라일이 나쁜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너무 순박해서. 그래서 그런 걸 거야.

아벨라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 * *

좁은 욕조에 몸을 구겨 넣은 두 사람은 조금 어색하게 쭈뼛거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아벨라에게 쓴소리를 들었던 칼라일은 평소보다 기가 죽은 모양새였고, 생니를 뽑겠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아벨라는 아직도 놀란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슬금슬금 아벨라의 눈치를 살피던 칼라일은 은근슬쩍 허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바짝 붙였다.

“간지러워.”

맨살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칼라일의 몸에 아벨라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칼라일이 장난스럽게 키득였다.

“그래도 조금만 만지게 해 주세요.”

그는 일부러 장난기 가득한 손짓으로 아벨라가 유독 간지럼을 잘 타는 옆구리를 조물거렸다. 그러자 아벨라의 입에서 참지 못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흐, 흣, 아! 정말, 정말로 간지러워! 거긴 만지지 마!”

아벨라가 발을 동동 구르며 버둥거렸다.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친 덕에 물이 이리저리 철퍽철퍽 흘러넘쳤다.

어색하던 욕실에는 어느새 웃음이 가득 번져 있었다.

“하지만 여기 말랑말랑해서 좋아요.”

“어머, 아가 지금 엄마 옆구리살 있다고 놀리는 거니?”

“아, 아니에요! 절대! 절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엄마 살 없어요. 말랐어요…….”

때 묻지 않은 것처럼 순수해 보이는 칼라일의 이런 모습들에 의해 어색함도 녹아 버린 것이리라.

“제 몸은 못생겼는데 엄마 몸은 상처도 없고 예뻐서…… 그래서 자꾸 만지고 싶나 봐요. 죄송해요…….”

곧장 사과하며 시무룩해하는 모습에 아벨라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무슨 소리야, 아가 몸이 못생겼다니.”

아벨라는 쉽게 자신을 비하하는 칼라일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에 속이 착잡해지곤 했다.

“칼라일, 네 몸도 예뻐.”

그녀의 말에 칼라일이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예쁘다는 아벨라의 말을 마치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너 방금 엄마 말 못 믿었지.”

“……아니에요.”

“거짓말.”

아벨라는 흉으로 가득한 칼라일의 몸을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괜찮아, 흉터 많아도 정말 예뻐.”

“하지만…….”

“원래 이런 게 멋있고 좋은 거야.”

“멋있어요?”

“응. 강해 보이잖아.”

아벨라가 가슴팍에 남은 큰 흉을 더듬거리며 힐끔 칼라일의 눈치를 살폈다.

“만져 봐도 돼?”

그녀가 묻자 칼라일이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요.”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벨라는 그의 몸 곳곳에 자리한 흉터들을 조심조심 매만졌다.

사내의 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아벨라 또한 처음이라 분홍빛 눈에 호기심이 가득 흘러넘쳤다.

탄탄한 가슴과 깎은 듯 짜인 복근은 뭇 여성들이 설레할 만큼 보기 좋았다.

사실 그동안은 커져 버린 칼라일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이렇게 자세히 보지는 못했었는데, 시간이 약이라고 같이 지낸 날들이 늘어 그런지 전처럼 마냥 불편하지 않았다. 중요 부위는 수건으로 가리고 있기도 했고.

조그마한 손이 칼라일의 배 주변을 더듬거리며 쿡쿡 찔렀다. 바위처럼 단단한 배는 아벨라가 살점을 집으려 해도 집어지지 않았다.

‘온통 근육으로 된 건가?’

신기함에 더욱 세게 배를 더듬거리자 칼라일이 살짝 미간을 구겼다.

“어, 어머니…….”

“응?”

“그…… 이제 그만…….”

“왜? 싫어. 아가 너도 하지 말라는데 내 옆구리 간지럽혔잖아.”

“그거랑은 다른 문제가…….”

아벨라가 흐음, 소리를 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만하라며 얼굴을 붉힌 칼라일을 보고 있자니, 어딘지 장난기가 동해서 괜히 더 괴롭히고 싶어졌다.

아벨라가 약간의 복수심을 담고 장난스럽게 칼라일의 옆구리를 콱 붙잡았다.

“아……! 어, 엄마……!”

그러자 놀란 칼라일이 버둥거렸다. 그녀의 손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틀어 보았지만, 좁은 욕조에 피할 곳이 있을 리 없었다.

“와, 어떻게 옆구리도 이렇게 탄탄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아벨라는 근육으로 짜인 옆구리가 신기해서 순진하게 웃으며 손을 조물거렸다.

“부럽다, 살이 하나도 안 잡혀.”

“하, 하지 마요…… 제발 그만…….”

칼라일이 당혹감 어린 얼굴로 조심조심 아벨라의 손을 떼어 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혹시나 그녀가 아파할까 봐 떼어 내는 손길은 무척 매가리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일까. 하얀 수건이 덮여 있던 칼라일의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불룩 튀어나왔다.

제 몸의 신체 변화를 눈치챈 칼라일은 초조함에 어쩔 줄 몰라 했고, 해맑은 아벨라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칼라일의 옆구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칼라일은 아직 그녀에게 제가 욕정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사태가 더욱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런 칼라일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벨라는 칼라일이 방심한 틈을 타 다시금 그의 복근으로 손을 쭉 뻗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물기 탓에 손이 아래로 쑥 미끄러졌다.

“아……!”

순간 휘청인 아벨라가 자빠지지 않기 위해 급히 아무 곳이나 손을 짚었는데…….

“아……?”

짚은 손바닥으로부터 단단하고 뜨거운, 낯선 살덩이가 만져졌다.

순간 당황한 아벨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끔뻑이다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당연하게도 시선 끝에는 잔뜩 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라일의 성기가 수건에 가려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손길이 닿자, 부풀어있던 성기는 더욱 몸집을 키웠다. 움찔움찔 좆이 꺼떡이는 움직임이 손바닥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

칼라일은 당장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제, 제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벨라의 머릿속은 백짓장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벨라보다 더 놀란 건 칼라일 쪽이었다.

“엄마가…… 엄마가 계속 만져서…….”

그녀가 얼빠진 얼굴로 눈을 마주하자 칼라일은 곧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 칼라일……. 나는 그게…….”

“……미워요. 엄마 못됐어요.”

아벨라가 무어라 변명의 말을 뱉으려 했지만 빠르게 차단되었다. 칼라일은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헐레벌떡 욕실을 벗어났다.

홀로 덩그러니 남은 아벨라만 바보처럼 입을 벙긋거릴 뿐이었다.

* * *

“저기…… 아가…….”

뒤늦게 욕실에서 따라 나온 아벨라가 머뭇거리며 칼라일을 불렀다.

그는 사람이 아닌 늑대의 모습으로 거실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2 미터가 훌쩍 넘는 덩치 덕에 존재감이 제법 컸지만.

“아가…….”

아벨라가 한 번 더 부르자 그제야 칼라일이 힐끔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붉은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런 태도 덕분에 아벨라는 칼라일이 저를 보며 좆을 세웠다는 것에 대한 충격은커녕, 자신이 이제 막 성체가 된 칼라일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 미안해……. 그러니까…… 그, 그렇게 될 줄 모르고…….”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 몸을 웅크린 칼라일은 연거푸 한숨만 토했다. 모양새가 꼭 늑대라기보다 병든 닭 같았다.

안일했다. 아벨라는 언젠가 성교육 책에서 남자들의 성기는 본인의 의지와 별개로 벌떡벌떡 서기도 한다는 말을 봤던 기억이 뒤늦게야 떠올랐다.

그녀는 생각했다. 아마 칼라일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가 몸을 조물거려서 그렇게 된 걸 거라고.

‘얼마나 놀랐을까…….’

성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런 식으로 발기하는 경험조차 없었을 게 분명하다. 제 몸의 낯선 신체 변화에 놀랐을 그가 안쓰러워서 아벨라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쩜 좋아……. 많이 당황했나 봐.’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 그를 보며 아벨라가 한숨을 토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마주 보려 하자, 칼라일은 아예 아벨라를 등지고 돌아누웠다.

충격적이었다. 칼라일이 먼저 저를 등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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